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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표현의 해방구.’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가 내건 슬로건대로, 올해의 전주에는 오감을 자극하고 확장하는 영화들이 가득했다. 황금연휴와 걷고 싶은 날씨의 유혹을 물리치고 영화로부터 새로운 자극을 얻고자 하는, 수많은 관객이 전주 영화의 거리와 어두운 극장을 가득 채웠고 국내외 게스트가 직접 관객과 만나는 GV도 예년보다 20%가량 늘어났다. 5월 6일을 끝으로 전주에서의 영화 축제는 마무리되었지만, 이곳을 찾은 영화인들과 그들의 영화가 불러일으킨 나비효과는 보다 오래 우리 곁에 머물 것이다. 실험영화의 거장 보리스 레만부터 로드무비의 제왕 마이클 윈터보텀까지, 전주에서 만난 열두명의 주요 게스트를 소개한다. 화제의 한국 감독들은 다음호 특집에서 보다 자세히 소개할 예정이다.
[스페셜]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영화인들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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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아론 감독은 TV시리즈부터 두편의 영화까지 15년 동안 한결같이 빼꼼을 책임졌다. 빼꼼을 만든 장본인이 바로 임아론 감독이다. “빼꼼과 함께 나이 먹어가고 있다”는 임아론 감독을 만났다.
-<빼꼼의 머그잔 여행>이 2007년에 개봉했으니 10년 만에 두 번째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나왔다.
=10년이면 짧은 거 아닌가? (웃음) 애니메이션의 경우 기획하고 투자받고 제작하기까지 5~7년은 잡고 본다. 2007년 멋모를 때 장편애니메이션에 도전했다가 (흥행 부진으로) 타격을 받고 잠시 은둔하다가 다시 정신차려서 준비했으니 10년이면 적당한 시간인 것 같다.
-5분 내외의 TV시리즈의 경우 캐릭터의 매력만으로도 아이들의 관심을 끌 수 있지만 극장용 장편의 경우 흥미로운 스토리가 더해져야 한다.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준비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건 뭐였나.
=결국 스토리와 스토리텔링이다. 시나리오 작업이 스토리 개발이라면, 그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더 재밌게
[스페셜] 순수함 지닌 빼꼼의 매력 살렸다 - <슈퍼 빼꼼: 스파이 대작전> 임아론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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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봇은 특별한 걸 당연하게 만들 줄 안다. <또봇>은 남자아이들을 공략하는 완구용 애니메이션에서 출발했지만 온 가족이 함께 즐기기에 모자람이 없다. 이달, 고동우 감독을 만나 2009년 첫 방영 이후 7년 만에 극장판으로 거듭난 <또봇>의 이모저모를 물었다.
-제작 완료는 진즉에 끝난 걸로 알고 있는데 개봉은 다소 늦어졌다.
=이달_ 원래 지난해 봄에 개봉하려 했다. 중국 개봉 제의가 들어와서 그걸 목표로 일정을 짰다. 세 단계에 걸친 중국 내 심의도 2단계까지 통과했는데, 3단계 심의가 지지부진하는 사이 최근 한·중 관계가 경색되면서 없었던 일이 되어버렸다. 다시 개봉 시기를 고민하다가 지난해 가을 즈음 2017년 어린이날 개봉으로 결정됐다. TV시리즈 한 시즌의 절반 정도의 예산이 들어갔다. 중국 개봉을 했다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으론 성공 여부에 따라서 두 번째, 세 번째 영화의 향방이 결정될 수 있어 초조한 마음으
[스페셜] <E.T.>같은 가족영화가 되기를 - <극장판 또봇: 로봇군단의 습격> 이달, 고동우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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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덴 형제는 변화 중이다. 당연한 소리다. 세월이 흐르는데 영화가 변하지 않는다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다. 혹자는 이 변화를 긍정하고 누군가는 아쉬움을 드러낸다. 제69회 칸국제영화제가 다르덴 형제의 신작에 침묵한 것을 보면 아직은 변화를 아쉬워하는 쪽의 목소리가 큰 것 같다. 그럼에도 다르덴은 여전히 다르덴이다. 주목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부조리한 시스템의 냉철한 관찰자에서 “아무것도 안 하는 걸 거부하고,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걸 거부한다”(뤽 다르덴)며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는 다르덴 형제의 오늘에 대해 영화평론가 한창호가 짚어봤다. 우리는 이 영화의 향방에 대해 좀더 많은 이야기를 나눠야만 한다.
