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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는 겁이 없지> Tigers are Not Afriad
이사 로페즈 / 멕시코 / 2017년 / 83분 / 부천 초이스: 장편
호러 장르와 동화적인 상상력이 결합된 독특한 연출력이 인상적인 작품. 2006년부터 시작된 마약전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행방불명된 멕시코시티를 배경으로 삼았다. 이 유령도시에서 소녀 에스텔라는 엄마를 잃은 뒤 진짜 유령들을 보기 시작한다. 학교 창문에 총탄이 들이치고, 하굣길에서 아직 피가 흐르는 시체를 목격하는 생활 속, 에스텔라는 현실을 이겨내기 위해 현실보다 더 음습한 자신의 내면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스스로를 동화 속 호랑이라 믿는 에스텔라와 거리의 아이들은 총을 들고 직접 생존과 복수를 위한 여정에 나선다. 순수한 마음에 스며든 잔혹성을 포착하는 영화는 에스텔라의 기민한 오감이 일상의 사물에서 괴이한 이미지와 생명체를 불러내는 매혹적인 장면을 만들어낸다. 빅토르 에리세의 <벌집의 정령>(1973)이 스페인 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추천작④] <호랑이는 겁이 없지> <부동산>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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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살 속의 혈투> Brawl in Cell Block 99
S. 크레이그 잴러 / 미국 / 2017년 / 132분 / 금지구역
직장에서 잘린 뒤 친구의 소개를 받아 마약 딜러로 일하던 브래들리는 마약 거래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로 인해 감옥에 간다. 감옥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는 임신 중인 자신의 아내가 납치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다른 교도소에 수감 중인 인물을 죽이면 아내를 풀어주겠다는 제안을 받는다. 영화는 브래들리라는 인물을 묘사하고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그의 캐릭터를 확고하게 구축한다. 그리고 브래들리가 제안을 받아들인 이후부터는 잠시도 쉬지 않고 결말을 향해 달려나가면서 관객을 압박한다. 영화의 액션은 느리고 묵직한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금지구역 섹션의 작품답게 파괴적이고 잔혹하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하고 강렬한 액션영화다. 브래들리를 연기한 배우 빈스 본 역시 인상적이다.
<슬럼가 대습격> Buy Bu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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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추천작③] <창살 속의 혈투> <슬럼가 대습격>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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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마이 마인드> Blue My Mind
리사 브륄만 / 스위스 / 2017년 / 97분 / 월드 판타스틱 블루
15살 미아는 전학 간 학교에서 이른바 잘나가는 문제아 친구들을 사귀며 일탈을 즐긴다. 성적 호기심도 왕성해지고 비행도 과감해진다. 그런데 사춘기 소녀의 단순 일탈이라기엔 미아의 내적 요동이 심상치 않다. 미아 자신도 제어할 수 없는 어떤 힘이 미아의 기행을 부추긴다. 수족관의 물고기를 잡아먹는 이상행동은 징후적 신체 변화로 이어진다. 첫 생리를 하게 된 날, 미아는 자신의 발가락이 서로 붙어 있는 것을 확인한다. 심리적, 신체적 변화를 스스로 감지하는 동안 미아는 어쩌면 자신이 부모의 친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을 하기 시작한다. 나는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실존적 질문이 미아에게 절실하고 절박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미아의 몸이 점점 어류의 형태로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블루 마이 마인드>는 물고기 인간이라는 판타지적 설정을 1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추천작②] <블루 마이 마인드> <라이브 하드>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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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벤지> Revenge
코랄리 파르자 / 프랑스, 영국 / 2017년 / 108분 / 부천 초이스: 장편
