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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에서 숨 쉬는 법>은 마치 크리스토퍼 놀란의 <덩케르크>(2017)와 비슷한 방식으로 시간을 흥미롭게 구성한다. 순차적으로 흐르는 듯 보였던 시간이 어느 순간 과거와 연결되는 시간의 역전, A의 시점으로 전개되던 이야기가 어느 순간 B의 시점으로 흘러가는 구성이 <덩케르크>를 연상시킨다. “내가 먼저 영화를 내놨어야 했는데. (웃음)” 이야기를 완성한 건 4년 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설계도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부산에서 고현석 감독을 만났다.
-박성원 작가의 단편소설 <하루>를 각색했다.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의 초기작이나 폴 토머스 앤더슨의 <매그놀리아>(1999)처럼 구성이 흥미로운 영화들을 좋아한다. 지금은 구조적인 영화에 대한 흥미가 조금 떨어졌지만 새로운 구조의 영화를 한번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라디오의 책 소개 프로그램에서 소설 <하루>를 소개하는 걸 들었다. 이야기가
[한국영화감독 7인①] <물속에서 숨 쉬는 법> 고현석 감독, "어떻게 이 답답한 세상을 살아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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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는 막을 내렸지만, 부산에서 첫선을 보인 한국영화들은 이제 곧 더 많은 관객을 만날 채비를 할 것이다. 올해 부산의 한국영화는 풍성했다. 붕괴 직전의 인물들을 통해 한국 사회의 치부를 드러낸 뉴 커런츠 부문 상영작 <죄 많은 소녀> <살아남은 아이> <물속에서 숨 쉬는 법>,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는 인물들에 집중한 <박화영> <소공녀> <이월>, 발칙하고 도발적인 연애담 <밤치기> 등을 통해 한국영화의 ‘오늘’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발견의 기쁨을 안겨준 7편의 한국영화, 7인의 영화감독을 여기 소개한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주목할 만한 한국영화 7편의 감독들을 만나다 ① ~ 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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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국정감사는 7분의 예술이다. 주어진 질의 시간인 7분간 국회의원은 1년 동안 열심히 준비한 조사 결과를 가지고 피감기관을 상대로 ‘공격’을 해야 하고, 피감기관은 의원들의 다양한 질의를 방어해야 한다. 추가 질의 시간이 보통 5분과 3분으로 차례로 주어지긴 하나, 대체로 국회의원들은 7분 안에 국민에게 강한 인상을 남겨야 한다. 정의당 원내대표인 노회찬 의원(경남 창원시성산구·법제사법위)이 국감장에서 신문지 두장을 깔고 누워 “유엔에 제소할 사람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아닌 일반 수용자들”이라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치소 인권 침해 발언을 꼬집은 것도,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북 익산시갑·법제사법위)이 윤석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에게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돌직구’를 던진 것도 그래서다. <씨네21>은 10월 12일부터 31일까지 20일간 열린 국정감사에서 영화산업과 관련된 이슈들을 골라 어떤 내용의 질의와 답변이 오갔는지 생생하게 전한다. 기사에서 소개하
2017년 국정감사에서 다루어진 영화계 주요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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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준비에 어려움은 없었나.
=5명이 함께 기획했는데, 2명은 미국에 있어 많은 부문을 온라인으로 소통해야 했다. 예산 문제도 쉽지 않았다. 그리고 영화제가 열리는 공간이 원래 연극 공연 극장이라 영화의 기술적 문제들을 해결해야 했다. 준비하는 이들 모두 생업이 있어서, 함께 시간 내기도 어려웠다.
-이 영화제를 기획하고 준비했던 단체 코리엔테이션(Korientation)에 대해 소개해달라.
