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린델왈드(조니 뎁)가 돌아왔다. 마법 세계의 입장에서는 결코 반갑지만은 않은 소식일 터. 왜냐하면 전편 <신비한 동물사전>(2016)에서 그린델왈드는 어둠의 마법사로서 유럽 곳곳에서 테러를 일삼아 미국 마법 의회(MACUSA)가 경계하던 인물이었다. 훗날 <해리 포터> 시리즈에 등장할 볼드모트에 버금가는 문제적 존재인 셈인데 사상도 둘이 비슷하다. 그린델왈드는 마법사들이 비마법사인 노마지(영국식 표현은 머글)보다 우월한 존재이기 때문에 마법과 비마법 세계는 공존이 아니라 주종 관계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비한 동물사전>에서는 그가 마법 의회 안보부장 퍼시발 그레이브스(콜린 파렐)로 위장해 강력한 어둠의 힘을 지닌 크레덴스(에즈라 밀러)를 부하로 삼으려 하다가 크레덴스에게 피해를 입히고 만다. 문제의 원흉은 그때도 지금도 그린델왈드라는 점을 잊지 말자.
원작자 J. K. 롤링이 처음으로 직접 각본을 썼던 <신비한 동물사전>은 기존
[겨울 외화 빅5 ⑤]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미리보기
-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돌림노래가 지겨웠던 관객에게도, <범블비>의 예고편은 솔깃하다. 액션의 지나친 물량 공세로 피로감을 주던 전작과 달리 1987년 캘리포니아의 작은 마을로 무대를 옮겼고, 성인 남성이 아닌 10대 소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접근이 신선하기 때문이다. 여기엔 시리즈 중 처음으로 마이클 베이가 연출을 맡지 않았다는 이유가 큰 지분을 차지할 것이다. 대신 애니메이션 <쿠보와 전설의 악기>(2016)를 연출한 트래비스 나이트가 감독을 맡아 <트랜스포머> 세계관의 첫 캐릭터 무비를 책임진다. 그는 <엠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 “이 거대한 프랜차이즈에 접근하면서 캔버스의 작은 구석에 집중하고 싶었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내가 속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라이카는 어둠과 빛, 강렬함과 따뜻함, 유머와 사랑의 예술적인 균형을 찾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런 철학을 <트랜스포머> 시리즈에 녹여내고 싶다.”(<엠파
[겨울 외화 빅5 ④] <범블비> 미리보기
-
런던이 바퀴를 단 기계가 되어 움직인다. 무려 세계에서 가장 큰 유람선의 두배 크기다. 그리고 7층짜리 거대 도시 런던은 다른 약한 도시를 잡아먹는다. 필립 리브의 소설 <모털 엔진>은 SF 장르의 상상력이 어디까지 뻗칠 수 있는지 새삼 감탄하게 하는 역작이지만, 쉽게 시각화할 엄두가 나지 않는 초현실적 시공간이 묘사된다. 하지만 <반지의 제왕> <호빗> 시리즈를 만든 피터 잭슨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는 <모털 엔진>의 판권을 일찌감치 구입해 2008년부터 각색에 매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에는 본인이 직접 연출할 예정이었던 <모털 엔진>은 <호빗> 프로젝트가 먼저 착수하면서 연기됐고, 결국 <모털 엔진>은 <킹콩>(2005)과 <아바타>(2009)의 시각효과를 담당했던 크리스천 리버스의 장편 데뷔작이 됐다. 스케줄상 직접 연출이 어려웠던 피터 잭슨이 제작자에 이름을 올린 대신,
[겨울 외화 빅5 ③] <모털 엔진> 미리보기
-
“다른 감독에게 이 프로젝트를 넘겨야 할까? 안 돼, 그러기엔 내가 이 작품을 너무 사랑하는데….” 지난 2011년 <콜라이더>와의 인터뷰에서 제임스 카메론은 이렇게 말했다. <알리타: 배틀 엔젤>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제임스 카메론의 드림 프로젝트였다. 유키토 기시로가 1990년 출간한 만화 <총몽>에 완전히 매료된 카메론은 2000년대 중반부터 이 작품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는 실사영화를 반드시 만들겠다며 공공연하게 얘기하고 다녔다. 그 작품이 바로 <알리타: 배틀 엔젤>이다. <아바타>(2009)가 전세계 박스오피스 역대 1위를 달성하고, 몇편의 속편 제작이 확정된 뒤에도 제임스 카메론은 <알리타: 배틀 엔젤>을 완전히 접거나 다른 감독에게 섣불리 넘겨주지 않았다. 영화에 대한 애정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그렇게 무한대로 연기될 것 같았던 <알리타: 배틀 엔젤> 프로젝트가 수면 위로 떠오른 건
