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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의 지지와 아카데미의 선택을 나누어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촬영상까지 총 8개 주요 부문의 수상을 예측해보았다. 제인 캠피언, 윌 스미스, 아리아나 드보스처럼 수상이 거의 확실시되는 인물들이 예측대로 트로피를 거머쥘지, 혹은 충격적인 이변이 탄생할지가 이번 오스카 시상식의 관건이다.
작품상
후보 <나이트메어 앨리> <돈 룩 업> <듄> <드라이브 마이 카> <벨파스트> <리코리쉬 피자> <파워 오브 도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킹 리차드> <코다>
<씨네21>의 선택 <드라이브 마이 카> 1인치의 장벽을 뛰어넘은 <기생충>이 보여준 화제성을 <드라이브 마이 카>가 이어받진 못했다. 그러나 할리우드가 사랑하는 봉준호 감독의 스타성에 비해 한참 고상
<씨네21>의 선택VS아카데미의 선택: 아마도 예측 가능할 이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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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첫 개최라는 사실을 굳이 짚지 않아도 지난해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참석자와 시청자 모두에게 문득 낯선 감각을 전해주었다. 윤여정과 클로이 자오가 최고의 화제를 견인하고, 작고한 채드윅 보스만 대신 깜짝 수상자로 호명된 고령의 앤서니 홉킨스가 자택에서 느긋이 격리를 즐기는 나머지 텅 빈 무대가 전세계로 생중계되는 해프닝이 모두 같은 날 한 시상식에서 벌어졌다. 성대한 행사 대신 방송용 포맷으로의 전환을 꾀했던 전년도 아카데미는 결과적으로 약간의 잡음과 부산스러움을 감내한 모양새다. 올해는 어떨까.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본거지인 할리우드 돌비 시어터로 돌아가 줄어든 시청률을 만회하고 전통의 위엄까지 회복하겠다는 의지로 충만하다. 호스트로 배우 아미 슈머, 레지나 홀, 완다 사이크스가 바통을 이어받으며 3막의 쇼를 선보일 예정이고, <미나리>의 윤여정, <하우스 오브 구찌>의 레이디 가가, <더 배트맨>의 조이 크래비츠 등
씨네리의 아카데미 수상작 대예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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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릴 때부터 고양이를 좋아했다. 부드럽고, 유연하고, 사람에게 일정 부분 거리감을 유지하고. 그런 고양이라는 존재에 관해 예전부터 생각해왔다. 물론 피사체로서의 매력도 있고. (웃음)” 정재은 감독이 신작 <고양이들의 아파트>로 돌아왔다. <고양이들의 아파트>는 둔촌주공아파트가 재건축되면서 고양이들을 안전한 곳으로 이주시키기 위한 ‘둔촌냥이’ 모임의 활동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둔촌냥이 모임은 애정 어린 시선으로 고양이를 바라보되 이들을 단순히 보살펴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도시 공간을 공유하는 하나의 독립적인 유기체로 여긴다. 이들과 어떻게 공생하며 도시를 가꾸어나갈지 사려 깊게 탐문하는 영화의 태도는 관객으로 하여금 고양이를 더 폭넓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한다.
