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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정체성 혹은 개인의 성적 취향은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사회적 기준에서 평가될 때 더이상 개인적이거나 내밀한 것이 아닌 정치적인 의미를 띠게 된다. 성적소수자들이 스스로를 ‘퀴어’로 지칭하며 그들은 정상적인 것, 일반적인 것으로부터 스스로를 분리하며 어두운 곳에서 나오기 시작했던 시기에 그것은 정말 ‘퀴어’한 것처럼 보였다. 그들의 끊임없는 정치적, 문화적 운동을 통해 중심과 주변의 경계가 점차 허물어지고 있는 지금, ‘퀴어’에는 수많은 의미들이 덧붙여졌다. 그리하여 ‘퀴어’라는 단어는 다원성을 지지하는 대표적인 태도와 관련된 트렌디하고 패셔너블한 분위기를 내포하게 되었다. 7월16일부터 일주일 동안 씨네콰논코리아에서 주최하는 렛츠퀴어영화제는 지금-이곳의 ‘퀴어’가 영화라는 장르와 어떻게 결합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한국 퀴어영화의 짧은 역사를 소개한다.
렛츠퀴어영화제는 크게 세 가지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섹션은 ‘신작 퀴어 컬렉션’으로 세계 각국에서 만
지금-여기의 퀴어가 영화를 만나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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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영화를 대표하는 ‘3인의 거장’ 영화제가 필름포럼에서 개최된다. 본 영화제에선 포르투갈의 창조적 장수 감독 마뇰 드 올리베이라(1908~)와 프랑스의 영화 신성 아르노 데스플레생(1960~), 오스트리아의 논쟁적 시네아스트 미카엘 하네케(1942~)의 총 8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냉소와 자조, 비판과 관대, 뜨뜻미지근한 온정과 냉혹한 해부, 그리고 지루함과 길고 긴 러닝타임, 이것이 바로 우리가 기대하던 유럽영화의 ‘그것’ 아니었던가?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는 공포물의 독주와 현란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공습에서 비껴나 이 여름 전형적인 유럽 영화적 감수성에 딱 맞아떨어지는 거장들의 영화 속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이렇게 올드 유럽의 긴 호흡 속에 빠져들면 개도 혀를 차는 삼복더위에서 문득 서늘한 매혹의 심연에 빠졌다 나온 것과도 같을 것이다. 함께 보러온 친구가 타인이 된 듯 낯설어질 것이다. 복잡한 거리를 오래도록 혼자 걸으며 웅얼거리게 될 것이다.
마뇰 드 올리베이라 M
우리 시대 시네아스트와의 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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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애들이 할 키스가 아니다.” 지난 6월29일, 도쿄 롯폰기 힐스 그랜드 하얏트 호텔.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이하 <불사조 기사단>)의 정킷을 취재 온 한국 기자들 사이에서도 극중 해리와 초 챙의 능숙한 키스는 단연 화제였다. 제작자인 데이비드 헤이만의 말로는 “대니얼 래드클리프의 성장을 지켜본 스탭 중 한 사람은 그 장면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지만,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그의 성장을 지켜본 기자들 역시 어느새 커버린 해리의 모습에 놀랐기 때문일 것이다. 혹은 언제까지나 대니얼 래드클리프가 해리로 남아 있어주기를 바라는 덧없는 바람 때문이거나. 2007년 대한민국에 사는 성인들에게 <불사조 기사단>이 던져준 화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덤블도어 교장과 마법부 퍼지 장관의 기싸움은 정치판을 쏙 빼닮았고, 호그와트를 온갖 규칙들로 장악하려는 돌로레스 엄브릿지의 음모는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학법 투쟁을 연상케 했다. 심지어 예언자 일보의
[현지보고] 17세 해리, 고뇌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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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처음 TV에 그 모습을 드러낸 이래 미국의 스프링필드에 살고 있는 블루칼라 중산층 호머 심슨과 그의 가족의 좌충우돌을 그리고 있는 <심슨가족>은 해외에서도 수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독특한 애니메이션이다. <심슨가족: 더 무비>의 극장 개봉을 앞둔 지난 4월18일, LA의 이십세기 폭스사에서는 <심슨가족: 더 무비>의 원작자인 맷 그로닝, 이번 작품의 감독을 맡은 데이비드 실버먼 그리고 오랜 세월 심슨 가족과 함께한 작가 겸 프로듀서 알 진, 제임스 브룩스, 마이크 스컬리가 해외 기자들과 조촐한 만남을 가졌다. 영화 전체가 아닌 몇몇 컷들만 공개된 상태라 극장판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심슨가족> 탄생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들이 더 많이 오갔다. 그다지 나이를 먹지 않은 심슨과 달리 20년 전을 회상하는 제작진들의 눈빛에서는 묘한 감회가 느껴졌다.
-<심슨가족: 더 무비>에 대해 간단히 설명한다면.
