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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지브리의 탄생 과정과 알려지지 않은 에피소드들이 흥미진진하게 소개되는 <지브리의 천재들>이란 책이 최근 국내에도 출판됐다. 책은 지브리 탄생의 주축이 된 두명의 천재, 타카하타 이사오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을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지만 가만히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또 한명의 천재가 눈에 들어온다.
바로 책의 저자이자 현재 스튜디오 지브리를 맡고 있는 살림꾼, 스즈키 도시오 프로듀서다. 스즈키 도시오는 자신의 역할을 “두 천재가 잘 움직이게 만드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라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그가 걸어온 길이 곧 지브리의 역사이자 일본 애니메이션의 한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야와 마녀> 개봉을 앞두고 스즈키 도시오 프로듀서와의 국내 단독 인터뷰를 전한다.
-스튜디오 지브리가 6년 만에 제작한 신작이다. 어떻게 애니메이션화를 결정했나.
=도쿠마 서점의 아동서적 편집자가 매달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내게 아동서적 신간을 보내준다. 나는 불성실해
'아야와 마녀' 스즈키 도시오 프로듀서, “작품은 혁신적으로, 사업은 신중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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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완성되기 전에는 지브리 내에서도 걱정이 많았지만 결과물을 보고 나선 대부분 호의적이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도 재밌다고 해주셨다.” 지브리 역사상 첫 3D CG로 제작된 <아야와 마녀>는 지브리의 부활, 그리고 미래를 향한 첫걸음이다. 미야자키 고로 감독은 가능성과 숙제를 동시에 안긴 이번 작품의 핵심에 대해 이렇게 정리했다. “2D, 3D 어떤 걸로 만들건 모두 지브리의 작품이다. 시대에 따라 바뀌겠지만 언제 어떤 형태라도 지브리의 정신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코쿠리코 언덕에서> 이후 <아야와 마녀>로 오랜만에 돌아왔다.
=2014년 <NHK>에서 방영된 <산적의 딸 로냐>가 있었지만 극장용 장편은 오랜만이다. 원작인 <이어위그와 마녀>를 봤을 때 주인공 아야가 마음에 쏙 들었다. 스테레오타입의 착한 아이가 아니라 사람을 조종해서 본인의 바람을 이루고자 하는, 힘이 있는 아이다. 일본은 점점 노
'아야와 마녀' 미야자키 고로 감독, “지브리엔 보수와 혁신이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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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제작 중단을 선언했던 스튜디오 지브리가 6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발굴하고 스즈키 도시오가 제작을 맡았으며 미야자키 고로가 연출한 <아야와 마녀>는 그야말로 모든 면에서 새로운 도전이다. 스튜디오 지브리 최초의 3D CG애니메이션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차라리 이 작품은 앞으로 지브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어떻게 시대에 맞춰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묻어나는 응답처럼 보인다. 과연 이번에도 지브리의 마법이 관객의 마음을 행복하게 적실 수 있을지, <씨네21>에서 단독 공개하는 마녀의 작업실 콘티 작화와 함께 미스터리한 아야의 집으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마법은 어떻게 쓰는 걸까.” 마녀와 함께 살게 된 소녀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묻는다.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순정만화의 대명사 캔디라면 “꿈을 잃지 않으면 언젠가 이뤄진다”고 답했을 것 같다.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발견할 줄 아는 곰돌이 푸라면 “매일이 행복하진
스튜디오 지브리의 '아야와 마녀', 변모하는 동심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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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처음 만난 날이 궁금하다.
존 추 너무 긴장해서 전날 밤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내가 린마누엘을 만나다니! 거의 토할 뻔했다. 만나고 보니 따뜻한 사람이었는데. (웃음) 린은 만나자마자 “아내와 <스텝업2: 더 스트리트>를 개봉 첫주에 봤다”고 말했다. (웃음) 그때부터 긴장이 풀렸다. 우리는 나이도 비슷하고, 비슷한 삶의 레퍼런스가 많았다. 가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린의 아버지는 나의 아버지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많더라.
