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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서 일리야 스튜어트는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과 전작 <스튜던트> 때부터 함께해왔다. 제작사 하이프필름을 통해 독특한 뮤직비디오, 광고 등을 연출하며 러시아 영화, 영상의 뉴웨이브를 만들어나가는 새로운 피다.
-빅토르 최 영화를 기획한 계기는.
=빅토르 최는 지금도 러시아인의 마음속에 살아 있는 영웅이다. 키노의 음악은 반항과 저항, 창작의 자유, 변화의 물결에 관해 이야기하는 선구자적인 음악이었다. 영화적으로는 선배 프로듀서들도 빅토르 최나 키노밴드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어 했다. 그간 시도만 하고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이번엔 우리 영화와 함께 빅토르 최의 죽음을 둘러싼 이야기를 그린 영화가 기획되고 있는 걸로 안다.
-빅토르 최와 그 주변 인물들을 다루고 있다. 어떻게 접근했나.
=아직 그의 주변 인물들이 살아 있어서 그들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했다. 빅토르 최의 음악이 1980년대 음악이고, 기억 속에 남아 있어서 관객의 노스탤지어를 자극할 수 있다
<레토> 프로듀서 일리야 스튜어트 - 러시아영화는 새롭게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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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5월 8일부터 19일까지 열리는 제71회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 라인업이 발표됐다. 경쟁부문의 이창동 감독의 <버닝>,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의 윤종빈 감독의 <공작>과 함께 눈길을 끄는 작품이 또 한편 있다. 경쟁부문에 초청된 러시아 감독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의 <레토>(Leto)다. <레토>는 러시아 저항의 상징인 로커 빅토르 최를 그린 작품으로, 빅토르 최 역할에는 한국 배우 유태오가 캐스팅 됐다.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은 <스튜던트>(2016)로 제69회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후, 러시아영화의 새로운 흐름을 이끌 신진감독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그를 더 유명하게 만든 사건이 있었다. 지난해 8월 상트페테르부르크 촬영 도중, 그는 운영중인 고골극장의 공금횡령 건으로 체포된 후 아직까지 가택구금 상태다. 지난해 11월, 촬영이 중단된 이후 극비리에 남은 회차의 촬영이 이루어졌다. <
<레토>, 영화보다 영화 같은 현장 방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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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스튜디오의 19번째 작품이자 10주년의 대단원을 장식할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이하 <인피니티 워>)가 공개됐다. 21세기 영화시장의 지형을 바꾼 최대의 프랜차이즈 프로젝트인 만큼 개봉 첫날 97만6천여명을 동원, 역대 최고 오프닝 기록으로 극장가를 점령 중이다. <인피니티 워>는 타노스(조시 브롤린)와 6개의 인피니티 스톤을 중심으로 23명의 히어로를 엮어 하나의 우주 안에 펼쳐낸다. 이 영화가 잘 만든 블록버스터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울 정도로 화려하고 정교한 액션뿐 아니라 방대한 숫자의 캐릭터 매력도 하나하나 제대로 살렸다. 마블 특유의 유머 감각이 여전한 가운데 어둡고 파격적인 결말은 흥미를 더한다. 화제의 중심에 선 만큼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를 한번도 보지 못한 사람도 쉽게 이해할 만한 숱한 정보가 쏟아져나오고 있으니 그에 대한 설명을 새삼 보태는 건 의미가 없을 것이다. 타노스가 그토록
6개의 인피니티 스톤으로 풀어보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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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잠시 눈을 감고 디즈니가 만든 장편애니메이션의 이름을 말해보자. 막힘없이 술술 나왔을 것이다. 그중에서 실제로 본 작품이 얼마나 되는가? 그래도 제법 된다면, 장하다. 우리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아니, 좀더 솔직해지자면 꽤나 잘 알고 있는 체할 수 있다. 대개의 레퍼토리는 이러하다. “어렸을 때 참 즐겨 봤었지. 그땐 보고 또 보고 했다니까. 그런데 나이를 먹을수록 시시해지더군. 뻔하잖아. 특히 디즈니가 강요하는 이데올로기는 참을 수가 없지. 디즈니는 자기네 틀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아…. 그나마 픽사가 봐줄 만하지.”
