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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에리히 폰 스트로하임과 ‘푸 만추’ 시리즈의 작가 색스 로머가 공존하는 에릭 로메르라는 이름처럼 로메르의 영화에선 자연과 인간, 이성과 감성, 고결함과 속됨, 철학과 종교, 남성과 여성 등 상이한 존재가 조화를 이룬다. 그것을 꿰뚫어본 프랑수아 트뤼포는 로메르를 일컬어 ‘가장 지적인 동시에 가장 진실한 최고의 프랑스 영화감독’이라고 했다. 로메르가 필름으로 쓰는 에세이는 파스칼의 <팡세>를 닮았다. 파스칼이 끝맺지 못한 원고들이 <팡세>로 남았듯이, 완결 대신 순환을 선택한 영화들이 로메르의 세계를 구성한다. 감정이 싹트다 오해와 의심과 머뭇거림이 지나간 어느 지점에서 로메르의 영화는 멈춘다. 하지만 그의 영화가 매번 제자리를 맴도는 건 아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존재의 진실을 파악하는 순간, 로메르의 영화는 운명같이 정점에 오르고, 우리는 성숙의 경지를 바라본다. 숙성과 수확의 계절 가을에는 로메르의 영화가 제격인 것이다. 10월5일부터 24일까
숙성과 수확의 계절 가을엔 로메르의 영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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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이 텍사스 출신인 게 부끄럽네요.” 이제는 너무나 유명해진 이 한마디로, 여성 뮤지션 역사상 최고 음반 판매량을 기록했던 딕시 칙스는, 가장 논쟁적인 인물이 되어 편견과 혐오에 맞서 싸워야만 했다. 발언은 치명적이었고 뒤따른 고난은 깊었다. 재기하기까지 3년, 그 뒤 매번 무대에 서면 지금이 절정일 것 같아서 눈물이 난다는 단단한 언니들의 인간극장이 시작된다.
1. 딕시 칙스, 넌 누구냐?
딕시 칙스는 보컬 나탈리 메인즈, 벤조의 에밀리 로빈슨, 피들을 연주하는 마티 맥과이어로 구성된 텍사스 출신 컨트리 밴드다. 1989년 당시 어윈이라는 성을 사용했던 마티와 에밀리 자매를 포함해 4명으로 시작한 밴드는 1995년 나탈리 메인즈가 참여하며 트리오로 재탄생했다. 1998년 첫 앨범 <와이드 오픈 스페이스>를 시작으로 총 4장의 정규앨범을 발표했으며, 현재까지 음반판매량은 3600만장에 이른다. 대표곡으로는 미드 템포의 <카우보이 테이크 미 어웨이>
[알고 봅시다] 부시와 맞짱 뜬 언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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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은 수없이 많은 독자들에게 <오만과 편견> <이성과 감성> <엠마> 등 소중한 작품을 선사해주었다. 그녀의 작품들은 20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으며, 가장 최근 2005년작 <오만과 편견>에 이르기까지 TV시리즈와 영화 등으로도 수차례 소개됐다. 미국에서는 곧 오스틴의 작품에서 용기를 얻게 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제인 오스틴 북 클럽>도 개봉할 예정이다. 그러나 정작 작가 제인 오스틴에 대한 이야기는 그리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근래 출판된 존 스펜스의 전기 <비커밍 제인 오스틴>을 바탕으로 한 줄리언 재럴드 감독의 <비커밍 제인>은 41살의 젊은 나이로 사망할 때까지 미혼으로 작품활동을 했던 제인 오스틴에게도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있었다는 것을 가정한 영화다.
