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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가 계급과 배경을 두고 사랑의 자격을 논하는 일은 현대적인 동시에 복고적이다. 결혼이 필수가 아닌 선택인 시대. 자본주의의 이해관계를 결혼의 성취에도 적용하다 보면 사랑이 모든 걸 이긴다는 낭만은 옛날이야기처럼 취급되곤 한다. 한데 고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은 계급사회의 통혼 속에서 진정한 사랑을 발견하는 이야기고, E. M. 포스터의 <하워즈 엔드> 역시 부동산 상속을 둘러싼 두 가문의 사회파 멜로였으니까. 셀린 송의 <머티리얼리스트>는 루시(다코타 존슨), 존(크리스 에반스), 해리(페드로 파스칼)의 삼각관계를 통해 2020년대의 결혼 시장을 그린다. 영화는 일견 뉴요커가 보일 수 있는 가장 동시대적인 로맨스다. 하지만 그 속엔 사랑과 계급의 유비 관계를 그리려는 고전 멜로드라마의 필치가 살아 있다. 새로운 차원의 도시 로맨스로 성큼 나아간 셀린 송 감독을 만나 그가 쓰려는 ‘사랑의 기술’을 물었다.
- 실제
[인터뷰] 사랑과 시간이 개입하지 않는 삶은 없다, <머티리얼리스트> 셀린 송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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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티리얼리스트>에 마돈나의 <Material Girl>이 등장하지 않아서 놀랐다. 지지난해 <바비>에 아쿠아의 <Barbie Girl>이 등장하지 않은 것과 비교해도 이쪽이 훨씬 신기하다. “우리는 물질만능의 세상에 살고, 나는 속물인 여자일 뿐이야”라는 <Material Girl>의 유명한 후렴구는 두 가지 이유에서 <머티리얼리스트>와 더없이 잘 맞는다. 하나. 이 가사는 결혼정보회사의 커플매니저로 일하며 모든 관계에 등급을 매기는 루시(다코타 존슨)가 작중 최소 세번은 뱉을 법한 대사다. 하지만 둘. <Material Girl>이 여성 화자가 화려한 여성에게 덧씌워진 편견을 반어적으로 도발하는 동시에 물질주의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자조하는 노래이듯, <머티리얼리스트> 또한 소위 속물이라 칭해지는 루시의 욕망을 변명하지 않되, 그를 통해 돈이 절실한 세상에서 진정 추구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숙
[기획] ‘물질만능주의자’가 아닌 <머티리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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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데뷔작 <패스트 라이브즈>로 세계적 주목을 받은 셀린 송 감독이 차기작 <머티리얼리스트>로 돌아왔다. 올해 5월엔 셀린 송의 희곡 <엔들링스>가 한국 초연 무대를 가졌다. 2024년과 2025년. 한국 관객은 동시대 가장 주목받는 한국 출신 감독의 작품을 연달아 감상하는 때 아닌 호황을 누리는 중이다. <머티리얼리스트>의 개봉을 맞아 셀린 송의 작가·연출 세계를 돌아보고, 글로 못다 한 질문은 직접 건넸다. 셀린 송의 세계에서 삼각관계는 무얼 의미할까. 셀린 송에게 정체성 인식은 왜 중요할까. 왜 셀린 송은 ‘물질만능주의자’가 아닌 ‘머티리얼리스트’로 한국 개봉 제목을 고집했을까. 이어지는 기사가 그 답을 제시해줄 것이다.
*이어지는 글에서 영화 <머티리얼리스트> 소개와 셀린 송 감독과의 인터뷰가 계속됩니다.
