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오지 않는 장면이 없을 정도로 꽉 찬 원맨쇼의 주인공이자 새로운 조커로 기억될 <조커>의 호아킨 피닉스를 만났다. 영화 속 조커보다 훨씬 밝은 분위기로 <조커>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는 더없이 행복해보였다. 까다롭고 예측하기 어려운 배우로 알려진 피닉스지만 속편에 대한 의향을 묻는 질문에 두눈을 반짝이며 “하고 싶다”라는 대답을 통해 영화에 대한 그의 애정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처음 조커 역할을 제안받았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처음에 내가 이걸 할 리 없다고 생각했다. (웃음) 그렇지만 토드 필립스를 감독으로서 좋아해서 만났고 첫 만남에서 그는 조커의 웃음에 대해 비디오와 스크립트를 보여줬다. 그게 흥미로웠다. 그때부터 만날 때마다 영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토드는 대담하고 유니크한 감독이다. 누구에게도 영화에 대해 물어볼 필요가 없었다. 그는 이 영화에 어떤 본능을 가지고 있었다. 이 영화에 그보다 더 완벽한 감독은 없을 것 같았다.
-조
[<조커>의 모든 것⑦] <조커> 배우 호아킨 피닉스, "아서가 진정한 나르시시스트라고 생각했다"
-
실없이 웃긴 코미디 감독이라고만 생각했던 토드 필립스가 어둡고 우아하며 전복적이기까지 한 <조커>로 돌아왔다. <행오버> 삼부작을 만든 감독의 영화로 줄긋기 어려운 <조커>에 대해 토드 필립스 감독과 베니스국제영화제 진출 소식에 앞서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의 시작부터 영화 밖 정치적 상황에 관한 다양한 질문에 막힘없이 대답하던 필립스 감독과 나눈 2번의 인터뷰를 정리해 전한다.
-사람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조커는 히스 레저다. <조커>를 시작할 때 이런 사실이 걱정되지는 않았나.
=글쎄, 히스 레저가 조커를 연기할 때 아마 걱정스러웠을 거다. 그전까지 가장 알려진 조커는 잭 니콜슨이었으니까. (웃음) 사실 걱정해야 할 일은 너무 많았지만 이 문제는 아니었다. 영화를 시작할 때 오히려 신났던 건 조커에게 어떤 규칙도 없다는 거였다. 거부할 수 없는 캐릭터이기에 잭 니콜슨부터 자레드 레토에 이르기까지 매료됐을 거다.
-<조커&g
[<조커>의 모든 것⑥] <조커> 토드 필립스 감독, "좋은 이야기는 시대상을 반영한다"
-
슈퍼히어로영화
슈퍼히어로영화에 어울리는 배우와 그렇지 않은 배우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쩐지 호아킨 피닉스는 슈퍼히어로영화를 나서서 선택할 것 같은 배우는 아니다. 물론 베네딕트 컴버배치도 <닥터 스트레인지>(2016)에 출연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드라마 <셜록> 시리즈의 셜록 홈스가 슈퍼히어로에 버금가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인물이긴 했지만. 어쨌든 호아킨 피닉스도 슈퍼히어로영화의 제의를 받은 적이 있다. 공교롭게도 <닥터 스트레인지>의 닥터 스트레인지였다. 21세기 최고의 메소드 배우 중 한명인 호아킨 피닉스가 그린 스크린 앞에서 연기하는 것의 불편함을 이유로 들어 출연을 고사했다는 이야기는 십분 이해되고도 남는다. 그런 호아킨 피닉스가 토드 필립스의 <조커>를 선택한 것은 캐릭터와 이야기의 고유함 때문이었다. “이제껏 본 적 없는 대담한 이야기라고 느꼈다. 슈퍼히어로 장르에 속하는 그 어떤 영화와도 달랐고, 지금껏 봤던 그 어떤
[<조커>의 모든 것⑤] <조커>의 호아킨 피닉스, 혹은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에 대하여
-
