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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인 2017년, 한국영화계에도 ‘정치’의 바람이 분다. 박인제 감독의 정치 드라마 <특별시민>(제작 팔레트픽쳐스·배급 쇼박스)이다. <특별시민>은 서울시장 선거 역사상 최초로 3선 시장에 도전하는 정치인을 중심에 두고, 직업 정치가의 생리와 권력욕과 야망이 드글거리는 정치의 세계로 성큼 다가간다. 상반기 개봉을 목표로 한창 후반작업 중인 박인제 감독을 만났다.
-정색하고 정치 드라마 한번 제대로 만들어보자는 심정이었던 것 같다.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1991) 이후 이런 장르의 영화가 없었던 것 같다. 기존의 한국영화 속 정치인들 하면 대체로 ‘나쁜 놈’인 경우가 많았다. 그에 반해 변종구(최민식)는 ‘나쁘다’고만 말하기에는 애매한 다채로운 면면이 있다. 나쁜데, 미워할 수가 없다. 미국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의 프랜시스 언더우드(케빈 스페이시)처럼 절대 악인인데 보고 있으면 어느새 그를 응원하게
[스페셜] 본격 정치 활극 - <특별시민> 박인제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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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은퇴할 나이에 입봉을 하고보니 민망하더라.” <변호인>(2013)이 ‘갑작스런 연출 데뷔’였다고 말하는 양우석 감독은 “작품이 가진 외적인 의미로 많은 사람들을 만난 것이 큰 의미였다”며 “그동안 어떻게 그 호응을 돌려드릴지 고민했다”고 말한다. 두 번째 연출작 <강철비>(제작 (주)모팩앤알프레드·배급 NEW)는 그 고민에 대한 지금의 답변과 같은 영화다. 양우석 감독은 “남북이 강대국의 대리전을 치러주고 있는 지금, 현실은 냉혹한데 정작 우리는 미국과 중국의 축구 경기 구경하듯 응원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자문이 일었다며, 영화를 통해서 현재 한국이 처한 상황을 냉정하게 점검하는 기회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한다.
<강철비>의 핵심 사건은 북에서 발생한 쿠데타다. 핵 보유국인 북한의 쿠데타는 단순히 남북문제로 국한되는 것이 아닌 중국, 미국과 같은 강대국이 얽힌 거대한 전쟁의 서막이 될 수 있다. 양우석 감독이 스토리를 쓴 웹툰 <
[스페셜] 북한을 어떤 시선으로 담아낼 것인가 - <강철비> 양우석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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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밤을 하얗게 지새운 뒤, 초췌한 몰골로 새벽녘 창가를 바라보고 있는 양복 차림의 남자. 그리고 그 순간, 사무실에서 피곤에 찌든 얼굴로 업무를 보고 있는 또 다른 남자. 신작 <V.I.P.>(제작 영화사 금월·공동제작 페퍼민트앤컴퍼니·제공/배급 워너브러더스코리아)를 준비하며 박훈정 감독이 떠올렸던 이미지라고 한다. 시스템의 톱니바퀴가 되어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는 선택을 해야 하는 사람들의 딜레마는 박훈정 감독이 오랫동안 주목해왔던 관심사였다. 용의자로 지목된 한 남자를 두고 한국 국정원과 경찰, 북한 보안성과 미국 CIA가 얽혀드는 <V.I.P.>는 박훈정 감독이 다루고자 하는 정치와 관계의 딜레마가 가장 큰 폭으로 확장된 작품이라고 할 만하다.
-국가 권력기관들의 갈등과 충돌을 조명하는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는.
=권력기관 사이의 이해관계와 정치, 그로부터 발생되는 딜레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과거에도 국가 기관들이 벌여놓은 일을
[스페셜] 서늘하게 조여오는 긴장 - 박훈정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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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돌릴 틈이 없다. 곽경택 감독은 <사주>(가제, 제작 필름295·배급 NEW)를 준비하고 있다. 사주팔자의 그 사주다. 2016년 촬영과 편집을 마치고 2017년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부활>(제작 영화사 신세계·배급 쇼박스)의 다음 작품이다. “제목에 대한 고민이 많다. 사주라고 하니 무겁고 어려운 이야기라고 느끼는 것 같아서. 사주팔자나 팔자로 바꿀까 마케팅팀과 고민할 것이다.” <사주>는 <사랑>(2007), <극비수사>(2015)를 쓴 한승운 작가의 시나리오에서 출발했다. “한승운 작가가 형을 살다온 적 있다. ‘빵’(감옥)에서 유명한 사주인을 만났고, 거기서 친해져서 취재를 시작한 거다. 그렇게 쓴 트리트먼트를 봤는데 재밌더라.”
