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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형래-최양락-임하룡, 신동엽-유재석-강호동, 김병만-이수근이 한데 모인 다큐멘터리를 만든다고 생각해보자. 아마 그 작품은 20세기와 21세기 한국 코미디의 흐름을 증언하는 역사적인 자료가 될 거다. 할리우드에서 최근 이와 비슷한 기획이 진행되고 있다. 코미디언 스티브 카렐과 데이비드 스테인버그가 지난 60년 동안 미국 코미디업계의 흐름을 코미디언들의 시선으로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예정이다. 스티브 카렐이라 하면 시트콤 <오피스>의 주연으로 동시대 주류 코미디언 중에서도 단연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배우고, 데이비드 스테인버그는 60~70년대를 풍미한 미국의 대표적인 스탠드업 코미디언이었다.
카렐과 스테인버그가 기획한 제목 미정의 다큐멘터리는 이미 제작에 들어간 상태다. 카렐의 제작사인 캐러셀 프로덕션이 제작하며 역사를 증언할 코미디언들의 인터뷰는 역시 노장인 스테인버그가 맡았다. 가장 중요한 코미디언들의 목록을 보자. 칼 라이너, 멜 브룩스, 캐럴 버넷 같
전미 코미디 박물관에 기증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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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감독협회(이하 감독협회)가 이사장 선거를 앞두고 있다. 감독협회는 오는 12월17일, 오후 2시 남산에 있는 감독협회 시사실에서 열릴 임원선출 총회를 통해 현 정인엽 이사장 이후 협회를 이끌어갈 새로운 이사장을 선출할 계획이다. 이사장 입후보자는 김호선 감독과 정진우 감독, 그리고 이민용 감독이다. 투표권은 감독협회의 정회원만 가질 수 있다. 그런데 선거를 앞둔 지난 12월 초, 한국영화감독협회에 소속된 정회원 가운데 50여명에 해당하는 감독들이 갑자기 특별회원으로 자격이 바뀌었다. 홈페이지에 수록된 회원명부에 따르면 감독협회의 회원은 총 256명이다. 약 5분의 1에 해당하는 회원들의 투표권이 사라진 것이다.
특별회원으로 환원된 회원들은 일정한 공통점이 있다. 회원들 가운데 비교적 나이가 젊거나, 최근 3년간 꾸준히 영화를 만들어온 감독들이다. 윤인호 감독은 “이창동, 박찬욱, 봉준호, 허진호, 장진 감독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상당수가 “이사장 입후보자 중
[강병진의 영화 판판판] 대체 왜 선거 직전에? 왜 젊은 감독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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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듣고, 음악을 그리고, 설치미술을 읽는다? ‘2010 ATU’(주관 닷라인 TV, 후원 문화예술진흥위원회)는 영화와 음악, 그리고 미디어아트, 세 종류의 장르를 한데 엮은 문화행사다. 이런 식이다. 12월5일에 먼저 열린 첫 프로그램의 경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공기인형>이 상영된 뒤, 가수 이아립의 공연이 펼쳐진다. 동시에 이아립의 음악을 바탕으로 한 설치예술가 김미나 작가의 미디어아트가 스크린에 상영된다. 공연이 끝나면 관객과 두명의 예술가가 함께하는 대화시간이 마련된다. 이아립은 “마침표보다 느낌표와 물음표가 어울리는 시간이었다”고 만족해했다. 이처럼 내년 1월까지 김광진의 음악과 함께 만나는 코언 형제의 <시리어스 맨>,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와 함께하는 샘 맨데스의 <어웨이 위고> 등 12편의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위의 이아립의 말처럼 ‘2010 ATU’는 관객이 좀더 적극적으로 예술 작품을 관람할 것을 권한다. 이 행사
통섭 페스티벌 즐겨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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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 전쯤 데리다가 해체론을 들이댄 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변화했다. 영화 속 포스트모더니즘은 좀더 세련되게 공간을 분할하기 시작했고, 여성에 대한 시각 역시 확장되고 더 면밀히 세분화됐다. 최근 ‘실험영화나 확장영화’ 같은 단어가 많이 들리는 것은 따라서, 영화가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는 증거라 여겨도 좋을 듯하다.
