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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기억하기 힘든 크고 작은 영화제들이 넘쳐나는 요즘, 또 다른 영화제가 새로 시작된다고 하면 시큰둥하게 반응할 수도 있다. 올해 첫발을 디디는 강릉국제영화제가 넘어야 할 첫 번째 산은 바로 영화제와 얽힌 축적된 피로감이다. 하지만 제1회 강릉국제영화제의 이모저모를 살피고 나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전세계 영화를 한자리에 모아 본다는 의례적인 접근을 넘어 관객이 영화제에 무엇을 바라는지에 대한 고민과 화답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11월 8일부터 14일까지 7일간 강릉아트센터와 경포 해변 일대에서 제1회 강릉국제영화제가 열린다. 부산국제영화제를 시작부터 이끈 김동호 전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을 맡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충무로뮤지컬영화제 등 다양한 영화제를 운영한 김홍준 감독이 예술감독을 맡아 야심차게 출범을 발표했다. 30개국에서 모인 73편의 상영작을 만날 수 있는 이번 강릉국제영화제는 함께 즐기는 영화제에 대한 나아갈 바를 제시하고자 다양한 차별화를 모색 중이다.
제1회 강릉국제영화제, 11월 8일부터 14일까지 7일간 강릉아트센터와 경포 해변 일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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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두명의 남자가 서로에게 총을 겨눈다. 카비르(리틱 로샨)와 카리드(타이거 슈로프). 끈끈한 우정을 쌓아온 이들은 정보국 요원으로, 한때 둘도 없는 동료였다. 하지만 둘의 운명은 묘하게 엇갈리며 희비가 교차한다. 카비르는 과거 변절자였던 카리드의 아버지를 살해한 장본인이고, 가문의 오명을 씻고자 요원이 된 카리드는 이제 반대의 입장이 되어 정부 고위 관료를 살해하려는 카비르를 저지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멋진 그림을 그리다가 가끔 서사의 개연성이 떨어지는 발리우드영화. 하지만 무리해서라도 큰 그림을 그린 이유를 금방 이해하게 된다. 바로 꿈에 그리던 근육의 브로맨스가 이뤄진 것이다. 알다시피 46살의 리틱 로샨은 어벤져스도 울고 간다는 인도 최고의 프랜차이즈 히어로물 <크리시> 시리즈의 슈퍼히어로고, 29살의 타이거 슈로프 역시 <바기>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이른바 양념 반 프라이드 반처럼 실베스터 스탤론과 스티븐 시걸을 뒤섞은 인도 액션계의 신성이다. 몸은 우
[델리] 올해 인도 최고의 히트작 된 <워>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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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일은 모두 괜찮아>
제작 부영엔터테인먼트 / 감독 이성한 / 출연 김재철, 윤찬영, 손상연, 김민주, 김진영 / 배급 삼백상회 / 개봉 11월
<바람>(2009)으로 10대의 성장 서사에 바람을 일으킨 이성한 감독이 다시 돌아왔다. <어제 일은 모두 괜찮아>는 미즈타니 오사무의 원작 <얘들아, 너희가 나쁜 게 아니야: 어제까지의 일은 전부 괜찮단다>를 이성한 감독 특유의 화법으로 옮겨낸 성장물. 실제 교사인 미즈타니 오사무는 ‘밤의 선생’이라고 불리며 13년간 거리에서 만난 아이들을 지도하는 데 힘써왔다. 감독은 경험담을 집필한 원작자와의 만남을 통해, 아이들이 중심이 되는 서사를 면밀하게 꾸려간다. 학교와 가정에서 소외된 지근(윤찬영), 용주(손상연), 현정(김진영), 수연(김민주) 네 아이들, 그리고 그들 곁에 함께하며 공감하고 행동하는 교사 민재(김재철)의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며 펼쳐진다. 누구 하나 영웅이 되지 않는, 공
[Coming Soon] <어제 일은 모두 괜찮아>, 누구 하나 영웅이 되지 않는, 공감과 위로의 성장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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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보지 않는다. 보려고 노력해봤지만 그건 영화가 아니다. 솔직히 배우들은 최선을 다해 연기하고 있지만 영화라기보다는 테마파크처럼 느껴진다. 인간의 감정이나 심리적인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려는 영화(cinema)라고 하기 어렵다.” 마틴 스코시즈 감독이 <엠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 마블 영화에 대한 생각을 밝힌 뒤 다양한 반응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10월 12일 <아이리시맨>으로 런던영화제에 참석한 마틴 스코시즈는 “테마파크에 영화가 침략당했다”며 강한 어조로 비판을 이어갔다. 이에 디즈니 CEO 밥 아이거는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를 통해 “영화에 대해 불평하는 건 그들의 권리지만 마블 영화 스탭에게 무례한 행동”이라며 반박했다. 마블의 감독들도 신중하지 못해 아쉽다는 반응을 이어갔다. 조스 웨던 감독은 “마틴을 존경하고 그가 말하고자 하는 요지도 알겠지만 ‘내가 늘 화가 나 있는’ 이유가 있다”고 심경을 밝혔다.
