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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령>(1996), <링>(1998) 시리즈의 각본을 쓰며 세기말 일본 공포영화의 전성기를 책임졌던 작가 다카하시 히로시가 BIFAN을 두 번째 방문했다. 이번엔 심사위원 자격으로 방문했지만 자신만의 확고한 공포 철학을 전파하는 세 번째 장편 연출작 <오컬트 볼셰비즘>을 한 차례 특별상영으로 소개하고 마스터클래스도 열었다. 그가 생각하는 공포에 관해 물었다.
-두 번째 장편 연출작 <공포>(2010)가 15회 BIFAN ‘J-호러 무서운 이야기 최종장’ 특별전에 초청된 이후 이번이 두 번째 초청이다.
=신작 <오컬트 볼셰비즘>의 형식이 워낙 낯설어서 한국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거의 배우들의 대사로만 이뤄진 영화다. 사람들이 한밤중에 모여 괴담을 이야기하는 ‘햐쿠모노가타리’라는 문화에서 착안해 그와 유사한 형태를 영화에 담으려고 했다.
-<오컬트 볼셰비즘>의 원제인 ‘靈的ボリシェヴィキ’(영적인
[BIFAN에서 만난 사람들④] <오컬트 볼셰비즘> 다카하시 히로시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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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라틴아메리카적인 것, 마술적 리얼리즘이 내 영화에도 있다.” <호랑이는 겁이 없지>는 멕시코 마약전쟁으로 갱들에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직접 복수에 나서는 이야기다. 용감한 호랑이에 자신을 투영하는 동화적인 믿음, 현실의 폭력성을 유령이 등장하는 호러 판타지로 치환한 아이들의 상상력이 내내 슬픔을 자아낸다. 올해 브뤼셀판타스틱영화제에서 은까마귀상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이사 로페즈 감독은 “모두를 만족시키는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밀어붙인 덕분에 멕시코영화의 저력을 입증한 주목받는 감독이 됐다.
-7년 전에 멕시코에서 코미디영화를 연출한 이후로 오랜만에 작품을 내놨다.
=7년 동안 미칠 것 같았고, 그사이 나는 할리우드 드림에 실패했다. (웃음) 할리우드 제작자에게 연락을 받고 5년 정도 로스앤젤레스에서 프로젝트를 준비하다가 제작 단계에서 자꾸만 엎어졌다. 그런 일이 세번이나 반복됐고, 그중엔 내가 투자한 작품도 있었다
[BIFAN에서 만난 사람들③] <호랑이는 겁이 없지> 이사 로페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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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친구>는 마약 거래를 하다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된 틸다와 페툴라가 어릴 적 친구인 다프네의 음산한 대저택에 들어서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다. 피로 물들어가는 여성들의 꿈과 우정은 현실과 환각의 교차로 아찔하고 황홀하게 표현된다. 모델과 배우로 활동해온 밋지 페어원 감독이 장편 데뷔작 <세 친구>를 들고 부천을 찾았다.
-직접 각본을 썼다. 어떻게 구상한 이야기인가.
=역할놀이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늘 흥미로웠다. 아이들이 역할놀이를 하면서 가상의 인물과 세계를 창조하는 것처럼, 우리의 생각이 우리의 현실을 만드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할놀이의 규칙을 따르지 않으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전제에서 공포가 시작된다.
=역할놀이의 규칙은 우리가 살면서 받아들여야 하는 여러 삶의 규칙에 대한 메타포이기도 하다. 일을 하고 인간관계를 맺다보면 좋아하지 않더라도 받아들여야 하는 것들이 생긴다. 영화에선 틸다와 페툴라가 규칙을 따라야
[BIFAN에서 만난 사람들②] <세 친구> 밋지 페어원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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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90년대를 풍미했던 할리우드 호러퀸 바버라 크램턴이 BIFAN을 찾았다. 스튜어트 고든의 <리애니메이터>(1985), <지옥 인간>(1986), <사탄의 테러>(1995) 등에 출연하며 스크림 퀸으로 이름을 떨친 바버라 크램턴은 <썬 초크>(2015), <나를 찾아봐>(2015), <비욘드 더 게이츠>(2016) 등에 출연하며 최근까지도 호러영화의 아이콘으로 활약 중이다. 올해 BIFAN은 ‘부천 초이스: 장편’ 심사위원으로 바버라 크램턴을 초대했다. 그녀의 대표작 <지옥 인간>의 특별상영과 메가토크 행사도 마련했다. 30여년 전 그때 그 모습 그대로 금발의 단발머리를 하고 인터뷰 장소에 나타난 바버라 크램턴은 장르영화에 대한 뜨거운 애정과 한국영화에 대한 호기심을 열정적으로 피력했다.
