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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사기사건이라는 조희팔의 다단계 사기·해외 도피사건은 도피행각 중이던 조희팔이 중국에서 사망했고 화장됐다는 소식과 함께 갑작스레 마무리되었다. 피해자들도, 그 사건을 지켜보던 다른 사람들도 납득하기 어려운 미진함만이 남았다. 그 조희팔 사건을 소재로 한 <마스터>가 개봉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당시 사건을 기획총괄했던 황운하 경무관과 연락이 닿았고, 조의석 감독에게 만남의 자리를 제안했다. 조의석 감독은 전작 <감시자들>(2013)로 경찰쪽 협조를 구하는 일은 제법 자신 있었는데도, <마스터>로는 경찰의 협조가 전무했다는 데 대한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리고 긴 고민 끝에 만남에 응했다. 어딘가 어색하리라는 기대와 달리 두 사람은 마주 앉아 훌쩍 세 시간을 보냈다. 조희팔은 정말 죽었을지, 극중 김재명의 실제 모델이랄 만한 경찰 내부 인물이 있는지, 또 영화화될 만한 실제 사건은 무엇이 있을지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 황운하 경
[스페셜] 조희팔 사건을 담당한 황운하 경무관과 <마스터> 조의석 감독이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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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윤호는 수줍음이 많다. 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에서 몸서리쳐지는 스토커 연기로 대중에 얼굴을 알린 그는 뜻밖에도 낯가림이 심했다. 스스로도 “워낙 긴장하는 편이라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는데 여름 촬영은 무섭기까지 하다”라고 말할 만큼 쉽게 얼고 당황하는 편. 그런데 그가 연기한 <치즈 인 더 트랩>의 오영곤은 약간의 호의만 보여도 모든 여자가 자길 좋아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이 여자 저 여자 쿡쿡 찔러대며 싫은 짓만 골라서 하는 뻔뻔한 밉상, 오영곤의 근거 없는 자신감을 대체 그는 어떻게 연기할 수 있었던 걸까. “원래 권은택 역으로 오디션을 보려 했다. 그런데 내 앞에서 오디션을 본 배우가 남주혁씨였다. ‘저 사람이 은택이다!’ 싶더라. 스쳐지나가는 찰나에 절벽으로 떨어지기 직전인 심정이 됐다. 그때 감독님 옆에 오영곤 역의 시나리오가 있는 걸 보고 바로 ‘양아치를 꼭 연기해보고 싶었다’고 말씀드리고 오영곤을 연기했다. 아마 은택 역으로 오디션을 봤더라면
[스페셜] 갈수록 기세등등 - <치즈 인 더 트랩> <환절기> 지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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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난데없이 찾아온 스타. 장동윤의 데뷔는 지상파 뉴스였다. 관악구의 한 편의점에 흉기를 든 강도가 들어왔고 장동윤은 친구와 통화를 하는 척 경찰에 당시 상황을 전달했다. 강도는 붙잡혔고 장동윤은 감사장을 받아 뉴스 인터뷰를 하게 됐다. “나는 계정이 없어 몰랐는데 SNS에서 화제가 됐다고 여기저기서 연락이 왔다. 믿기지 않겠지만 지금 소속사에서도 뉴스를 보고 연락을 줬다. 연기 해보지 않겠냐며, 편하게 얘길 나누자고 미팅 제안이 왔는데 당시 취업 준비를 하던 차라 고민하다 결국 도전해보기로 한 거다.”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장동윤이 “원래 하고 싶었던 일은 시를 쓰는 것”이었다. 대구시 교육청 문예창작영재교육원에서 시 쓰기를 배웠고 “중3 때부터 극장 개봉하는 영화의 포스터를 죄다 모았”을 만큼 영화를 좋아해 종종 혼자서 시나리오도 쓰곤 했단다. 자작시 <빗자루> <고구마 화물열차와 검은 말> <발바닥을 보다>로 제18회 청소년 소월문학상 시