[기획] 정체성의 삼각형, <머티리얼리스트>로 돌아보는 셀린 송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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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제목의 영화가 된 소설 <북샵>은 한 여자가 책방을 짓고, 지키는 이야기다. 그 끝에 공간과 함께 남은 것은 공간에 관한 말이다. “그 누구도 서점에서는 결코 외롭지 않다.” 작품을 매듭짓는 이 문장은 서울 중화동의 ‘시네필 책방’ 코프키노와 공명한다. 지난 1월 문을 연 이곳은 외롭고 싶지 않은 시네필들을 위한 자리를 표방하기 때문이다. 독일어로 머리(kopf)와 영화(kino)의 합성어인, 그래서 공상을 많이 하는 사람을 칭하기도 한다는 이름 아래 영화 서적 전문 서점과 출판사를 겸하는 이는 스물여덟 강탄우 대표다. 그는 지난 6월 말 세상에 나온 코프키노의 세 번째 책 <아트 호러: 아리 애스터와 로버트 에거스의 영화>를 직접 번역하기도 했다. “나와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이들을 모으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왕빙의 <사령혼>은 500여분에 달하는 대작이다. 8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에 두번의 인터미션이 딸
[기획] 시네필이 사랑할 책방, 영화 전문 서점 겸 출판사 코프키노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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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우석은 몬스터의 위협으로부터 세상을 지키며 레벨 업해나가고, 신민아는 제국의 황후가 돼 아찔한 로맨스를 선보인다. 임윤아와 박지훈이 주방에서 가지각색의 요리를 선보이는 동시에 지성과 이준혁이 온 국민의 염원을 대리 충족할 예정이다. 공개를 앞둔 웹소설·웹툰 원작 시리즈 중 기대해도 좋을 일곱 작품을 엄선해 소개한다.
<나 혼자만 레벨업>
제작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사나이픽처스 / 연출 이해준, 김병서 출연 변우석 / 넷플릭스
추공 작가의 웹소설 <나 혼자만 레벨업>은 한국, 일본, 대만, 태국 등 아시아권 국가는 물론 유럽과 북미 시장에서 광풍을 일으킨, 그야말로 슈퍼 IP다. 작품은 급기야 2021년, 미국 온라인 청원사이트에 애니메이션 제작 청원이 오르자마자 21만명의 서명을 이끌어냈고 2024년 한·미·일 합작으로 제작된 TV애니메이션은 2025 크런치롤 아니메 어워즈에서 9관왕을 차지했다. 연재 이래 화제를 몰고 다닌 <나 혼자만
[특집] 타임슬립부터 게임 퀘스트까지, 공개를 앞둔 웹소설·웹툰 원작 시리즈 7선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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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이 지난 7월23일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싱숑 작가가 쓴 원작 웹소설의 팬들부터 그렇지 않은 관객에게까지 오랜 관심을 받아온 대작답게 영화는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그리고 그들이 전하는 감상의 초점은 대개 원작과의 비교에 맞춰져 있다. 각색 프로젝트가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숙명이다. 하지만 <더 테러 라이브> <PMC: 더 벙커>에 이은 신작 <전지적 독자 시점>으로 “좀더 세상 밖으로 나온 느낌”을 받고 있다는 김병우 감독에게는 그 이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시각화라는 과제 앞에 그가 내린 선택들에 대해 <씨네21>이 귀를 기울였다.
- 언론배급 시사회 직전까지 후반작업을 했다.
VFX 숏들을 다시 보고 사운드 믹싱도 한번 수정했다. 시간을 들일수록 좋아지는 부분이니까.
- 2020년에 <전지적 독자 시점> 연출을 제안받고 마음을 정하기까지 2년 정도의 시간이
[인터뷰] 놀이기구를 탈 때 느낄 법한 공포와 긴장감을, <전지적 독자 시점> 김병우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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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월, 프랜차이즈 카페 ‘이디야커피’ 앞에 펼쳐진 오픈런에는 몇 가지 특이 사항이 있다. 이 풍경을 들여다보기 위한 첫 번째 질문. 프랜차이즈 카페 이벤트에 오픈런이 드문 일일까? 그렇지는 않다. 오리지널 MD 상품을 얻기 위해 많은 사람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모습은 시즌별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다만 이번 이디야커피가 내세운 것은 프랜차이즈 MD 상품이 아닌, 아이돌 포토카드와 아크릴스탠드, 피규어 마그넷이다. 그렇다면 두 번째 질문. 아이돌 굿즈를 얻기 위한 오픈런은 드문 일일까? 역시나 그렇지 않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아이돌은 현실 세계에 실존하는 인물이 아닌, 웹소설에 등장하는 가상 인물들이다. 웹소설 <데뷔하지 못 하면 죽는 병 걸림>(이하 <데못죽>)의 보이그룹 테스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실제로 이디야커피와 웹소설 <데못죽>의 컬래버레이션 성과는 기록적이다. 포토카드 2장을 랜덤으로 증정하는 포토카드 세트는 출시 사흘 만에 1
[특집] ‘백덕수’라는 현상,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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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 조회수 2억2천만회를 기록한 밀리언페이지 <세이렌: 악당과 계약 가족이 되었다>(이하 <세이렌>)가 뮤지컬화한다는 소식이 많은 기대를 모았다.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뱃사람들을 홀려 죽게 했다는 세이렌 신화처럼, 주인공 아리아는 신비로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음악적 요소가 가미된 로맨스 판타지이기에 가능한 IP 확장은 웹소설과의 협업을 반기는 콘텐츠 산업에 새로운 선례로 우뚝 선다. 그리고 지난 6월 연재를 시작한 차기작 <남편이 회귀를 숨김 그래서 나도 숨김>(이하 <남숨나숨>)은 순애적이고 동시에 광기 어린 절절한 로맨스다. <남숨나숨>은 또 어떤 경험을 만들 수 있을까. 오직 사랑만이 우리를 구원할 거라 믿는 설이수 작가에게 긴 질문을 건넸다.
