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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은 부활할 수 있을 것인가.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흥행이 증명한 것은, 관객은 여전히 ‘어떤’ 영화를 보기 위해 기꺼이 티켓 값을 지불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관객이 극장에 오게 만들 영화는 어떤 작품들일까. 2022년 한국영화 신작들은 사람들을 견인할 만한 각자의 무기를 가다듬으며 막판 후반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모가디슈> 이후 해녀들이 주인공인 범죄활극을 만든 류승완 감독의 <밀수>, 여성감독 중 최초로 100억원대 규모의 대작을 연출하는 임순례 감독의 <교섭>과 같은 중견감독들의 대작은 물론 강형철 감독의 소시민 슈퍼히어로물 <하이파이브>, 이해영 감독의 항일 스파이 첩보물 <유령>, 김성제 감독의 콜롬비아 이민자들 이야기 <보고타> 등 전작과 또 다른 장르에 도전한 감독들의 차기작이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범죄도시2> <공조2: 인터내셔날> <정직한 후보
2022년 한국영화 신작 프로젝트: 다시, 천만 영화 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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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울 레이터에 대해 알아갈수록 그의 눈치가 보인다. 가려져 있을수록 자유롭다는 믿음. 작품이 남들에게 보일 만큼 가치 있지 않다는 판단. 사진집 한권으로 족하다며 다큐멘터리 촬영을 탐탁지 않아 한 심경. 2013년 11월 숨을 거두기까지 그런 마음들을 지고 산 유대인 예술가는 그로부터 8년이 흐른 한국에서 전에 없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지난 12월18일 피크닉(piknic)에서 전시가 시작되었고, 29일에는 다큐멘터리 <사울 레이터: 인 노 그레이트 허리>가 개봉했다. 힙스터들의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가 생기고, 한글로 된 영화 잡지까지 나서서 자신을 조명하는 이 상황이 먼 곳의 레이터에게 퍽 당혹스러울지 모르겠다.물론 미술사가 맥스 코즐로프가 <사울 레이터: 인 노 그레이트 허리>의 초입에서 읽은 글귀처럼, 레이터의 겸손을 넘어선 도피는 “그의 진심이지만 대단한 착각이기도 하다”. 컬러사진이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아챈 선구안과 매일의 도시 생활로부터
다큐멘터리와 전시로 만나는 포토그래퍼 사울 레이터의 삶과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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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스> <E.T.> <인디아나 존스> <쥬라기 공원> <쉰들러 리스트> <라이언 일병 구하기> 등을 연출한,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감독 중 한명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처음으로 뮤지컬영화에 도전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선보인다. 1957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원작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이후 1961년 로버트 와이즈 감독이 영화로 만들어 제3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등 총 10개 부문을 휩쓸기도 한 작품이다.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뉴욕에 정착한 푸에르토리코인 10대 아이들 샤크파와 그들을 못마땅해하는 백인 아이들 제트파가 세력 다툼을 하는 상황 위에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를 겹쳐놓은 작품으로, 비극적 러브 스토리의 주인공은 한때 제트파 친구들과 어울렸던 토니(앤설 엘고트)와 샤크파의 리더인 베르나르도의 동생 마리아(레이첼 지글러)다. 창작자로서 매번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영웅' 윤제균 감독의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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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이 시리즈 부문 신인 여자배우로 꼽은 정호연은 현재 전세계가 주목하는 신인이다. 데뷔작 <오징어 게임>은 53일간 전세계 넷플릭스 1위를 기록하며 역대 최장 기간 1위를 차지했으며, 한번 보면 잊기 어려운 정호연만의 마스크와 눈빛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넷플릭스 본사가 <오징어 게임>팀을 초청하면서 모델이 아닌, 배우로서 미국에 발을 딛은 정호연은 11월1일부터 한달여간 해외 시상식에 참석하고 해외 매체와 인터뷰를 하며 빠듯한 하루하루를 보냈다. <오징어 게임> 공개 이후 일련의 사건을 그는 “소행성 충돌 후 폭발”이라 표현했는데, 그 폭발은 앞으로 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한국에 돌아와 자가 격리 중인 정호연 배우와 나눈 대화를 옮긴다.
