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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칸국제영화제 최대 이변은 단연 <블랙클랜스맨>(국내에서는 극장 개봉 없이 2차 시장으로 직행했다)의 심사위원대상 수상이었다. 냉정하게 말해 스파이크 리는 21세기 들어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이름이었다. <그녀는 그것을 좋아해>(1986)로 칸국제영화제에서 인상적인 데뷔를 한 스파이크 리는 <똑바로 살아라>(1988), <정글 피버>(1991), <말콤 X>(1992) 등 대표작을 연달아 내놓으며 블랙 시네마의 아이콘이 됐지만, 최근 10여년간 그가 손댄 작품은 흥행에 참패하고 비평적으로도 혹평을 면치 못했다. 특히 한국영화 <올드보이>(2003)의 할리우드 리메이크판이 안겨준 실망감이 결정타가 됐다. 투자받는 데 난항을 겪은 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흑인 부대를 다룬 <안나 성당의 기적>(2008)의 제작비 마련을 위해 유럽까지 건너갔고, <더 스위트 블러드 오브 지저스>(2014)는 크라
[제91회 아카데미③]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한 스파이크 리 감독을 중심으로 본 <블랙클랜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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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상
<씨네21>의 선택_ <로마>
<로마>가 받아야 한다.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을 시작으로 2018년 가장 뜨거운 이슈를 몰고 다닌 영화를 하나만 꼽는다면 단연 <로마>다. 넷플릭스 영화, 100% 스페인어로 제작된 외국어영화라는 점이 약점으로 거론됐지만 골든글로브에서 감독상과 외국어영화상을 함께 수상하며 불안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 이민자 문제 등 트럼프 행정부를 향한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는 점도 있다.
아마도) 아카데미의 선택_ <로마>
<로마>가 받을 것이다. 작품 자체의 완성도만큼 중요한 것이 그해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명분과 상징성이다. 올해는 유난히 각 후보들이 대표하는 메시지가 선명하여 각축이 예상된다. 매체에 주로 거론된 영화는 <로마> <보헤미안 랩소디> <그린 북>이다.
● 감독상
<씨네21>의 선택_ <
[제91회 아카데미②] 아카데미의 선택 예측 vs <씨네21>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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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다채롭다. 2019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관전평을 한마디로 말하라면 이렇게 얘기할 수 있다. 시상식의 진행 방식을 두고 시작부터 수많은 잡음을 낸 올해의 아카데미는 후보작 선정에서 전례 없는 파격을 선보이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분명한 건 영미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동시에 가장 보수적인 시상식인 아카데미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점이다. 매년 최저치를 경신하는 시청률과 다변화된 플랫폼을 넘나들며 콘텐츠를 즐기는 현대 관객의 성향, 영화적 다양성에 대한 요구는 아카데미에 여러 측면에서 경각심을 심어준 듯하다. 하지만 뚜껑은 열어봐야 아는 법이다. 현지시각 2월 24일 밤,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 상연될 이 극본 없는 드라마가 끝나고서야 우리는 비로소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이 담고 있는 메시지를 온전하게 해독할 수 있을 것이다. 2019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둘러싼 화제와 논란의 키워드를 정리해보았다.
1. 올해 작품상 후보
[제91회 아카데미①] 형식 면에서 큰 변화를 겪은 아카데미, 과연 내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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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 2월 24일 LA 돌비 극장에서 열린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와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를 필두로, 한해 동안 주목할 만한 성취를 거둔 영미권 영화들이 각축을 벌이게 된다. 이어지는 지면에서 더 자세히 말하겠지만, 올해의 시상식을 둘러싼 다양한 사건과 해프닝은 시대 변화에 따라 아카데미의 보수적인 기반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하게 한다. 올해 시상식의 주요 키워드와 수상작 예측, 국내 개봉을 앞둔 화제작에 대한 다채로운 분석 글을 준비했다. 변화의 기점에 선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현재를 만나보시라.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 미리 보기 - 오스카의 행방을 점친다! ① ~ 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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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이 치열해 다소 어려움은 예상했지만 이 정도로 외면받을지는 몰랐다.” 오랜 제작기간을 거쳐 선보인 한국 장편애니메이션 <언더독>이 18만7천명(2018년 2월 12일 기준)의 관객을 동원하며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오성윤 감독은 <언더독>의 부진에 대해 “아쉬움만큼 장편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제작이 위축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며 고민을 토로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한국 장편애니메이션 사상 최초로 100만 관객을 돌파한 2011년 <마당을 나온 암탉> 이후 100만 관객을 돌파한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은 같은 해 개봉한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이하 <점박이>)밖에 없었다. 2011년 <마당을 나온 암탉>이 220만, <점박이>가 105만 관객을 동원할 땐 한국 애니메이션 부활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 기대했지만 이후 2012년에 <뽀로로 극장판 슈퍼썰매 대모험>이 93만 관객을 모은 것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 진단, 늘어난 편수와 시장의 정체된 인식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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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 인물·사건 실화를 토대로 한 원천 콘텐츠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무엇인가.