한편 마틴 스코시즈를
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마블 영화 관련 코멘트에 얽힌 할리우드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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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를 많이 했는데 화제가 될지 모르겠다.” 지난 10월 17일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 한국영상자료원 등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소관 12개 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열리기 전 만난 보좌관 몇몇의 걱정은, 두달째 계속되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이슈와 같은 날 같은 시간 열리는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감에 비해 상대적으로 언론에 많이 노출되지 못할 거라는 예상에서 나왔다. 이날 국감과 나흘 뒤인 10월 21일 진행된 문체부 국감 모두 살펴본 결과부터 얘기하면, 조국 전 장관이나 윤석열 검찰총장을 언급할 필요 없이 창(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문체위) 소속 의원들) 끝은 다소 무뎠고, 방패(피감기관) 또한 단단하지 못했다.
블랙리스트와 스크린독과점, 두 가지가 국감을 이끌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다양한 질의가 나왔다. 그건 그만큼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화제를 주도할 만한 질의가 없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12개 기관 국정감사, "영화 근로자의 표준보수지침을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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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문이 유모차에 활짝 열렸다. 12명의 엄마들이 갓난아기를 유모차에 태운 채 <82년생 김지영>을 보기 위해 CGV서산을 찾았다. 극장측은 아이들이 놀라지 않게 완전히 소등하지 않았고, 유모차를 상영관 안으로 들여오게 했으며, 기저귀를 갈 수 있는 받침대를 엄마들의 좌석 옆에 설치했다. CGV서산이 10월24일 처음 진행한 ‘씨네 앤 베베’(CINE&BEBE)의 풍경이다. 씨네 앤 베베는 CGV서산에서 48개월 미만 아기를 동반한 성인 한명을 대상으로, 12월 19일까지 매주 목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 사이 1회차 상영에 한해 7천원으로 아이 좌석을 따로 제공받아 함께 영화를 관람하는 행사다. 물티슈, 손소독제, 기저귀 교환대 등 아이를 위한 기본 위생용품이 제공된다. 황재현 CJ CGV 홍보팀장은 “CGV서산이 아기를 키우는 엄마들에게 문화생활을 향유하도록 하고, 극장 이용의 편의성을 제공하기 위해 시범적으로 운영한다. CGV서산은 이벤트 기간이 끝나더
유모차 끌고 가족이 함께 영화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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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82년생 김지영>이 개봉했다. 자신도 모르는 채 엄마, 언니 등으로 빙의하게 되는 지영(정유미)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독특한 설정을 가지고 있지만 현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의 일상을 따라가며 그 내면을 깊게 고찰했다.
탄탄한 원작과 섬세한 연출도 한몫했지만 <82년생 김지영>을 일궈낸 핵심은 단연 정유미. 지영의 남편 대영을 연기한 공유는 “현장에서 정유미를 봤을 때 이미 김지영 그 자체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러 작품들로 연기력을 입증, 스크린 밖에서도 다양한 매력을 자랑한 그녀. <82년생 김지영> 개봉과 함께 정유미의 이모저모를 알아봤다.
