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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활동 중인 감독 중 데카당스 미학의 계승자를 꼽으라면 단연 알렉산더 소쿠로프가 돋보인다. 죽은 비스콘티가 부활한 듯 그는 퇴폐적이고 타락한 질병의 세상에서 아름다움의 정수를 끌어올리고 있다. 몽상과 유령, 질병과 죽음의 검은 세상에서 그의 미학은 더욱 빛나는 것이다. 그의 작품들을 모아 상영하는 알렉산더 소쿠로프 특별전이 10월30일부터 11월4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문의: www.cinemathequeseoul.org).
러시아의 무명감독이었던 알렉산더 소쿠로프가 서방에 이름을 알리게 된 데는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영향이 컸다. 타르코프스키는 소쿠로프가 70년대에 국립영화학교(VGIK)에 다닐 때 그의 스승이자 친구였다. “소쿠로프라는 젊은 감독이 있다. 거장이 될 재목이다. 정부의 탄압을 받아 정상적인 활동을 못한다. 서방 친구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타르코프스키의 입을 통해 재목으로 지목된 젊은 감독 소쿠로프(1951~)는 서방 영화인들의 호기심을 잔뜩 자
미술, 죽음, 그리고 데카당스의 미학, 소쿠로프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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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는 투명인간이다. 부풀린 환대와 호들갑이 오가는 술자리에서조차 사람들은 그녀를 보지도, 듣지도 않는다. 존재를 부각시키기 위한 미약한 몸짓. 그녀는 입가에 작은 점을 하나 그려 넣는다. 진정한 악몽은 그때부터 시작이다. 바이러스가 침투하듯 스멀스멀 영역을 넓혀가던 점들은 어느새 온몸을 집어삼키고, 건조하던 일상은 끈적한 환각의 미로로 탈바꿈한다. 소외와 고립을 공포의 키워드로 사용하는 것은 낯설지 않지만, 점이라는 범상한 소재가 거대한 악몽으로 변해가는 과정은 시각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바짝 소름을 돋우기에 모자람이 없다. 공포를 촉발하고 그것을 확장시키는 감각과 리듬이 돋보이는 <점>은 이정행씨의 첫 번째 연출작이다.
“어느 날 몸을 보니 전에 없던 점이 생겼더라. 이 점이 늘어나면 어떤 기분일까 생각해본 것이 발상의 출발이었다. 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인간관계가 넓어졌지만, 대부분 형식적인 것에 그치는 것 같다는 회의도 있었고. 그런 생각들로부터 영화가
[이달의 단편 18] 이정행 감독의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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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다기리 조의 출연작 중 유일하게 일본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던 영화 <오다기리 죠의 도쿄타워>는 2006년 일본을 휩쓴 도쿄타워 신드롬의 영화판이다. 대중적이지 않은 배우 오다기리 조가 어떻게 대중의 마음을 울렸는지 그 비결은 이 영화의 원작이 된 소설 <도쿄타워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에 담겨 있다. 일본인들의 꿈과 향수, 평생의 고향 어머니에 대한 눈물이 유머와 함께 묻어나는 이야기. 2006년 한해 일본을 울린 도쿄타워의 뒷이야기를 소개한다.
도쿄 드림의 상징, 도쿄타워
‘연인과 함께 도쿄타워에 갔을 때 불이 꺼지면 그 사랑은 영원하다’는 믿음이나, 에쿠니 가오리가 소설 <도쿄타워>에서 묘사한 금지된 사랑의 피난처처럼 요즘 일본 젊은이들은 도쿄타워를 단지 낭만적인 장소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1970년대에 청춘을 보냈던 일본의 중년들에게 도쿄타워는 꿈의 상징이다. 고도로 발전하기 시작한 당시 일본의 경제상황과 맞물려 수많은 젊은이들이
[알고 봅시다] 일본을 울린 눈물의 힘은 원작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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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저널리스트에게 영화 리뷰와 인터뷰를 하는 것 중 어떤 일을 하는 것이 더 어려울까? 영화 리뷰는 수사를 더욱 능통하게 다룰 수 있어야 하며 더 깊은 비평적 기술을 요구하지만, 시간이 감에 따라 본인은 영감 가득한 리뷰만큼이나 훌륭한 인터뷰에 대해 존경심이 인다. 분명 인터뷰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능력을 요구하고, 인터뷰어는 인간 상호작용의 예측 불가능한 성질을 잘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이들은 인터뷰를 하는 것에 거의 신비주의적인 특성을 부여한다. <뉴욕타임스> 기자 클라디아 드라이후스는 인터뷰를 “사랑을 만드는 행위”에 비유한다.
