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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은 없다> 손익청 스틸 작가
사라진 딸 민진(신지훈)을 찾아나선 연홍(손예진)의 얼굴에 신경질적인 불안과 광기가 엿보인다. 잠시 카메라는 멈췄지만, 손예진은 연홍의 표정을 쉽게 풀지 않은 채 계속해서 콘티를 뚫어져라 본다. 손익청 스틸 작가는 이때 “배우 손예진의 대단한 집중력에 놀랐다”고 회상한다. 이어서 그는 현장의 에너지도 전했다. “이경미 감독님은 매 신 매 컷 여러 테이크를 진행하셨다. 그때마다 디렉션도 조금씩 달라졌다. 그러다보니 하루에 찍을 수 있는 분량이 많지 않았다. 배우로서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었을 텐데도 감독님과 손예진 배우의 호흡이 정말 좋았다. 서로 어찌나 집중하고 하나라도 더 만들어보자는 의지가 크던지!”
[스페셜] B컷으로 보는 2016 한국영화 <비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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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김진영 스틸 작가
딸 효진(김환희)의 이상이 외지인(구니무라 준) 때문이라 생각한 종구(곽도원)가 산속에 자리한 외지인 집을 찾아가 집을 때려부수다 외지인과 부딪치는 장면이다. “중요한 촬영이라 두 배우 모두 예민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역시 프로페셔널했다. 스탭들이 촬영을 준비하는 동안 영화 데뷔 전 연극배우로 연기를 시작한 점, 데뷔 초에 겪은 어려움 등 서로의 공통점을 짚으며 옛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김진영 스틸 작가는 “일본에선 상당히 연륜 있는 배우인데도 한겨울에 훈도시만 입고 폭포로 들어가고, 새벽 촬영을 하는 등 고생이 많았음에도 스스로를 위한 어떤 부탁도 하지 않았던 것이 무척 의외였다”고 한다.
[스페셜] B컷으로 보는 2016 한국영화 <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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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자신과 당신의 것> 김진영 스틸 작가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는 유독 긴 대사가 많다. 아무래도 배우들 입장에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으로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처음으로 출연하게 된 배우 김주혁, 이유영은 더 그러했나 보다. 김진영 스틸 작가가 대사 연습에 ‘초집중’하는 두 배우를 카메라에 담았다. “두 배우가 틈만 나면 혼자 중얼중얼 대사를 입에 붙여보거나 서로 대사를 맞춰보며 촬영 준비를 했다. 저녁 촬영에 앞서 두 배우가 나란히 앉아 본인들의 대사를 숙지하는 모습이다. 독서실에서 벼락치기하는 중고생 같지 않은가. 이 귀여운 모습에 사진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완전히 가까이 다가가 찍었음에도 두 배우 모두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어서인지 내게는 눈길 한번 안 주더라.” 잘 알려져 있듯, 홍상수 감독은 촬영 전 리허설을 하지 않는다.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게 감독님의 의중”이라는 김진영 스틸 작가의 설명. 대신 배우
[스페셜] B컷으로 보는 2016 한국영화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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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이재혁 스틸 작가
촬영을 모두 마친 마지막날, 코우즈키(조진웅)의 무지막지한 손을 머리에 얹고 어린 히데코(조은형)가 해맑게 웃고 있다. 사진은 박찬욱 감독이 두 사람을 두고 사진집 <아가씨 가까이>에 실릴 스냅을 찍고 있는 모습. “감독님께서 이전에 <씨네21>과 인터뷰하며 ‘나는 영화감독이자 사진가’라고 말하신 적이 있잖나. 현장에서 내게도 종종 아이패드에 담긴 사진을 보여주시곤 했는데 그때마다 정물의 선과 공간을 예민하게 캐치하시는 데에 놀랐다. 이러려고 내가 스틸 작가를 했나. 자괴감이 든다. (웃음)”
더위에 넋이 나간 아가씨들? 아니다. 물론 습한 여름, 일본 촬영 중이라 덥기도 몹시 더웠지만 “5회차 촬영 중 김민희와 김태리가 키스 신을 처음 찍고 난 뒤라 잠시 지쳐서 쉬고 있는 모습”이란다. “내 사진 폴더에 있는