- 입국 후 현재 자가 격리 중인데.
= 1시간 후면 해제된다. 드디어 자유다! 전세계가 오미크론 때문에 난리인데 <오징어 게임>팀 누구도 코로나19에 걸리
2021년을 빛낸 시리즈 스페셜: 올해의 신인 여자배우 정호연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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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시리즈 감독: <오징어 게임> 황동혁 감독
“전세계에 열풍을 일으킨 놀라운 연출자”(김현수)가 탄생했다. <오징어 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은 경쟁에 내몰린 사람들에게 골목 놀이로 목숨 값을 매기는 극단적 상상력으로 전세계인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콘텐츠가 범람하고 “하나의 콘텐츠에 집중하기 어려운 시대에 시청자를 쥐락펴락하는 것은 대단한 기술”(김송희)이다. “10년 전부터 준비한 시나리오를 품고 시대의 변화를 주시하며 공개될 때를 기다려온 설계자”(김선영)로서 그의 뚝심도 박수받을 만하다. 시리즈가 담아내는 폭력성과 잔인함에 대한 비판도 없지 않았지만 “미국 자본주의를 과잉 학습한 한국식 자본주의, 무한경쟁 사회체계와 한번 나락으로 떨어지면 재기가 불능한 사회안전망 부재 등 여러 맥락을 극단적으로 표현하기에 황동혁 감독이 접목시킨 데스게임 장르는 괜찮은 선택”(배동미)이었다. 2009년 <오징어 게임>의 시나리오를 완성시킨 황동혁 감독은
2021년을 빛낸 시리즈 스페셜: 올해의 시리즈 감독, 스탭, 작가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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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시리즈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기존 영화계 인력이 드라마를 만드는 경향을 언급하는 것도 새삼스럽지 않은 때가 됐다. 주목해야 할 것은, 플랫폼을 종횡하는 창작자들이 어떤 작품을 만들고 시청자의 선택을 받느냐에 있다. 올해는 기획 단계부터 관심을 모았던 빅네임들의 신작보다는 신인 작가·감독, 자기만의 차별화된 세계관에 충실했던 기성 크리에이터들의 작품이 평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압도적인 표차로 1위에 오른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는 독립영화계의 터줏대감 윤성호 감독이 오랜만에 친 적시타다. 2위 <구경이>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출신의 신인 작가들이 대본을 썼고, 3위 <D.P.>는 동명의 웹툰 원작을 쓴 김보통 작가와 영화 <차이나타운> <뺑반>의 한준희 감독이 협업한 결과물이다. 4위 <미치지 않고서야>는 전작 <마녀의 법정>에서 성범죄를 소재로 권력 구조의 부조리함을 성공적으로 드러낸 정도
2021년을 빛낸 시리즈 스페셜: 올해의 시리즈 총평, 6위부터 10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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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압도적인 지지다. “지금 한국의 블랙코미디를 해낼 수 있는 유일한 연출자 윤성호”(복길)의 “현실 정치를 들여다보는 급진적으로 깜찍한 시각”(이보라)을 보여주는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이하 <이상청>)가 2, 3위의 거의 두배에 가까운 표를 얻으며 1위를 차지했다. “한국 정치는 이야기의 보고”(김봉석)라는 점을 꿰뚫은 영리한 기획이 “정치가 코미디보다 웃기는 나라에, 드디어 정치보다 웃긴 풍자극의 등장”(김선영)을 알리며 “코믹과 현실의 드라마틱한 조화”(정석희)를 보여줬다. “지금 이 공포스러운 정치 상황에서 이처럼 어울릴 수 없는”(듀나) <이상청>은 “저격과 난사의 쾌감 모두를 선사”(김현수)하는 “한국인 소화흡수율 99.8%의 정치 시트콤”(유선주)이지만, 단지 현실의 소재를 무분별하게 가져온 코미디는 아니다. “당대의 정치, 사회, 문화(종교) 이슈를 첩첩이 쌓은 고맥락 코미디를 이해의 결락
2021년을 빛낸 시리즈 스페셜: 올해의 시리즈 BEST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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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해 연말 <씨네21>은 기자·평론가들을 대상으로 송년 베스트 설문을 실시한다. 2021년부터는 ‘시리즈’ 부문이 신설됐다. 시대의 흐름을 생각하면 지극히 당연한 변화다. 극장 중심에서 스트리밍 중심으로 영화를 보는 방식이 옮겨가고, 점점 더 많은 영화제들이 온오프라인 상영을 병행하고 있으며, 이제는 영화감독 및 스탭들의 드라마 진출이 더이상 새삼스럽지 않은 일이 됐다. 특히 2021년은 시리즈를 거론하지 않고서는 한해를 결산할 수 없다는 데 <씨네21> 구성원들이 의견을 모으면서 2주 연속 설문 기획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올해는 기존의 영화평론가와 기자들은 물론, TV 비평가들을 새롭게 초대해 총 30명의 필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기꺼이 설문에 참여해준 분들에게 다시 한번 지면을 통해 감사드린다.