=맷 그로닝: 호머
[현지보고] “호머 심슨 최악의 실수담이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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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사이버테러리즘을 모면하게 되는 <다이하드4.0>을 얼마 전에 보러 갔다. 최악의 것을 기대하고 갔다. 왜냐하면 영화는 (별로 진보주의적 정치색으로 알려지지 않은) 이십세기 폭스사에서 자금을 댔고, (역시 진보주의적 정치색으로 알려지지 않은) 브루스 윌리스가 주연했으며, <다이하드> 프랜차이즈의 이전 두편은 이제는 고전이 된 본편에 전혀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첫째, <다이하드4.0>은 스토리와 캐릭터를 뒷받침하는 특수효과와 깔끔한 대본으로 이루어진 끝내주는 액션영화다. 둘째, 미국의 힘과 그것이 적대적인 세계에서 ‘자유’를 지키기 위해 투쟁하는 것에 대한 깃발 흔들어대는 애국찬가가 아니다. 오히려 자기 국경 내에서 살아남고자 투쟁하는 미국, 그리고 그 나라의 아킬레스건인 컴퓨터와 테크놀로지에의 의존에 대한 영화이다. 셋째, 나라는 화력과 군사력이 아니라 다만 자기 일을 하고 있는 것뿐이라고 계속해서 말하는 한 고집 세고 고독한 영웅
[외신기자클럽] 노동자 경찰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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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도 어김없이 프랑스의 작은 도시 라호셀은 조용한 열기에 휩싸였다. 지난 6월29일부터 7월9일 까지, 모두에게 열린 영화제를 표방한 라호셀영화제에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관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것. 라호셀영화제는 지난 1973년 개최 이래 필름마켓, 경쟁부문이 없는 비상업, 비경쟁 영화제로, 유명한 영화인들이 참석하지만 기자회견이나 레드 카펫 세리머니보다 상영 뒤나 거리에서 이루어지는 관객과의 자연스러운 만남을 더 중요시하는, 그야말로 시네필들을 위한 열린 영화제로 유명하다. 이런 특징은 영화 상영시 기자들이나 영화인들을 위한 자리가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서 영화인과 대중이 섞여 함께 영화를 보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 시상식 위주로 진행되는 폐막식 대신 영화제에 참석한 사람들이 모여 자연스럽게 ‘백야’ 파티로 마지막을 장식한다는 점에서 두드러진다. 주요 프로그램은 크게 잘 알려진 감독들의 작품 회고전과 알려지지 않은 젊은 감독들을 위한 작품 소
[파리] 열린 영화제로 시네필들이여 집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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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을 위한 극장, 블라인드 시네마가 세르비아의 베오그라드에 문을 열었다. 발칸반도의 첫 시각장애인전용극장은 의자와 이어폰을 갖춘 테이블로 채워진 작은 상영관으로, 이어폰의 한쪽 스피커에서는 장면을 설명하는 동시에 번역된 목소리 연기가 들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오리지널 사운드가 들리는 시스템이다. 영화 한편을 상영하기 위한 예산은 1천유로. 현재는 대부분 자원봉사자의 도움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극장 개관을 기념해서 <시민 케인>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아메리칸 뷰티> 등을 3일간 상영할 계획이며, 유고슬라비아의 2만5천 시각장애인을 회원으로 모으는 것이 목표다.
발칸반도 시각장애인전용극장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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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18일 시작하는 제2회 로마영화제 개막작으로 <두번째 숨결>이 선정됐다. 장 피에르 멜빌의 1966년작을 알랭 코르노가 리메이크한 영화로 모니카 벨루치, 다니엘 오테유가 출연한다. 지난해 개막작이었던 <퍼>는 이탈리아와 무관한 미국영화라는 점에서 비난을 받았는데, 이번에 유럽영화를 선택함으로써 새로운 비전을 보여주려는 시도로 해석되고 있다. <두번째 숨결> 외의 초청작으로는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유스 위드아웃 유스>가 있다.
제2회 로마영화제 개막작에 <두번째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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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랑을 받은 고아, 빨강머리 앤이 영화화된다. 2008년 탄생 100주년을 맞는 <빨강머리 앤>은 아동문학으로 태어나, TV시리즈, 애니메니션, 영화로 만들어지며 오랜 사랑을 받았다. 새 영화 제작은 TV시리즈와 영화 3편을 제작한 케빈 설리번이 공개 오디션을 발표하면서 알려졌다. 설리번은 캐스팅 콜을 통해 “풍부한 상상력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한 소녀”를 찾는다고 말했다.
