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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만 건드려도 넘칠 것 같은 찰랑찰랑한 잔의 커피 같은 영화.” 김영진 영화평론가는 <혜화,동> 민용근 감독과 배우 유다인이 함께 커피를 마시는, 어쩌면 약간은 어색한 둘의 모습을 보고 그 분위기가 영화와 꼭 닮았다고 했다. 2월16일 오후 8시 대학로CGV에서 열린 두 번째 ‘시네마톡’의 영화는 <혜화,동>이다. 시네마톡은 매달 무비꼴라쥬에서 개봉하는 영화 한편을 선정해 <씨네21> 기자와 김영진 영화평론가가 관객과 함께 영화를 보고 대화를 나누는 행사다. 이날은 특별히 민용근 감독과 배우 유다인씨도 참석했다. 진행은 <씨네21> 김용언 기자가 맡았다.
동물병원에서 일하는 23살 혜화(유다인)는 유기견을 돌보며 살아간다. 그런 혜화 앞에 5년 전 갑자기 사라졌던 옛 연인 한수(유연석)가 나타나면서 <혜화,동>은 시작된다. 둘은 고등학생 때 서로 사랑했지만 원하지 않던 임신으로 헤어졌다. 혜화는 아이를 낳았고, 아이는 죽었
[시네마톡] 클로즈업으로 감정을 건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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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영화계의 큰 별이 떨어졌다. 지난 1월24일, 독일 영화제작자 베른트 아이힝거가 LA의 한 식당에서 식사 중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향년 61살이었다.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독일 영화계가 충격과 시름에 빠졌다.
지금까지 메인스트림 독일 영화계는 아이힝거를 빼놓고 생각할 수 없었다. 그는 콘스탄틴 영화사라는 거대 영화사를 통해 수많은 성공작을 세상에 내놓았다. 어떤 해는 콘스탄틴 영화사의 영화가 독일영화 점유율의 3분의 2를 차지할 정도로 그 파워는 막강하다. 아이힝거의 특기는 세간의 화제가 되는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하여 히트시키는 것이다. 성공의 발판은 81년작인 울리 에델 감독의 <크리티아네 F: 우리는 초역의 아이들>(Christiane F: Wir Kinder vom Bahnhof Zoo)이다. 원작은 크리스티아네라는 15살 마약중독 소녀의 실화를 다룬 르포 서적으로, 이 책은 1979년에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독일사회에 커다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당시
[베를린] 독일 영화계의 큰 별이 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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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끝났다. 역사상 가장 지루한 프로그램을 선보인 제61회 베를린영화제가 2월20일로 막을 내렸다. 소수의 영화에 모든 상을 몰아주며 심사위원들이 나름의 약정된 코멘트를 한 경쟁작의 라인업은 동의 가능한 수준이긴 했으나 이른바 말하는 세계 4대 영화제(칸, 베니스, 베를린, 토론토)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특히 여느 국제 게이영화제 같았던 파노라마 섹션은 평범하고 지루했다. 진보적이고 “젊은” 영화의 장이어야 할 포럼 섹션은 초점을 잃은 채 산만하기 짝이 없었다. 원래는 어린이와 젊은이들을 위한 미니영화제 섹션이었던 제너레이션 섹션만이 여전히 견고하면서도 다양한 프로그래밍을 요란하지 않게 선보이며 찬사를 받았다.
