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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탈리아영화의 약진을 보면 이미지의 힘과 우아함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이탈리아 특유의 고풍스럽고 귀족적인 분위기를 아름답게 잡아낸 일련의 영화 속 아름다운 화면들은 일정 부분 루키노 비스콘티의 미학적 성취에 빚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감히 말하건대 루키노 비스콘티는 리얼리스트이다. 단지 그가 네오리얼리즘의 태동을 알린 <강박관념>(1943)의 감독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사실 후기 대표작으로 익히 알려진 <베니스에서의 죽음>(1971)의 매혹적이고 아름다운 화면들을 떠올려볼 때, 이러한 선언에 선뜻 동의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그가 진정 리얼리스트인 까닭은 영화에 자신을 온전히 투영해냈기 때문이다. 네오리얼리즘의 선구자에서 출발하여 극단적 탐미주의까지, 작품의 폭넓은 스펙트럼은 스스로의 삶이자 인생 그 자체이다. 낭만과 퇴폐에 익숙한 귀족 가문의 자제로서, 행동하는 공산주의자로서, 그리고 솔직했던 동성애자로서, 타인도 자신도 속이지 않았던
진정한 리얼리즘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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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17일 개봉한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상영관이 개봉 3주차를 맞아 늘어나는 추세다. 2주차에 전국 CGV에서 총 164회차를 상영하던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2월28일 이후 238회차로 상영 회차 수가 대폭 증가했다.
* 제2회 대한민국 서울문화예술대상에서 <하녀>의 전도연이 영화배우대상을, <부당거래>의 류승완 감독이 영화감독대상을 수상했다.
* 한국영상자료원이 오는 4월 <만추> 특별전을 열기로 했다. 이만희 감독의 원작을 제외한 사이토 고이치 감독의 <약속>(1972), 김기영 감독의 <육체의 약속>(1975), 김수용 감독의 <만추>(1981), 김태용 감독의 <만추>(2011) 등이 상영된다.
* <이웃집 좀비>를 연출했던 오영두 감독의 <인베이전 오브 에일리언 비키니>가 제21회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한줄뉴스] <그대를 사랑합니다> 상영관 증가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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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년간 인터넷이 미친 지대한 영향 중 하나는 중간상(中間商: Middlemen)의 변화다. 어떤 분야에서는 완전히 중간상이 사라져 생산자가 바로 소비자와 연결되었고, 또 다른 분야에서는 중간상이 하는 역할을 놀랄 만큼 바꿔놓았다.
가장 많이 바뀐 분야는 여행, 도서, 음악 분야다. 아직도 서점, 레코드 가게와 관광 회사가 있지만 이들은 아마존, 아이튠과 항공사의 자체 예약 사이트들과 편리함과 가격 면에서 경쟁하지 않으면 안되게 됐다. 10년 전에는 작은 서점이 인터넷뿐만 아니라 대형 서점과 슈퍼마켓과의 경쟁 때문에 속속 문을 닫았다. 이제는 인터넷 쇼핑과 전자책과의 경쟁으로 대형 서점이 문을 닫고 있다.
그러면 인터넷의 이런 힘이 장기적으로 영화산업에 미친 영향은 무엇인가? 한국에선 합법과 비합법적 인터넷 영화파일 다운로드와 VOD 서비스로 인해 DVD시장이 거의 사라졌다. 동시에 2010년에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영화 수는 증가했으며 박스오피스 규모는 6.5% 증가했다
[외신기자클럽] 아이튠즈로 배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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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29회를 맞는 ‘랑데부 뒤 시네마 퀘베쿠아’(Rendez-Vous du Cinema Quebecois)는 30년이 다 되어가는 영화제답게 더욱 성장한 모습으로 찾아왔다. 늘 한겨울에 진행되는 영화제는 퀘베쿠아(퀘벡 사람들)로서는 지나치게 무료하고 한없이 춥기만한 계절에 외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면에서, 그리고 순수 퀘벡영화를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올해는 특히 퀘벡알코올협동조합(SAQ)의 후원을 받아 더욱 어른(?)스러워졌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다.
