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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눈깨비가 흩날리던 저녁 나는 솔트레이크공항에 도착했다. 올해 선댄스영화제가 열리는 파크시티까지는 40분가량 더 가야 하는데 내리자마자 마음이 무거웠다. 지난해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폭설이 내리던 밤. 폐차 직전의 낡은 차에 할아버지 택시기사. 지난해 처음으로 유타에 발을 내디뎠다. 끊임없이 내리는 눈발을 뚫고 사막의 고개를 과연 넘을 수 있을지 내내 마음을 졸였다. 눈길에 바퀴는 계속 헛돌고,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자동차는 산 고개를 힘겹게 넘어가고 있었다. 산 중턱에서 밤을 새우게 되는 건 아닌지, 눈은 언제쯤 그치려는지 알 수 없었다.
시간이 한참 지나고 다행히 선댄스영화제가 열리는 파크시티로 진입할 수 있었다. 엄청난 폭설로 인해 내가 가야 하는 도로는 진입이 통제됐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 채 큰 트렁크를 끌고 가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택시기사 할아버지는 지나가던 사람들에게 내가 갈 집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면 자기가 20달러를 준다고 했다. 택시비 40
[영화제 기행②] 이현정 감독의 제18회 선댄스영화제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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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로테르담국제영화제(International Film Festival Rotterdam(IFFR), 이하 로테르담영화제)는 영화제를 다양한 목소리와 감수성이 소용돌이치는 행성에 비유했다. 1월 24일부터 2월 4일까지 열린 올해 로테르담영화제는 그곳의 거주자들을 탐구하자고 제안했다. 도시 곳곳에 나부낀 슬로건은 “IFFR 행성의 주민을 만나보세요”(Meet the humans of IFFR)다. 더불어 인간을 정의하는 다양한 명제가 시내 곳곳을 장식했다. “그들은 어떤 종보다 높은 수준으로 도구를 쓴다”, “그들은 자기들끼리 전쟁을 일으킨다”, “그들은 영화 보기를 멈추지 않는다” 등등. 말하자면 제47회 로테르담영화제는, 영화인과 관객에게 휴먼의 정의는 무엇이며, 인간들이 맺는 관계는 어떤 의미를 가지며, 영화예술은 거기서 무엇을 하는지 다시 생각하자고 권했다. 너무 뜬구름 잡는 원론적 질문 아니냐는 회의가 들 법하다. 그러나 베로 베이어 집행위원장은 개막식 환영사에서 201
[영화제 기행①] 김혜리 기자의 제47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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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영화의 바운더리는 점점 좁아지고 독립영화의 관객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김대환 감독은 “마치 편의점 냉장고에 탄산음료만 진열된 것 같다”는 말로 다양한 영화를 품지 못하는 상업영화계의 포용력을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7년에 우리는 <꿈의 제인> <초행> <시인의 사랑> <용순> <폭력의 씨앗>처럼 용감한 영화를 만날 수 있었다. 다섯편의 영화는 하나같이 용감한 시도를 보여준다. 더불어 만드는 과정에서도 용감한 결단과 인내가 필요한 영화들이었다. <철원기행> <초행>의 김대환 감독, <시인의 사랑>의 김양희 감독, <용순>의 신준 감독, <폭력의 씨앗>의 임태규 감독, <꿈의 제인>의 조현훈 감독까지, <씨네21>이 주목하는 신인감독 다섯명에게 대담을 청했다. 신인감독으로서, 젊은 감독으로서의 고민과 생각을 들려달라 했더니 김양희 감독은 제주
다섯 신인감독들이 말하다 - 영화 완성과 영화제에서의 수상이 정신승리로 그치지 않게 ‘다음’을 기약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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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30일, 할리우드에서 열린 <블랙팬서>(2월14일 국내 개봉)의 프리미어는 단순한 시사회가 아니라 화려한 연출이 겸해진 영화 팬을 위한 행사였다. 티찰라/블랙팬서를 연기한 채드윅 보스먼이 입장할 땐 영화 속 티찰라의 여성 호위무사대인 도라 밀라제가 나타나 보스먼이 탄 차량을 호위하기도 했다. 아프리카 토속 의상을 입은 악대가 전통악기를 두드릴 때 출연진이 한명씩 등장하는, 새로운 방식의 프리미어 세리머니가 이어졌다. 이 지면에서 꺼내놓은 이야기는 지난해 12월 4일 다운타운 로스앤젤레스에서 <블랙팬서>의 제작진과 출연진이 만나 나눈 인터뷰가 바탕이 됐다. <블랙팬서>의 라이언 쿠글러 감독과 주연배우 채드윅 보스먼, 악역 에릭 킬몽거를 연기한 배우 마이클 B. 조던 그리고 와칸다의 공주이며 명석한 두뇌를 가진 (토니 스타크보다 더 똑똑한) 슈리를 연기한 영국 배우 레티시아 라이트를 만나 나눈 이야기를 키워드로 풀었다. <블랙팬서>를