2단계. 다음 작품들을 디즈니 스튜디오 작품과 픽사 스튜디오 작품으로 구분해보자. <겨울왕국>(2013), <굿 다이노>(2015), <빅 히어로>(2014), <인사이드 아웃>(2015), <주토피아>(2016), <코코>(2017). 몇몇 작품은 헷갈릴 수 있다
[전주국제영화제⑦] '스페셜 포커스: 디즈니 레전더리' 섹션 - 극장에서 '새롭게' 경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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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본질 탐구와 영화 형식의 실험을 지향하고 다큐멘터리와 실험영화의 장르적 경계선을 다시 그리는 작품들을 소개하는 ‘익스팬디드 시네마’ 섹션의 올해 상영작을 아우르는 키워드는 풍경과 아카이브(archive)다. 물론 이 두 키워드가 올해 ‘익스팬디드 시네마’ 섹션의 새로운 경향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2016년 상영작인 <토포필리아>(피터 보 라파문드, 2015)와 <하늘은 흔들리고>(벤 리버스, 2015), 2017년 <북쪽의 모든 도시들>(다네 콤렌, 2016)과 <사막, 바다>(조슈아 보네타, J. P. 스나이데키, 2017)는 자연적 풍경 자체의 변화를 섬세하게 관찰하거나 문명과 관련된 자연적 풍경의 의미를 이미지와 사운드의 미학적 조합으로 성찰한 작품들이었다. 과거의 필름을 비롯한 기존의 미디어 이미지 자체는 물론 이러한 이미지의 수집과 조사, 변형과 재조합에 근거한 영화 제작 양식도 함축하는 아카이브에 대한 관심은 <
[전주국제영화제⑥] '익스팬디드 시네마' 섹션 - 풍경과 아카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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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일본 영화인들은 한국 영화인들을 부러워했다. 내가 만나 대화해본 감독들이나 영화 종사자들이 그랬다. 사카모토 준지는 그 당시 사석에서 나와 나눈 대화에서, 수십번 테이크를 갈 수 있는 한국 영화현장과 감독의 권력을 부러워했다. 구로사와 기요시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한국 상업영화가 작품성과 흥행성의 균형을 도모하는 건강한 상태가 놀랍다고 그는 말했다.
요즘은 아닌 것 같다. 매년 초 한해의 일본 독립영화를 일별하러 도쿄를 갈 때마다 만나는 일본영화계 종사자들은 한국영화 형편이 어떠냐고 묻는데 십수년 전 그때의 분위기가 아니다. 그들도 한국 상업영화가 매너리즘에 빠져 있고 주목할 만한 독립영화가 드물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내가 처음 전주국제영화제 일로 일본 출장을 갔던 2013년 무렵만 해도 나는 일본영화가 그다지 활기 있다고 느끼지 않았다.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내가 주로 보는 일본의 저예산영화들이 한국영화에 비해 훨씬 다양하다는 걸 실감한
[전주국제영화제⑤] 전주에서 만나는 한국영화의 세 가지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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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오와 폴>
Cleo & Paul 스테판 드무스티에 / 프랑스 / 2018년 / 60분 / 시네마페스트
3살짜리 소녀 클레오와 동생 폴이 유모 손을 잡고 프랑스 파리의 라 빌레트 공원을 찾는다. 아마도 Ar 게임 <포켓몬고>에 빠져 있는 듯 엄청난 인파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공원을 몰려다니는 중이다. 나이가 들어 거동이 불편한 유모는 클레오와 폴의 빠른 걸음을 미처 따라가지 못하고 인파 속에서 이들을 놓치기 일쑤다. 국립과학박물관에서부터 각종 놀이시설과 편의시설이 들어서 있는 공원은 자동차나 테러의 위험에서 벗어난 듯 보이지만 실은 어린아이들이 활보하기에 너무 넓고, 너무 복잡하다. 숨바꼭질을 하다가 결국 길을 잃고 만 클레오는 동생과 유모를 찾기 위해 어딘가로 향하고, 그러는 사이 폴과 유모와는 점점 멀어지게 된다. 영화는 길을 잃은 꼬마의 눈높이에서 그 뒤를 따라가면서 과연 남매가 어떻게 이 난관을 헤쳐나가면서 끔찍한 유괴나 사고를 당하지
