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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희 스스로가 자신의 아름다움의 최대치를 <아가씨>를 통해 뽐내고 있다.”(이지현) <아가씨>를 본 이들의 반응은 대체로 김민희의 아름다움에 대한 상찬으로 시작된다. <아가씨>의 세상 물정 모르는 귀족 아가씨 히데코. 그녀는 차를 마실 때도, 양산을 들고 길을 걸을 때도, 심지어 나무에 매달려 있을 때도 한폭의 그림 같았다. 히데코가 이토록 매혹적일 수 있었던 것은 김민희가 “시나리오가 그리는 정확한 이미지를 화면 안으로 불러”(이화정)왔기 때문이다. “<아가씨> 속 김민희는 그 자체로 그림이다. 그의 나긋한 걸음걸이와 자분자분한 음성과 고아한 어투, 몸가짐과 손가락 끝 움직임 하나하나가 마치 그림 속 인물처럼 가지런히 정련되어 있다.”(이예지) 더불어 <아가씨>에서 김민희는 “책으로 세계를 배운 인물의 연약함과 위엄을 훌륭히 표현해, 영화의 톤을 완성”(김혜리) 했다. 연약함과 위엄, 순수와 공허를 모두 꺼내 보여주는 김민희
[스페셜] 올해의 여자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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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이 지났는데도 이렇게 상을 주시는 걸 보면 <내부자들>이 그리고 안상구가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박힌 영화이고 캐릭터란 생각이 든다. 현 시국이 이 작품을 더욱 회자하게 만드는 것 같아서 썩 기뻐할 만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지만, 잊을 만하면 <내부자들>을 호명해주셔서 내게도 이 작품은 계속해서 상기하게 되는 특별한 작품이다.” <내부자들>의 안상구로 이병헌은 올해 청룡영화제와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에서도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전라도 사투리를 섞은 경박하고 능글맞은 그의 연기는 무겁고 진지한 영화에 적절히 쉼표를 찍어주었다. 애초 “강인한 행동대장”의 느낌이 강했던 안상구에 ‘기름칠’을 한 것이 바로 이병헌이었고,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잔” 같은 위트 있는 대사도 현장에서 탄생한 애드리브였다. 사회성과 정치색 짙은 영화는 <내부자들>이 처음이었지만 그의 존재감은 장르는 물론 국경과 분량을 초월했다. <매그니피센트 7>과 &
[스페셜] 올해의 남자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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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는 “완벽한 각색과 매끈한 스릴러 연출 그리고 강렬한 멜로드라마의 혼합이 지금껏 완성했던 작가적 성채를 공고하게 장식”(이지현)한 작품이었다. “금기와 놀이를 유려하게 넘나드는 연출”(장영엽) 덕분에 “박찬욱의 현재는 여전히 흥미롭고 충만”하다(장영엽). <아가씨>로 “현재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세계적 감독임을 스스로 증명해 보인”(이지현) 박찬욱 감독이 올해의 영화감독으로 선정됐다. 그의 영화가 ‘올해의 영화’와 ‘올해의 영화감독’ 모두 거머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제야 알아봐주는구나. (‘선정되리라고 예상했나’라는 질문에) 어떻게 예상했겠어. 이런 경우가 한번도 없었는데. (웃음)”
박찬욱 감독은 “배우 및 오랜 파트너십을 쌓아온 스탭들로부터 최고의 앙상블을 끌어내는 완숙한 연출”(김혜리)을 보였다. 올해의 영화감독뿐만 아니라 올해의 여자배우, 올해의 신인 여자배우, 올해의 제작자, 올해의 촬영감독 등 5개 부문에서 <아가씨>가 선