아마도 올해 부천영화제에서 만나게 될 가장 잔혹하고 가장 통쾌한 여성 액션을 볼 수 있는 복수극이지 싶다. 스크린을 핏물로 가득 채우면서도 시대의 정서를 고민하는 장르영화를 기다려왔다면 <리벤지>를 주목하자. 백만장자 리차드의 내연녀인 제니퍼는 사막 한가운데 으리으리하게 세워놓은 별장의 사냥 파티에 초대받는다. 리차드의 초대를 받고 파티에 참석한 친구 두명이 리차드가 집을 비운 틈을 타서 제니퍼를 해코지한다. 남자들로부터 능욕을 당하고 죽을 고비까지 넘긴 제니퍼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이들을 한명씩 처단하기 시작한다. <리벤지>의 미덕은 장르영화 안에서의 성별 역학관계를 뒤집는 것을 핑계 삼아 폭력을 전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떻게 하면 더 끔찍한 방식으로 피와 뼈를 다룰지를 고민함과 동시에 자멸하는 남성 권력의 속성을 그대로 간직한 세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추천작①] <리벤지> <공포의 침입자>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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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월의 13일은 금요일이다. 다시 말해 ‘13일의 금요일’에 당신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오싹한 밤을 보낼 수 있다는 얘기다. 제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7월 12일부터 22일까지 부천시청 일대에서 열린다. 액션, 호러, 스릴러, 판타지, 애니메이션 등 53개국 290편의 장르영화가 관객맞이에 한창이다. 관객의 영화 선택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씨네21> 기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기이하고 잔인하고 섬뜩하고 화끈한 영화 20편을 소개한다. 더불어 웨스 크레이븐, 조지 A. 로메로, 토브 후퍼의 작품을 상영하는 특별전 ‘3X3 EYES: 호러 거장, 3인의 시선’과 장르영화에서의 여성 재현을 탐구하는 특별전 ‘시간을 달리는 여자들: SF영화에서의 여성의 재현’에서 상영되는 작품들도 소개한다. 올여름 부천에서 함께 장르영화 즐기실래요?
제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추천작과 특별전 가이드 ① ~ 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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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문이 중요하다. 영화사나 영화 홍보 대행사가 댓글 아르바이트니 리뷰 아르바이트를 고용한 것은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영화를 알리기 위한 목적이었다. 하지만 매크로라는 자동입력반복 프로그램이 나타나면서부터 포털 사이트 공간에서 마케팅 기술은 더욱 정교해졌다. 영화계도 예외가 아니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포털 사이트의 영화 평점을 조작한 정황을 <한겨레> 탐사팀과 함께 지난 3개월 동안 취재했다. 이 기사를 보고 더 많은 ‘매크로’ 영화 평점 조작 사례를 아는 독자는 김성훈 기자(pepsi@cine21.com) 메일로 제보를 부탁드린다.
“지금도 쓰는지 모르겠지만 ‘드루킹 불법 댓글 조작’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는 영화계도 다 썼어요. 안 쓸 수가 없어요, 그거를. 안 쓰면(영화가 포털 사이트) 상단에 올라가질 않으니까. (웃음)”
‘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 검사팀’(이하 특검팀)이 드루킹과 경제적 공진화 모임
매크로를 이용한 영화 평점 조작의 실체…, 영화 평점 및 공감 수 조작 이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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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극장을 가다 미로 같은 길 속에 갇히고, 누군가는 극장에서 공격적인 질문을 하는 관객과 싸우고, 누군가는 극장이라는 낙원에 숨어버린 후배 직원을 찾아다니느라 진땀 뺀다. 옴니버스영화 <너와 극장에서>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극장이라는 공간을 공유하지만 각기 다른 방식으로 극장/영화를 사유한다. 유지영 감독의 <극장쪽으로>, 정가영 감독의 <극장에서 한 생각>, 김태진 감독의 <우리들의 낙원>이 <너와 극장에서>라는 제목의 옴니버스영화로 개봉한다. <너와 극장에서>는 서울독립영화제의 독립영화 차기작 프로젝트 인디트라이앵글을 통해 완성된 다섯 번째 작품이다. 서울독립영화제가 2008년부터 진행한 지원사업 인디트라이앵글은 젊고 유망한 감독을 발굴해 단편 제작을 지원하고, 이를 장편 옴니버스로 개봉·배급하는 프로젝트다(2017년 프로젝트인 <너와 극장에서>에는 네이버가 제작 및 배급·개봉지원금 5천만원
<너와 극장에서> 유지영·정가영·김태진 감독 - 누구나 자기만의 극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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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 홍보가 달라졌다. 기자들 대신 파워블로거나 유튜버가 할리우드 배우들을 만나는 시대가 됐다. CGV가 운영하는 SNS 플랫폼은 언론 매체와 인플루언서 중간의 역할을 한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과 뉴미디어 시장의 급격한 성장이 바꾼 영화계의 풍경을 살펴보았다.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업계 관계자들의 목소리도 담았다.
