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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지난날이 모두 꿈같이 느껴져.” 프랑수아 오종의 첫 번째 영어영화 <엔젤>은 자신의 여주인공과 같은 대사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 여류소설가 엔젤 데브렐의 일생을 그린다. 자신의 소설과 정확히 같은 운명을 겪었던 엔젤과 영화 <엔젤> 역시 상당한 공통점을 지닌다. 죽는 날까지 ‘파라다이스’를 떠나지 않았던 ‘엔젤’의 이야기에 감춰진 시대, 그리고 오종의 인장을 살펴본다.
1. ‘천사’의 모델은?
현실과 허구의 경계가 모호했던 엔젤의 인생처럼, 동명소설(<엔젤 데브렐의 일생>)을 원작으로 삼는 <엔젤> 역시 현실과 허구가 겹겹으로 서로를 감싼다. 엘리자베스 테일러라는, 의미심장한 이름의 작가가 1957년에 완성한 <엔젤>은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대중소설로 이름을 알린 영국의 여류소설가 몇명을 모델로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이 브론테 자매를 비롯하여 제인 오스틴을 거쳐 애거사 크리스티까지, 대중에게 사랑받은 위대
[알고 봅시다] 파라다이스에 갇힌 세속적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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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네요. 음… 너무 좋고요. 20년 전쯤에 처음 봤는데요, 그때는 그냥 봤고요, 항상 기억에 나는 영화 중 하나였고, 오늘은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해서 이유를 굳이 찾아보려고 하면서 봤는데 특별한 건 없는 것 같고, 음… 감독이 장면 선택하는 동기에서 나오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메모를 좀 했는데 잠깐… 어….”
1월10일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 첫 번째 감독 친구로 참석한 홍상수 감독의 첫 번째 멘트다. 홍 감독은 이날 장 비고의 프랑스 고전영화 <라탈랑트>를 추천하고 관객과 함께 본 뒤 시네토크를 가졌다. <라탈랑트>라는 영화가 궁금해서 온 관객도 있었겠지만 꽉 찬 객석의 진짜 이유는 “홍상수 감독이 이 영화에 대해서 뭐라고 말하는지 궁금해서 왔다”는 것. 시네토크 시간에는 열띤 질문과 느린 답변이 오고 갔다. 떨리는 목소리로 “<오! 수정> 쫑파티 때 이은주씨가 차마 다 못한 그 말을 알려달라”는 다소 엉
질문은 뜨겁게, 답변은 느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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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사적으로 보면 하나의 정신이 사라진 것 아닌가 싶다.” 10년 전 유영길 촬영감독의 영면을 두고 이명세 감독이 했던 말은 절반만 맞았다. 그가 떠난 자리는 여전히 메워지지 않았지만, 유영길 감독의 정신은 후배 감독과 촬영감독들의 마음속에 여전히 살아 있기 때문이다. 유영길 감독의 10주기 하루 전인 1월15일 제자들이 빈소를 찾은 것도 그가 남긴 정신을 되새기기 위한 것이었으리라. 이날 경기도 포천의 혜화동성당 묘원에 모인 제자 9명은 “선생님에게서 배운 것은 단순한 촬영기술이 아니라 영화 안에 사람을 담아내는 궁극의 작업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영화아카데미 시절 유영길 감독을 스승으로 모셨던 박현철 촬영감독은 묘석에 술 한잔을 올린 뒤 “어려운 상황을 만날 때마다 선생님이었으면 어떻게 했을까 하고 고민을 하는데 늘 힘을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고, 초빙교수로서 그를 만났던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1, 2기 출신 감독과 촬영감독(구혁탄, 김병서, 김유진, 김철주, 문철배,