다르덴 형제의 신작 <언노운 걸>(2016)의 주인공은 의사다. 의사… 소위 부르주아 사회의 상징적인 직업인 의사가 다르덴 형제의 주인공일 수 있을까? 다르덴 형제의 주인공은 사회의 하층민 혹은 주변부 계급이었다. 제도의 주변부를 통해 사회의 부조리를 통감하도록 하는
[스페셜] 다르덴 형제의 <언노운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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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기원을 묻는 거대한 질문을 던지고는 대답 대신 어두운 물음표를 남긴 <프로메테우스>(2012)의 속편이며, <에이리언>(1979) 프리퀄 3부작 중 두 번째인 <에이리언: 커버넌트>에 대한 취재 기회가 주어진 건 지난 2월이었다. 짧은 미공개 영상과 리들리 스콧 감독을 만날 기회를 준다는 말에 솔깃했다. 쉽게 만날 수 있는 이름이 아니기에 더욱 그랬다. 웨스트할리우드의 한 호텔 로비에 마련된 작은 스크리닝룸에 휴대폰을 맡긴 뒤 입장해 자리를 잡았다. ‘인터넷에 공개된 예고편보다는 더 보여주겠지’ 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암전을 기다렸다. 이윽고 극장 안이 어두워졌고, 칠흑보다 어두운 우주를 기다리던 화면에 흰 배경을 뒤로한 리들리 스콧 감독이 등장했다. “괴물도 있을 거고, 폭발도 있을 거고, 아무튼 재밌을 것”이라는 짧은 소개를 기자들에게 전하기 위해 굳이 카메라 앞에 섰던 것이다. 영화 개봉이 가까워진 지금, 리들리 스콧 감독과 영화에 출연
[스페셜] <에이리언: 커버넌트>를 기다리며 알아두면 좋을 다섯 가지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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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 베이비> 감독 톰 맥그라스 / 제작연도 2017년 / 상영시간 97분 / 개봉 5월 3일
드림웍스
지금이야 디즈니가 애니메이션 시장의 최강자로 우뚝 섰지만 2000년대 초·중반까지는 <슈렉>과 <쿵푸팬더>를 연거푸 성공시킨 드림웍스의 내공이 만만치 않았다. <슈렉> <마다가스카> <쿵푸팬더> <드래곤 길들이기> 등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은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를 앞세워 웃음을 끌어내는 게 특기다. 캐릭터를 강조하는 작법이라든지, 한시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화려한 연출법은 <트롤>(2016), <보스 베이비>로 이어지는 최근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보스 베이비>의 연출은 <마다가스카> 세편의 시리즈를 연출한 톰 맥그라스가 맡았다. 동물들의 좌충우돌 모험기가 <보스 베이비>에선 제어 불가 아이들의 난장 축제로 바뀐 느낌이다.
[스페셜] 아이들은 통제불능 - <보스 베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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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머프: 비밀의 숲> 감독 켈리 애스버리 / 제작연도 2017년 / 상영시간 89분 / 개봉 4월 28일
스머프 마을의 진짜 비밀
스머프는 1958년 벨기에 만화 잡지에 첫 등장한 이후 1981년 미국 <NBC>에서 TV만화로 방영되며 전세계적인 인기를 누렸다. 똘똘이, 투덜이, 덩치, 주책이 등 다양한 캐릭터를 선보인 스머프 마을은 사실 이상적인 공동체를 형상화하고 있다. 파파 스머프를 중심으로 모든 스머프들의 이름은 사회에서의 역할을 상징한다. 그림을 그리면 화가 스머프, 빵을 만들면 제빵사 스머프, 수영을 하면 스쿠버 스머프라고 부르는 것이다. 주요 캐릭터인 4인방도 마찬가지인데 똘똘이는 과학자, 덩치는 육체미 등을 압축한 캐릭터다. 심지어 덜렁대며 실수를 연발하는 주책이, 소문을 퍼트리는 오지라퍼, 항상 불만을 늘어놓는 투덜이까지도 쓸모없다고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필요한 역할이라고 보는 것이 스머프 마을의 미덕이다.