[스페셜] 올해의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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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감독과 신인감독의 호흡이 어우러진 한해였다. 1위를 차지한 <아가씨>의 독주에 뒤이어 2위 <곡성>, 3위 <비밀은 없다>에 대한 고른 지지가 이어졌는데, <아가씨>는 언 급 횟수는 물 론 1순위로 꼽은 평자들이 많아 이견의 여지없이 올해의 영화로 꼽혔다. <곡성>과 <비밀은 없다>는 각각 상위권으로 꼽은 필자들의 지지가 갈리며 순위가 결정됐다. 4위 <아수라>와 5위 <우리들>, 6위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은 우열을 가리기 힘든 근소한 차이로 순위가 갈렸다. <우리들>과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은 지지를 보낸 평자의 수에서 앞섰지만 높은 순위로 선정한 필자들의 강력한 지지 덕분에 <아수라>가 4위에 안착했다. 5위권까지를 살펴보면 박찬욱, 김성수, 나홍진 등 중견감독의 반가운 귀환과 함께 이경미, 윤가은 등 여성감독들의 약진이 돋보인다. 여성감독의
[스페셜] 올해의 한국영화 총평과 6위부터 10위까지의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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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한국영화 1. 아가씨
의외의 결과다. <아가씨>가 압도적인 지지 속에 1위를 차지한 걸 말하는 게 아니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가 올해의 영화 1위를 차지한 것이 처음이란 사실이 새삼 놀랍다. 복수 3부작의 문을 연 2002년 <복수는 나의 것>은 3위였고, 칸의 영광을 차지한 2003년 <올드보이>는 5위에 그쳤다. 심지어 올해의 감독에 김지운, 봉준호 감독은 있었지만 박찬욱의 이름은 없었다. 박찬욱 감독이 한국영화에 미친 영향을 생각하면 <씨네21>이 유독 그의 영화에 박한 평가를 내렸다 해도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올해는 박찬욱, 그리고 <아가씨>의 해다. 한국영화 1위는 물론 올해의 감독, 올해의 여자배우, 올해의 제작자, 올해의 촬영, 올해의 신인 여자배우까지 모조리 차지했다. 그야말로 “정밀하고도 대담한 박찬욱의 두 번째 정점”(김혜리)이라 부를 만하다. 평자들의 찬사는 주로 상업영화의 문법을 넓힌 감독의 예민한
[스페셜] 2016 한국영화 베스트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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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영화, 올해의 영화인’은 <씨네21>이 한해를 마무리하는 중요한 통과의례다. 이는 영화를 줄 세우는 작업이 아니라 차라리 영화를 향한 연애편지에 가깝다. 올해 우리를 행복하게 했던 영화의 기억을 되짚는 시간이며 혹시나 놓치고 지나간 영화가 없는지 서로의 리스트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작업이기도 하다. 동시에 2016년 한국영화에 대한 기록이자 오늘 우리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지형도인 만큼 책임 있는 자세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리스트임을 밝힌다. 올해는 한국영화와 외국영화 베스트 선정에 29명의 평론가와 기자들(우혜경, 정성일 평론가는 외국영화 베스트에만 참여)이 함께했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각 평자들의 한국영화, 외국영화 베스트 명단을 함께 싣는다. 올해의 영화인은 감독, 주연 남녀배우, 신인 남녀배우, 신인감독, 제작자, 시나리오, 촬영감독 총 9개 부문에서 선정했다. 2016년 한국영화는 이 얼굴들로 기억될 것이다. 연말 결산 리스트는
[스페셜] 2016년 최고의 한국영화·외국영화, 그리고 ‘올해의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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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의 나를 만나는 시간 여행.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독특한 구성과 흥미로운 전개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프랑스 작가 기욤 뮈소의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를 원작으로 한다. 활자가 주는 흥미로움과 달리 1985년이라는 과거와 30년 후의 현재를 한 화면에 구현해야 하는 작업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김윤석, 변요한이라는 두 남자이지만, 실은 ‘수현’이라는 한 남자가 펼치는 여정을 통해 영화는 그들 각자의 인생을 돌아본다. 안타깝게 놓쳐버린 첫사랑 연아(채서진)를 구하기 위한 결정과 선택 속, 서로에게 과거이자 미래인 두 남자의 판단과 결정은 멜로를 바탕으로 하되 끊임없는 긴장과 스릴을 안겨준다. 30년 전의 나와 현재의 나를 한 화면에 불러오는 매우 까다로운 작업이 아닐 수 없다. <키친>(2009), <결혼전야>(2013)에 이어 또 한편의 멜로영화를 연출한 홍지영 감독은, 시간 여행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통해 시장에서 소외된