다만 시리즈물에 ‘베스트’를 실질적으로 논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먼저 짚고 넘어가야겠다. 너무 많은 플랫폼에서 쉴 새 없이 영상물이 쏟아져 나오고, 남들 다
2021년을 빛낸 시리즈 스페셜: 최고의 시리즈, 연출자, 배우… '오징어 게임' 정호연 배우 인터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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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현장에서는 늘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다. 그래서 흥미진진하기도 하고 때론 지치고 힘들 때도 많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원하는 장면을 찍어냈을 때의 성취감이 모여 한편의 영화와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스틸 작가들이 현장에 상시 대기하면서 그 성취의 순간을 카메라로 담아 기록한다. 이번호에 소개하는 영화와 드라마 촬영 현장의 비하인드 컷은 2021년 한해 동안 관객과 시청자를 울리고 웃게 만들었던 작품이 어떤 노력이 모여 만들어진 결과물인지 알 수 있게 해준다. 일종의 설계도면이기도 하고 어찌 보면 일기장 같기도 하다. 매년 영화 촬영 현장만 소개했던 터라 올해는 드라마 현장의 비하인드 컷도 수소문했다. 촬영 현장 비하인드 컷은 배우들이 현장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깃들어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더 많은 비하인드 컷들이 독자와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올 한해를 빛낸 <자산어보> <랑종> <모가디슈> <구경이&
2021년 한국영화·시리즈 촬영 현장 비하인드 컷 : 그들의 빛나는 순간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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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구치 류스케는 현대 일본영화를 장기간 대표해온 이른바 ‘4K 클럽’(고레에다 히로카즈, 가와세 나오미, 구로사와 기요시, 기타노 다케시)에 이어 2010년대 중반부터 세계 평단에서 비상한 주목을 받은 새로운 이름이다. 신작 <드라이브 마이 카>가 얻은 압도적 호평과 봉준호 감독의 찬사를 계기로 국내에 그의 전작들이 한꺼번에 소개되며 뒤늦게 맞춰진 퍼즐은, 이론이 정연하면 서도 그 이론과 영화적 실천을 실시간으로 일치시켜가는 침착한 작가의 초상을 가리키고 있다. 이를테면 <우연과 상상>은 <드 라이브 마이 카>의 각색을 허락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연락을 기다리는 동안 만든 옴니버스인데 <드라이브 마이 카>의 핵심이될 세 요소- 자동차, 섹스, 역할 놀이- 의 에튀드이자 하마구치 영화 세계의 친절한 입구이기도 하다.