[설 연휴 기대작③] <블랙팬서>를 더 재미있게 보는 여섯 가지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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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맡은 적 없는 인물을 연기하는 재미에 빠져 있다.” 영화 <독전> 촬영현장에서 고 김주혁은 우리가 그에 관해 잘 알고 있던 이미지, 예를 들면 영화 속 ‘광식이 형’이나 예능 프로그램 속 ‘구탱이 형’의 모습과는 다른 캐릭터의 결을 보여주는 재미에 대해 언급했었다. 홍상수 감독의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2016)부터 ‘악역’ 연기에 처음 도전했던 <공조>(2017)나 <석조저택 살인사건>(2017) 그리고 아직 공개되지 않은 <독전> 등의 영화를 선택했던 이유는 그가 앞서 언급했던 ‘재미’를 느끼게 해준 작품이었으리라. 우리가 알고 있던 고전 <흥부전>과는 다른 전개를 보여줄 <흥부> 역시 지금껏 봐왔던 김주혁과는 다른 면모를 보여줄 영화임에 분명하다. 그를 직접 만나 새 영화의 캐릭터에 대해, 현장에 대해 묻고 싶은 게 너무 많지만 그럴 수 없음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서 2월 14일 개봉하는
[설 연휴 기대작②] 미공개컷으로 만나는 김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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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이 두번 바뀌었지만, <조선명탐정>은 그대로다. 감독도, 배우도, 심지어 제작사, 투자·배급사, 홍보사까지 바뀌지 않고 어김없이 설 연휴에 돌아왔다. 이 시리즈를 모두 연출한 김석윤 감독은 평균 사람의 수배의 시간을 사는 것 같다. JTBC 제작1국(드라마) 국장이기도 한 그는 현장에서 매년 한편씩 연출도 하고 있다(2014년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 2015년 드라마 <송곳>, 2016년 드라마 <이번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 “내가 원래 관리자 체질은 아니라서, 데스크에서 결재를 하다보면 촬영 끝나고 모텔방에서 소주잔 기울이던 게 참 그립다.” 영화 현장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김석윤 감독을 만나, 시리즈를 이어온 힘의 근원 그리고 변화에 대해 들었다.
-같은 배우와 감독으로 3편까지 왔다. <장군의 아들> 시리즈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웃음)
=1편인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설 연휴 기대작①]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김석윤 감독 - 오락물에는 오락의 연출 방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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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강추위의 여파로 온몸을 롱패딩으로 휘감고 다니는 요즘, 설 연휴를 준비하는 극장가에서는 지난 연말 <신과 함께-죄와 벌> <1987> <강철비> 등이 한껏 띄워놓은 흥행 열기를 붙잡아두기 위한 예매율 끌어올리기 전쟁에 돌입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또 한번의 흥행 기록 경신을 이어갈 영화가 탄생할지 기대되는 가운데, 설 연휴 가장 화제를 불러모을 것으로 기대되는 영화들의 소식을 한데 모아봤다. 최근의 한국영화 제작 환경에서 굳건하게, 그리고 거의 유일하게 배우와 감독의 교체 없이 3편까지 버티고 달려온 시리즈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개봉 2월 8일)의 김석윤 감독을 만나 영화 안팎에 얽힌 궁금한 것을 물었다. 또 이번 연휴에는 고 김주혁의 출연작인 조근현 감독의 <흥부>(개봉 2월 14일)도 만날 수 있는데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현장의 모습과 더불어 최근 연기 폭을 넓히는 시도를 했던 근작들에서의 모습도 함께 살펴
설 연휴, 극장에서 뭐 볼까? ① ~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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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트의 대가, 괴짜, 기인 등. 고 김기영 감독의 이름 옆에 항상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영화처럼 살다간 그를 빗댄 표현이다. 영화를 육체화한 삶을 살았던 그이기에 아주 틀린 묘사는 아니지만, 그와 그가 만든 영화를 다룬 책 몇권과 글들을 읽으면서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항상 궁금했다. 김기영 감독의 20주기를 앞두고 김 감독의 장남 김동원씨에게 만남을 청한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김동원씨는 “우리 막내가 아버지를 쏙 빼닮았다”고 자신 대신 동생 김동양씨를 떠밀었다. 올림픽대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강변 테크노마트에서 만난 김동양씨는 “유작 <천사여 악녀가 되라>(1990)를 찍을 때 아버지가 당시 올림픽대로를 계속 보여주려고 많이 노력하셨다. 진짜 저예산으로 찍었는데 극장 개봉은 못하고 비디오로 출시된 영화다. 올림픽대로를 보니 이 영화가 생각난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막내아들의 눈에 비친 아버지 김기영 감독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와의 대화를 1인칭 시점으로 구성하였다.
