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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인이 맡긴 것이 무엇이든 안전하고 신속하게 배달하는 드라이버가 있다. 설사 그것이 범죄자일지라도 말이다. <그림자 살인>(2009), <봉이 김선달>(2016)을 연출한 박대민 감독의 신작 <특송>은 사사로운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맡은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는 드라이버 은하의 은밀한 직장 생활을 다룬다. 끝내주는 운전 실력을 겸비한 그녀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는 직선적인 재미를 주는 여성 액션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었던 박대민 감독이 늦깎이로 면허를 따면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이전에 만든 영화들은 코미디와 추리를 섞는 등 다양한 재미를 주기 위해 노력했다. 이번에는 이야기 구조를 단순화하면서 액션의 쾌감이나 배우의 멋스러움을 보여주는 데 공을 들였다”는 박 감독의 말처럼 <특송>은 시작부터 끝까지 온갖 장애물을 뚫고 배달을 완수하려는 드라이버 은하의 속도감 넘치는 활약을 보여줄 예정이다.
의뢰받은 일은 배송사고를 일으키지 않고 반드시
'특송' 박대민 감독 - 보랏빛 그녀의 특급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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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름, 사진, 소지품. 이 셋을 손에 넣은 뒤 저주의 주술 ‘방법’(謗法)을 쓰면 누구든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다. 그 막강한 능력을 가진 고등학생 소진(정지소)이 사회부 기자 진희(엄지원)와 힘을 합쳐 악의 무리에 맞서는 12부작 드라마 <방법>의 다음 대결이 영화에서 펼쳐진다. 연상호 감독이 각본을 쓰고, 김용완 감독이 연출하는 <방법> 유니버스 두 번째 이야기이자 첫번째 영화 <방법: 재차의>(가제)는 ‘되살아난 시체’를 뜻하는 ‘재차의’를 그 중심에 둔다.
정의에서 얼핏 좀비를 떠올리게 되는데, 김용완 감독에 따르면 재차의는 좀비와 시각적으로나 능력적으로 여러 가지 차이점을 가진다고. “좀비와 다른 재차의만의 차별점을 만들기 위해 그 비주얼과 움직임에 공을 많이 들였다. 드라마가 한국적 오컬트를 보여주려 했다면 영화에서는 보다 확장된, 동아시아적 이미지를 구현해보고 싶었다.” 이를 위해 드라마 촬영 때와 마찬가지로 영화 <곡성&
'방법: 재차의'(가제) 김용완 감독 - 살아난 시체를 방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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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림 감독의 신작 <비상선언>은 전작 <더 킹>(2016)과 거의 정반대 방식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더 킹>이 평범한 인간에서 권력자가 되기까지 한 인물의 일대기를 거리를 두고 그린 정치 풍자극이었다면, <비상선언>은 재난 상황을 맞닥뜨린 비행기 승객의 감정을 가능한 한 유사하게 체험하도록 유도하는 영화다. 배우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등 톱 배우들의 캐스팅은 영화에 대한 관객의 몰입감을 높이는 데 더없는 호재다. 우주필름 사무실에서 만난 한재림 감독은 “그저께(2020년 12월 28일) 새벽 4시까지 가편집본은 다 끝냈다. 애초 의도대로 정리가 된 것 같다”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더 킹>은 많은 공간에서 촬영을 진행한 반면, <비상선언>은 비행기와 지상으로 공간이 제한되어 있다. 극과 극을 체험하는 기분이겠다. 어느 쪽이 적성에 더 맞던가.
=프로덕션 운영은 <비상선언>이 훨씬 더 편했다
'비상선언' 한재림 감독 - 재난 상황 속 인간의 진심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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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만의 귀환. <혜화, 동>(2010)의 민용근 감독이 중국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의 슬픈 우정 이야기를 리메이크해 <소울메이트>로 탄생시켰다. 유년 시절을 함께한 88년생 두 여성, 미소(김다미)와 하은(전소니)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겪는 관계의 굴곡을 그리는 드라마다. 둘만의 안온한 세계는 10대 후반 무렵에 하은이 동급생 진우(변우석)와 첫사랑을 시작하면서 미세한 균열을 겪는다. 자유분방한 미소는 도시로 떠나 모험적인 삶을 좇고, 하은은 고향에 남아 안정된 생활을 꾸리면서 둘은 그렇게 점차 멀어진다. 지방과 대도시의 물리적 거리감이 부각되는 중국 원작의 설정은 <소울메이트>에서 제주 섬을 배경으로 새롭게 구현됐다.