[전주국제영화제④] <클레오와 폴> <풍요의 세대> <가족의 형태>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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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숍>
The Workshop 로랑 캉테 / 프랑스 / 2017년 / 113분 / 마스터즈
남부 프랑스 라 시오타의 한 마을, 실업 상태의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한 사회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유명 스릴러 작가 올리비아의 스릴러 소설 쓰기 워크숍이 열린다. 다양한 일종, 각색의 배경을 가진 인물이 함께 브레인스토밍을 하며 플래시백 사용, 공간 설정 등에 대해 논의한다. 이곳에서 10대 백인 남성 앙투안은 온갖 잡음을 만드는 문제적 인물이다. 앙투안은 인종차별적이고 여성혐오적인 발언을 일삼으며 분위기를 어지럽힌다. 하지만 앙투안이 직접 쓴 소설, 정치적 목적이 아닌 오롯이 살인 욕망 때문에 테러리스트가 된 인물을 영웅처럼 그린 작품을 직접 읽어줄 때 올리비아는 오히려 호기심을 느낀다. 앙투안을 두려워하는 동시에 스릴러 소설 작가로서의 재능도 갖춘 그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올리비아는 그를 모임에서 쫓아내지만 몰래 그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고, 그가 우익 성향 비디오를 보
[전주국제영화제③] <워크숍> <아이스크림과 빗방울> <길 잃은 드라마>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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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총을 쐈는지 궁금해?>
Did You Wonder Who Fired the Gun? 트래비스 윌커슨 / 미국 / 2017년 / 90분 / 프론트라인
이 영화의 감독 트래비스 윌커슨에겐 악명 높은 조상이 있다. 새뮤얼 브랜치. 윌커슨의 증조할아버지인 그는 1946년 자신이 운영하던 앨라배마의 가게에서 흑인 빌 스팬을 총으로 쏴 죽였다. 하지만 법은 총기 사용이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한 브랜치의 손을 들어줬다. 빌 스팬의 죽음으로 처벌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윌커슨은 가족들조차 얘기하지 않는 그때 그 사건의 전말을 밝혀보기로 결심한다. 연출자의 사적 호기심으로부터 시작된 <누가 총을 쐈는지 궁금해?>는 미국 남부 앨라배마에서 일어났던 인종차별과 폭력의 역사를 탐구하는 작품이다. 감독은 살인자와 살해당한 자, 살인자의 가족과 살해당한 자의 가족, 백인과 흑인의 삶을 교차 대조하는데, 그 결과가 사뭇 충격적이다. 영화 속 푸티지로 등장하는 <앵무새 죽
[전주국제영화제②] <누가 총을 쐈는지 궁금해?> <바로네사> <스트리트스케이프(대화)>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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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끝나지 않았다>
Custody 자비에 르그랑 / 프랑스 / 2017년 / 90분 / 월드 시네마스케이프
부모의 양육권 다툼에서 희생양은 언제나 아이다. 법이 아이가 원하는 방향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년 줄리앙(토마 지오리아)은 자신의 아버지(데니스 메노쳇)를 ‘그 사람’이라 부른다. 그 사람은 엄마(리아 드러커)를 괴롭히는 걸 일삼는다고 한다. ‘아빠’도 아니라고 한다. 엄마가 그 사람과 이혼해 기쁘다고 한다. 그 사람을 영영 보지 않아도 되고, 올해 18살인 누나도 더이상 아빠를 보지 않아도 되는 나이라고 한다. 좋은 이유는 못되지만 엄마와 누나를 혼자 둘 수 없어 같이 살아야 된다고 한다. 줄리앙의 진솔한 진술서가 부부폭력의 피해자인 엄마 미리암과 못난 아빠 안토니의 양육권 공판을 열면서 영화 <아직 끝나지 않았다>가 시작된다.
