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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탕에 간 기분이었다.” 지난 2007년 11월, 핑크영화제를 찾은 한 관객은 영화제 홈페이지를 통해 이 같은 소감을 전했다. 하긴 이제까지 여성이 다른 여성의 벗은 몸을 ‘당당하게’ 볼 공간이 여탕 말고 또 있었던가.
2007년 씨너스 이수가 단기 기획전으로 마련했던 ‘핑크영화제’는 한국 여성들이 멀티플렉스라는 열린 공간에서 핑크영화를 감상하며 성과 에로스를 마음놓고 즐기는 흔치 않은 자리였다. 관객과 여성계의 적극적인 지지로 제2회 핑크영화제를 준비한 씨너스는 영화제 기간을 7일에서 28일(11월1~28일 전국 순회상영)로 늘리고, 상영관도 전국 네개 지점(이수·오투·대전·이채)으로 확대하는 등 본격적인 영화제로 거듭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프로그램의 정비도 눈에 띈다. 핑크 사천왕, 핑크 최전선, 핑크 하드코어, 추모상영으로 구성된 핑크영화제의 네개 섹션은 좀더 다양한 방식으로 핑크영화를 조명한다. 1년 전과 비교해 변하지 않은 건 개막일을 제외하고 ‘남성 관객을
핑크빛 여탕, 때는 안 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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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는 드라이한 공포물이다. 인물들의 대사도 건조하고 질감도 까끌까끌하다. 가로등 불빛이 어둠에 묻혀버릴 만큼 캄캄한 도로 위. 연인 사이로 보이는 남녀는 그 길에 갇혔다. 지도를 찾아봐도 여기가 어딘지 분간할 수 없다. 그러다 불쑥 차로 사람이 뛰어들고, 브레이크를 밟을 겨를도 없이 사람을 치게 된다. 그대로 차를 몰고 도망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에서 남자와 여자는 시신을 트렁크에 싣고 사건 현장을 수습한다. 그러나 여자의 귀에 자꾸만 이상한 소리가 들리고 남자는 결국 차를 세워 트렁크를 확인한다.
상상마당 이달의 단편 7월 우수작 중 한편인 황일빈 감독의 <트렁크>는 오로지 차분하게 쌓아올린 서스펜스로 공포심을 유발하는 영화다. 재밌는 것은 영화 속 서스펜스가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 “논리는 전혀 없다. (웃음) 원래는 60페이지짜리 시나리오였다. 블랙코미디에 사람 목 따는 슬래셔였고. 그런데 제작을 도와주던 친구가 내가 가진 돈과
[이달의 단편] 논리가 없는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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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영화 '내 사랑 내 곁에'(감독 박진표)에서 루게릭병 환자를 연기할 계획이었던 권상우의 출연이 촬영을 2주 가량 앞두고 무산됐다.제작사 영화사 집은 지난달 23일 권상우가 '내 사랑 내 곁에'에서 주연을 맡아 하지원과 호흡을 맞추게 됐다고 발표했지만 한달 만인 27일 '권상우 출연 번복'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캐스팅이 무산됐다고 밝혔다.권상우가 맡기로 했던 역은 루게릭병에 걸려 점점 몸이 굳어가는 남자 주인공 종우로, 그를 헌신적으로 사랑하는 '장례지도사' 지수(하지원)와 눈물을 짜내는 멜로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었다.제작사나 배우 소속사에서 출연을 공식 발표하는 것은 계약서 작성을 끝냈거나 모든 조율을 마치고 계약서에 사인만 하면 되는 단계일 때라 캐스팅이 번복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또 캐스팅이 무산되면 얼마간 시간이 흐른 뒤 조용히 다른 배우로 바꿔 발표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제작사는 보도자료에 배우 쪽에서 먼저 번복 의사를 밝혔다면서 &q
권상우, 루게릭병 환자역할 영화출연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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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해원 통신원 = 한미 합작영화 '웨딩 팰리스'에 출연하는 강혜정이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할리우드의 레드카펫 행사에 초청받았다.'웨딩 팰리스' 제작사에 따르면 강혜정은 '웨딩 팰리스'에서 공연하는 한국계 혼혈배우 브라이언 티와 함께 27일 오후 5시30분(현지시간) 베벌리 힐튼 호텔에서 열리는 제12회 할리우드 어워즈 갈라(Hollywood Awards Gala Ceremony)의 레드카펫 이벤트에 참석한다.이달 15일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한 강혜정은 11월초부터 '웨딩 팰리스' 촬영에 들어간다.티가 출연하는 케이블 TV 드라마 '크래시'의 방영사인 스타즈 채널이 할리우드 어워즈 갈라에서 '스타즈 할리우드 시상식 애프터 파티'를 개최함에 따라 강혜정은 애프터 파티에도 티와 함께 참석해 할리우드 스타들을 만나게 된다.이 행사들이 열리는 베벌리 힐튼 호텔은 매년 골든글로브 시상식이 열리는 유서깊은 호텔로 베벌리 힐스의 명물이다.강혜정은 이날 행사에서 지난 17일 스
