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반기 최대의 화제작이자 마블이 해내지 못한 것을 해낸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4위에 올랐다. 중국계 미국 이민자 에블린(양자경)과 대학생 딸 조이(스테파니 수)의 갈등에서 출발하는 이 기발한 영화는 다중우주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모범답안을 제시한다.
“코미디와 감동을 크로스 오버하고, 홍콩 액션과 미국 팝문화를 결합해 가족 드라마로 마무리하는”(허남웅) 이 영화는 “눈알과 베이글, 우주 최악과 우주 최강 등 삶의 희로애락을 단순하게 은유하면서 의미를 반전시키며 확장해나간”(김수영) 끝에 웃음과 눈물과 감동 그 이상의 영화적인 희열로 가득 차 있다.
그 상태야말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최대 미덕이자 본질인데, “뚱하고 재미있고 아름다운 것들이 지나치게 빽빽하게 들어가 터질 것만 같다”(듀나). 그리고 그 팽창된 우주가 더없이 매력적이고 흥미롭다. 평자들은 이 영화가 블록버스터를 압도하는 B급의 미덕으로 무장했다는 점
[기획] 2022년 해외영화 BEST 4위,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
“무자비할 정도로 압도적이다.”(정지혜)
폴 버호벤 감독의 <베네데타>는 17세기에 실존한 한 수녀의 삶을 그리며 역사학자 주디스 C. 브라운의 책 <수녀원 스캔들: 르네상스 이탈리아의 한 레즈비언 수녀의 삶>을 바탕으로 한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부터 논쟁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하지만 폴 버호벤은 단지 자극적인 소재에 탐닉하는 종류의 연출자와는 거리가 멀다. 문제적 인물을 중심에 세워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폴 버호벤의 도발은 이번에도 여전하다. 평자들의 지지는 감독의 꼿꼿한 고집과 논쟁적인 소재 한가운데에 가득한 영화적 활력과 모종의 에너지에 쏠렸다.
“84살의 감독은 종교의 성스러움과 성적인 욕망 사이에 갇힌 인간의 고뇌를 탐구하는 데 있어 그 어떤 멈칫거림과 두려움 없이 직선으로 달린다. <베네데타>는 연륜과 경험이 꺼지지 않는 창작의 에너지와 만났을 때 나올 수 있는 획기적인 결과물”(허남웅)이다. 동시에 “불성을 신성의 필요조건으로 삼는
[기획] 2022년 해외영화 BEST 3위, ‘베네데타’
-
<우연과 상상>이 소박한 가운데 특유의 호흡으로 하마구치 류스케의 본질에 가닿았다면 <드라이브 마이 카>는 훨씬 세련되고 정제된 아름다움에 도달한다.
2014년 국내에서 출간된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집 <여자 없는 남자들>에 수록된 동명의 단편소설을 각색한 이 영화는 74회 칸영화제 각본상에 이어 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하며 “하마구치 류스케 본인뿐만이 아니라 일본영화 전체를 재평가하게”(김철홍) 만들었다.
그야말로 “하마구치 류스케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선언한 작품”(이주현)으로 꼽기에 손색없는 결과물인 셈이다. 동시에 적지 않은 평자들이 “작정한 걸작과 여유로운 소품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근사했다”(이보라)며 둘 중 한 작품의 손을 들어주는 데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 우열의 문제라기보다는 취향과 시기에 따라 갈라질 수밖에 없는 평가 앞에서 <드라이브 마이 카>는 고유의 리듬을 통해 우리를 매혹한다.
“
[기획] 2022년 해외영화 BEST 2위, ‘드라이브 마이 카’
-
이 정도면 하마구치 류스케 신드롬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올해 칸영화제와 베를린국제영화제를 석권한 하마구치 류스케의 영화가 나란히 베스트5에 안착했다. <우연과 상상>과 <드라이브 마이 카> 중 어떤 영화에 좀더 끌리는지에 따라 취향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된다고 해도 좋겠다. 미세하게나마 평자들의 지지가 쏠린 건 <우연과 상상>쪽이었다.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우연과 상상>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창작의 결정적 순간을 포착한 마법 같은 작품이다. <마법(보다 더 불확실한 것)> <문은 열어둔 채로> <다시 한번>으로 이어지는 3편의 단편을 묶은 옴니버스인 이 작품은 “예상치 못한 정념을 끌어올리는 마법 같은 화술”(김수영)을 선보인다. “헤어지거나 어긋나는 인물을 영화적 상상으로 강제해 중지시키려는 안간힘을 지지하고픈”(김성찬) <우연과 상상>은 범상한 일상에
[기획] 2022년 해외영화 BEST 1위, ‘우연과 상상’
-
-
기자, 평론가들이 선정한 2022년 해외영화 10선
※ 필자별 올해의 해외영화 베스트 5
*이어지는 기사에 씨네21 선정 2022 BEST 해외영화 기사가 계속됩니다.