오는 12월9일부터 15일까지, 제2회 오프앤프리국제영화제가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열린다. 지배적 예술과 상업영화로부터의 탈피(Off dominant, Off commercial)를 목표로 한 이번 영화제는 비영리(Free of charge)를 표방해 전 작품을 무료로 상영한다. 게다가 ‘융합미디어 예술’이란 카테고리 안에서 15개국의 실험영화와 미디어아트 등 총 100여편의 작품을 초대한다.
지난해의 피나 바우쉬와 차학경에 이어 올해는 세계적 전위예술가 ‘캐롤리 슈니만’의 특별전이 기획되었다. 60, 70년대의 퍼포먼스를 필름에 옮긴 <퓨즈> &
세상을 뒤집는 새로운 시선, 무료로 즐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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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를 한달여 남겨놓고 일본의 각종 언론에서 2010년 영화계를 정리하는 기사를 속속 내놓고 있다. <키네마준보> 12월 상순호는 연달아 히트를 기록하는 도호의 2010년 영화를 정리했고, <영화예술> 433호는 ‘2010년 일본영화 전망’이란 특집기사에서 감독, 프로듀서, 평론가의 대담을 실었다. 도호의 독주, TV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이벤트 무비’의 예견된 흥행, 방송사, 출판사가 중심이 된 제작위원회 시스템 등. 사실 최근 수년간 별다를 일 없이 따분한 일본영화계지만 올해 언론은 몇몇 작품을 예로 들어 2010년을 새로운 일본영화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며 조심스레 전망하고 있다.
‘나쁜 결말’ 등 새로운 방식 시도
가장 주목하는 영화가 나카지마 데쓰야 감독의 <고백>과 이상일 감독의 <악인>이다. 도호의 프로듀서 가와무라 겡키가 프로듀싱한 이 두 작품은 우선 TV방송사가 제작에 관여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새롭다. 일본의 대다수
[도쿄] <고백> <악인>에서 희망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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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영화제를 기획할 수 있다면 어떤 행사를 만들고 싶은가? 영화광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세상에는 이미 많은 영화제가 있지만 아무도 건드리지 않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제대로 실현할 수만 있으면 일년 내내 벌어지는 크고 작은 다양한 영화제들 사이에서도 제자리를 찾을 수 있으리라.
나 역시 영화제에 관한 꿈이 있다. 실제 세계에서는 실현될 수 없을 것이기에 크고 화려한 행사를 나름 꿈꿔왔다. 돈이 많고 야심이 큰, 많은 수의 새 영화제들은 큰 상금을 내건 경쟁부문을 만들어 유명세와 권위를 얻으려 한다. 그러나 경쟁부문만으로 세계적인 수준의 영화제를 만들 수 있는 시기는 이미 30, 40년 전에 지난 것 같다. 긴 역사를 가진 영화제들은 가장 권위있는 경쟁부문을 이미 가지고 있기에 현재는 독립영화에 집중하는 선댄스영화제나 아시아 영화감독들에 초점을 맞추는 부산영화제처럼 특별한 컨셉이나 관심분야에 집중하는 편이 더 중요하다.
난 스타의 힘에 관련된 행사를
[외신기자클럽] 스타의, 스타를 위한, 스타에 의한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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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민은 코미디 연기조차 진지했다. 그는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이하 <조선명탐정>) 촬영 중 “노비들을 구해내다가” 갈비뼈에 금이 가는 부상을 입었다. 영화 관계자들은 김명민이 또 한번 캐릭터에 빙의됐다고 말했다. 김탁환 작가의 소설 <열녀문의 비밀>을 바탕으로 하는 <조선명탐정>에서 김명민은 정조의 밀명을 받아 관료들의 연쇄살인 사건을 수사하는 조선시대 명탐정 김진으로 변신한다. 올 한해 “미친 듯이” 다작하고 있는 오달수는 명탐정을 도와 사건을 해결하는 개장수 서필 역을 맡아 김명민과 콤비를 이룬다(실제 그는 개를 무서워한다). 오달수는 김명민이 “과장된 연기에 대한 신념을 가지고 연기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 말에 김명민은 “그렇게 보여 다행이다. 신념을 잃을 뻔한 적도 있었는데 그건 눈치 못 채셨죠?”라고 답해 좌중을 웃겼다.