[스페셜] 인간에 관심이 많아서 - <솔로몬의 위증> 장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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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이호정은 카메라 앞에서 여유가 넘쳤고 ‘배우’ 이호정은 자신의 진심을 솔직하게 꺼내 보이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이호정은 16살에 모델 활동을 시작해 무수한 패션지의 화보를 장식했고, BSX, 잠뱅이, FUBU 등 다수의 의류 브랜드 모델로 얼굴을 알렸다. 트렌디한 패션 감각으로 주목받던 대세 모델은 빅뱅의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 지코의 <나는 나 너는 너>, 어반자카파의 <널 사랑하지 않아> 등 뮤직비디오에서도 활약하며 활동 무대를 넓혀나갔다. 모델이 된 건 15살에 본 <무한도전> 덕이 컸다. 2010년 <무한도전> 달력 특집에 나온 모델 장윤주를 보고 모델 세계에 관심을 가졌고, “15년 만에 처음으로 ‘이 일이라면 자신 있게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10대에 많은 것을 이룬 이호정은 20대가 되자 연기에 도전한다. “모델 일을 시작한 초창기부터 주위에선 연기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권유를
[스페셜] 딱 나다운 연기 - <불야성> 이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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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의 오디션을 본 날 우도환은 일기장에 이렇게 썼다. “역대 가장 오디션을 못 본 날.” 지금까지 오디션을 60~70번은 봤고 이제는 오디션의 떨리는 순간을 즐기게도 되었지만 “이병헌, 강동원, 김우빈 등 쟁쟁한 선배 배우들이 출연하는” <마스터>의 오디션은 그를 바짝 긴장하게 만들었다. “평소보다 많이 들떠 있었던 것 같다. 오디션을 다 보고 나왔는데, 캐스팅될 거라는 기대감이 1%도 없었다.” 본인의 걱정과 달리 결과는 좋았다. 필리핀 로케이션을 위해 생애 첫 여권도 만들었으니 말이다. 우도환이 연기한 진 회장(이병헌)의 수하 ‘스냅백’은 영화 후반 진 회장과 김 엄마(진경) 사이의 팽팽한 기류 형성에 한몫하는 인물이다. 별다른 대사도 주어지지 않은 캐릭터지만 우도환은 아직 소년기가 가시지 않은 얼굴로 청년의 섬뜩한 기운을 풀풀 풍긴다.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돈 때문에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는 인물이라는 게 단번에 표현되길 바랐다. 걸을 때나, 운전
[스페셜] 서늘한 눈매의 청년 - <마스터> 우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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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하고 어려 보이는 외모는 페이크였다. 오하늬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서 그녀는 여리지도 어리지도 않았다. 연기에 관심 갖게 된 건,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어머니를 따라 공연을 자주 접하며 “나도 저런 무대에 서서 관심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 되면서부터. 20살엔 영화 연출을 준비하던 오빠의 단편영화에 출연해 처음으로 연기를 맛봤고, 한때는 아이돌 제안을 받아 연습생 생활도 했지만 연기에 대한 갈증만 키운 채 연습생 생활을 청산했다. 그 뒤론 소속사 없이 활동하며 자신이 직접 만든 명함을 들고 무작정 영화사의 문을 두드리고 다녔다. “처음엔 영화사에 프로필만 두고 왔는데 나중엔 좀 뻔뻔해져서, ‘혹시 들어가는 영화 있나요?’ ‘캐스팅은 언제 시작하죠?’ 하고 막무가내로 물어보곤 했다. (웃음)” 그렇게 “프로필 투어”를 한 끝에 오디션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기라도 하면 캐스팅 확정 소식을 들은 것도 아닌데 감격해 눈물까지 흘렸다고 한다. 대사 한마디 없는 단역에서 미래가
[스페셜] 성숙, 아무것도 잊지 않는 - <밀정> <무뢰한> 오하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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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첫 인터뷰를 앞둔 19살 김소희는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밝고 쾌활한 기질에서 나오는 웃음이기도 하겠으나 그보다는 데뷔의 순간에 으레 찾아오는 긴장의 신호다. 생글거리는 이 얼굴이 지난해 평단을 깜짝 놀라게 한 이경미 감독의 <비밀은 없다>의 소녀 최미옥이라니. 반항과 적개어린 무표정, 경상도 사투리가 밴 뭉뚝한 말투의 미옥은 친구의 죽음을 풀 열쇠를 쥔 아이다. 출연 분량도, 해내야 할 몫도 상당했던 난이도 상의 미션으로 김소희는 연기에 입문했다. “중3 때였다. 외향적인 성격을 눈여겨본 교감 선생님의 추천으로 연기 학원에 다니게 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밀은 없다>의 오디션을 봤는데 덜컥 합격한 거다!” 이경미 감독은 김소희에게 “꾸미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모습이 좋았다”며 단 하나의 주문을 했다. “(연기를) 막 하라!” 김소희가 이해한 ‘막’의 의미는 이러했다. “감독님의 의중을 파악하려고 애쓰기보다는 내가 생각한 것을 가감 없이 솔직히 말씀드
