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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다. 대선을 코앞에 둔 지금 서울시장 선거를 소재로 한 <특별시민>이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건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선거판이라는 소재, 최민식과 곽도원 등 대표배우, 이런 몇 가지 조합을 거치면 대략적으로 예상되는 그림이 있다. 하지만 <특별시민>은 정치영화의 전형적인 틀을 조금씩 비켜간다. 기대와 달라서 실망할 수도 있고, 뚝심 있는 전개에 만족을 표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분명한 건 이 영화가 최근 찍어내듯 쏟아지는 기획영화와는 확실히 다른 면모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특별시민>의 특별한 점이 무엇인지, 박인제 감독의 인터뷰와 함께 살펴봤다.
부패한 정치인, 음모가 난무하는 선거판, 승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세력들, 오늘의 아군이 어제의 적이 되고 피아 구분이 무의미해지는 혼전. 어딘지 익숙한 그림이다. <특별시민>은 서울시장 선거를 중심으로 대한민국 정치쇼의 민낯을 선보인다. 이미 수차
[스페셜] <특별시민>의 특별한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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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 스페셜 포커스 부문의 주인공은 시나리오작가 송길한이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작가 송길한, 영화의 영혼을 쓰다’라는 이름 아래 그의 작품 세계를 아우르는 12편의 영화가 상영될 예정이다. 1980년대 이후 임권택 감독과 <짝코> <만다라> <길소뜸> 등의 영화를 함께했으며 <우상의 눈물> <안개마을> 등의 작품을 통해 인간과 사회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을 보여온 송길한 작가는 전주국제영화제와 여러모로 인연이 깊다. 현재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부이사장이자 전주국제영화제 고문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의 전주국제영화제에 대한 소회를 전한다.
전주는 해방 이후부터 한국전쟁 이후까지 한국영화의 메카로 불릴 만큼 1950년대와 60년대에 영화 제작의 중심지였다. 지역 영화인들이 설립한 ‘우주영화사’는 이미 영화 제작의 독자적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었다. <끊어진 항로> (1948), <마음의 고향>(감
[스페셜] 전주의 전설은 이렇게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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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지대> The Untamed
아마트 에스칼란테 / 멕시코 / 2016년 / 100분 / 월드 시네마스케이프: 마스터즈
아마트 에스칼란테 감독에게 제7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안겨준 영화 <야생지대>는 그의 전작인 <헬리>(2013)의 잔혹한 사실주의와는 또 다른 면모를 갖춘 작품이다. 우주 한복판을 떠돌아다니는 운석의 이미지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숲속의 한 오두막에서 괴생명체를 만나러 다니는 여성 베로니카와 석연찮은 결혼 생활을 보내는 주부 알레한드라를 중심으로 두 가지 이야기를 동시에 풀어낸다. 평범한 일상을 지내던 알레한드라의 가정에 베로니카가 도착하면서부터 가려져 있던 부부관계의 균열이 노출되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영화는 멕시코 사회에 만연한 남성우월주의와 호모포비아적인 사회상을 거칠게 묘사해낸다. 감독은 멕시코 과나후아토 지역에서 실제로 일어난 사망사건을 토대로 각본을 작성했다. 판타지적인 소재와 사실주의적인 스타일을 배합
[스페셜] 황금연휴에 전주에서 봐야 할 영화 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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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며느리> Myeoneuri: My Son’s Crazy Wife
