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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와 사회적 위상이 계급을 결정짓는 사회에서, 조상우는 가장 극단적인 낙차를 경험했을 캐릭터다. 기훈(이정재)과 함께 어린 시절을 보낸 상우(박해수)는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에 수석 입학한 쌍문동의 자랑이었다. 졸업 후 여의도 증권가에 입성한 그는 고객 예치금을 무단으로 빼돌려 주식 파생 상품과 선물 옵션에 투자했다가 실패해 빚더미에 올랐다. 집과 어머니의 가게까지 무모하게 끌어들이는 바람에 실제 손실액만 60억원에 이른다. 가족도 속인 채 경찰의 추격을 받던 중 의문의 남자에게 초대받아 합류한 서바이벌 게임은 상우가 몸담았던 세계와 닮았다. 오로지 돈을 위해 움직이고 확률과 통계를 통해 사고하며 필연적으로 도덕성까지 내던지는 현실을 잔혹한 게임으로 옮겨놓았을 뿐이다. 황동혁 감독은 “게임 안에서 가장 드라마틱하게 변화하는 인물을 누구보다 설득력 있게 그려낼 수 있는 배우”로 박해수를 떠올렸다.
-<오징어 게임>에는 70~80년대 어린이들이 많이 했던 게임들이 등장한다.
'오징어 게임' 상우 역 박해수, "서울대 학생들 인터뷰하며 상우의 마음 이해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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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은 배우 이정재의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확인케 하는 작품이다. <하녀> <도둑들> <신세계> <관상> <암살>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등 2010년대에 그가 보여준 강렬한 에너지의 영화적 캐릭터들과 <오징어 게임>의 성기훈 사이엔 건널 수 없는 강이 있다. 영화 <젊은 남자> <태양은 없다>, 드라마 <느낌> <모래시계> 등 1990년대부터 이정재를 지켜봐온 팬들에게도 <오징어 게임>은 낯설고 흥미로운 작품이다.
<오징어 게임>에서 이정재가 연기하는 성기훈은 절실하게 돈이 필요해 목숨을 건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하는 인물이다. 성기훈의 사연에 마음을 열게 만드는 이정재의 노련하고도 본능적인 연기는 <오징어 게임>의 아이러니에 힘을 싣는다. 유연한 연기법에 관해 이정재와 이야기를 나눴다.
'오징어 게임' 기훈 역 이정재, "판타지로의 빠른 몰입이 관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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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7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은 456억원의 상금이 걸린 서바이벌 게임에 목숨 걸고 참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으로, <남한산성> <도가니>의 황동혁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했다. 이정재는 구조조정으로 실직한 후 감당할 수 없는 빚을 떠안은 성기훈을 연기한다. 세련되고 깔끔한 이미지의 이정재가 추레하게 등장해 벼랑 끝 인생의 절박한 상태를 연기하는 모습은 퍽 신선하다.
성기훈과 한동네에서 자란 ‘쌍문동의 자랑’ 조상우는 박해수가 연기한다.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에 수석 입학한 뒤 증권사에 취직했지만 투자 실패로 거액의 빚더미에 앉은 조상우의 복잡미묘한 내면은 박해수의 섬세한 연기 덕에 입체적으로 살아난다. <오징어 게임>이라는 도전적인 작품에 뛰어들어 과감한 연기를 선보인 이정재, 박해수 두 배우를 화상으로 만났다
'오징어 게임' 배우 이정재, 박해수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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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보이는 라디오가 아니다. 인터랙티브하게 만들 수 있다. 장 뤽 고다르의 점프컷, 샘 페킨파의 슬로모션, 스티븐 스필버그의 긴장감 넘치는 화면은 평면의 스크린을 입체적으로 만든다. 관객이 그 안에 뛰어드는 거다.”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과 같은 뉴미디어의 특징에 푹 빠져 사는 이명세 감독은 자신의 필생의 프로젝트, <아버지가 사라졌다>를 VR로 구현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와중에도 영화의 매력을 놓치지 않고 있다. 누구보다도 영화라는 꿈을 열정적으로 지켜내는 데 앞장서는 그는 영화와 VR의 이종교배를 통해 무슨 일이 일어날지 테스트하는 중이다.
