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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1만 년의 인간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살았을까. 선사시대에 대한 상상력이 스크린으로 옮겨진 <10,000 B.C.>가 3월 둘째주 주말 미국 극장가를 점령했다. 전세계 20개 국가에서 동시에 개봉한 <10,000 B.C.>는 미국을 비롯, 스페인, 멕시코, 독일, 호주 등 19개 국가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주말 3일간 벌어들인 수입은 미국에서만 3573만달러이고, 전세계 수입은 6100만달러에 달한다. <인디펜던스 데이> <투모로우>의 감독 롤랜드 에머리히가 4년 만에 내놓은 연출작으로, 부족에 닥친 위기와 사랑을 지키려는 청년의 영웅담이다. 주연으로 출연한 스티븐 스트레이트나 카밀라 벨 모두 국내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신인이다. 원초적 자연과 고생물들을 스크린에 포착하기 위해 1억달러에 달하는 제작비가 투입됐으나 평단에서는 일관되게 혹평을 보냈다. 개봉 첫주 극장을 찾은 관객의 대부분이 남성인 것으로 알려졌다.
2위는 신
선사시대 블록버스터 <10,000 B.C.> 3570만달러로 1위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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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세력의 쿠데타, 소련의 침공, 무자헤딘의 저항, 탈레반 정권. 1970년대부터 21세기에 이르는 아프가니스탄의 가혹한 역사, 다수민족 파슈툰과 소수민족 하자라의 갈등을 두 소년을 통해 그린 소설 <연을 쫓는 아이>는 슬픔 속에 저버릴 수 없는 희망을 담고 있다. 동명영화를 연출한 마크 포스터(<몬스터 볼>)는 ‘네버랜드를 꿈꾸었지만’(<네버랜드를 찾아서>), 현실은 ‘소설보다 낯설었다’(<스트레인저 댄 픽션>). 그저 아름답기만 한 영화 <연을 쫓는 아이>는, 이를 둘러싼 현실을 먼저 살펴야 하는 텍스트다.
1. 베스트셀러 원작, 누가 썼나
<뉴욕타임스> 120주, 아마존 76주 동안 베스트셀러 목록을 지킨 <연을 쫓는 아이>는 38살의 내과의 할레드 호세이니가 완성한 데뷔작이다.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태어나 외교관 아버지를 따라 이란과 카불, 파리를 옮겨다닌 그는 미국에 정착한 지 23년 만에 첫
[알고 봅시다] 계속되는 비극, 진실은 저 너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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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 샤리프의 내레이션과 함께 시작되는 <10,000 BC>는 신화가 삶의 일부였던 선사시대, ‘네발의 악마’들에 몰살당한 부족의 마지막 생존자인 소녀가 매머드 사냥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한 산악마을을 찾아옴으로써 시작된다. 파란 눈의 소녀 에볼릿과 산악마을의 소년 드레. 그날 밤 마을의 정신적 지도자인 ‘늙은 어머니’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예언을 하고, 드레의 아버지는 부족을 등지고 무엇인가를 향해 길을 떠난다. 혼자 살아남은 에볼릿과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드레는 자라서 연인이 된다. 아버지가 남기고 간 그늘에 줄곧 머물러 있던 드레는 매머드 사냥에서 세운 공으로 처음으로 부족의 인정을 받지만 여전히 스스로에 대해서는 어떤 확신도 없다. 다음날 드레의 마을에 ‘네발의 악마’들로 불리는 말을 탄 노예사냥꾼들이 나타나 마을을 불태우고 에볼릿을 포함한 마을 사람들을 잡아간다. 이제 드레와 그의 일행은 에볼릿을 구하기 위해 눈덮인 산맥을 넘어 정글로 이동한다. 수많은 위험이 도사리
[현지보고] “평론가는 내 관객 가운데 극소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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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세워진 홍콩의 영화발전위원회(FDC)가 중소 규모 영화에 대한 투자 펀드의 첫 수혜 대상을 선정, 발표했다. 두편의 영화는 지역 세금에서 충당된 자금으로 제작 예산의 약 30%를 보조받게 된다. FDC는 앞으로 수개월 안에 더 많은 영화 프로젝트들에 비슷한 수혜의 폭을 넓힐 예정이다.