- 전작 <아파트 생태계>는 재건축을 앞둔 둔촌주공아파트의 고양이들을 염려하며 끝난다. <고양이들의 아파트>는 그 엔딩의 연장선상으로 보이는데, <아파트 생태계
'고양이들의 아파트' 정재은 감독 "동물과의 공생을 고민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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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은 감독의 신작 <고양이들의 아파트>는 2017년 5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으로 인한 고양이 이주 프로젝트를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정재은 감독은 <말하는 건축가> <말하는 건축 시티: 홀> <아파트 생태계>로 이어지는 건축 3부작 다큐멘터리에서 공간과 인간의 관계에 관해 주의 깊게 다뤄왔다. <고양이들의 아파트>에서는 공간과 인간을 넘어 동물과 환경으로 주제를 넓혀 논의를 전개한다. 도시의 길고양이는 누군가에겐 그저 나무, 돌과 같은 풍경과 다름없는 존재일 것이다. <고양이들의 아파트>는 그런 길고양이의 삶을 조명하는 동시에 이들과 공생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둔촌냥이’ 모임 활동가들에 관한 이야기도 같이 담아낸다. 인간의 전유물로 여겨왔던 도시에서 우리는 고양이, 그리고 다른 생명들과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 <고양이들의 아파트>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정재은 감독의 인터뷰를 전
길고양이 이주 프로젝트 기록한 정재은 감독의 다큐멘터리 '고양이들의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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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11일,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신작 <메이의 새빨간 비밀>이 디즈니+를 통해 공개됐다. 집에서는 착한 딸, 학교에서는 자신감 넘치는 학생인 메이가 감정 기복이 심해지면 갑자기 너구리 판다로 변하는 이야기를, 메이를 둘러싼 관계를 통해 풀어낸 귀엽고 유쾌한 사춘기 성장담이다. 단편애니메이션 <바오>(2018)를 연출한 도미 시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중국계 이민자로 캐나다 토론토에서 자란 감독의 어린 시절이 바탕이 된 이야기가 지금껏 픽사에서 시도한 적 없는 새로운 애니메이션 스타일로 완성됐다. 영화 공개를 앞둔 3월 첫째 주, 도미 시 감독, 줄리아 조 작가, 린지 콜린스 프로듀서는 기자회견으로, 메이의 목소리를 연기한 신예 로잘리 치앙과 메이의 엄마 밍의 목소리를 연기한 샌드라 오는 단독 인터뷰를 통해 만났다. 기자회견과 인터뷰에서 나눈 이야기의 도움을 받아 <메이의 새빨간 비밀>을 5개 키워드로 들여다봤다.
메이의 비밀
픽사, 디즈니+ 신작 애니메이션 '메이의 새빨간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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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펜서>에서 다이애나는 내내 추워 보인다. 난방을 하면 간편할 걸 담요로 추위를 덮겠다는 왕실의 전통을 고약하다 여기는 다이애나는 그 규율을 이기지 못하고 시종 몸을 움츠리고 있다. 중요한 말을 마칠 때마다 침을 꼴깍이는 그는 바깥으로 시원하게 한숨을 내쉬기보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역함을 간신히 삼키는 편이다. 아니면 차라리 아무도 없는 곳에서 구역질을 한다.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해석한 다이애나는 가늘고 긴 목을 자랑하기는커녕 목과 어깨가 닿을 듯 말 듯 오그라뜨린 채 다니는 인물이다. 늘 턱을 약간 든 채 꼿꼿하게 앉는 엘리자베스 여왕과는 딴판이다. 자신을 어떻게 증명해야 할지 몰라 불안한 다이애나의 심경은 이렇게 연약한 자세로 금방 들통난다. <스펜서>의 북미 포스터에서 풍성한 화이트 오간자 드레스를 입고 어딘가에 푹 엎드린 다이애나 앞에는, 사실 변기가 있다. 비정한 아이러니. 자신의 아름다움에 도취되기보다 도리어 확 없어지고만 싶은 마음은 한밤중 아무도
'트와일라잇'의 스타에서 아트하우스 필름의 아이콘으로, 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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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의 다이애나와 할리우드의 크리스틴. <스펜서> 속 둘의 만남이 명예의 횡포에 짓눌리는 여성의 위기를 적절히 대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파블로 라라인 감독의 감각적 세계는 현실을 냉철히 묘사하기보다 심리와 신체의 조건에 주목한다. 가빠지는 호흡과 뒤틀리는 내장을 붙잡고 구역질을 거듭하는 동안, <스펜서>는 토해낸 오물 속에서도 기어코 아름다운 조각을 샅샅이 골라내는 영화다. 사흘의 왕실 크리스마스 휴가 중 다이애나 스펜서는 “다 식어버린 죽처럼 차갑게 흘러내리는 왕실 사람들”(<가디언>)을 뒤로하고, 오로지 자기 응시에의 격정에 사로잡혀 있다. 시선을 점유한 다이애나가 그려낸 주관적 세계는 내내 장면의 기운을 충동적이고 연약하게 만들어, 좀처럼 귀족의 실존적 구토를 냉소할 틈을 내주지 않는다. 과잉된 감정까지도 샤넬 오트 쿠튀르 드레스 자락처럼 우아게 휘감고서, <스펜서>는 파토스를 훌륭하게 집약해내는 완결의 기술 역시 발휘한다.
