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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동석, 김영광 주연의 <원더풀 고스트>는 두 배우가 지닌 장점 중 최고의 엑기스만 추출한 다음 이를 더욱 돋보이게 할 방법을 연구하듯 이야기를 창조해나간 영화 같다. 극중 마동석의 팔뚝은 묵직함을 선사하며 웃음과 액션을 담당하고, 김영광의 훤칠한 두 다리는 비현실적으로 해맑은 자태를 뽐내며 감동을 담당한다. 범죄에 연루되어 억울하게 죽을 위기에 처한 영혼 태진(김영광)과 정의 따윈 상관없는 이기적인 남자 장수(마동석)의 활약을 다룬 영화 <원더풀 고스트>를 오랫동안 다듬고 또 다듬느라 어느새 8년 만에 복귀작을 내놓게 된 조원희 감독을 만나 이 영화의 출발점부터 다시 되짚어봤다.
-2016년에 촬영(<씨네21> 1073호 씨네스코프 ‘조원희 감독이 연출하고, 마동석이 주연 맡은 <원더풀 라이프>(가제) 촬영현장’ 기사 참조)을 끝마쳤지만 개봉하기까지 시간이 꽤 흘렀다.
=후반작업이 좀 오래 걸리기도 했고 개봉 시기를 몇번 놓쳤다.
[추석, 한국영화④] <원더풀 고스트> 조원희 감독 - 마동석의 장기를 백분 활용한 코믹 액션을 기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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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영화의 득세가 돋보이는 추석 시즌에 <협상>은 그동안 제대로 다뤄진 적 없었던 경찰청 위기협상가의 세계를 히든카드로 꺼내들었다. 서울지방경찰청 위기협상팀의 베테랑인 하채윤(손예진)이 타이에서 활동하는 무기밀매상 민태구(현빈)의 인질극을 상대하는 12시간의 숨막히는 상황이 영화의 주 무대다. <협상>을 이끈 이는 <국제시장>(2014)의 조감독, <히말라야>(2015)의 각색 등을 거치며 JK필름과 꾸준히 연을 이어온 이종석 감독. “2시간 동안 말로 협상만 한다면 지루할 수밖에 없는데, 상업영화로서 이를 뒤집기 위해 다양한 변주를 취했다”는 그에게, 첫 장편 데뷔작을 완성하느라 남달랐을 그간의 경험들에 대해 물었다.
-<협상>은 어떻게 시작된 프로젝트인가.
=처음 <국제시장> 조감독 면접을 볼 때부터 윤제균 감독님이 “<국제시장> 개봉 전에 너를 입봉시켜줄게!”라고 호언장담했다. 나 역시 그 말을 전
[추석, 한국영화③] <협상> 이종석 감독 - 협상은 차갑게 감정은 뜨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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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해괴한 존재, ‘물괴’를 소재로 한 허종호 감독의 신작 <물괴>는 한국 괴수영화의 시대 배경을 조선시대로까지 확장한다. 현대적인 무기도 없고, 과학 기술도 발전하지 못한 조선 땅에서 사람들이 괴수와 벌이는 싸움의 형태란 과연 어떤 모습일까. 혹은 빌딩 숲 도시와는 전혀 다른 조선시대의 경복궁에서 펼쳐지는 괴수와의 싸움은 과연 어떤 시각적 쾌감을 선사할까. 기대 반 우려 반의 시선을 받으며 공개된 <물괴>의 허종호 감독은 과연 어떤 비전을 갖고 이 도전에 합류하게 됐을까. 웬만한 애정과 인내력을 지니지 않고서는 쉽사리 덤빌 수 없었을 것 같은 프로젝트의 지난한 과정에 대해 물었다.
-‘물괴’가 허구의 사건이라 생각했는데 실제로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되어 있더라. 중종 22년 즈음부터 ‘삽살개 같고 망아지 같은’ 물괴가 궁에 출몰했고 왕이 걱정하여 대비전까지 옮기는 일이 있었다고.