선호빈 / 한국 / 2017년 / 80분 / 경쟁부문: 한국경쟁
결혼 3년차인 진영은 시어머니와 냉전 중이다. 시어머니는 진영에게 ‘바람직한’ 며느리를 기대했다. 시댁 행사에 꼬박꼬박 참여하고, 종종 안부전화를 걸어주는 싹싹한 며느리 말이다. 그러나 진영은 시어머니의 지나친 간섭과 요구가 부당하다고 느낀다. 두 사람의 협상 시도는 번번이 결렬되고, 마침내 만남 자체를 포기하는 지경에 이른다. 이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것은 두 사람의 핑퐁 게임에서 탁구공이 된 남편, 호빈이다. 고부갈등이 번진 이후 이들 부부 사이는 조용한 날이 없었다. 영화는 어느 쪽이 더 옳은지를 가려내는 데 관심이 없다. 관객은 시아버지와 처제 등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증언을 조합해 두 사람의 관계가 어긋난 원인을 어렴풋이 짐작할 뿐이다. 그러나 이 질문만은 유효해 보인다. 왜 시댁 식구 중 여성인 두 사람만이 얼굴을 붉혀야 하는가. 가부장
[스페셜] 황금연휴에 전주에서 봐야 할 영화 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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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심장, 위> Still Life
모드 알피 / 프랑스 / 2016년 / 82분 / 프론트라인
도살자 청년은 매일 밤 쏟아져 들어오는 동물들을 도축한다. 도살장은 동물들의 울부짖음으로 가득하고, 청년은 죽음의 감촉이 자신의 손을 떠나지 않는 것에 괴로워한다. 청년은 잠시나마 죽음이 반복되는 도살장에서 벗어나 집으로 돌아온다. 악기를 연주하며 귀를 씻어내고 눈을 가린채 잠들어보지만, 그는 다시 위악적인 기계음이 장악한 도살장으로 돌아오게 된다. 모드 알피 감독의 장편 데뷔작 <목, 심장, 위>의 저력은, 난무하는 동물들의 죽음을 다루는 방식에 있다. 도살장은 잔혹한 인간들의 세계가 투영된 작은 곳이지만, 동물들의 죽음은 인간들의 세계를 묘사하기 위해 소모되지 않는다. 감정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도살자들의 표정과 동물들의 울부짖음이 서로의 경계를 무너뜨릴 때, 비좁은 공간인 도살장의 풍경은 우리의 삶 지척까지 다가온다.
[스페셜] 황금연휴에 전주에서 봐야 할 영화 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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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씨앗> The Seeds of Violence
임태규 / 한국 / 2017년 / 82분 / 경쟁부문: 한국경쟁
군대와 가정 안에서 폭력에 노출되어 고통받는 사람들의 하루를 좇는 영화. 군대 선임병들과 단체로 외박을 나가기로 한 날, 이주용(이가섭) 일병은 고참들의 비위를 맞추랴, 눈치 없는 후임 병사 필립(정재윤)을 챙기랴 정신이 없다. 게다가 누군가 박 병장(오규철)의 행실을 고발하는 쪽지를 간부들에게 건넸다는 사실이 사병들 사이에 알려지면서 즐거워야 할 외박이 가혹행위의 장으로 변해버리자, 주용은 매형 수남(박성일)의 병원으로 필립을 데려가 치료를 해주기로 한다. 그런데 일은 점점 꼬여만간다. 영화는 주용과 필립을 따라가면서 이들이 그렇게도 벗어나고 싶어했던 폭력의 세계로부터 한 발짝도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의 살풍경에 주목한다. 모든 걸 폭력으로 해결하려는 남성들의 행태가 사람을 어떻게, 어디까지 망가뜨릴 수 있는지를 실험하듯 몰아붙이는 카메라의 건조한 시
[스페셜] 황금연휴에 전주에서 봐야 할 영화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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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츠 랑> Fritz Lang
고르디안 마우크 / 독일 / 2016년 / 104분 / 시네마톨로지
독일 표현주의영화의 마스터, 프리츠 랑에 대한 흥미로운 페이크 다큐멘터리. 영화는 랑의 첫 번째 유성영화이자 장르영화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M>(1931)의 제작 과정을 조명한다. SF영화 <달의 여인>(1929)을 만든 뒤 차기작을 구상하던 프리츠 랑은 뒤셀도르프의 연쇄살인범 페터 귀르텐의 사연에 매료된다. 그는 경찰의 도움으로 감옥에 수감된 귀르텐을 만나게 되고, 그가 죽인 마지막 희생자의 친구 안나의 도움을 받아 연쇄살인범의 초상을 완성해 간다. 그런데 귀르텐에 대해 알아갈수록, 프리츠 랑은 자신의 어두운 과거와 마주하게 된다. 현실과 허구가 뒤섞여 있는 <프리츠 랑>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이 거장의 자전적인 일대기에 도발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그가 첫 번째 부인 엘리자베스 로젠탈을 죽였을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다. 실제로 랑의 아내