이 장면의 앞 사진들은 휴대폰으로 둘이 셀카 찍으며 다정히 얘기를 나누는 컷이고 촬영 직후 찍은 이 사진
[스페셜] B컷으로 보는 2016 한국영화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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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정> 조원진 스틸 작가
“태구, 오랜만이네.” 이병헌이 선수를 쳤다. 태구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 2008)에서 송강호가 연기한 캐릭터다. 그 말을 듣자마자 송강호는 웃음보가 터졌다. 먼저 “창이”(<놈놈놈>에서 이병헌이 맡았던 캐릭터)를 부르려고 했다가 이병헌에게 타이밍을 뺏긴 것이다. <밀정>에서 이정출(송강호)과 정채산(이병헌)이 처음 만나는 장면을 촬영하기 전에 진행한 테스트 촬영에서 벌어진 상황이다. 김지운 감독은
슛 들어가기 전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에서 한두번 테스트하는 스타일이다. 김지운 감독을 포함해 스탭들은 내심 기대했다. <놈놈놈> 이후 8년 만에 재회한 송강호, 이병헌 두 배우가 <놈놈놈>을 떠올리게 할 상황을 만들지 않을까. 두 배우의 재기 넘치는 합 덕분에 조원진 스틸 작가의 카메라 뒤에 자리한 스탭들은 전부 배꼽을 잡아야 했다.
꽤 심각해
[스페셜] B컷으로 보는 2016 한국영화 <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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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라> 스틸 사진을 찍은 노주한 작가는 촬영 초반 김성수 감독에게서 USB를 하나 받았다. 인물, 소품, 톤 앤드 매너, 공간 등 여러 항목으로 정리된 <아수라> 관련 자료였다. “스틸을 찍는 데 참고하라”는 김성수 감독의 배려였다. 김성수 감독과 <아수라> 출연배우들은 현장에서 그가 좋은 사진을 건질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었다고 한다. “공간이 좁아서 스틸을 찍을 수 없는 상황에서 배우들은 스틸 카메라를 위해 한번 더 연기를 보여주기도 했다”는 게 노주한 스틸 작가의 설명. 이처럼 좋은 스틸은 스틸 작가만의 힘으로 탄생하지 않는다. <씨네21>이 모은 올해 한국영화 B컷 스틸들 또한 스틸 작가와 현장이 함께 힘을 모아 만든 결과물일 것이다. 재미있는 사진들을 보면서 올해 한국영화들을 쭉 떠올려보시라.
[스페셜] <아가씨> <밀정> <아수라>… 2016 한국영화 현장 스틸 스페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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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영화는 해마다 선정이 어려워진다. 올해 역시 양적인 증가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손색없는 다양한 영화들이 소개되며 평자들의 선택이 분산될 수밖에 없었다. 같은 순위에 여러 영화를 꼽는 경우가 늘어난 것에서 한편이라도 더 알리고 싶은 평자들의 곤혹스러움을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1위만큼은 독보적이었다. 대다수의 평자들이 <자객 섭은낭>을 1위로 꼽으며 2위와 큰 격차를 보였다. 2위 <캐롤>도 많은 평자들이 2위로 꼽으며 안정적으로 2위를 차지했다. 평자들의 개별 1, 2위와 전체 1, 2위가 거의 유사한 결과로 이어진 한해였다. 3위부터 5위까지는 박빙의 경쟁을 보이며 근소한 차이로 순위가 갈렸다. 3위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과 4위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현 시국과 연관된 평가가 주를 이뤘는데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의 시의성에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다가오는 것들>은 상위권으로 뽑은 이가 상대적으로 적은 반면 많은
[스페셜] 올해의 외국영화 총평과 6위부터 10위까지의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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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외국영화 1. 자객 섭은낭