[스페셜] “멜로는 내게 맞는 옷이지만 장르적으로 다양한 영화 만들고 싶다” - <당신 , 거기 있어 줄래요> 홍지영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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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감독들이 돌아왔다. 개봉 2주차인 <미씽: 사라진 여자>의 이언희 감독과 12월14일 개봉하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의 홍지영 감독의 귀환은 반갑고 기꺼운 일이다. 극장가에서 여성감독이 연출한 상업영화가 2주차의 짧은 간격을 두고 개봉한 적은 흔치 않다. <…ing>와 <어깨너머의 연인>을 연출했던 이언희 감독은 여성주인공의 스릴러 드라마를, <키친>과 <결혼전야>를 연출했던 홍지영 감독은 남성주인공의 멜로드라마를 들고 극장가를 찾았다. 두 작품이 다른 성별의 주인공들로 전혀 다른 장르의 문법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은 여성감독이 한정적 장르만을 다룰 수 있다는 기존의 편견을 넘어, 개성에 따라 넓은 스펙트럼을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주인공의 성별도 장르도 달랐지만 영화 속 여성이 그려지는 방식에 대한 접근은 비슷했다. 이언희 감독은 제작 과정에서 ‘아이를 가진 여성은 응당 이래야 한다’라는 편견
[스페셜] “당하지 않고 사는 여성 캐릭터들을 그려내고 싶다” - <미씽: 사라진 여자 > 이언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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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 내 성폭력’ 여섯 번째 대담은 독립영화 감독들의 이야기로 채웠다. <거짓말> <피로> 등 세편의 독립장편을 선보인 김동명 감독, 20대 때 페미니즘 활동을 가열차게 했고 현재 첫 번째 독립장편 극영화를 작업 중인 김보라 감독, 성폭력과 낙태 등 여성 문제를 카메라에 담아온 조세영 다큐멘터리 감독, 내년에 첫 번째 다큐멘터리를 선보일 예정인 마민지 감독이 한자리에 모였다. 영화과 출신인 김보라 감독과 마민지 감독은 학교에서의 성차별부터 술자리에서의 공공연한 성희롱까지 생생한 경험담을 들려주었고, 한국독립영화협회 성평등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조세영 감독은 일상에 만연한 폭력적 현상을 들춰냈으며, 한 아이의 엄마이자 영화감독인 김동명 감독은 여성 영화인의 육아 문제에 대한 고민을 토로했다. <씨네21>은 지난 1079호부터 여성 영화인들의 이야기를 꾸준히 들어왔으며, 영화계 내 성폭력 문제에 대한 토론을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어나갈 계획이다.
[스페셜] 영화계 내 성폭력 여섯 번째 대담: 독립영화 감독 - 김동명·김보라·마민지·조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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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은.>
감독 신카이 마코토 / 목소리 출연 가미키 류노스케, 가미시라이시 모네 / 개봉 2017년 1월4일
도쿄 소년 타키(가미키 류노스케)와 시골 소녀 미츠하(가미시라이시 모네)는 육체가 뒤바뀌는 꿈을 꾼다. 둘은 서로에게 메모를 남기고 친구가 된다. 시간은 흐르고 꿈은 반복된다. 미츠하가 자신의 특별한 인연이라 생각한 타키는 미츠하를 만나러 간다.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2015)의 애니메이터 다나카 마사요시가 캐릭터 디자인을, 지브리 스튜디오의 전설적인 애니메이터 안도 마사시가 작화감독을 맡았다.
한줄 포인트 놀라울 정도의 정밀한 묘사 덕에 애니메이션 속 공간의 실제 배경이 된 지역이 어디인지도 짐작 가능하니 궁금하다면 유추해볼 것.