넓은 스펙트럼
2002년 무렵부터 연기 생활을 시작한 정유미는 김종관 감독의 단편영화 <사랑하는 소녀>, <폴라로이드 작동법>을 통해 영화인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후 정지우 감독의 <사랑니>, 김태용 감독의 <가족의 탄생>에
‘무대 공포증, 연기 찬사, 노래 실력까지’ 정유미의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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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 감독의 말 맛 살린 로맨스 드라마 <멜로가 체질>, 그리고 전계수 감독의 차분한 로맨스 영화 <버티고>. 두 영화를 통해 천우희는 새로운 캐릭터를 얻었다. 그간 어둡고 상처 많은 캐릭터들을 도맡았던 천우희는 로맨스도, 밝은 역할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똘끼 충만, 밝음 지수 300%의 신인 드라마 작가 진주로(<멜로가 체질>), 고층 빌딩의 사무실에서 위태롭게 버티는 30대 직장인 서영으로(<버티고>) 천우희는 새 영역에 안착했다. 지금까지 천우희에게 이토록 갈증을 안기게 한 (센)캐릭터들을 살펴봤다. 물론 밝거나 어둡거나, 어떤 천우희도 관객으로선 환영이다.
<마더>
데뷔작은 아니지만, 사람들은 봉준호 감독의 <마더>에서 천우희를 눈여겨 보기 시작했다. 진태(진구)의 미성년자 여자친구로 출연한 천우희는, 아들의 살인 누명을 벗기기 위해 증거를 찾으러 진태의 집에 잠입한 엄마(김혜자)의
로맨스도 문제 없어요! 다시 보는 천우희의 (센)캐릭터 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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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인사이드 르윈> 등을 통해 거장의 반열에 오른 코엔 형제 감독. 그들의 데뷔작 <블러드 심플>(1984)이 뒤늦게 국내 개봉했다. 술집을 운영하는 마티(댄 헤다야)가 사립탐정에게 불륜을 저지른 아내의 청부살인을 의뢰하는 이야기다. 이미 35년 전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 지금까지도 호평을 이어가고 있는 작품이다.
이미 명성을 쌓은 감독이라 해도 그 출발점은 있다. 코엔 형제는 처음부터 실력을 입증하며 ‘꽃길’을 걸어온 사례. 그렇다면 국내 감독들은 어떤 작품으로 시작을 장식했을까.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아홉 감독의 데뷔작을 알아봤다. 한국영화 르네상스라 불리던 1990년대 후반~2000년대를 수놓은 감독들로 선정했으며 단편영화는 제외했다.
봉준호 감독 <플란다스의 개>
<기생충>으로 2019년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 그의 첫
시작부터 화려했을까? 국내 감독들의 데뷔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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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은 한국영화 역사상 두고두고 거론될 해가 아닐까. 한국영화 100주년을 맞은 올해,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한국영화 최초로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고, <다이빙벨>(2014) 사태로 휘청거렸던 부산국제영화제도 서서히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화려했던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열기가 식기도 전, 지구 반대편 영화가 탄생한 도시 프랑스 리옹에선 다시금 한국영화가 시네필들을 동원하고 있다. 올해로 11회를 맞는 뤼미에르필름페스티벌(10월 12~20일)에서 봉준호 감독을 초대해 봉 감독의 전작을 모두 상영하는 것은 물론, 그가 사랑하는 한국영화 거장들의 작품을 함께 상영하기로 한 것이다. 봉 감독이 고른 작품은 김기영 감독의 <충녀>(1972), <살인나비를 쫓는 여자>(1978), 배창호 감독의 <꼬방동네 사람들>(1982), 장선우 감독의 <우묵배미의 사랑>(1990), <너에게 나
[파리] 영화의 도시 리옹에서 열리는 한국영화 회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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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섯의 봄> 过春天
감독 바이슈에 / 출연 황야오, 순양, 탕지아원 / 수입 엔케이컨텐츠 / 배급 디스테이션 / 개봉 11월 7일