아빠를 거부하는 아이의 의사가 분명한 반면 줄리앙의 양육권을 둘러싼 심리는 매우 치열하다. 미리암쪽은 남편
[전주국제영화제①]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해피엔드> <사이몬과 타다 타카시>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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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가 5월 3일부터 12일까지 전주 영화의 거리 일대에서 열린다. 지난 4월 3일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전주국제영화제 관계자들은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국내외 영화를 관객에게 소개하는 한편, 대중성도 간과하지 않겠다는 기조를 올해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8회 영화제는 수많은 이슈와 화제의 인물을 배출했다. 이창재 감독의 <노무현입니다>(2017)는 영화제 상영 이후 국내 개봉해 185만 관객을 기록한 ‘다큐버스터’가 되었고, 김대환 감독은 전주시네마프로젝트 선정작이었던 <초행>(2017)으로 한국 감독으로는 처음으로 로카르노국제영화제 ‘현재의 감독’(신인감독상) 부문 감독상을 수상했다. 올해도 보는 이의 마음을 뒤흔들 화제의 영화들이 관객을 만날 준비를 마쳤다. <씨네21>이 먼저 보고 추천하는 20편의 영화를 소개한다. 전주국제영화제가 주목하는 특별한 영화들에 대한 글도 함께 싣는다. 웨스 앤더슨의 <개들의 섬>
전주는 영화다 ① ~ 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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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은 감독의 영화는 무해하다. 쿨하고 예의바른 연출자의 성격을 닮은 그의 인물들은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느니 자신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는 쪽을 택한다. 날것의 감정을 드러내는 영화에 익숙한 국내 관객에게 그의 영화는 다소 심심하고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괜찮다’는 말로 위장한 두려움과 불안의 감정을, 이동은 감독은 누구보다 집요하게 탐구할 줄 아는 연출자이며 그의 영화를 보면 이토록 담담하고 섬세하게 감정의 격랑을 좇는 연출자가 우리에겐 더 많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당신의 부탁>은 이동은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로, 세상을 떠난 남편이 남긴 아들, 종욱(윤찬영)과 함께 살기로 결심한 30대 여성 효진(임수정)의 이야기다. 상실 이후의 삶을 딛고 새로운 관계 속에서 성장을 도모하는 인물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이동은 감독의 전작 <환절기>의 연장선상에 있다.
-201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나리오 부문 당
<당신의 부탁> 이동은 감독 - 상실 이후 선택을 책임지는 사람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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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면에서는 독립영화의 저력을 보여주는 두 감독의 이야기를 소개하려 한다. <눈꺼풀>(4월 12일 개봉)의 오멸 감독과 <당신의 부탁>(4월 19일 개봉)의 이동은 감독이 그들이다. 척박한 제작 환경 속에서도 타협의 유혹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독자적인 스타일을 확장해나가고 있는 이들은 올해 4월 극장가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먼저 <눈꺼풀>의 오멸 감독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한국 사회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수많은 은유와 상징으로 가득한 <눈꺼풀>은 지나간 시간의 어둠을 되새기게 하는 작품이다. 망자들이 찾는 섬, 미륵도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떡을 만들고자 하는 노인의 모습을 담은 <눈꺼풀>은 졸음이 쏟아지자 눈꺼풀을 잘라버렸다는 달마의 이야기처럼, 해소되지 않은 고통으로 잠 못 이루는 산 자들의 마음을 응시하는 영화다. ‘세월호 영화’ <눈꺼풀>을 만든 오멸 감독을 만난 날은 공교롭게도 4월 16일이
<눈꺼풀> 오멸 감독 - 처방을 위장한 영화, 그럼에도 만들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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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감독 다카하타 이사오가 세상을 떴다. 지난 4월 6일 그는 향년 82살로 일본 도쿄의 한 병원에서 폐암으로 숨졌다.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은 매체를 넘나들며 <알프스 소녀 하이디> <엄마 찾아 삼만리> <빨강머리 앤> <반딧불이의 묘> 등 일본 애니메이션의 발전을 이끌었다. 또한 지난 1985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스튜디오 지브리를 공동 설립한 뒤 <추억은 방울방울> <이웃집 야마다군> 등을 발표하며 변함없는 그만의 작품세계를 보여주었다. 애니메이션 연구자 나호원 평론가가 <플란다스의 개>에서, 루벤스 그림 앞에서 파트라슈와 함께 세상을 떠난 네로를 떠올리며 추모의 글을 보내왔다.
다카하타 이사오가 세상을 떠났다. 그 소식을 접한 날엔 봄비와 미세먼지가 꽃을 시샘했다. 정서와 풍경, 날씨가 뒤엉키면서 만들어내는 분위기는 그의 작품 어딘가에서 풍겨져 나오는 맛과 내음 같았다. 그는 누구였을까?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 추모, 안식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