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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영화는 말 그대로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고 있는 중이다. 키아로스타미와 마흐말바프로 대변되는 20세기 말의 이란영화가 올해를 기점으로 또 한번의 엄청난 변신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변화의 현장을 테헤란에서 지난 2월2일부터 11일까지 열린 파지르국제영화제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파지르영화제는 지난 1979년의 이슬람혁명을 기념해 만들어진 영화제로, 국제경쟁 부문과 국내경쟁 부문이 있지만 해외 게스트들에게는 단연 국내경쟁 부문이 관심의 대상이다. 조직위쪽도 이러한 관심을 반영, 해외의 게스트들만 따로 모아 이란영화를 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새 천년 이란영화의 새로운 도약을 예고하는 징후는 자파르 파나히가 도발적으로 제기한 사회·정치적 영화의 문제, 놀라운 신인감독들의 등장, 그리고 단편 영화의 눈부신 성장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금기에의 도전: 자파르 파나히의 <순환>
이번 영화제 국내경쟁 부문에서 자파르 파나히의 <순환>은 애초에 포
테헤란 파지르국제영화제, 이슬람 금기에 도전하는 영화들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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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야의 무법자>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미션> <시네마 천국> 등에서 영화보다 아름다운 영화음악을 만들었던 20세기 최고의 영화음악 작곡가 엔니오 모리코네(77·사진)가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다. 9월24일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그와 함께 오랫동안 연주를 해온 로마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100여명의 합창단을 지휘해 대표음악들을 연주할 예정이다.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사운드 트랙으로 알려진 <시네마 천국>을 비롯해 수없이 많은 화제의 영화음악을 만들어온 모리코네는 지금까지 360편 이상이 영화음악을 만들면서 보는 영화에서 귀로 듣는 영화로 영화의 창조적 영역을 확장시켰다는 평을 받는 살아있는 거장이다. 이탈리아 로마 태생으로 클래식 음악학교에서 작곡과 트럼펫을 공부한 뒤 팝 음반의 편곡자로 활동하다가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과 만나면서 영화음악 작곡을 하기 시작했다.
64년작인 레오네 감독의 <황야의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 내한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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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고 오래된 폴크스바겐이 유명한 자동차 경주대회에 출전한다는 줄거리의 영화 <허비-첫 시동을 걸다>가 노골적인 간접광고(ppl)로 원성을 듣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허비…>가 스포츠 방송 기자 린제이 로한이 나스카 자동차 경주대회에 나간다는 줄거리지만 그녀가 꼭 트로피카나 오렌지 주스를 먹고 집에 갈 때는 반드시 굿이어 모자를 쓰는 이유가 뭔지 알 수 없다고 비꼬았다. 로한이 일하는 ESPN은 제작사인 디즈니의 자매회사다. 트로피카나 주스는 나스카를 후원하는 펩시에서 나온다. 영화 마케팅 담당자는 나스카와의 협력 없이는 만들기 힘들었다고 해명했다. 작가는 나스카 대회엔 원래 자동차에 수많은 광고 로고가 붙어 있는 걸 몰라서 하는 얘기라고 발뺌했다. 그러나 폴크스바겐쪽과는 아무런 얘기가 없었다고 한다. 폴크스바겐에서는 굳이 오래된 차종을 홍보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What's Up] 린제이 로한 주연의 <허비>, 노골적인 PPL로 비난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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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드 피트(41)가 바이러스성 뇌막염에 걸린 것으로 드러났다고 <AP통신>이 14일 보도했다. 피트의 홍보담당자에 따르면, 지난 11일 독감와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여 병원에 입원했으나 검사 결과 바이러스성 뇌막염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13일에 퇴원해 집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 병에 걸린 환자는 일주일 이내에 건강을 회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하게 아프거나 사망에 이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의료 기관이 밝혔다.