김기영 감독 막내아들 김동양씨, 아버지 김기영을 추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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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레날린으로 충만한 액션.”(<가디언>) “가장 거대하고 가장 화려해 보이는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드라마.”(<엔터테인먼트 위클리>) 2월 2일 전세계 동시 서비스를 앞둔 넷플릭스의 신작 오리지널 드라마 <얼터드 카본>에 대한 영미권 매체의 반응이다. 블록버스터영화에 버금가는 SF 드라마를 만들겠다는 넷플릭스의 야심은 <얼터드 카본>의 크리에이터를 맡은 레이타 칼로그리디스 덕분에 가능했다. 한국 관객에겐 아직 낯선 이름인 그녀는 <아바타>의 총괄 프로듀서이자 <셔터 아일랜드>의 각본가였으며, 올여름 개봉예정인 SF 블록버스터 <알리타: 배틀 엔젤>의 시나리오를 제임스 카메론과 함께 공동 집필한 할리우드의 베테랑 시나리오작가다. 지난 1월 22일, 레이타 칼로그리디스가 드라마 <얼터드 카본>의 기자회견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시리즈의 총괄 제작자인 그녀가 기자회견 이외의 인터뷰에 나선 건 한국이 처
<얼터드 카본> 프로듀서 레이타 칼로그리디스 - 이야기의 원형에서 스펙터클을 창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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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라는 단어마저 이젠 무덤덤하게 느껴질 만큼 영화 저널리즘의 영토는 조금씩 꾸준히 좁아지고 있다. 수많은 잡지가 생겼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해온 끝에 2017년 현재 한국의 영화주간지는 <씨네21> 홀로 남았다. 용케 생존했다고 스스로를 위안할 틈도 없이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해야 할 필요와 의무를 느낀다. 그건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에서는 2007년부터 영화비평 담당기자들을 해고하는 일이 잦아졌고 영화와 잡지의 천국이라는 프랑스 역시 미디어환경의 변화에 맞춰 변화 중이다. 사람은 어려울 때면 자신의 고향을 돌아보기 마련이라던가. 해마다 반복되어 이제는 위기조차 무뎌져가는 이 순간, 문득 영화비평과 잡지의 원류라고 해도 좋을 <카이에 뒤 시네마>의 상황이 궁금해졌다. 마침 <카이에 뒤 시네마>의 평론가 뱅상 말로사가 특집기사 취재차 방한다는 소식을 듣고 만남을 청했다. 뱅상 말로사는 <카이에 뒤 시네마>에서 20년 가까운 세월을 버
<카이에 뒤 시네마> 평론가 뱅상 말로사 - 모두가 좋아하는 영화는 이상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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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개발과 그로 인한 지형의 변화. 중산층의 욕망이 잠재된 잠실이라는 거대 지역 한편에서 (시험을 앞둔 고시원과 도서관의) 청춘들은 꿈틀거리며 ‘누에’처럼 살아가고 있었다. 언젠가 바라던 바를 이루어 화려한 ‘나비’가 되기를 꿈꾸는 그들 곁에서 유일하게 손을 내밀어주는 사람은 서로 거울처럼 같은 고민을 비치는 단짝들뿐이었다. 이완민 감독의 <누에치던 방>은 그때의 소중했던 친구들에 관한 이야기다. 어쩔 수 없는 시간의 흐름과 급박한 현실 속에서 어쩌면 우리 모두 헤어진 채 잊고 산 존재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완민 감독은 심호흡을 하고 그 친구들을 현재로 소환해낸다. 제각각 다른 이유로 튀틀린 관계를 정리해보고자 말을 건다. 마치 불쑥불쑥 떠오르는 기억처럼 영화는 정렬되지 않은 채 과거와 현재를 부지런히 오가는데 그 행보를 따라가는 동안에 어떤 깊은 슬픔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아, 내게 한때는 무엇이든 나누고, 그렇게 평생을 함께할 것 같던 친구들이 있었지! 하는 그
<누에치던 방> 이완민 감독, 배우 이상희·김새벽 - 과거를 직면하기, 떠나보내기. 그 시절 잠실을 소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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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터드 카본>에 출연하게 된 계기를 말해달라.