그렇지만 어쩌면 그보다는 단순할지도 모른다. 인터뷰 기술에 비교적 영향력있는 목소리를 내는 이들 중에 존 사와츠키라는 캐나다인이 있는데, 2년 전 미국의 스포츠 채널인 <ESPN>에 고용되기 전 몇년간 인터뷰에 대한 워크숍을 개최했었다. 사와츠키는 흥미로운 대답을 하게 하거나 지루한 대답을 하게 하는 각기 다른 질문들의
[외신기자클럽] 인터뷰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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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동안의 공백을 접은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올해로 2회를 맞는 로마국제영화제(이하 로마영화제)에 참석한다. 10월18일 개막해 27일까지 열리는 로마영화제에서 코폴라가 선보일 영화는 프리미어 부문에 초청된 <유스 위드아웃 유스>로, 언어학 교수를 연기하는 팀 로스가 자살을 결심한 날 벼락을 맞고 기적적으로 살아남으면서 몸과 마음이 다시 젊어짐을 깨닫는다는 이야기다. 코폴라가 10년 만의 컴백장소로 로마를 선택한 데 대해 이탈리아 언론은 꽤나 관심을 기울이는 눈치다. “많은 영화제에서 내 영화를 원했지만 내가 보기에 로마영화제야말로 시민과 관객을 위해 영화를 선택하는 장소”라고 말한 코폴라 감독의 발언을 통해 언론들은 베니스영화제와 로마영화제 사이의 미묘한 경쟁관계를 다시 한번 되새기고 있다.
로마영화제는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베니스영화제와 딱 한달간의 시간차를 갖고 있는 탓에 지난해에는 이탈리아의 일간지들이 너도나도 두 영화제의 경쟁을 ‘전쟁’이라고
[로마] 로마에 펼쳐지는 시네마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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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TV시리즈로 제작
조지 루카스 감독이 <스타워즈>를 텔레비전 방송용 실사물로 만들 계획을 발표했다. 루카스 감독은 이와 관련한 작업에 이미 착수한 상태로, 루크 스카이워커나 다스 베이더 등 영화의 주요 캐릭터는 등장하지 않을 예정이다. 세부사항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감독은 “마이너한 캐릭터들에 대한 이야기다. 로봇의 생활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지 루카스는 스타워즈의 TV애니메이션 <클론 전쟁>의 CG애니메이션 제작도 진행 중이다.
미국, 극장 내 광고수입 15% 상승
미국의 극장 내 광고수입이 2006년 4억5570만달러를 달성했다. 3억9480만달러였던 2005년과 비교하면 15% 상승했다. 극장 내 광고는 영화 전 삽입되는 영상광고와 스탠딩, 팝업, 프로모션 등의 오프스크린광고로 나뉘는데, 2006년 각각 4억1740만달러와 3830만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극장광고위원회(CAC: Cinema Advertisi
[해외단신] <스타워즈> TV시리즈로 제작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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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은 하되 가이드라인을 추가하라. 영국 대법원이 전 미국 부통령 앨 고어가 연출한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의 중등교육기관 상영을 둘러싼 소송의 판결을 내렸다. 전세계 기후 변화를 소재로 한 <불편한 진실>은 영국 정부의 허가하에 중등교육기관에 교육용 DVD로 배포될 예정이었으나 한 학교 교장이 이를 반대하는 소송을 내 그 여부가 불확실해진 바 있다. 영국 대법원은 영화의 “일방적인” 견해를 보충하는 가이드라인을 포함시키고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논쟁적인 지점에 대해 설명하는 범위 내에서 이 작품의 중등교육기관 상영을 허용한다고 결론지었다. 재판을 담당한 버튼 판사는 고어의 영화가 “대체로 과학적인 조사와 사실에 기초”했지만 일부 “기우와 과장의 정황”을 내포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가까운 미래”에 해수면이 23피트 상승할 것이라는 경고와 지구 온난화가 허리케인 카트리나를 일으켰고, 차드호의 물을 증발시켰으며, 킬리만자로산의 눈을 용해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What's Up] <불편한 진실>을 허하라, 다만 설명 좀 덧붙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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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 작아진 파이 때문에 모두가 울적한 한국과는 달리, 미국의 가을은 모두가 행복한 모양이다. 지난 10월13일과 15일자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뚜렷한 대작이 극장가를 휩쓰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객을 겨냥하는 중소 규모의 특색있는 영화들이 평화로운 공존에 성공했다.