홍콩 정부가 영화제작에 자금 지원을 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공공자금으로 운영되는 라디오텔레비전홍콩(RTHK)은 장국영, 얀얀막 감독 등이 만든 단편영화에 지원하기도 했고, 예술발전위원회는 독립영화제작사인 잉에치(Ying E Chi)에 자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영화발전위원회의 지원금을 받은 첫 두 작품은 로맨틱코미디 <폐쇄공포증>(Claustrophobia)(예산 70만달러)과 홍콩에서 가장 인기있는 돼지 캐릭터인 맥덜이 쿵후를 배우는 이야기인 애니메이션 <맥덜 우당>(예산 150만달러)이다. 두 영화 모두 처음 메가폰을 감는 감독들의 데뷔작이다. <폐
[외신기자클럽] 정부 보조금과 창의성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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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24일 마리온 코티아르의 오스카 여우주연상 수상은 프랑스 언론에 실로 뜨거운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사실 프랑스영화의 세계적인 명성에도 불구하고 8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오스카에서 프랑스 배우들의 활약은 미진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1960년 <오트빌로 가는 길>(Chemins de Haute-ville)의 시몬느 시뇨레가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이후 처음으로 프랑스의 젊은 여배우가 다시 한번 반세기 전의 영광을 모든 프랑스인들에게 회상시킨 것이다. 시상식 당일 코티아르는 “할 말을 잃어버렸습니다. 삶과 사랑… 모든 것에 감사드립니다. 이 도시에는 천사들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인 것 같습니다”라며 시적인 수상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또한 오스카의 수상과 더불어 그녀는 영국의 BAFTA(British Academy of Film and Television Arts)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어 프랑스 영화사에 곱절의 영광을 안겨다주었다.
하지만 오스카 시
[파리] 구설에 휩싸인 오스카의 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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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언 형제 신작 <번 애프터 리딩> 9월 개봉
코언 형제의 블랙코미디 <번 애프터 리딩>이 9월12일로 미국 개봉을 정했다. 이로써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베니스영화제와 토론토영화제에서 <번 애프터 리딩>이 프리미어될 가능성을 높여줬다. 영화는 부분적으로 기억을 잃은 전직 CIA 요원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 조지 클루니, 존 말코비치, 프랜시스 맥도먼드, 브래드 피트, 틸다 스윈튼 등의 배우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뒤 조금은 가벼워진 형제의 차기작에 출연한다.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트레일러 인기 폭발
19년이면 강산도 2번 변했지만, ‘인디아나 존스’의 인기는 그대로다. 5월22일 개봉하는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의 예고편이 2월14일 공개되자 첫주 2천만번 이상 재생되는 기록을 세웠다. 제작사 파라마운트의 해외 마케팅 대표 게리 리치는 “8살부터 80살까지 반응이
[해외단신] 코언 형제 신작 <번 애프터 리딩> 9월 개봉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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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부드러운 남자들이랍니다~. 미국 프로레슬링 단체인 WWE(World Wresting Entertainment)가 향후 선수들을 기용한 가족 친화적인 액션, 코미디영화를 제작할 것을 선언하고 나섰다. 2002년 자체 영화사인 WWE필름스를 설립한 WWE는 이미 <시 노 이블> <더 마린> <컨뎀드> 등 3편의 영화를 직접 개발, 제작한 바 있다. 극장 개봉을 발판삼아 DVD, 페이뷰TV, 비디오 게임, 음반, 출판 등으로 이어지는 부가수익을 창출하고자 한 의도였으나, 과격한 액션과 피칠갑으로 점철된 R등급의 영화들은 예상만큼의 수익을 거두지 못했었다. WWE가 노선을 수정한 이유는 프로레슬링 관객층이 애초의 예상과 달리 젊은 남성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 WWE필름스의 회장인 마이클 레이크는 “우리의 핵심 관객층은 가족들이며, 그중 여성이 3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는 아이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13세 관람등급
[What's Up] 프로레슬러의 가족친화적인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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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인시네마가 40여년의 역사를 끝내고 워너에 흡수합병된다. 지난 2월28일 타임워너그룹의 CEO 겸 사장 제프 뷰익은 뉴라인시네마를 워너브러더스픽처스 산하 회사로 흡수합병할 것을 공식 발표했다고 <LA타임스> <버라리어티> <할리우드 리포터> 등 외신들이 전했다.