=실존 인물과 사건 실화가 저널리즘을 넘어 영화, 드라마, 소설, 웹툰 같은 콘텐츠로 많이 제작되고 있다. 독자나 관객 또한 실화를 가공한 이야기를 보길 원한다. 기존의 저널리즘이 이 영역을 전혀 다루지 않은 까닭에 직접 시도해 보고 싶었다. 팩트스토리가 손을 대면 더욱 잘할 수 있는 지점이 보였다.
-그러한 결정은 <한겨레> 기자 시절 고민했던 저널리즘의 한계나 가능성에서 나온 결과라고 봐도 되나.
=지난 150년 동안 신문, 방송 같은 데일리 저널리즘은 실존 인물과 사건 실화를 다룬 장르의 왕좌였다. 하지만 저널리즘만으로 이들을 모두 다룰 수는 없다. 그 대표적인 예가 인물 전기다. 마이클 루이스 작가가 메이저리그 야구단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구단주인 빌리 빈에 관해 쓴 책 <머니볼>은 저널리즘인가. 아니다. 그렇다면 픽션인가, 그것도 아니다. 인물 전기,
고나무 팩트스토리 대표 - 한국도 미국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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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콜드 블러드> <머니볼> <히든 피겨스> <블랙 호크 다운> 등등. 제작 시기도, 장르도 제각기 다른 이 영화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하나는 모두 실존 인물과 사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는 사실이다. 또 하나는 르포르타주, 전기 등 논픽션으로 먼저 출간된 뒤 영화로 제작된 이야기라는 것이다. 최근 한국영화 및 드라마 산업에서 실존 인물과 사건 실화를 가지고 실화 소재 웹소설·웹툰과 인물 전기를 기획하는 제작사가 등장했다. 팩트스토리라는 이름의 회사다. 실화는 공공재라는 인식이 강한 한국 영상 콘텐츠 산업에 그들이 용감하게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조지 오웰, 톰 울프, 트루먼 카포티, 마이클 루이스, 마고 리 셰털리, 마크 보우든 등등. 그는 논픽션 작가 이름을 차례로 늘어놓았다. 활동 시기도, 취재 분야도 다 다르지만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화를 썼고, 그들이 쓴 이야기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2년 전
실화 소재 웹소설·웹툰과 인물 전기를 기획하는 제작사 팩트스토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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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의 2018년 라이징 스타에 친한 친구인 배우 최리가 인터뷰를 했다. 나는 왜 라이징 스타에 들지 못했을까 부러웠는데 올해 인터뷰 연락을 받고 정말 기뻤다.” 부러움은 긍정의 동력이 되었다. 2018년의 김혜준은 화제의 작품에 연이어 캐스팅되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과 배우 김윤석의 감독 데뷔작인 <미성년>(가제)을 동시에 찍었고, 두 작품이 끝나자마자 드라마 <최고의 이혼>에 출연했다. <킹덤>에서 김혜준은 영의정 조학주(류승룡)의 딸이자 자신의 뱃속 아이를 왕의 자리에 앉히려는 야욕을 지닌 10대 중전을 연기했다. “기존에 악역으로서의 10대 중전을 그린 작품이 없어서 캐릭터를 완전히 새로 구축해야 했는데, 그 과정이 쉽지 않았다.” <킹덤>이 공개된 뒤 사람들의 “쓰디쓴 관심”을 삼켜야 했지만 그 또한 배우로서 단단해지는 과정으로 삼는 중이다. 4월 개봉예정인 <미
