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전주영화제 한국경쟁 대상의 영예는 신동민 감독의 두 번째 장편 <당신으로부터>에 돌아갔다. 첫 장편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가 동일 부문 대상에 선정된 이후 3년 만이다. 이로써 신동민 감독은 해당 대상을 2회 수상한 최초의 감독이 됐다. <당신으로부터>의 형식과 내용이 전작과의 연속선상에 있는 것을 고려하면 더욱이 의미 있는 족적이다. 먼저, 신동민 감독의 실제 어머니 김혜정 배우가 전작에 이어 다시 등장한다. 신동민 감독이 출연해 김혜정 배우의 아들 역으로 연기하기까지 한다. 다만 <당신으로부터>에 연기라는 단어를 무턱대고 사용하기엔 무리가 있다. 3부엔 신동민 감독이 실제로 겪었던 아버지의 상실, 전작에서 경험한 어머니와의 영화 촬영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1, 2부에서도 신동민 감독의 주변인들이 각자의 일상을 영화에 녹여낸다. 시상식 직후 신동민 감독은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본인의 연출론을 진중히 읊어냈다.
[인터뷰] 한국경쟁 대상 ‘당신으로부터’ 신동민 감독, 인물들의 실제 삶과 시간을 담다
-
편견과 관습, 그 모든 선을 넘는 예술의 장을 선언한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이하 전주영화제)가 5월6일 폐막했다. 다르덴 형제가 개막작 <토리와 로키타>로 전주를 방문한 빅 이벤트를 시작으로, 많은 국내외 게스트들이 영화제를 찾아 관객을 만났다. <씨네21>도 전주 영화의 거리에서 게스트들을 화상 통화가 아닌 대면 인터뷰로 만나면서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간 영화제의 활기에 동참했다. 폐막작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와 한국경쟁 대상을 수상한 <당신으로부터>를 포함한 한국경쟁 수상작 그리고 화제작 인터뷰를 모아 소개한다.
*이어지는 기사에서 전주국제영화제 관련 인터뷰가 계속됩니다.
[기획]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영화인들②
-
신하은 작가의 작품은 따뜻한데 날카롭다. 윤혜진-홍반장(홍두식)을 통해 남녀 관계 설정을 새롭게 한다. 공진 마을 사람들은 서로를 보듬는다. 모두가 가족이다. 이런 시선은 작업실이 아닌 작가의 집 서재에서 나온다. 작가는 작업실을 따로 두지 않고 집에서 대본을 쓴다. 현대시를 전공한 그의 곁에는 늘 시집이 있다.
에필로그
신하은 작가를 만나고 난 뒤 한 가지는 명쾌해졌다. 좋은 드라마를 쓰려면 시를 가까이해야 한다는 것! 사람을 통찰하는 마음, 적재적 소의 대사까지. <갯마을 차차차>를 보고 박수를 보내면서도 궁금했던 점들이 해소됐다. 작가는 현대시를 전공했고 지금도 시를 읽고 쓰고 사랑하고 있다. 드라마에서 시의 힘은 어디까지일까. 대사를 탄탄 하게 만들어준 것 같다. <갯마을 차차차>에는 그냥 나온 문장이 없다.
불필요한 대사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한마디에 여러 의미를 담아 내뱉는 데도 시는 도움이 됐을 것 같다. 대본 집필뿐만 아니
[인터뷰] 신하은 작가, 시를 좋아하는 신하은 작가의 앞으로가 기대된다.
-
오랜 덕질을 드라마 쓰기로 완성
신하은 작가는 드라마 키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드라마 보는 걸 정말 좋아했다. 드라마에서 처음이랄 수 있는 작품이 어릴 때 본 <여명의 눈동자>다. ‘철조망’ 신이 단편적으로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에는 김수현 작가의 주말 드라마를 보고 컸고, 중고 등학생, 대학생 때는 노희경 작가, 인정옥 작가의 작품으로 그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그 뒤 21세기 초반에 ‘로코’(로맨틱 코미디) 부흥기를다 즐겼다. “<아르곤>을 하며 이윤정 감독님 앞에서 호들갑을 떨었던 것도 ‘드라마 키즈’였기 때문입니다. 하하하.” 그는 지금도 드라마를 챙겨보고, 좋아하는 작품은 대본집도 산다고 했다. 작가로 데뷔한 뒤 “드라마를 보면서 마냥 좋은 마음에 부러운 마음이 더해졌다”고 한다. “와, 정말 잘 쓰시잖아요. 임상춘 작가님은 천재인 거 같고….”