베를린영화제는 지난 20년 전 내가 처음으로 다니기 시작한 ‘주요’ 영화제다. 나는 곧 그 도시와 행사를 사랑하게 됐다. 베를린영화제는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도시에서 열리는, 가장 효율적으로 잘 운영되는 영화제다. 다른 영화제와 달리 베를린영화제는 기계처
[외신기자클럽] 베를린 곰… 죽었니? 살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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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회 칸국제영화제 라인업의 윤곽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구스 반 산트, 난니 모레티, 라스 폰 트리에, 다르덴 형제 등 칸에서 수상의 영광을 얻은 감독들이 유력 후보로 거론 중이다. 또 아키 카우리스마키, 페드로 알모도바르,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등 중견 거장들도 신작과 함께 크루아제트 거리 입성을 앞두고 있다. 주요 작품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구스 반 산트의 <레스트리스>(Restless)는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소녀의 사랑 이야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스타덤에 오른 미아 와시코스카가 출연한 작품이다. 난니 모레티의 새 영화 <하베무스 파팜>(영어제목 We Have a Pope)는 새 교황과 주치의 사이의 관계를 조명한 드라마. 라스 폰 트리에도 신작 SF영화 <멜랑콜리아>로 경쟁작 대열의 합류가 점쳐진다. 지구 충돌이라는 위험 속에서 두 자매의 관계를 그린 작품으로 샬롯 갱스부르, 키퍼 서덜런드, 커스틴 던
[해외뉴스] 테렌스 맬릭의 컴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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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K. 롤링의 드라마틱한 삶을 다룬 미국 TV영화 <이상한 마법>이 제작된다
=미드 <FBI실종수사대>의 사만다 역으로 잘 알려진 포피 몽고메리가 주연이라고. 롤링이야말로 21세기에 등장한 가장 유명한 신데렐라 아니겠어요!
-<호빗> 준비하던 피터 잭슨, 지난 2월22일 발생한 뉴질랜드의 크라이스트처치 지진 복구에 앞장서
=피터 잭슨은 “뉴질랜드 민간방위국, 비상관리국과 협력하여 필요한 모든 도움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중간계의 모든 포스가 뉴질랜드에 함께하길.
-라트비아에서 <블랙 스완> 상영 도중 총격 사건 발생
=옆자리 관객이 팝콘을 너무 시끄럽게 먹는 바람에 말다툼을 벌이다 총격을 가했다고 합니다. 극장의 공공예절을 둘러싼 최악의 비극입니다.
[댓글뉴스] J. K. 롤링의 삶을 다룬 미국 TV영화 제작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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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2월 현재, 내가 모 멀티플렉스 극장을 이용하며 얻은 마일리지 포인트 가운데 잔여포인트는 약 9200점이다. 포인트 점수에 따라 10번의 관람마다 1번씩 부여받는 무료관람의 기회를 거의 놓치지 않고 찾아먹었다. 가까운 동네에 있고, 전국적인 체인망을 갖고 있는 멀티플렉스는 대형마트 혹은 대형마트의 브랜드를 따온 SSM만큼이나 마일리지를 쌓기가 쉬운 곳이다. 쌓기가 쉬운 만큼 쓰기도 쉽다. 매주 한편 이상 개봉작을 관람하는 관객이라면 누구나 이 기회를 즐겁게 받아들일 것이다. 하지만 영화를 만드는 입장에서도 그렇게 볼 수 있을까?
지난 2월21일,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소속 영화제작사 23곳이 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프리머스 시네마 등 4개 멀티플렉스 체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대형 멀티플렉스들이 제작사 등 이해관계인들과 아무런 협의없이 무료 초대권을 남발했고, 이에 따라 제작·투자한 영화에 대한 수익금을 정산받을 권리를 침해받았기 때문에 약
[강병진의 영화 판판판] 초대권, 누구를 위한 장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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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편의 한국영화가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된다. <김씨표류기>와 <헬로우 고스트>다. CJ엔터테인먼트 LA지사는 <김씨표류기>의 제작사인 시네마서비스와 리메이크 판권 계약을 맺고 할리우드에 직접 제작·배급하기로 했다. CJ엔터테인먼트 홍보팀 최민수 과장은 “LA지사는 영화가 소재의 보편성과 참신성을 모두 갖춰 할리우드 시장에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한다. <퀸카로 살아남는 법> <저스트 라이크 헤븐>을 연출한 마크 워터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 <헬로우 고스트>는 미국 개봉 첫주에 영화를 본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과 그의 제작사 1492픽처스가 <헬로우 고스트>를 제작한 N.E.W.에 리메이크 계약을 요청했다. N.E.W. 장경익 이사는 “1492픽처스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할리우드 스튜디오도 있었다. 그러나 <나홀로 집에> 시리즈,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등 할
한국산 코미디, 할리우드 웃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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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9시30분. 본격적인 일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낮에는 걸려오는 전화로, 낮에만 가능한 업무 처리로 정신이 없다. 8시 이후에나 보도자료 작성과 기타 일들을 할 수 있다. 나는 마운틴픽쳐스의 마케팅팀 업무를 담당하고 있지만, ‘일은 스스로 배우는 것’이란 대표님의 마인드 덕분(?)에 처음 입사했을 때부터 맨땅에 헤딩하며 이런저런 일들을 경험 중이다.