<혜화, 동> 이후 지난 10년간, 민용근 감독은 옴니버스 인권영화인 <어떤 시선>(2012)을 비롯해 단편영화를 여럿 만드는 한편, 책을 쓰고 대학원에서 공부하며 학생들을 가르치는
'소울메이트' 민용근 감독 - “조용하고 힘이 센 여성들의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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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과 액션을 강화했다. <해적: 도깨비 깃발>(이하 <해적>)은 전편의 코믹 요소를 살리면서도 모험과 액션에 더욱 힘을 실었다. <해적>은 몰락한 고려 황실의 보물이 숨겨진 ‘번개섬’을 찾아가는 조선의 해적단이 주인공인 영화다. 2014년 866만명의 관객을 불러모은 흥행작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속편으로, 전작과 KBS 사극 <추노>를 쓴 천성일 작가가 각본을 집필했다. 메가폰은 <탐정: 더 비기닝> <쩨쩨한 로맨스>의 김정훈 감독이 잡았다.
바다에서 살아온 여성 해적단주와 뭍에서 온 남성 도적단주가 바다에서 만나 힘을 합친다는 전작의 설정은 그대로다. 주인공 해랑(한효주)은 ‘바다의 물결’이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바다에서 나고 자란 인물이다. 중검과 단검을 귀신같이 휘두르는 해랑은, 전작에서 길고 잘 휘어지는 연검을 썼던 여월(손예진)과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줄 예정이다. “한효주 외에 다
'해적: 도깨비 깃발' 김정훈 감독 - 경쾌하고 빠르게 바다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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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제균 감독이 지난 10년 동안 꾸준하게 많은 열성 팬들로부터 사랑받은 뮤지컬 <영웅>을 영화로, 그것도 뮤지컬영화로 만든다고 했을 때 또 고생길을 자처하나 싶었다. 쓰나미(<해운대>), 1950~80년대 한국 현대사(<국제시장>) 등 매작품 난이도가 높은 시각특수효과(VFX)와 씨름하며 흥행에 성공했던 그가 한국에서 거의 시도된 적 없는 뮤지컬 장르에 도전한 건 다소 무모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것도 <라라랜드>나 <레미제라블> 같은 할리우드 뮤지컬 명작처럼 라이브 녹음을 선택했다니.
그러나 여러모로 맨땅에 헤딩하는 상황임에도 그가 뮤지컬영화에 뛰어든 건 “안중근 열사의 호연지기에 매료”돼서다. 윤제균 감독은 “전작 <국제시장>이 아버지를 다룬 영화라면 <영웅>은 어머니를 그려낸 이야기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처음으로 연출한 작품이기도 하다”라며 “안중근과 그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나문희)의 관계를 주
'영웅' 윤제균 감독 - 안중근과 조마리아 여사, 모자 관계가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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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새해가 밝았지만 극장가는 여전히 암흑 속에 있다. 정초부터 역대 최저 하루 관객수가 경신됐다. 지난 1월 5일 하루 동안 극장을 찾은 총관객수가 1만4518명을 기록하며 종전 역대 최저치였던 지난해 4월 7일의 1만5429명의 기록을 넘어섰다. 위기의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심각한 상황이지만 한국영화 촬영 현장은 새해부터 소처럼 열심히 돌아가고 있다. <씨네21>은 2021년 한국영화 신작 프로젝트 15편을 엄선해 소개한다. 다만, 이준익 감독의 <자산어보>,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 변성현 감독의 <킹메이커>, 정지연 감독의 <앵커>, 조은지 감독의 <입술은 안돼요>(가제) 등 지난해 소개한 작품들은 제외했다.