강렬하다. 어떤 식으로든 뒤흔든다. 조커는 슈퍼히어로영화 속 수많은 빌런 중에서도 특히 자극적인 영감을 주는 캐릭터다. 토트 필립스 감독과 호아킨 피닉스는 이 위험한 인물의 기원을 매혹적이며 도전적인 방식으로 더듬어 나갔다. 다만 여기서 ‘도전적’이라는 표현에 대해 몇 가지 덧붙일 말이 필요할 것 같다. <조커>의 플롯이나 인물을 그리는 접근방식이 새롭다고 보긴 어렵다. 감독이 공공연하게 밝힌 바와 같이 이 영화는 가깝게는 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택시 드라이버>(1976), <분노의 주먹>(1980), <코미디의 왕>(1983)에 빚을 지고 있으며 멀게는 파울 레니 감독의 <웃는 남자>(1928)를 떠올리게 만든다. 요컨대 이건 정신적으로 불안한 한 남자의 영혼을 파헤쳐 내려가는 이야기이자 좁은 무대에서 벌어지는 익숙한 사이코드라마다. 한데 그 뒤에 슈퍼히어로 장르 속 캐릭터, 21세기 제작, 현재를 연상시키는 70, 80년대 고
[<조커>의 모든 것④] <조커>를 둘러싼 상반된 반응
-
-
새하얗고 과장된 광대 분장을 한 채로 차가운 억지웃음을 지어 보이는 슈퍼 악당 조커는 단순한 만화 속 캐릭터 이미지의 영향력을 넘어서서 더 근원적인 악의 형태처럼 소비되기에 이르렀다. 조커가 등장했던 지난 몇편의 슈퍼히어로영화들과 토드 필립스 감독의 <조커>는 분명 다른 결을 지닌 영화지만 ‘조커’의 고유한 특징은 충분히 공유하고 있는 듯 보인다. 웃음 뒤에 가려진 비극과 혼돈, 가면 뒤에 숨은 허상과 진실을 대변하는 듯한 아서 플렉, 아니 조커의 이미지는 어떻게 탄생한 것일까. 이번에는 원작 그래픽노블을 둘러싼 기원과 출처를 모았다.
조커는 갱스터였다
그래픽노블 작가 빌 핑거, 밥 케인, 제리 로빈슨에 의해 만들어진 조커는 <웃는 남자>(1928)에서 콘래드 베이트가 보여줬던 그로테스크한 웃음과 트럼프 카드 속 광대 조커의 이미지가 뒤섞인 채 태어났다. 조커의 출신에 관해 처음 소개됐던 건 1951년 <디텍티브 코믹스> 168호를 통해서였는데
[<조커>의 모든 것③] <조커>에 영향을 끼친 원작 코믹스
-
토드 필립스 감독이 <조커>를 구상할 무렵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몇편의 영화들을 모았다. 이미 많은 언론인터뷰에서 감독이 직접 언급한 작품도 있지만 <조커>를 보고 나면 여기 소개하는 영화들을 한번쯤 다시 찾아보고 싶어질 것 같다. <조커>가 지닌 고통과 비극의 뿌리가 지난 영화 역사 속에서는 어떤 식으로 그려졌는지 되짚어보는 재미를 안겨줄 것이다.
<웃는 남자> (1928)
<조커>의 아서(호아킨 피닉스)가 보여주는 페이소스 짙은 억지웃음의 기원을 따져 올라가면, 독일 표현주의 영화 <웃는 남자>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각색한 이 영화는 <노틀담의 꼽추> 등과 결을 같이하는 작품으로 토드 필립스 감독에 따르면, <조커>의 아서를 개발할 때 <웃는 남자>에서 주인공 그윈플레인(콘래드 베이트)이 보여준 양 손가락으로 입꼬리를 잡아당겨 웃음짓는
[<조커>의 모든 것②] <조커>에 영향을 끼친 영화들
-
<조커>는 배트맨의 천적이자 고담시의 제일가는 악당인 조커의 기원을 써내려가는 영화다. 알려졌듯 DC 코믹스 <배트맨> 시리즈에서 캐릭터와 배경을 가져왔지만 코믹스를 원작으로 하진 않는다. 토드 필립스 감독과 스콧 실버가 함께 쓴 각본은 코미디언으로 성공하고 싶은 아서 플렉이 조커가 되는 과정, 즉 반영웅의 탄생 서사를 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택시 드라이버>(1976)의 톤으로 그린다. 히어로와 안티히어로의 초능력이 충돌해 우주적 재앙을 불러오는 21세기 슈퍼히어로영화들과는 완전히 다른 길을 걷는다. 더불어 토드 필립스의 <조커>는 팀 버튼의 <배트맨> 시리즈와도 다르고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 시리즈와도 다르다. 캐릭터 드라마에 가까운 <조커>는 조커라는 인물에 온전히 집중하며 조커의 내면에 깊숙이 접속한다.