11월29일 남양주종합촬영소에서는 명탐정 김진이 연쇄살인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한객주
[씨네스코프] 정조시대 명탐정 납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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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 탄 사나이’라는 절묘한 별명으로 기억되는 사나이, 그리고 평생 흰머리로 살았을 것만 같은 웃긴 아저씨 레슬리 닐슨이 세상을 떴다. 1926년 캐나다에서 태어나 2차세계대전 중 공군으로 종군한 경험이 있는 그는 전쟁 이후 라디오 아나운서로 일을 시작해(목소리가 좋은 이유가 있었다) TV와 영화계로 진출했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11월28일 그는 미국 플로리다주의 한 병원에서 폐렴 합병증으로 가족과 친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숨을 거뒀다. 인터넷에는 추모의 글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영화비평가 로저 에버트는 고인의 명복을 빌며 레슬리 닐슨의 <벤허>(1959) 스크린 테스트 유튜브 영상을 링크해 올렸다. 로마시대의 의상을 걸치고 부리부리한 눈으로 또박또박 대사를 읊는 그 모습이 그저 신비롭게 다가온다. 그리고 <할리우드 리포터>에는 그와 수많은 영화를 함께했던 데이비드 주커 감독의 생생한 추모글도 올라와 있다. <에어플레인>(1980) 당시
[추모] 웃음으로 기억되리,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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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린치, 두개의 데뷔곡 담은 앨범 발매 예정.
-재즈가 아닙니다. 블루스도 아닙니다. 무려 일렉트로닉 팝 댄스랍니다.
*영화 <퀸>의 제작자 앤디 해리스, 핑크 플로이드 영화 제작 발표.
-전기영화가 아닙니다. 노래 <어나더 브릭 인 더 워>를 주제로 한, <죽은 시인의 사회>가 <스쿨 오브 락>을 만난 영화랍니다.
*조니 뎁, 잭 스패로우가 너무 게이스럽다는 디즈니의 불평을 폭로.
-디즈니 임원들이 “뎁이 영화를 망치고 있다”고 불평을 늘어놓았다는군요. 이유? 뎁의 잭 스패로우가 너무 게이 같아서랍니다. 조니 뎁의 일갈입니다. “몰랐어? 내가 연기했던 모든 역할이 게이였다는걸?”
[댓글뉴스] 디즈니, 잭 스패로우가 너무 게이스럽다며 불평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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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경엔 어쩌면 극장에서 엑스맨, 아이언맨, 스파이더맨을 보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수조원의 돈과 슈퍼히어로영화의 사활이 걸린 거대한 소송이 최근 뉴욕연방법원에서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다. 사건은 스탠 리와 더불어 미국 코믹스계의 대부로 평가받는 코믹북 아티스트 잭 커비에게서 비롯했다. 커비는 <엑스맨> <스파이더맨> 등의 만화를 작업한, 마블 코믹스의 ‘실버 에이지’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는 마블의 얼굴마담으로 평가받는 스탠 리에 비해 유명세가 덜했고,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해 1970년대엔 라이벌사인 DC코믹스로 떠났지만 여전히 마블의 전성기를 거론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인물이다. 문제는 1994년 커비가 사망하면서 불거졌다. 커비의 네 자녀가 아버지가 생전 작업한 마블의 몇몇 코믹스 작품에 대한 저작권 회수를 요구한 것이다. 현재 미국 저작권법에 따르면, 크리에이터는 그들의 첫 단행본이 출판된 지 56년 뒤에 저작권 회수를 회사에 요구할
우리의 히어로를 구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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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적인 마스크와 재치있는 입담, 그리고 현란한 춤솜씨로 한국영화에 웃음을 선사했던 원로배우 트위스트 김(본명 김한섭)이 11월30일 오전 10시 서울 쌍문동 한일병원에서 74살을 마지막으로 세상을 떴다. 고인은 2006년 9월 공연 도중 넘어져서 머리를 다친 뒤 3차례의 뇌수술을 받았고, 이후 4년 동안 힘든 투병 끝에 결국 뇌출혈로 눈을 감았다. 영화평론가 김종원은 “트위스트 김은 연기 이외에 노래, 춤 등에도 능했고 대중도 그를 배우라기보다 만능 엔터테이너로서 아꼈다. 나이에 비해 항상 앞서 있는 패션 감각, 멜로드라마의 주인공이 아닌 성격파 배우로서의 마스크 등 그가 지닌 독특한 자질들은 기성 질서를 깨는 요소였고, 이러한 점들이 <맨발의 청춘>에서 폭발적인 대중의 반응을 끌어냈던 것 같다. 항상 신성일이라는 배우에 가려 있었지만 항상 신성일을 빛나게 해준 배우였다”고 말했다.
