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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춘 순간, 이야기가 시작된다. 숀 엘리스 감독의 영화 <캐쉬백>은 주인공 벤의 내면을 빌려 시간을 정지한다. 흐름이 끊긴 이미지는 순간의 힘을 타고 끊임없이 확장되고, 주인공의 시선은 공간을 자유롭게 탐색한다. 동명의 단편을 토대로 만들어진 영화 <캐쉬백>은 패션 사진작가 출신 감독의 작품. 영화는 정지된 이미지를 유영하며 한편의 이야기를 완성시킨다. ‘시간을 팔아 돈을 버는(cash back)’ 주인공과 시간을 조작해 영화를 완성한 감독. 숀 엘리스는 누구일까.
숀과 사진
“새롭고, 모던한 룩(look). 지금까지는 보지 못했던 대담한 이미지.” 잡지 <레인지 파인더>의 주디스 벨이 숀 엘리스의 사진에 대해 남긴 평이다. 11살 무렵부터 흑백사진 작업을 시작한 엘리스는 “셔터 스피드, 조리개, 정확한 노출”보다 자신의 감정, 즉흥성에 기인한 사진 찍기를 즐긴다. <I.D.> <더 페이스> <아레나> &l
[알고 봅시다] 재치 만점 이미지의 주인공은 패셔니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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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계급적, 성적 그리고 경제적 불평등을 조화로운 환상 속으로 밀어넣고 관객에게 위안을 주는 안정된 형태의 극영화는 어쩌면 형식적으로 포르노그래피보다 더 위험한지도 모른다. 포르노는 소기의 목적을 위해 직설적인 화법과 분절된 서사를 구사하며 매우 작위적이고 인공적인 세팅을 전면에 드러냄으로써 이것은 가상이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기 때문이다. 영상 실험과 새로운 영화문법을 찾아내기 위한 시도들을 계속해온 독일 감독 하룬 파로키의 문제의식도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지난해 전주영화제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그의 대표작을 올해 전주영화제 ‘영화보다 낯선’ 섹션과 5월1일부터 6일까지 열리는 시네마테크 특별전에서 만나볼 수 있다.
하룬 파로키는 이미지를 조작하는 힘과 그것에 의해 만들어지는 통일된 세계관이 얼마나 일상화된 폭력인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자신의 다양한 작업을 통해 그것을 폭로해왔다. 마치 한편의 논문 같은 느낌을 주는 그의 작품들은 현대사회에서 오락적 기능만 지나치게 부
세상의 이미지에 반기를 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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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가 출연하고 영화배우가 연출하는 연극? 맞는 말이다. 영화배우를 겸하는 연극연출가가 제작과 연출을 도맡고 영화배우를 겸하는 연극배우가 연기한다! 이제 조금 더 정확하다.
연극 <죽도록죽도록>(김은성 작, 박광정 연출. 5월2~9일 대학로 정미소극장)의 열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르던 극단 파크의 사무실 겸 연습실은 비대칭 풍경을 띠었다. 조영진, 정해균, 임영식 세 배우의 또박또박 떨어지는 대사들이 에너지의 파고를 줄였다 높였다 하는데 민무늬 연못처럼 잔잔하다 무시무시하게 휘몰아치는 폭풍처럼 극과 극의 자유 변신을 수없이 되풀이한다. 고작 빗자루를 들었다 놨다 들썩이고, 추리닝 같은 옷만 걸치고 왔다갔다 할 뿐인데. 2차원 평면 스크린이 제아무리 THX 돌비서라운드로 중무장해도 살냄새 풀풀 나는 연극무대의 이런 에너지의 매혹을 당해내기 어렵다. 아니, 이런 배우의 에너지를 고스란히 맛보게 하는 무대가 끊임없이 출몰한다는 게 연극의 수렁 같은 매력이다.
그런데 소박
살냄새 풀풀 나는 연극무대의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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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영화에 대한 가장 소박한 나의 생각 중 하나는 영화에 내재된 상업적 혹은 예술적인 질이 그 영화가 얼마나 널리 상영될 것인지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라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1990년대 후반 한국에 와서, 영화들의 강점에도 불구하고 어디로도 가지 못한 많은 좋은 한국영화들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결국 연락 및 운반망의 요소와 경제적인 요소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되었다. 현재 한국영화를 전세계에서 볼 수 있는 이유는 단순히 그 영화들이 “더 좋아졌기” 때문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 영화들을 떠받치기 위해 잘 기능하는 시스템을 만들려고 열심히 노력해왔기 때문이다.