=허담 작가가 어느 날 조선시대
[추석, 한국영화②] <물괴> 허종호 감독 - 낮은 사람들이 높은 곳을 지켜내는 이야기에 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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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시성>은 올 추석 극장가에서 만날 수 있는 한국영화 중 가장 규모가 큰 사극 액션 블록버스터다. 조인성과 남주혁, 김설현과 정은채 등 젊은 배우들을 앞세운 이 작품은 한국 사극영화에서 충분히 탐구되지 않은 고구려를 무대로 트렌디하고 활력 넘치는 ‘젊은 사극’을 지향한다. <안시성>을 이끄는 수장은 <내 깡패같은 애인>(2010)과 <찌라시: 위험한 소문>(2014)을 연출한 김광식 감독이다. 그의 첫 대작영화이자 꿈의 프로젝트였던 <안시성>은 두편의 사극영화(<물괴> <명당>), 두편의 현대물(<협상> <원더풀 고스트>)과 벌일 치열한 ‘공성전’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출격을 앞둔 그를 만났다.
-추석영화 대전을 앞둔 소감이 어떤가.
=<안시성> 외에 사극이 두 작품이나 있고, 현대물까지 한국영화가 많아 긴장이 된다. 말하자면 박스가 큰 시장에 들어가는 거잖나. 경쟁도
[추석, 한국영화①] <안시성> 김광식 감독 - 몸의 영화, 시각적 스펙터클을 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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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추석에는 역대급 ‘한국영화 대첩’이 벌어진다. 각 투자·배급사의 추석 라인업을 대표하는, 9월 19일 개봉하는 <협상> <명당> <안시성>이 연달아 언론 시사를 열며 그동안 감춰두었던 패를 꺼내 보였다. 시사가 열리는 극장마다 로비는 영화 관계자와 기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이들 작품보다 한주 앞서 9월 12일 개봉한 <물괴>까지, 올 추석 극장가에서 만날 수 있는 주요 한국영화 네편이 모두 언론에 공개됐다. 추석 연휴 직후인 9월 26일 개봉하는 조원희 감독의 <원더풀 고스트> 또한 관객과의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2018년 추석 연휴 극장가의 향방을 짐작해보기에 이보다 더 적기가 있을까. <씨네21>은 다섯편의 주요 추석영화 중 네편의 감독을 만났다. <안시성>의 김광식 감독, <협상>의 이종석 감독, <원더풀 고스트>의 조원희 감독,
추석, 한국영화 뭐 볼까? ① ~ 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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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에 동의하건 동의하지 않건 간에 이제는 페미니즘을 알아야 하는 시기다.” 손희정 문화평론가가 현 시점에서 페미니즘의 중요성, 우리가 페미니즘을 알아야 하는 이유를 강조했다. 지난 8월 31일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손희정 문화평론가의 ‘영화로 보는 페미니즘’ 특강이 열렸다. 2시간 동안 진행된 강연에서 손희정 평론가는 페미니즘의 맥을 짚어 볼 수 있는 영화 <서프러제트>(2015), <디 아워스>(2002),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2015)를 통해 서프러제트 운동부터 이어진 페미니즘의 역사 그리고 ‘래디컬페미니즘’, ‘에코페미니즘’을 비롯한 다양한 페미니즘의 갈래에 대해 설명했다. 강연 뒤 이어진 대담에서 손희정 문화평론가와 <씨네21> 이화정 기자가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번 행사는 CJ문화재단에서 주관하는 신진 작가 기획개발 프로그램 스토리업(STORY UP) 행사의 일환으로, 이후 임진모 음악평론가의 ‘영화로 보는 음악’
CJ문화재단 2018 스토리업 특강 ➊ ‘영화로 보는 페미니즘 ’ 토크 중계, 문화평론가 손희정 × <씨네21> 이화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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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가도>는 2014년 4월 16일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은 옴니버스다. 세월호 참사로 고등학생 딸을 잃은 엄마(전미선), 세월호 인명 구조작업에 참여했다가 트라우마로 고생하는 남자(유재명), 세상을 뜬 아내의 빈자리가 너무 큰 남편(전석호)의 이야기가 차례로 이어진다. 전미선·유재명·전석호 세 배우는 세월호 참사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아픔을 위로하고 싶다는 젊은 감독들의 뜻에 동참해, 영화가 개봉까지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었다. 영화 <연애>(2005), <숨바꼭질>(2013), <내게 남은 사랑을>(2017),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2010), <해를 품은 달>(2012) 등에서 보여준 따스하고 부드러운 성정의 캐릭터부터 강하고 서늘한 느낌의 인물까지, 다양한 작품으로 필모그래피를 빼곡하게 채워온 전미선과 드라마 <미생>(2014), <굿와이프>(201
<봄이가도> 배우 전미선·전석호 - ‘살아야겠구나’ 그 진심을 전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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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프레데터>의 셰인 블랙 감독과 샌디에이고 코믹콘이 한창인 지난 7월 21일에 만났다. 하루 전 샌디에이고에서 팬들에게 영화를 미리 소개하는 행사를 마치고 숨 고를 틈 없이 로스앤젤레스로 날아와 <더 프레데터>의 롱리드 정킷에 참여한 블랙 감독은 몹시 피곤해 보였지만 영화에 대해 말하는 동안만큼은 피곤한 기색 없이 자신감을 내보였다. 1987년 존 맥티어넌 감독이 연출한 <프레데터>에 릭 호킨스 역할로 출연한 인연을 가진 셰인 블랙 감독의 2018년 신작 <더 프레데터>에 대해 질문했고, 답을 들었다. 질문 하나에 서너 가지 대답을 막힘 없이 풀어놓았던 블랙 감독은, 그야말로 이 영화의 마스터 마인드였다.