강혜정, 할리우드 시상식 레드카펫 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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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영화 '소년은 울지 않는다'(감독 배형준)는 1953년 6.25 전쟁 직후 거리로 내몰린 청년 종두와 태호가 살아남기 위해 미군 보급품을 몰래 내다 팔고 쌀 장사를 시작하다가 시장 깡패들과 부딪히는 이야기다.18살 종두와 태호 역을 맡은 배우 이완(24)과 송창의(29)는 27일 오후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어려보이려 노력하기보다 진정성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입을 모았다.송창의는 "처음에는 소년 같은 말투 등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봤는데 감독님이 진정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해 목적의식을 살려 연기했다"며 "냉철하고 안에 무언가가 가득찬 캐릭터로 보이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이완은 "그동안 드라마만 하다가 처음 영화를 해봤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원고를 보고 캐릭터에 어떤 색깔을 낼 수 있는 작업이라 매력을 느꼈다"며 "나름대로 톤 조절을 하면서 디테일
이완ㆍ송창의 "18살 역할, 진정성이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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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멜로 영화 '내 사랑 내 곁에'(감독 박진표) 캐스팅을 둘러싸고 제작사와 주연배우 권상우 측이 상반된 주장으로 공방을 벌이고 있다.제작사 영화사 집은 27일 오전 '권상우 출연 번복'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배우의 출연 번복 의사에 따라" 캐스팅이 무산됐다고 밝혔으나, 이날 오후 소속사 팬텀엔터테인먼트는 "먼저 출연 번복 의사를 밝힌 적이 없다"는 보도자료를 냈다.권상우가 맡기로 했던 역은 루게릭병에 걸려 점점 몸이 굳어가는 남자 주인공 종우로, 그를 헌신적으로 사랑하는 '장례지도사' 지수(하지원)와 눈물을 짜내는 멜로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었다.그러나 양측은 영화 제작 투자, 의견 조율, 언론 발표와 관련해 상대방이 먼저 의무를 소홀히 하고 약속을 어겼다며 서로 "황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팬텀엔터테인먼트는 "영화계가 불황이고 투자가 불확실해 투자자와 배급사 확인을 여러 번 요청했
<'내사랑 내곁에' 제작사-권상우 출연번복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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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KBS 2TV 월화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이 10% 에 못 미치는 시청률로 출발했다.시청률 조사회사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그들이 사는 세상'은 27일 7.7%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전작 '연애결혼'은 첫 회 시청률은 7.4%였으며 4.2%로 종영했다.'그들이 사는 세상'은 송혜교와 현빈이 주연을 맡고 표민수 PD와 노희경 작가가 6년 만에 호흡을 맞추는 작품으로 방영 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다.그러나 첫 방송에서는 월화드라마 판도를 바꿀 정도의 파괴력은 보여주지 못했다. 이날 MBC '에덴의 동쪽'은 24.2%, SBS '타짜'는 12.9%로 집계됐다.이날 방송은 지오(현빈)가 연출하는 드라마의 촬영 테이프가 방송을 몇 시간 앞두고 문제가 생겨 급하게 재촬영을 하는 과정을 중심으로 구성됐다.시청률은 기대에 못 미쳤지만 시청자들은 대체로 호평을 보내 가능성을 보여줬다.표민수 PD의 섬세한 연출에 드라마 제작 현장의 긴박감이 더해졌으며 노