“네가 딱이야.” 우연히 아이폰 밀수라는 위험한 범죄에 가담하게 된 16살 소녀 류즈페이(황야오). 중국 본토의 집에서 홍콩에 있는 학교까지 매일 국경을 넘나들며 통학하는데, 그런 그녀의 상황은 범죄 가담에 용이해 보인다. 생일에 소원으로 ‘홍콩에 눈이 내리길’ 빌던 순진한 소녀는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그 일 나도 할 수 있어요!”라며 의지를 드러낸다. 성장기, 가장 찬란한 시절을 담보 삼으면서까지 류즈페이는 왜 검은돈을 모으려고 하는 걸까. 추악한 성인, 범죄조직의 협박 속에서 “결국 남는 건 자신뿐”이라는 또 하나의 목소리가 심장을 가격한다. <열여섯의 봄>에서 류즈페이가 넘나드는 아슬아슬하고도 위험한 국경선은 중국과 홍콩간에 형성된 지리, 역사, 현재적인 상황과도 맞닿아 있다. 예리한 통찰로 중국과 홍콩의
[Coming Soon] <열여섯의 봄>, 추악한 성인, 범죄조직의 협박 속에서 “결국 남는 건 자신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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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파이기가 마블의 중심에 우뚝 섰다. 마블 스튜디오의 케빈 파이기 대표가 CCO(Chief Creative Officer)라는 새로운 직함을 추가해 그룹 내 영향력이 더욱 거대해졌다. 지난 10월 15일 외신 보도에 따르면, 디즈니는 마블 엔터테인먼트 그룹 내의 마블 스튜디오를 총괄하는 케빈 파이기 대표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인사로 그는 제작자로 참여하던 영화와 OTT 기반 스트리밍 콘텐츠를 포함한 TV시리즈를 제작하는 마블 TV사업, 애니메이션 제작 파트인 마블 패밀리 엔터테인먼트의 사업 결정은 물론, 코믹스 출판 등 모든 슈퍼히어로 스토리텔링의 결정 권한을 갖게 됐다. 이는 OTT 서비스 디즈니플러스 오픈과 함께 시작될 디즈니와 마블의 새로운 사업 방향을 결정지을 조직개편으로도 볼 수 있다. 콘텐츠상의 변화로는 기존 넷플릭스와 작업하던 <디펜더스>를 중심으로 데어데블, 제시카 존스 등의 캐릭터를 앞세웠던 TV시리즈와 <에이전트 오브
케빈 파이기, 마블 스튜디오 CCO에 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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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0년에 걸쳐 일어난 사건이다. 피해를 회복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개선안을 세우며 해결해가는 과정이 결코 짧은 시간 내에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블랙리스트 문제 해결 현황과 과제’ 토론회가 10월 16일 오후 2시 대한출판문화협회 대강당에서 열렸다. 토론회를 진행한 전 문화체육관광부 블랙리스트진상조사위원회 전문위원 박채은 프로듀서의 말대로, 열띤 발제와 토론이 이어졌다.
정윤희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블랙위원회 위원장이 블랙리스트 실행의 특징, 문제점, 제도적 원인 등을 짚으며 블랙리스트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의 원칙과 방향에 대한 이야기로 토론회의 포문을 열었다. ‘블랙리스트 후속조치-제도개선 과제 이행의 쟁점 그리고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운동의 현재’라는 주제 발제에서 그는 “블랙리스트는 정책을 가장한 국가범죄다. 제도개선의 주요 과제로 문화정책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 단시간에 해결하기는 어렵지만 역사 속에서 지속해서 복기하고 피
‘영화진흥위원회의 블랙리스트 문제 해결 현황과 과제’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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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10월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25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한국영화산업발전계획’을 공개했다. 문체부가 선정한 11개 중점 과제는 창작자 중심의 새롭고 다양한 한국영화, 영화산업 지속 성장 기반 강화, 일상 속 영화 향유 문화 확산이라는 3대 핵심전략을 포함한다. 먼저 콘텐츠의 다양성을 위해 시나리오 창작·기획·개발 지원이 중요하다는 현장 의견을 수렴해 문체부는 지난 6월 한국영화 기획개발(시나리오창작)센터를 개소했다. 2020년에는 모태펀드 영화계정에 ‘강소제작사 육성 펀드’를 신설해 영화 제작사가 독립적 창작활동을 통해 지적재산권(IP)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또한 독립·예술영화와 관객의 접점을 확대하기 위해 2020년 ‘독립·예술영화 유통지원센터’(가칭)를 신설한다. 온라인 상영관, 독립·예술영화 데이터베이스 등을 갖춘 공공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센터의 역할이다. 문체부는 지난 4월 장애인 영화관람 지원 서비스 ‘가치봄
한국영화, 새로운 100년을 향해 나아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