드라마를 사랑하는 작가답게, 여러 작품을 두루 보면서 아쉬운 점을 자신의
[인터뷰] 신하은 작가, "드라마를 보면서 마냥 좋은 마음에 부러운 마음이 더해졌다”
-
-
조연의 가치를 아는 특출난 신인
이쯤 되면 <갯마을 차차차>는 로맨틱 코미디를 가장한 ‘자기 계발극’ 인가. 3월3일 서울 상암동에 있는 신인 작가 양성소 오펜(O’PEN)에서 ‘인생 2회차’를 사는 것 같은 신하은 작가를 만났다. “하하하. 전 작가이기 이전에 참으로 사소한 인간이에요. 희로애락이 취미이고 일희일비가 특기죠. 걱정이 많고 자책도 자주 해요. 전 일찌감치 날카롭게 폐부를 찌르고 세상을 놀랍게 변화시키는 글을 쓰는 데 재주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대신 시청자가 느끼는 일상의 피로감을 녹여 주는 작가였으면 했어요. 슬픈 장면이라도 결말은 슬프지 않은, 절망이 있어도 희망으로 끝나는 그런 글을 쓰고 싶습니다.”
그런 글에 사람이 있고, 사랑이 있다. 결국, <갯마을 차차차>다. <갯마을 차차차>는 신하은 작가가 처음 혼자서 집필한 미니시리즈다.
신하은 작가는 2017년 오펜 스토리텔링 공모에 당선되고 작가가 됐다. <갯마을
[인터뷰] 신하은 작가, "절망이 있어도 희망으로 끝나는 그런 글을 쓰고 싶습니다.”
-
“진짜 뭐 하는 사람이야? 대체 그쪽 정체가 뭐냐구!”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에서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 없이 나타’나는 홍두식, 아니 홍반장(김선호)을 궁금해하던 윤혜진(신민아)의 대사다. 이 말을 고스란히 이 사람한테 던져주고 싶다. 작가, 신하은! “사람은 마카(모두) 사람 사이에서 살아야 한다”는 집필관을 가진 이 작가가 <갯마을 차차차>에서 제시하는 인생철학이 예사롭지 않다.
“사람들 모여 북적북적하는 게 좋아요. 같이 밥해 먹고 웃고 떠들고. 그게 인생의 다인 것 같아요.” “인생은 수학 공식이 아냐. 미적분처럼 계산이 딱딱 나오지도 않을뿐더러 정답도 없어. 그저 문제가 주어졌고 내가 이렇게 풀기로 결심한 거야.” “시각을 좀 달리해봐. 혹시 알아? 인생이 새로운 방향으로 굴려줄지.” “아직 시간 충분해. 뭘 그렇게 쫓기면서 사냐. 천천히 좀 가자. 저기 저 산도 좀 보고.” “나는 지금이 참 좋다. 나이 먹은 만치(만큼) 마수운
‘갯마을 차차차’ ‘왕이 된 남자’ 신하은 작가 [22 WRITERS ①]
-
올해 전주시네마프로젝트의 선택은 로이스 파티뇨 감독의 <삼사라>였다. 전주시네마프로젝트란 전주영화제가 직접 제작·투자한 국내외 독립·예술영화 신작을 매년 영화제에서 선보이는 프로그램이다. 전주시네마프로젝트의 10주년을 자축하듯 <삼사라>는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인카운터스 부문에서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았다. 2013년부터 단편·장편영화 상영과 더불어 특별 전시로 전주영화제와 연을 맺어온 로이스 파티뇨 감독은 “창작자가 꿈꾸는 새로운 영화의 형식, 언어를 자유로이 보장받은 기회였다”라는 소회를 남겼다.
