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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정말 <트윈 픽스> 시즌3가 25년 만에 만들어졌다. 시즌2의 마지막 에피소드는 1991년 6월에 방송됐고, 다음해에는 본편 뒤에 숨은 이야기를 그린 <트윈 픽스> 극장판이 발표됐다. 그리고 22년이 지난 2014년, 케이블 채널 <쇼타임>은 <트윈 픽스>의 새 시즌을 제작한다고 공식 발표했으며 다시 3년이 지난 2017년 5월에 드디어 새로운 에피소드가 방송됐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드디어 18부작 <트윈 픽스> 시즌3가 7월 21일 캐치온을 통해 첫 방송을 시작했다.
이번 <트윈 픽스> 시즌3에는 놀라운 점이 세 가지 있다. 첫 번째는 전 시즌과 시간 차이가 무려 25년이나 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데이비드 린치와 마크 프로스트 콤비뿐 아니라 시즌1, 2의 배우 40여명이 다시 뭉쳤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 놀라운 점은 새로운 이야기로 새 시즌을 시작하는 게 아니라 시즌2의 전개를
<트윈 픽스>, 붉은 방으로 돌아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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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감독의 <군함도>, 장훈 감독의 <택시운전사>, 장준환 감독의 <1987>(가제)은 모두 근현대사를 다루고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일제강점기 일본 군함도에 강제징용된 조선인 노동자들의 이야기와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다룬 책들이 영화 감상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줄지도 모르겠다. 한수산의 <군함도>, 한강의 <소년이 온다>, 최규석의 <100℃>를 지금 강추한다. 이미 읽었다면 또 한번 꺼내 보시라. 좋은 책과 영화는 널리 소문내야 한다.
거대한 슬픔의 역사_류승완 감독의 <군함도>를 기다리는 당신에게
<군함도> 한수산 지음 / 창비 펴냄
군함도를 다룬 책과 영화와 방송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나오고 있다. 2015년 7월 군함도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당시 일본은 부끄러운 강제징용의 역사를 덮으려 했고, 반복되는 일본의 역사 왜곡은 오히려 군함도
<군함도>, <택시운전사>, <1987>(가제)를 보기 전 미리 읽으면 좋을 세권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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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영화의 시작이자 끝
만섭의 택시는 1973년식 ‘브리사’다. 진작에 단종된 차를 되살리기 위해 브리사를 수배한 뒤 해체와 재조립, 세밀한 개조 작업을 거쳐 만섭의 녹색 택시가 완성됐다. 수입, 도색, 테스트에만 7개월 넘는 시간이 걸렸다고. 고락선 촬영감독은 “<택시운전사>에서 가장 어려웠던 촬영은 금남로나 광주 거리가 아니라 브리사 내부의 드라마 신들”이라고 말한다. “워낙에 작은 차였기 때문에 카메라를 달기 위해서 하부에 추가로 장치를 달았다. 카메라가 움직이면 가짜 느낌이 날 것 같아서 고정 촬영을 주로 했다.” 대신 좁고 한정된 앵글의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 전체를 보여줄 때는 확실하게 와이드숏으로 빠져서 대비를 이루도록 했다는 게 고락선 촬영감독의 설명이다. 특히 예비로 만들어둔 차도 몇대 없었기 때문에 차가 부서지면 촬영을 할 수 없다는 게 난감한 지점이었다. 그래서 액션도 차가 망가지는 순서대로 찍을 수밖에 없었다고. 이쯤 되면 정말 택시가 주인공인
6개의 키워드로 보는 <택시운전사> 제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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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섬을 재현하다
일본 나가사키현 나가사키항에서 남서쪽으로 18km 떨어진 섬, 그곳에 지옥이 있었다. 류승완 감독의 신작 <군함도>는 일제강점기였던 1945년, 수많은 조선인이 강제로 징용됐던 하시마섬을 영화의 주요 무대로 삼는다. 섬의 외양이 군함을 닮았기에 ‘군함도’라고도 불렸던 이곳은 탄광산업이 기반이었고, 석탄 채굴에 동원된 수백명의 조선인은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비참하게 살아가거나 목숨을 잃었다. “관객이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나면 온몸이 두들겨맞은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하고 싶었다”는 류승완 감독의 말대로, <군함도> 제작진의 최우선 과제는 1940년대 영문도 모른 채 이 지옥 같은 섬에 당도했을 조선인의 육체적, 정신적 아픔을 체감하게 하는 것이었다. 제작기간 1419일, 6만6천㎡의 세트, 300~400여명의 출연진. ‘스케일’로 따지면 2017년 국내 극장가에서 선보일 한국영화 중 가장 거대할 <군함도>의 규모는 필수 불가결한 선