=누군들 출연을 원하지 않았겠나. (웃음) 이 디스토피아 SF 드라마는 나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프로젝트였다. <얼터드 카본>은 우리가 인생을, 죽음을, 영생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더불어 이 작품은 인간에게서 유한성이라는 특징이 사라졌을 때 그것이 인간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질문을 하는 작품이다. 뿐만 아니라 이 드라마는 액션과 유머도 담고 있다. 정말 다양한 측면에서 매력적인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
-타케시 코바치는 다른 몸에 정신을 이식해 250년 만에 깨어나는 인물이다. 정신은 그대로인데 육체가 바뀐다는 설정은 당신의 전작 <로보캅>(2014)에서도 경험한 바 있다. 이번 영화는 어떤 점이 달랐나.
=이 질문을 듣기 전까지 생각지 못했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 <로보캅>의 알렉스 머피와 <얼터드 카본>의 타
<얼터드 카본> 배우 조엘 킨나만 - 누구라도 원했을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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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의식을 디지털로 변환해 다운로드하거나 전송할 수 있다면? 이에 따라 육체는 한번 쓰고 벗어버리면 그만인 존재가 된다면? 이 몸에서 저 몸으로 의식을 옮겨다니며 영원불멸의 삶을 살 수 있는 길이 열린다면? 이 모든 것들이 가능한 미래가 여기에 있다. 2월 2일 전세계 동시 서비스될 넷플릭스의 신작 오리지널 드라마 <얼터드 카본>은 인간의 의식을 저장하고 육체를 교환하는 것이 가능한 24세기의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SF 드라마다. <아바타>의 총괄 프로듀서이자 <셔터 아일랜드> <터미네이터 제네시스>의 각본을 쓴 레이타 칼로그리디스가 크리에이터를 맡은 이 작품은 영화에 비견할 법한 스케일로, 에피소드당 700만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되었다는 루머가 일찌감치 화제였다. 넷플릭스는 이에 대해 공식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지만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등의 영미권 매체에 따르면 <얼터드 카본>이 넷플릭스의 모든 오리지널 콘텐츠를
SF 누아르 추리물 <얼터드 카본>, 세계의 첫장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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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오타쿠라는 일본의 신조어는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등에 빠져 사회생활을 제대로 영위하지 못하거나 혹은 편협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이들을 비하하는 의미로 쓰이곤 했다. 요새는 그에서 파생되어 나만의 즐길 거리를 찾는다는 뜻으로 ‘덕질한다’는 말을 자주 쓰거나 듣게 되는데 예의 부정적인 의미는 상당 부분 퇴색된 것 같다. 2017년 여름, 세계적으로 유명한 코믹콘 행사가 서울에서 처음으로 성황리에 개최됐고, 멀티플렉스 극장에는 영화 관련 굿즈를 파는 매장이 들어섰다. 이성의 브레이크만 제대로 작동된다면 덕질은 슬기로운 취미생활 정도의 온도를 지닐 수 있게 됐다.
최근에 본 3권의 책은 바로 누군가의 슬기로운 덕질이 책으로 묶인 사례다. 매년 열리는 독립출판물 행사인 ‘언리미티드 에디션’에서 선보인 <구니스와 함께한 3주>(딴짓의 세상)는 형태부터 상당한 취향을 드러내고 있다. VHS비디오를 표지 디자인과 판형으로 삼아 1980년대 할리우드 키드들의 추억을 자극한다.
[영화와 책③] ‘덕후’가 쓴 영화 이야기 - <스타워즈로 본 세상> <구니스와 함께한 3주> <건담과 일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