10월 둘쨋주 2천개관 이상의 규모로 개봉한 세편의 영화가 북미 박스오피스 5위 안에 안착하여 모두 1천만달러 이상의 흥행을 기록했다. 이중에서도 1위를 차지한 로맨틱코미디 <나는 왜 결혼했을까?>는 흑인 극작가 겸 배우인 타일러 페리 감독의 두 번째 극장용 장편영화로,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전폭적인 지지로 흥행수익이 2천만달러를 훌쩍 넘겼다. 와킨 피닉스 주연의 범죄드라마 <우리는 밤을 지배한다>는 개봉 첫주 3위를 기록하며 남성 관객의 힘을 증명했고, 10월 첫쨋주 15개관에서 100만달러 가깝게 수익을 올리며 시작한 조지 클루니 주연의 <마이클 클레이튼>은 2511개
미국 극장가의 행복한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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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영화시장의 성장세가 놀랍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자오우 메가조이픽처스 부사장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영화의 총수입은 57억3천만위안이다. 우리 돈으로 치면 약 7천억원 규모. 이중 극장에서 거둬들인 수익은 전체 매출액의 46% 수준인 26억2천만위안쯤 된다. 자국영화의 극장 매출 기준으로만 보면 아직 한국 영화산업의 절반 수준이다. 참고로 한국영화는 지난해 5916억여원(영진위 집계)의 수익을 거둬들였다. 하지만 중국 영화산업의 총수익은 매년 2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영화채널을 통한 방송수입과 해외판매 수입은 극장 매출보다 더 많다. 불법 복제물에 대한 정부의 규제, 관련 부처 내에서 시작된 등급제 논의, 외화 수입 편수 확대 등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전후로 그동안 중국의 영화시장 확대를 가로막았던 유통 환경 또한 어느 정도 변화할 전망이어서 대륙에 대한 기대는 어느 때보다 높다.
국가가 한발 물러서고 그 자리를 민간자본과 해외자본이 메우기 시작하
[쟁점] 중국시장 공략, 달라져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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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 <30 데이즈 오브 나잇>이 박스오피스의 새로운 승자가 됐다. 가을 비수기에 접어든 극장가는 블록버스터급 영화가 독식하는 대신, 매주 3~4편의 신작이 튀지 않는 성적으로 개봉했는데, 10월 셋째주 역시 <30 데이즈 오브 나잇> <곤, 베이비, 곤> <더 컴백스> <렌디션> 등 신작이 개봉한 가운데 <30 데이즈 오브 나잇>이 정상을 차지했다. 데뷔 성적도 1600만달러로, 1위로 데뷔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수입이다. <30 데이즈 오브 나잇>은 스티브 나일즈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로, 태양이 지평선 너머로 넘어가면 30일 동안 어둠 속에서 지내야 하는 알래스카의 마을에 피에 굶주린 뱀파이어들이 침공하며 벌어지는 호러 영화다. 샘 레이미가 제작했으며 <하드 캔디>의 데이비드 슬레이드 감독이 연출, 조시 하트넷, 멜리사 조지, 대니 휴스턴 등이 출연했다.