올해는 스타감독들이 일제히 귀환한다. 김용화 감독은 설경구와 도경수, 강력한 원투펀치를 앞세워 우주를 배경으로 한 <더 문>을 준비 중이고, 윤제균 감독은 안중근 열사를 소재로 한 뮤지컬
[2021 Ready, Action!] 2021년 한국영화 신작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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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 퍼스 배우는 <싱글맨>을 통해 이미 퀴어 커플의 관계에 대해 탐구한 바 있다. <슈퍼노바>는 어떻게 달랐나.
콜린 퍼스 <싱글맨>은 50대 초반에 찍었고, <슈퍼노바>는 50대 말에 찍었다. 내 삶은 어느 순간 정말 높은 수준에 다다랐다. 성공에 취해 불행과 슬픔에 대해 전혀 생각지 않은 적도 많다. 그러나 불행과 슬픔은 언제든 소환될 수 있는 것 같다. <싱글맨>과 <슈퍼노바> 모두 어떤 감정으로 인해 시야가 좁아진 상태의 인간을 그리고 있다. <싱글맨>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으면서 느끼는 슬픔에 대해 이야기한다. 주인공 조지(콜린 퍼스)가 모든 걸 내려놨을 때 삶이 그를 다시 부른다. <슈퍼노바>의 샘 역시 터스커의 병으로 인해 사각지대에 처해 있다. 샘과 터스커의 미래는 일순간에 폭발한 것처럼 보인다.
-극중 캐릭터와 같이 먼 미래에 치매에 걸리게 된다면 어떨 것 같나.
스탠리
콜린 퍼스, 스탠리 투치 인터뷰 -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함께한다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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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보편적인 이야기다. 20년을 함께한 중년의 동성 커플 샘(콜린 퍼스)과 터스커(스탠리 투치)의 삶에 균열이 생긴다. 터스커가 치매에 걸린 것. 한번 시작된 관계의 균열은 점점 더 쪼개져 벌어질 일만 남았다. 서서히 기억을 잃어가는 터스커는 샘에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여행을 제안한다. 작은 밴을 몰고 잉글랜드 북부를 여행하는 두 사람은 보통의 연인처럼 서로의 가족을 만나고 파티에 참석한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터스커는 생기가 넘치고 치매에 걸렸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우주의 별이 폭발하기 직전에 가장 밝은 빛을 낸다는 ‘슈퍼노바’ 현상처럼.
그러나 병증은 점점 심해지고 두 사람은 어떤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 2021년 봄, 국내 개봉을 준비 중인 <슈퍼노바>는 배우 출신의 해리 매퀸 감독과 극중 인물처럼 20년 지기라는 콜린 퍼스, 스탠리 투치가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세사람을 화상으로 만나 영화의 시작에 대해, 샘과 터스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터스커
콜린 퍼스와 스탠리 투치 주연의 '슈퍼노바', 20년을 함께한 동성 커플과 치매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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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정은 부질없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아일보> 백지광고 사태’와 같은 굵직한 사건을 언급하며 김용진 감독은 ‘그때 신문사가 정도를 걸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족벌 두 신문 이야기>는 전직 KBS 기자이자 <뉴스타파> 대표인 김용진 감독의 첫 연출작이다. 탐사보도 매체인 <뉴스타파>의 다큐멘터리영화답게, 적확한 증거를 찾을 때까지 파고드는 집요함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김용진 감독은 “관객이 이 영화를 통해 한국 언론의 심각성을 직시하고, 언론 개혁의 필요성을 깨닫게 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나는 숟가락만 얹었다”라고 담담하게 이야기하면서도, 기자의 질문에 영화의 작은 요소까지 꼼꼼히 짚어주며 답한 김용진 감독과의 대화를 전한다.
-처음에 어떻게 영화를 기획하게 됐나.
=현재 한국 언론 생태계에 대한 고민이 계속 있었다. 마침 지난해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창간 100주년이었고
'족벌 두 신문 이야기' 김용진 감독 - “한국 언론은 본래의 역할과 정반대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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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한복판에 우뚝 선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건물. 언론사 사옥이 도심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을 만큼 두 언론사의 역사는 오래됐고 영향력도 막강하다. 이 두 언론사의 화려한 외관을 클로즈업하는 것으로 시작해 정경계로 영역을 넓혀 미디어 재벌로 거듭난 두 신문사의 기원을 파고드는 영화가 개봉했다. <족벌 두 신문 이야기>는 ‘일등신문’, ‘민족정론지’를 자칭하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100년 역사를 추적한 다큐멘터리다. <자백> <공범자들> <김복동> <월성> 등 다큐멘터리 영화를 꾸준히 제작해온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의 다섯 번째 장편영화다. 방대한 양의 신문 기사, 영상과 당시 기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영화는 두 신문의 과거와 현재를 세세하게 파헤친다.
