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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박스 오피스(Home Box Office). 유료 케이블 네트워크 <HBO>는 집에서도 영화관과 같은 경험을 선사하겠다는 포부를 안고 1972년 출발했다. 1975년 무하마드 알리와 조 프레이저의 경기 등 생생한 복싱 중계로 명성을 얻은 <HBO>는 이후 케이블TV가 미국 전역에 확산되자 콘텐츠 제작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는 시사코미디쇼의 시조 격인 <뉴스는 아닐지도>(Not Necessarily the News), 시트콤 <래리 샌더스 쇼>와 <드림 온>이 수익을 냈다. 그리고 1990년대 후반, 모두가 아는 <HBO>의 전성시대가 열렸다. “TV가 아니라 <HBO>입니다”라는 슬로건을 유행시키며 <섹스 앤 더 시티> <소프라노스> <왕좌의 게임> <석세션> 등 ‘영화 같은 시리즈’라 불리는 일련의 작품들이 등장했던
[특집] HBO 해부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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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에 따르면, 챗GPT 이미지 생성 기능이 업데이트된 후 1억3천만명이 7억개의 이미지를 만들었다. 특히 지브리풍 이미지를 생성하는 게 유행처럼 번져갔다. 자신의 얼굴을 지브리 그림체로 바꾸거나, 유명 장면을 애니메이션처럼 재현해 SNS에 공유하는 식이다. 그러자 비슷한 질문이 자주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거 법적으로 문제없나요?”
결론부터 말하면 현행법으로는 문제 삼기 어렵다. 지브리 스타일은 법이 보호하는 대상이 아니다. 저작권법은 구체적인 ‘표현’을 보호하지만, 그 표현을 가능하게 하는 ‘스타일’은 보호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하울’이나 ‘토토로’ 캐릭터를 그대로 베끼면 불법이지만, 지브리 느낌만 담긴 새로운 이미지는 불법이라고 보기 어렵다. 왜 스타일은 보호받지 못할까? 창작자 입장에서는 억울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법은 창작을 방해하려는 것이 아니라 창작이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 스타일을 누구나 쓸 수 있도록 열어뒀다. 특정 스타일을 법으로 독점하는 순간 그 스타일
지브리 그림체로 프로필 사진을 만들어도 문제없나요? - 저작권법은 화풍을 보호하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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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이니까 올려봅니다.” AI에 비판적인 초로의 인문학자의 프사(이하 프로필 사진)까지 지브리풍으로 바뀐 것을 보니 모골이 송연해진다. 지브리풍이 함의하는 평화와 선함, 자연과의 공존, 공동체 연대가 정말 갈급했나보다. 그러나 지브리풍으로 도배된 프사는 더이상 한 개인을 상징하는 이미지가 아니다. 챗GPT가 만든 ‘지브리 스타일’(이하 지브리풍)의 ‘가상’(시뮬라크르)일 뿐이다.
오픈AI가 지난 3월25일 공개한 GTP-4o 이미지 생성 서비스 열풍은 2주가 넘어가는 지금도 여전하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출시 직후부터 거의 매일 SNS 서비스 X(옛 트위터)를 통해 “그래픽처리장치(GPU)는 녹고 있다”라거나 “제발 이미지 생성 서비스 이용을 조금만 쉬어달라. 1시간에 100만명이 가입했다”라며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올트먼은 지난 4월4일, 원래 계획보다 수개월 앞당겨 GPT-5 출시를 예고했다. 브래드 라이트캡 최고운영책임자(COO)도 같은 날 X에 “
우리 시대의 무의식 - 지브리풍 챗GPT이미지 생성 열풍과 생각의 무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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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기술은 우리의 예상을 가볍게 뛰어넘어, 상상하지 못했던 미래로 데려간다. 오픈AI가 GPT-4o를 업데이트하면서 세상이 온통 지브리 스타일로 도배 중이다. 원하는 이미지를 맞춤형으로 그려주는 기술 자체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중립적인 결과물이다. 예측할 수 없었던 건 왜 많고 많은 화풍 중 유독 ‘지브리’ 화풍이 (특히 한국에서) 대유행일까 하는, 사용 방식이다. (<데스노트>의 사신 류크의 대사를 빌린다면) “역시 인간은 재미있다”. 이 카오틱한 존재의 행보를 AI 따위가 따라오려면 한참 멀었다.
