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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고스 란티모스는 유일무이하다. 그의 영화 앞에는 대개 괴상, 괴이, 기묘, 파격 등의 수식어가 붙는다. 45일 동안 호텔에 머물다 커플이 되지 못하면 동물이 되어버린다는 설정의 영화 <더 랍스터>(2015)처럼 그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파격적인 소재와 설정들을 주저 없이 차용한다. 신작 <킬링 디어>에서는 그리스 비극과 성서의 막달라 마리아 등 종교적인 요소들을 끌어와 또 한번 숨막히는 이미지들을 뽑아냈다. 2017년 칸국제영화제 각본상을 공동 수상한 <킬링 디어>는 친절한 영화가 아니다. 평가도 다소 엇갈린다. 란티모스 감독의 전작들에 비해 레퍼런스의 사용이 능숙하고 조율되어 있어 독특한 시각이 다소 줄었다는 아쉬운 목소리가 있는 반면 떨쳐내기 힘든 불편함이 전에 보지 못했던 잔혹미의 정점을 선보인다는 호평도 있다. 어느 쪽이건 확실한 건 이 영화가 당신에게 전에 겪어보지 못한 체험을 선사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것이 질문이든 경탄이든 조롱이든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부조리극 <킬링 디어>를 위한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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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 6월 4일 열린 여성영화제의 쟁점 토크 ‘여성가족부XSIWFF 토크콘서트: #WITHYOU’에 참석했다. 영화 <아니타 힐>(2013)을 보고 우리 사회의 미투(#MeToo), 위드유(#WithYou) 운동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자리였다. <아니타 힐>은 1991년 미국 대법원장 후보로 지명된 클래런스 토머스의 성희롱을 세상에 고발한 아니타 힐의 이야기로, 아니타 힐은 미국 내 성희롱·성폭력 근절 및 양성평등 운동의 기폭제 역할을 한 흑인 여성이다. 정현백 장관을 직접 만나 27년 전의 아니타 힐 사건이 지금의 한국 사회에 던지는 화두는 무엇인지, 영화계 내 성폭력 문제와 관련해 어떤 정책과 대안을 고민하고 있는지 물었다. 문재인 정부의 첫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임명된 정현백 장관은 시민사회운동을 하던 학자 출신으로, 올해 7월이면 임기 1년을 맞는다.
-한명의 여성으로 그리고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아니타 힐>을 본
[서울국제여성영화제⑥]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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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씨네21>에서 시작한 ‘영화계 내 성폭력’ 연속 대담 첫 번째 대담자로 배우 이영진에게 참석을 요청하자 그녀는 흔쾌히 응해주었다. 이영진의 발언은 이후 미투(#MeToo) 운동이 확산되면서 영화계 내에서 공론화가 되는 데 포문을 열어주었다. 이영진의 ‘날선’ ‘사이다’ 언어는 여성에게 차별이 가해지는 곳, 미투 운동 곳곳에서 큰 힘을 실어주었다. 20주년을 기념하는 여성영화제 역시 차별과 억압을 향해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이영진의 그 확고한 언어를 필요로 했다. 김아중, 한예리에 이어 3대 페미니스타로 선정된 이영진은 영화제 첫날부터 개막식 사회, 아시아단편경쟁 심사위원, 토크 참석 등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페스티벌 곳곳에서 영화제의 ‘얼굴’이 아닌, 그 정신과 가치를 대변할 ‘언어’로 그녀의 말들이 관객에게 큰 힘으로 전달되고 있었다. 바쁘게 뛰어다니는 그녀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마침 데뷔 20주년이기도 한 그녀에게 이번 홍보대사 활동은
[서울국제여성영화제⑤] 배우 이영진, 제2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페미니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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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큐레이팅이다.” 호주 감독 사만다 랭과의 만남은 여성영화제의 프로그램 이야기로 시작됐다. 그녀는 “여성의 삶을 사회, 정치, 문화 등 다각도로 조명한” 올해 영화제의 상영작이 세계 어느 영화제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고 말했다. 사만다 랭은 지난 2015년부터 호주감독조합 회장으로 영화계 내 성평등을 위한 정책 수립에 힘쓰고 있는 호주 출신 감독이자 작가, 비주얼 아티스트다. 그녀는 올해 여성영화제가 신설한 한국 장편경쟁부문의 심사위원, 국제 컨퍼런스 행사 ‘영화산업 성평등을 위한 정책과 전략들’의 발표자로 한국을 찾았다.