평단의 우호적인 반응을 얻
뱀파이어 영화 <30 데이즈 오브 나잇> 북미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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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일, 장률 감독 전작보러 오세요
‘전수일+장률 감독 특별전’이 10월25일(목)부터 11월7일(수)까지 스폰지하우스 압구정에서 열린다. 전수일 감독의 <내 안에 우는 바람>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 장률 감독의 <당시> <망종>을 상영한다. 장률 감독의 단편 작품 <11세> <사실> 등도 상영한다. 주말 상영은 없다 02-543-3267, 02-6404-5132, 22die4444@naver.com, goadonis@naver.com
할로윈, 영화와 함께 즐기자
우리나라에는 없는 명절, 할로윈을 기념해 독특한 파티가 열린다. 10월25~26일 양일간 열리는 ‘록키 호러 파티: A Surprise Halloween’은 컬트영화의 전설 <록키 호러 픽처쇼>의 심야상영 관람문화를 본뜬 활기찬 이벤트. 영화 상영과 함께 할로윈
[국내단신] 전수일, 장률 감독 전작보러 오세요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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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도 가을을 타고 있습니다.
객석은 한산하고, 전단지는 남아돌고,
하루에도 수십번이나 갈아넣던 번호표 종이에도 직원의 손길이 뜸합니다.
첫눈이 오면 좀 나아질까요?
지난해에는 10월에 추석이 있었지만, 올해는 9월에 있었던 게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그런데 안타까운 건 추석이 있었는데도 지난해 9월과 비교할 때 이번 9월 매출이 10%밖에 상승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마 전체매출로 지난해와 비교하면 10% 정도 감소하지 않을까 싶다. <디 워>랑 <화려한 휴가>가 그렇게 긁어모았는데도 이 정도니 참….
_2008년 추석은 9월인데다가 연휴가 토·일·월요일뿐이라 더 힘들지 않겠냐는 모 멀티플렉스 관계자 A
예매량이 박스오피스랑 다를 수가 있겠나. 여름에 비해 절반 이상 떨어지긴 마찬가지다. 그만큼 사이트 방문자 수도 떨어졌다. 8월만 해도 일일 평균 방문자 수 50만, 60만명을 기록했는데, 지금은 35만명 정도다. 반면에 영화사들이나 극장들이 회
[이주의 영화인] 극장도 가을을 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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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는 끝났지만 영화제의 흥분은 계속된다. 먼저 11월1일 올해로 5회를 맞는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ASIFF 2007)가 서울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개막작 <선거일 밤> 상영을 시작으로 닷새 동안 열린다. 34개국, 89편의 단편영화가 국제경쟁부문과 특별 프로그램 등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국제경쟁부문 심사위원장에는 이창동 감독이 위촉됐고, 영화배우 이미연은 연기상이라 할 수 있는 ‘단편의 얼굴상’ 특별 심사위원으로 참여한다. 올해로 4회째인 메가박스일본영화제는 198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시대별로 만화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과 극영화들을 11월15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선보인다. 개막작으로는 <갓파 쿠와 여름방학>, 폐막작으로는 <Always 3번지의 석양-속편>이 선정됐다. 최신 영화를 극장과 TV에서 동시 개봉하는 영화제로 주목받은 KBS프리미어영화제도 올해로 어느덧 3회를 맞았다. 4일을 시작으로 브누아 마지멜 주연의 <
11월 영화제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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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슬 주연의 <용의주도 미스신>(감독 박용집·제작 싸이더스FNH, 로드픽쳐스)이 지난 10월18일 촬영을 끝냈다. <용의주도 미스신>은 당당하고 도도한 광고기획사 AE 신미수(한예슬)가 용의주도하게 연인을 물색하는 과정을 그려낸 로맨틱코미디. 권오중, 손호영, 김인원, 이종혁, 조상민, 임예진 등이 출연한다. 올 하반기 개봉예정.
용의주도한 한예슬 곧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