6개의 키워드로 보는 <군함도> 제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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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마지막주로 예정된 롯데의 <청년경찰> 시사를 끝으로 2017년 여름 국내 극장가에서 관객을 만나게 될 여름영화 빅5가 모두 베일을 벗는다. 올해 여름에는 봉준호 감독의 <옥자>, 한국에서 강력한 팬덤을 구축하고 있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덩케르크> 등 한국 감독이 연출한 외국영화, 한국영화 못지않게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여름영화 경쟁에 합류한다는 점이 예년과는 다르다. 이 지면에서는 여름영화 빅5 중 두편의 한국영화, <군함도>(7월 26일 개봉)와 <택시운전사>(8월 2일 개봉)에 대한 글을 소개하기로 한다. 일제강점기와 1980년 5월의 광주. 한국사의 가장 어둡고 아픈 시기를 관통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이 두 영화는 류승완과 장훈이라는, 충무로에서 나름의 ‘브랜드’를 구축한 연출자들에 대한 기대 이외에도 충무로의 내로라하는 스탭들이 대거 참여한 작품으로도 화제가 됐다. 올해 상반기 다소 주춤했
<군함도> vs <택시운전사> 관전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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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거 실제 상황이야? <어둔 밤>을 보는 관객은 내내 혼란에 빠질지도 모른다. <어둔 밤>은 지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된 단편 <회상, 어둔 밤>(2015)을 확장한 장편으로, 예비군이 주인공인 슈퍼히어로영화를 만드는 대학 동아리 ‘리그 오브 쉐도우’의 이야기를 담는 페이크 다큐멘터리다. “봉준호 감독님이 극영화가 다큐멘터리적 순간을 가져올 때 희열을 느낀다고 말씀하신 인터뷰를 보고, 그런 순간들로만 이루어진 영화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시네필’인 본인들은 진지한데 관객은 웃음을 참을 수 없게 만들던 영화 속 동아리는 실제로 존재하지는 않는다. 다만 “연극 동아리 활동 당시 사람들이 예술에 몰입하는 모습을 조금 떨어져서 보면 웃겼다”는 심찬양 감독의 기억이 영화에 반영됐다. <회상, 어둔 밤>은 주인공들이 갑자기 군 입대를 해서 극중 영화가 완성되지 않은 채 끝났다. 조빙 역의 조병훈 촬영감독이 갑자기 미국영화연구소(AFI
[BIFAN의 영화인들⑥] <어둔 밤> 심찬양 감독 - ‘덕후’들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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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년간 굉장히 많은 한국인이 라오스로 여행을 왔다. 오자마자 잠옷 바지 같은 것을 사입고 길거리 음식을 먹으며 즐겁게 시간을 보내다 돌아가는데, 그것이 라오스의 전부는 아니다.” 라오스에서 살고 있는 베트남계 미국인이라는 독특한 이력의 마티 도 감독은 “라오스의 내부인이면서 외부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가 영화에서 보여준 라오스는 우리가 TV 여행 프로그램에서 보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순진한 시골 소녀 녹이 외국인 남편을 둔 친언니 안나와 함께 살다가 물질적 욕망에 눈을 뜨고, 언니를 향한 질투가 파국을 불러오는 스토리는 마티 도 감독이 보여주고 싶었던 라오스 사회의 다양한 면면 중 하나였다. 그 안의 캐릭터들도 전형적이지 않다. “녹처럼 시골에서 온 사람들은 착하기만 하다거나 욕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편견이 있다. 그들도 물질을 원할 수 있다. 또한 관객이 안타깝게 여겼던 녹이 선을 넘는 행동을 하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뒤로 물러나게 하는 등 캐릭터에 반전을 주고
[BIFAN의 영화인들⑤] <디어 시스터> 마티 도 감독 - 내부인이면서 외부인의 시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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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흥순 감독에게 여성은 그의 작품 세계에서 중요한 화두다. 4·3 사건으로 남편을 잃은 제주도 할머니(<비념>(2012)), 40여년 전 구로공단에서 청춘을 바쳐야 했던 여공들(<위로공단>(2014))은 한국 현대사에서 희생된 사람들이다. 그의 신작 <려행>의 주인공인 김복주, 이윤서, 강유진, 양수혜, 김미경, 한영란, 김광옥, 김경주 등 탈북 여성들 또한 그렇다. 탈북 사연이 저마다 다르지만, 임 감독은 “남한이든 북한이든 사람들이 보고 겪은 감정은 똑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시회 <포스트트라우마>(주최 김근태재단, 서울문화재단)에 참여한 26분짜리 영상 <북한산>이 <려행>의 출발점인데.