-어떤 기준으로 심사를 했는지 궁금하다.
=한국 장편경쟁부문의 시상은 올해가 처음이다. 그렇다보니 창조성도 중요하지만 여성 영화인들에게도 중요한 의미가 되는 작품을 선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성영화제를 표방할 수 있는 파워풀한 메시지가 담겨 있는 작품인지를 보았고, 영화적 미학과 스토리텔링 방식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우리
[서울국제여성영화제④] 사만다 랭, 한국 장편경쟁부문 심사위원·호주감독조합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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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목소리를 강하게 드러내는 용기에 동참할 수 있는 것”이 여성 영화인들의 숨은 조력자로 활동하면서 리치 프랭키를 가장 기쁘게 하는 점이다. 리치 프랭키는 평론가, 작가, 프로그래머 등 직함에 갇히지 않고 영국영화계의 사방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왔다. 현재 영국영화협회(BFI) 영화기금 제작개발 이사로 재직 중인 그의 모니터링을 거친 작품은 린 램지의 <유 워 네버 리얼리 히어>, 안드레아 아놀드의 <아메리칸 허니> 등 최근까지도 활발히 제작되어 세계 영화제에 등장하고 있다. “여성 영화인들을 위한 ‘치어리더’가 되어줄 제도와 프로그램의 존재가 절실”하다고 운을 뗀 프랭키는 올해 영화제에서 영화산업 내 성평등 정책에 관한 컨퍼런스에 참석해 또 하나의 목소리를 보탰다. 영국 영화진흥위원회와 BFI에서의 실무 경험을 차분히 들려준 리치 프랭키와의 만남을 정리했다.
-BFI는 영국영화계 성평등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새로운 필름 메이커들
[서울국제여성영화제③] 리치 프랭키, 국제장편경쟁부문 심사위원·BFI 영화기금 제작개발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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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타 사키시안은 웹사이트 ‘페미니스트 프리퀀시’(www.feministfrequency.com)에서 게임, 만화, 영화, TV드라마, 인터넷까지 포괄한 미디어에 대한 페미니즘 비평을 하는 평론가다. 특히 게임 내 여성의 이미지를 분석한 비디오 클립 ‘트롭스 vs 비디오 게임 내의 여성’프로젝트는 16만달러 이상의 후원금이 모이고 게임 스튜디오에서 그에게 직접 강연을 요청하는 등 업계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그는 페미니즘 비평을 한다는 이유로 미국의 ‘게이머게이트’ 사건(게임 언론의 부패를 청산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으나, 게임 업계 여성 종사자 및 페미니스트 비평가 등을 향한 극단적인 사이버불링으로 변질됐다) 당시 살해 협박을 받는 등 끔찍한 테러를 당하기도 했다. 아니타 사키시안이 해왔고 원치 않게 겪었던 일들은 최근 한국에서 벌어지는 온갖 논란을 떠올리게 한다. 게임 일러스트레이터들이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로 일자리를 잃고, 게임 회사 직원이 상사로부터 페미니스트가 아니
[서울국제여성영화제②] 아니타 사키시안, 페미니스트 미디어 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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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성영화제의 회고전과 마스터클래스의 주인공은 퀴어영화의 선구자 모니카 트로이트 감독이다. 트로이트의 영화엔 다양한 성 정체성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하고 그들은 레즈비언 바의 드래그 킹 쇼 등 다양한 하위문화를 즐긴다. <유혹: 잔인한 여자>(1985), <버진 머신>(1988), <아버지의 방문>(1991) 등 트로이트의 초창기 극영화들은 고정된 성 역할과 젠더 이분법에 반기를 들고 과감한 여성의 이미지를 제시한다. 젠더와 섹슈얼리티에 대한 트로이트의 탐구는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를 넘나들며 이루어졌다. 최근엔 보편적 인권 문제나 사회문제 등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여성영화제의 모니타 트로이트 회고전에선 <버진 머신> <아버지의 방문>을 비롯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트랜스젠더들을 다룬 <젠더너츠>(1999), 브라질의 빈민가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돕는 여성 인권운동가의 이야기를 기록한 <빛의 전사>(2001