=코리엔테이션은 비영리재단이다. 12년 전 독일 동포 2세 15명이 시작했지만 독일에 아시아인이 한국인 말고도 베트남, 중국계 다른 아시아인들도 많다는 것을 깨닫고 함께하기로 했다. 우리는 ‘아시아 독일의 시각’이라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문화, 정치, 미디어와 관련하여 목소리를 낸다. 이 영화제도 프로젝트 중 하나다. 모든 회원이 영화제에 자원봉사로 참여한다. 우리가 이 프로젝트를 이루어내고 함께 성장한다는 게 가슴 벅차다. 회원은 100명 정도인데, 모두 베를린에 있는 것은
[베를린아시아영화제] 최선주 베를린아시아영화제 집행위원장 - 아시아를 둘러싼 질문들이 확장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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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슬부슬 내리는 비와 때이른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우산을 쓴 시네필들이 길을 꽉 채우고 있었다. 지난 10월 7일 저녁, 어두컴컴한 골목길의 반짝이는 꼬마전구 장식이 페스티벌의 시작을 알렸다. 베를린 다문화 본거지 크로이츠베르크 지역의 유서 깊은 극장 발하우스에서 제5회 베를린아시아영화제가 포문을 열었다. 허름한 입구를 지나 극장 안으로 들어가면 확 트인 넓은 공간이 펼쳐진다. 1863년에 지어진 시 소속 연극 공연 공간 발하우스는 주로 이주민을 주제로 한 연극 공연이 열리는 장소다. 이곳에서 10월 14일까지 8일간의 영화축제가 열렸다.
벌써 10년째다. 베를린아시아영화제의 시작은 북한과 한국 고전영화를 스크린에 소개하고 한국, 대만, 홍콩 여성감독의 작품을 소개하는 여성영화제였다. 2회부터는 아시아영화제로 확장됐다. 2년마다 열리는 아시아영화제는 해를 거듭하며 베트남, 타이, 중국, 몽골, 필리핀, 캄보디아, 일본 디아스포라까지 아우르며 진화했다.
바쁜 이주노동자의 삶
제5회 베를린아시아영화제가 선택한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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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뉴욕영화제의 화제작 중 하나는 노아 바움백 감독의 신작 <더 마이어로위츠 스토리스>였다. 한 가족의 이야기를 앤솔러지로 풀어가는 이 작품은 날카로운 유머와 더불어 가족사를 조명하는 방식이 마치 바움백 감독의 전작 <오징어와 고래>를 연상시킨다. 이번 영화는 조각가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해롤드(더스틴 호프먼)와 그의 자녀들(엘리자베스 마벨, 애덤 샌들러, 벤 스틸러) 사이의 갈등과 뒤늦은 성장통을 그렸다. 해롤드는 두번 결혼해서 여러 명의 자식을 뒀지만 이들이 성장과정 중 만나지 못하며 서로간에 오해와 감정의 골이 깊어진다. 첫 부인의 아들인 대니(애덤 샌들러)와 둘째 부인의 아들 매튜(벤 스틸러) 사이의 갈등은 너무도 공감되는 대목이다. 이 작품은 최근 개봉된 영화 중 가장 뉴욕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바움백 감독이 참석한 <더 마이어로위츠 스토리스>의 기자회견 내용을 옮긴다.
-<프란시스 하>(2012) 이후
[뉴욕영화제] <더 마이어로위츠 스토리스> 노아 바움백 감독 -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것은 여전히 소중한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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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링클레이터, 토드 헤인즈, 우디 앨런, 노아 바움백, 루카 구아다니노, 숀 베이커…. 이름만 들어도 영화 팬을 설레게 하는 감독들의 신작이 뉴욕의 가을 극장가를 물들였다. 제55회 뉴욕영화제가 9월 28일부터 10월 15일까지 뉴욕 일대에서 열렸다. 뉴욕영화제는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영화제 중 하나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영미권 작가 감독들의 신작을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영화축제로 자리매김해왔다. 올해 뉴욕영화제에서는 총 99편의 장편과 69편의 단편영화가 소개됐다. 이중 국제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작품과 새로운 발견의 영화, 시상식 시즌을 노리는 스튜디오의 영화들이 포진해 있는 영화제의 메인 섹션, ‘메인 슬레이트’에 초청된 영화는 모두 25편이다. 한국 작품으로는 홍상수 감독의 <그 후>와 <밤의 해변에서 혼자>가 이 섹션에 이름을 올렸다.
