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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파도의 주인 할매들, 정말 대~단한 카리스마를 뽐낸다. 서울에서 잘 난 척 깨나 하던 뺀질이 비리형사와, 한여름에도 가죽재킷차림으로 ‘가오’ 잡기에 여념 없는 날건달도 이 할매들 앞에서는 반항 한번 제대로 못하고 꼼짝없이 무임금 머슴으로 복무할 정도다. 지금껏 한국영화 속에 (가뭄에 콩 나듯) 등장했던 ‘할머니들’이 어떤 방식으로 재현되어 왔는지를 떠올려 보니 이 마파도 할매들의 엽기성이 더욱 선명히 도드라진다.
그동안 영화에서 늙은 여자는 대개 주인공의 할머니거나 잘해봐야 어머니 역할을 맡았을 뿐이다. 영화 밖의 현실에서도 그렇다. 55살 이상 나이든 여성의 삶에 관심을 드리우는 시선이 대체 존재하기나 하던가? 나이든 여성들은 욕망의 주체는커녕 욕망의 대상조차 되어보지 못했다. 판에 끼워주기만 한다면 그림자나 배경으로도 감지덕지해야했다. 두어 해전, 온 국민을 눈물바다에 빠트렸던 <집으로>의 외할머니처럼 아주 가끔 영화의 중심에 서기도 했지만 그런 경우에도 ‘할머니’
[정이현의 해석남녀] <마파도>의 할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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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처음으로 극장 개봉과 텔레비전 방영을 동시에 시도하는 ‘KBS 프리미어’의 첫 영화 <신부와 편견>이 2일 서울 단성사에서 개봉함과 아울러 이날 KBS 2TV ‘토요명화’를 통해 공중파를 탄다. <신부와 편견>은 <슈팅 라이크 베컴>을 만든 인도 출신의 영국 감독 거린다 차다가 인도를 배경으로 찍은 인도 영화풍의 ‘발리우드 뮤지컬’이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각색해 부잣집의 두 딸이 부유한 인도인, 그리고 미국인 남자와 키워가는 사랑과 실랑이를 그린다. 심각한 대화를 하다가도 음악이 나오면 수십명의 인물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즐겁게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인도식 뮤지컬의 즐거움을 흠뻑 맛볼 수 있는 작품으로 할리우드와 한국 상업영화를 집중적으로 틀어온 텔레비전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영화다. 한 영화당 일주일씩, 6주 동안 6편을 개봉하는 이 기획은 이처럼 할리우드의 손맛과는 다른 재미를 구비한 예술영화들로 짜여져 있다.
KBS-단성사 동시개봉 1호 <신부와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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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달콤한 인생>의 시사회를 보고 나오면서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요새 한국 액션영화의 진짜 스타는 오달수야.” 오달수는 같은 날 개봉하는 <주먹이 운다>와 <달콤한 인생>에서 비중있는 조역을 맡은 배우다. 특히 <달콤한 인생>에서 그가 등장하는 길지 않은 장면은 매력이 넘친다. <올드보이>에 출연했을 때만 해도 그는 ‘장도리 들고 설치는 그 아저씨’였지만 이제 오달수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지 않을 것 같다.
탄탄한 연기력의 조역배우들의 영화를 받쳐주는 지지대로 기능한 지는 꽤 됐다. 이문식, 성지루, 유해진 등 한때 이들이 없으면 영화가 완성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적지 않은 배우들이 이 영화에서 번쩍, 저 영화에서 번쩍하며 ‘조연 전문배우’라는 말까지 탄생했다. 그런데 요사이 영화들을 보면 조연배우 전성시대도 조금씩 진화해 가는 걸 느낄 수 있다. 조역=코믹 연기라는 등식이 가능할 정도로 영화의
[팝콘&콜라] 번쩍거리는 조연배우 그런데 왜 남자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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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시상식에 이어 극장가까지도 흑인배우들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2005년 1월부터 3월까지 미국 박스오피스를 결산한 결과, 흑인배우가 주연으로 나온 영화가 유달리 강세를 보였다고 <뉴욕타임스>가 3월27일 보도했다.