=<북한산>은 한복을 차려입은 탈북 가수 김복주씨와 북한산을 오르며 그의 탈북 사연과 탈북 이후 삶을 이야기하는 프로젝트였다. 4·3 사건(<비념>)이든, 노동문제(<위로공단>)든
[BIFAN의 영화인들④] <려행> 임흥순 감독 - 남한이든 북한이든… 우리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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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로우 허 마우스>(국내 개봉 제목은 <빌로우 허>다)는 러브 스토리다. 지붕 수리공인 레즈비언 달라스(에리카 린더)와 패션지 에디터인 이성애자 재스민(내털리 크릴), 두 여성이 첫눈에 반하게 된 뒤 사랑을 나누며 조금씩 가까워지는 이야기다. 섹스 신이 꽤 비중 있게 다루어지는데, 여성감독이 연출한 작품인 만큼 몸으로 사랑을 나누는 두 여성의 감정이 세심하게 묘사됐다.
-달라스와 재스민 커플처럼 불꽃처럼 타오르는 사랑을 경험해본 적 있나.
=촬영 전 짧은 사랑을 하다가 이 영화를 찍을 때쯤 헤어졌다. 그 과정에서 겪은 감정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상태에서 찍어야 했다.
-작가가 쓴 시나리오의 어떤 점에 매료돼 연출을 맡게 됐나.
=두 ‘여성’의 사랑보다는 보편적인 사랑을 그린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 사랑하면 몸이 먼저 반응하지 않나.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몸을 통해 보여주는 이미지가 강렬했다.
-에리카 린더가 연기한 달라스는 톰보이 같은
[BIFAN의 영화인들③] <빌로우 허 마우스> 에이프릴 뮬렌 감독, “카메라 앵글 하나까지도 여성의 시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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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가신 감독에게 연락이 왔다. 너한테 잘 어울릴 작품이 있다면서.” 증국상 감독은 <소울 메이트>의 원작인 안니 바오베이의 소설을 그렇게 접했다. 20쪽가량의 단편을 순식간에 읽어내린 그는 이 작품이 자신이 오랜 시간 찾던 이야기란 걸 직감했다. 여성영화의 반열에 들 영화 <소울 메이트>는 소꿉친구인 두 여성 안생(저우동위)과 칠월(마쓰춘)의 안타까운 연대기다. 서로에 대한 사랑과 미움이 한데 섞인, 내밀하지만 치열한 감정선이 돋보이는 작품. “언제나 여성이 중심인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는 증국상 감독은 사랑보다 더 파란만장한 여성들의 우정에 관해 잘 이해하는 것처럼 보였다. “어려서부터 할머니와 엄마의 (여성) 친구들이 우리 집에 모여서 마작을 하고 술잔을 나눴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여성만의 독특하고 예민한 감정의 결이 있다는 걸 알았다.”
