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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육상 거치 작업이 완료된 4월 11일, 목포신항으로 향했다. 목포대교 위에서도 옆으로 누운 세월호의 모습은 한눈에 들어왔다. 택시 기사는 익숙하게 목포신항 입구에 차를 세웠다. 노란 리본띠를 이정표 삼아 걸었더니 금세 세월호 거치장에 도착했다. 항구의 거센 바람에 철조망에 빼곡히 매달린 노란 리본은 파밧파밧 소리를 내며 어지러이 나부꼈고, 노란 리본이 물결치는 사이로 녹슨 세월호가 보였다. 배는 꿈쩍 않고 누워 있었다. 그런데도 위태로운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위태로운 공기를 느꼈는지도 모른다.
목포에 간 건 4·16연대 미디어위원회가 제작한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프로젝트 <망각과 기억2: 돌아 봄>(이하 <망각과 기억2>)에 참여한 박종필 감독과 안창규 감독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4·16연대 미디어위원회는 지난해 4·16 프로젝트 <망각과 기억>(2016)을 선보였다. <망각과 기억2>에는 세월호 생존자 이야기 &
[스페셜] 세월호 이야기 담은 다큐멘터리 <망각과 기억2: 돌아 봄>을 계기로 대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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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3년. 그동안 대통령이 탄핵됐다.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은 탄핵의 사유가 되지 못했지만 그로 인해 대통령의 신뢰도는 바닥을 쳤다. 세월호도 1092일 만에 육지로 올라왔다. 9명의 미수습자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은 세월호가 육상 거치된 목포신항에 다시 짐을 풀고 선체 수색 작업을 지켜보고 있다. 지금도 여전히 언론과 정부와 정치인이 해야 할 일을 유가족들이 하고 있다. 물론 함께 진실을 찾으려는 선의의 마음들이 있다. 미디어 활동가와 독립다큐멘터리 감독들이 참여한 4·16연대 미디어위원회는 참사 초기부터 ‘기억하기’ 작업을 해왔다. 올해는 6편의 중편다큐멘터리를 엮은 <망각과 기억2: 돌아 봄>을 제작해 선보인다. 세월호 참사의 현장을 기록해온 ‘세월호를 생각하는 사진가들’도 있다. 세월호 3주기를 앞두고 <망각과 기억2: 돌아 봄>에 참여한 이들을 목포에서 만났다. ‘세월호를 생각하는 사진가들’에서 활동중인 작가들의
[스페셜] 그대를 만나러 팽목항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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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영화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한 세기를 거치며 이 장르에 주목할 만한 족적을 남긴 에세이스트와 그들의 작품을 시대별로 정리해봤다.
1. <카메라를 든 사나이>(Человек с Киноаппаратом) 감독 지가 베르토프, 1929
“나는 오직 나만 볼 수 있는 세계를 당신들에게 보여주는 기계다.” ‘키노-아이’(영화-눈)라는 철학으로 유명한 지가 베르토프의 대표작. 소비에트연방의 다양한 도시에 사는 시민들의 일상을 조명한 무성영화다. 카메라를 든 남자가 도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찍는다. 베르토프는 이때 영화를 촬영하는 남자의 모습과 카메라가 촬영한 필름, 그 필름을 편집하는 모습을 점진적으로 보여주며 한편의 영화가 완성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극영화적인 서사와 기존의 영화에 늘 등장하던 자막을 배제한 이 작품은 관객으로 하여금 새로운 눈으로 현실을 바라보게 했다. 현실 모방이 아니라 현실 변혁을 꿈꿨던 급진
[스페셜] 에세이영화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주요 작품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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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부터 영미권 영화매체와 평단에서 ‘에세이영화’(Essay Film)라는 용어가 적잖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이건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개념은 아니다. 오슨 웰스와 크리스 마르케, 장 뤽 고다르와 아녜스 바르다…. 20세기 영화사에서 주목할 만한 족적을 남긴 수많은 시네아스트들이 이러한 영화 만들기의 방식을 구축하거나 도전한 바 있다. 하지만 가장 진보적이고 대담한 영화 만들기의 방식 중 하나였던 에세이영화가 지금 이 시점에서 각광받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최근 에세이영화가 주목받는 이유와 더불어 20세기 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주목할 만한 에세이영화의 흐름을 되짚어봤다.