[스페셜] 막! 달려랏 - <비밀은 없다> <솔로몬의 위증> 김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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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씨네21>이 라이징 스타로 소개한 배우 박소담과 이성경은 어느덧 드라마와 영화의 주연 자리를 꿰차는 배우로 성장했다. 지난해 라이징 스타 인터뷰에서 만난 곽시양, 이원근, 지수 역시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씨네21>은 올해도 어김없이 앞으로가 기대되는 샛별들을 찾아 나섰다. 그리하여 6명의 배우들을 만났다. 올해 개봉하는 영화들에서 만날 수 있는 <환절기>의 지윤호, <청년경찰>의 이호정, <소중한 여인>의 오하늬, 그리고 최근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좋은 모습을 보여준 <비밀은 없다>의 김소희, <솔로몬의 위증>의 장동윤, <마스터>의 우도환이 그들이다. 지금까지 보여준 것보다 앞으로 보여줄 것이 더 많은 이들이기에 어쩌면 낯선 이름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배우가 되기 위해 치열하게 달려온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그 뜨거운 열정으로 못해낼 건 없겠다는 생각이
[스페셜] 가능성의 이름으로 <씨네21>이 만난 여섯 배우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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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으로 10번째다. <씨네21>은 지난 10주간 ‘영화계_내_성폭력’ 해시태그로 촉발된 성평등에 대한 문제인식을 나누고자 하는 의미에서, 영화인들과 여성, 소수자의 인권 침해와 그 대처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대담 자리를 가져왔다. 여성감독, 여성배우뿐만 아니라 이 문제를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는 남성 영화인들과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현장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례들이 공론화되었고, 각자의 위치에서 향후 대처 방안에 대해서도 제안이 이루어졌다. 10번째 대담에서는, 이제 작은 발걸음이라도 실천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싶었다. 현장의 이선영 촬영감독, 고지연 슈퍼바이저과 함께 촬영 스탭인 안병호 전국영화산업노조 위원장, 이현명 한국영화프로듀서 조합(PGK) 부대표를 한자리에 모은 것도 현장 영화인과 조합의 방안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생각에서였다. 10번째 대담의 실천방안을 되새기며, 1월16일(월)에는 <씨네21>이 이 문제와 관련해 한국여성민우회와 함
[스페셜] 영화계 내 성폭력 열 번째 대담: 현장 스탭들 - 고지연·안병호·이선영·이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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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브러더스코리아 로컬 프로덕션(이하 워너)은 창립작 <밀정>으로 한국 영화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해외 직배사 로컬 프로덕션이 시행착오도 없이 매끄럽게 안착할 수 있었던 것은 최재원 대표의 공이 크다. 제작사 아이픽쳐스와 바른손필름, 투자·배급사 NEW의 공동대표를 거쳐 제작사 위더스필름에서 <변호인>을 만들어낸 최재원 대표가 나서 해외 메이저 직배사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의 장벽을 낮췄고, 워너는 자본력과 유연한 기획개발 시스템, 새로운 아이템에 대한 열려 있는 태도로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했다. 2017년 라인업은 박훈정 감독의 <V.I.P.>, 이정범 감독의 <악질경찰> 등 4~5편이 대기 중이다. 두 번째 작품인 <싱글라이더>의 2월 개봉을 앞둔 최재원 대표와 나눈 대화를 전한다.