여성감독의 수작들, 영화제를 수놓다
이번 영화제의 화두 중 하나는 메인 슬레이트 부문의 작품 중 3분
제55회 뉴욕영화제에서 만난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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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영화인들로 해운대 앞바다가 떠들썩한 10월, 지구 반대편에서 또 다른 두개의 영화 축제가 열렸다. 미국 뉴욕영화제와 독일 베를린아시아영화제가 그것이다. 올해로 55회를 맞은 뉴욕영화제는 매해 가장 뜨거운 영미권 작가 감독들과 그들의 영화를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5회를 맞은 베를린아시아영화제는 유럽 사회에서 여전히 소수인 아시아인들의 현재를 응시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영화 축제다. 뉴욕의 양지현 통신원, 베를린의 한주연 통신원이 각각 두 영화제를 찾아 애정어린 리포트를 보내왔다. 영화 보기 참 좋은 계절, 세계의 관객을 매혹시킨 화제의 영화들을 소개한다.
제55회 뉴욕영화제와 제5회 베를린아시아영화제 취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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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4차 산업혁명’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아시아에서 영화를 잘 만드는 법과 4차 산업혁명이 대체 무슨 관련이 있냐고? ‘한-아세안 차세대영화인재육성사업’(ASEAN-ROK Film Leaders Incubator, 이하 FLY)의 사회를 맡은 최윤 부산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의 말을 들어보자. “넷플릭스를 필두로 나라별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들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할리우드의 파라마운트, 디즈니 같은 메이저 스튜디오들도 자사의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내년, 혹은 내후년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변화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아 보다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기존에는 나라별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투자와 배급이 이루어지고 로컬 필름을 제작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온라인 스트리밍은 전세계를 대상으로 서비스되기 때문에 로컬뿐만 아니라 글로벌하게 서비스할 수 있는 프로젝트에 투자가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 사회와 사회, 문화와 문화, 국가와 국가간의 경계가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와 FLY영화제에서 만난 아시아 영화인들의 교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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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올해 처음 신설된 VR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아르덴즈 웨이크>는 펜로즈 스튜디오 대표인 유진 청 감독의 작품이다. 그는 픽사 스튜디오와 VR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 오큘러스를 거치며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픽사 출신 작가와 애니메이터들을 규합해 2013년 펜로즈 스튜디오를 창립했다. 창립작 <로즈앤아이>를 제외하고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소개된 <알루메뜨>와 <아르덴즈 웨이크>가 이곳의 대표 성과다. 한국계 미국인인 그는 “부모님이 내 성장과정에서 보여준 희생과 사랑처럼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킬 주제를 다룬 이야기를” VR 기술과 결합해 영화를 완성했다고 말한다. 구름 속 환상의 나라에 사는 소녀에게 찾아온 비극적인 사건에서 시작하는 <알루메뜨>와 바다 한가운데 사는 부녀의 모험담 <아르덴즈 웨이크> 모두 스톱모션, 클레이애니메이션으로 의자에서 일어나 선 상태로 고개를 사방으로 돌려가며 프레임의 상단이
[부산에서 만난 영화인들⑨] 유진 청 펜로즈 스튜디오 대표 - VR로 그리는 미래의 스토리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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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피에르 레오를 단지 누벨바그의 중요한 배우라고 표현하는 것은 지나치게 협소한 정의가 될 듯하다. 그의 연기 인생은 곧 누벨바그 그 자체다. 14살 때 프랑수아 트뤼포의 <400번의 구타>(1959)의 어린 앙트완 드와넬을 연기하며 프랑스 누벨바그의 시작을 알린 그는 같은 감독과 나이를 먹으며 수십년간 ‘앙트완 드와넬 연작’을 함께했다. 장 뤽 고다르 감독과는 무려 9편의 작품을 함께하기도 했다. 10월 14일 장 피에르 레오가 기자들과 만나는 인터뷰 자리가 마련됐다. 그의 연기관은 확고했다. “내 목표는 경력을 쌓는 데 있지 않았다. 배우는 작가나 화가처럼 자신이 고르는 영화를 통해 영화사 안에 하나의 세계관을 창조할 수 있는 존재다.” 배우 말론 브랜도가 <400번의 구타> 속 어린아이라는 말을 듣고 자신을 꼭 안아줬던 기억을 비롯해 코언 형제의 “오스카를 받으려고 안달복달할 필요가 없다. 컬트영화 한편만 있으면 된다”는 발언을 인용하며 “나는 두편의 컬트