‘존 카사베티스의 시간과 공간’이라는 제목의 학부 졸업논문을 쓰고 촬영 현장으로 갔던 하마구치 류스케는 구로사와 기요시가
'드라이브 마이카'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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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일본영화계의 가장 앞자리에 선 감독은 누가 뭐라 해도 하마구치 류스케다. 세계는 하마구치 류스케라는 지각변동을 주목한다. 조짐은 진즉부터 있었다. 대학원 수료 작품인 <열정>이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은 후 한일 공동 제작의 <심도>, 동일본대지진에 관한 다큐멘터리 <파도의 소리>, 하마구치의 시간을 연 <해피 아워>까지 신작이 나올 때마다 세간의 이목을 모았다. 첫 상업영화인 <아사코>가 71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고, 각본을 맡은 <스파이의 아내>가 77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수상을 했을 때만 해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2021년은 그야말로 하마구치 류스케의 한해였다. 2021년 3월 <우연과 상상>으로 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 같은 해 7월 <드라이브 마이 카>로 74회 칸국제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하며 명실상부 일본영화계의 젊은 거장으로 우뚝 섰다. 세계
'드라이브 마이 카'와 하마구치 류스케 작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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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씨네21> 한국영화 베스트 설문 결과에는 몇 가지 눈에 띄는 점들이 있었다. 홍상수 감독의 <당신얼굴 앞에서>와 <인트로덕션>이 각각 1, 2위에 올랐고 5위권 내에 이름을 올린 상업영화는 <모가디슈>가 유일하다는 점이 특히 그러했다. 이에 ‘올해의 영화 결산’ 기획 기사에 참여한 송경원, 임수연, 김소미, 조현나, 남선우 기자가 모여 설문조사 결과와 함께 한국영화계의 변화와 흐름을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홍상수 감독과 독립영화, 상업영화의 부진, 극장의 존재 의미, 넷플릭스와 같은 OTT 플랫폼이 한국영화계에 미친 영향 등 네개의 질문을 중심으로 다양한 답과 고민이 오갔다.
질문1.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또다시 ‘한국영화 베스트 1위’를 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의 뒤를 이을 시네아스트는 없는 것인가.
송경원 올해 개봉한 홍상수 감독의 영화 두편이 한국영화 리스트에서 1, 2위를 차지했다. 두편이 개봉된 해에 두편이 다
BEST Of 2021: 송경원, 임수연, 김소미, 조현나, 남선우 기자의 올해의 한국영화 결산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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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가의 전반적인 침체에도 올해 해외영화는 다양한 작품을 통해 관객을 불러모았다. 오히려 과거에 비해 좀더 다채로운 영화들을 만날 수 있는 접촉면이 넓어진 부분도 있다. 올해 1위를 차지한 <퍼스트 카우>는 북미보다 상당히 뒤늦게 개봉되었지만 오래 기다린 만큼 기대를 충족시켜주었다는 반응이다. 특히 극장이란 공간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슬로 시네마적인 특성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다. 2위 <스파이의 아내>도 유사한 맥락이다. 구로사와 기요시 특유의 서스펜스 위에 한계까지 높인 화면의 밀도가 우아하게 관객을 잠식했다는 평이다. 3위의 <그린 나이트>는 스크린의 자리가 점차 희미해져가는 시대에 시네마의 지표와 같은 장면들을 제공한다. 그야말로 극장의 존재 가치를 다시금 환기시킨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4위 <피닉스> 역시 최근 극장가의 분위기를 반영하는데, 작품이 좋다면 제작 시기와 무관하게 극장에 걸린다는 점에서 일말의 가능성을 제공했다. 5위 &l
BEST OF 2021: 올해의 해외영화 총평, 6위부터 10위까지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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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퍼스트 카우>
“역사의 모래 속에 묻힌 사람의 자리를 발굴하는 서부극”(김소희)인 <퍼스트 카우>는 “뉴 웨스턴의 최전선에서, 미국사의 한 페이지를 다시 쓴 기념비적인 작품”(남선우)이다. 2019년에 제작된 이 영화는 국내에 공개되기 전부터 비평적 찬사가 이어졌고 마침내 도착하여 예정된 경탄을 안긴다. <퍼스트 카우>는 두 가지 측면에서 지지를 받았다. 첫 번째는 영화가 품고 있는 온기, 인간과 우정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다. “애정 가득한 무심함이라는 형용모순이 켈리 라이카트의 세계에서는 실제로 벌어진다”(김성찬), “우정과 존중, 집안일과 빵 굽기, 말없는 소와 잠든 친구에게 건네는 몇 마디 말로도 역사가 생성된다”(김소미), “소박하지만 삶에 꼭 필요한 것들, 이를테면 우연히 맺은 우정과 기름진 빵을 주재료로 삼아 아메리칸드림의 자본주의를 해부하는 솜씨가 섬세하기 그지없다. 어떤 뼈아픈 진실을 드러내건 간에 켈리 라이카트는 늘 영화에 인
BEST OF 2021: 해외영화 BEST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