이번 합병의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뉴라인시네마가 <반지의 제왕> 이후로 흥행작을 딱히 내지 못해 회사 운영의 위기를 맞았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워너가 본사의 몸집을 줄이면서 전문성이 강화된 부서를 필요로 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뉴라인시네마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제작했던 2001년에서 2003년 사이에 박스오피스 점유율에서 절정에 있었지만, 이후 그만한 위치를 유지하지 못했다. 2007년만 해도 <헤어스프레이> <러시 아워3> 등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흥행작이 없었고, 시리즈를 염두에 두고 엄청난 예산을 들여 제작한 <황금나
뉴라인, 워너에 흡수합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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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의 미천한 복원사(史)가 회복을 향한 또 다른 한 걸음을 내디뎠다. 현존하는 한국영화 최고(最古) 기록을 경신하는 안종화 감독의 극영화 <청춘의 십자로>(1934)가 발굴된 것이다. 2005년 3월 공개된 1938년작 <군용열차>가 최고작 기록을 10년 앞당기고, 2006년 3월 선보인 1936년작 <미몽>이 다시 2년을 단축한 지 2년 만에 이뤄진 쾌거다.
“마라톤 경기에서 1분을 단축하는 건 쉽지 않다. 우리 영화사 100년 중 복원 역사의 2년을 단축했다는 건 그처럼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쉽지 않은 일이다.” 지난 3월4일 오후 2시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KOFA 1관에서 진행된 <청춘의 십자로> 공개행사에서 김종원 영화평론가가 말했다. ‘기적에 가까운 발굴.’ 실로 그랬다. 단지 오래됐다는 것 외에도 <청춘의 십자로>가 한국 영화사와 복원사에서 지니는 의의는 무궁무진하다. 현존하는 유일한 무성영화에, 배우 출
[쟁점] 가장 오래된 한국영화,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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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휴가> 세트장의 화려한 부활
싸이더스FNH가 <화려한 휴가> 세트장을 인수한다. 지난 3월3일 싸이더스FNH는 <화려한 휴가>의 제작사인 기획시대와 세트장 양도양수 계약을 체결한다고 밝혔다. 싸이더스FNH는 해당 세트장을 인수한 뒤 보수작업을 거쳐 2010년 개봉예정인 5·18 광주민주화운동 30주년 기념 영화의 촬영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광주 북구 오룡동 일대에 지어진 <화려한 휴가> 세트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재정난으로 잠정 폐쇄된 상태다.