<극비수사> 때도 그랬듯이 곽경택 감독은 많은 사람들이 사주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평소 “사주 보러 다닐 시간에 시나리오 한자 더 쓰는 게 낫다”는 지론을
[스페셜] 운명을 믿는 이들에게 - <사주>(가제) 곽경택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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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사>(제작 더 램프·배급 쇼박스)는 장훈 감독이 <고지전>(2011)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이다. 더 램프의 박은경 대표가 기획하고 신인 엄유나 작가가 쓴 <택시운전사>의 시나리오에 장훈 감독은 단번에 매료돼 연출을 결심했다고 한다. 주인공은 서울의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과 독일의 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치만)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전세계에 보도한 ‘푸른 눈의 목격자’ 위르겐 힌츠페터가 피터의 모델이 된 실존 인물이다. 영화는 각기 다른 배경을 지닌 두 외부인의 시선으로 1980년 5월의 공기를 담을 예정이다. 장훈 감독은 영화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만을 들려주며 최대한의 궁금증을 품게 했다. 지난 10월 말 촬영을 끝내고 현재 편집실에서 한창 편집 중인 장훈 감독에게 만남을 청했다.
-영화의 모티브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세계에 알린 독일 방송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의 이야기다.
=1980년 5월 당시 위르겐
[스페셜] 소시민의 눈으로 ‘그날’을 담아내다 - <택시운전사> 장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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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던 병신년이 가고 정유년이 왔습니다. 뉴스가 영화보다 더 재미있고,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큰 올해지만, 한국영화 기대작들은 관객을 맞을 준비에 여념이 없습니다. 우선, 오랜만에 복귀하는 감독들이 눈에 띕니다. <의형제>(2010), <고지전>(2011)을 연출한 장훈 감독이 5년 만에 신작 <택시운전사>를 들고 돌아왔습니다. ‘액션 키드’ 정병길 감독 또한 신작 <악녀>로 4년 만에 컴백했습니다. 박광현, 이수연 감독은 무려 10년, 13년 만에 각각 <조작된 도시>와 <해빙>을 만들어 관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현실보다 더 영화 같은 프로젝트도 있습니다. 박훈정 감독의 <V.I.P.>는 한국 국정원과 경찰, 북한 보안성과 미국 CIA가 얽힌 이야기고, 박인제 감독의 <특별시민>은 최초로 3선에 도전하는 서울시장 얘기라고 합니다. 또 양우석 감독의 <강철비>는
[스페셜] 2017년 당신이 기대해도 좋을 한국영화 프로젝트 총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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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영화인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 지난 여섯 차례의 ‘영화계 내 성폭력’ 대담에서 나온 여성 영화인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이에 따라 일곱 번째 대담은 남성감독들의 이야기로 채웠다. 충무로의 선배감독이자 제작사 모호필름 대표이기도 한 박찬욱 감독, 전 한국영화감독조합 부대표인 한지승 감독,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연출부로 활동했으며 <내 연애의 기억>과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을 연출한 이권 감독, <걷기왕>의 백승화 감독이 그들이다. 영화계의 주요 단체에서, 혹은 상업·독립영화 현장에서 각기 다른 행보를 걷고 있는 이 네 남성감독은 조심스럽지만 단호한 어조로 영화계 내 자성과 변화의 필요성, 더 많은 영화인들의 동참을 촉구했다. 남성감독들을 시작으로 <씨네21>은 앞으로 남성 영화인들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 또한 꾸준히 마련할 예정이다.
한지승
전 한국영화감독조합 부대표. 현재 조합 내에서 정책 업무를 맡고 있
[스페셜] 영화계 내 성폭력 일곱 번째 대담: 남성감독 - 박찬욱·백승화·이권·한지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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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혜옹주> 임훈 스틸 작가
어디 보자, 화약은 잘 숨어 있나? 일제의 위협을 느낀 덕혜옹주(손예진)와 김장한(박해일)이 황해로의 도주 중 밀항을 위해 잠시 숨어 있던 집 세트다. 다음 장면이 바로 총격 신이었기에 옷 속에 화약을 다 심어둔 상태에서 배우들이 서로의 매무새를 봐주는 중이다. “한번에 성공해야 했기 때문에 다들 예민해져 있었던 상황인데도 두 배우는 웃으면서 리허설을 마쳤다. 너무 긴장해도 문제, 안 해도 문제인데 베테랑들은 역시 다르더라.” 영화의 분위기가 워낙 무겁고 심각했기에 임훈 스틸 작가는 “현장 스틸만이라도 더 밝고 귀엽게 찍으려 애썼다”고 한다.
[스페셜] B컷으로 보는 2016 한국영화 <덕혜옹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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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외전> 조원진 스틸 작가
많은 장면이 현장에서 배우가 낸 아이디어로 탄생한다. <검사외전>에서 감옥에 간 검사 재욱(황정민)과 국선 변호사(황병국)가 치원(강동원)을 감옥에서 빼내기 위해 궁리한다. 치원은 까불다가 재욱에게 혼나 실내화를 입에 물고 벌을 서고 있다. 심각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상황은 강동원이 낸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조원진 스틸 작가는 “(강)동원씨는 <검사외전> 현장에서 이일형 감독님과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면서 캐릭터를 만들어갔다”며
“이 장면을 찍을 때도 직접 아이디어를 냈다”고 떠올렸다. 아주 작은 설정이 익살스러운 치원의 성격을 드러내는 동시에 상황을 더욱 재미있게 표현했다. 실내화를 입에 물고 벌서고 있는 강동원이라니 귀엽지 않은가.