-VR 작품이지만 <씨네21>과 신작에 대해 인터뷰하는 것은 오랜만이다. 어떻게 지냈나.
=감독들이 하는 일이야 늘 시나리오 쓰는 거라 계속 작업하고 있었다. 서울환경영화제를 맡아 하는 와중에 이번 VR 작업을 제안받았다.
-VR과 같은 뉴미디어 매체에 대한 평소 관심사도 궁금했다. 촬영장에서는
[인터뷰] 이명세 감독, “영화 속 공간의 먼지까지도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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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세 감독과 가상현실(VR)이 만난다. 감독이 오랫동안 가슴에 품고 살아온 시나리오, 어쩌면 데뷔작이 됐을지 모를 <아버지가 사라졌다>라는 영화를 VR로 구현해보는 프로젝트다. 이명세 감독이 직접 출연해 작품 전반을 소개하고 특정 장면은 독특한 연출 기법으로 마치 영화 세트장 한복판에 들어가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미싱픽쳐스>는 세계가 주목하는 해외 합작 프로젝트로 차이밍량, 아벨 페라라 감독 등 세계적인 감독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시리즈 프로젝트다. 수십대의 카메라와 거대한 서버로 가득한 스튜디오에서 촬영이 이뤄지던 8월의 어느 날, 이명세 감독을 찾아가 VR과의 만남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미싱픽쳐스>의 프로젝트 전개 상황과 볼류메트릭 캡처라는 독특한 촬영 기술에 관한 소개도 함께 덧붙인다. 한국영화의 비주얼리스트가 품고 있던 영화라는 꿈이 VR과 만난 현장이다.
이명세 감독에게는 못다 이룬 꿈이 있다. 그는 가
이명세 감독의 드림 프로젝트, VR로 구현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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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이 늘어난 만큼 드라마는 대범해지고, 영화처럼 보이길 원한다"
한국과 미국의 드라마 작가는 작업 방식이 어떻게 다를까. 작가에게 자율권은 얼마나 주어질까. 한국 드라마를 미국에서 리메이크하려면 가장 신경 써야 할 것은 무엇일까. 코로나19 이후 국내외 OTT 플랫폼이 급성장하고, 그로 인해 ‘K드라마’가 전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현재, 드라마 작가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9월 6일부터 10일까지 온라인과 상암동 일대에서 열리고 있는 2021 국제방송영상마켓(BCWW, 주최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드라마뿐만 아니라 예능, 다큐멘터리, 영화 등 K콘텐츠의 매력과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야심찬 행사였다.
그중에서 지난 9월 8일 오전 상암동 YTN과 온라인에서 공개된 콘퍼런스 ‘한국과 미국의 작가(쇼러너)가 말하는 드라마, 시리즈를 만드는 법’에서 최근 많은 인기를 끌며 종영한 드라마 <마인>의 백미경 작가, 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
<마인> <파친코> 작가, <굿 닥터> 제작자가 말하는 한국과 미국에서 시리즈를 만드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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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9월 17일 공개된다. <마이 파더> <도가니>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까지, 매번 의외의 작품을 들고 나타났던 황동혁 감독이 이번엔 서바이벌 게임 장르인 <오징어 게임>을 완성했다. <오징어 게임>은 456억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 게임에 목숨 걸고 참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9부작 시리즈다. 한뼘 발 뻗을 공간만 있어도 즐거운 놀이를 찾아내고야 말았던 어린 시절. 그때 그 추억의 놀이가 서바이벌 게임의 종목이며, 앞서 말한 ‘목숨 걸고’의 목숨은 정말로 생명을 뜻한다. 게임에서 지면 그 자리에서 죽는 서바이벌 게임. 배우 이정재, 박해수, 오영수, 위하준, 정호연, 허성태, 김주령 등이 <오징어 게임>에 뛰어들었다. “반복된 삶을 살고 싶지 않아 영화감독이 됐기 때문에 반복된 이야기를 하는 것에 재미를 못 느낀다”는 황동혁 감독에게 &