에세이영화. 영화 만들기의 방식을 지칭하는 수많은 용어 중에서 에세이영화만큼이나 모호하고 언뜻 보아서는 그 뜻을 짐작하기 어려운 대상도 드물 것이다. 누군가는 산문의 형식을 취한 영화라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문학적인 영화를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또 다른 누군가는 ‘에세
[스페셜] ‘에세이영화’라는 어떤 영화사적 흐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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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가상현실(Virtual Reality))이 업계 화두로 떠오르던 2년 전, 20주년 창간 특집호에서는 VR과 영화의 접목 가능성을 내다보면서 영화의 스토리와 촬영 기술의 변화에 주목해봤다.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VR영화의 실현 가능성이 보다 구체화되었고 게임과 영화 분야의 제작 기술의 경계가 대두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서 탄탄한 내실을 다져가던 VFX(CG 기반 시각효과(Visual Effects)) 분야가 주목받고 있다. 과학 팟캐스트 <과학기술정책 읽어주는 남자들>에서도 소개된 바 있는 박재욱 EVR 스튜디오 이사와 강윤극 세종대학교 소프트웨어융합대학 교수 등은 이른바 할리우드 VFX 진출 1세대다. 이들이 지금 VR이라는 새로운 매체의 발전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VFX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덱스터, 디지털 아이디어 등의 기업에서 출발해 여러 분야로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는 전문가들 역시 마침 같은 고민을 나누고 있었다. 이들이 바라보는 국내
[스페셜] 국내 최고 VFX 전문가들이 진단하는 미래의 시각효과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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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극장을 찾은 관객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어두컴컴한 극장에 꼼짝없이 두어 시간을 발이 묶여 있어야 관람 가능한 매체다. 장르의 형식이라는 것도 틀이 짜여 있어 어떤 영화는 그 틀과 규칙을 잘 지켜 재미있고, 어떤 영화는 틀을 깨고 벗어났다며 신선하다고 반응한다. 그래서 우린 종종 영화의 역사란 것이 영화를 틀에 가둬두었다가 지루해지면 또 꺼내어 산산조각내었다가 또 가두는 등의 행위를 무한 반복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 그런 와중에 영화는 끊임없이 예술성을 획득하게 되고 시간을 더 아름답게 가둬두는 노하우를 얻게 된다. 여기 소개하는 영화 만들기를 둘러싼 두 가지 경향은 전혀 다르면서도 묘하게 비슷한 속성을 지니고 있다. 에세이필름이란 형식은 영화의 형식보다 그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 자신에 주목하는데 그 때문에 자연스럽게 영화 자체의 형식을 되묻게 된다. VFX란 영화를 꾸며주는 시각효과 기술이 고도로 발전함에 따라 그 영화의 형태가 확장할 수 있는
[스페셜] VFX 분야의 발전과 에세이필름 경향을 분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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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상자료원은 매년 그해 주목할 한국 영화인을 집중 조명하는 특별전을 개최한다. 그동안 영화감독 김수용, 김기덕, 이만희와 영화배우 최은희, 윤정희 등이 영상자료원의 한국 영화인 특별전으로 관객을 만났다. 올해는 데뷔 60년을 맞은 영화배우 김지미와 안성기 특별전을 준비중이다. 그리고 이중 2017년의 첫 번째 주인공으로,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KOFA에서 4월 13일(목)부터 28일(금)까지 ‘한국영화의 페르소나, 안성기展’이 열린다.