늦어지는 퇴근으로 엄마는 나에게 ‘회사에서 배달되는 택배’라는 타이틀을 주셨고, 친구들은 약속잡기 애매한 내 스케줄 때문에 신사동으로 와서 티타임을 가져준다. 회사 이름이 ‘마운틴’이다 보니 친구들은 농담으로 ‘오늘도 산 오르는구나!’라며 피부 트러블과 소화기관 트러블로 고생하는 나에게 진심어린 동정을 선사한다. 그렇다고 매일이 불철주야는 아니다. 나도 한가할 때는 있다. 그저 조용하지만 불안한 여유 뒤에 늘 폭풍처럼 몰아닥치는 개봉 일정이 잡혀 있어 마음이 편하지 않을 뿐.
지금 내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하는 영화는 다큐멘터리
[충무로 신세대 팔팔통신] 불철주야 등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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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영화전용관의 미래, 있다? 없다?! 2011년 2월, LA에서는 예술영화전용관의 생존을 염려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월3일자 <LA위클리>는 “State of the Art House”라는 제목의 특집기사를 내놓았다. 이 기사는 ‘LA에서 예술영화와 전용상영공간이 발디딜 곳이 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베벌리힐스에 위치한 영화관 ‘뮤직홀3’가 직면한 최근의 재정난을 실마리 삼아 풀어냈다.
‘뮤직홀3’는 LA 기반 아트하우스 극장체인 램리 시어터스(Laemmle Theaters)에서 1938년부터 75년 가까이 운영해온 유서 깊은 영화관이다. 특히 뮤직홀3는 단관으로 출발해 40년 전 스크린을 3개로 늘렸고, 미국영화협회, 미국작가협회에서 운영하는 극장들과 함께 스튜디오의 수혜를 입지 못한 예술영화, 다큐멘터리, 단편영화, 애니메이션의 등용문이자 소개의 장으로 활약해왔다. 뮤직홀3에 ‘오스카로 향하는 비밀스러운 길’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도, 램리
[LA] 예술과 전통에도 포장술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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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지도층의 위엄이란 이런 것이다. 톰 후퍼의 <킹스 스피치>가 지난 2월13일 영국아카데미영화제(BAFTA)의 주요 7개 부문을 휩쓸었다. <필름4>와 < BBC >로부터 투자를 거절당했던 ‘독립영화’ <킹스 스피치>는 영국영화진흥위원회(UKFC)로부터 100만파운드를 지원받음으로써 간신히 완성되었다. 이 고색창연한 코스튬 드라마는 지금까지 영국 내에서만 5천만파운드를 벌어들였고, 해외 개봉 수익까지 합하면 1억7700만달러라는 놀라운 기록을 수립 중이다. 다가오는 오스카 시즌의 수상 영향까지 결합된다면 그 액수는 더욱 커질 것이다. 하지만 영국영화 관계자들은 <킹스 스피치>의 성공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고 한다. 지난해 7월26일 문화부에서 발표한 UKFC 폐지와 영국영화연구소(BFI) 예산 15% 삭감 등의 후폭풍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계산을 제하고 나서도 UKFC가 <킹스 스피치>로부터 회수할
[해외뉴스] <킹스 스피치>는 성공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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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감독 필리페 모라, 나치 선전용으로 제작된 1936년작 3D영화 두편 발견
=<So Real You Can Touch It>과 <Six Girls Roll Into Weekend>는 1930년대 할리우드영화의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다고. 역시 나치는 무서워….
-벤 애플렉, 차기작은 조지 클루니의 제작사에서?