[서울국제여성영화제①] 모니카 트로이트 감독, 회고전·마스터클래스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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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이하 여성영화제)가 6월 7일 폐막했다. <씨네21>은 여성영화제를 찾은 주요 게스트들을 만나 각국의 영화산업·정책·비평·운동 등에 대해 깊이 있는 얘기를 나눴다. 마스터클래스와 회고전의 주인공인 퀴어영화의 선구자 모니카 트로이트, 페미니즘 미디어 비평가 아니타 사키시안, 국제 컨퍼런스 ‘영화산업 성평등을 위한 정책과 전략들’에 발표자로 참석한 리치 프랭키와 사만다 랭,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과 여성영화제 페미니스타로 활동하는 배우 이영진까지, 각국 여성 영화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
제2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만난 사람들 ① ~ 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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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희, <씨네21> 독자라면 낯선 이름이 아닐 것이다. 변호사이자 영화 제작자(영화사 봄 대표 시절 홍상수 감독의 <밤과낮>, 이윤기 감독의 <멋진 하루> 등 여러 영화를 제작했다)이기도 한 그는 지난해 봄, 2년째 써오던 <씨네21> 칼럼 ‘디스토피아로부터’를 돌연 중단했다. ‘장미전쟁’(조기대선)을 앞두고 안철수 대선후보의 비서실장으로 캠프에 합류하는 바람에 더이상 글을 쓸 수 없게 된 것이다. 법조계와 충무로에서 초식남으로 통하는 그가 어째서 맹수들이 바글거리는 선거판에, 그것도 두번씩(안철수 대선캠프에서 18, 19대 대선을 연달아 치렀다)이나 뛰어들었을까. “당시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연장되는 것만은 막고 싶었다. 두번의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변에는 민주당을 포함해 그를 돕는 사람들이 많았던 반면, 안철수 의원 주변에는 그를 돕는 정치인이 적었던 까닭에 정치인은 아니지만 내가 도울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그런 그가
[소설 쓰는 영화인②] 조광희 변호사 - 다시 시작하기 위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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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주(<82년생 김지영>), 히가시노 게이고(<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한강(<흰>), 무라카미 하루키(<버스데이 걸>), 김영탁(<곰탕>). 지난 4월 소설부문 베스트셀러 순위인데, 내로라하는 작가들 사이에서 김영탁이라는 이름이 유독 튀었다. 영화 <헬로우 고스트>(2010), <슬로우 비디오>(2014)를 연출했던 영화감독인 그가 내놓은 첫 소설이 베스트셀러에 오른 건 흔한 일은 아니었고 신기하기까지 했다. <곰탕>은 갑자기 툭 튀어나와 출간 두달 만에 파죽지세로 6쇄를 찍었고, 3만부나 팔렸다. 책 출간 전에 연재됐던 카카오페이지에선 5월 말 현재 50만9천뷰를 기록하고 있다. 이전 최고 기록이 약 10만뷰라고 하니 인기가 실감된다. 이 소설은 가까운 미래에 살고 있는 주인공 우환이 부산의 유명한 곰탕집에서 곰탕 만드는 법을 배우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직접 쓴 시
[소설 쓰는 영화인①] 김영탁 감독 - 현재를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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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쓰는 건 결심이 필요한 일이다.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지고 첫 소설을 쓴 영화인들이 있다. 한명은 소설 <리셋>과 산문집 <그래봐야 인생, 그래도 인생>을 연달아 낸 조광희 변호사고, 또 한명은 소설 <곰탕>을 쓴 김영탁 감독이다. 장르와 소재가 제각기 달라도 <리셋>도, <곰탕>도 조광희 변호사와 김영탁 감독을 쏙 빼닮았다. 다음장부터 소설을 쓰게 된 두 남자의 사연을 전한다.