스머패티는 누구일
[스페셜] 파란 세계가 넓어졌다네 - <스머프: 비밀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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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의 형태> 감독 야마다 나오코 / 제작연도 2017년 / 상영시간 129분 / 개봉 5월 9일
제목만 듣고 단번에 끌렸다. 끝까지 감상하곤 또 한번 반했다. 간혹 전하고자 하는 바를 짧은 단어 안에 완전히 응축시킬 줄 아는, 그런 작품이 있다. 언어를 신중히 다듬는 감각이라면 당연히 내용 역시 준수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목소리의 형태>는 청각장애인 소녀와 그런 소녀를 왕따시켰던 소년이 긴 시간이 흐른 후 재회하고 서로의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을 그린다. 말하지 않으면 전해지지 않는 것들이 너무 많다. 설사 용기내어 말하려 해도 상대에게 닿는 방법이 서툰 마음들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목소리의 형태>는 그 마음의 형태, 전달의 형태를 섬세하게 더듬는 작품이다.
놀라운 이야기가 등장했다
<목소리의 형태>는 두 가지 측면에서 화제를 모았다. 하나는 지난해 일본 개봉 당시 누적 관객수 170만명을 기록하며 신카이 마코토
[스페셜]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 - <목소리의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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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빼꼼: 스파이 대작전> 감독 임아론 / 제작연도 2017년 / 상영시간 77분 / 개봉 5월 3일
빼꼼의 지난 시리즈들
빼꼼이 태어난 지 올해로 15년이 되었다. 15살 빼꼼은 2002년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등에서 주목받은 임아론 감독의 단편 <아이 러브 피크닉>(2002)에 처음 등장했다. 그때부터 TV시리즈용 단편과 극장용 장편 프로젝트가 임아론 감독의 머릿속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아이 러브 피크닉>을 TV시리즈로 발전시킨 <빼꼼>은 2006년 EBS와 투니버스에서 방영을 시작했고, 이듬해인 2007년엔 극장용 장편 <빼꼼의 머그잔 여행>(2007)이 개봉했다. TV시리즈 <빼꼼>은 영국 <BBC>, 미국의 <카툰네트워크>, 프랑스 <M6> 등 세계 20개국 방송국에 수출되는 성과를 거뒀는데, 이는 논버벌 캐릭터 무비로서의 매력과 슬랩스틱 코미디의 재미를 <빼꼼>
[스페셜] '빼꼼식' 슬랩스틱 코미디의 재미 - <슈퍼 빼꼼: 스파이 대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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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또봇: 로봇군단의 습격> 감독 이달, 고동우 / 제작연도 2017년 / 상영시간 80분 / 개봉 4월 27일
어른들이 봐도 재미있다. 흔히 잘 만든 애니메이션을 칭찬할 때 자주 붙는 수식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상한 말이다. 여기엔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은 유치하고 수준이 낮다는 선입견이 깔려 있는 것 같다. 애니메이션이라면 응당 모든 관객이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주요 관객을 누구로 생각하는지가 그외 다른 관객을 외면해도 좋다는 변명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아동을 위한 애니메이션들이 ‘아동’이라는 관객층을 앞세워 기본을 소홀히 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마주한다. 아이들이 ‘더’ 재미있어하는 애니메이션은 있어도, 아이들‘만’ 재미있는 애니메이션 같은 건 없다. 탄탄한 이야기, 거슬리지 않게 녹아든 메시지, 눈이 즐거운 볼거리 등 우리가 영화를 통해 얻는 기본적인 즐거움이 애니메이션에도 있어야 한다. 그럼 점에서 레트로봇의 <또봇&