[스페셜] B컷으로 보는 2016 한국영화 <검사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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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한세준 스틸 작가
카메라를 들고 사진 찍기를 즐겨하는 두나씨. <터널>의 촬영장에서도 두나씨의 카메라는 계속 돌아갔다. 한세준 스틸 작가의 말을 들어보자. “촬영 초반, 두나씨는 본인의 촬영이 없는 날에도 종종 현장을 찾았다. 다른 배우들과 좀더 친해지려는 나름의 노력이었던 것 같다. 감각 있고 적극적인 두나씨는 사진도 잘 찍는다. 기계에도 두루 관심이 많더라.” 배두나와 한세준 스틸 작가는 10년 전 <괴물> 현장 때도 함께했다. 한세준 작가는 “이번에 두나씨에게 그때 찍은 두나씨 현장 사진들을 현상해 선물했다. 시간의 흐름에 새삼스러워하더라. (웃음)”
[스페셜] B컷으로 보는 2016 한국영화 <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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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담> 박명희 스틸 작가
<연애담> 초반, 윤주(이상희)와 지수(류선영)가 상수동의 자그맣고 어둑한 바에서 서로에 대한 호감을 확인하던 순간이다. 박명희 스틸 작가는 “두 배우가 카메라가 돌아가지 않을 때도 윤주와 지수처럼 알콩달콩, 속닥속닥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여기에 이현주 감독님까지 가세해 세 사람의 합이 정말 좋았던 현장이었다”고 회상한다.
[스페셜] B컷으로 보는 2016 한국영화 <연애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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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라> 노주한 스틸 작가
김성수 감독이 <아수라>에 출연했다는 사실을 알려나 모르겠다. 그는 커터 칼을 쥔 채 한도경(정우성)의 뒤를 위협하는 장면을 직접 연기했다. 얼굴은 화면에 담기지 않았다. 카메라앵글이 커터 칼을 향하고 있는 것을 보니 김성수 감독의 손만 등장하는 장면인 게 분명하다. 이래봬도 둘의 손이 엎치락뒤치락하다가 커터 칼이 박성배(황정민) 시장의 이마를 그어 피를 보게 되는 중요한 인서트 컷이다. 노주한 스틸 작가의 말에 따르면 “김성수 감독은 인서트 컷 때마다 직접 출연하거나 연출부를 시켜 직접 연기하게 하는 걸 즐”긴다. 이처럼 <아수라> 현장에서 김성수 감독은 모니터 앞에 앉아 있는 법이 없었다고 한다. “항상 카메라 옆에서 연출하셨다. 특히 이 장면처럼 찍어야 할 컷이 많은 날에는 모니터를 안 보고 A카메라와 B카메라를 오가며 진행”했다고 한다.
쉬운 문제 하나. 김성수 감독은 곽도원과 정만식 둘 중에서 누구를 찍고
[스페셜] B컷으로 보는 2016 한국영화 <아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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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 김진영 스틸 작가
휴식을 취하고 있는 대장 동근(조진웅)과 엽사 무리다. “촬영 전 잠깐 시간 때우기로 종이컵 안에 돌 집어넣는 장난을 치고 있는 모습이 우르르 예비군훈련 받으러 간 동네 친구들 같아 보이지 않나. (웃음) 몇 개월 동안 산속에서 동고동락하니 다들 가까워질 수밖에 없었다. 조진웅 선배와 권율씨는 둘 다 장난기도 많고 얼마나 죽이 척척 잘 맞는지 모른다. 촬영 중간중간 쉬는 틈만 생기면 뮤지컬 넘버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재밌게 놀던 모습이 떠오른다.”
이 구역의 최고 멋쟁이는 나야! 코앞의 황금에 눈이 멀어 끝내 타락하고 마는 폼생폼사 맹 실장은 언제나 어디서나 손에서 거울을 놓지 않았던, ‘스타일’을 향한 권율의 끈기로 만들어졌다. 권율은 <사냥> 현장에서 유일하게 말쑥한 차림을 고수해야만 했다. 김진영 스틸 작가는 “다들 등산화를 신고 가는데 권율씨가 연기한 배역만 처음부터 구두를 신고 입산하는 설정이어서 혼자 무척 힘들었을
[스페셜] B컷으로 보는 2016 한국영화 <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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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 송경섭 스틸 작가
“내가 숨어 있어도 (정)유미씨는 어떻게 알고 금세 카메라를 찾아내 환하게 웃는다. (웃음)” 배우 정유미의 카메라 본능이었던 걸까. “유미씨가 워낙 잘 웃고 현장에 밝은 에너지를 주는 배우”라는 게 손경섭 스틸 작가의 전언이다. 한편 좀비를 피해 짐 싣는 위쪽으로 몸을 숨긴 노숙자(최귀화)와 상화(마동석)는 조금 난감한 표정이다. 손경섭 작가는 “(마)동석 형이 아무래도 무게감이 있다보니 위칸으로 올라갔을 때 안전할까, 다들 고심했던 기억이 난다”고 전한다.
[스페셜] B컷으로 보는 2016 한국영화 <부산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