요즘 유행하는 말을 빌리자면 사실상 만장일치나 다름없다. 리스트의 제일 앞줄을 나란히 장식하고 있는 똑같은 이름에 지루함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한번쯤 해본 사람이라면 결과에 납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자객 섭은낭>은 “살아서 영화를 보는 기쁨”(김소희)을 주는 영화다. “움직이지 않는 역동성은 로베르 브레송의 최신작을 보는 듯 감탄스럽고, 화려하고 찬란한 순간이 관객 스스로의 내면에서 발견된다는 점 역시 경이롭다.”(이지현) 감히 단언하건대 “영화라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새삼 하게 만드는”(김영진) 이 영화의 성취는 언어로 묘사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아마도 “아름답다”(김태훈)는 모호하고 광범위한 감상이나 “기체도 고체도 아닌 일렁이는 불꽃같은 화면”(송형국) 등의 은유적 묘사가 다수 눈에 띄는 건 그 때문일 것이다. <자객 섭은낭>의 화면을 언어로
[스페셜] 2016 외국영화 베스트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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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와 <럭키>를 제작한 용필름의 임승용 대표가 올해의 제작자로 선정됐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넘나드는 기획력과 감각”(장영엽)에 대한 평가가 많았다. 박찬욱 감독에게 <핑거스미스>의 영화화를 제안한 이도,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각색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한 사람도, <럭키>에서 유해진을 원톱으로 기용한 사람도 임승용 대표다. “각색, 제작 진행, 상업적인 감각 모두 정점에 올랐다”(김성훈)는 평은 충분히 타당해 보인다. 임승용 대표는 이러한 평이 어색한지 “사람의 일은 운칠기삼 아니냐”며 웃었다. “지금까지 영화를 제작하면서 실패도 맛봤고, 과한 칭찬도 들었고, 큰돈도 벌었고, 큰돈을 잃기도 했다. 중요한 건 이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던 순간의 벅찬 마음을 잃지 않는 거라고 생각한다. 돈을 벌기 위해 영화를 만드는 게 아니라 영화를 만들기 위해 돈을 벌었으면 좋겠다.”
[스페셜] 올해의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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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익 감독의 <동주>는 “윤동주 시인의 삶과 그의 시의 절묘한 조합”(김태훈)의 영화다. 여기에는 신연식 감독의 시나리오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윤동주가 열등하게 그려짐으로써 오히려 더욱 빛나는 인물로 부각”(한창호), “문학적인 영화, 영화적인 문학(시나리오)”(김성훈)이라는 평이 이어졌다. 신연식 감독은 “윤동주 시인이라는 어드밴티지가 적용된 게 아닐까. 인간답게 사는 게 뭘까를 고민했던 근대적 인물이다. 그간 윤동주 시인이 직접 시 문학에 대해 말하는 형식의 영화가 없었던 점도 주효했던 것 같다”고 전해왔다. 신연식 감독은 각본가인 동시에 연출자이고 제작자다. 그런 면에서 이번 시나리오는 “영화의 사이즈를 의식하면서도 품격, 의미, 재미를 놓치지 않은 재능”(김영진)이 엿보였다. “저예산영화를 제작하다보니 신당 촬영 시간까지 고려해 시나리오를 쓰게 됐다”는 게 신연식 감독의 설명이다.
[스페셜] 올해의 시나리오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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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에서 보여준 정정훈 촬영감독의 촬영은 “한마디로 ‘왕의 귀환’을 느끼게 하는 품격 있는 화면”(이지현)이자 “시각적 쾌감을 극한까지 밀어올리는 짜릿한 경지”(김지미)였다. 정정훈 촬영감독은 수상 소식을 듣자마자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아가씨>는 연출, 연기, 미술 등 동료들이 잘 차려준 음식을 안전하게 운반해야 했던 작업이었다. 동료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은 것 같아 다행스럽다.” 겸손한 소감과 달리 그가 “올해 가장 호사스러운 잔칫상(<아가씨>)을 차려준 사람”(듀나)이라는 평에는 이견을 달기 어려울 것이다. 그는 현재 차기작 <커런트 워> 촬영을 코앞에 두고 런던에서 로케이션 헌팅을 하고 있다. 토머스 에디슨(베네딕트 컴버배치)과 조지 웨스팅하우스(마이클 섀넌)가 전기를 개발하기 위해 경쟁하는 이야기로, 니콜라스 홀트, 톰 홀랜드, 캐서린 워터스턴도 출연한다. “알폰소 고메즈 레존 감독이 박찬욱 감독님과 성격이 비슷하다.