흔히 특정 감독의 작품에 지속적으로 출연하며 그 감독의 세계관을 대변하는 배우를 누구누구의 페르소나라고 말한다. 그래서 특정 감독의 페르소나가 되는 배우는 곧 그 감독의 분신이기도 하다. 배우의 이미지는 감독과 겹치고, 이내 작품과 겹친다. 대표적으로 프랑스의 배우 장 피에르 레오는 유년기부터 장년기까지 긴 세월을 프랑수아 트뤼포의 작품들에 출연하며 그의 분신이 되었고 그의 페르소나가 되었다. 어느 순간 우리는 레오의 연기에서 트뤼포를 발견하
[스페셜] 진짜 배우 안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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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60년, 배우 안성기의 궤적을 따라가는 건 우리에겐 게을리할 수 없는 중차대한 일이다. 1957년 김기영 감독의 <황혼열차>(1957)가 시작이었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시대별로 나누기만 해도, 1980년대 이장호, 배창호 감독이 주도한 한국영화의 뉴웨이브, 사회비판적 영화들의 흐름이 보이고, 임권택 감독의 방대한 영화 세계를 모자이크할 수 있으며, 1990년대 충무로의 흐름을 한눈에 엿볼 수 있다. ‘국민배우’라는 수식, 트레이드 마크가 된 주름진 환한 미소의 얼굴이 아마, 안성기라는 배우를 규정할 수 있는 우리에게 허락된 유일한 단어일 것이다. 지금도 배우 안성기의 필모그래피는, 어떤 전형성으로도 엮이지 않은 채 변화하고 전진하고 있다. 아직 안성기의 얼굴에서는 찾아야 할 것이 많다. ‘데뷔 60년’이라는 숫자를, 그저 한 템포 쉬어가는 정도로 인지해 달라는 배우의 당부가, 앞으로 그의 계획이자 다짐처럼 소중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씨네21> 창간 22주
[스페셜] 한국영화의 역사가 새겨진 배우 안성기의 60년 연기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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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자>를 찾아서
-<옥자>를 자꾸 ‘봉자’라고 잘못 부르게 됩니다. 저만 그런가요?
=많아요. ‘봉자’, ‘영자’, ‘순자’ 등등. (웃음)
-캐릭터 작명 과정을 즐기시는 걸로 알아요. <옥자>에는 동물 옥자와 소녀 미자가 나오고 <플란다스의 개>에서는 실종된 반려견 이름이 순자였는데요. <옥자>(OKJA)라고 하면 미국 관객은 이름인 줄도 모르겠어요.
=영어권에선 재미있어해요. ‘오케이 자’라고도 읽고 틸다 스윈튼을 비롯한 출연배우들도 “억자”라고 발음하며 신기해해요. 최고로 촌스러운 일제강점기 작명 패턴의 이름이라고 설명했는데 미국에서도 마거릿 같은 이름이 도시 여성들이 질겁하는 구식 이름이라고 하더라고요.
-티저 예고편에서 옥자는 거대한 돼지로 보이는데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한 동물인가요?
=유전자 조작은 아니고 친환경 육종이랄까, 자연적 돌연변이를 교배해서 태어난 돼지죠.
-미자가 가족 같은 옥자를 찾
[스페셜] 오는 6월, 여섯 번째 신작 <옥자> 공개하는 감독 봉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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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집단예술이고 그래서 때로 예기치 못한 괴력을 발휘한다. 그럼에도 누군가 한 사람의 개성과 취향이, 해일처럼 영화를 한쪽으로 다짜고짜 밀어갈 때 우리는 그가 감독이건 각본가이건 배우이건 해당 영화의 작가라고 여긴다. 봉준호 영화의 한복판에는 징그러운, 그리고 동시대 한국 사회를 징그러워하는 한 내성적인 감독의 초상이 버티고 있다. <플란다스의 개>(2000),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 <마더>(2009)는 한국적 난장판의 풍경에 직면해 그 내부에서 영화적인 질서를 지어낸다. 이 과정에 장르가 끌려 들어온다. 그러나 봉준호에게는 본인이 감각하는 역사와 사회를 미국발 장르에 맞춰 재단할 의향이 없기에 흥미로운 게임이 시작된다. 이 고집스런 구체성과 지역성은 정밀한 영화적 언어를 경유해 그의 영화를 시네마의 세계 지도에서 흥미로운 보편적 텍스트로 만든다. 역사적 변증법을 SF로 옮겨놓은 <설국열차>(201
[스페셜] <옥자>는 내 첫 번째 사랑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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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급할 영화가 너무 많다. 의미로 따지면 한편도 뺄 영화가 없지만 시대 제한을 두지 않은 까닭에 부득이 리스트에 들어가지 못한 고전영화들(1990년대 이전)을 몇편 골라 소개한다. 이 영화들을 잊지 않고 뽑아, 이렇게 소개할 기회를 준 영화인들에게 감사를 보낸다. 여기 한국영화 여성 캐릭터의 발자취가 있다.