=클루니가 제작하는 정치스릴러 <아르고>의 감독으로 벤 애플렉이 유력하다. <가라, 아이야, 가라> <타운>에 이어 연출에 물올랐나?
-마틴 스코시즈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월스트리트의 늑대들> 드디어 만든다
=수년간 제작상의 문제로 난항을 겪었던 이 작품은 드디어 올해 칸에서 촬영 일정과 그 밖의 세부 사항을 공식 발표한다고. 각색은 <보드워크 엠파이어>를 함께한 시나리오작가 테렌스 윈터. 이게 바로 드림팀.
[댓글뉴스] 나치 선전용 1936년작 3D영화 두편 발견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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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2월17일(목)부터 27일(일)까지 극장 필름포럼에서 ‘에세이 영화’ 13편이 상영된다. 이 영화들에 관해서라면 다양하고 꼼꼼하게 써내려가는 유려한 글쓰기가 그 모범이 되겠지만 지금은 상이하게도 매우 간략하고 산만한 방식을 택했다. 사적인 메모의 흔적을 남기는 것이 가능할 순 없을까. 그게 당신에게도 자극이 되길 바라면서 쓴다. 그러므로 다소 이상한 이 기사에는 영화의 개별 내용에 관한 설명이 의도적으로 혹은 아무렇지도 않게 자주 제외될 것이고 통일된 형식에 얽매이지 않을 것이며 때로는 지나치게 1인칭일 것이고 이해되지 않을 정도의 무절제하고 걸러지지 않은 생각이 드러나기도 할 것이다. 이것이 아직 미완의 메모의 형식을 겨냥한다는 걸 빌미로 양해를 구한다. 이와 같은 사정을 담아 ‘13편의 에세이 영화에 관한 10개의 짧은 사적 메모’를 어쩌다 시작함.
1. <니스에 관하여>(A propo de Nice, 장 비고, 1930년, 25분)를 촬영한, 사실은 그뿐 아
사적 기록 혹은 흘려쓰기로서의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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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소문이 아니다. 멀티플렉스 체인인 씨너스의 메가박스 인수가 확실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씨너스의 대주주인 ISPLUS가 이르면 2월 안에 인수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며 ISPLUS는 메가박스와 씨너스가 일대일로 합병한 법인 지분 50%+1주를 취득해 합병 법인의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다고 알려졌다. 이에 대해 씨너스쪽은 “아직 지분 비율이나 인수일정에 대해 나온 계획은 없다”고 했지만 “합병을 하기로 결정하고 세부계약을 조율 중인 상황인 건 맞다”고 밝혔다. 사실상 씨너스의 메가박스 인수가 본격적으로 진행 중인 셈이다.
업계에서는 씨너스와 메가박스가 합병하면서 CJ CGV와 롯데시네마와 더불어 3강을 이룰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업계순위가 바뀌는 등의 변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한다. CGV의 이상규 홍보팀장은 “현재로서는 고객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 경쟁이 좀더 심화할 것이라는 예상 외에 다른 그림을 그려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당
1+1,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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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독립영화가 그렇게 우습게 보이나.” 원승환 전 인디스페이스 소장은 2월15일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홈페이지에 뜬 공고를 보고 실소를 금치 못했다. “독립영화전용관과 영상미디어센터에서 일할 계약직 직원을 공개 모집한다”는 내용의 공고였는데, 사업내용에 대한 설명은 쑥 빠진 채 채용인원과 전형일정만 간략하게 기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영진위가 해당 사업에 대해 어떤 플랜을 갖고 있는지, 왜 직영으로 전환하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면서 “배급프로그래머(독립영화전용관)와 교육기획프로그래머(영상미디어센터)의 경우, 직무수행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했는데 영진위가 최소한의 사업 방향에 대한 계획을 일러줘야 지원자들이 아이디어를 제출할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지연 사무국장도 황당하긴 마찬가지다. “1월 해당 사업을 직영하겠다는 영진위의 입장을 묻는 공문을 보냈고, 공청회 개최를 요구했다. 하지만 뒤늦게 돌아온 답변은 간담회
[이영진의 영화 판판판] 위원장님이 물러나셨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