[스페셜] 황금연휴에 전주에서 봐야 할 영화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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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시테> Fe´licite´
알랭 고미 / 프랑스, 벨기에, 세네갈, 독일, 레바논 / 2017년 / 123분 / 프론트라인
펠리시테(베로 찬다 베야 음푸투)는 킨샤사 거리에 있는 클럽에서 노래를 부르며 생계를 이어가는 여성이다. 그녀의 노래는 울림이 크고, 아름다우며, 힘이 있다. 클럽을 찾은 손님들은 그녀의 노래를 들으며 잠시나마 지친 영혼을 달랜다. 얼마 되지 않는 클럽 공연 수입으로 근근이 살아가던 그녀에게 청천벽력의 소식이 전해진다. 그녀의 아들이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해 응급실에 실려갔다는 것이다. 병원에서 그녀는 아들의 수술비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듣고 망연자실한다. 클럽의 멤버 중 한명인 타부(파피 음파카)는 펠리시테를 돕겠다고 나선다. 매사에 흥분을 잘하는 남자다. 펠리시테는 마지못해 그의 손길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아들의 수술비를 모으는 건 쉽지 않다. 부잣집을 찾아가 수술비에 보탤 돈을 요청해보지만 그녀는 매몰차게 거절당한다.
<펠리시
[스페셜] 황금연휴에 전주에서 봐야 할 영화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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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표현의 해방구’를 표방하는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가 4월27일 개막을 앞두고 있다. 어떠한 외압에도 굴하지 않고 정치적, 예술적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겠다는 전주국제영화제의 의지는 슬로건뿐만 아니라 상영작들의 면면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이번 영화제에 초청된 58개국 229편의 상영작 중에는 사회적 폐부를 날카롭게 응시하는 영화부터 형식과 미학의 진보를 추구하는 작품까지, 관객의 오감을 자극하는 영화들이 많다. <씨네21>이 세계 각국에서 날아온 미지의 영화들과의 조우를 앞두고 올해 전주에서 보면 좋을 20편의 영화를 엄선했다. 더불어 스페셜포커스 부문과 전주시네마프로젝트에 대한 정보도 함께 실었다. 특히 올해 전주국제영화제가 야심차게 준비한 특별전, ‘작가 송길한, 영화의 영혼을 쓰다’의 송길한 시나리오작가가 보내온 전주국제영화제 회고록은 영화제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에세이다. 전주에서 양질의 영화를 감상하는데, 이어지는 기사가 좋은 안내서가 되길 바라며, 함께 전
[스페셜] 전주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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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 윤여정을 비롯해 정유미, 이서진, 신구. 나영석 PD는 이들을 이끌고, 사람들이 이들을 유명 배우가 아닌 그저 ‘불고기’라는 한국 음식을 하는 초보 식당 운영자로 여길 수 있는 발리의 외딴섬으로 향했다. 손님이 많아도, 없어도 늘 전전긍긍하는 ‘유사가족’이 꾸리는 tvN <윤식당>은 동시간대 최고인 시청률 11.3%를 기록하며 프로그램만큼은 (영업실적 상관없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일단 나영석 PD는 영화 <카모메 식당>이 제시한 슬로 라이프를 그리고 발리로 갔지만, 영업 시작 이후 생활이 된 ‘윤 사장’의 경영 마인드가 더해지면서 윤식당의 모양새도 달라졌다. 나영석 PD는 편집하느라 지금 제일 바쁜 시기를 보내는 중. 지난 2월 발리의 롬복섬에서 돌아온 후 배우 윤여정과 나영석 PD가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2013년 <꽃보다 누나>(이하 <꽃누나>)에서부터 이어져온 두 사람의 인연을 천천히 풀어본다.