-‘부천 초이스: 장편’ 심사위원으로 BIFAN을 찾았다.
=그동안 BIFAN을 스토킹하고 있었다. (웃음)
[BIFAN에서 만난 사람들①] 배우 바버라 크램턴 - 감독들의 언어는 모두 다른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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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기억되는 영화제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힌 제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가 7월 20일 폐막식을 갖고 22일 공식적인 일정을 마무리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씨네21>은 BIFAN의 화제의 인물들을 두루 만났다. 판타스틱한 영화적 경험을 선사한 할리우드 클래식 호러영화의 대표 배우 바버라 크램턴부터 자기만의 개성을 공고히 작품에 새겨넣고 있는 한국의 젊은 감독들까지, <씨네21>이 주목한 15인의 영화인들을 소개한다.
제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만난 사람들 ① ~ 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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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Bifan’은 2009년에 개설된 온라인 카페다. 나 홀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를 즐기던 사람들이 흥분된 마음을 나누기 위해 모인 동호회다. 가입 조건은 없다. 그저 공포영화를 보면서 웃으며 닭다리를 뜯을 수 있으면 된다. 지난해엔 단체 티셔츠도 맞췄다. 티셔츠를 맞춰 입고 하루에 적게는 3~4편, 많게는 7~8편의 영화를 봤다. 1년에 단 10일. BIFAN이 열리는 7월. 이들은 영화제 기간에 맞춰 일부러 부천 출장을 자원하거나, 길게 여름휴가를 내거나, 운영하는 가게를 잠시 직원들에게 맡기고 부천으로 향한다. ‘나홀로 Bifan’의 프루프루는 말했다. “여름에 해수욕장을 가본 적이 없다. 7월엔 부천에 가야 해서 바다는 겨울에 간다.” 붕붕은 말했다. “BIFAN은 나에게 주는 휴가이자 선물 같은 영화제다.” 그들의 시계는 BIFAN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카페 ‘나홀로 Bifan’ 및 자기소개
=대그니_ ‘나홀로 Bifan’ 카페 매니저로, 대전
혼자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즐기는 이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 '나홀로 Bifan' 회원들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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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잃은 외톨이 소녀의 이야기인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2015), 히로세 스즈 주연의 10대 로맨스 <선생님!.. 좋아해도 될까요?>(2017)의 각본가로 이력을 넓히기 전부터 오카다 마리 감독은 일본 TV 애니메이션계에서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인기 각본가였다. 영원히 늙지 않는 전설 속 종족인 마키아가 인간의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아픔을 담은 <이별의 아침에 약속의 꽃을 장식하자>(이하 <이별 아침>)에서도 팬들이 사랑하던 취향은 여전하다. 유약한 외양 너머 굳세게 자리한 선한 마음, 천진한 동시에 우수에 찬 얼굴들이 모인 이 세계의 나침반은 언제나 가슴 벅찬 성장 서사로 향한다.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면 세계가 나타난다”고 믿는 오카다 마리 감독을 서면 인터뷰로 만났다.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감독 데뷔를 하게 됐다.