올해 특히 주목할 영화는 스테판 라플레의 <알려진 토지에>(En terrains connus)다. 이번 신작이 라플레 감독의 전작이자 토론토와 베니스영화제 출품작인 <콘티넨탈, 총없는 영화>(Continental, un film sans fusil)의 명성을 이어갈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스테판 라플레는 퀘벡에서 많은 단편영화를 만들었으며, 1999년 몬트리
[몬트리올] 순수 퀘백 영화를 만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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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우드워드와 번스타인(‘워터게이트’ 특종을 터뜨린 <워싱턴 포스트>의 탐사기자), 스티그 라르손(소설 <밀레니엄>의 작가)과 제이슨 본의 만남이다.”-<가디언>의 뉴스 & 미디어 편집국장, 앨런 러스브리저
대체 어떤 작품이 영화화되기에 <가디언>이 이토록 거창한 수식어를 붙였을까. 힌트는 지난 3월2일 드림웍스가 판권을 구입했다고 발표한 한권의 책에 있다. 책의 제목은 <WikiLeaks: Inside Julian Assange’s War on Secrecy>. 폭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의 활동과 사이트의 설립자 줄리언 어샌지의 삶을 담은 논픽션이다. 비록 저자가 <가디언>의 기자 데이비드 리와 루크 하딩이라는 점이 마음에 걸리지만, ‘위키리크스’ 사건의 영화화에 대한 <가디언>의 찬사에도 이유는 있다. 2010년 12월, 미국 정부의 기밀 외교 문건 25만건을 폭로한 위키리크스 사건의 웅
[해외뉴스] 2011년은 줄리언 어샌지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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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크 존즈(사진)와 찰리 카우프먼, <존 말코비치 되기>와 <어댑테이션> 이후 9년 만의 재결합
=전세계 이슈를 관장하는 지도자들에 관한 풍자코미디라고. 둘의 시너지 효과가 다시 한번 영화계를 떠들썩하게 뒤집어놓길!
-테리 길리엄, 베를리오즈의 오페라 <파우스트의 겁벌> 연출 수락
=오는 5월6일 런던에서 오픈합니다. 바즈 루어만, 장이모,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등 오페라를 연출했던 여타 감독들과 비교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요.
-<더 코브: 슬픈 돌고래의 진실>의 감독, 돌고래를 사냥하는 일본 타이지 마을에 DVD를 보냈다
=감독의 코멘트, “이건 타이지 사람들에게 보내는 나의 러브레터입니다.” 다큐멘터리 속 당사자인 타이지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네요.
[댓글뉴스] 스파이크 존스와 찰리 카우프먼 9년 만의 재결합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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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의 올해 첫 해외 마켓 성적은? 얼마 전 막을 내린, 2011년 베를린국제영화제 기간 동안 열린 ‘유로피언 필름 마켓’에서 한국영화는 영화제에 참석한 해외 바이어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다. CJ엔터테인먼트 해외영업전략팀 김대연 과장은 “김지훈 감독의 <7광구>를 비롯해 <라스트 갓파더> <부당거래>가 판매됐고, 현재 촬영 중인 강제규 감독의 신작 <마이웨이>는 스틸 일부를 공개함으로써 해외 영화관계자들의 관심도를 올려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의 경우, 3월3일 크랭크업한 장훈 감독의 신작 <고지전>은 해외의 몇개 국가에 선판매됐고,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은 중국, 대만, 타이, 이란과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해외배급 및 해외합작투자사인 (주)화인컷은 20여개국에 판매된 이창동 감독의 <시>를 비롯해 <무산일기> <헬로우 고스트> <심야의 FM&
조선명탐정, 해외 진출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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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쉬는 날, 그간 소진된 에너지에 버금가는 피로곰을 등에 업은 채 숙면을 걱정하며 심야영화로 <만추>를 보았다. 예상한 대로 안개와 가랑비가 가득한 시애틀은 어둡고 습한 풍경들을 쏟아냈다. 그런데 우울증이 도질 듯한 그 도시에서 메마른 여자와 눈물도 웃음도 많을 듯한 남자가 만난다. 영화 속 사랑이라기엔 끈적하지도 격하지도 않은, 참으로 말수가 적은 영화였다. 결국 숙면은커녕 귀갓길 밤거리에 안개만 있다면 시애틀이라 믿을 정도로 영화에 취한 채 극장을 나섰다.
