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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성처럼 음침한 GP(Guard Point: DMZ 내에 있는 소대단위 벙커)에서 대원들이 쏟아져나오고, 노수사관(천호진)의 총구가 불을 뿜는다. 예닐곱명의 건장한 수색대원들이 노리는 것은 앰뷸런스를 탈취하여 도망가려던 GP장(조현재). 엄격한 군인정신을 겸비한 수사관과 독기를 품은 젊은 군인이, 백전노장의 중견 배우와 혈기왕성한 젊은 배우가 날카로운 눈빛을 교환한다. 11월의 마지막 밤. 강원도 청평에 마련된 <GP 506>의 오픈세트는 막판 촬영의 열기로 매서운 겨울의 문턱을 지나는 중이다. 그럴 만도 했다. 비무장지대 GP에서 21명의 부대원 대부분이 몰살당한 사건을 수사하게 된 노수사관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스릴러물 <GP 506>이 60%가량 촬영한 뒤 제작 중단된 것이 지난 6월. 4개월 만에 배우는 물론 제작진 전원이 합류하여 막판 촬영에 열중하는 그 마음에 신바람이 절로 난다. 군복을 입었으면 배우요, 방한 점퍼를 걸쳤으면 스탭. “억압적인 군
그날 GP에 무슨 일이 있었나, 공수창 감독 신작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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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안의 <색, 계>가 제44회 금마장영화상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양조위), 신인배우상(탕웨이), 각색상 등 7개 부문을 휩쓸었다. 지난 9월 베니스 국제영화제의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색, 계>는 금마장영화상에서도 11개 부문 후보에 노미네이트됐고, 대부분이 시상으로 이어져 위용을 과시했다. 또한 <색, 계>에서 '이'의 부인으로 출연한 조안 첸이 토니 아이레스 감독의 <더 홈 송 스토리즈>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해 영광을 더했다. 호주와 싱가폴 합작으로 만들어진 <더 홈 송 스토리즈>는 7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이 밖에도 <전고>에서 삼합회 보스를 연기한 양가휘가 남우조연상을, <영혼의 결혼>에 출연한 판빙빙이 여우조연상을 수상했고, 대만의 인기가수인 주걸륜의 감독 데뷔작인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주제가상를 수상함과 동시에 "올해의 주목할 만한 대만영화"에도 선정됐다. 영화제의 백미
<색, 계> 금마장영화상 휩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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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 영화 세다. 폭력에 폭력이 이어지고 욕설이 욕설을 덮는다. 상영횟수는 무려 8723번. 100~200회 사이를 맴도는 상상마당 온라인 상영관의 대다수 작품 중에서 <정서적 싸움>은 독보적인 인기작이다. 덧글로 달린 감상평도 유난히 많다. 학교를 배경으로 왕따를 당하는 병민과 이들을 괴롭히는 학교의 일진 관명, 덕균, 홍래, 구영의 관계가 주된 스토리지만, 대사의 90%는 욕, 장면의 절반은 폭력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치열한 싸움터에 나와 있는 느낌이 들 정도다. 하지만 어딘가 심상치 않은 건 카메라의 앵글. 뻗은 주먹과 주먹에 맞아 흔들리는 주둥이의 움직임이 둔중하지만 섬세하게 떨린다. 핸드헬드와는 다른 느낌이다. <정서적 싸움>은 연출을 맡은 신재영 감독이 직접 조립한 카메라로 찍었다. 배우의 인중, 주먹의 끝에 CCD 카메라를 달고 액션의 합을 맞췄다. “<달콤한 인생>에서 이병헌이 어깨에 카메라를 걸고 촬영한 장면이 있잖아요. 그것처럼
[이달의 단편 20] 신재영 감독의 <정서적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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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아르헨티나 할머니>는 ‘미친 여인’으로 베일에 가려진 채 살아가는 아르헨티나 할머니와 그녀를 통해 상실의 아픔을 극복해가는 한 가족의 이야기다. 요시모토 바나나 소설 중 <키친> <티티새>에 이어 세 번째로 영화화되었지만, 한국에서는 최초로 개봉하는 요시모토 바나나 원작의 작품이기도 하다. 소설로 한발 앞서 한국을 찾은 <아르헨티나 할머니>의 기묘하고도 아름다운 세계를 더욱 즐겁게 여행하기 위해 알아두면 좋을 몇 가지 것들.