[기획] 2022 올해의 해외영화, 하마구치 류스케의 해
-
한재덕 사나이픽처스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여름 시장을 과감히 공략하며 “<헌트>와 이정재의 비상을 이끈 제작자”(김수영)다. 올해의 제작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에 한재덕 대표는 “영광이다”라며 운을 띄웠다. “<헌트>의 배우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이정재 감독이 연출을 맡도록 부추긴 감이 있는데, 내 눈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입증해준 것에 대한 감사함이 크다.”
8월10일 개봉한 이래 <헌트>는 총 435만 관객의 선택을 받았다. “일반적인 첩보영화와 다르게 두명의 안타고니스트가 같은 목적을 갖고 질주한다는 점, 액션도 나쁘지 않았고 배우 정우성과 이정재가 오랜만에 한 작품에서 합을 맞췄다는 점을 좋게 봐주신 듯하다. 무엇보다 이정재 배우가 ‘언제 이렇게 연출을 했나?’라며 흥미롭게 지켜본 관객이 많았다. 이정재, 정우성 배우가 마케팅 측면에서 정말 애를 많이 썼다. 두 사람 덕분에 100만명은 더 들지 않았을까. 가히 둘의 승리라고 말하고 싶다.
[기획] 2022 올해의 한국영화 제작자, ‘헌트’ 사나이픽처스 한재덕 대표
-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의 지독함은 감정을 극단의 지점까지 밀어붙였다는 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배우의 밑바닥을 긁어내는 무시무시한 장악력은 근본적으로 “불필요한 대사와 행동을 삭제한 절제미와 주제를 응축시키는 구심력”(이현경)으로부터 반동을 키웠다. 모녀 관계의 병적인 풍속도를 직시한 김세인은 “신인의 예각과 기성의 절제력을 동시에 갖춰 차기 한국영화계를 이끌 것이라 확신시키는 예민하고도 아린 감성”(홍수정)의 소유자, “양말복 배우와 함께 선정되어 특별히 기쁘다”는 김세인 감독은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의 초기 제작 단계에서 “수경이 사이코패스가 아니냐, 란 말을 들을 정도로 두 여자를 비난하거나 이상하게 보는 시선과 싸워”왔다.
그는 “자기 자신을 더 많이 사랑하는 중년 여성들, 주체성을 찾아가려는 여성들이 너무 강하거나 혹은 너무 약하다는 이유로 쉽게 손가락질당하는 현실의 세태”에 오기를 다졌다.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기획] 2022 올해의 한국영화 신인감독,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김세인 감독
-
<윤시내가 사라졌다>에서 가수 윤시내의 이미테이션 가수인 ‘운시내’는 배우 노재원의 학교 근처 노래방에서 탄생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 오디션을 볼 때 노래방에서 강산애의 <라구요>를 녹음해 보냈는데 다행히 김진화 감독이 그걸 좋게 봐줬다. 그 뒤로 여러 노래를 불러봤는데 내게 가장 잘 맞는 노래가 윤시내의 <열애>더라. 이미테이션 가수긴 하지만, 어떻게 나로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거의 하루에 한번은 코인 노래방에 들러 <열애>를 불렀다.”