몇 가지 짐작 가능한 이유는 있다. 우선 ‘지브리’ 스타일은 아날로그의 끝자락에 있다. <바람이 분다>의 4초짜리 군중 장면을 만들기 위해 1년 3개월을 투자하는 비효율의 극치다. 아이러니하게도 대중은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도구를 활용하여 그것으로부터 제일 먼 결과물에 당도했다. 그 거리가 멀수록 신기하고 매력적이므로. 여기엔 아날로그적인 수작업의 결과물 중
[기획] “챗GPT야, 이 사진을 지브리풍으로 바꿔줘” 놀이는 왜 논쟁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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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레틱>은 스콧 벡, 브라이언 우즈 감독이 10여년간 머릿속에서 굴리며 애정을 키워온 영화라고 들었다. 작품과 연을 맺은 계기는.
기존 촬영감독을 대신해 스콧 벡, 브라이언 우즈 감독의 전작 <65>의 재촬영을 도운 적이 있다. 그때 두 감독을 알게 됐는데, 어느 날 <헤레틱> 시나리오를 전해주더라. 그 후 제작이 진전되지 않는 것 같더니 2023년 미국작가조합, 영화배우조합의 파업이 전화위복이 되었다. A24는 독립영화 제작·배급사라서 파업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아 작업에 속도를 낼 수 있었다.
- 종교와 믿음이라는 거대한 테마를 집 한채 안에서 다루는 실내극이다. 시나리오는 어떻게 읽었나.
너무 대사밖에 없더라! 지문도 거의 없어 도대체 어떻게 찍으라는 건지 의문이었다. 두 감독에게 “그냥 라디오 드라마로 만들지 그래? 팟캐스트에서 2시간 동안 읽고 끝내는 건 어때?”라고 농담도 했다. (웃음) 하지만 그런 텍스트도 다르게
[인터뷰] 영화적 어둠을 구현하는 정교한 과정에 대하여 - <헤레틱> 정정훈 촬영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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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레틱>은 이단자를 뜻하는 원제 <Heretic>을 그대로 음차한 제목이다. 영화의 등장인물은 두 소녀와 한 남자. ‘시스터’ 반스(소피 대처)와 팩스턴(클로이 이스트)은 기독교계에서 이단으로 일컬어지기도 하는 ‘예수 그리스도 후기 성도 교회’, 일명 모르몬교를 전도하기 위해 리드(휴 그랜트)의 집을 방문한다. 남자는 모르몬경은 물론이거니와 지상의 모든 종교 경전을 독파한 양 교리들간의 유사성을 꼬집으며 소녀들의 신앙을 조롱한다. 현대 종교는 서로 참조하며 분화한 상품에 지나지 않으니 당신들의 독실함 또한 무력하다고 꾸짖는다. 반스와 팩스턴은 배교를 부추기는 언설에서 나아가 감금까지 시도하는 리드에게서 도망치려 하고, 리드는 그런 두 사람을 두개의 문 앞에 데려다놓는다. 길 잃은 어린 양을 인도하려다 그 우리에 갇히고만 선교사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믿을 것인가, 믿지 않을 것인가. 반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싶어 하지만 팩스턴은 타협을 탈출구로 여긴다.
A24의 독특한 공포영화 <헤레틱>을 즐기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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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레틱>은 보이는 것만 믿는 자와 보이지 않는 것도 믿는 자의 대결이다. 긴 말싸움과 잠깐의 몸싸움으로 공포를 조성하는 이 영화는 지난해 말 북미 개봉 후 A24 배급작 중 역대 7번째 흥행작이 되었다는 명성을 얻으며 <유전> <톡 투 미> 같은 화제작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시나리오작가이자 <65>를 쓰고 연출한 감독 콤비 스콧 벡과 브라이언 우즈는 오랫동안 제작을 고대해온 작품으로 이런 성과를 거뒀다. 그리고 그 과정을 함께한 촬영감독이 바로 정정훈이다.
말하지 말고 보여주라고들 한다. 하지만 말로 펼치는 난장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가 중요한 영화가 있다. <헤레틱>이 그렇다. 이 수다스러운 영화를 시각적으로도 충만하게 만든 장본인, 정정훈 촬영감독과 화상으로 나눈 대화를 리뷰에 덧붙인다. 다시 한번 리드의 저택 안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즐겨주시길.