요즘 해외 블록버스터영화가 개봉할 무렵 현지 인터뷰를 가장 많이 진행하는 곳은 언론 매체가 아닌 CGV 페이스북이다. 그 배경은 다음과 같다. 2016년 11월 30일부터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은 영화사가 교통 및 숙박비 등이 포함된 취재비용을 부담하는 프레스 행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영화사 입장에서는 마케팅의 일환이 될 수 있고 매체 입장에서는 현지에서 직접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성사됐던 정킷 및 세트 방문 인터뷰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하지만 CGV 페이스북 같은 플랫
뉴미디어와 청탁금지법은 영화 마케팅을 어떻게 바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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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는 유럽에서 가장 늦게 여성의 참정권을 인정한 나라다. 1971년에야 비로소 스위스 여성은 남성과 동등하게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거룩한 분노>는 “여성의 권리는 인간의 권리”라는 당연한 명제를 받아들이지 못했던 1971년 스위스의 보수적인 작은 마을에서 벌어진, 스위스 여성참정권 운동의 미시사 한 페이지를 그린 영화다. 영화를 풍성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여성참정권 운동의 역사를 소개한다.
20세기 이전의 여성참정권 운동
여성 또한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지닌 시민이며 인간이라는 외침이 여성참정권 운동의 시작이었다. 여성참정권 운동사가 곧 페미니즘의 역사인 이유다. 페미니즘은 20세기 가장 위대한 사회혁명이지만 그전까지의 사회혁명에 페미니즘이 낄 자리는 없었다. 여성의 권리는 시민의 권리가 아니었고, 시민의 권리가 아닌 여성의 권리에 남성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여성을 정치적으로 배제하는 것에 대한 항변의 목소리는 일찍이 프랑스 대혁명기(1789~
<거룩한 분노>와 서구 여성참정권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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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참정권에 대한 주민투표를 몇주 앞둔 스위스 작은 마을의 실화를 다룬 <거룩한 분노>는 이름처럼 엄숙하기보다는 유머러스하고, 거침없기보다는 감미롭고 따뜻하다. 정치적으로 공고하고 첨예한 움직임을 기대한 누군가에겐 지나치게 안전한 영화일 수 있지만, <거룩한 분노>는 조용하고 내향적인 주인공의 투쟁이 품은 내면의 맹렬함을 쉽사리 지나치지 않는다. “페이스북의 ‘좋아요’가 아닌 실재하는 우리의 몸을 통과해 일어나는 사회 변혁”(<인디펜던트>)을 그리기 원했다는 페트라 볼프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여성의 성적 욕망과 공동체의 형성이 당대의 인물들에게 얼마나 새로운 즐거움을 주었는지 밝고 생생한 기운으로 전한다.
익숙한 서사, 색다른 무대
올해로 프랑스에서 시작된 68혁명이 50주년을 맞았다. <거룩한 분노>는 이를 기념하듯 오프닝에서 다큐멘터리 푸티지를 통해 평등, 자유, 평화를 외치며 들끓는 서구 곳곳의 거리를 소환한다. 모든 권위에 저
<거룩한 분노>, 스위스의 여성참정권 투쟁을 유쾌하게 풀어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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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뀐 근로기준법 안에 영화계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는 것은 ‘상당히 불편한 일’이라는 의견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영화 스탭을 근로자로 확실히 인식한다면, 지난 영화사 100년간 특수성이라 치부해 부당했던 부분들이 개선될 거라는 의견들도 적지 않다. 영화분야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한동안은 적응 기간이 상당히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주 52시간을 활용하는 방안에 있어서, 영화인들이 현장에서 궁금해하는 질문을 선정해 각 분야 스탭들에게 물어보았다.