1936년 부산에서 태어난 트위스트 김은 “어릴 적부터 영화를 좋아했고 배우가 되고
[추모] 그이는 평생 맨발의 청춘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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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뤽 고다르 감독의 후기작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12월8일부터 16일까지 필름포럼에서 ‘고다르 특별 상영’이 마련된다. 얼마 전 미국 영화평론가이자 영화학자인 데이비드 스테릿의 고다르 인터뷰집인 <고다르 X 고다르>의 국내 출판을 기념해, 필름포럼이 그의 최근 대표작들을 상영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 상영전에는 <영화사> <사랑의 찬가> <아워 뮤직> <신 독일 영년> 등 장편 4편과 <프레디 부아쉬에게 보내는 편지> <우디 알렌과의 만남> <21세기의 기원> <고다르-알렉산더 클루게와의 인터뷰> 등 단편 4편이 함께 포함되어 있다.
총 4부 8편으로 구성된 <영화사>는 흔히 볼 수 있는 시간순으로 구성된 세계영화사가 아니다. “참된 영화의 역사란 텍스트가 아닌 영화를 구성하는 이미지와 사운드의 조합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고다르의 말처럼 이 작품은 실제 영화 속
<사랑의 찬가> 보러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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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대안 영상 축제인 ‘페미니즘 비디오 액티비스트 비엔날레 2010’(이하 파비2010)이 12월7일부터 18일까지 열린다. 여성 감독의 작품이거나 여성문제를 주제를 한 영화를 상영하는 영화제는 익숙하지만 여성주의 대안 영상이라는 말은 다소 생소할 수 있다. (사)대안영상문화발전소 아이공이 주최하는 파비2010은 국내 여성주의 예술가와 문화행동가에게 용기를 주자는 취지에서 생겨났다. ‘대안’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여성의 시각으로 본 예술담론, 사회·정치적 액티비즘, 여성주의적 영상코드를 소개하는 국내 유일의 비엔날레다. 이번 파비2010의 핵심 개념은 ‘아티비스트’로 아티스트와 액티비스트의 합성어다. 아티스트로서의 창작활동과 액티비스트로서의 실천을 함께 생각하기 위해 고안된 이 단어처럼 여성주의 창작자들의 활동을 예술계에 가두지 않고 현실 속에 위치시키는 것이 이 축제의 목표다.
파비2010에서는 영화와 미술의 중간 영역에 있는 작업들을 소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페미니즘 비디오 비엔날레, 12월7일부터 1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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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영화란 무엇인가. 모두가 안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도 설명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예술영화라는 말을 듣는 순간 각자의 경험에 근거하여 몇몇 영화를 떠올릴 수 있다. 실체는 가늠하기 힘들어도 왠지 알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그래도 아직 도통 모르겠다면 몸으로 체험해볼 수밖에. 12월2일부터 8일까지 일주일간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열리는 개관 10주년 기념 ‘2010 씨네큐브 예술영화 프리미어 페스티벌’에서 그 답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실험적이고 낯선 작품들이 아닌 가족, 사랑, 음악 같은 다양한 소재의 영화들부터 거장들의 흥미로운 신작까지 세계 각국의 다채로운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2010년 칸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되었던 우디 앨런의 <환상의 그대>는 일상의 지루함에 질린 인물들이 사랑이라는 이름의 환상을 좇는 과정을 담았다.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에 연극적인 밀도를 더해 유려하게 풀어나가는 이 영화는 거장의 재능이 유난히 빛난 작품
영화의 밀도가 높아지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