첫 장편이자 첫 개봉작인 <윤시내가 사라졌다>에 대한 노재원의 애정은 남다르다. “준옥과 비슷한 점이 많다. 나 역시 입시나 캐스팅 과정에서 실패를 많이 겪어봤고, 그래서 준옥에게 많이 동요됐다. 얼마 전 부산 해운대에서 앉은 자리에서 1시간10분 동안 버스킹 공연을 봤다. 너무 추웠고, 그의 공연이 완벽하지 않았는데도 진심을 담아 노래하는 게 꼭 준옥 같았다. 그때 김
[기획] 2022 올해의 한국영화 신인 남자배우, ‘윤시내가 사라졌다’ 노재원
-
양말복 배우는 “올해의 신인 여자배우로 선정됐다니, 새로 태어난 느낌”이라며 밝은 목소리로 기분을 전했다. “모자란 부분이 있지만 그럼에도 지금까지 해오던 일을 계속 해도 괜찮겠다는 믿음이 생겼다.”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에서 “표독스럽게 몰아붙이다가도 우울하고 지친 기색이 스치는 양말복의 얼굴은 올해 스크린에서 만난 얼굴 중 가장 강렬했다”(배동미).
숱한 연극과 단편 영화, 장편 영화의 조·단역으로 출연했지만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에서 딸 이정(임지호)과의 애증 관계를 노련하게 그려내 주목받았다는 점에서, 베테랑 배우임에도 “‘발견’이라는 의미에 딱 부합한다”(정지혜). 연기를 그만두려던 힘든 시기에 “손 내밀어준 김세인 감독 덕에” 작품에 참여하게 됐고 그렇게 만난 수경이란 캐릭터에 자신의 삶을 많이 대입시켰다. “수경과 이정은 분명 내 삶의 나이테에서도 존재했던 관계다. 때문에 수경을 연기하며 나의 삶과 배우라는 직업을 정리해볼 수 있
[기획] 2022 올해의 한국영화 신인 여자배우,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양말복
-
“상호보완적으로 완벽한 버디 라이터”(이자연)인 정서경 작가(사진)와 박찬욱 감독. “잠깐 나오는 캐릭터의 대사 한마디에서 해당 인물의 지나온 시간을 유추하게 하는 능력은 이들의 20년 가까운 공동작업이 쌓아올린 성과”(허남웅)다. 특히 정서경은 박찬욱의 영화에 여성 인물의 개성과 충동, 시대정신에 기반한 설득력 있는 내적 동기와 동화적 아름다움을 동시에 부여하면서 독자적인 명성을 쌓아왔다.
<헤어질 결심>은 특히 고유한 물성을 지닌 정서경표 명대사들이 세간에 부지런히 회자되었다. 그는 “사랑한다는 말을 사랑과는 맥락상 거리가 먼 일상적 언어로 표현”했고, 그렇게 해준(박해일)의 “저 폰은 바다에 버려요”가 나왔다. 최근 정서경 작가는, 이 대사가 단순히 오늘날 장르영화에서 테크놀로지 사용이 불가피한 측면만 반영한 것은 아니며 “우리가 핸드폰을 사용할 때 마치 상대방을 바라보는 것처럼 보고, 그 안에 누군가가 들어 있는 것처럼 대한다는 것. 겉보기엔 너무나 현대적인 산
[기획] 2022 한국영화 올해의 시나리오, ‘헤어질 결심’ 정서경, 박찬욱
-
눈뜬 망자의 시선과 한창 문자를 입력 중인 핸드폰의 시점으로 우리는 <헤어질 결심>에서 수사와 사랑의 미스터리에 달뜬 얼굴들을 보았다. 김지용의 카메라는 “미장센이 곧 캐릭터인 박찬욱의 세계에서, 매 장면 잘 재단된 회화처럼 이야기의 빈칸을 채워넣는 역할”(장영엽)을 해냈다. 2021년 3월 크랭크업 후 꽤 시간이 흘렀지만 “특히 엔딩의 바닷가 장면은 잊을 수 없는 과제”였다고 김지용 촬영감독은 회상했다. “온전히 컨트롤할 수 없는 자연의 영역, 실제 촬영본 이상을 살려낸 VFX와 사운드 등 후반작업의 공이 컸다. 모두가 협업해야만 나올 수 있는 결과물이었기에 이 기회에 꼭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특히 많은 관객이 인상적으로 본 <헤어질 결심>의 독특한 시점숏들에 관해 김지용 촬영감독은 “망자의 시점에서 출발해 핸드폰, 모니터, 생선 등 약간 장난스러운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는데, 박찬욱 감독님이 이야기의 갈피마다 그것을 잘 녹여 예술적 경지로 끌어올린 것”
[기획] 2022 한국영화 올해의 촬영, ‘헤어질 결심’ 김지용 촬영감독
-
<만추>(2010) 이후 ‘올해의 여자배우’는 이번이 두 번째. <헤어질 결심>에서 탕웨이는 피사체로서의 웅장함, 섬세한 해석과 여유를 유지하며 자신의 매력으로 캐릭터의 위상을 능가한다. “외국인이면서 한국말을, 가해자이면서 피해자를, 사랑하면서도 결국 헤어져야 하는 그 아이러니한 조건을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경지”(허남웅)로 “단숨에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꼿꼿한 서래로 완벽하게 존재”(김수영)한 그에게 많은 이들이 압도당한 이유다.