린마누엘 미란다 잠깐, 비슷한 나이가 아니라 우리는 동갑이다. (일동 웃음) 아버지는 1980년대에 뉴욕대학교에 다니기 위해 푸에르토리코에서 미국에 왔다. 언제나 돌아가려고 했는데 엄마를 만났다. 그래서 나는 뉴욕에서 자랐다. 하지만 ‘부모님이 고향에 있었더라면?’이라는 질문이 떠나지 않았다. 이민자들이 공유하는 이야기가 있다. 부모님이든, 조부모님이든 미국에 와서 누구도 하려고 하지 않는 일을 하며 자식만큼은 더 나은 삶을
존 추, 린마누엘 미란다 인터뷰 "이민자들이 공유하는 삶의 레퍼런스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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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인 더 하이츠>는 뮤지컬 <해밀턴>의 극본, 작사, 작곡, 주연(초연)으로 이름을 알린 린마누엘 미란다의 브로드웨이 데뷔작으로 2008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다. 남미계 이민자들이 모여사는 뉴욕주 맨해튼의 워싱턴하이츠를 무대로 삼아 고단한 삶 속에도 모두가 마음 한켠에 품은 꿈과 희망을 노래한 뮤지컬로, <스텝업> 시리즈와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을 연출한 존 추 감독의 지휘 아래 영화화됐다. 팬데믹으로 인해 1년 이상 개봉을 기다린 <인 더 하이츠>는 원래 2020년 8월 개봉예정이었기에, 존 추 감독과 린마누엘 미란다와의 인터뷰는 지난 2020년 2월에 진행됐다. 같은 날 만난 출연진 안소니 라모스, 코리 호킨스, 멜리사 바레사, 레슬리 그레이스와 나눈 이야기를 통해 뮤지컬영화 <인 더 하이츠>를 살짝 엿보았다.
영화 및 TV시리즈의 평점을 신선도로 표시하는 웹사이트 로튼 토마토 닷컴에 따르면, <
영화 '인 더 하이츠', 뉴욕 워싱턴하이츠에 바치는 러브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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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알프스’라고 불리는 안시에서는 매년 6월 세계 최대의 애니메이션영화제가 열린다.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이하 안시영화제)는 1960년 칸국제영화제가 애니메이션 부문을 독립 발족한 애니메이션인들의 축제다. 안재훈 감독의 <무녀도>는 2020년 제44회 안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심사위원특별상–콩트르샹을 거머쥐었다. 이 작품은 6월 17일 개막하는 올해 평창국제평화영화제(이하 평창영화제) 개막작으로도 선정돼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무녀도>는 김동리 작가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귀가 먼 딸을 홀로 키우는 무당 모화(소냐)가 주인공인 장편애니메이션이다. 가난으로 절에 보낸 어린 아들이 기독교도가 되어 나타나고, 모화는 아들의 종교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모화는 “세상이 급변하야 천지신명은 사라지고” 자신의 신력이 떨어져가고 있음을 느낀다. 이런 가운데 한이 어린 뮤지컬 넘버가 흐른다. <무녀도>는 주제와 음악의 힘뿐
안시가 주목한 두 애니메이션 감독의 대담…“다른 환경, 인간에 대한 다른 태도가 한국 애니메이션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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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사이에 둔 값진 생각, 영화인과 나눈 특별한 대화를 기록한 책들을 소개한다. 구술의 형태를 띤 글이라 읽기 편하고, 대화의 현장에 있는 것 같은 생생함도 느낄 수 있는 책들이다.
먼저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은 네이버 오디오클립의 인기 콘텐츠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의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범죄 심리학자 이수정 교수와 <씨네21>의 이다혜 기자가 진행하는 이 오디오 방송은 범죄영화에 묘사된 여성 및 아동 피해자의 입장을 분석하는 등 새로운 범죄영화 감상법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가스등> <적과의 동침> <사바하> <곡성> <미저리> <기생충> <조커> 등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데, 이를테면 <미저리> 편에선 이수정 교수가 주인공 애니 캐릭터를 “경계성 성격 장애와 사이코패스의 중간 지점에 있는 사람”이라 분석하고,
'특별한 대화들', 영화를 사이에 둔 값진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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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사랑하는 수만 가지 방식 중 하나는, 영화의 출발점이 된 시나리오를 읽으며 글이 이미지로 전환되는 과정을 나름의 상상력을 갖고 유추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오리지널 각본에 콘티, 인터뷰, 제작기, 미공개 사진 등을 추가한 각본집을 디자인까지 보다 공을 들여 일종의 굿즈처럼 기획해 내놓기도 한다.