[겨울 외화 빅5 ②] <알리타: 배틀 엔젤> 미리보기
-
-
냉정하게 말하면, 최근 DC 확장 유니버스를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제작진의 잦은 하차와 갈등, 세계관에 대한 오독, <저스티스 리그>와 같이 DC의 슈퍼히어로들이 총출동한 팀 무비의 흥행 부진은 마블과 함께 슈퍼히어로영화를 두고 건전한 대결 구도를 형성할 것이라 믿었던 DC의 역량에 의문을 품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DC 확장 유니버스에 희망이 남아 있다면, 그건 바로 <아쿠아맨> 덕분이 아니겠냐는 생각이다. 아직 마블조차 충분히 탐구해본 적 없는 바닷속 왕국을 주요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 <쏘우>(2004)와 <컨저링> <인시디어스>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론칭하고 <분노의 질주: 더 세븐>(2014)을 시리즈 사상 최고의 흥행작으로 만든 제임스 완이 연출을 맡았다는 점은 <아쿠아맨>에 이유 있는 희망을 걸게 한다.
<아쿠아맨>은 등대지기 아버지와 바닷속 왕국 아틀
[겨울 외화 빅5 ①] <아쿠아맨> 미리보기
-
올해 국내 극장가에서 블록버스터 외화의 존재감은 엄청났다. 지금까지의 통계만 보더라도 연간 박스오피스 상위 5위권에 세편의 외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이 포진해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외화의 공습은 전통적인 성수기 시장인 겨울 극장가에서 다시 한번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11월 14일 개봉예정인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를 시작으로 <아쿠아맨>과 <범블비> <모털 엔진> <알리타: 배틀 엔젤> 등의 블록버스터가 내년 초까지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판타지, 액션, SF 등을 아우르는 다채로운 장르와 최첨단 기술을 통한 시각적 향연을 예고하는, 올겨울 개봉예정인 다섯편의 대작 외화를 소개한다.
개봉 기다리는 겨울 외화 빅5 ① ~ ⑤
-
※전기영화인 만큼 스포일러가 많습니다. 하지만 전기영화이기 때문에 읽고 영화를 보는 게 더 이해가 빠를 수도 있습니다. 선택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영국의 전설적인 록 밴드 퀸의 일대기를 조명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10월 31일 국내 개봉한다. 이 작품은 파워풀한 가창력과 화려한 쇼맨십으로 유명했던 리드 보컬 프레디 머큐리(래미 맬렉)를 중심으로 밴드의 성공과 갈등, 록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공연 중 하나로 손꼽히는 1985년 <라이브 에이드>에서의 공연 등을 다룬다는 점에서 일찌감치 화제가 됐다. 퀸이라는 이름의 위대한 밴드가 쌓아올린 신화를,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오랫동안 퀸의 팬이었던 배순탁 음악평론가가 영화에 대한 애정 어린 글을 보내왔다.
세어본 적은 없지만 100번은 넘었다고 확언할 수 있다. 다름 아닌 내가 고등학교 시절 퀸의 1985년 <라이브 에이드> 참여 실황과 1986년 <라
<보헤미안 랩소디> 록 밴드 퀸의 일대기를 조명한 영화, 위대한 밴드의 신화를 일깨우다
-
<집의 시간들>에서 라야 감독이 바라본 둔촌주공아파트는 따뜻하고 포근하다. 라야 감독은 집을 찾아가 찍는 프로젝트인 ‘가정방문’, 뮤지션 이랑의 곡 <신의 놀이>의 뮤직비디오, 다큐멘터리 <불확실한 학교>(2016), 책 <산책론> 등 다양한 작업을 통해 여러 공간을 카메라에 담아왔다. 그 공간은 둔촌주공아파트처럼 라야 감독의 애정으로 가득하다. 그는 “겁이 많아 이 인터뷰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거(웃음)”라고 말했다. 그가 작업한 영상, 사진들이 더욱 궁금하다면 그의 홈페이지(http://lightonthewall.com)를 방문하면 된다.