당신의 정신을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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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첫 번째 축포를 쏘아올렸던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가 신임 운영위원장으로 배우 이덕화씨를 임명한 것과 관련해 영화계 안팎에서 여러 추측들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행사를 주최하는 서울특별시 중구청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영화제를 개최하기 위해 김홍준 전 운영위원장을 교체했다는 설이 흘러나온다. 반면 이덕화 운영위원장으로의 교체는 영화제의 원활한 진행을 위한 새로운 인사 영입일 뿐이라며 민감하게 반응할 사안은 아니라는 견해 또한 있다. 9월3일부터 11일까지 9일 동안 개최될 제2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이덕화씨가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 운영위원장이 된 건 지난 1월9일이다. 충무로영화제를 주관하는 서울특별시 중구청은 그로부터 약 1주일 뒤인 1월15일에 보도자료를 내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중구청의 한 관계자는 17일 <씨네21>과의 전화통화에서 “김홍준 전 운영위원장의 개인적인 사정상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김 전 운
[쟁점] 부탁해요~! 저 이덕화, 믿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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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영화스튜디오에서 제작되고 유럽에서는 이번에 처음으로 선보인 북한영화에 대해 프랑스 평론계가 입을 모아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지난해 12월 개봉한 북한영화 <한 여학생의 일기>의 흥행실패는 이미 예측했던 일이다. 장준학 감독이 만든 이 작품이 ‘좋은 영화’의 미학적 기준 어느 하나에도 부합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때문에 이 영화가 전혀 흥미롭지 않다고는 할 수 없다.
<한 여학생의 일기>는 제목 그대로 조그만 시골집에 가족과 함께 살며 새로 지은 대형아파트에 입주하기를 꿈꾸는 한 여고생의 생활을 그린다. 초반부 주인공은 늘 집을 비우고 일에만 몰두하는 아버지, 오로지 남편의 과학연구를 돕는 일에만 헌신하는 어머니에게 반항하지만, 가족의 이익보다는 나라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을 차츰 이해하게 된다.
프랑스 평론계는 이 작품의 밋밋한 시나리오, 선명하지 않은 색상, 깨끗하게 처리되지 못한 후시녹음(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계속 이상
[외신기자클럽]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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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자국영화 흥행 열기는 올해에도 지속된다. 이런 예상을 가능케 하는 것은 1월 초 개봉한 크리스티나 코멘치니 감독의 <화이트 앤 블랙>(Bianco e Nero)과 <알레나토레 넬 팔로네2>(L’allenatore nel pallone2)가 흥행 순위 2위와 3위를 연이어 차지하며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치네파네토네(Cinepanettone: 이탈리아의 크리스마스 케이크 파네토네처럼 성탄절 시즌 할리우드영화를 제칠 정도로 비상한 흥행을 누리는 이탈리아 자국영화)들이 지난 12월 좋은 성적을 거둠과 동시에 연이은 1월의 흥행 열기는 이탈리아 영화계의 희망찬 새해를 예고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탈리아영화는 지난해 31%의 시장점유율을 보이며 멋진 한해를 보낸 바 있다.