[스페셜] 올해의 촬영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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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모두가 겪었지만 그럼에도 잊었던 유년기의 감정과 순간들을 고스란히 환기시키”(조재휘)며, “가장 알맞은 자리에서 사춘기의 아이들을 보듬는 섬세한 시선의 탁월함”(김지미)을 보여줬다. <사루비아의 맛> <손님> <콩나물> 그리고 <우리들>까지, 윤가은 감독의 “세편의 단편과 한편의 장편으로 이루어진 그 세계는 아직 호기심과 기대를 자극하는 미개척의 영토를 품고 있다”(듀나)는 호평을 얻었다. 감독은 “다음 영화가 진짜 첫 영화이리란 생각이 든다. 나는 이제 막 학교에 입학한 초등학생이다. 앞으로 여기서 무엇을 배우고, 누굴 만나고, 어떤 공부를 하게 될까 궁금해진다”며 차기작을 다듬고 있다고 전했다. “다시 차근히 인풋의 과정을 거치는 중”이라는 그라면 분명 다음 작품에서도 “잘하는 것에 몰두하는 살뜰함과 과잉되지 않은 담백함의 균형”(송효정)을 보여주리라 짐작된다.
[스페셜] 올해의 신인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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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의 숙희를 연기하며 “생기 넘치는 능청”(김소희)을 마음껏 뽐낸 김태리는 만장일치에 가까운 호감으로 올해의 신인 여자배우에 꼽혔다. “천진하면서도 천연덕스럽고, 다부지면서도 우아한 것들이 충돌 없이”(정지혜) 존재하는 완성된 신인이라는 것이 중평이다. 김태리는 숙희만큼 담대하고 분명하게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준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수준 높은 스탭과 월등한 선배들의 현장에서 내 몫을 다해내려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고 말했다. 김태리의 신비는 연기력에 한한 것이 아니다. “풋내기 스타로서 자신과 영화와 캐릭터의 매력을 어떻게 옹호할 수 있는지도 잘 알고 있다”(듀나)는 점은 김태리가 이전에 없었던 영역의 스타성까지 두루 갖췄음을 설명한다. 현재 “<아가씨>와는 또 다른 소중함을 안겨줄 <리틀 포레스트> 촬영 준비에 여념이 없다”고 한다.
[스페셜] 올해의 신인 여자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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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괴작’이라 할 만한 <우리 손자 베스트>(감독 김수현)의 구교환. “인물을 연민하거나 캐릭터의 전체상을 규정하지 않은 채, 순간의 진실을 연기하는 유연함과 대담성을 갖췄다”(김혜리)는 평이다. 독립영화계에서 구교환은 이미 자기 색이 선명한 감독이자 유연한 배우로 알려져 있다. “독립영화계에서의 위상과 역할을 생각하면 배우 송강호와 이병헌 정도”(송경원)라는 말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런 재능이 빚은 결과가 이어졌다. 구교환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꿈의 제인>(감독 조현훈)의 트랜스젠더 제인 역으로 ‘올해의 배우상’을,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에서 이옥섭 감독과 공동 연출한 <플라이 투 더 스카이>로 국내경쟁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구교환은 “연출작과 연기한 작품 모두 상을 받는 ‘어메이징한’ 기적을 경험한 해다. 영화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않고, 연기하는 재미를 놓치지 않으며 잘해나가고 싶다”며 계속된 다음을 기약한다. 현재 그는 이옥섭 감독과
[스페셜] 올해의 신인 남자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