브래드 피트가 입원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항간에는 안젤리나 졸리의 딸을 입양하기 위해 함께 아프리카에 갔다가 병을 얻어온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다. 그러나 홍보담당자는 바이러스성 뇌막염과 아프리카 여행이 어떤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브래드 피트의 병명은 바이러스성 뇌막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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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투 더 퓨쳐>의 배우 마이클 J. 폭스(44)가 7월13일 부시 정부의 줄기세포 연구 규제를 철회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나섰다. 파킨슨 병을 앓고 있는 폭스는 기자들과의 회견에서 "배아 줄기세포 연구가 엄청난 장래성을 갖고 있다“면서 ”더 많은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줄기세포 연구로 인간의 장기 복제에 성공하게 되면 심장 질환을 비롯해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당뇨병 등 각종 질병을 고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미국 상원은 다음주쯤 줄기세포 관련법안에 대해 표결할 예정이다. 2001년 부시 정부는 줄기세포 관련 연구에 대한 지원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법안을 채택했다. 보수주의자들은 이 연구가 배아를 파괴하기 때문에 비윤리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마이클 J. 폭스 이외에도 줄기세포 연구를 지지하는 유명인들은 많다. 알츠하이머병을 앓다가 사망한 레이건 전 미국대통령의 부인 낸시 레이건과 당뇨병을 앓고 있는 배우 메리 타일러 무어와 고인이 된
마이클 폭스, 美정부에 줄기세포 연구지원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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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에는 영화가 없다?
본선 진출작 <비치>의 기자회견장.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 연이어 질문의 화살이 꽂혔다. 역할에 대해, 작품에 대해, 연기관에 대해, 환경문제에 대해, 그리고 어젯밤 파티에 대해. 보다 못한 모리츠 드 하델른 집행위원장이 사회자의 마이크를 빌려 들더니, “지금은 개인 인터뷰 시간이 아니”라고 취재진에게 주지시켰다. 그러자 곧바로 다음 기자가 감독 대니 보일에게 질문을 던졌다. “왜, 그리고 어떻게 디카프리오를 캐스팅했나?” 장내가 떠나갈 듯 웃음이 터져나왔지만, 짐작하듯이 그리 유쾌한 상황은 아니었다.
영화제인가 배우잔치인가
어찌된 일인지, 올 베를린영화제에서는 영화가 보이지 않는다. 영화보다는 사람이, 감독보다는 배우가, 그 중에서도 ‘오로지’ 할리우드 배우가 관심사다. 대중의 사랑은 대개 감독보다 배우 차지이지만, 이번 영화제에서는 더 유별나다. 파파라치와 극성팬들을 따돌리기 위해 여러 호텔에 동시에 예약했다는 디카프리오를 필두로
[현지보고] 제5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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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는 봄이 오면>은 최민식 주연의 영화 제목이지만 영화는 이 제목의 주인이 아니라 ‘차용인’이다. 영화 포스터 제작회사 ‘꽃피는 봄이오면’(꽃봄)으로부터 빌린 제목이다. 95년 이 이름을 상표 등록한 ‘꽃봄’은 <박하사탕>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집으로> <몽정기> <주먹이 운다> 등 지금까지 50여 편의 주요 한국 영화 포스터를 만들어온 포스터 제작사다.
역동적인 일 하고 싶어 졸업뒤 친구들과 회사 차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손글씨 첫 시도 큰 화제
<박하사탕> <집으로> 등도 주목, 회사창립10돌 기념 전시회도
“영화 포스터 제작이라면 한장의 그림이나 사진만 떠올리지만 사실 시나리오북 제작에서 보도자료, 종이 광고 제작 등 영화의 전체과정에 참여하는 일이죠. 그만큼 많은 시간이 투여돼 힘들기도 하지만 다른 광고 제작보다 훨씬 역동적이기도 해요.” 95년 홍대 시각디
영화 포스터 제작사 ‘꽃피는 봄이 오면’ 대표 김혜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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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한국에서 나를 포함해 영화에 대해 말하고 쓰는 사람들에게 스티븐 스필버그는 부인하고픈 이름이었다. 조지 루카스(<스타워즈>와 함께 착하고 멍청하고 보수적인 그러나 재미있는(그래서 위기의 할리우드를 회생시킨) 할리우드 롤러코스터의 대명사였고, 할리우드 문화제국주의의 선봉장이었으며, 무엇보다 ‘예술로서의 영화’에 적대적인 블록버스터 멘탈리티를 미국은 물론 전세계에 퍼뜨린 장본인이었다.