-2016년은 워너가 창립작 <밀정>으로 750만명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영화산업에 무사히 안착한 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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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갖춰진 시스템 안의 속을 채워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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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성 대표를 만난 지난 1월2일은 그가 이십세기 폭스 인터내셔널 프로덕션코리아(이하 폭스)에 정식 합류한 지 1년째 되는 날이었다(정식 발령은 2016년 1월1일). 외국계 광고대행사 맥켄에릭슨에서 코카콜라, 나이키, 리바이스 광고를 맡았다가 2006년 리얼라이즈픽쳐스에 합류해 원동연 대표와 함께 <미녀는 괴로워>(2006), <국가대표>(2009), <플레이>(2011),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등 여러 영화를 제작하고, <신과 함께> <대립군>을 진행했던 그다. 폭스는 지난해 나홍진 감독의 <곡성>으로 국내외 시장, 칸을 포함한 여러 영화제에서 인정을 받았고, 현재 정윤철 감독의 신작 <대립군>(제작 리얼라이즈픽쳐스)을 진행하고 있다. 오랫동안 제작사를 운영하다가 직배사로 활동 영역을 옮긴 그가 폭스 생활 1년 동안 그린 그림은 무엇일까.
-폭스 합류 1년째다. 오랫동안 제작사
[스페셜] 폭스식 계약과 한국식 수익 배분 중 고르게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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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은 NEW가 <부산행>을 타고 달려 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정점을 찍은 한해였다. 지난해 유일의 천만영화였던 <부산행>은 해외 25여개국에서 개봉해 약 46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고, 첫 자체 제작한 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한국과 중국에 동시 방영되면서 각각 시청률 38.8%, 누적 조회수 44억뷰를 돌파해 한류의 불씨를 재점화했다. 이에 탄력을 받은 NEW는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인하우스로 영화와 드라마를 기획·제작하는 스튜디오앤뉴와 극장사업에 박차를 가할 영화관 수급팀을 신설한 것이 눈에 띄는 변화다. 개편을 맞아 영화사업부 본부장에서 영화사업부 총괄상무이사로 승진한 박준경 영화사업부 총괄상무이사를 만났다.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인사이동이 있었다.
=2016년은 창립 이래 가장 큰 변화가 있었던 해다. 기존 사업부서에 있던 세명의 이사가 상무로 승진했고 스튜디오앤뉴, 극장사업을 비롯한 신규 사업도 시작됐다. 각
[스페셜] 콘텐츠의 본질에 집중하면서 신나게 일해볼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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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박스는 2016년 1월부터 11월까지 한국영화 관객 점유율이 투자·배급·직배사를 통틀어 가장 높았다(12월 통계는 미발표).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16년 11월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쇼박스는 관객 점유율 28.3%를 기록했다. 2위 CJ E&M의 24.7%보다 3.6% 높은 수치다. 지난해 라인업 총 7편 중에서 <검사외전>(970만여명), <터널>(712만여명), <럭키>(697만여명), <굿바이 싱글>(210만여명) 등 4편이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쇼박스에 2016년은 실속을 제대로 챙긴 해라 할 만하다. 마침 김도수 쇼박스 한국영화 제작투자 본부장이 1월1일부로 한국영화본부 상무로 승진해 축하 인사부터 건넸다.
-쇼박스 2016년 라인업 7편 중에서 무려 4편이 손익분기점이 넘었는데.
=영업이익(총매출-비용=영업이익)은 124억원(매출액은 866억원, 2016년 3분기 기준)으로, <암살&g
[스페셜] 규모가 크든 작든 작품에 단단함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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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CJ E&M의 영화사업부문의 성적은 영 신통치 못했다. 단순 비교해봐도, 1300만명을 동원한 <베테랑>(2015)이 있던 2015년의 여름 시장에 비해 지난해는 700만명을 조금 넘긴 <인천상륙작전>으로 만족해야 했다. 게다가 이 스코어가 지난해 CJ E&M의 최고 성적이다. 2016년 12월21일 개봉한 <마스터>가 흥행하고 있다지만 아쉬운 건 아쉬운 거다. 지난해 8월 한국영화사업본부장에서 해외사업본부장으로 자리를 이동한 권미경 본부장을 만났다. 2016년에 대한 자평 그리고 2017년 전망에 대해 물었다.
-지난해는 <국제시장>(2014)에 이어 <베테랑>으로 고공 행진하던 2015년과 달리 침체기였다.
=여름 시장 블록버스터조차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부산행>(배급 NEW)이 그렇게 셀 줄 몰랐다. 경쟁작 분석에 실수가 있었다. 제작 중인 작품의 진행 상황의 변수를 잘 살피
[스페셜] 한국 문화를 해외로 가져가는 게 우리의 숙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