제인 오스틴의 개인사는 대부분 베일에 싸여 있다. 하지만 그녀의 언니이자 가장 친한 친구였던 카산드라에게 보
[현지보고] 제인 오스틴은 어떻게 연애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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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처음으로 와이드 릴리즈를 하는 <디 워>의 프리미어가 열린 9월13일의 LA. 전미 2275개 극장에서 다음날인 14일에 개봉될 <디 워>는, 적어도 LA에서는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극장 여름 성수기가 지나 관객이 뜸해진 탓도 있었고, 게다가 가족과 함께 조용히 보낸다는 유대인 설날 휴일이었던 탓에 도시 전체는 더더욱 잠들어 있는 것 같았다. 온통 TV시리즈 광고로 가득한 도시의 전광판들 속에서 간간이 눈에 띄는 영화광고는 같은 날 개봉하는 조디 포스터의 <브레이브 원>과 일주일 전에 개봉한 <3:10 to Yuma>, 그리고 10월에 개봉하는 벤 스틸러의 <하트브레이크 키드>정도였다. <디 워>는 보이지 않았다.
7시30분에 시작하는 프리미어까지 세 시간 반이 남은 오후. 기대했던 반응을 전혀 건지지 못한 채 남은 시간 동안 LA를 돌아다니며 얼마나 많은 <디 워> 광고가 눈에 띄는지를 확인해
[현지보고] 아~ LA 한복판에서의 승천은 꿈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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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정신없다. 얼굴들이 다 누렇게 떴다.” 9월19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일민미술관 앞. 서울독립영화제 조영각 집행위원장은 독립영화전용관 인디 스페이스 개관을 앞두고 공청회 준비로 분주한 한국독립영화협회(이하 한독협) 회원들을 보더니 한마디 던진다. 전폭적인 지원과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다고 해도 만만찮은 독립영화전용관 사업이다. 당장 10월부터 상영을 시작하는 인디 스페이스 앞엔 해묵은 숙제들이 산적해 있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뭘 했기에 뒤늦게 수선이냐”고 딴죽걸진 말자. “왜 독립영화인들은 전용관에 목숨 거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거나 “독립영화나 예술영화나 따로 전용 상영관을 만들 필요가 있나”라는 반문을 던졌던 이들을 설득하느라 걸린 시간만 무려 7년이니 말이다.
독립영화전용관 인디 스페이스(서울 중구 명동 중앙시네마 3관)가 11월8일부터 개관영화제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전용관을 운영할 한독협 독립영화 배급지원센터는 9월19일 ‘독립영화전용관의 역할과
[쟁점] 독립영화의 해방구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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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영화 관객은 1)영화를 골라, 2)표를 사고, 3)상영관에 들어가는 데 익숙해 있다. 프랑스에서는 이런 의례의 두 번째 부분은 널리 잊혀져가고 있다.
2000년 3월, 프랑스의 가장 중요한 배급사인 UGC는 일정한 입장료만 내면 음식을 자기 양껏 골라 먹을 수 있는 뷔페 식당에 비교될 만한 무제한 정액권을 내놓았다. 한달에 18유로(대략 2만3천원)로, 이제부터 관객은 UGC의 모든 극장에서 원하는 영화를 맘껏 볼 수 있게 됐다. 입구에 자기 카드만 제시하면 된다. 할인되지 않은 정상 표값이 대략 10유로(약 1만3천원)임을 감안한 열광적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곧 유사한 방식을 제안하기 위해 경쟁 배급사인 유로-팔레스가 파리의 독립 배급자인 마르탱 카르미츠(MK2)와 연합했다. 그렇게 두개의 정액권은 프랑스 극장의 대부분을 포괄한다. 그 결과 2000년부터 영화관은 3500만 관객을 얻었다. 정액권이 23%의 관객 증가를 이뤘다고 평가된다. 언제나 그렇듯이, ‘프랑스영화의
[외신기자클럽] 예술영화는 대중영화 상영관에 통합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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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의 57년작을 리메이크한 서부극 <결단의 순간 3:10>가 비평과 흥행에 청신호를 보이고 있다. 지난주 <브레이브 원>에 박스오피스 1위를 내주긴 했지만 관객과 비평계의 반응이 좋아서 입소문을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베니스영화제에서 브래드 피트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또 하나의 서부극 <제시 제임스의 암살> 역시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등, 한때 지나간 유행이라 치부하던 서부영화는 캐릭터의 현대적인 해석을 무기로 하나둘씩 또다시 극장에서 붐을 일으킬 조짐이다.