-이 영화는 독립출판물 <안녕, 둔촌주공아파트>를 기획한 이인규씨를 만나면서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다.
=독립출판물 서점이자 출판사인 유어마인드에서 2년 동안 일했다. <안녕, 둔촌주공아파트>를 판매해 이 프로젝트를 잘 알았다. 낯선 장소에 가서 카메라에 담는 영상 프로젝
<집의 시간들> 라야 감독, “처음부터 공간을 주인공으로 카메라에 담고 싶었다”
-
대한민국에서 아파트 하면 주로 투자나 투기 대상으로 인식된다. 매일 뉴스에 나오는 아파트 소식 대부분이 집값 문제나 부동산 정책과 관련된 얘기가 많은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10월 25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집의 시간들>은 아파트를, 집값 문제나 부동산에 관련한 욕망으로 다루는 작품이 아니다. 오히려 옷, 음식과 함께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주’(住)거지로서 집이 가진 의미를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첫 장편다큐멘터리를 연출한 신인 라야 감독을 만나 영화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아파트 키드가 아니다. 단독주택에서 나고 자랐다. 대학을 진학하기 위해 상경한 뒤로는 성냥갑 같은 원룸들을 전전했다. 결혼하고 나서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지은 공공주택에서 줄곧 살아왔다. 아파트 근처에 가보지 못한 내게 아파트는 주거지로서 어떤 공간인지 한번도 실감해본 적 없다. 오히려 ‘억억’ 하는 집값 탓에 살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아파트는 그림의 떡에 더 가까웠다. 그
재개발 위한 철거 앞둔 둔촌주공아파트 사람들 담은 라야 감독의 <집의 시간들>을 보는 즐거움
-
존 카펜터의 전설적인 호러영화 <할로윈>(1978) 이후 나온 9편의 속편은 거의 대부분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았다. 호러영화 명가 블룸하우스 프로덕션(이하 블룸하우스)이 <할로윈>을 리부트한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도 그 전례 때문에 우려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2018년판 <할로윈>은 현재 로튼 토마토 지수 80%대를 기록하고, 북미 개봉 첫주 박스오피스에서 주말 7700만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역대 10월 개봉작 오프닝 성적 2위 기록을 세웠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참석차 한국을 찾은 제이슨 블룸 블룸하우스 대표는 “우리에게는 아주 구체적인 영화제작 시스템과 접근 방식이 있는데, 이를 통해 좋은 <할로윈>을 만들 수 있다는 도전정신이 있었다”고 전한다. 입국 직후부터 한국 관계자들에게 “배우처럼 멋있는데, 소탈하고 유머러스하기까지 하다”며, 호감을 얻고 있는 그와의 만남을 전한다.
-존 카펜터와 1978년 <할로윈>의 주연이었던
<할로윈> 제이슨 블룸 블룸하우스 프로덕션 대표, ”미국에서는 TV시장이 영화시장보다 훨씬 건강하다”
-
“자랑 좀 할게요. <할로윈>이 여성 주연 호러영화 역대 최고, 55살 이상 여성 주연 영화 역대 최고, 10월 개봉작 역대 2위, 프랜차이즈 역대 최고 오프닝 기록을 세웠어. #womengetthingsdone(여자들이 해냈다).” 데이비드 고든 그린 감독의 <할로윈> 주말 스코어가 약 7700만달러로 추정된다는 소식이 알려진 10월 21일(현지시각 기준), 오랜만에 시리즈에 복귀한 로리 스트로드 역의 제이미 리 커티스가 트위터에 남긴 글이다. 그가 <할로윈>의 성공을 여성의 쾌거로 연결시킨 맥락은 1970년대 이후 슬래셔 장르의 역사를 돌아볼 때 명료해진다.