<삼사라>는 ‘눈을 감고 볼 수 있는 영화’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그러던 중 로이스 파티뇨 감독은 티베트 불교의 ‘바르도’를 알게 됐다. ‘바르도’란 생과 사의 중간에 있는 세계를 뜻한다. 그렇게 그는 ‘바르도’를 눈 감고 체험하는 영화를 구상했다. 눈 감아도 인지되는 섬광의 연속과 청각적 자극을 통해 사후세계로의 여정을 구현한 것이다. 영화의
[기획] ‘삼사라’ 로이스 파티뇨 감독, 눈을 감고 떠나는 영화적 모험
-
현대 포르투갈 왕자의 퀴어 뮤지컬 <도깨비불>과 파울루 로샤의 1963년작 <녹색의 해>를 독창적으로 재해석한 <이 거리는 어디에 있나요?>는 올해 전주영화제를 찾는 시네필들의 관심작 리스트에 대부분 포함돼 있던 영화들이다. 이 영화들은 두 감독 주앙 페드로 호드리게스와 주앙 후이 게라 다 마타에 의해 창조됐다. 두 작품이 공유하는 교집합은 코로나19다. <이 거리는 어디에 있나요?>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절정인 리스본 거리를 비추고, <도깨비불>은 코로나19로 인한 죽음을 서사에 포함하기 때문이다. 두 감독은 이에 대해 “팬데믹 도중 만들어진 일련의 영화들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비팬데믹 현실로 영화를 만드는 게 너무 괴상했다”며 이같은 설정은 당위적이라 입을 모았다. <이 거리는 어디에 있나요?>의 출발점인 <녹색의 해>는 60년대 포르투갈 시네마 노보 운동의 태두와 같은 존재다. 또한 호드리게스 감독에
[기획] 주앙 페드로 호드리게스, 주앙 후이 게라 다 마타 감독, 팬데믹으로부터
-
지난해 7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총기 피습으로 사망했다. 범인은 야마가미 데쓰야. 어머니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약칭 통일교)에 전 재산을 헌납하는 등 어려운 성장 과정을 거친 인물이었다. 은 야마가미 데쓰야의 삶을 가와카미라는 가상의 인물로 재현한다. 더하여 작품을 아베 전 총리의 국장 기간에 개봉하는 담대함까지 선보였다. 1960~70년대 급진적 정치영화를 만들었고, 이후 20년 동안 실제 중동지역의 혁명 게릴라군으로 활동했던 아다치 마사오 감독의 이력을 생각하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당국에 의해 출국 금지 조치 중인 아다치 마사오 감독을 대신하여 영화의 바깥 살림을 도맡고 있는 후지와라 에미코 프로듀서, 가와카미를 연기한 배우 다모토 소란이 영화제를 찾았다.
실제 살인범의 삶을 소재로 했다는 면에서 아다치 마사오 감독의 전작 <약칭: 연쇄 살인마>가 떠오른다.
후지와라 에미코 감독님이 야마가미 데쓰야의 체포 당시 얼굴을 보고선 <약칭:
[인터뷰] '레볼루션+1' 후지와라 에미코, 다모토 소란, '젊은 세대에게 새로운 희망을'
-
<오키쿠와 세계>는 사카모토 준지 감독의 예외적인 작품이다. 지금껏 그의 스타일로 명명되던 강렬함, 거침 대신 섬세함, 따스함의 감성이 가득하다. 시대 배경은 19세기 중반 일본의 에도 시대다. 주인공 셋은 인분을 수거하여 농사꾼들에게 되파는 분뇨업자 청년 야스케와 추지, 그리고 쇠퇴한 사무라이 가문의 외동딸 오키쿠다. 당대 사회에서 하층 계급에 속하던 이들은 경제적 빈곤, 구조적 차별, 가족의 상실을 겪으며 고된 삶을 이어간다. 그러나 <오키쿠와 세계>는 절망보다 희망을 택한다. 이러한 곤궁 속에서도 피어나는 사랑과 희망의 가능성이 작품을 뒤덮는다. 90년대 이후 일본의 주요 감독으로 손꼽히며 한국과도 각별한 연을 이어오던 사카모토 준지 감독이 공식 일정으로는 처음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았다.
- 19세기 중반의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삼았다. 시대극을 기획한 계기는 무엇인가.