1/4분기의 마지막 주였던 지난 주말 흥행 1위작 <게스 후> 역시 인종 차이를 다룬 코미디 영화로, 흑인배우 버니 맥이 주연급으로 출연했다. 이 영화와 함께 소니 픽처스가 배급해 박스오피스에서 1위를 차지한 <Mr. 히치: 당신을 위한 데이트 코치>와 <아직 멀었어요?> 역시 윌 스미스와 아이스 큐브가 각각 주연한 영화들. 특히 이 두 편은 2005년 흥행 순위 1, 2위를 달리고 있을 정도로 큰 성공을 거뒀다. 현재까지 <Mr.히치>의 미국 누적수입은 1억6650만달러이고, <아직 멀었어요?>는 8000만달러다.
흑인영화로 쏠쏠한 재미를 본 스튜디오는 소니 뿐만이 아니다. 파라마운트는 새뮤
미국 1/4분기 극장가, 흑인영화 초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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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월요일 오후, 씨네21 온라인팀에서 -무식한 방법으로- 각 배급사에 전화를 걸어 박스오피스 실제 집계를 하기전, 담당자들 사이에서 간단한 예측게임이 벌어진다. 예측게임이라고 해봤자 “이번주 1위는 당연히 OO가 아니겠어?”로 압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봉전에 진행되는 마케팅 프로모션 추이, 네티즌들의 반응, 배급사의 역량에 시사회를 통해 본 영화의 느낌까지 더하면 얼추 답이 나오기 때문이다. 두편이 박빙일 경우에는 “A 영화는 지방관객들이 더 선호할테고 B 영화는 서울에서 많이 볼거 같으니 순위는 B 영화가 높아도 실속은 A 영화가 차리겠네”라는 엉뚱한 과학적(?) 분석까지 더해지곤 한다.
물론 ‘얼추’ 답은 나와도, 항상 맞으란 법은 없다. 그래서 영화 흥행은 “귀신도 모른다”고 하지 않던가. 최근 이와 비슷한 경우가 <마파도>와 <잠복근무> 케이스다. 영화의 만듦새는 허술해도 흥행은 후자가 낫지 않겠나고 생각했지만 여지없이 틀리고 말았다. 하지만
[주말극장가] 격돌! 주먹이 운다 VS 달콤한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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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팅 힐>, <브리짓 존스의 일기>, <프렌치 키스>, <어바웃 어 보이>, <러브 액츄얼리>, <윔블던>까지. 모두 영국 워킹 타이틀이 제작한 로맨틱 코미디들이다. 다른 장르면 몰라도 일단 워킹 타이틀이 만든 로맨틱 코미디는 ‘기본’ 이상은 한다. <빌리 엘리어트>, <오 형제여 어디에 있는가> 등 드라마가 강한 작품들에도 워킹 타이틀은 일가견이 있다.
이렇게 “로맨틱 코미디의 명가”, “로맨틱 코미디의 황제”라고 불리는 워킹 타이틀이 처음으로 스릴러를 제작했다. 워킹 타이틀이 만든 스릴러는 어떨까. 로맨틱 코미디와 휴먼 드라마의 내공이 스릴러에도 잘 살아날까. 4월 22일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개봉하는 워킹타이틀의 첫 스릴러 <인터프리터>의 외양은 일단 화려해 보인다. 할리우드의 성격파 배우 숀펜과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니콜 키드먼이 주연을 맡았고 <추억>,
워킹 타이틀이 스릴러를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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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타 시스템의 끌어당기는 힘은 지난 주 삼척에서 열린 <외출> 기자회견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몇 년 전이었다면 100% 한국인 캐스트와 제작진이 100명의 일본 기자를 끌어 올수 있다는 생각은 정신 나간 환상 같았을 것이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한국 스타 시스템은 할리우드 그리고 어쩌면 인도 외의 그 어떤 다른 나라 영화계의 것 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자랑한다. 홍콩과 일본의 스타 시스템은 강하긴 하지만 한창때가 지났으며, 유럽의 스타 시스템은 할리우드에서 나오는 눈부신 빛 때문에 위압당하고 있다.