먼저 <사계절 이야기: 에릭 로메르 각본집>은 2020년 에릭 로메르 탄생 100주년이자 10주기를 맞아 기획된 각본집이다. 에릭 로메르는 “네 영화의 구조와 문제의식 속에서 유사성과 상반성, 대칭성이 발견된다”라고 자신의 사계절 연작을 소개한다. 길경선 번역가가 옮겨낸 시나리오는 물론 표지와 책 등을 가로지르는 일러스트 디자인에 사계절의 흐름이 녹아 있다.
<미쓰 홍당무 각본집>은 <보건교사 안은영> <비밀은 없다>를 감독한 이경미 감독의 원류를 발견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오리지널 각본은 물론 <잘돼가? 무엇이든>으로 영화
'글로 보는 영화', 영화의 출발점이 된 각본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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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책이되 영화책이 아니다. <우연히, 웨스 앤더슨>의 부제는 ‘그와 함께 여행하면 온 세상이 영화가 된다’로,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실제 장소의 사진을 모은 사진집이다. 책의 저자인 월리 코발은 2017년 인스타그램에 ‘우연히 웨스 앤더슨’이라는 뜻의 @AccidentallyWesAnderson 커뮤니티를 개설했다. 그 뒤 전세계에서 140만명 넘는 이들이 자신이 발견한 ‘웨스 앤더슨 같은 공간’의 사진을 보냈다는 것이 이 책의 시작이다.
웨스 앤더슨 영화에서 튀어나온 듯하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문라이즈 킹덤> <로얄 테넌바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같은 웨스 앤더슨의 영화는 캐릭터의 내면을 현학적이면서도 적확하게 표현한 듯한 의상과 세트 등 미술적 요소로 이름이 높다. 특히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파스텔 톤으로 알록달록한 화면이 주는, 화면만 봐도 단내가 훅 끼쳐오는 듯한 영상으로 이
<우연히, 웨스 앤더슨>, '웨스 앤더슨풍 비주얼'을 모은 사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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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로메르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도덕과 계절의 연작, 비극보다는 희극, 영화 애호가이자 비평가였던 그를 생각한다. 우리에게 로메르는 도덕과 욕망의 순례자였고, 예술적 호기심의 다양성 자체였다. 그의 작품이 주는 단아하고 가벼운 리듬과 심오하고 낭만적인 문체는 그를 ‘현대적이고 문학적인 연출가’로 완성시켰다. 그러고 보니 그 어떤 정보도 영화의 바깥쪽을 가리키지 않는다. 개인으로서 그가 무슨 에피소드를 지녔는지 우리는 듣지 못했다.
이를테면 마리 리비에르, 아리엘 돔바슬, 로제트, 파스칼 오지에와 같은 여배우들과 그의 필모그래피를 연대기적으로 연결해서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마치 <에릭 로메르: 은밀한 개인주의자>라는 이 책의 제목처럼 그의 면면은 은밀하게 감춰져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의 전기가 발간된다는 소식은 놀라웠다. 로메르가 자신의 글쓰기 전략을 어떻게 숨겼으며 스스로의 흔적을 지웠는지를 설명하는 진실의 지표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저자인 앙투안
<에릭 로메르: 은밀한 개인주의자>, 로메르에 대한 진실의 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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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을 나온 후에 오랜 시간 영화를 생각하는 사람을 시네필리아로 정의한다면, 크리스토퍼 놀란이야말로 가장 많은 시네필을 만들어온 감독이다. 그의 신작이 개봉할 때마다 관객은 복잡한 내러티브를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혹은 모호한 타임라인을 정리한 누군가의 정밀한 분석을 찾아다니며 아날로그를 선호하는 감독의 성향을 엿볼 수 있는 촬영 비화를 듣고 싶어 한다. 하지만 크리스토퍼 놀란은 대중적인만큼 그의 영화를 규정하는 몇 가지 키워드에 사로잡혀 오인하기 쉬운 감독이기도 하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를 다각적으로 분석한 미·영 영화학자들의 글 17편을 수록한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는 그의 작품을 각기 다른 렌즈를 투과해 조망하며 그간 간과됐던 시야의 사각지대를 들춘다. 해당 영화의 관련 스틸 등이 없이 비평 텍스트로만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가볍게 읽힐 책은 아니다. 17편의 글에는 서로 중복되는 논의도 서로 상충되는 주장도 결론으로 가기 위한 비약도 이따금 밟힌다. 하지만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 다각적으로 분석한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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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키 키린의 말>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배우 키키 키린의 대화를 담은 책이다. 지난 2018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키키 키린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영화의 단골 출연배우였다. <걸어도 걸어도>(2008)를 시작으로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2011),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 <태풍이 지나가고>(2016), 그리고 유작인 <어느 가족>까지 고레에다 감독이 연출한 6편의 영화에 출연해 주인공의 어머니와 할머니를 연기했다.