“해일씨와 나 사이엔 암묵적인 이해가 있었다. 언어적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처음엔 번역기를 썼지만 현실의 번역기가 우리 영화에 나오는 앱보다 좋지 않았다. (웃음) 번역을 포기하고 결국 Just let it be! 그랬더니 한두장의 사진과 한줄의 단어만으로도 충분히 통하게 되었다.” 헤어졌던 서래와 해준이 이포에서 재회하는 첫 장면은 그 과정에서 탄생한 긍지의 결과물이다. “어시장 장면에서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이 말없이 구두,
[기획] 2022 올해의 한국영화 여자배우, ‘헤어질 결심’ 탕웨이
-
박해일은 “칸영화제부터 지금까지 긴 호흡의 마라톤 레이스를 잘 달려온 기분”이라고 했다. “애정의 파고에 휩쓸리는 꼿꼿한 형사, 해준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홍수정)한 <헤어질 결심>부터 “침묵하는데도 힘이 있는 연기. 박해일만이 할 수 있는 이순신을 보여준”(이지현) <한산: 용의 출현>까지, 2022년은 박해일의 활약이 도드라진 해였다. 그 결과 “담백한 중년의 남성배우를 고심한다면 박해일은 그 이전과 이후가 떠오르지 않는 보기 드문 선택지”(장영엽)라는 찬사가 잇따랐다.
선정 소식을 들은 박해일은 “마침 올해 <씨네21> 표지에도 두 작품이나 선보였다”고 웃으며 “관객과 기자, 평론가분들께 이렇게 많은 관심과 지지를 동시에 받은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날 만큼 기쁜 한해의 끝을 보내고 있다”고 화답했다. “관객과 좋은 작품으로 만나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인데, 영화를 재밌게 본 관객의 N차 관람 또한 이어져 배우로서 짜릿할 때가 많았다.”
그
[기획] 2022 올해의 한국영화 남자배우, ‘헤어질 결심’ ‘한산: 용의 출현’ 박해일
-
“늘 그랬지만, 박찬욱만큼 안주하지 않는 거장도 없다.”(이주현) 평자들은 일제히 그의 끊임없는 변화에 주목했다. “작품을 거듭할수록 더 멀리, 더 예기치 못한 곳으로 나아가는 예술가도 존재한다는 점을 일깨우고”(장영엽), “신작을 발표할 때마다 관객의 예상치를 벗어나는 새로움이 다루는 소재에 맞춰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허남웅)는 것.
박찬욱의 무량 세계는 자신의 터를 허물고 다시 짓는 과정에서 비로소 놀라운 풍경에 둘러싸인다. 박찬욱 감독이 정밀하게 가공한 <헤어질 결심>의 리얼리티 속에선 낭자한 유혈이나 금기로 얼룩진 섹스 없이도 사랑과 복수, 욕망의 각축전이 벌어진다. 기지가 번쩍이는 시점숏과 매치컷, 줌과 패닝의 절제된 사용으로 고전의 품위를 풍기는 <헤어질 결심>의 양식미에 “‘시네마’의 언어, 표현 특성을 다루는 능력이 경지에 올랐다”(장병원)는 찬사도 따랐다. 막상 들여다보면 12개의 주머니가 달린 희한한 양복 같은 이 영화를 “올해 나온 한국
[기획] 2022 올해의 한국영화 감독, ‘헤어질 결심’ 박찬욱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