<레이더스>에서 요란한 동작으로 칼의 위용을 과시하는 아랍인에게 인디애나 존스가 귀찮다는 표정으로 총을 쏠 때 그것은 은밀히 제국주의적 본성을 폭로했고, <쉰들러 리스트>에서 쉰들러가 “더 많은 사람을 구할 수도 있었는데…”라며 눈물을 흘리는 마지막 장면은 인간의 선의만으로 세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미숙한 세계관의 징표였다. <후크>의 지치고 딱딱해진 어른은 마음만 먹는다면 순식간에 아이의 순수성을 회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영화들은 전세
할리우드의 끈질긴 유전자 ‘낙천적 포퓰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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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차저차 해서요, 요기로 오시면 돼요.”
지난 8일 전화로 물어 찾아간 리얼판타스틱영화제 운영위원회 사무실은 서울 성북구 돈암동 시네마빌딩 지하에 자리잡고 있었다. 어, 그런데 사무실이 낯이 익다. 알고 보니 영화인회의와 한국영화제작자협회가 함께 쓰는 사무실이다. 영화제를 후원하기로 한 영화인회의가 자신의 사무실을 영화제 스태프에게 임시로 내준 것이다.
사무실 바깥 좁은 복도, 여러나라서 공수돼온 필름들이 쌓이고…
손끝과 두 눈만으로 이상여부 가려야 하는 20대 젊은이의, 바쁜 눈동자가 번뜩인다
“처음 이 사무실로 들어온 지난 3월에는 우리 스태프가 3~4명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스태프만도 10명 가까이 되고 자원활동가도 25명이나 생겼어요. 덕분에 주인인 영화인회의 사람들은 저쪽으로 밀려나고 우리가 한가운데를 떠억 하니 차지하게 됐죠.” 영화제 홍보를 맡은 석영화(24)씨가 20평 남짓한 지하 사무실의 한쪽 구석으로 밀려난 영화인회의 사람들을 향해 슬쩍 눈짓하며 설
[100℃ 르포] 리얼판타스틱영화제 준비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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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을 겨냥한 애니메이션의 흥행 경주가 이번 주말부터 시작된다. 디즈니와 함께 애니메이션의 절대강자로 군림하는 드림웍스의 <마다가스카>를 비롯해 <아이스 에이지>의 제작팀이 3년 만에 다시 뭉친 <로봇>, 2차 대전에서 활약했던 전서구(메시지를 전달하는 비둘기)들의 모험담을 그린 <발리언트>가 14일부터 차례로 개봉한다. 세 애니메이션은 동물이나 로봇이 주인공이지만 사람보다 더 사람같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야생이 싫은 ‘뉴요커 4마리’, 애 키우기 힘든 로봇가족, 비둘기들의 정보전
<마다가스카>(14일 개봉)의 동물들은 야생세계보다 문명화(?)한 동물원을 좋아한다.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 동물원의 알렉스(목소리 연기 벤 스틸러)는 구경꾼들에게 받는 환호와 날고기 스테이크, 갈기 미용 서비스를 즐기는 팔자 좋은 사자다. 유기농 풀을 먹고 러닝머신에서 질주하는 얼룩말 마티(크리스 록), 건강염려증 환자 기린 멜먼(데이비드
[주말극장가] 애니메이션 <마다가스카> <로봇> <발리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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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으악!”
지난달 초 영화 <마더> 시사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20대 중반으로 추정되는 한 무리의 남자들이 마치 공포영화라도 관람하고 있는 양 괴성을 터뜨렸다. 어머니가 딸의 남자와, 혹은 늙은 여자가 젊은 남자와 육체적 관계를 맺는 ‘익숙하지 않은’ 장면들이 젊은 그들에게는 무척이나 공포스러웠던 모양이다. 젊은 여자인 나한테도 낯설기는 마찬가지였지만, 그들의 수선스러운 반응을 보면서 ‘구리다’는 생각을 했었다.