<극장판 도라에몽: 신 진구의 버스 오브 재팬>
감독 야쿠와 신노스케 / 목소리 출연 채민지, 김정아, 곽규미, 김현욱, 최낙윤, 이현주, 조현정, 김민정 / 개봉 12월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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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일본 애니메이션 기대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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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릉! 부릉! 브루미즈: 스피더의 모험 일기>
감독 이영준 / 목소리 출연 양정화, 엄상현, 이소영, 우정신, 홍소영 / 개봉 12월15일
자동차들이 모여 사는 지피시티, 모양도 성격도 제각각인 다섯 자동차 스피더, 번지, 페라, 제리, 피티가 한데 뭉쳐다니며 마을의 문제를 해결한다. 유아용 TV애니메이션 <부릉! 부릉! 브루미즈>가 원작이고, 극장판인 <부릉! 부릉! 브루미즈: 스피더의 모험 일기>는 60분의 러닝타임에 다섯개의 에피소드가 포함돼 있다. <꼬마버스 타요> <로보카 폴리> 등 저연령층 교통 애니메이션 시리즈들과 내용 및 지향점에 있어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표범, 원숭이, 사슴, 기린, 판다 등의 동물 이미지를 결합해 더 부드럽고 귀여운 외형을 갖추었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디즈니, 워너브러더스 등에서 컨셉 디자이너로 일했던 맷 대너가 컨셉 디자인에 참여한 바 있다. <최강전사 미니특공대> &
[스페셜] 원작이 있는·수집욕 불러일으키는 피겨와 연계된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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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타임>
감독 장 프랑수아 풀리오 / 목소리 출연 이지현, 김경희, 최정현, 이현 / 개봉 12월15일
아이들의 눈싸움 스케일을 한껏 키운 캐나다 애니메이션으로, 2015년 자국 박스오피스 1위 기록을 세운 작품이다. 스노우볼이 무한대로 만들어내는 얼음 요새를 차지하기 위해 벌어지는 아이들의 대결이라는 단순한 스토리지만, 기상천외한 눈싸움 장면엔 혼이 쏙 빠진다. 각 팀의 리더 루크와 소피를 필두로 한 아이들의 캐릭터도 눈여겨볼 만하다.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지만 어쩌다보니 리더를 맡게 된 루크, 야무진 리더인 소피, 얼음 요새를 만든 괴짜 발명가 프랭키, 그리고 사랑스러운 노견 클리오까지 캐릭터의 각양각색의 개성이 두드러진다. 셀린 디옹, 심플 플랜 등 팝스타와 록밴드가 참여해 4만5천여장의 판매고를 올린 O.S.T도 겨울 분위기를 만끽하기 좋다. 앙드레 멜랑송 감독의 <꾸러기 전쟁>(1984)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한줄 포인트 각양각색의 아이
[스페셜] 동화·영화에서 출발한 겨울 시즌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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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나>
감독 론 클레멘츠, 존 머스커 / 목소리 출연 드웨인 존슨, 아우이 크라발호 / 개봉 2017년 1월19일
<인어공주>(1989), <알라딘>(1993), <헤라클레스>(1997)를 탄생시킨 디즈니 명콤비 존 머스커와 론 클레멘츠가 다시 한번 손을 잡았다. 이번에 그들이 선택한 이야기는 폴리네시아 신화다. 태초에 바다가 있고 섬이 탄생했다. 어느 날, 섬 수호신의 심장으로 만들어져 생명을 창조할 수 있는 권능을 지닌 돌이 용암 몬스터로 인해 바닷속으로 사라져버린다. 오랜 시간이 흐르고 섬의 생명이 꺼져가자 모아나(아우이 크라발호)는 섬을 되살리기 위해 반인반신인 영웅 마우이(드웨인 존슨)와 바다 모험에 나선다. 지난 코믹콘에서 감독들은 “모아나의 관심사는 사랑이 아닌 자기 자신”이라는 말로 모아나의 성격을 설명했다. 모아나는 성에 갇힌 공주도 아니고 사랑에 목말라 있지도 않다. 용감한 모험가인 모아나는 동료로서 마우이와 우정
[스페셜] 북미 스튜디오의 주목할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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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북미나 일본에 버금가는 애니메이션 강국이지만 우리에겐 아직 미지의 세계에 가깝다. 작가주의 성향을 지닌 단편 작품은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을 중심으로 해외에서도 이미 익숙하지만 극장용 장편애니메이션의 경우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것이 사실이다. 한편으론 그래서 이색적이고 신선한 느낌을 준다. <아브릴과 조작된 세계>는 <페르세폴리스>(2007)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JSBC 프로덕션의 세 번째 장편애니메이션이다. 프랑스 그래픽노블 작가 자크 타르디의 원화에서 모티브를 얻어 시작된 이야기는 <설국열차>의 원작자 뱅자맹 르그랑이 각본으로 참여하며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증기기관을 중심으로 발전한 1941년의 프랑스 파리, 불사의 약을 개발 중이던 한 과학자 부부가 정체불명의 세력에 납치된다. 사고 과정에서 할아버지도 실종되며 홀로 남겨진 딸 아브릴(마리옹 코티야르)은 말하는 고양이 다윈과 함께 거리를 떠돌며 생활한다. 비밀 아지트를 꾸리고 부모님
[스페셜] 우아하도다 <아브릴과 조작된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