영화 촬영 현장은 프리랜서와 사업장 소속 노동자가 공존하고 있는데 주 52시간 근무제는 누구에게 해당되는 법인가. 프리랜서 또한 이 법의 대상이 되는 건가.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근로자란, 민법의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 등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서 사용자와 종속적인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 근로자는 사업장에 계속 근무하는 근로자뿐만 아니라 그때그때의 필요에 의하여 사용하는
[한국영화계②] 영화 촬영 현장에서의 주 52시간 근로, 그것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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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이 코앞인데 현장 진행을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가 아프다. 촬영 시간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신은 ‘알바’ 고용도 고려하고 있다.”(A 프로듀서)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환경인 까닭에 시뮬레이션이 안 된다. 그래서 제작비가 얼마나 상승할지 모르겠다.”(B 제작자) “특히 조명감독이 세팅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져 걱정이 많다.”(C 감독)
근로기준법 개정안 시행을 앞둔 한국영화계에 비상 깜빡이가 켜졌다. 지난 6월 11일 서울 상암동 DMC 첨단산업센터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안 관련 영화계 현안 설명회’가 열렸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빈자리가 없을 만큼 많은 영화 프로듀서와 제작자들이 몰려들었다. 정부를 상대로 퍼붓는 질문 공세를 지켜보면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현재 영화업계에서 얼마나 ‘핫’한지 실감할 수 있었다.
이날 자리에서 나온 질문 하나를 소개하면, 영화 제작 현장에서 촬영 스탭 A씨는 갑자
[한국영화계①] 근로기준법 개정안 시행 앞둔 영화계의 고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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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장시간 노동에 노출되어 있다. 야근과 휴일근무를 밥 먹듯 한다. 공무원과 동일한 휴식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근로자들이 여전히 많다.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연간 근로시간은 2052시간(2016년 기준)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들 중에서 멕시코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장시간 노동을 개선하고, 공무원과 동일한 휴식권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영화계는 개정된 근로기준법이 완전히 적용되기까지 짧게는 1년6개월, 길게는 3년 정도 시간이 남았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을 코앞에 둔 충무로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전한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완전히 숙지하지 못한 영화인들을 위해 영화계의 특수성이 반영된 주 52시간 근무제 가이드라인을 준비했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앞둔 한국영화계, 쟁점이 되는 사안은 무엇인가 ① ~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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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적으로는 이번이 첫 인터뷰다.” 모바일 라이브 퀴즈쇼 ‘잼라이브’를 기획하고 연출한 정재 PD는 지금까지 미디어에 전면으로 나선 적이 없다. ‘잼라이브’가 데일리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인 만큼 아침저녁으로 퀴즈 생각만 하다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잼라이브’를 만들기 전 CJ E&M의 게임 채널 온게임넷 제작팀, 아프리카TV에서 콘텐츠 기획 등의 업무를 맡았다는 그는 라이브 콘텐츠에 관해서라면 그 누구보다도 오래, 깊이 고민했다고 자부한다. 퀴즈쇼 ‘잼라이브’의 성공 비결과 현재의 고민에 대해 그에게 직접 물었다.
-모바일 라이브 퀴즈쇼를 국내 최초로 론칭하게 된 계기는.
=‘잼라이브’를 만들기 전, 모바일 서비스 기업 스노우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스노우 라이브’라는 모바일 라이브 방송을 진행할 때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았다. 방송도 방송이지만, 시청자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해서 실시간 댓글창에 초성 퀴즈를 내는 등 그들 스스로의 놀이문화를
‘잼라이브’ 연출 맡은 정재 PD, "17살부터 35살까지 모든 이들의 점심시간을 공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