좋은 일인가 나쁜 일인가? 퀜틴 타란티노는 작년 칸느에서 스타 시스템이 없는 지역이라면 효과적인 영화업계를 지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물론, 타란티노는 할리우드에서 일하니까 그런 말을 할 거라 기대할 수도 있는 일이다. 한국 영화업계에서 시스템에 대한 찬양 보단 불만이 더 많이 들리기가 나름이다. 제작자들은 큰 스타가 없는 영화는 투자를 끌어올 수 없다고
[외신기자클럽] 한국에 스타 시스템은 존재하는가 (+영어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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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낳은 세계적인 배우 공리가 할리우드 영화 두 편에 출연을 예약했다. 먼저 출연할 영화는 마이클 만 감독의 <마이애미 바이스>(Miami Vice). 1980년대 인기 TV시리즈를 영화화하는 <마이애미 바이스>에서 중국과 쿠바의 범죄조직을 이끄는 여두목 이사벨라로 공리가 캐스팅됐다. <콜래트럴>을 만들었던 마이클 만 감독의 표현에 따르면, “다국적 범죄 조직의 자금관리 총책임자로서, 복잡한 심리상태와 미모를 겸비한 인물”이라고. 이 영화에서 콜린 파렐과 제이미 폭스와 함께 공연하는 공리는 영어와 스페인어를 구사하면서 색다른 카리스마를 선보이게 된다. 5월중 크랭크인 예정이다.
<마이애미 바이스>에 곧바로 이어서 공리가 출연할 영화는 새로운 ‘한니발 렉터 시리즈’ <가면 뒤에서>(Behind The Mask)다. 한니발 렉터의 어린 시절을 그릴 이 영화는, 인육을 즐길 정도로 반(反)사회적 이상성격을 가지게 된 배경을 보여주
공리, 할리우드 영화 두 편에 동시 캐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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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들리 스콧 감독의 십자군 전쟁 영화<킹덤 오브 헤븐>이 개봉하기도 전부터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 제임스 레스톤 주니어라는 역사학자가 자신의 책의 상당부분을 이 영화에 도용당했다고 주장하는 서신을 제작사 이십세기폭스에 보냈다. 문제의 책은 2001년에 출판된 <신의 전사들>(Warriors of God: Richard the Lionheart and Saladin in the Third Crusade). 레스톤의 주장에 따르면, 리들리 스콧 감독이 피닉스 픽처스로부터 이 책을 각색한 작품의 연출 제의를 받았으나 거절한 후, 비밀리에 이 책을 베껴 <킹덤 오브 헤븐>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표절의 근거는, 영화의 메인 캐릭터인 발리안(올랜도 블룸)과 영화의 제목이 모두 책에 등장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제작사는 레스톤에게 보낸 답신에서 “그 책을 읽은 적이 없다. 영화와 책은 실질적으로 유사하지 않으며 역사적으로 고증된 부분을 제외하면 사실상 완전히 다
<킹덤 오브 헤븐> 표절 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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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10회째를 맞는 부산국제영화제의 공식 포스터가 선정되었다. 포스터의 주제화는 이만익 화백의 “유화자매도(柳花姉妹圖)”이다. 이만익 화백은 황해도 해주 출생으로 서울대 미대를 졸업하고 88서울올림픽 미술감독을 맡았으며 지난 93년에 이중섭 미술상을 수상한바 있다.
유화자매도의 유화(柳花)는 고구려 건국설화에 등장하는 실제 여인으로 강의 신 하백(河伯)의 세딸 중 장녀이다. 고구려 건국설화에 따르면 유화는 동생 위화(葦花), 훤화(萱花)와 함께 자유분방하게 성장하여 젊은시절 해모수라는 청년과 사랑에 빠진 뒤 아들을 낳아 키우는데 이 아들이 바로 고구려의 시조인 주몽(朱蒙)이다. 이만익 화백의 포스터는 유화자매 세사람의 꿈많던 처녀시절을 테마로 하여 자연과 어우러진 사랑과 기상을 표현했다. 한편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10월 6일부터 14일까지 개최될 예정이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포스터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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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방학의 마지막 주말을 맞은 26~27일 일본 극장가는 봄나들이 인파 때문인지 예상외로 저조한 성적을 냈다. <내셔널 트레져>는 지난주에 이어 2주연속 1위를 지켰는데 현재까지 73만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흥행수입은 9억6천만엔을 기록중이다. 배급사의 목표수익 30억엔을 향해 착실히 나아가는 중인데 초반의 기세로 봐서 크게 어려워 보이지는 않는다.