- 차기작 <남숨나숨>은 웹툰으로 프롤로그를 열었다. 보통 글을 읽으며 머릿속에 나만의 상상을 펼치는데, 웹툰으로 이야기를 열어주니 그다음 화부터 인물의 외형이나
[인터뷰] 우리는 곧 새롭게 탄생할 거야, <남편이 회귀를 숨김 그래서 나도 숨김> 설이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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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은 2013년 1월 처음 등장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연재 플랫폼 ‘네이버 웹소설’을 론칭하며 웹소설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것이다. 웹소설이 생소하지만 그 개념만은 낯설지 않은 독자라면 세기말 PC통신을 통해 연재된 <드래곤 라자>(이영도), <퇴마록>(이우혁), 2000년대 초반 귀여니를 위시해 만들어진 각종 인터넷소설을 연상할 법하다. 웹소설은 용어 사용이 12년 남짓 되었을 뿐 지난 30년간 이어진 인터넷 문학사에 근간을 둔다. PC통신 소설부터 웹소설까지. 인터넷을 플랫폼 삼은 소설은 크리처, 빙의, 환생, SF 등 기존 한국문학이 소화하지 않은 소재를 서사화하며 영상 제작사가 눈독을 들일 만한 IP로 자리잡아 왔다.
웹소설 IP의 영상화 시작 시점은 연구자마다 시기를 달리한다. 인터넷소설을 웹소설의 원류로 보는 이들은 견우74의 PC통신 소설을 영화화한 <엽기적인 그녀>나 김유리의 인터넷소설을 드라마화한 <옥탑방 고양이&
[특집] 압도하는 스토리의 세계는 이렇게 확장되었다 – 웹소설 IP의 역사와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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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웹소설은 마니악 장르라는 인상이 강했다. 수면 위보단 수면 아래. 개방형이기보단 폐쇄형. 메이저보다는 마이너. 특정 타깃의 전유물이라는 오해는 오랫동안 견고했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를 발굴하고 싶어 하는 현대인의 본능을 일깨우듯 많은 이들이 웹소설로 향했다. 본래 디스플레이를 통해 읽는 온라인상의 소설을 ‘웹소설’이라고 칭하지만 많은 작품이 종이책 단행본으로 출판되는 것으로 보아 웹소설은 형태보다는 형식에서 그 정체성을 찾을 수 있는 듯하다. 짧고 간결한 문장. 장르적 설정과 성향. 이세계를 향한 이동과 모험. 마치 화면을 열어 세계관 안으로 진입하듯 흡인력 있는 요소들이 웹소설을 구성한다. 영상산업의 원천 스토리 주재료로 주목받는 주인공을 들여다보기 위해 가장 먼저 영화·드라마 산업 속 웹소설 IP의 계보를 정리했다. 또 올여름 극장가의 포문을 연 김병우 감독을 만나 영화적 언어로 재탄생한 <전지적 독자 시점>을 이야기했다. 작품에 관한 소상한 고민과 제작기 비하인드
[특집]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린 전지적 독자 시점의 재벌집 막내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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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중과 장르를 가리지 않고 배우 서현우는 자신만의 색깔로 캐릭터를 완성해낸다. <84제곱미터>의 미스터리한 윗집 남자 진호도 예외는 아니다. 무섭게만 보였던 이웃은 뜻밖에 정 많은 조력자의 면모를 드러내더니 영화 후반부엔 우성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데 앞장선다. 진상과 동기가 특수한 인물을 끝까지 힘 있게 이끌고가는 서현우는 <84제곱미터>가 품은 심연이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우리영화> 속 멀끔한 영화 제작자의 이미지가 무색할 정도다. 서현우에게 예외적 초상을 특유의 성실함으로 돌파한 과정을 물었다.