[2019 라이징 스타⑦] <미성년>(가제)·<킹덤> 김혜준 - 대세는 김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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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의 매력을 채 깨닫기도 전에, 다른 사람들이 먼저 그 매력을 알아보고 수면 위로 건져내는 경우가 있다. 22살 신인배우 이재욱의 행보가 바로 그런 사례라고 할 만하다. 그에게 지난 1년은 “믿을 수 없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연기 학원에서 우연히 공고를 보고 참여하게 된 이재욱의 생애 첫 오디션은 대작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캐스팅 오디션이었다. 이를 통해 그는 극의 흐름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는, 바르셀로나 유학생 출신의 프로그래머 마르꼬 한 역을 거머쥐었다. 같은 드라마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현빈의 소속사(VAST 엔터테인먼트) 관계자가 그를 눈여겨보면서 이재욱은 데뷔작에 이어 소속사가 생겼고, 곧이어 곽경택 감독의 신작 <장사리 전투>(가제)에 학도병으로 캐스팅됐다. 이 모든 것들이 중앙대 연극영화과 1학년 1학기에 재학 중이던 이재욱에게 찾아온 기회들이다.
누군가는 그를 억세게 운 좋은 신인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함께 작업해
[2019 라이징 스타⑥] <장사리 전투>(가제) 이재욱 - 최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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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이런 가설을 세워본다. 1300만 관객을 돌파한 <극한직업>의 드넓은 대중성에는 마약업자 이무배(신하균)의 경호원 선희를 연기한 신인 장진희의 역할도 컸다고. 기본적으로 코미디에 충실한 <극한직업>이지만 선희가 나오는 장면은 액션물로서도 충만해 관객을 다채롭게 만족시킨다. 종합격투기 선수 출신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만큼 빼어난 무술 솜씨를 보여줬지만 처음엔 ‘몸치’였다고 한다. “코치님께 훈련 시간을 늘려달라고 부탁했다. 오전·오후 운동 끝나면 잠깐 눈을 붙이고 저녁에는 선수들처럼 훈련받는 생활을 3개월간 했다.” 혹독하게 자신을 단련하는 끈기와 성실함은 오랜 모델 생활에서 비롯됐는지도 모른다. 장진희는 원래 런웨이 무대부터 패션지 화보 촬영, 빅뱅의 <How Gee> 등의 뮤직비디오 출연까지 10년 가까이 다방면에 얼굴을 비추던 베테랑이었다. “광고 촬영 현장에서 갑자기 대사를 쳐야 할 일이 있었다. 애드리브도 하며 연기를 했더니 이후 다른
[2019 라이징 스타⑤] <극한직업> 장진희 - 기대와 다르게, 더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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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스크린에서 ‘청춘’의 다양한 표정을 조각맞춤하면, 최준영이라는 꽤 눈길을 사로잡는 퍼즐이 완성된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화제작 <아워바디>에서는 청년세대의 공허한 현재를 몸만들기로 돌파하려는 달리기 동호회 회원 민호로, <뎀프시롤>(가제)에서는 판소리 복싱을 하는 병구(엄태구)의 상대 복서로, 또 촬영을 앞둔 신수원 감독의 <젊은이의 양지>에서는 치열한 경쟁시대를 사는 불안한 청년으로 분한다. 정지우 감독의 <유열의 음악앨범>에서는 현우(정해인)의 가장 가까운 친구 태성 역인데, 덕분에 ‘포스트 정해인’이라는 수식이 따른다. 20대, 청춘이라는 키워드를 토대로 성격도 환경도 모두 제각각인 캐릭터다.