CGV압구정에서 시네마 디지털 서울 2008 개최
시네마 디지털 서울 2008이 오는 8월20일(수)부터 26일(화)까지 7일간 CGV압구정에서 열린다. 지난해 첫 행사를 치른 디지털 시네마 서울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리척토(홍콩국제영화제 예술집행위원장), 이치야마 쇼조(도쿄 필멕스 수석프로그래머), 필립 치아(싱가포르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3인의 프로그래밍 컨설턴트가 참여해 상영작
[국내단신] <화려한 휴가> 세트장의 화려한 부활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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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숙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 임기 만료를 2달여 앞두고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4기 영진위 구성 또한 예상보다 다소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3월5일 유인촌 신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찾은 안 위원장은 “일신상의 사유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튿날 안 위원장은 보도자료를 내 “주어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떠나는 것과 관련 영화계와 미리 상의하지 못한 것에 대해 죄송한 마음을 전했다. 3월6일 <씨네21>과의 전화 통화에서 안 위원장은 “스크린쿼터 축소에 대해 영진위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았을 때 가장 안타까웠다”면서 “수익률 악화, 수출 감소, 부가판권 붕괴 등 한국 영화계가 위기에 봉착한 상황이지만 끊임없이 타개책을 내놓기 위해 제 일처럼 나서는 영화인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행복한 시간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3월8일 안 위원장이 사표를 공식적으로 제출하면, 4기 위원회가 출범하기 전인 5월27일까지는 이현승 부위원
안정숙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사의 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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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전주국제영화제가 굵직한 회고전 두개를 선보인다. 헝가리의 영화 거장으로 구스 반 산트와 짐 자무시 등에게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벨라 타르와 독일 뉴저먼 시네마의 기수 알렉산더 클루거의 회고전이다. 벨라 타르 회고전에서는 총 12편의 장·단편이 선보인다. 상영작은 지난해 칸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인 <런던에서 온 사나이>를 비롯하여 <패밀리 네스트> <아웃사이더> <프리팹 피플> <맥베스> <가을> <파멸> <베크마이스터 하모니즈> 등의 장편과 단편 <호텔 마녜지트> <평원에서의 여행> <프롤로그> 등이다. 제1회 때 미드나잇 스페셜 프로그램으로 상영한 바 있던 435분짜리 대작 <사탄탱고>는 이번에도 역시 심야 상영작으로 소개된다. 벨라 타르는 영화제 기간 중 직접 내한하여 특별강연을 할 예정이다.
‘영화보다 낯선’ 섹션에서 상영될
전주에서 만나는 두 유럽 거장의 실험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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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들이 메뉴판을 다 바꿨다. 500원, 심하면 1천원씩 올렸다. 아니, 밀과 옥수수값이 폭등했는데, 비빔밥 값은 왜? 밥집 아줌마의 싸늘한 일갈. “국제 곡물값 상승이랑 유가 급등 몰라? 미국이 콱 쥐고 비싸게 파니깐… 뭐든 덩달아 올랐어.” 그럼 왜 200원이나 700원도 아니고. 덧붙인 일갈. “잔돈 거슬러주기 귀찮아서.” 더 오를지 모르니까 미리 올려놓고 보자는 ‘확보주의’ 심리도 작동한 것일 게다.
십수년 전 우르과이 라운드 때부터 익히 들어온 ‘식량 주권’이 이러다 진짜 위협받는 건 아닐까 싶다. 내 주변에서 두 번째로 똑똑한 우리 사무실 조계완 선배에 따르면 위협받는단다. 허걱. 그럼 앞으로 밥 많이 못 먹나? 다행히 우리가 쌀은 거의 자급자족한다. 그러나 다른 곡물 자급률은 5%. 그리하여 전세계 5위의 곡물 수입국이다.
국제 곡물값은 지난해 이미 전년도에 견줘 두배로 폭등했다. 기상이변으로 곡물 작황이 부진한 터에, 중국·인도 등 급격히 소비수준이 높아진 큰
[이슈] 식량 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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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가 못 만들 영화는 정녕 없는 건가요?
공격에서 수비까지, 힘뿐만 아니라 스피드까지!
덩치만 크고 힘만 세던 할리우드가 멀티플레이어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요즘 할리우드영화, 어떻게 보십니까?
“지난주에 합작 때문에 할리우드를 다녀왔어. 그쪽 제작자들 만나보니까 이제는 확실히 스튜디오영화들의 입지가 약해진 것 같더라고. 사실상 요즘은 이른바 독립제작자들이 더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거지. 제작자로서 볼 때는 뒤통수를 맞는 듯한 영화들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런 움직임은 눈여겨봐야 할 것 같아.”
_하여간 자기네들의 한계를 극복해보려는 시도는 인정해줘야 한다는 제작자 A
“치사해 보이기도 하죠. 걔네가 그런 영화들까지 만들 필요는 없는 거잖아요. (웃음)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차 떼고, 포 떼고, 견장 떼고, 계급장 떼고 봐도 엄청난 영화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그런 작지만 내실있는 영화는 우리의 강점이었는데, 이젠 그런 매력으로도 경쟁하기가
[이주의 영화인] 할리우드가 못 만들 영화는 정녕 없는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