[부산에서 만난 영화인들⑧] 배우 장 피에르 레오, "배우는 세계관을 창조하는 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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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사 마사아키 감독은 누구와도 닮지 않았다. 간단해 보이지만 선이 살아 있는 작화, 역동적인 움직임과 강렬한 색채, 틀에 박히지 않은 상상력, 관습을 탈피한 자유분방한 연출은 오직 그만의 것이다. <새벽을 알리는 루의 노래>(이하 <루의 노래>)와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이하 <아가씨야>)를 계기로 세계를 확장한 유아사 마사아키는 올해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와 오타와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대상을 동시에 차지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포스트 미야자키 하야오로 불리는 세간의 평을 그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올해 부산에서 무려 4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가까운 나라인데, 영화 상영 기회가 없었다. 그동안 쌓여왔던 것들이 한번에 평가받는 기분이라 설레고 긴장된다. 올해 안시와 오타와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것에서도 비슷한 기분을 느꼈다(<루의 노래>가 2017년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았다. 1993년
[부산에서 만난 영화인들⑦] 유아사 마사아키 감독 - 대중을 배워나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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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신작 <산책하는 침략자>는 개념을 수집하는 외계인들이 인간의 정신에 침입해 지구를 말살하려는 이야기다. 이 영화의 장르적 키워드는 ‘SF’, ‘외계인’, ‘러브스토리’로 적어도 이 영화에서만큼은 감독의 주특기인 ‘호러’가 들어설 자리가 없다. SF영화와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접점은 최근 그가 장르의 지평을 점점 넓혀가고 있다는 증거다. 지난해 <은판 위의 여인>(2016) 상영에 이어 올해 역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그에게 어떤 변화가 일고 있는지 물었다.
-극작가 마에카와 도모히로가 이끄는 극단 이키우메의 연극 <생매장>을 영화화했다. 그리고 5부작 스핀오프 TV드라마와 이번 영화가 함께 기획됐다.
=사실 외계인의 침공을 다루는 SF영화는 할리우드에서 거대 자본을 들여 만들지 않나. 꽤 오래전부터 이런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었는데 일본에서는 어떻게 풀어야 할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다가 원작인 연극을 봤는데
[부산에서 만난 영화인들⑥]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 - 이런 러브스토리를 내가 찍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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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세 번째 살인>은 두 번째 살인을 저지른 남자 미스미(야쿠쇼 고지)와 그의 변호를 맡은 유능한 변호사 시게모리(후쿠야마 마사하루)를 중심으로 한 법정 드라마다. 살인을 순순히 인정했던 미스미가 살인을 부정하면서 끝나는 이 이야기는 결국 ‘법정에선 아무도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는 진실을 말하는 영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작품 중 가장 서늘하고 어두운 작품으로, 감독은 “좋은 의미로 관객을 배신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세 번째 살인>이 처음 공개된 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만났다.
-3년 연속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올해는 아시아영화아카데미(AFA) 교장으로, ‘십년 인터내셔널 프로젝트’의 책임 프로듀서로, <세 번째 살인>의 감독으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 그런 만큼 부산국제영화제가 더욱 각별한 영화제로 느껴지지 않을까 싶은데.
=<환상의 빛>(1995)으로 데뷔했을 때
[부산에서 만난 영화인들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