-샌디에이고 코믹콘은 어땠나.
=<더 프레데터> 행사는 잘됐다. 행사가 끝난 뒤 바로 나와야만 했는데,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솔직히 내게 좀 벅찬 행사였다.
-코믹콘에 간 게 이번이 처음인가.
<더 프레데터> 셰인 블랙 감독, "오리지널 <프레데터>와 동반자 관계의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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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데터> 시리즈의 네 번째 영화, <더 프레데터>가 9월 12일 국내 개봉한다. <아이언맨3>(2013)의 셰인 블랙이 연출과 각본을 맡은 이 작품은 1980년대 오리지널 <프레데터> 영화의 정신을 계승하며 새로운 설정과 볼거리로 21세기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한다.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되기까지 <더 프레데터>의 내용은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정보를 토대로 영화의 밑그림을 짐작해볼 수는 있을 듯하다. 첫 공개가 머지 않은 <더 프레데터>에 관한 이야기와 LA에서 직접 만난 셰인 블랙 감독과의 일대일 인터뷰를 함께 전한다.
어떤 영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유명해진다. 다른 영화가 쉽게 모방할 수 없는 개성과 특징을 가지고 있거나, 결함보다 확실한 매력으로 특정 관객의 마음을 영원히 사로잡아버린 영화들. 존 맥티어넌 감독이 연출하고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주연을 맡은 1987
<더 프레데터> 미리 보기, 외계인과 싸우는 인간의 사투 그린 <프레데터> 시리즈 리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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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평론가의 탄생을 축하하며 김소희, 송형국, 안시환 세 평론가에게 올여름 한국영화 세편에 대한 대담을 요청했다. 올해 초에 가졌던 <강철비> <신과 함께-죄와 벌> <1987> 대담에 이은 두 번째 이야기다. 한국영화의 흐름에 대한 담론은 멈추지 않는다.
-<인랑> <신과 함께-인과 연>(이하 <신과 함께>) <공작>으로 이어지는 여름 블록버스터 시즌이 끝났다. 올해 태풍들이 지나간 자리를 한번 되돌아본다면.
=송형국_ 태풍이란 표현이 어울릴까? (웃음) 지난해, 지지난해를 포함해도 ‘이 영화 죽인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 있었나 싶다. 그나마 이야기할 영화는 <버닝> 정도다. 습관처럼 한국영화의 위기를 이야기하지만 이제는 어디서 원인을 찾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제작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늘 새로운 걸 원한다고 하는데 평단과 언론에서 보기에 새로움은 아예 증발했다.
=안시환
[영화평론⑦] 김소희· 송형국· 안시환 평론가 대담 - <인랑> <신과 함께-인과 연> <공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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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영화에 대한 분석도 흥미롭지만 흐름을 잡아내는 눈을 가졌다. 재능이라는 말로 섣불리 압축할 수 없는 귀한 시선이다. 홍은미 당선자의 통찰력은 아마도 오랜 시간 영화를 사랑하고, 품고, 고민해온 흔적의 결과물일 것이다. 이미 크고 작은 지면을 통해 꾸준히 글쓰기를 이어온 홍은미 당선자는 2014년부터 <씨네21> 영화평론상의 문을 두드려왔다. 그는 <씨네21>의 뒤늦은 화답에, “둔감해지지 않고 매번 처음 쓰는 것처럼 쓰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영화를 맘껏 애정할 준비가 되어 있는 믿음직한 필자를 <씨네21> 지면에서 만날 수 있어 다행이다.
-오랫동안 <씨네21>의 문을 두드렸다. 감사하다.