황동혁 감독의 코멘트로 재구성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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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로 보이스피싱 범죄를 집요하게 파고든 범죄 스릴러 <보이스>는 곡사 형제가 만든 공포영화 못지않게 섬뜩한 난장을 펼쳐낸다.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2011), <무서운 이야기>(2012), <무서운 이야기3: 화성에서 온 소녀>(2016) 등을 연출했던 김선, 김곡 감독이 호러 장르의 테두리를 벗어나 처음 선보이는 상업영화다.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한 전직 마약반 형사가 중국의 거대 콜센터에 잠입하는 이야기인 <보이스>는 금융감독원, 지능범죄수사대의 자문을 받아 날로 수법이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사기의 거의 모든 것을 담았다.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이한 배우 변요한이 특유의 깊고 비장한 눈빛으로 나 홀로 복수를 감행하는 전직 형사 한서준을 연기했고, 김무열은 콜센터의 브레인 곽프로로 분해 <승리호>(2020)에 이어 또 한번 서늘한 악역의 면모를 드러낸다. 한서준이 흘린 단서를 따라 조금씩 거리를 좁혀오는
곡사 형제 연출, 변요한·김무열 주연의 '보이스'가 담아낸 보이스피싱 범죄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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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경(박정민)의 같은 반 친구인 라희는 <기적>의 인물들 중 가장 밝고 명랑한 에너지를 지녔다. 그를 ‘부족함 없이 잘 자란 친구’로 정의할 찰나, 준경을 좇는 라희의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 준경의 엉뚱함에서 천재성을 발견한 라희는 그가 마을에 주저앉는 대신 자신의 꿈을 찾아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17살의 명랑함과 순수한 호기심이 타인의 꿈을 온전히 믿고 도와줄 에너지로 변모하는 순간이다.
라희는 배우 임윤아가 연기한 드라마 <너는 내 운명>의 새벽과 <허쉬>의 지수, 영화 <엑시트>의 의주처럼 올곧고 당차면서도 조금 다른 궤도를 그린다. “지금까지 내가 연기한 인물 중 가장 순수하면서도, 끝까지 밀고 나가는 힘이 있다”는 임윤아 배우의 말이 정확히 라희를 가리킨다. “어떤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질문”하며 작품을 고른다는 임윤아 배우는 사투리 톤과 소품 하나까지 꼼꼼히 준비하며, <기적>의 라희라는 새로운 답
'기적' 배우 임윤아, 착실히 쌓인 경험치로 더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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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찻길은 있지만 기차는 서지 않는 마을이 있다. 철로를 따라 다른 역으로 걸어가는 것이 마을 사람들이 이동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다. 위험한 순간이 반복되자 어린 준경(박정민)이 대통령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준경은 ‘마을에 제대로 된 기차역을 세워달라’는 54통의 편지를 보낸다. 이장훈 감독의 신작 <기적>은 1988년 대한민국 최초로 세워진 민자역 ‘양원역’을 모티브로, 기차역이 지어지길 염원하는 준경과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창조했다. 영화는 기차역을 중심으로 준경과 그를 돕는 친구 라희(임윤아), 누나 보경(이수경), 아버지 태윤(이성민)의 관계를 차근히 쌓아간다.
영화는 준경에게 기차역 개설과 천문학 공부, 두개의 꿈이 있음을 강조한다. 천문학에 대한 준경의 애정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는 그렇게 별을 동경하면서도 준경이 기차역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에 관해 의문을 품게 만들기 때문이다. 영화는 갈등하는 준경의 태도를 주의 깊게
영화 '기적' 리뷰, 우리 곁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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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를 앞두고 관객의 마음을 공략할 2편의 한국영화와 1편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가 나란히 공개된다. 박정민, 임윤아 주연의 <기적>은 기차가 서지 않아 위험하게 기찻길을 걸어 다녀야 하는 마을에 간이역 하나 세우는 게 꿈인 고등학생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소년의 꿈과 가족간의 갈등, 거기에 첫사랑의 풋풋함까지 더한 <기적>은 따스한 가을빛을 닮은 영화다.