- 우성의 윗집에 사는 진호는 처음엔 조력자였다가 후반엔 의외의 이력으로 관객을 놀라게 한다.
초반에 너무 드러내면 어떤 의도가 풍길 수 있고, 너무 숨기면 후반부에 설득되지 않을 수 있었다. 작품 전체의 구조를 의식하면서 배우로서 큰 그래프를 그려보는 작업이었다. 그럼에도 진호가 아주 예외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고 찍었다. 스스로
[인터뷰] 진실을 위한 복잡함으로, <84제곱미터> 배우 서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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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 돈, 은도 돈, 화도 돈을 뜻한다”는 은화의 이름처럼 그는 명예보다 부와 권력을 좇으며 살아왔다. 전직 검사 출신으로 현재는 아파트 입주민 대표직을 맡고 있는데, 가장 위층에 거주하면서도 우성(강하늘)이 제기한 층간소음 문제에 휘말린다. 주민간 갈등을 최소화하려던 은화에게서도 점점 아파트와 관련된 비리가 드러난다. <폭싹 속았수다>의 광례 이후 배우 염혜란이 다시 서늘한 얼굴로 돌아왔다. “감독님들이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운 캐릭터를 내게 자주 맡겨주신다”며 참여한 배우의 시선으로, 때로는 은화의 시선으로 염혜란은 은화와 <84제곱미터>에 관해 들려주었다.
-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감상이 어땠나.
시의성, 현실성이 있는 소재라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게 장점이었다. 감독님의 전작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처럼 현실과 밀착된 공포 스릴러란 점도 매력적이었다. 처음엔 은화라는 인물이 손에 잘 잡히지 않았다. 난 속으로 생각하는 게 겉
[인터뷰] 우아한 기득권층의 단호함, <84제곱미터> 배우 염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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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는 치솟고 집값은 떨어져 고통받는 직장인 우성(강하늘). 빚 갚는 것만도 괴로운데 정체불명의 층간소음에 시달리자 신경쇠약까지 뒤따른다. 배우 강하늘은 무너져가는 인물의 위태로운 감정선을 사실적인 터치와 기이한 만화적 감수성을 오가는 연기로 구현해냈다. 의심 없이 요약하고 싶다. <84제곱미터>에서 강하늘의 연기는, 그 자체로 보는 재미가 있다고. 올해 영화 <야당> <스트리밍>, 드라마 <당신의 맛>,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3까지 상반기 내내 신작으로 연이어 인사했고 개봉예정 영화 <퍼스트 라이드>까지 앞두고 있는 상황. 부지런한 그에겐 요즘 ‘월간 강하늘’이란 별명이 따라다닌다. <84제곱미터>는 그 가운데 강하늘의 끓는점을 볼 수 있는 영화다. 숨 고르기의 미덕을 아는 이 배우는 이제 자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집을 가리킨다. “아무도 들이지 않고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고 잠깐이나마 온전히 집을 누
[인터뷰] 반듯한 얼굴로 극한을 향할 때, <84제곱미터> 배우 강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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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평형’이라 불리는 아파트 전용면적 84제곱미터. 누군가에겐 성공의 척도이자 안정의 상징, 그리고 ‘내 집 마련’이라는 꿈의 구체적 형태다. 하지만 김태준 감독의 신작 <84제곱미터>는 이 익숙한 프레임을 전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 ‘영끌’해 덜컥 아파트를 마련한 우성(강하늘)이 곧 빚과 층간소음이라는 이중 감옥에 내몰리는 과정은 한국의 주거 현실과 그 이면의 어두운 욕망을 섬뜩하게 해부한다. 영화의 중핵인 배우 강하늘은 평범한 직장인에서 점차 편집증 환자로 변해가는 남자의 심리적 균열을 탐사하며, 관객의 연민과 불안을 동시에 자극한다. 우성의 이웃이자 아파트 입주민 대표인 은화 역의 염혜란은 권위와 냉철함으로 무장한 채 집값에 얽힌 이해관계를 절묘하게 구현했다. 윗집 남자 진호를 연기한 서현우는 극에 생동감 어린 긴장을 불어넣고 층간소음 문제의 미스터리를 더했다. 하우스 호러의 문법을 빌려왔지만, <84제곱미터>의 진짜 공포는 초자연적 존재가 아닌 냉랭
[기획] 그냥 잘 살고 싶었을 뿐인데, 영화 <84제곱미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