젊은 그들에게 공포였던 <마더>가 당사자격인 마더, 어머니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며 연장상영에 들어갔다. 지난달 24일 동숭아트센터 하이퍼텍 나다에서 단관 개봉해 3주 동안 2천여 명이 들었으니, 예술영화 치고도 흥행성적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장쪽에서 연장상영을 결정한 것은 ‘어머니 관객’들의, 눈에 확 띄는 지지 때문이었다. 극장 쪽은 애초에 ‘20~30대 여성 가운데 오피니언 리더’들을 주요 타겟으로 삼았다. 하지만 젊은
[팝콘&콜라] <마더> 의 늙음·성에 대한 고찰, 이땅 어머니들의 조용한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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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생명과 같은 사랑을 원한다면 난 그대를 사랑하지 않겠소. 생명은 한숨과 같은 것이니까. 그러나 그대가 영혼과 같은 사랑을 원한다면 난 그대를 사랑하겠소. 왜냐하면 영혼은 영원한 것이니까.’
핀 라이트가 비추는 무대에서 슬립 차림의 여자가 자신의 얘기를 하고 있다. ‘일찍 깨시더라도 절 깨우지는 마세요. 저는 아침잠을 즐기거든요. 그럼 불을 끌까요?’ 넋을 놓고 혜린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영민이 보인다. 그 순간 영민이 되어 침을 꼴깍 삼킨 것은 나뿐이 아니었을 거다.
혜린(황신혜)은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찾아왔다. 브로드웨이와 뉴욕을 향한 그의 눈에 한국의 무대는 천박하고 상투적이다. 그런 그에게 뉴욕의 산부인과 의사라는 오성우가 찾아오고, 그에 비하면 가난하고 수줍은 영민의 사랑은 우습고 촌스럽다. 그리고 그는 화려한 꿈을 좇아 뉴욕으로 떠나버린다. 무대 위에서 보였던 아름답지만 허영으로 가득한 모습으로….
내가 <기쁜 우리 젊은 날>의 혜
[스크린 속 나의 연인] <기쁜 우리 젊은 날> 의 황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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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의 여름은 긴긴 겨우내 그리웠던 뜨거운 태양의 열기와 함께 다양한 영화제와 페스티벌로 시작된다. 그중에서 올해로 9회를 맞는 판타지아영화제는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신선하고 발랄한 영화와 흥미로운 이벤트로 북미주 최대의 장르 영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판타지아영화제가 몬트리올 한인회 주최로 진행 중인 복합문화축제 2005(Culture Quebec-Coree 2005)를 지원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임권택 감독의 <하류인생>의 한회분 상영권을 한인회에 기증하였으며 이는 영화제 대표 피에르 코르베이와 아시안 섹션 프로그래머인 영화감독 이미정의 적극적인 협조에 의해 이루어졌다. 올해 영화제에는 22개국 130여편의 영화가 상영되며 그중에는 <썸> <돌려차기> <실미도> 등 50여편의 한국영화들도 포함되어 있다. 1996년 판타지아영화제의 시작과 함께 몬트리올에 소개되었던 한국영화는 판타지아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으며 올해에
[몬트리올] 제9회 판타지아영화제, 개막작은 <주먹이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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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만에 다시 한국영화가 페사로에 초대됐다. 이탈리아 동북부 해안에 위치한 페사로는 92년 한국영화특별전을 기획하여 30여편의 한국영화를 이탈리아에 소개한 바 있다. 유럽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영화를 본격적으로 소개한 영화제이다. 6월25일부터 7월3일까지 9일 동안 열린 페사로영화제 중에는 장선우 감독의 대표작 12편을 소개하는 영화전과 송일곤 감독의 <깃>과 장율 감독의 <망종> 등 한국 디지털영화 10편을 소개한 한국 디지털영화 특별전이 동시에 열렸다. 이중 <망종>은 마지막 날 ‘리노 미치케’상을 받았다.
페사로영화제는 ‘새로운 영화’를 발굴, 소개하는 데 전념해온 41년 역사의 영화제다. 올해 장선우 영화전과 한국 디지털영화 특별전은 80년대와 90년대의 한국 현실을 영상으로 엿보고 저예산으로 힘들게 작업하는 젊은 작가를 소개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집행위원장 조반니 스파뇰레티는 “유럽에서는 아직 소개되지 않은 미지의 작가들을 소개하는 것도
[로마] 새로운 영화 발굴하는 페사로영화제, <망종> 대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