*이어지는 글에서 공포영화 &l
[기획] 수다스러움에 속아 넘어가리니, A24의 독특한 공포영화 <헤레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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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를 대표하는 프리마돈나, 마리아 칼라스의 전기영화 <마리아>는 제81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첫선을 보인 뒤 제82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여우주연상-드라마 장르 부문,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 촬영상 부문 후보로 언급됐다. 전기영화 전문 감독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파블로 라라인 감독은 마리아 칼라스의 예술적 성취와 비극으로 점철된 <마리아> 이전에도 영부인 재클린 케네디의 삶을 그린 <재키>, 다이애나 스펜서 왕세자비가 주인공인 <스펜서>를 연출했다. <재키> <스펜서>를 거쳐 <마리아>로 이어지는 파블로 라라인의 여성영화 3부작에 관해 김소희 평론가가 면밀히 분석한 글을 전한다.
재클린 케네디와 다이애나 스펜서, 그리고 마리아 칼라스. 파블로 라라인은 시대를 상징하는 여성 아이콘의 이름을 영화를 통해 되새겨왔다. <재키>가 <스펜서>로 이어질 때 파블로 라라인의 욕
[기획] 내 죽음을 노래하리 - <마리아>와 파블로 라라인의 20세기 여성영화 3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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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년 만에 신작 <야당>과 함께 돌아왔다.
준비하던 작품이 있었는데 연이어 세편이 엎어지니 10년이 금방 가더라. 연출에 대한 바람은 늘 품고 있었다. 오랜만에 작품을 세상에 내놓고 나니 영화에 대한 열정과 연출에 대한 소중함이 더 깊게 와닿는다.
- 하이브미디어코프의 김원국 대표가 마약사범에 관한 기사를 보내준 게 시작점이 됐다고. 이후 상당히 살을 많이 붙인 듯한데 어떤 자료조사 과정을 거쳤나.
2021년 1월21일 즈음 김원국 대표님으로부터 기사를 건네받았다. 당시 마약에 관해 아는 바가 없었기 때문에 마약 수사대 형사들을 만나고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도 방문했다. 검찰에 관한 수사도 필요해 검사 출신 변호사들에게도 자문을 구했다. 그때 얻은 정보를 활용해 이야기를 만들었기 때문에 영화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상황이 실제 있었던 일을 기반으로 한다.
- 마약의 위험성을 알리고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이 이 영화의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영
[인터뷰] 절대 휴대폰을 보지 못하게, <야당> 황병국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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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마약판은 세 분류로 나뉜다. 약을 파는 놈과 그걸 잡는 놈, 그리고 그놈들을 엮어주는 나 같은 놈.” <특수본> 이후 14년 만에 황병국 감독이 배우 강하늘, 유해진, 박해준과 함께 마약 소재의 영화 <야당>으로 돌아왔다. 검찰, 경찰에 마약 세계의 정보를 전하는 자를 의미하는 제목처럼, 영화는 단순히 마약범을 검거하는 것이 아니라 검사와 야당, 마약 수사대 경찰이 얽히고설키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이들의 대립이 심화될수록 교묘히 이루어지는 마약 거래, 마약 투약의 위험성, 한국 검찰계의 비리가 서서히 드러난다. 개봉을 앞둔 <야당>에 관해 미리 살펴본 리뷰와 황병국 감독이 들려준 제작 비하인드를 정리했다.
형량 합의를 대가로 투약자에게 마약 거래에 관한 정보를 얻은 뒤, 강수(강하늘)는 경찰이 거래 현장을 실시간으로 덮칠 수 있도록 돕는다. 빈틈을 타 도주하는 범죄자의 차량을 거칠게 들이받으며 강수가 통쾌하게 웃고, 카메라는 강수로
[기획] 거침없이 내달린다, <야당> 오락적인 재미에 사회고발을 결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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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팔팔세대 50
2010년 750호
<씨네21> 창간 15주년 특집은 80년대 이후 출생한 이른바 ‘88세대’ 영화인을 소개하는 기사로 꾸려졌다. 88세대의 불안감이 팽배했던 시대, 그럼에도 한국영화 르네상스를 보고 영화인의 꿈을 꾼 이들의 활력은 한국영화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었다. 다양한 분야의 현장 스태프(스크립터, 회계, 무술, 스틸 작가, 포스터 디자인 등)와 매니지먼트, 수입·배급·홍보·마케팅사, 영화제, 비평 분야까지 너르게 시선을 넓혔다. 이어 799호의 ‘팔팔세대가 말하는 한국영화계의 지난 1년’ 특집기사에서는 그들을 다시 만나 각자의 변화를 물었다. 영화계를 떠나 인터뷰에 불참한 몇몇은 “영화가 하고 싶었지만, 의지만으로 생활을 해결할 수 없었다”라며 한국영화계의 불공정한 구조를 토로하기도 했다. 지금은 어떨까. 표준근로계약서와 주 40시간 근무제가 정착돼 변화의 바람이 분 이후, 다시금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봐도 좋겠다.