“아직 나를 하나로 규정하기 힘들다.” 스스로 이렇게 말할 정도로, 최준영의 매력과 역할 반경은 종잡을 수 없이 넓다. <글로리데이>의 최 형사 역을 거쳐 <샘>에서는 안면인식 장애에도 어릴 적 헤어진 첫사랑을 찾
[2019 라이징 스타④] <유열의 음악앨범> 최준영 - 어쩌면 삶의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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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독특한 이름에 눈길이 갔다. 그리고 금세 그의 연기에 빠져들었다. “어마어마한 배우가 출현했다”는 입소문이 퍼진 게 지난해 이맘때. 40분짜리 단편 <동아>의 힘이 막강했다. 남자친구에게 운동화를 사주기 위해 엄마와 대치한 17살 소녀 동아. 단순한 성장담 안에 담길 수 없는 복잡다단한 동아의 내면이 심달기의 연기로 구체화됐다. 놀라움은 전주국제영화제(한국단편경쟁부문 대상), 미쟝센단편영화제(심사위원 특별상 연기 부문) 수상으로 이어졌다. <동아>를 본 감독들이 심달기를 탐냈고, 그렇게 지난 한해 심달기는 장·단편 포함해 말 그대로 숨 쉴 틈 없이 10여편의 작업을 마쳤다.
공개를 앞둔 작품이 그래서 많다. 2008년 첫 배심원 재판을 다룬 <배심원들>에서는 피고인의 딸로 분했다. 짧은 등장이지만 강렬한 캐릭터다. 이옥섭 감독의 <세마리>에서는 옷가게 점원으로 나와 구교환과 능청스럽게 호흡을 맞추었고, <페르소나>
[2019 라이징 스타③] <배심원들> 심달기 - 모든 감독이 탐내는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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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묘하다. 스튜디오에서 사진 촬영에 응하는 정재광을 지켜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웃는 모습과 무표정한 모습과 팔을 턱에 괸 모습과 어딘가를 응시하는 모습이 제각각 다르다. 오래 볼수록 또렷한 이미지로 수렴되는 배우가 있는 반면, 정재광은 보고 있어도 아직 모든 것을 보지 못했다는 갈증을 유발하는 배우다. “어떤 앵글이든 자신쪽으로 시선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는 전계수 감독의 코멘트는 신인배우 정재광에 대한 적확한 표현이다. <러브픽션> <삼거리 극장> 등을 연출한 전계수 감독의 신작 <버티고>는 정재광의 첫 상업영화다. 그는 이 영화에서 천우희가 연기하는 30대 초반의 그래픽 디자이너, 서영의 상대역으로 출연한다. 서영이 근무하는 42층 빌딩의 외벽을 청소하는 로프공 관우가 바로 그다. 스파이더맨처럼 도시의 빌딩 숲을 외줄에 의지한 채 유영하는 관우는 이명증과 어지럼증, 불안 증세를 겪는 서영의 지친 마음을 치유하는 인물이다. 널빤지에 몸을 의지한
[2019 라이징 스타②] <버티고> 정재광 - 힐러, 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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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SKY 캐슬>의 김혜윤은 결코 예상하지 못했던 강한 한방이었다. 대한민국 상위 0.1%가 모였다는 타운하우스에 살면서, 대를 이어 서울대 의대에 가려는 욕망으로 똘똘 뭉친 고등학생 강예서. 얄밉고 못된 그애는 어느새 ‘우리 예서’로 불리기 시작하더니, ‘마멜(만화 캐릭터 마이 멜로디의 줄임말) 공주님’이라는 독특한 애칭을 얻으며 응원을 샀다. 관객의 화답이 “처음엔 어리둥절했다”라고 하지만 김혜윤에게 예서는 그만큼 오랜 고심의 결과물이었다. 조현탁 감독과 논의했던 것처럼, “독하기만 한 아이가 아니라 때로는 서툴고 미숙한 모습도 있는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공들였고, “표현의 한끗 차이로 자칫 너무 영악하거나 흑심을 품은 사람으로 보이진 않을지 혹은 마냥 귀엽기만 해서 라이벌인 혜나(김보라)에게 밀리지는 않을지” 촬영 내내 시청자들의 반응에도 귀를 기울였다.
이날 인터뷰는 <SKY 캐슬>팀이 포상 휴가차 푸껫으로 떠나는 당일에 이뤄졌는데, 김혜윤은
[2019 라이징 스타①] <SKY 캐슬> 김혜윤 - 정확한 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