=P.A.WORKS의 호리카와 겐지 사장과 잡담을 나누던 중 “오카다 마리 100%의 작품을 보고 싶다”는
<이별의 아침에 약속의 꽃을 장식하자> 오카다 마리 감독 - 순수하지만 오래 남는 애니메이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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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톨이가 외톨이를 만났네.” 착각하기 쉬운 게 하나 있다. 우리는 같은 시절을 살아간다고 믿지만 사실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시간 속을 살아간다. 한 사람의 기억과 삶은 온전히 자신만의 몫이기에 각자가 겪어온 체험은 근본적으로 공유되지 못한다. 그래서, 외롭다. 외롭기에 관계를 맺는다. 인간의 역사란 서로 다른 시간 속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관계라는 실로 엮어낸 거대한 직물이라 해도 크게 틀리진 않을 것이다. <이별의 아침에 약속의 꽃을 장식하자>(이하 <이별 아침>)는 장대한 시간에 아로새겨진 기억을 판타지적인 설정으로 풀어낸 애니메이션이다. 중세를 연상시키는 배경에 웅대한 전투 장면, 환상적인 볼거리도 제공하지만 이 작품의 핵심은 관계의 형태를 만들어나가는 데 있다. 한명의 외톨이가 다른 외톨이를 만나 서로의 기억이 되는 시간. 서로가 처한 위치에 따라 관계에는 다양한 이름표가 붙는다. 모정, 애정, 집착, 우정 등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로 불리지만 결국 갈라
<이별의 아침에 약속의 꽃을 장식하자> 오카다 마리의 애니메이션 감독 데뷔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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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아이돌? 아이돌인가?” “분위기를 보니 배우인가봐.” 일기예보와 달리 다행히도 비가 내리지 않았던 지난 7월 10일, 이화여대 인근 옷가게를 바라보던 일본인 관광객들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떠들기 시작했다. 그들의 시선은 <겨울이와 황사마스크>의 1회차 촬영을 시작한 배우 구교환에게 꽂혀 있었다. 이날 진행된 촬영은 극중 실제 이름으로 등장하는 구교환과 심달기가 처음 만나는 신이었다. 달기는 자신이 키우는 개 겨울이에게 황사마스크도 씌우지 않고 산책을 나간 남자친구에게 화가 나 있는 상태다. 교환은 겨울이의 상태를 보러 온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다. 크랭크인 전날까지도 확신할 수 없던 날씨만큼이나 이날 두 배우의 연기도 예측 불가능하게 흘러갔다. 이야기의 흐름은 따르되 대부분의 대사는 거의 배우들의 즉흥 연기로 완성됐기 때문이다. 옷가게 주인이 제시간에 오지 않아 무작정 기다리게 된 교환에게 대신 옷을 공짜로 주겠다던 달기가 이런저런 옷을 대보는 신은 무려 8분 넘는
[제1회 환경단편영화 <숨ː> 공모전 선발작③] 이옥섭 감독 <겨울이와 황사마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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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야, 어제 아빠가 엄마(화분)를 밟았잖아. 그래서 나무 심으러 가는 거니까 씩씩하게!” 올해 10살이 된 배우 이우주를 향한 스탭들의 응원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왔다. 지난 7월 8일 오후 송현석 감독의 단편영화 <식물인간> 3회차 촬영이 진행된 고양시 빛마루방송지원센터 인근 육교는 어른들과 어린이가 매 순간 소통하는 현장이었다. <식물인간>은 먼지가 가득한 회색빛 도시에서 식물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소년 수현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만큼 아역배우의 역할이 중요한 작품인데, 감독에 따르면 이우주는 오디션 당시 식물과 이야기하는 연기를 가장 자연스럽게 해낸 배우였다고. 이날 육교 밑의 풀을 헤치고 걸어가는 장면은 즉흥적으로 제안된 것이었는데도 이 배우는 ‘레인보맛 구슬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다는 스탭들의 말에 씩씩하게 연기를 소화해냈다.
고양시 아름누리 인근 숲에서 이어진 촬영은 <식물인간>의 감성을 대표하는 중요한 신이
[제1회 환경단편영화 <숨ː> 공모전 선발작②] 송현석 감독 <식물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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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게 먹어주세요. (옆에 있던 아역배우에게도) 이건 맛있는 거야.” 김지영 감독이 주문하자 배우들이 음식을 맛깔나게 먹는다. “컷” 사인과 함께 감독과 배우들이 모니터를 확인하러 간 사이 대체 무슨 음식인지 궁금해 테이블 앞으로 갔다가 깜짝 놀라서 뒷걸음질을 쳤다. 접시에 가득 담긴 음식의 정체는 풍뎅이, 애벌레, 굼벵이, 귀뚜라미 등 온갖 곤충이었다. 옆에 있던 한 스탭이 “진짜 먹을 수 있는 벌레”라고 웃으며 귀띔해준다. 흰옷을 입은 채 얼굴 여기저기에 상처가 난 이들이 대체 왜 벌레를 먹고 있는 걸까.