부산국제영화제
<씨네21> 베스트 기사30 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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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지금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2005년 527호
대학 영화과, 영화동아리, 영화아카데미 학생 211명에게 ‘한국영화의 오늘과 내일’이란 주제의
설문을 진행했다. 세 집단에서 공통으로 ‘가장 높게 평가하는 한국 감독’엔 박찬욱과 임권택이 언급됐으나 홍상수와 김동원, 변영주 등 독립영화 감독은 배제됐다. ‘최고의 한국영화’는 <올드보이>와 <살인의 추억>이 1, 2위를 다퉜고 과소평가 항목에선 임상수와 장준환이 주로 언급됐다. 배우 부문에선 황정민과 전도연, 문소리가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20년 전의 설문이지만 지금의 시선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 것은 과연 영화계에 호재일까 아닐까.
한국영화 장르를 개발하라
2007년 605호
“활력을 잃고 아류작을 양산하는 장르영화로는 대안이 보이지 않는 지금 상황에서 우리에겐 좀더 모험적이고 도발적인 시도가 필요하다.” 씁쓸하다. 지금 봤을 땐 한국영화의 부흥기 축에 속하는 2007년마저 한국영화의 질적
<씨네21> 베스트 기사30 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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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일이 쓴 <취화선> 100일 동행기
2001년 331호
임권택 감독과 정성일 영화평론가. 부정할 수 없는 한국영화계의 두 거인이 장장 100일을 함께했다.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 촬영 현장을 찾은 정성일 평론가는 무려 200자 원고지 380매에 이르는 원고를 보내왔고, 원래 150매를 청탁했던 <씨네21> 편집부는 과감하게 잡지의 50쪽을 할애한 특집기사를 마련했다. “나는 임권택 감독의 영화를 만드는 그 순간에 거기에 가서 그 위대한 비밀을 훔치고 싶었다. 하지만 감히 어떻게!”라고 서문에서 밝힌 정성일 평론가의 영화를 향한 여로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h3>102번째 영화 <화장>의 임권택 감독과 촬영 현장을 기록한 정성일의 만남
2015년 998호
임권택 감독과 정성일 평론가의 우정은 계속됐다. 임권택 감독의 102번째 작품 <화장>에 대해 두 사람이 길게 말하는 자리가 다시 한번 마련됐다.
<씨네21> 베스트 기사30 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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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봉준호도 못 피한찬반 논란
명실상부 한국영화의 금자탑에 오른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도 처음부터 모든 이의 지지를 받지는 못했다. <씨네21>은 ‘<살인의 추억>의 감독·비판자·지지자가 가진 3角 대담’ 기사를 통해 봉준호 감독과 남동철, 김소희 당시 <씨네21> 기자가 나눈 <살인의 추억> 찬반 대담을 진행했다. 감독을 코앞에 두고 펼치는 찬반 논쟁이라니. 더없이 직관적이고 자극적인 방식이다. “내적인 드라마의 치밀함은 시대가 와서 메워주고, 시대에 대해 정면으로 부딪치기 어려운 건 사건과 장면이 메워주는데, 그 솜씨가 너무 매끄러운 나머지 우리가 속는 게 아닌가 싶다”(김소희)라는 날카로운 지적에 봉준호 감독은 고유의 능글맞음을 살려 “솜씨가 매끄럽다니 기분이 좋다. (웃음) 아무튼 그건 나도 되짚어볼 만한 점인 것 같다”라는 식으로 대답했다.
심형래 감독의 <디 워> 이후로 인터넷 문화가
<씨네21> 베스트 기사30 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