KBS '그들이 사는 세상', 7.7%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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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시리즈 4편 제작 결정
<본 얼티메이텀>으로 시리즈가 막을 내리는 것이 아쉬웠던 팬들에게 희소식이다. <본 아이덴티티> <본 슈프리머시> <본 얼티메이텀>을 제작한 유니버설은 10월16일 맷 데이먼을 출연시킨 4편의 제작을 결정했다. 1편부터 3편이 로버트 러들럼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각색 작품이었다면, 4편은 영화만을 위해 쓰여진 오리지널 시나리오가 바탕이 된다. <오션스 트웰브> <본 얼티메이텀>에 참여한 작가 조지 놀피가 각본 작업 중이며, 2010년 촬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웨인왕 감독 신작, 유튜브 무료공개
<조이럭 클럽> <스모크>의 웨인왕 감독이 10월18일 신작 <네브라스카의 프린세스>를 장편영화 상영을 위한 서비스 ‘유튜브 스크리닝룸’을 통해 무료로 공개했다. 집계된 결과에 따르면, <네브라스카의 프린세스>는 18, 19일 이틀간 1만
[해외단신] <본> 시리즈 4편 제작 결정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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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처 빛을 보지 못한 <아이언맨>의 디자인 컨셉들이 인터넷을 통해 공개됐다.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3> <자헤드: 그들만의 전쟁> <자투라: 스페이스 어드벤쳐> 등의 영화에 일러스트레이터로 참여한 필 샌더스가 그린 그림이다. <아이언맨2>에서 돈 치들이 연기할 (그러나 1편에서는 테렌스 하워드가 연기했던) 로드니의 분신 ‘워 머신’과 아이언맨을 위한 스텔스 기능을 탑재한 아머슈트, 그리고 잠수가 가능한 아머슈트까지 모두 3장이다. 아이언맨을 위한 2개의 아머슈트는 마벨엔터테인먼트의 CEO 아비 아라드의 요청으로 그려졌다. 하지만 예산과 장난감 산업과의 연계 등으로 영화에서 두개의 슈트가 등장할 확률은 희박하다고. 이번에 공개된 그림들은 <아이언맨> 사전 제작단계에서 완성된 것으로, 샌더스는 “2편에 등장하는 ‘워 머신’은 다른 모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what’s up] 미공개되었던 아이언맨 슈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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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근 중국의 한 젊은 프로듀서와 중국영화산업에 대해 얘기할 기회가 있었다. 갑자기 그녀가 “중국영화는 중국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법을 찾아야 할 텐데”라고 말하기에 중국식이 어떤 것이냐고 좀더 자세히 말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녀는 선뜻 답하지 못했다. 그건 생각을 통해 나온 게 아니고 그냥 본능적으로 느끼는 그 무엇이었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나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영화는 국제적 언어라고 하지만, 그건 국제적으로 통한다는 뜻이지 모든 나라가 동일한 영화적 언어를 가졌다는 말은 아니다. 할리우드는 자신들의 방식을 영화를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세상 사람들이 믿어주길 바라지만 말이다. 할리우드 영화산업은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전통적인 3막 구조만이 완벽한 화법이라 믿도록 관객을 세뇌하려 해왔다.
여러 면에서 할리우드가 틀린 것은 아니지만 할리우드가 그 구조를 발명한 것은 아니다. 발단과 전개, 절정을 거쳐 결말에 이르는 3막 구조는 2천년이 넘는 세
[외신기자클럽] 한국식 화법은 격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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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타한>(Tahaan)을 들고 런던에 이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던 산토쉬 시반 감독의 최근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현재 로마국제영화제에 참석 중인 감독은 행사 직후 네덜란드로 날아갈 계획이라고 한다. 시반 감독의 ‘거침없는’ 외국 영화제 방문 때문인지 이미 극장에서 간판을 내린 이 영화는 인도의 각종 매체들을 통해 뒤늦게 이야깃거리들을 생성해내고 있다.