현대 중국영화들을 보면서 이 사실을 다시 떠올렸다. 지난 2년간 나는 ‘보통’ 중국영화들에 대한 개인적 선호가 생겼다. 즉 거대예산의, 국제적인 출자를 받은 장이모나 첸카이거의 서사극도 아니며, 지아장커 같은 6세대 감독들의 저예산 독립영화도 아닌 주류 상업영화들 말이다. 이런 영화들은 대부분 어디로도 나가지
[외신기자클럽] 보통 중국영화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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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영화극장(NFT)이 그간의 리모델링을 마치고 BFI 사우스뱅크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개관했다. 이번 꽃단장은 9천만파운드의 예산을 들여 퀸 엘리자베스 홀, 헤이워드 갤러리, 국립극장 등 인근의 복합 예술단지를 재정비하는 계획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 ‘국립’이라는 무거운 이름을 간판에서 떼어내면서 ‘사우스뱅크’라는 지역적 성격을 강화한 점은 그간 별다른 국가지원 없이도 착실히 성과를 이루어낸 템스강 북쪽의 바비칸센터에 대한 템스강 남쪽의 대응이기도 하다. 새로운 간판에 어울리도록 워털루 다리 그늘 밑으로 향해 있던 출입구도 위치를 바꾸어 현대식 유리 건축물로 외양을 달리하면서 ‘열린 공간’임을 한껏 뽐내고자 했다. 내부 또한 상당한 변화를 맞이했다. 기존에 있던 세개의 상영관을 비롯해 아카이브 열람이 가능한 미디어테크, 미술가들이 만든 영화의 상영 및 멀티미디어 작품 전시를 위한 갤러리, 스튜디오, 프로젝트 공간 등을 갖춤으로써 디지털에 의해 변화한 영화의 면모를 적극적으로 껴안고자
[런던] NFT, BFI 사우스뱅크로 새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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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의 모험이 한층 더 생생해진다.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의 후반 20분을 3D로 리마스터링해 아이맥스 극장에서 상영하기로 한 것. 워너의 해외배급 담당 베로니카 콴-루비넥이 “모든 관객에게 흥미진진한 볼거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한 3D 버전의 <…불사조 기사단>은 관객이 3D 전용 안경을 착용할 필요가 없으며, 7월13일 2D 버전과 동시에 개봉한다.
해리 포터가 선물하는 3D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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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만 무성했던 <X파일> 속편 제작이 가시화됐다. <사이파이 와이어>에 따르면, 멀더와 스컬리를 연기할 두 배우 데이비드 듀코브니와 질리언 앤더슨의 출연 결정으로 속편 제작이 확실해졌는데, 이는 1998년 TV시리즈를 영화로 제작한 뒤 10년 만이다. 현재, <X파일2>는 각본 작업 중이며, 오래 묵힌 만큼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속편 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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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퍼 린치 감독이 15년 만에 메가폰을 잡는다.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딸로, 1993년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를 발표하며 세간의 관심을 모은 제니퍼 린치의 복귀작은 초현실 스릴러 <서베일런스>. 거짓말, 위험, 비밀로 가득 찬 외딴 마을에 파견된 FBI요원 이야기다. 데이비드 린치가 제작을 지원하며, 빌 풀먼, 줄리아 오먼드가 주연을 맡았다. 2008년 개봉.
제니퍼 린치, 15년 만의 신작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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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18일부터 30일까지 열리는 싱가포르국제영화제가 검열 때문에 영화 두편을 상영하지 못하게 됐다. 삭제판정을 받은 영화는 덴마크 애니메이션 <프린세스>와 싱가포르영화 <솔로스>. 2006년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 개막작이었던 <프린세스>는 전직 신부가 포르노 배우로 일하다가 자살한 여동생을 학대했던 이들에게 복수하는 이야기고, <솔로스>는 교사와 학생 사이의 동성애 관계를 다루고 있다. 싱가포르영화검열위원회는 <로이터통신>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프린세스>는 포르노 배우가 수녀 복장을 하고 그 뒤엔 십자가가 나와 있는 부분이 문제가 됐다. 종교나 종교적 상징을 모독하는 행위는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솔로스>는 5분가량의 “오럴섹스와 스리섬이 포함된 노골적인 호모섹슈얼 섹스신”이 삭제명령을 받았다.