= 시대극에선 인물들이 서로 쉽게 연락할 수 없다는 장점이 있다. 연락을 항상
[인터뷰] '오키쿠와 세계' 사카모토 준지 감독,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이들의 희망'
-
백현진은 배우이자 화가, 음악가, 현대미술가다. 박찬욱 감독을 비롯한 많은 예술가들이 백현진과 장영규 음악감독의 어어부 프로젝트가 보여준 독창성에 찬사를 보냈고, 설치미술가로서 그는 2017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등의 작품에서 백현진을 배우로 처음 인식한 사람들은 그가 천재적인 신 스틸러라고 생각한다. 전주국제영화제(이하 전주영화제) 올해의 프로그래머로 선정된 백현진은 루이스 부뉴엘 만년 3부작 <부르주아의 은밀한 매력>(1972) <자유의 환영>(1974) <욕망의 모호한 대상>(1977) 그리고 그가 출연한 <뽀삐>(2002) <경주>(2014)를 선택했다. 백현진의 연출작 <디 엔드>(2009) <영원한 농담>(2011)도 관객을 만난다. 영화제 개막을 앞두고
[인터뷰] J 스페셜: 올해의 프로그래머 백현진, '연기와 예술이 연동되는 즐거움'
-
이제 막 교도소에서 출소한 한장유(이강생)는 고향 하이난에 돌아가 사랑하는 옛 연인 수홍(이몽)을 찾는다. 수홍의 딸과 함께 새로운 가족을 이뤄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게 그의 가장 큰 꿈이다. 고층건물과 새로운 아파트가 일사불란하게 지어지기 시작한 하이난은 여전히 허름하고 오래된 건물들과 대조를 이루며 중국 지방의 급성장 물결을 보여준다. 빠른 변화를 추구하는 흐름 속에서 아파트에 살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과 오랫동안 누적된 건설업계 문제로 건설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해 갈등을 빚고 만다. 집이란 어떤 의미이고, 무엇이 집이 될 수 있을까. <부재>가 지닌 중국 사회의 이면과 문제의식을 돌아보기 위해 배우 이강생을 만났다.
- 4월 29일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부재> 첫 상영 이후 관객과의 만남을 가졌다. 한국 관객을 만난 소감은 어떠한가.
= 이전의 다른 한국 영화제에서도 한국 관객을 만난 적 있는데 그때마다 영화를 향한 대중의 열기가 무척 뜨겁
[인터뷰] '부재' 이강생 배우, 전체 그림의 한 부분이 되는 경험
-
뉴욕 이스트빌리지 시네필들의 성지, ‘킴스비디오’를 아는가. 이곳은 쿠엔틴 타란티노와 스파이크 리의 단골 비디오 대여점이자 코언 형제가 600달러의 연체료를 저당잡힌 대여점이었다. 1986년 개업 이래 10개의 체인점이 생길 정도로 성업한 킴스비디오는 비디오 문화의 쇠퇴로 2008년 폐업을 결정한다. 킴스비디오의 단골이었던 두 감독 데이비드 레드먼과 애슐리 새이빈은 다큐멘터리 <킴스비디오>를 통해 킴스비디오의 현재와 김용만 대표의 흔적을 추적한다.
5만5천여개에 달하는 컬렉션을 보관 중이던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소도시 살레미는 정치 스캔들로 상황이 복잡해지고 레드먼 감독은 킴스비디오의 컬렉션들을 다시 뉴욕으로 들여오고자 한다. 그리고 두 감독은 마침내 김용만 대표와 연락이 닿는다. 여럿의 노력으로 킴스비디오는 2022년 3월 재개장한다. 킴스비디오는 곧 김용만 대표의 한결같은 영화 사랑의 현신이다. 그를 만나 70, 80년대 영화광들의 삶, 킴스비디오의 찬란한 과거와 그
[인터뷰] ‘킴스비디오’ 김용만 대표, “손님의 입맛을 우리가 선도한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
촛불시민혁명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권의 5년, 그리고 그 이후의 시간은 어떻게 흐르고 있을까. <문재인입니다>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개인 문재인으로 돌아간 이후의 시간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작은 텃밭에서 도라지를 심을지 꽃을 심을지 고민하고, 반려견 마루와 산책을 즐기며, 사저 근처를 둘러싼 시위대를 조용히 바라보는 그의 일상은 대통령의 것도 일반 시민의 것도 아닌 채 채워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길을 잃는 법이 없다. 묵묵히 오늘 할 일에 집중하고 흔들리지 않는 견고함으로 마음을 다스리면서 자신의 중심을 지켜낸다. 친근하고도 낯설게 느껴지는 문재인의 평범한 하루를 통해 시나브로 흘러간 지난 5년을 반추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가장 문재인과 비슷한’ 다큐를 완성하고 싶었다는 이창재 감독을 만나 전주영화제 상영에 이르는 긴 여정을 들어보았다.
- 4월29일 전북대학교 삼성문화회관에서 <문재인입니다>의 첫 상영을 마쳤다.
=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었
[인터뷰] ‘문재인입니다’ 이창재 감독, “깊은 해류 같은 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