서부극은 이미 TV쪽에서는 절정의 인기를 구가한 지 오래다. 절찬리에 방영된 <HBO>의 <데드우드>를 비롯해 지난 9월16일 열린 에미상 시상식에서 미니시리즈 부문 남우주연상(로버트 듀발) 및 조연상(토머스 헤이든 처치)을 휩쓴 <브로큰 트레일>에서도 TV계에서의 서부극의 인기를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인들에게 ‘서부’의 시대정신은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LA] 현대적 해석으로 다시 살아나는 서부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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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호 2008년도 공격적인 행보로 시작
일본의 메이저 배급사 도호가 2008년 정월 개봉작을 발표했다. 겨울방학 기간인 12월에서 다음해 2월까지를 가리키는 정월은 일본 극장가에 관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시기. 오다 유지, 마쓰야마 겐이치가 출연하는 <쓰바키 산주로>, 미야자키 아오이와 오카다 준이치가 주연한 <음지와 양지에 핀다>, 베스트셀러 그림책을 원작으로 하는 <마리코와 강아지의 이야기> 등 총 5편의 영화가 이 시기에 개봉될 예정이다. 이는 한 배급사의 정월 개봉작으로는 전례없이 많은 수로, 도호는 “2006년처럼 50억엔 이상의 수익을 기록한 큰 영화는 없었지만 올해는 10억엔 이상의 작품이 많았다”며 이와 같은 공격적인 행보를 설명했다. 5편의 정월 개봉작 외에도 도호는 인기 드라마를 영화로 옮긴 <쿠로사기>와 <꽃보다 남자∼ 파이널∼>,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20세기 소년>, <소
[해외단신] 도호 2008년도 공격적인 행보로 시작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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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물의 힘은 강하다. 다큐멘터리 감독 찰스 퍼거슨이 <뉴욕타임스>의 홈페이지에 게재한 10분짜리 영상물 <에디터에게 보내는 편지>가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퍼거슨 감독은 2007년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끝이 안 보인다>(No End in Sight)에서 사담 후세인을 강제로 끌어내린 뒤 미국 정부가 저지른 실수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가 부각시킨 이슈 중 하나는 미국쪽이 후세인의 군대를 포함한 이라크 군인을 강제로 해산시키면서 직업을 잃은 군인 중 대부분이 지금 이라크에서 번지고 있는 폭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라크 군인의 해산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전 이라크 최고 행정관 L. 폴 브리머는, 그러나 9월6일자 <뉴욕타임스>에 ‘나는 어떻게 이라크 군인을 해체하지 않게 됐나’라는 칼럼을 보내 퍼거슨 감독의 견해를 맞받아쳤다. 칼럼의 주된 내용은 “그때 이미 조직화된 이라크 군인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고, “
[What's Up] 영화의 정치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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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을 향해 출항 준비 완료! 할리우드가 내년 여름 극장가를 놓고 벌써부터 뜨겁다. <스크린 데일리>는 최근 내년 5월부터 8월까지 워너, 폭스, 디즈니, 드림웍스, 파라마운트, 소니 등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빈틈없이 채워놓은 여름 블록버스터의 개봉 일정을 발표했다. 내년 여름 시즌의 포문을 열게 될 작품은 <아이언 맨>(5월1일, 파라마운트). 이후 <스피드 레이서>(5월9일, 워너), <지구가 정지된 날>(5월9일, 폭스), <나니아 연대기: 캐스피안 왕자>(5월16일, 디즈니), <인디아나 존스4: 수정해골 왕국>(5월23일, 파라마운트), <인크레더블 헐크>(6월13일, 유니버설), <월-E>(6월27일, 디즈니·픽사), <행콕>(7월2일, 소니), <배트맨 비긴스2: 다크 나이트>(7월18일, 워너), 그리고 <미이라4: 용의 제국>(8월1일,
2008년 여름을 뜨겁게 달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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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주말, 드웨인 ‘더 록’ 존슨의 가족영화 <게임 플랜>이 북미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다. 풋볼팀의 쿼터백에게 예상치 못했던 딸이 나타나 자유분방한 싱글 라이프가 막을 내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개봉성적은 2270만 달러를 기록했다. 드라마 <클로저>의 주인공인 키라 세즈윅이 함께 출연한 <게임 플랜>의 성공 비결에 대해서는 오랜만에 극장에 걸린 가족 관객용 영화라는 의견이 대부분으로, 제작사 디즈니에서는 “무겁거나 잔인한 R등급 영화로 부터 소외된 관객들의 요구와 영화가 만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주 박스오피스 상위 10위 내의 영화 중 R등급을 받은 영화는 <결단의 순간 3:10> <브레이브 원> <이스턴 프로미스> 그리고 신작 <킹덤> 등 모두 4편이다.