'스펜서'에 담긴 통증 감각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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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닉룸>(2002)에서 구조된 소녀는 <트와일라잇>(2008)의 창백한 하이틴 스타를 거쳐 지금 할리우드에서 가장 다채로운 아트하우스 커리어를 지닌 젊은 배우 중 한명으로 자리 잡았다. 3월27일 열릴 오스카 피날레로 향하기까지, 미국 각지의 비평가협회상을 기세 좋게 독식 중인 <스펜서>의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이미 잘 알려진 대로 손쉬운 정형화를 허락하지 않는 거칠고 비죽한 개성의 소유자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치켜드는 퍼포먼스(3월6일 제37회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즈)에서 드러난 담력과 충동, 그에 상응하는 명민한 주관은 그동안 필모그래피에도 고스란히 적용되어왔다. <스펜서>를 통해 전성기를 맞이한 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진면목과 다이애나 스펜서의 스토리를 엮은 지면과 함께, <재키>(2016), <네루다>(2016)에 이어 <스펜서>에서 확장된 파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열연 돋보인 <스펜서>, 다이애나 왕세자비 스토리와 크리스틴 스튜어트 배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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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고 느리고 무겁고 깊다. <더 배트맨>이 택한 노선을 두고 대체로 비슷한 말들이 오간다. 이미 켜켜이 쌓인 배트맨‘들’의 길을 답습하지 않을 한 줄기 실낱같은(어쩌면 거의 유일한) 경로를 찾아낸 맷 리브스 감독의 야심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더 배트맨>은 배트맨 본질에 대한 성찰을 성실히 수행한다. 탐정 누아르물에 기반한 장엄한 분위기가 매혹적인 <더 배트맨>은 배트맨 영화 중에서도 손에 꼽힐 만한 수작이다. 그걸 부인할 생각은 없다. 다만 3부작까지 나온다고 하니 한두 가지 아쉬운 점에 대해 칭얼거려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맷 리브스 감독은 어둠에 잠겨 허우적거리는 배트맨의 심리를 확장한 것마냥 그림자의 안팎에서 배트맨의 궤적을 응시한다. 하지만 톤과 속도가 반드시 무게와 깊이를 보장하냐 묻는다면, 그렇진 않다. 우리는 종종 스타일과 효과, 의도와 결과를 동일시하는 착시에 빠진다. 어둡고 느린 건 스타일의 방향성이다. <더 배트맨>
느리되 묵직하지 못한 '더 배트맨'의 한계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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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까놓고 말해 <배트맨> 영화는 지나치게 많다. 이런 생각을 거의 20년 가까이 해왔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새 <배트맨> 영화를 만든다는 소문이 돌 때부터다. 그리 멀지 않은 1980, 90년대에 네편이나 되는 <배트맨> 영화들이 나왔는데, 다시 이 이야기를 시작할 필요가 있을까. 2016년부터 DC 확장 유니버스(DCEU) 영화들에 벤 애플렉의 배트맨이 나오기 시작할 무렵부터 또 비슷한 생각을 했다. <저스티스 리그>에서 배트맨이 빠지면 안되겠지. 하지만 <다크 나이트> 시리즈가 끝난 게 며칠 전이라고 벌써? 벤 애플렉이 DCEU 배경 <배트맨> 영화를 만든다는 소문이 돌았을 때는 그냥 포기하고 궁금해졌다. 이번엔 무슨 제목을 쓰려고? 남은 게 있나? 아, 그 사이에 <레고 배트맨> 영화가 나온 걸 잊어서는 안되겠지. 그 사이를 채우는 수많은 애니메이션영화, 시리즈, 게임도 무시해서는 안될 것이고.
맷 리브스의 '더 배트맨'이 이전 '배트맨' 영화들과 다른 심리적 사실성을 획득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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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두 가지 부류의 슈퍼히어로가 있다. 마스크를 쓰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배트맨은 전자고 슈퍼맨은 후자다. 스파이더맨은 얼굴을 가리고 원더우먼은 안 가린다(대다수의 할리우드 여성 히어로에게 마스크가 없는 것은 초창기부터 그만큼의 입체적 서사가 부여되지 않아왔거나, 서사보다 외모가 중시돼온 탓이 크다. 이 글과는 별개의 논의가 필요하다). 엄밀히 하자면 이 구분법은 자신의 정체를 숨기는지 여부를 기준 삼을 수 있다. 아이언맨이나 캡틴 아메리카에게도 전투용 마스크가 있지만 대중은 그들이 누구인지 안다. 이런 영웅들은 자신의 행동이 낳은 결과를 두고 걱정이 많은 반면, 정체를 숨기는 히어로들은 말 그대로 정체성 고민에 밤잠을 설친다.