사회 또한 병들어 있다
영화는 경제적, 사회적으로 위기에 직면한 고담시의 상황과 거
[<조커>의 모든 것①] 기존 <배트맨> 시리즈들과 다른 길 가는 <조커> 이야기
-
토드 필립스 감독이 연출하고 호아킨 피닉스가 조커를 연기한 <조커>가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코믹스 영화 사상 최초의 수상이라는 타이틀뿐만 아니라 영화를 둘러싼 반응은 <조커>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10월 2일, 드디어 <조커>가 개봉한다. DC 코믹스 최고의 악당 중 한명이자 배트맨의 숙적인 조커가 주인공이지만 <조커>의 조커는 우리가 알던 조커와는 조금 다르다. <조커>는 광대 아서 플렉이 악당 조커가 되어가는 이야기다. <조커>의 리뷰는 물론 <조커>를 둘러싼 엇갈린 반응과 평가, <조커>에 영향을 끼친 영화와 코믹스, 조커가 된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까지 꼼꼼히 뜯어보았다. 더불어 LA에서 진행한 토드 필립스 감독과 호아킨 피닉스의 인터뷰도 전한다.
[스페셜] <조커>의 모든 것 ①~⑦
-
제작비 3천만원, 2개관 상영이 시작이었다. 전문 제작사가 아닌 극단 겸 영화학교의 워크숍 작품으로 만들어진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는 다른 독립영화들처럼 ‘적당히’ 상영하고 사라지리라는 예상을 일거에 뒤엎었다. ‘이 영화만 200번 봤다’는 팬덤 ‘감염자’가 양산됐고, 전국 상영으로 확대 상영돼 220만 관객을 동원하며 급기야 ‘제2의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를 찾아라’ 열풍으로 이어졌다. 침체된 일본영화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은 ‘기적의 작품’. 국내 개봉 1주년 기념 상영회를 위해 한국을 찾은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에게 ‘출구 없는 재미’로 935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 여름 블록버스터 시장의 신흥 강자가 된 <엑시트>의 이상근 감독과의 만남을 주선했다. <엑시트>는 재난영화의 ‘탈’을 쓰고 있지만, 기존 재난영화의 클리셰를 답습하지 않은 올해 가장 신선한 작품이자 이상근이라는 신인감독을 발견하게 해준 반짝반짝 빛나는 작품이다.
<엑시트> 이상근 감독과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이 만나다, "평범한 소시민 캐릭터가 우리에게는 더 통한다"
-
<조커>의 고담시는 1970년대 말 80년대 초 마틴 스코시즈 영화 속 뉴욕을 빼닮았다. 그러나 그곳의 지옥도는 2019년 관객에게도 생경하지 않다. 유명한 악당 캐릭터의 기원을 묘사하는 토드 필립스의 <조커>는 <다크 나이트> 3부작의 리얼리즘을 이어받은 DC 확장 우주(DCEU) 영화지만, 초능력을 가진 캐릭터가 전무하다는 점에서 사회문제 드라마로 보기에 무리가 없으며 나아가 호러에 가깝다. 마블 스튜디오와 확연히 차별화된 강렬한 세계를 구축했다는 면에서 <조커>는 일단 성공적이다. 폴 토머스 앤더슨의 <마스터>(2012), 린 램지의 <너는 여기에 없었다>(2018)가 간접적으로 활용한 배우 호아킨 피닉스의 불안한 에너지를 감독 토드 필립스는 전면으로 끌어내 관객과 대치시킨다. <코미디의 왕>의 루퍼트 펍킨(로버트 드니로)처럼 홀어머니와 사는 코미디언 지망생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은 가정적으로, 직업
[토론토국제영화제③] 탐욕과 증오를 경계하다
-
2019년 토론토영화제는 전체 상영작의 36%가 여성이 감독/공동감독하거나 기획된 영화임을 자랑스럽게 밝혔다. 더불어 ‘여성의 여정에 동행하라’(Share Her Journey) 캠페인을 기간 내내 진행해 관객과 게스트들이 여성의 영화를 지원하는 모금에 참여하며 메시지를 보내고, 여성 영화인의 작품을 매표함으로써 후원하도록 유도했다.