올해 3월 초까지는 무려 20여편의 국산영화가 개봉할 예정이다. 2월 초에는 난니 모레티가 열연한 <카오스 칼모>(Caos Calmo)가 관객몰이를 톡톡히 해줄
[로마] 이탈리아, 희망찬 새해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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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개막작, 마틴 스코시즈의 <샤인 어 라이트>
롤링스톤스의 콘서트 실황을 담은 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샤인 어 라이트>가 제58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스코시즈는 이 베테랑 록밴드의 공연을 담기 위해 2006년 가을, 16대의 카메라를 가지고 뉴욕 비콘 시어터를 2번이나 찾았다고 한다. 2월7일 개막식에는 스코시즈 감독과 롤링스톤스 멤버들도 참석할 예정이다. 영화제 집행위원장 디이터 코슬릭은 “이 의미심장한 작품이 개막작인 동시에 월드 프리미어라는 사실이 기쁘다”고 말했다.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작 발표
제80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최종후보를 향한 외국어영화상 후보작이 발표됐다. 브라질 감독 카오 햄버거의 <부모님이 휴가를 떠난 해>를 비롯해 이스라엘, 호주, 이탈리아, 캐나다, 카자흐스탄, 폴란드, 러시아, 세르비아에서 출품한 9개 영화가 참가자 명단에 올랐으며, 이중 5편이 최종후보로 1월22일 발표되는 리스트에 오를
[해외단신] 베를린 개막작, 마틴 스코시즈의 <샤인 어 라이트>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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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는 계속되어야 한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좌초시킨 미국작가조합(WGA) 파업이 2월24일로 예정된 제80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향방을 흔들고 있는 가운데, 미국영화예술아카데미(AMPAS)가 “오스카는 어떤 식으로든 거행될 것”임을 밝히고 나섰다. AMPAS는 또 시상식이 기존의 정상적인 방식과 파업에 대비한 대안적인 방식, 두 가지로 준비되고 있음을 암시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현지 언론들은 대체로 참석자들이 직접 대본을 작성할 가능성과 AMPAS가 WGA에 소속되지 않은 작가들을 특별 고용해서 대본을 쓰게 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하지만 시상식이 개최될 경우에도, 예전처럼 <ABC>를 통해 생중계가 이루어지게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WGA에서 사실상 피켓 시위를 진행할 것을 인정한 상황에서, 배우들이 레드카펫을 밟을 가능성은 지극히 낮기 때문이다. 오스카 참석 여부를 놓고 배우조합(SAG)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지는 않았으나, 지난 1월10일
[What's Up] 안개 속의 오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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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와 해변의 여인이 뉴욕에 안착했다. 지난 1월9일 미국 뉴욕의 예술영화 극장 ‘필름포럼’에서 개봉한 <해변의 여인>이 평론가들로부터 호평을 얻고 있다. “번민과 유머, 변덕스러움과 고통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유쾌함과 불쾌함을 뒤섞을 줄 아는 재능을 가졌다”고 홍상수 감독을 상찬한 <뉴욕타임스>의 마놀라 디지스는 “실망스러웠던 <극장전> 이후 최상의 작품”이라는 말로 <해변의 여인>을 호평했다. “홍상수의 영화에서 언제나 그렇듯이, 모든 캐릭터들은 지나치게 많은 알코올을 섭취하고 욕설을 교환하고 고백을 한다. (중략) 그러나 이 작품에는 그의 초기작들에 담겨 있는 플래시백과 병렬적인 스토리라인의 사용이 없고, 내러티브의 생략과 퍼즐박스 같은 복잡함도 없다. <강원도의 힘> 같은 작품과 비교하더라도 매우 심플해 보이지만- 홍상수의 영화가 항상 그렇듯이- 여기에는 보이는 것 이상의 것이 존재한다.”
<빌리지 보이스>
뉴욕, 해변의 여인에 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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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이주노동자들도 한국영화 친구
동남아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한국영화와 애니메이션 번역배포사업이 시행된다. 문화연대를 중심으로 조직된 이주자 번역모임은 지난 1월17일 만화 <리니의 자취요리 대작전>과 영화 <산책>, 단편애니메이션 <아빠가 필요해>와 <비오는 날의 산책>을 타갈로그어, 베트남어, 중국어, 영어 등으로 번역해 배포한다고 밝혔다. 만화책은 300권, 영화와 애니메이션 DVD는 800개가 제작됐으며 1월 중 전국의 외국인 노동자 지원센터와 결혼 이주자 후원단체에 무료 배포될 예정이다.