- 1990년대 이전 기억해야 할 배우 3인 -
1. 문정숙
<검은 머리> 감독 이만희, 1964 <마의 계단> 감독 이만희, 1964
1960년대를 대표하는 성격파 배우라면 문정숙을 빼고 논할 수 없다. 이만희 감독의 <귀로>(1967)를 첫손가락에 꼽은 이들이 많았지만 사실 문정숙에게 좀더 특별한 한해는 1964년이 아니었을까 싶다. <검은 머리> <마의 계단> 등이 차례로 제작되었기 때문이다. “문정숙은 이만희 이전 내성적인 순응형과 이만희 이후 적극적 자아실현형 캐릭터로 나뉜다”는 김종원 평론가의 평처럼 이만
[스페셜] 기억해야 할 고전영화 속 여성 캐릭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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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로운 캐릭터로 이름이 가장 많이 거론된 배우는 전도연이었다. 전도연은 <밀양>의 신애, <해피엔드>의 보라, <무뢰한>의 혜경, <너는 내 운명>의 은하, <접속>의 수현, <피도 눈물도 없이>의 수진 등 모두 6편의 작품으로 언급됐다. 운명의 사슬에 갇힌 여성, 질곡의 운명 속으로 뛰어드는 여성, 강한 자의식을 지닌 여성, 사랑을 쟁취하는 여성, 현대인의 초상으로서의 여성 등 캐릭터의 온도와 성질을 가리지 않고 전도연이기에 가능한 캐릭터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전도연은 “2000년대 한국영화의 얼굴”(이지현 평론가)이 되기에 충분했다. 전도연 다음으로 가장 많이 언급된 배우는 배두나, 강수연, 윤여정이었다. 배두나는 <고양이를 부탁해>의 태희, <플란다스의 개>의 현남, <복수는 나의 것>의 영미, <도희야>의 영남, <괴물>의 남주로 모두 5편에 이름을 올렸다.
[스페셜] 가장 많이 언급된 배우·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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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위 매김이 목적이 아닌 이상, 20위권 밖의 여성 캐릭터들에 대한 언급은 계속돼야 한다. 전통적 성역할에 균열을 내며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에 관해서라면 손희정 평론가가 선택한 <사방지>(감독 송경식, 1988)부터 말해야겠다. “외로움 속에 남겨진 여성들을 구원하는 섹스의 화신”이라는 선정의 이유처럼 흉악범과 정신이 온전치 못한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사방지(이혜영)가 과부 이소사(방희)와 만나 운명적인 사랑을 나눈다는 이야기는 지금 들어도 격을 뛰어넘는다. 다른 한편 <우묵배미의 사랑>(감독 장선우, 1990)의 공례(최명길)처럼 “남성이라는 세계의 질서를 파괴한 전복적 캐릭터의 이름이라기보다는 천민 자본주의에 희생당한 우리 언니, 이모, 엄마들의 잔혹사다. 하지만 실질적 가장인 그들은 적어도 영화 속 남자들처럼 무능하거나 폭력을 일삼지 않는”(장건재 감독) 담지자로서의 여성도 있다. 여성 캐릭터들이 직면한 ‘현실’은 여전히 두터운 장벽임을 방증한다고 하겠다.
[스페셜] 놓치지 말아야 할 소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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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지옥화> 감독 신상옥, 1958 소냐 최은희
“한국영화의 중흥기를 알린 아프레걸이자 팜므파탈의 등장을 선사한 충격”(이용관 동서대학교 임권택영화예술대학 학장), “당대 한국의 문화적 한계를 뚫고 나온 팜므파탈의 원조”(문석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프로그래머). 바로 <지옥화>의 소냐다. 소냐는 최은희의 변신이라는 점에서도 놀랍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감독 신상옥, 1961) 등으로 이른바 한국의 여성상, 어머니상을 누구보다 뛰어나게 연기한 최은희가 팜므파탈로 분한 건 더욱 흥미롭다. 그녀가 없었다면 <깊고 푸른 밤>(감독 배창호, 1985)의 제인도, <피도 눈물도 없이>(감독 류승완, 2002)의 두 여성(경선, 수진)도 없었다”(이용철 평론가)는 평이다.
20 <귀로> 감독 이만희, 1967 지연 문정숙
<귀로>는 한국전쟁에서 부상을 입고 병상에 눕게 된 남편 최 대위(김진규)를 돌보
[스페셜] 한국영화 속 인상적인 여성 캐릭터 공동 2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