<솔로스> 공동감독인 루 지한은 검열에 항의하며 아직 문제가 된 장면들을 삭제하지 않고 있
가위손에 희생된 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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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얼 데이를 잡아라. 폭스와 드림웍스가 2009년 5월의 마지막 월요일을 놓고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각 스튜디오의 야심작인 3D 블록버스터 <아바타>와 <몬스터 vs 에일리언>의 개봉일이 겹치면서 스크린 확보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신작으로 화제가 된 <아바타>는 미래를 배경으로, 한 퇴역 군인이 외계행성으로 이송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SF물. <몬스터 vs 에일리언>은 몬스터 헌터가 에일리언과 전쟁을 벌인다는 내용의 호러 만화 <렉스 하복>(Rex Havoc)을 애니메이션화하는 작품이다. 문제는 3D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전용 상영관 수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 내 3D영화 상영관 수는 700여개. 2009년까지 그 수가 5천여개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드림웍스 대표 제프리 카첸버그는 이미 <몬스터 vs 에일리언>에 최소한 6천개의 스크린이 필요할 것이라 밝힌 상
5월28일의 혈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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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화와 동호가 알고 보니 친남매였다면 어땠을까요?
아니면 그 모든 게 동호가 꾸며낸 이야기였거나, 알고 보니 송화가 눈이 먼 척하고 있었다면?
영화 <천년학>의 흥행실패는 반전이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개봉이 너무 갑작스러웠던 게 아닌가 싶다. 흔히 대부분의 영화들은 개봉 전에 기초 작업들을 많이 한다. 이벤트도 열고, 이야깃거리도 있는 거 없는 거 만들어서 많이 던지면서 관객에게 영화뿐만 아니라 개봉날짜를 주입시키려 한다. 관객 입장에서는 갑자기 뜬금없이 개봉하는 영화는 별로인가보다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천년학>은 100번째 기념행사마저 저게 그리 대단한 행사인 건가 싶더라.
_관객이 100번째 영화라는 의미를 극장에서 찾을 리도 없다는 모 마케팅 회사 A실장
흥행성적을 보니 안타깝더라. <서편제>가 개봉했을 때는 단관에서 100만이 들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환경이 더 좋아진 탓에 좋은 영화들이 외면당하는 경우가 많아진
[이주의 영화인] 송화와 동호가 알고 보니 친남매였다면 어땠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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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진씨의 시나리오 <캐주얼티즈>가 제9회 막동이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캐주얼티즈>는 연쇄살인 희생자들의 가족이 겪는 일을 그리는 심리극이다. 가작으로는 이동희씨의 <연애지도>가 뽑혔다. 첫사랑의 기억에 관한 로맨틱한 이야기다. 시상식은 5월10일 오전 11시 한겨레신문사 8층 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이다. ‘
제9회 막동이 시나리오 공모전 당선작 임경진씨 <캐주얼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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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의 거장 이리 멘젤 감독의 내한에 맞춰 대표작 3편이 3주 동안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차례로 개봉된다. 5월10일에는 그의 첫 장편영화이자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수상작 <가까이서 본 기차>가, 5월17일에는 체코 공산정권의 탄압으로 개봉이 금지됐던 영화 <줄 위의 종달새>, 5월24일에는 현대인의 일상을 풍자하는 <거지의 오페라>가 각각 개봉될 예정이다.
이리 멘젤 대표작 3편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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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25일 개최된 제43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에서 <타짜>가 작품상 대상을 받았다. 최동훈 감독 또한 감독상을 수상해 <타짜>는 2관왕이 됐다. 영화부문 작품상은 <괴물>이, 최우수 남자배우상은 류승범(<사생결단>)이, 여자배우상(<오래된 정원>)은 염정아가 받았다. 한편, TV부문 대상은 <주몽>이 수상했다.
<타짜>, 백상예술대상에서 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