집으로 돌아와서 아침에 현장으로 출근(?)할 준비를 하며 노트북 뒤에 깔려 뭉개진 책을 발견했다. 몇편의 현장을 거치며 책들은 늘 제목이 제각각이었다. 프라하, 베이징, 파리, 앙코르와트, 인도, 뉴욕. 언제나 촬영 끝무렵 한달간 짬이 날 때마다 여행책을 펼쳤던 것 같다. 하지만 늘, 저렴하지만 새로운 현장들과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 기회, 밀린 생활비 앞에서 비행기표는 내 손에 들어오질 못했다.
하지만 아
[충무로 신세대 팔팔통신]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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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만 건드려도 넘칠 것 같은 찰랑찰랑한 잔의 커피 같은 영화.” 김영진 영화평론가는 <혜화,동> 민용근 감독과 배우 유다인이 함께 커피를 마시는, 어쩌면 약간은 어색한 둘의 모습을 보고 그 분위기가 영화와 꼭 닮았다고 했다. 2월16일 오후 8시 대학로CGV에서 열린 두 번째 ‘시네마톡’의 영화는 <혜화,동>이다. 시네마톡은 매달 무비꼴라쥬에서 개봉하는 영화 한편을 선정해 <씨네21> 기자와 김영진 영화평론가가 관객과 함께 영화를 보고 대화를 나누는 행사다. 이날은 특별히 민용근 감독과 배우 유다인씨도 참석했다. 진행은 <씨네21> 김용언 기자가 맡았다.
동물병원에서 일하는 23살 혜화(유다인)는 유기견을 돌보며 살아간다. 그런 혜화 앞에 5년 전 갑자기 사라졌던 옛 연인 한수(유연석)가 나타나면서 <혜화,동>은 시작된다. 둘은 고등학생 때 서로 사랑했지만 원하지 않던 임신으로 헤어졌다. 혜화는 아이를 낳았고, 아이는 죽었
[시네마톡] 클로즈업으로 감정을 건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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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영화계의 큰 별이 떨어졌다. 지난 1월24일, 독일 영화제작자 베른트 아이힝거가 LA의 한 식당에서 식사 중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향년 61살이었다.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독일 영화계가 충격과 시름에 빠졌다.
지금까지 메인스트림 독일 영화계는 아이힝거를 빼놓고 생각할 수 없었다. 그는 콘스탄틴 영화사라는 거대 영화사를 통해 수많은 성공작을 세상에 내놓았다. 어떤 해는 콘스탄틴 영화사의 영화가 독일영화 점유율의 3분의 2를 차지할 정도로 그 파워는 막강하다. 아이힝거의 특기는 세간의 화제가 되는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하여 히트시키는 것이다. 성공의 발판은 81년작인 울리 에델 감독의 <크리티아네 F: 우리는 초역의 아이들>(Christiane F: Wir Kinder vom Bahnhof Zoo)이다. 원작은 크리스티아네라는 15살 마약중독 소녀의 실화를 다룬 르포 서적으로, 이 책은 1979년에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독일사회에 커다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당시
[베를린] 독일 영화계의 큰 별이 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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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끝났다. 역사상 가장 지루한 프로그램을 선보인 제61회 베를린영화제가 2월20일로 막을 내렸다. 소수의 영화에 모든 상을 몰아주며 심사위원들이 나름의 약정된 코멘트를 한 경쟁작의 라인업은 동의 가능한 수준이긴 했으나 이른바 말하는 세계 4대 영화제(칸, 베니스, 베를린, 토론토)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특히 여느 국제 게이영화제 같았던 파노라마 섹션은 평범하고 지루했다. 진보적이고 “젊은” 영화의 장이어야 할 포럼 섹션은 초점을 잃은 채 산만하기 짝이 없었다. 원래는 어린이와 젊은이들을 위한 미니영화제 섹션이었던 제너레이션 섹션만이 여전히 견고하면서도 다양한 프로그래밍을 요란하지 않게 선보이며 찬사를 받았다.