imovie.co.kr에 가서 영화 당당히 보자
한국영화제작가협회와 <씨네21>이 참여한 영화 디지털 콘텐츠 유통 사업이 오는 1월21일 사업발표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간다. 용산 아이파크몰 내 파크컨벤션홀에서 열릴 이 행사에는 영화 관련 단체 및 행정기관, 솔루션업체 관계자들이 참석할 예정이며 디지털 영화 콘텐츠
[국내단신] 이젠 이주노동자들도 한국영화 친구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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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공식 포스터를 공개했다. “사물화된 여성의 모습에 생명을 부여하는” 윤석남 화백의 작품. 강한 붓터치와 화려한 색상으로 춘사월의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10번째 생명의 축제는 2008년 4월10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신촌 아트레온극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여성이여 춘사월 생기를 내뱉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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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버필드>, 몸은 괜찮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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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타임 내내 흔들리는 카메라에
<씨네21>의 어떤 이는 오바이트까지 했답니다.
새로운 시도인가요? 관객을 향한 고문인가요?
마치 내가 실험대상이 된 것 같더라. 예술적으로 뛰어난 영화를 바라는 것도 아니고, 단지 즐길 수 있는 구석이 있기를 바랐다. 그런데 시도만 있고 이야기며 캐릭터며 나머지는 너무나 얄팍해 보였다. 큰돈을 들이지 않고 찍었으니 돈을 잃지는 않을 텐데, 설마 우리나라 감독들까지 <클로버필드>를 참조할까봐 걱정스럽다.
_<괴물>이 정말 잘 만든 영화 같아서 뜬금없이 자랑스럽기까지 했다는 영화인 A
영화 자체의 재미보다 그런 시도에 대해서 재밌게 생각했다. 영화의 기본은 <우주전쟁>과 큰 차이가 없지 않나. 전체적인 느낌도 그런 것 같았는데 다만 인터넷의 UCC 문화처럼 변형된 콘텐츠에 적응된 사람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높이 사고 싶다.
[이주의 영화인] <클로버필드>, 몸은 괜찮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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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공인시험을 통과한 사람만 할 수 있다? 지난해 말 한나라당 고진화 의원이 발의한 ‘공인(公認) 연예인관리자의 업무 등에 관한 법률안’이 화제다. 주요 내용은 세 가지다. 국가에서 시행하는 자격시험에 합격한 사람만이 연예인관리자, 즉 에이전트로 활동할 수 있고 연예인기획업자, 즉 매니지먼트회사는 영화·드라마를 제작할 수 없으며 수수료는 연예인 출연 수입의 20%로 제한한다는 것이다. 현재 에이전트와 매니지먼트 기능이 통합된 연예기획사의 역할을 분리하여 이른바 미국식 제도를 적극 도입한다는 의미다. “과도한 전속금 제도 등 연예기획사가 불평등 계약관행을 통해 계약과 수익을 독점하는 시스템을 개선하고 투명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한 고진화 의원실 이무응 보좌관은 “관련 법률과 기초 회계 항목이 포함된 시험을 거쳐야 할 대상은 정확히 말하면 매니저가 아니라 에이전트”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싸이더스HQ 박성혜 이사는 “산업을 육성하고 투명화하자는 취지에는 물론
[충무로는 통화중] ‘매니저 공인제’ 취지는 좋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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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의 설욕이 시작된 건가. 지난 1월10일 개봉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하<우생순>)이 한국영화로서는 7주 만에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한데다 같은 날 개봉한 <무방비도시>도 선전하면서 침체 분위기 반전을 꾀하는 한국영화에 대한 기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배급사 집계에 따르면, <우생순>과 <무방비도시>는 개봉 일주일을 맞은 1월16일 현재 전국에서 각각 104만, 74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예매 상황을 볼 때 다음주 박스오피스에서도 두 영화가 상위권을 차지할 전망이다. 1월17일 밤 9시 현재 영화관입장관통합전산망 기준으로 <우생순>이 약 27%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스위니 토드: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가 2위, <무방비도시>가 3위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관건은 이 기세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하는 문제다. 예매사이트인 맥스무비의 김형호 실
한국영화, 외화에 복수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