<빨강머리 앤>, 100주년 기념영화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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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올리버 스톤의 전기다큐멘터리 제작 제안을 거절했다. 대통령실 언론보좌관은 “스톤이 미국에서 반정부파일지 몰라도 그 역시 거대악(미국)의 일부분”이라며 거절의 이유를 밝혔고, 문화와 예술이 결여된 선전도구로서의 미국영화 시스템을 비판했다. 이에 스톤은 “융통성없고 망상에 사로잡힌 대통령”을 가진 이란인의 안위를 걱정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란 대통령, 올리버 스톤의 다큐 제의 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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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가 교육적인 책이라고? 물론이다. 플레이스테이션에 코를 박고 열중하던 아이들을 서점으로 끌어들인 해리 포터의 공로는 의심할 필요조차 없으니까. 게다가 지난 4월 북미에서는 일종의 영어사전인 <포터서루스: 해리 포터 독자들이 알아야 하는 1500 단어>(The Pottersaurus)가 출간되어 시리즈의 팬들과 부모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포터서루스>는 저자 에릭 D. 랜달이 어린 딸을 위해 집필한 ‘해리 포터 단어장’. <해리 포터> 시리즈를 매일 20분씩 딸에게 읽어주던 랜달은 딸은 물론이거니와 자신도 모르고 지나치는 단어가 꽤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누군가가 어린 독자들을 위한 해리 포터 단어 사전을 출판해줬으면 좋겠다고 여긴 그는 기다리다 못해 스스로 집필에 나섰고, 지난 2년간 딸과 함께 <해리 포터> 시리즈의 모든 단어를 체크한 끝에 194페이지에 달하는 <포터서루스>를 내놓게 됐다. 랜달의 희
[What's Up] 해리 포터 단어장, 들어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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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됐던 블루레이와 HD DVD의 차세대 매체 전쟁이 블루레이의 대세로 굳어져가는 가운데, EU 집행위원회가 고화질 DVD 포맷시장의 불공정거래 가능성을 의심하고 나섰다. 7월3일 <월스트리트저널>은 EU 집행위원회가 HD DVD와 블루레이 포맷의 시장 점유와 관련해 반독점 조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6월 EU 집행위원회는 할리우드 주요 스튜디오에 공문을 보내 현재 택한 고화질 DVD 포맷의 선택 배경과 특정 포맷만 지원한 근거 등을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블루레이와 HD DVD가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매체 선택 과정에 불공정한 접촉을 시도했는지 여부를 조사한다는 목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할리우드 고화질 DVD 포맷시장에서 지배적 위치를 이미 점한 블루레이쪽에 주목하고 있다. 블루레이 포맷만을 출시하는 스튜디오들은 HD DVD를 배제한 특별한 판단 근거를 밝히라고 요청받은 상태다. 현재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중 소니픽처스
블루레이, 불공정거래 가능성 의심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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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촬영소 제6스튜디오. A영화의 10회차 촬영이 진행 중이다. “제작부장 어디 갔어?” 라인프로듀서인 ㄱ씨는 제작부장 ㄴ씨를 찾아나섰지만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 시각, 촬영장 한구석에서 ㄴ씨는 촬영팀 막내 ㄷ씨와 다툼을 벌이고 있다. ㄷ씨 왈, “왜 내 주급이 이것밖에 안 돼요?” ㄴ씨 왈, “월요일에 한 시간 늦었잖아. 콜타임 시간이 8시였는데 9시에 왔잖아.” 다시 ㄷ씨 왈, “내가 언제 9시에 왔어요? 직접 눈으로 봤어요?” 다시 ㄴ씨 왈, “조명팀 OO이가 그러던데. 9시에 왔다고” ㄷ씨 드디어 폭발한다. “아, 그게 뭔 소리야. 정말 8시에 왔다니까.” ㄴ씨도 지지 않는다. “아니 왜 이제 와서 딴소리야!” 고자질한 조명팀 OO씨에게 따지러 가는 ㄷ씨를 ㄴ씨가 “괜히 촬영 방해 말라”며 가로막는다. 두 사람, 멱살을 잡고 으르렁거린다.
영화노사가 4월에 체결한 영화산업 2007 임금협약 및 단체협약이 7월1일부터 발효됐다. 주1일 휴일, 4대보험 가입, 8시간 근
[쟁점] 똑똑한 CINE-ERP, 제작환경 바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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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대사 좀 외워!” 대사가 막힌 김하늘이 배시시 웃자 옆에 누운 윤계상이 타박을 준다. 더블베드에 나란히 누운 두 사람이 슬쩍슬쩍 몸을 부딪칠 때마다 취재진의 카메라 플래시가 벼락처럼 쏟아졌다. 윤계상의 팔을 베고 대본을 읽던 김하늘은 “이런 장면을 너무 많이 찍어서 이젠 정말 아무 느낌도 없다”며 웃었다. 시놉시스에서 밝힌 대로 “이젠 만져도 니 살인지 내 살인지 분간도 안 가는” 아주 오래된 연인 역할이 이제 정말 몸에 밴 듯한 품새다.
<6년째 연애중>은 제목 그대로 “이별도 여러 번 생각했지만 그래도 이만한 사람이 없어 계속 사귀는” 오래된 커플의 연애담이다. 김하늘이 맡은 다진은 일과 사랑 모두 욕심 많은 잘나가는 출판기획자, 윤계상이 맡은 재영은 센스있는 홈쇼핑 PD로 여전히 아이 같은 자유로움을 지닌 매력남이다. 스물아홉 동갑내기 커플로 출연하는 두 사람은 이번 작품이 자기 또래의 평범한 일상을 연기하는 각별한 경험이라고 한다.
이날 공개된 분량은
6년 연애해봐, 니 살도 내 살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