지난 7월 11일 서울시 중랑구에 위치한 한 폐업 놀이공원의 폐건물은 근미래의 아포칼립스로 변모해 있었다. 벽 여기저기가 뜯기고 천장이 몰골을 앙상하게 드러낸 이곳에서 촬영하고 있는 단편영화 <벌레>는 전쟁, 환경오염 등 여러 이유 때문에 식량이 부족한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한 남자가 돈과 권력을 가진 소수만이 먹을 수 있는 고단백 음식 벌레를 우연
[제1회 환경단편영화 <숨ː> 공모전 선발작①] 김지영 감독 <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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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문제와 신진 영화인들의 재능이 만났다. 환경부에서 주최하고 <씨네21>이 주관하는 제1회 환경단편영화 <숨ː> 공모전에서 호흡 관련 환경문제를 주제로 선발된 세편의 단편영화 촬영현장을 찾았다. 송현석 감독의 <식물인간>은 식물과 소통하는 소년의 이야기를, 김지영 감독의 <벌레>는 산소마스크 없이 살 수 없으며 벌레를 먹으면서 연명해야 하는 어떤 미래의 풍경을 담았다. 이옥섭 감독의 <겨울이와 황사마스크>는 기르던 개에게 연인이 황사마스크를 씌어주지 않아 갈등을 겪는 인물과 애니멀 커뮤니케이터의 관계를 다룬다. 이들 작품은 7월 중 제작이 완료되어 곧 시사회를 가질 예정이다.
'제1회 환경단편영화 <숨ː> 공모전' 선발된 단편영화 3편의 촬영현장을 가다 ① ~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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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전 ‘베스트 오브 아시아’에선 지난해 아시아 각국에서 큰 사랑을 받은 영화들을 만날 수 있다. 한국, 중국, 홍콩, 대만, 타이,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인도까지 아시아 10개국에서 흥행한 상업영화의 현재를 살필 수 있다. 상영작은 총 12편. 김용화 감독의 <신과 함께-죄와 벌>을 비롯해 중국 박스오피스 역대 흥행 1위에 오른 오경 감독의 <특수부대 전랑2>, 주성치가 각본과 제작을 맡고 서극 감독이 연출해 흥행에 성공한 <서유복요편>, 한국이 투자했으며 인도네시아 자국영화 흥행 1위에 오른 <사탄의 숭배자>, 지난해 인도 타미르 지역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히어로영화 <메르살>, 말레이시아의 액션영화 <파딜 형님2>, 필리핀에서 날아온 키치한 슈퍼히어로영화 <복수 원정대>, 대만의 호러영화 <마신자2: 빨간 옷 소녀의 비밀> 등 아시아영화의 현재와 미래를 엿볼 수 있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가이드⑨] 특별전 ‘베스트 오브 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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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척, 성장, 변화를 거듭한 배우 정우성의 치열했던 20년을 한자리에서 되돌아볼 수 있는 특별전이 마련됐다. <비트>(1997) 속 방황하는 청춘의 우상에서 <아수라>(2016)의 비리 경찰로 돌아오기까지, 정우성은 특별전의 제목 그대로 ‘스타, 배우, 아티스트’의 성실하고도 담대한 궤도를 그려왔다. 스크린 속 아이콘의 자리에서 조용히 걸어나온 그는 이제 한국 사회의 현실에 목소리를 내는 데에도 주저함이 없다. 이번 특별전에선 그의 눈부신 20대가 담긴 <태양은 없다>(1998), 허점 많고 투박한 캐릭터로 연기 변신을 시도한 <똥개>(2003), 한국 장르영화의 변함없는 버팀목임을 확인케 해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현재진행형의 원숙한 무게감을 입증한 <강철비>(2017)와 내레이션 참여로 화제를 모은 <그날, 바다>(2018) 등 12편의 대표작을 확인할 수 있다. 7월 13일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가이드⑧] 특별전: 스타, 배우, 아티스트 정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