영화는 8살짜리 사내아이 타한이 집안 빚 대신 끌려간 당나귀 비를라를 되찾기 위한 여정을 기본 틀로 한다. 자칫 어린이와 동물 사이의 우정을 그린 어린이영화겠거니 선입견을 가질 만도 하지만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타한과 당나귀 비를라가 살아가는 ‘삶의 공간’과 그 공간을 채우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특히 이야기가 진행되는 공간은 인도에서 가장 아름답지만 슬픈 지역이라 할 수 있는 카슈미르다. 카슈미르는 인도와 파키스탄이 분리되면서 나뉜 지역으로 국경 부근에서는 현재까지도 총격전이 끊이질 않는다. 때문에 인도
[델리] 테러를 배워가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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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에도 보릿고개가 찾아왔다. 불경기에도 호황을 자랑하던 이전과 다르게 스튜디오별로 안전한 행보를 내놓기 바쁜 모습이다. <버라이어티>는 최악의 금융위기를 겪는 스튜디오들의 처세술을 “할리우드, 새 경제에 순응하다”라는 기사로 전했다. 기사에서 지적한 몸사리기의 직접적인 원인은, 지갑을 닫아버린 소비자와 주가 폭락을 염려한 스튜디오들이다.
일례로 파라마운트는 2008년 11월 개봉예정이었던 아카데미 후보 예상작 <솔로이스트>를 2009년 3월로 연기했다. 이로서 파라마운트는 <솔로이스트>를 아카데미 시상식으로 밀어주는 데 투입될 비용 6천만~7천만달러를 절약할 수 있게 됐다. 예정대로 올해 개봉을 감행하는 영화들도 있다. 그러나 12월 개봉하는 <데피안스>도 외부 자금을 받아 개봉 스케줄을 고수한 경우다. 허리띠 졸라매기는 가지각색이다. 파라마운트는 연간 배급편수를 예년보다 20% 축소했고, 모회사 비아콤의 요청에 따라 직원 수도 2
할리우드도 보릿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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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려지는 신작과 다시 보고 싶은 걸작을 함께 본다. 예술영화전용관 하이퍼텍나다에서 10월28일부터 9일간 ‘커밍순 & 베스트 컬렉션’이라는 제목으로 기획제가 열린다. 지난 7년간 하이퍼텍나다의 관객에게 좋은 호응을 얻었던 14편의 영화와 개봉을 앞둔 7편의 영화를 함께 선보이는 자리다. 내부공사로 10월2일부터 잠시 문을 닫은 하이퍼텍나다는 영화제가 시작하고 이틀 뒤인 30일 문을 연다. 재개관을 앞두고 다큐멘터리·드라마·미스터리·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로 구비된 24편의 영화는 동숭동에 위치한 예술영화관의 아담한 역사와 미래를 확인하는 조감도라 할 만하다.
‘커밍순’섹션은 해외의 다양한 영화제에 등장했던 신작 영화들로 꾸며진다. 2008년 부천판타스틱영화제의 개막작이었던 <바시르와 왈츠를>을 비롯해 제61회 칸영화제의 개막작이었던 <눈먼 자들의 도시>에 이르는 9편의 영화들은 정식개봉으로 한국 땅을 밟아보기 전에 곳곳의 영화제에서 먼저 이름을
기대되는 신작 & 오래된 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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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품했던 작품들의 스탭들 챙기랴, 관객 반응 체크하랴, 협회 행사 챙기랴 나름 분주하게 보낼 수밖에 없었던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그래도 틈만 나면 멍하니 해운대 바닷가를 응시했다. 간만에 느껴지는 현실과의 동떨어짐. ‘조오타~!’라는 소리가 저절로 나오고, 망중한을 즐기는 기분도 잠시. 연달아서 휴대폰이 울린다.
“진성호 의원실 보도자료 보셨나요?”
“영진위 자유게시판글 보셨어요?”
“부산에서 진행된 세미나에서 강한섭 위원장이 무슨 말을 했어요?”
어느새, 인터넷을 검색하고 있는 나. 동원이 형(김동원) 이름이 등장하고, 한국독립영화협회가 등장한다. 41억원을 해먹었단다. 순간 드는 생각.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완전히 특혜지원단체로 보겠군!’ 젠장! 서울에서 해야 할 일들이 그려진다. ‘아마 며칠 동안 보도자료를 써야 할 것 같다!’ 그런데 무슨 놈의 특혜단체 직원 월급이 이리도 궁상이야?
국회의사당 6층 복도. 20인치쯤 되어 보이는 TV모니터 앞에 노트북과 인터넷으
[포커스] 그 자료 누가 유출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