<히든 피겨스> <콜레트> <세상을 바꾼 변호인> 등이 보여준 대로, 제대로 조명되지 못한 실존 여성 인물을 스크린으로 호출하는 영화는 여전히 트렌드다. <페르세폴리스>를 만든 마르잔 사트라피 감독의 <라디오액티브>는 과학자 마리 퀴리의 전기물. 영화는 1934년 연구소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되는 67살의 마리 퀴리의 머릿속으로 들어간다. 로저먼드 파이크가 연기하는 마리는 오만에 가까운 지독한 자아몰입도와 고집을 가진 천재다. 사랑하는 남편이자 연구 파트너 피에르 퀴리에게 그는 말한다. “당신의
[토론토국제영화제②] 여성의 여정에 동행하라
-
토론토영화제는 프로 영화인들이 유용한 관점을 얻을 수 있는 토의와 컨퍼런스를 다수 개최한다. 2019년에는 시장과 기술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는 컨퍼런스, 세계 영화계의 최대 이슈인 소수민족(디아스포라) 재현, 다양성 캐스팅, 젠더 평등을 논하는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그런데 이와 같은 이슈는 최신작을 큐레이팅하고 미학적 평가가 이뤄지는 영화제의 과제이기도 하다. 때마침 2019년 들어서는 베를린 등 주요 영화제의 디렉터와 프로그래머가 교체되기도 했다. 개막 이튿날인 9월 6일 열린 ‘영화제: 새로운 리더십, 새로운 지평’ 토크에는 토론토영화제 예술감독 겸 공동집행위원장 카메론 베일리,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 감독주간 예술감독 파올로 모레티, 베를린국제영화제(이하 베를린영화제) 이그제큐티브 디렉터 마리엣 리젠벡, 선댄스영화제 프로그램 디렉터 킴 유타니가 참여해 국제영화제의 현재와 전망을 논의했다.
먼저 다양한 젠더, 지역, 인종을 포괄하는 프로그래밍에 관해 베를린영화제의 리젠벡
[토론토국제영화제①] 세대교체 맞은 국제영화제, 어디로 갈까?
-
토론토국제영화제(이하 토론토영화제)는 그해 유럽 3대 영화제의 화제작과 독립영화, 제3세계 영화가 흘러드는 영화의 저수지다. 코스모폴리탄 대도시 한복판에서 열리는 이 영화제에서 스타를 만드는 힘은 특정 위원회가 아니라 하루 네편씩 영화를 보고 신나게 의견을 나누는 일반 관객과 기자들로부터 나온다. 지난 9월 5일부터 15일까지 열린 제44회 토론토영화제의 경향과 화제작을 소개한다. 국제영화제가 당면한 고민도 덧붙여 전한다.
84개국, 장편 245편, 27개 스크린, 3600명의 자원봉사자, 1만 7천명의 민간후원자. 북미 최대의 영화 페스티벌인 토론토영화제의 2019년을 말하는 숫자들이다. 프레스를 위한 소식지 <킹 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올해 토론토영화제에서 11일 동안 상영된 영화의 총러닝타임은 2만 8264분으로 휴식 없이 낮밤을 관람한다고 치면 20일에 해당하는 시간이다. 물병, 혈당유지용 사탕, 스마트폰, 펜, 수첩, 우산 같은 생필품 외에도 토론토영화제
9월 15일 폐막한 토론토국제영화제 보고서 - 영화의 메트로폴리스를 가다 ①~③
-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9번째 장편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주인공 릭 달튼과 클리프 부스, 샤론 테이트 세 사람은 서로 배우와 스턴트 대역, 그리고 이웃사촌 관계로 얽혀 있다. 그리고 이들의 관계는 영화 안과 밖에서 할리우드 영화산업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슈퍼히어로영화가 할리우드를 지배하는 이 시대에 도착한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는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뒤 북미 시장 여름 시즌에 개봉해 1억달러(전세계 3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둬들였다. 변화하는 할리우드 스타 시스템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한물간 스타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가 브래드 피트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마고 로비가 지닌 스타 파워 덕분에 대성공을 거둔 셈이다. 지난 5월 23일, 칸국제영화제가 열리던 크루아제트 거리의 칼튼 호텔에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주역들을 직접 만나 산업적으로나 비평적으로나 아주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배우 마고 로비·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브래드 피트, "할리우드를 향한 러브레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