반면 <보이스>는 날로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사기의 거의 모든 것을 담은 영화다. 변요한이 거대 보이스피싱 사기 조직을 쫓는 전직 형사, 김무열이 콜센터의 브레인이자 영화의 악역인 곽프로로 분해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파고든 범죄의 일면을 그려낸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는 이정재, 박해수 주연의 <오징어 게임>은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의 황동혁 감독이 선보이는 9부작 시리즈다. 거액의 상금이 걸린 서바이벌 게임에 목숨 걸고 참여하는 사람들의
<기적> ,<보이스>, <오징어 게임>…추석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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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선하게 태어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100% 그가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고 말할 수 없다. 그렇다고 그가 다시 나쁜 사람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장담할 수도 없다.” 리용자오 감독은 2019년 미얀마 북부 카친주에 있는 약물중독 치료 센터에서 스스로를 ‘나쁜 남자’라고 말하는 청년을 만난다. 청년의 이야기에 따르면 폭발적인 성격으로 인해 그는 가족에게 공포스러운 존재였고, 군대에서는 냉혹한 상사였다. 그리고 그는 40~60명의 목숨을 빼앗기도 했다. 카메라 앞에서 언뜻언뜻 드러나는 청년의 잔혹한 모습과 그가 저지른 악행을 고려할 때 그는 분명 악인이지만, 그가 살아온 복잡한 삶의 궤적을 돌이켜보면 선뜻 손가락질하기 어려워진다.
미얀마의 소수민족 카친족인 청년은, 2011년 미얀마로부터 독립을 요구하는 카친독립군에 강제 입대해 무장봉기에 참여했다가 왼쪽 다리를 잃었다. 한달에 30달러(약 3만5천원)를 받고 복무한 결과였다. 카친족의 독립 요구와 분쟁은 미얀마 땅에서 오랫동안
'미얀마의 소년병' 리용자오 감독, “청년의 존엄성을 지켜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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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에 수반돼야 할 교감은 어디까지일까. 선생과 학생이 눈을 맞추거나 서로의 음성을 들을 수 있으면 충분한 걸까. 코로나19와 함께 도래한 비대면 수업의 시대, 교육 현장에서는 복잡다단한 질문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반년간 작성된 하나의 대답이자 사례연구 같은 영화가 도착했다. <순환하는 밤>으로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부문 감독상을 받고, 시각 예술가로서 여러 전시에 참여하는 등 형식과 소재에 있어 실험을 거듭해온 백종관 감독이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실기과의 2020년 2학기를 담은 <거의 새로운 인간>이다.
촬영은 “팬데믹으로 무대를 잃은 학생들이 그럼에도 여전히 노력하고 있음을 기록하고 싶다”라는 학교의 제안을 받고 시작했다. 초유의 사태에 학기가 진행된 만큼 영화에는 다각도의 이미지가 공존한다. 교수가 강의하는 연습실을 그대로 찍은 영상이 있는가 하면, 웹캠을 타고 줌으로 송출된 버전이 따로 존재하며, 학생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네모난 줌
'거의 새로운 인간' 백종관 감독, 팬데믹 시대의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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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한국 페미니즘 운동 가까이엔 늘 윤가현 감독의 카메라가 있었다. <바운더리>는 ‘강남역 살인사건’이 일어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여성단체 ‘불꽃페미액션’이 걸어온 길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윤가현이 주목한 4년은 페미니즘 운동이 활발해진 이른바 ‘페미니즘 리부트’ 시기로, 불꽃페미액션은 강남역 살인사건으로 인해 움츠러든 여성들에게 밤거리를 돌려주기 위한 ‘밤길걷기 집회’, 여성의 가슴 해방을 주장한 ‘찌찌 해방 운동’, 여성의 겨드랑이 털을 가시화한 ‘천하제일 겨털대회’ 등을 주도했다.
<바운더리>가 주목한 건 페미니즘 운동의 승리만이 아니라, 지난한 사회운동의 과정 그 자체다. 사회운동을 주도한 활동가들의 복잡한 내면까지 소상히 보여주는 게 다큐멘터리스트 윤가현의 선택이었다. “페미니즘 활동가들은 전선 최전방에 있어 겉으로 보기에 강하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실패했던 운동도 있고 여성들에게조차 공격받았던 운동도 있었다. 이를 가장 솔직하게 이야기해
'바운더리' 윤가현 감독, 포기 없는 페미니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