호러 장르에서의 여성의 ‘전통적’ 역할
웨스 크레이븐의 <왼편 마지막 집>(1972), 토브 후퍼의 <텍사스 전기톱 학살>(1974)을 거쳐 1978년 탄생한 존 카펜터의 <할로윈>은 장르 공식을 정리한 걸작이었다. 술과 섹스를 즐기는 10대, 복면을 쓴
40년 만에 도착한 <할로윈>의 진정한 속편, 데이비드 고든 그린 감독의 <할로윈>
-
드디어 전설이 돌아왔다. 블룸하우스 프로덕션의 야심작 <할로윈>은 40여년간 나온 10편의 속편 중 처음으로 평단과 대중을 고루 만족시키며 존 카펜터의 <할로윈>(1978)의 진정한 적자가 됐다. 원작의 생존자 로리(제이미 리 커티스)와 그의 딸 캐런(주디 그리어), 손녀 앨리슨(앤디 마티책)이 힘을 합쳐 마이클 마이어스(닉 캐슬)에 맞서는 2018년판 <할로윈>은 여성 주도의 서사가 주목받는 할리우드의 흐름에서 탄생한 영리한 기획이다. 특히 여성 혐오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미국 슬래셔 무비의 굴곡 많은 역사에서 2018년판 <할로윈>과 그의 성공이 의미하는 바를 짚어보았다. 여기에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던 블룸하우스 프로덕션 제이슨 블룸 대표와의 인터뷰도 덧붙인다.
전설의 레전드 2018년의 <할로윈>
-
프랑스 출신 드니 도 감독의 장편 데뷔작 <푸난>은 캄보디아 크메르루주 정권하에 벌어졌던 비극적인 사건을 다룬 영화다. 정치적인 메시지를 앞세우기보다는 어린 소년 소반과 그를 잃어버린 가족이 겪어야 했던 일대기를 시간 순으로 차근차근 짚어주는 영화다.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고통받았던 사람들의 말 못할 사연을 마주하는 것은 힘들다. 역사적 사건을 재연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고자 했던 사람들이 지켜냈던 인간성을 파고드는 데 더 많은 공을 들였다.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대학살의 현장이 실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캄보디아의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도 <푸난>이 선사하는 아이러니다. 이를 뚝심 있게 그려낸 드니 도 감독의 비전에 BIAF는 심사위원상으로 화답했다.
-<푸난>이 올해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크메르루주 정권에 의해 자행됐던 슬픈 역사를 다룬 영화를 본 프랑스 및 유럽 관객
[BIAF에서 만난 영화인들⑥] <푸난> 드니 도 감독, "어머니가 겪었던 이야기는 내게는 유산... 인간의 이면을 숨기고 싶지 않았다"
-
고사카 기타로는 1979년 업계에 발을 들인 이후 <루팡 3세> 시리즈, <바람계곡의 나우시카>(1984) 등 수많은 작품의 원화를 그렸다. 특히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 <바람이 분다>(2013) 등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화를 도맡으며 미야자키 하야오의 오른팔로 활약했다. 2003년 첫 연출작 <나스 안달루시아의 여름> 이후 본인이 직접 연출을 맡은 작품이 없어 팬들의 아쉬움을 자아냈던 그가 15년 만에 차기작을 들고 돌아왔다. 동명의 아동문학을 원작으로 하는 <여주인님은 초등학생>은 만화와 TV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으며 이번에 고사카 기타로 감독의 손을 거쳐 첫 번째 극장판을 선보였다. 자전거 마니아이기도 한 고사카 기타로가 <나스 안달루시아의 여름>을 연출했을 땐 당연한 선택처럼 보였지만 차기작으로 아동문학을 고른 건 무척 흥미로운 행보라 할 만하다. 부천을 방문한 고사카 기타로 감독은 내년 한
[BIAF에서 만난 영화인들⑤] <여주인님은 초등학생> 고사카 기타로 감독, "좋은 이야기는 결국 모든 사람들과 접점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