1. 요시모토 바나나
본명은 요시모토 마호코. “열대지방에 피는 붉은 바나나 꽃이 좋아서”, “성별 불명, 국적 불명이라서” 등의 이유로 줄곧 바나나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1964년생으로 대학 졸업반 시절 골프클럽 레스토랑 웨이트리스로 일하며 완성한 소설 <키친>으로 1988년 가이엔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소설을 통해 한편의 영화를 보거나 좋
[알고 봅시다] 당신의 마음을 치유하는 괴상한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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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13일 개봉하는 <나는 전설이다>는 세계 핵 전쟁이 야기한 변종바이러스로 전 인구가 흡혈귀가 된 세상에 오직 한 남자만 살아남았다는 상상에서 시작한다. 1954년 발표된 로버트 매드슨(Richard Matheson)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비슷한 시기에 활동한 SF작가 레이 브래드버리가 “20세기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한명”으로 언급했고 <X파일>의 시리즈 창작자 겸 제작자인 크리스 카터가 자신의 드라마에 ‘로버트 매드슨 의원’이라는 이름을 넣어 오마주를 바친 작가, 로버트 매드슨과 원작 소설 그리고 영화화 에피소드에 대해 알아보자.
원작자 리처드 매드슨은 누구?
1926년 미국 뉴저지주에서 태어났다. 고교 졸업 뒤 2차대전에 참전한 그는 돌아와서 언론학을 공부하고 1950년 첫 단편소설을 썼다. <남자와 여자의 탄생>이란 제목 아래 다락방에 갇혀 부모에게 육체적 학대를 받고 사는 소년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낸 이 단편은 미국의 판타지
[알고 봅시다] 블록버스터로 되살아난 SF호러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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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9일 개봉한 <어거스트 러쉬>가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특히 개봉 첫 주 전국 30만6000명을 동원했던 것에 이어 개봉 2주차에도 불구하고 더욱 높은 스코어를 기록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주 예매순위에서도 정상을 차지했던 <어거스트 러쉬>는 주말동안 전국 34만1000명을 동원하여 전국누적관객 90만4000명(배급사 집계)을 기록했다. 티켓파워가 높은 배우나 감독이 참여한 영화는 아니지만 폭넓은 관객층을 흡수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라는 평가다.
2위는 개봉 4주차를 맞이한 <세븐 데이즈>가 차지했다. 개봉 2주차에는 박스오피스 1위를 재탈환하기도 했던 <세븐데이즈>는 지난 주말 19만9507명을 불러모으며 총 누적관객 182만4901명(배급사 집계)을 동원, 200만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상위권 순위에 변동을 일으킨 영화는 <헤어스프레이>다. 12월 6일 개봉한 <헤어스프레이>는
<어거스트 러쉬>, 개봉 2주차에도 박스오피스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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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준비가 한창인 햇빛 쨍쨍한 로스앤젤레스. 한물간 작곡가 데이브(제이슨 리)는 예상치 못한 특별한 손님들을 맞이하게 된다. 가지런하던 데이브의 집안을 한순간에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리는 이 손님들은 바로 천방지축 다람쥐 형제 앨빈, 사이먼, 테오도르. 데이비는 이 귀여운 존재들이 부엌을 엉망으로 만드는 재주 외에도 말하고 노래하고 춤추는 재주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전망이라곤 없어 보이던 데이브의 음악은 다람쥐 형제를 통해 전세계적인 성공을 거두게 된다. 자신은 단지 ‘친구’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데이브와 그의 ‘가족’이 되고 싶어하는 다람쥐 형제. <앨빈과 수퍼밴드>는 팝 스타로 우뚝 서게 된 장난꾸러기 다람쥐 형제와 작곡가 데이브가 가족의 의미를 깨달아가게 되는 크리스마스용 가족영화이다. 몇 십년 동안 이차원의 화면에 머물러 있던 이들 사고뭉치 다람쥐 형제는 <앨빈과 슈퍼밴드>에서는 보송보송한 털에 둘러싸인 삼차원 캐릭터로서 그 귀여움을 마음껏 발산하고
[현지보고] 다람쥐 밴드의 크리스마스 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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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아 감독의 <두번째 사랑>은 2007년의 가장 자극적인 작품 중 한편이다. 그 미학, 멜로드라마적 취향 그리고 관심사(이 작품은 임권택 감독의 <씨받이>를 뒤집어 반영한 작품인데)에 있어 전적으로 한국적인 작품인 <두번째 사랑>은 그러나 뉴욕에서 촬영되었다.