=2014년, 2015년, 2017년에 이어 이번이 4번째 응모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응모했다. 앞선 두번은 나 스스로도 완성시키지 못한 글을 보냈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응모한 글(알랭 기로디 작가론 ‘품위 있는 성기들의 세
[영화평론⑥] 우수상 당선자 홍은미 - 영화평을 쓸 지면에 대한 갈증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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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2017)은 여러 면에서 ‘기억’과 결부된 영화다. 아녜스 바르다와 사진작가 JR의 주된 작업은 기억을 붙이는 일이다. 두 작가는 포토 트럭을 타고 프랑스 여러 지역을 순회하며 주민들의 사진을 찍거나, 보관하고 있던 사진을 확대해 주민들의 자취와 숨결이 배인 건물들의 벽에 붙인다. 그들은 곧 철거될 광산촌의 마지막 주민인 자닌의 얼굴 사진을 집 정면에 도배해 그녀의 강인함을 아로새기고, 예전 광부들의 확대된 사진들 또한 나란히 부착하며 황량한 집들에 숨결을 불어넣는다. 사진을 부착하는 작업은 두 작가에겐, 지난한 삶을 견뎌낸 노동자들을 향한 경외감의 표시이며, 짧은 순간이지만 서로 맺게 된 우정에 대한 보답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의 터전에 그들의 존재 자체를 각인시키는 일이다. 허물어지고 사라질지라도, 바르다와 JR은 주민들이 살았던 장소에 사람들에 관한 기억을 되돌려 준다.
바르다와 JR은 시골의 작은 마을뿐 아니라 대규모 공장이
[영화평론⑤] 우수상 홍은미 작품비평 요약 - 아녜스를 사랑한 얼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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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짐 자무시의 영화는 산책자를 닮았다. 느긋하고 관찰자적이며 무언가에 고요히 취해 있다. 느슨한 제스처와 매끄러운 결로 그의 영화는 우리를 살포시 잡아끈다. 그런데 자무시의 영화를 본격적으로 이야기하려 하면 그건 의외로 까다로운 작업이 된다. 부드러움과 완고함, 쓸쓸한 정조와 소박한 떠들썩함을 동시에 품은 세계는 쉬이 단언을 허용하지 않는다. 유쾌한데 한편으로 우울하고, 아름다운데 다시금 슬퍼지는 영화를 보며 파생되는 양가적인 감정을 몇 마디로 묶어내는 건 어렵다. 가령 <지상의 밤>(1999), <커피와 담배>(2003)와 같이 유난히 수다스러운 영화가 말을 멈추며, 술에 취해 주저앉거나 단잠에 빠져드는 늙은 노동자를 마지막으로 비출 때 찾아드는 고요함이 가슴을 울려버리는 순간을 간명하게 표현하기는 힘들다. 혹은, <브로큰 플라워>(2005)처럼 수많은 기표들을 흩뿌려놓고도 의미를 거둬들일 생각이 없는 영화를 보며 난감해지는 경우도 있다. 숨겨
[영화평론④] 우수상 홍은미 이론비평 요약 - 불확정한 세계에 감응하는 관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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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라는 필명으로 블로그 활동을 해온 김병규 당선자는 시네필 사이에서는 꽤 알려진 필자다. 작가영화들에 대한 깊은 이해와 원숙한 글쓰기를 해온 그는 현재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공연영상창작학부 영화전공에 재학 중인 학생이기도 하다. 중학생 시절부터 영화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특별히 ‘평론’이란 목적을 가지고 쓴 건 아니라고 했다. 그저 영화에 응답하다보니 글이 됐고, 환경에 맞춰 쓰다보니 여기까지 왔다는 답변에서 영화에 대한 확고부동한 시선과 자신감이 묻어나온다. 막연한 미래나 앞으로의 활동, 신인의 각오 같은 말은 그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그가 쓴 글이 그래서 더 궁금하다.
-지난해에 최종 심사까지 올랐다가 아쉽게 지면으로 만나지 못했다.
=심사위원들을 용서하지 않으려고 했다. (웃음) 특별한 목표가 있어서 2년 연속으로 응모한 건 아니다. 지난해에는 떨어졌는데 올해는 어떻게 될까 궁금하기도 했고 현실적인 이유는, 상금이 있으니까. (웃음)
-판타지라는 필명으로
[영화평론③] 우수상 당선자 김병규 - 만나야 할 영화와 자연스럽게 만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