출연 비중이 크진 않지만, 이야기에 리얼리티를 불어넣는 세심한 일상 연기 덕분에 그의 존재감은 보이는 것 이상으로 컸다. 키키 키린과 함께 작업했던 지난 10년 동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잡지 <스위치>를 통해 키키 키린과 여섯 차례 긴 인터뷰를 했다. <키키 키린의 말>은 <스위치>의 인터
<키키 키린의 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배우 키키 키린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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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유튜브 채널에 조현나 기자와 송경원 기자가 출연해 영화 평론에 대해 대담한 영상이 있다. 이 영상에서 조현나 기자는 영화를 자기식대로 재구성하는 것을, 송경원 기자는 영화를 보고 자신의 반응을 쓰는 일종의 에세이를 평론이라 말한다. 재구성과 에세이. 이 두 가지 관점을 글로 쓰는 영화 비평에 적용하면 비평은 영화에 물리적 훼손을 입히지 않은 상태에서 작성이 가능하다. 영화를 눈으로 보고 머릿속에 든 생각을 손으로 키보드를 쳐서 정리하면 비평이 완성된다.
만약에 영화 파일을 다운받아서 글이 아닌 영상으로 비평을 만든다면 어떻게 될까? 영화를 훼손하진 않고서는 답이 없다. 이때 마우스는 칼이 되고 영화 파일을 자르고 이미지와 사운드를 분리 및 해체하고 복사하고 붙여넣기를 반복한다. 재구성된 영화의 모습은 멀리서 보면 패치워크나 콜라주 혹은 프랑켄슈타인을 연상시킨다. 새롭게 태어난 영화. 김혜리 기자의 책 제목(<김혜리 기자의 영화야 미안해>)처럼 영
<비디오 에세이 만들기>, “먼저 만들어보고, 나중에 생각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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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주 다네와 나눈 대화에서 당신은 영화가 없었다면 이야기를 가질 수 없었을 것이며, 영화에 빚을 졌기 때문에 <영화의 역사(들)>로 영화에 빚진 것을 갚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중략) 발터 벤야민은 만일 구원해야 할 것이 지금 구원받지 못한다면 완전히 사라져버릴 위험이 있다고 했는데, 당신의 작품은 영화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유세프 이샤그푸르의 말에 장 뤽 고다르가 답한다. “확실히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이 말을 정리하면 장 뤽 고다르는 영화에 진 빚을 갚기 위해(영화 또한 장 뤽 고다르에게 빚졌다고 말할 수 있다), 일종의 영화를 구원하는 행위로서 100년의 영화 역사를 돌아보는 거대한 프로젝트 <영화의 역사(들)>에 착수했다. 고다르가 1988년부터 1998년까지 10년에 걸쳐 만든 <영화의 역사(들)>는 고다르의 후기 영화를 말할 때 중요하게 언급되는 작품이다. 이 영화를 만든 직후 고다르는 비평가 이샤그푸르와 이 영화에
<영화의 고고학: 20세기의 기억> , 장 뤽 고다르의 '영화의 역사(들)'에 대한 대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