이 작품은 한국계 미국인과 결혼한 미국 여인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 부부는 겉보기에는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아이를 가질 수 없고, 그것이 그들의 관계를 서서히 메마르게 한다. 여주인공은 그래서 한국인 불법 체류자에게 관심을 갖게 되고, 돈의 대가로 그에게 아이를 갖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들의 만남이 잦아짐에 따라 그들의 포옹은 더욱 열정적이 된다.
가느다란 몸매의 감수성이 예민한 금발의 베라 파미가(여주인공)는 두 한국 남자 사이에서 방황한다. 데이비드 맥기니스는 이상적 사위이거나 완벽한 남자친구이며, 그의 육체는 앞발을 높이 들어올리며 달리는 말과 날개를 커다랗게 펴고 나는
[외신기자클럽] 동양 남자의 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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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6년에는 1886년 처음으로 이루어졌던 한·불수교 120년을 기념하기 위한 문화 행사들이 많이 개최됐다. 프랑스의 한국 영화학도들이 ‘1886협회’를 조직하고 두 나라간의 문화 교류에 한몫하고자 시작했던 제1회 한불영화제도 그 같은 문화 행사의 일환이었다. 물론 올해도 한불영화제는 계속된다. 1886 협회의 운영진들은 올해 역시 어김없이 두 번째 행사를 준비하면서 1회 때 내세웠던 ‘젊은 신예 감독의 발견’이라는 기치를 그대로 지키면서도 또 다른 테마를 준비 중이다. 이름하여 ‘Entre-deux’. 이 프랑스 단어는 ‘두 가지 사이에서’라는 뜻이다. 한국인으로서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과 세계 속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 이 두 가지 사이에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대안을 찾아보고자 하는 작품들이 다양하게 제2회 한불영화제를 채우고 있는 것이다.
특히 주목을 끄는 작품으로 한국과 프랑스 사이에서의 직접적인 정치·경제적 관계를 다룬 하준수 감독의 <CO
[파리] 두 나라, 두 문화, 두 인간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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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 디텍티브>, 홍콩서 놀라운 출발
12월의 문을 연 주말, 홍콩 박스오피스의 트로피는 두기봉과 위가휘 감독이 공동연출한 <매드 디텍티브>가 가져갔다. 30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매드 디텍티브>의 개봉 성적은 49만달러로, 2주 전 1위로 개봉한 <베오울프>가 40개 스크린에서 개봉해 첫주 48만달러를 벌어들인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성공이다. 신입형사가 고참형사와 짝패가 되어 연쇄살인범을 추적하는 내용으로 지난 9월 베니스와 토론토 두곳의 국제영화제서 선보인 바 있다.