베를린영화제는 지난 20년 전 내가 처음으로 다니기 시작한 ‘주요’ 영화제다. 나는 곧 그 도시와 행사를 사랑하게 됐다. 베를린영화제는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도시에서 열리는, 가장 효율적으로 잘 운영되는 영화제다. 다른 영화제와 달리 베를린영화제는 기계처
[외신기자클럽] 베를린 곰… 죽었니? 살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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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회 칸국제영화제 라인업의 윤곽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구스 반 산트, 난니 모레티, 라스 폰 트리에, 다르덴 형제 등 칸에서 수상의 영광을 얻은 감독들이 유력 후보로 거론 중이다. 또 아키 카우리스마키, 페드로 알모도바르,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등 중견 거장들도 신작과 함께 크루아제트 거리 입성을 앞두고 있다. 주요 작품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구스 반 산트의 <레스트리스>(Restless)는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소녀의 사랑 이야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스타덤에 오른 미아 와시코스카가 출연한 작품이다. 난니 모레티의 새 영화 <하베무스 파팜>(영어제목 We Have a Pope)는 새 교황과 주치의 사이의 관계를 조명한 드라마. 라스 폰 트리에도 신작 SF영화 <멜랑콜리아>로 경쟁작 대열의 합류가 점쳐진다. 지구 충돌이라는 위험 속에서 두 자매의 관계를 그린 작품으로 샬롯 갱스부르, 키퍼 서덜런드, 커스틴 던
[해외뉴스] 테렌스 맬릭의 컴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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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K. 롤링의 드라마틱한 삶을 다룬 미국 TV영화 <이상한 마법>이 제작된다
=미드 <FBI실종수사대>의 사만다 역으로 잘 알려진 포피 몽고메리가 주연이라고. 롤링이야말로 21세기에 등장한 가장 유명한 신데렐라 아니겠어요!
-<호빗> 준비하던 피터 잭슨, 지난 2월22일 발생한 뉴질랜드의 크라이스트처치 지진 복구에 앞장서
=피터 잭슨은 “뉴질랜드 민간방위국, 비상관리국과 협력하여 필요한 모든 도움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중간계의 모든 포스가 뉴질랜드에 함께하길.
-라트비아에서 <블랙 스완> 상영 도중 총격 사건 발생
=옆자리 관객이 팝콘을 너무 시끄럽게 먹는 바람에 말다툼을 벌이다 총격을 가했다고 합니다. 극장의 공공예절을 둘러싼 최악의 비극입니다.
[댓글뉴스] J. K. 롤링의 삶을 다룬 미국 TV영화 제작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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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2월 현재, 내가 모 멀티플렉스 극장을 이용하며 얻은 마일리지 포인트 가운데 잔여포인트는 약 9200점이다. 포인트 점수에 따라 10번의 관람마다 1번씩 부여받는 무료관람의 기회를 거의 놓치지 않고 찾아먹었다. 가까운 동네에 있고, 전국적인 체인망을 갖고 있는 멀티플렉스는 대형마트 혹은 대형마트의 브랜드를 따온 SSM만큼이나 마일리지를 쌓기가 쉬운 곳이다. 쌓기가 쉬운 만큼 쓰기도 쉽다. 매주 한편 이상 개봉작을 관람하는 관객이라면 누구나 이 기회를 즐겁게 받아들일 것이다. 하지만 영화를 만드는 입장에서도 그렇게 볼 수 있을까?
지난 2월21일,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소속 영화제작사 23곳이 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프리머스 시네마 등 4개 멀티플렉스 체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대형 멀티플렉스들이 제작사 등 이해관계인들과 아무런 협의없이 무료 초대권을 남발했고, 이에 따라 제작·투자한 영화에 대한 수익금을 정산받을 권리를 침해받았기 때문에 약
[강병진의 영화 판판판] 초대권, 누구를 위한 장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