네명의 여성작가가 협업한 각본도 캐릭터를 살리는 데 한몫했다. “두명은 안생 편에서, 두명은 칠월 편에서 토론하
[BIFAN의 영화인들②] <소울 메이트> 증국상 감독 - 사랑보다 강렬한 여성들의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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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와 욕망, 호러와 블랙코미디, 멜로와 스릴러가 뒤섞여 기괴한 장르적 에너지를 뿜어내는 영화를 만들어온 알렉스 데 라 이글레시아 감독이 BIFAN 특별전 참석차, 부천을 방문했다. 비디오 대여점 시절부터 소수의 컬트팬들로부터 열광적 지지를 받았던 <액션 무탕트>(1993), <야수의 날>(1995) 등의 장르영화를 꾸준히 만들던 그는 2010년 <광대를 위한 슬픈 발라드>로 베니스국제영화제 은사자상을 수상하며 일관되게 지독한 작품 세계를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특정 장르를 넘어 영화 매체에 대한 순수한 애정을 쏟아낸 그와의 이야기를 전한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초기 단편인 <칵테일 살인마>(1991)와 이를 모티브 삼아 만든 대표작 <야수의 날>, 20주년 기념 다큐멘터리 <야수의 후예>(2016)가 함께 묶여 상영한다. 감독 본인에게도 <야수의 날>이 갖는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
=<야수의 날
[BIFAN의 영화인들①] 알렉스 데 라 이글레시아 감독, “영화만 찍다가 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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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간 이어진 한여름 밤의 판타지아가 막을 내렸다. 판타지, 호러, 코미디, 가족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영화들은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했고, 인더스트리 프로그램(B.I.G)은 국내외 영화인들을 한데 불러모아 아시아 각국의 산업을 잇는 네트워크 역할을 충실히 했다. 무더위를 식힌 맑은 비 냄새도, 좀비처럼 밤을 꼬박 새가며 본 심야상영도, 밤새 나눈 장르영화 얘기도 이제 추억이 됐다. 폐막작 <은혼>(감독 후쿠다 유이치) 상영을 끝으로 제2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는 마무리되었지만, 이곳에서 만난 영화인들에 대한 여운은 쉽사리 가시지 않을 것 같다. <씨네21>은 이번주와 다음주 두 차례에 걸쳐 부천에서 만난 사람들을 소개할 계획이다. 스페인 장르영화의 대가 알렉스 데 라 이글레시아 감독부터 상상력 넘치는 한국 신인감독 심찬양까지 주요 게스트와의 만남을 먼저 전한다. 다음주까지 계속 기대해주시길.
[스페셜] 제2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만난 영화인들 ① ~ 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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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자>에 대한 상찬은 이미 넉넉해서 굳이 내가 보탤 게 없다. 해석의 탁월함도 있겠지만 이를 수용하는 <옥자>의 넉넉한 층위에 새삼 놀랐다. <옥자>는 보고 발견한 것을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어지는, 실로 영리한 영화다. 조형미로 꽉 채워진 화면과 간곡한 메시지 사이의 결합이 빈틈없이 딱 떨어진다. 그런데 바로 이 모자람 없이 들어찬 의미, 조합, 배치의 정교함이 어딘지 기계적으로 다가왔다. 내가 굳이 덧붙이고자하는 건 그간 봉준호 영화에서 접하지 못했던(정확히는 <설국열차>부터 느껴졌던) 거리감에 대한 사소한 질문이다.
첫 번째 질문. 이 영화는 해피엔딩인가. 미자는 옥자를 구했다. 애초에 미자가 원했던 건 슈퍼돼지를 생산, 소비하는 시스템을 박살내는 게 아니다. 그건 동물해방전선(ALF)의 목표였고 잠시 이해가 일치한 적은 있지만 미자가 끝내 다른 길을 걷는 건 타당하고 합리적인 선택이다. 어쨌든 미자는 목표를 달성했다. 툇마루에 미
<옥자>의 정체성에 대한 짧은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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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이 시작되었다. 동시에 ‘오인’의 서사도 작동되기 시작하였다.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봉준호의 영화적 세계가 다시금 시작된 것이다. 영화 <옥자>는 ‘착한 자본주의’로 위장한 육가공 업체 미란도의 화려한 기업 설명회로 시작된다. 흡사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팝아트를 연상시키는 듯한 경쾌하고 빠른 편집의 이 시퀀스에서 미란도의 새 CEO 루시는 선대의 사악하고 착취적인 메뉴팩처링 생산 방식을 비난하며 자신은 자연과 과학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새로운 돼지 축산산업을 시작할 것임을 선언한다. 동물복지와 생태주의와의 결합. 그러나 아름다운 피조물로 다시 태어날 슈퍼돼지에 대해 그녀가 덧붙이는 마지막 말 한마디. “맛도 끝내주지요.” 틸다 스윈튼의 클로즈업이 빚어내는 이 순간의 거짓과 그로테스크함이야말로 <옥자>의 기이한 풍자와 해학을 압축하는 이미지이다.
‘추적’을 모티브로 하는 봉준호 감독의 모든 영화들에서 오인의 코드는 서사의 중요한 분기점 혹은 동력이 되어왔다.
<옥자>에서 발견한 봉준호 감독 특유의 활력과 기이한 감수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