로버트 해리스와 로만 폴란스키의 만남
로버트 해리스의 신간 <더 고스트>가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지휘 아래 영화화된다. 로케이션의 어려움과 작가조합 파업으로 제작이 연기되자 <폼페이> 프로젝트를 떠난 폴란스키와 다시 한번 뜻을 모은 것. 해리스는 <더 고스트>에 대해 “기원전으로 가야 하는 <폼페이>처럼 많은 자원이 필요하
[해외단신] <매드 디텍티브>, 홍콩서 놀라운 출발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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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을 좇아 아프가니스탄에서 아랍에미리트로. 할리우드영화 <연을 줍는 아이들>에 출연한 아프간 소년들이 영화의 개봉에 앞서 고국을 떠나 아랍에미리트의 새로운 보금자리로 피신했다. 아프간계 미국 작가 할레드 호세이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연을 줍는 아이들>은 아프가니스탄의 라이벌 부족인 하자라, 파슈툰족 소년 사이의 우정과 배신, 갈등을 그린 영화. 하자라족 하산 역의 13살 아마드 칸 마흐미드자다, 하산의 절친한 친구이자 파슈툰족 아미르 역의 11살 제케리아 에브라히미 등 주요 배역에 11살에서 14살 사이의 실제 아프간 소년들을 캐스팅했다. 영화의 개봉이 이들의 안전을 위협하리라는 의견이 제시된 것은 극중 파슈툰족 남자가 하산을 강간하는 장면이 있음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남자가 벨트를 푸는 식으로 간접적으로 묘사되긴 했으나 아프가니스탄의 현 상황을 염두에 둘 때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는 장면이다. 제작사인 파라마운트픽처스는 아프가니스탄의 문화적 배경
[What's Up] 연만 주웠던 게 아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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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할리우드영화를 최소 3개월간 금지한다. 미국의 영화 전문지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중국은 12월8일부터 내년 2월 말까지 할리우드영화의 수입을 허용치 않을 계획이다. 이번 결정은 최근 중국에 대한 미국의 일방적인 무역, 군사정책에서 비롯된 것. 중국은 이번 결정을 공식화된 문서로 명시하진 않았지만 12월4일 광둥에서 열린 시네아시아 사전 행사 자리에서 발표했다. 이로 인해 2008년 1월과 2월에 개봉될 예정이었던 디즈니의 <마법에 걸린 사랑>, 드림웍스의 <꿀벌 대소동>, 파라마운트의 <스타더스트>, 워너브러더스의 <베오울프>는 스케줄 조정에 차질을 입었으며, 이미 검열을 마친 소니픽처스의 <행복을 찾아서>도 개봉이 불투명해졌다. 단 중국과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미이라3: 용황제의 무덤>은 예정대로 개봉한다. 중국의 한 영화국 관계자는 이번 금지 조치는 내년 5월까지 이어질 수도
다시 세워진 죽의 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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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를 모았던, 2007년의 판타지 <황금 나침반>에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으로 데뷔했다. 17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열두 살 고아 소녀 리라의 모험은 1위로 데뷔하기는 했지만 개봉성적은 2612만달러에 불과했고, 박스오피스 역시 5주 연속 침체를 이어갔다. <로이터>는 이 같은 저조한 성적을 가리켜 "<황금 나침반>, 길을 잃었다"라고 표현했고, <버라이어티>는 "반짝이지 않은 개봉(Not-So-Golden Bow)"이라고 운을 뗐다. 영국 작가 필립 풀먼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반지의 제왕>을 만든 뉴라인시네마에서 1억8천만달러를 제작비로 투입한 <황금 나침반>은, 니콜 키드먼, 대니얼 크레이그 등 연기파 배우가 대거 참여했으며, 원작이 가지는 이야기상의 특징때문에 제작 당시부터 일부 종교가 영화를 공식적으로 보이콧할 것이라는 루머가 돌기도 했다. 개봉 전 시사회를 제외하고는 지난 수요일 영국에서 가장 먼저 선
<황금 나침반> 저조한 성적으로 1위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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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훈 감독의 <괜찮아, 울지마> 연출부로 일했던 이시호씨는 최근 제작사를 돌고 있다. 6년 전에 자신이 쓴 시나리오 <조선발명공작소>를 들고 “세일즈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가 제시하고 있는 시나리오 저작권의 양도가는 2억원 이상. A급 시나리오작가의 오리지널 저작물보다 곱절 이상의 가격을 부르면서 “시나리오를 사라”는 그가 좀 이상할지도 모르겠다. <씨네21>에 그간의 사정을 제보한 이씨 자신도 “내가 요즘 왜 이 짓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한다. 더욱이 이씨는 이 시나리오의 법적 저작권자가 아니다. 이씨가 쓴 시나리오가 맞지만, 저작권은 이미 양도된 상태다. 그런데 왜 그가 나서서 공연한 거래를 벌이고 있는 것일까.
이씨가 말하는 정황을 좀 살펴보자. 그는 지난 2년 동안 PMC프로덕션에서 <조선발명공작소>의 시나리오를 매만졌다. <조선발명공작소>를 다른 A 제작사에서 “1억여원을 주고 넘겨받았던” PMC프로
[쟁점] 시나리오의 주인은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