제이미 폭스, 제니퍼 가너가 출연한 <킹덤>은 사우디 아라비아를 배경으로 한 스릴러로, 폭스와 가너는
‘더 록’의 가족영화 <게임 플랜> 1위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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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경택 감독의 신작 <사랑>이 추석시즌의 격전에서 승리했다. 지난 9월 20일 개봉해 전국 400개, 서울 85개 스크린에서 상영된 <사랑>은 추석연휴의 마지막날인 9월 26일까지 110만3002명을 동원한 후, 지난 주말까지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사랑>이 지난 주말 동원한 관객은 전국 35만8613명으로 총 누적관객 152만3816명(배급사 집계)을 기록하고 있다. 추석시즌 전주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여 9월 25일까지 전국 135만명을 동원한 <본 얼티메이텀>은 지난 주말동안 전국 23만 3천명을 불러모으는 데 그치며 2위로 내려왔다. 지난 주말까지 서울 72개, 전국 280개 상영관에 걸린 <본 얼티메이텀>이 동원한 전국누적관객은 약 179만 3천명(배급사 집계)이다.
3,4,5위는 추석시즌의 또 다른 경쟁작들이 차례로 차지했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권순분여사 납치사건>은
<사랑>, 추석대전 승리.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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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다운로드 이젠 그만!”
“여러분의 영화를 지켜주세요!” ‘영화 불법다운로드 근절 캠페인’ 선포식이 9월19일 서울 신문로 미로스페이스에서 열렸다. 한국영화감독네트워크, 문화관광부, 정보통신부 등 영화계 안팎의 13개 단체가 참여한 이번 행사에는 박찬욱 감독, 정윤철 감독,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공동 집행위원장 등이 자리했다. 영화인들은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동안 특별 캠페인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
“쿼터 축소가 한국영화 위기 불렀다”
스크린쿼터 축소가 한국 영화산업을 위축시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동국대 대중문화연구소의 김현정 연구원은 9월19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위기의 한국영화, 비상구는 없는가’ 토론회에서 “스크린쿼터가 축소되면서 투자 수익률이 악화하고 제작·개봉 영화 편수가 줄었으며 스크린당 한국영화의 상영일수 평균도 지난해보다 21.8% 줄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스크린쿼터 원상 복구만이 현재의 위기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CJ
[국내단신] “불법 다운로드 이젠 그만!”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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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백년지대계. 영화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4월부터, 한달에 한번씩 서울아트시네마에선 ‘영화관 속 작은 학교’가 열리고 있다. 오슨 웰스의 영화로 영화언어를 공부하고, 여성·환경영화제 상영작 <마킬라폴리스>로 세계화의 문제점을 이야기하는 학교다. 서울아트시네마 신은실 프로그래머는 “청소년 영화교육은 많이 이뤄지고 있지만 주로 제작 중심이다. 영상읽기 교육도 그 못잖게 중요하다”라고 말한다. 일반학교는 특별활동 시간이나 ‘놀토’를 이용하여 교사의 인솔로 참가가 이뤄지고, 몇몇 대안학교는 학생들이 직접 신청하는 경우도 있단다. “좀 어렵지 않은가 싶었던 영화를 학생들이 흥미롭게 볼 때도 있고, 현대사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본 학생들의 냉철한 현실의식에 강사가 놀라는 경우도 있다.” 홈페이지(www.cinematheque.seoul.kr)로 일정을 확인하고 이메일(esshin@cinematheque.seoul.kr)로 신청서를 보내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10월 프로
[인디스토리] 영상읽기 배우러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