-프로그램 타이틀
[스페셜] <윤식당> 윤여정, 나영석 PD와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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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홍상수의 세계를 구현해온 두 남자, 김형구 촬영감독과 박홍열 촬영감독이 함께 작업한 영화다. 1부를 찍은 박홍열 감독은 영화에 직접 출연하며 역대급 신 스틸러로 등극하기도 했다. 누군가는 홍상수 영화의 카메라는 다 비슷하다고 말하지만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서 나란히 붙은 1부와 2부를 연달아 보면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다. 다만 우리는 아직 그 미묘한 차이를 정확히 말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김형구, 박홍열 촬영감독에게 도움을 청했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2004)부터 <극장전>(2005), <해변의 여인>(2006), <북촌방향>(2011),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2012)까지 함께해온 김형구 촬영감독과 <하하하>(2009), <옥희의 영화>(2010), <다른 나라에서>(2011),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201
[스페셜] <밤의 해변에서 혼자> 김형구 X 박홍열 촬영감독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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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를 둘러싸고는 아직 하지 못한 이야기가 너무도 많다. 지금 이 시각에도 현장의 카메라는 쉼없이 참사의 흔적과 상처 입은 사람들을 기록한다. 세월호 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 미수습자 가족, 세월호 탑승 생존자들에 관한 영화들은 꽤 있지만 영화인들은 영화에 대해 말하는 데 더없이 신중한 모습이다. 혹여나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할 피해 당사자와 유가족의 입장보다도 영화화된다는 사실이 주목받게 될까 싶어 깊이 우려한다. 그 가운데에서 공개 가능한,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난 작품들을 먼저 소개한다. <다이빙벨>(2014)에 이어 극장에서 개봉한 세월호 관련 두 번째 다큐멘터리인 <나쁜나라>(2015)를 만든 김진열 감독이 <나쁜나라2>를 촬영 중이다. 김진열 감독은 “유가족분들의 내면의 목소리에 보다 귀를 기울이려 한다”고 운을 띄우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인용에 대해 언급했다. “세월호 관련 내용으로 탄핵 인용이 되지 않은 데 대해 많은 유가
[스페셜] 제작 중인 세월호 관련 영화들 <나쁜나라2> <416 합창단> <로그북> <인어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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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편의 중편다큐멘터리를 엮은 <망각과 기억2: 돌아 봄>은 세월호 참사로 인해 삶이 변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우리가 미처 기억하지 못했거나 잊지 말아야 할 사안들에 카메라는 주목한다.
안창규 감독의 <승선>은 세월호 마지막 탑승자이자 아이들의 탈출을 돕고 뒤늦게 구조용 보트에 몸을 실은 생존자 김성묵씨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구명조끼를 안 입고 있던 아이가 있어서 ‘왜 안 입었니’ 했더니 ‘모자라서 친구 줬어요’ 하더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살아서 다행이다가 아니라 살아서 미안하다는 죄책감은 그를 오랜 시간 짓눌렀다. 그 마음의 응어리를 꺼내서 말하기까지 김성묵씨가 얼마나 긴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했을지, <승선>은 예의를 갖춰 그의 이야기를 듣는다. 박수현 감독의 <오늘은, 여기까지>는 세월호 희생 학생들의 형제자매의 이야기를 전한다. “돈 때문이라는 소리 안 듣게 직업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겠구나.” “서명을 받
[스페셜] 4·16연대 미디어위원회의 두 번째 세월호 참사 프로젝트 <망각과 기억2: 돌아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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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의 현장을 기록해온 사진작가들이 있다. 카메라를 통해 바라본 세월호의 흔적들은 그들 각자에게도 끝없는 물음으로 남았다. 세월호 앞에서 사진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재차 물어본다. 사진을 통해 세월호를 계속 상기하길 바라본다. 세월호를 온전히, 오랫동안 기억하기 위하여 더 많은 기록 사진들이 존재할 것이다. ‘세월호를 생각하는 사진가들’ 등을 통해 각자의 태도로 세월호를 카메라에 담아온 작가들 가운데 네명의 작업을 소개한다. 사진에 대한 작가의 코멘터리를 통해 3년 전 세월호와 지금 여기의 세월호, 그리고 세월호 이후에 대해 말하고 기억하는 시간이길 바란다.
2015년 4월 4일,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진행된 추모행사. 상복을 입은 유가족들이 아이들의 영정을 들고 단원고에서부터 학생들의 통학로를 따라 걷는다. 아이들이 나고 자란 동네, 아이들이 뛰놀던 길에 이제 더이상 아이들은 없다.
2016년 11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하야와 탄핵을 외치던 광화문광장에
[스페셜] 세월호를 기록해온 사진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