“언론은 강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스스로 권력이 될 수 있습니다. 언론은 날이
<조선일보> <동아일보>의 100년 역사 다룬 다큐멘터리 '족벌 두 신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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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극장이다. 극장의 운명을 놓고 긍정적 전망과 우려 모두 분분하다. 설문 응답자 중 다수의 영화계 관계자들이 전례 없는 위기를 맞은 2020년의 극장가가 정상 궤도로 회복하는 수순을 2021년의 첫 번째 당면 과제로 점쳤다. “정부의 부양책”과 “극장 관람을 독려하는 인센티브 제도”, “직접적인 지원” 등 극장 구제를 위한 손길을 촉구하는 답변들에서 올해 시행된 영화발전기금 90% 면제나 영화관 입장료 6천원 할인권 등이 효과적인 대책이 되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묻어나왔다.
“극장산업의 회복 및 안정화, 그리고 경쟁력 강화”라는 이상의 맞은편에선 “극장 중심의 수입 의존도를 탈피하고 리스크 분산 정책이 필요하다”라는 현실적인 자구책도 함께 언급됐다. 특히 연출, 제작, 투자·배급 파트를 가리지 않고 “기존 산업에 대한 시각을 버려야 한다”거나 “사고의 새로운 전환”이 필요하다는 새로운 영상산업의 생태계에 대한 위기의식이 드러났다. 극장의 회복과 극장으로부터의 탈피라는 이중의
2021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망 - 앞으로의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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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의 시대가 가고 SF의 시대가 오려는가. 설문에 참여한 55인으로부터 31표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장르는 ‘SF’(science fiction)다. 드라마, 스릴러, 액션 장르가 전통적으로 우세한 한국 상업영화 시장에서 SF의 미래가 이토록 밝게 예측된 적은 없었다. 엄밀히 말해 SF 시대의 개막은 일찌감치 2020년의 서두에서도 예견된 바 있으나, 코로나19의 악화로 두 SF기대작인 <서복>(감독 이용주)과 <승리호>(감독 조성희)가 개봉을 연기하면서 기대와 호기심만 더욱 높아진 상황이다. 여기에 2021년의 한국영화 최고 화제작으로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이 꼽히고 배우 정우성이 제작하는 <고요의 바다>가 한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중 처음으로 SF에 출사표를 내밀면서, ‘우주’가 대세 아이템으로 떠오르는 다분히 기념비적 풍경이 펼쳐지는 중이다.
SF의 대두는 인접 장르의 부상과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판타지 장르의 불모지였
2021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망 - SF의 시대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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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를 중심으로 영상산업이 재편되면서 영화 제작사와 드라마 제작사의 합종연횡이 이루어졌고 거대 콘텐츠 기업이 탄생했다. 플랫폼의 다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스튜디오들이 결국 이번 설문에서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2021년의 트렌드 키워드로 꼽힌 OTT, 한류와 글로벌, IP 확장, 크로스오버에 정확히 부합하는 제작사들이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주목받았다는 얘기다. 1위는 스튜디오드래곤. 최근의 화제작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과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이 모두 스튜디오드래곤 작품이다. 어디 그뿐인가. <비밀의 숲> <도깨비> <사랑의 불시착> <시그널> <미생>이 모두 스튜디오드래곤의 드라마다. “OTT와 TV를 동시 커버”하고 있으며 “견고한 제작 기반과 풍성한 연출 및 작가군”을 갖춘 스튜디오드래곤은 물량과 역량과 영향력 면에서 업계 최고라는 평가다.
스튜디오드래곤이 보여준 성공 모
2021년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망 - 올해 가장 주목해야 할 스튜디오와 연출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