DC와 마블에서 정체성 고뇌를 선발 기준으로 대표 선수를 뽑는다면 배트맨과 스파이더맨이 각각 등판할 것이다. 두 캐릭터가 각 소속사에서 가장 많은 팬을 거느린 플레이어라는 점은 이들의 공통점과 무관하지 않다. 양쪽 모두 집안의 어른을 권총 강
'더 배트맨'이 시리즈의 본질 위에서 얼굴에 집중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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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3부작이 나왔을 때만 해도 더이상 배트맨으로 새로운 비전을 보여주긴 힘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슈퍼히어로 역사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는 배트맨은 잠들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났다. DC의 여러 프로젝트에서 배트맨은 끊임없이 소환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 와중에 팬들의 실망도 있고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성취를 보인 작품도 있다. 새롭게 선보인 맷 리브스의 <더 배트맨>은 이 오래된 이야기가 사실상 고전 명작의 반열에서 여전히 확장, 변주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맷 리브스의 <더 배트맨>이 이견의 여지가 없는 걸작이라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이 영화는 극단적인 호평과 불평이 공존할 수 있는, 뚜렷한 개성을 지닌 결과물이다. 좋은 영화는 다양한 반응과 목소리를 끌어낼 수 있는 작품이라고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더 배트맨>은 많은 해석과 시야가 충돌하고 우리의 인식을 확장시켜줄, 씨앗과도 같은
송형국, 듀나 평론가와 송경원 기자의 '더 배트맨'을 읽는 세 가지 비평적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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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22일, 영화인비상정책포럼의 주도로 영화인 503명이 현 정부와 각당 대선 후보들에게 한국영화 위기 극복을 위한 비상정책을 제안했다. 503명의 제안자들은 성명을 통해 “2020년 이후 코로나19로 인한 극장 매출 감소는 상영관 중심의 독과점 특수를 누리던 국내 영화산업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했으며, 정부 지원이 필요한 창작자와 중소 제작, 배급사, 상영관의 경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악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현실”이라고 사태의 심각성을 짚었다. 3월1일 기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측이 제안문에 회신했고 심상정 정의당 후보 캠프도 답변 의사를 전달한 상태다. 충무로의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회장 이은 명필름 대표는 “쇄신에 대한 절실한 의지를 보여줄 시기”라며 이번 제안서에 뜻을 모으게 된 이유를 밝혔다. 이은 회장, 그리고 신임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위원인 최낙용 한국예술영화관협회 대표(영화사 풀 대표)와 김이석 동의대학교 교수
영화인비상정책포럼에서 만난 3인,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회장 이은, 한국예술영화관협회 대표 최낙용, 동의대학교 영화학과 교수 김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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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의 오랜 동지들과 뉴커머
<일장춘몽>에는 박찬욱 감독의 장편영화에 꾸준히 참여해왔던 스탭진이 합류해 박찬욱 감독의 영화 세계를 만들었던 아티스트들의 인장을 이어간다. 먼저 박찬욱 감독 영화의 무드를 완성할 프로덕션 디자인은 <올드보이> <쓰리, 몬스터>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박쥐> <아가씨> <헤어질 결심>을 함께한 류성희 미술감독이 그대로 배턴을 이어받았다. 그에게 박찬욱 감독은 “늘 새로운 이야기로 새로운 세계를 만들고자 하는” 인물이며, “나 역시 스탭이면서 같이 창작하는 입장에서 그런 작업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동참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김우형 촬영감독은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 이후 <일장춘몽>으로 박찬욱 감독과 재회했다. “촬영감독이 지켜야 할 중요한 덕목은 연출자가 원하는 것을 잘 파악하는 것이다. 박찬욱 감독은 의견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창작자이기
박찬욱 감독의 오랜 동지들과 뉴커머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