[스페셜] 가족에 변신로봇 끼얹기 - <극장판 또봇: 로봇군단의 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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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을 맞아 애니메이션이 봇물 터지듯 개봉을 앞두고 있다. 어린이들이 애니메이션을 더 사랑하기 때문이겠지만 그렇다고 애니메이션이 어린이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잘 만든 애니메이션은 남녀노소 모두의 사랑을 받는 법이다. <씨네21>에서는 개봉관을 가득 메운 여러 애니메이션 중 가족이 함께 보면 더 좋을 작품들을 꼽아봤다. 아이들은 신기한 볼거리에 눈이 즐겁고, 어른들은 깊이 있는 메시지에 마음이 채워질 5편의 애니메이션을 소개한다. 이렇게 충실하고 만족도 높은 작품들이 한꺼번에 개봉한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좋은 작품들이다. 가족과 함께 극장에 나들이하기 딱 좋은 시기이니 꼭 한편만 골라 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스페셜] 5월 개봉하는 가족용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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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건씨를 대통령으로 뽑아달라고 말해보세요.” “그가 후보자로 나오면 지지하시겠습니까?” 이준익 감독의 황당한 질문에 고소영이 이내 손사래를 친다. “아니요. 절대요. 절대 안 돼요. 남편으로, 아이 아빠로는 좋은 점이 많지만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는 아니죠.” 단호한 거부 멘트와 함께, 스튜디오가 금세 웃음바다가 된다. “지지하는 후보가 탈락하면요?” “투표하지 마세요, 라고 한번 해보세요.” “설마 그날 투표 안 하시는 거 아니에요?” 멘트를 유도하는 이준익 감독이 카메라 앞에 선 이들을 향해 무리한 질문을 쉴 새 없이, 서슴없이 던진다. 그 가운데 “투표 독려해야지. 의무니까! 투표는 권리 이전에 의무니까”라고 힘주어 말하는 배우 이순재의 발언이 무게를 더한다. 선거 때마다 지지한 후보의 당선률이 저조했다는 류준열은 이번만큼은 꼭 “내가 뽑은 대통령”이 당선되길 바란다며, 투표 참여를 약속한다. 세상 믿음직한 류준열의 목소리로 “이 영상을 다섯명의 지인에게 공유해주세요”라고 말
[스페셜] ‘0509 장미대선 프로젝트’… 대선 투표 독려 영상 촬영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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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다르게 기입된다. 하지만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한 그 시각 이후, 개별의 기억에는 세월호라는 공동의 기억이 자리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최소한의 윤리라 말하겠다. 세월호 그 후, ‘기억한다’는 말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물음, 삶의 태도에 관한 질문이다. 3년이 흐른 2017년 4월 16일, 사진가 홍진훤과 소설가 김연수는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한 사람을 기억하네>라는 다소 길고 낯선 이름의 책 한권을 함께 묶어냈다. 2016년 봄, 홍진훤은 단원고 학생들이 세월호를 타고 도착했어야 마땅한 수학여행지인 제주도로 향한다. 학생들이 없는 그곳에서 그는 풍경을 찍으며 ‘어째서 있어야 할 것들이 없어졌느냐’고 물었다. 사진 연작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의 시작이었다. 소설가 김연수는 2014년 계간 <문학동네> 겨울호에 단편소설 <다만 한 사람을 기억하네>를 썼다. 소설은 일본에 있는 희진이
[스페셜] 우리가 세월호를 기억하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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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딕>에 이어 이번 작품도 권력을 둘러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
=시나리오 쓸 때 소재나 주제를 정하고 시작하진 않는다. 특별히 권력이라는 주제에 천착하는 건 아니다. 주로 어떤 직업군에 대해서 다룰까로 고민하는 편인데, 단순하게 보면 <모비딕>은 기자에 관한 이야기였고 <특별시민>은 정치인들에 대한 영화다. 얼개만 비교하면 <모비딕>이 권력에 저항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특별시민>은 권력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보통 감독들이 흥미를 가지는 대상이 정치인, 대기업 총수 등 권력자 아닌가. 개인적으로도 거대한 힘에 흥미가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대선 전이라 현실을 반영한 정치영화로 주목받고 있는데.
=본격적인 정치 장르의 결을 가진 영화는 아니다. 선거 전에 개봉해서 선거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지만 사실은 권력욕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캐릭터 드라마다. 해군 내 이중간첩의 이야기를 다룬 케빈 코스
[스페셜] <특별시민> 박인제 감독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