개봉과 동시에 2위로 데뷔한 작품은 마틴 스콜시즈의 <에비에이터>. 아카데미 5개부문 수상작이지만 알짜배기 상을 <밀리언 달러 베이비>에 뺏긴 뒤라 마케팅 포인트가 빈약했다. 게다가 <갱스 오브 뉴욕>이 25일에 지상파로 방영되었는데도 일본과 이란의 축구 때문에 큰 재미를 못봤다. 1위 자리를 노렸지만 안타깝게 실패한 셈이다. 그밖에 전주 2위였던 <브리짓 존스의 일기2>가 5위까지 떨어진 것을 제외하고는 큰 순위변동이 없는 편이다.
3월 26일~27일 일본 박스오피스 결과
1위
<내셔널 트레져> 2주연속 일본 흥행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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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작가 스스로 검열을 먼저 원할 수도 있다. 이제 영화 후진국 대열에 동참하게 될 대만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작가가 더구나 차이밍량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올 베를린영화제에서 은곰상(예술공헌상) 등 세개의 트로피를 가져간 <떠다니는 구름>이 대만의 뜨거운 검열 논란 속에서 결국 무삭제 상영으로 결정났다. 그러나 작가는 오히려 상영 금지로 논쟁이 일어나기를 바랐노라고 털어놓았다.
노출 수위만 놓고 보자면 노골적인 전면 누드와 오럴섹스 장면의 향연이라 할 차이밍량의 <떠다니는 구름>이 대만 영화심의위원회에서 9 대 6으로 통과하면서 영화는 무삭제 원본 그대로 관객과 만나게 되었다. 대만 정부 홍보처 담당자는 “우리 사회는 예전보다 더욱 개방됐다. 심의위원회는 감독의 예술적 표현이 존경받을 만하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대만에서는 플롯에 필수적이라고 판단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없는 한 전면 누드는 상영되지 못한다.
차이밍량은 단 한 장면
차이밍량의 <떠다니는 구름> 무삭제 상영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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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영화나 자연다큐멘터리와 동일시돼 온 아이맥스영화가 할리우드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할리우드의 사업가들이 아이맥스를 유망한 비즈니스 영역으로 다시 보게 된 계기는, 3D 아이맥스 버전이 만들어진 최초의 할리우드영화 <폴라 익스프레스>가 거둔 성공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폴라 익스프레스>의 3D 아이맥스판은 4500만달러를 극장에서 벌어들여, 이 영화의 북미 박스오피스 전체 수입의 1/4에 달하는 수입을 올렸다. <폴라 익스프레스>의 선전으로 2003년 100만달러 미만이었던 아이맥스사의 수익은 2004년 무려 1020만달러로 치솟았고, 주가도 40%가 올랐다. 불과 5년 전 인수자를 찾지 못해 매각에 실패한 아이맥스사로서는 대단한 반전이다.
그러나 오늘날 아이맥스의 도약은, 당시 매각에 실패한 아이맥스사의 리처드 L. 겔폰드와 브래들리 J. 웩슬러 공동대표가 정면돌파를 결심하고 개발한 기술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IMAX영화, 할리우드의 새 황금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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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이 곧 개봉할 <신 시티>의 크레딧에 만화 원작자 프랭크 밀러를 공동연출로 올리기 위해 미국감독조합을 탈퇴했다고 <Zap2it.com>이 보도했다. 프랭크 밀러 외에 로드리게즈의 절친한 친구인 쿠엔틴 타란티노도 ‘특별 게스트 감독’(Special Guest Director)으로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다. 타란티노는 클라이브 오언과 베니치오 델 토로가 출연한 장면에 관여했다.
미국감독조합에는 한 영화가 두 명 이상의 감독을 두려면 제작 전부터 공동작업을 해야만 한다는 규정이 있다. 로드리게즈는 “난 촬영 일주일 전까지도 그런 규정이 있는 줄 몰랐다. 어느 날 갑자기 조합 쪽에서 ‘당신의 영화에 두 명 이상의 감독은 안된다’고 알려왔다”면서 “다른 영화에서 공동감독 크레딧을 많이 봐왔기 때문에 당연히 될 줄 알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 규정이 너무 낡은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애니메이션 감독도 조합원으로 포함시키지 않는 규정에 대해서도 “<
로버트 로드리게즈, 미국감독조합 탈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