소설 쓰는 영화인들, 김영탁 감독과 조광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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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오스카, 2개의 에미상, 8개의 그래미 어워드, 6개의 골든글로브, 5개의 영국 아카데미 어워드(BAFTA)…. <오션스8>에 출연하는 주연배우들의 휘황찬란한 ‘스펙’을 합치면 이런 결과가 나온다. 그야말로 올스타 대열전이다. 샌드라 불럭의 ‘데비 오션’부터 앤 해서웨이의 ‘다프네 클루거’까지, 관객의 눈을 호사롭게 할 <오션스8>의 여덟 캐릭터를 소개한다.
데비 오션(샌드라 불럭)
이전 세편의 ‘오션스’ 영화에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대니 오션(조지 클루니)의 여동생. <오션스8>의 주인공으로, 1억5천만달러 상당의 카르티에 다이아몬드 목걸이 ‘투생’을 훔치려 한다. 그것도 미국 패션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멧 갈라 행사에서. 데비 오션을 연기하는 샌드라 불럭은 “지휘의 대가”라는 말로 데비를 설명한다. 그녀는 범죄의 판을 키우고, 대담하게 계획을 설계하며, 조력자가 될 이들의 재능을 알아보고 최고의 팀을 구성할 줄 아는 인물이다. 그런데 데비
<오션스8> 혹은 ‘팀 데비 오션’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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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하이스트 무비가 온다. 샌드라 불럭, 케이트 블란쳇, 앤 해서웨이 등 8명의 스타배우들로 무장한 <오션스8>가 6월 13일 국내 개봉한다. 이 작품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영화의 역사 속으로 사라진 듯 보였던 <오션스> 시리즈의 스핀오프작이다. 이전 3부작의 연출을 맡은 스티븐 소더버그가 제작자로 물러나고, 감독 게리 로스를 비롯해 새로운 제작진이 합류한 <오션스8>는 어떤 매력을 가진 작품일까. 무엇보다도 시리즈 사상 처음으로 극의 중심부를 차지한 여성배우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지금까지 알려진 정보를을 토대로 <오션스8>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해보았다. 돌아온 하이스트 무비가 당신의 마음까지 강탈할 수 있을지 주목해보시라.
팀 ‘오션’과의 이별 그리고 재회
“더이상의 <오션스> 시리즈는 없다.” 지난 2006년, 스티븐 소더버그는 <오션스13>이 시리즈의 마지막 영화가 될 거라고 선언했다. 그건 예고된 이
<오션스> 3부작의 스핀오프 <오션스8>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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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meddine’은 아랍어로 ‘심판의 날’을 뜻한다. 가족과 헤어져 나환자촌에 사는 한센병 환자 버샤이(레디 가말)가 카이로로 어릴 때 헤어진 가족을 찾아나서는 로드무비로 ‘심판의 날 모두가 평등해지리라’라는 감독의 연출의 변을 담고 있는 제목이기도 하다. 당나귀, 얻어 탄 트럭,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그의 험난한 여정. 가난하고 병든 자를 대하는 이집트 사회의 편견 속에서 그를 믿고 동행해주는 이는 어린 소년 오바마(아흐메드 아브델하피즈)뿐이다. 피라미드로 대변되는 이집트라는 상징화된 공간 속에서 A. B. 샤키 감독이 찾아낸 이집트의 ‘진짜’ 풍경은 놀랄 정도로 생경하고 또 생생하다. 첫 장편으로 칸 경쟁부문에 초청됐으며, 이집트 사회를 조명하는 소재와 대담한 전개, 이를 바라보는 때묻지 않은 시선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장편 데뷔작이 칸 경쟁부문에 초청되다니 엄청난 행운이다.
=칸에 초청되는 건 영화를 만드는 모든 사람들의 꿈이다. 정말 작은 영화고 특이한 이야기인데
[칸에서 본 영화들④] <요메드딘> A. B. 샤키 감독, “카이로 관광지의 반대편을 보여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