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찌는 듯한 무더위에 공포영화를 찾는 이들이 많다. 사람이 무서움을 느끼면 교감신경이 자극돼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피부에 땀이 나게 된다. 이 땀이 증발하면서 표피체온을 낮추는 기능을 하는데, 공포영화를 볼 때 오싹한 한기를 느끼는 것은 이 때문이다. 공포영화는 냉방시설이 변변찮은 시절의 알뜰 피서법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요즘 극장은 추워서 긴소매 옷을 껴입어야 할 정도로 냉방시설이 잘 돼있다. 그럼에도 해마다 여름이면 무의식적으로 공포영화를 찾게 되는 것은 ‘여름=공포영화’라는 등식이 이제 영화의 제작·소비 패턴으로 완전히 자리잡았기 때문인 것 같다.
최근 들어 공포영화를 찾는 또다른 이유가 부각되고 있다. 현실의 공포가 심할수록 이를 기피하고자 오히려 가상의 공포를 찾는다는 것이다. 영화 속의 극심한 공포를 체험하면 현실의 공포는 별것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또 공포를 이겨냈다는 자신감이 생겨 현실의 공포에도 의연하게 대처하게 된다. 최근 몇년새 미국에서 불고
[팝콘&콜라] 현실이 공포스러워질수록 대중들은 공포영화로 도피한다
-
단언컨대, 나는 줄리아 로버츠를 좋아하지 않았다. 거실에 앉아 케이블 텔레비전의 채널을 이리저리 떠돌다가 문득 걸리기라도 하면 결국 끝까지 보고야 마는 그 재밌는 영화 <귀여운 여인>에서도 나는 줄리아 로버츠만은 미스 캐스팅이라고 생각했다. 멀대처럼 큰 키에 인천공항만큼 큰 입을 소유한 여자는 나의 이상형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나는 1970년대의 다이안 키튼이나 80년대의 피비 케이츠, 혹은 90년대의 맥 라이언처럼 작고 귀여운 느낌의, 고양이 같은 여자가 좋다.
그런데 어느날 문득 단 한 편의 영화, 그것도 단 하나의 장면 때문에 그녀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 영화는 <노팅 힐>이고, 그 장면은 후반부에 그녀가 휴 그랜트의 서점에서 마지막으로 사랑을 확인할 때다. 스크린을 보면서 이야기해야겠으나 불가능하므로 지면으로나마 한번 재현해보자.
서점에 찾아온 그녀. 하늘색 카디건에 파란 스커트를 입은 그녀는 자신의 실수 때문에 상처를 받은 휴 그랜트에게 사과하며
[스크린 속 나의 연인] 내 심장을 멎게 한 <노팅 힐> 의 안나스콧, 줄리아 로버츠
-
미국 여름 극장가에서 성인을 위한 영화를 찾기란 힘들다. 하지만 올해는 약간의 예외가 있다. <뉴욕타임스>가 올 여름 “꼭 봐야 할 영화”라고 평한 프랑스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비트 댓 마이 하트 스킵트>가 바로 그 영화. 이 작품은 뉴욕을 배경으로 한 제임스 토백의 78년작 <손가락들>(Fingers)의 리메이크로, 평론가들 사이에 오리지널과 리메이크의 비교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또 평론을 포함해 이례적으로 3개의 관련 기사를 실은 <뉴욕타임스>를 비롯해 많은 뉴욕 베이스 평론가와 미디어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토백 감독도 인터뷰를 통해 <비트…>를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토백은 “이 영화 때문에 <손가락들>이 다시 관심을 끌었으면 했다”면서, “오디아르의 영화가 좋지 않았다면, 이렇게 그 영화를 알리기 위해 애쓰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트…>
[뉴욕] 꼭 봐야 할 영화, <비트 댓 마이 하트 스킵트>
-
런던의 여름 날씨가 어느 해보다 좋다. “도대체 우리가 뭘 했기에 이렇게 좋은 여름 날씨를 선사받은 것일까요?” 한 라디오 디제이의 즐거움에 겨운 질문. 밤 9시가 넘어도 환하기만 한, 여름날의 저녁을 즐길 수 있는 행사들이 즐비한 가운데, 워털루 강변에 위치한 국립영화극장과 아이맥스에서는 ‘옵트로니카’(OPTRONICA)라는 ‘쿨’한 영화제가 열린다. 7월20일부터 24일까지 5일간 열리는 이 축제는 영화제와 음악제가 뒤섞인 ‘합성잡종’ 영화제다. 영화상영은 물론이고, 오디오비주얼 퍼포먼스, 설치작업, 강의와 토론이 함께 이루어지는 이 영화제는, 초기 실험영화부터 시작해서 주로 언더그라운드(클럽 신과 아트 신)에서 발전해온, 비주얼 이미지와 사운드(음악)의 혼성적 효과들의 성과를 대중에게 소개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첫날인 7월20일 밤에는 와프 레코드 아티스트인 플레이드와 비디오 아티스트인 밥 자록의 일렉트로닉 뮤직, 실험적 애니메이션, 추상적 비주얼들을 뒤섞은, 라이브 AV
[런던] 영화제와 음악제의 합성잡종 축제, ‘옵트로니카’
-
-
<프렌즈>의 스타 제니퍼 애니스톤이 고등학교 시절에 쓴 연애편지가 웹사이트 eBay에 경매물건으로 나왔다고 <Zap2it.com>이 7월25일 전했다. 이 편지는 1984년 제니퍼 애니스톤과 사귀었던 남자친구 마이클 배로니가 “고등학생 시절 연애의 추억이 담긴 소중한 기념품”이라며 내놓은 것이다. 애니스톤이 이름과 전화번호를 립스틱으로 적은 쪽지와 연애편지, 휴지로 급조한 생일축하카드 등이 포함돼 있다. 경매는 7월29일부터 최저낙찰가 1만달러로 시작한다.
경매 홍보자료에 따르면, 1984년 여름 당시 15살이었던 애니스톤은 뉴욕 연기예술고등학교에 다니면서 한살 연상인 마이클과 교제를 시작했고 이들의 우정은 1991년 애니스톤이 인기스타로 급부상하기 직전까지 지속됐다고. 현재 캘리포니아의 변호사인 마이클 배로니는 ‘경제적인 사정’으로 물건들을 내놓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제니퍼 애니스톤은 사랑스럽고 생기가 넘쳤다.
제니퍼 애니스톤의 연애편지 사실 분?
-
강진이 수도권을 덮쳤던 일본의 지난 주말, 극장가 외출 인파는 뜸했지만 <스타워즈3>는 3주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현재 총수입 40억엔을 돌파했고 곧 50억엔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3위로 새롭게 등장한 <강철 연금술사, 샴발라를 정복한 자(鋼の鍊金術師 シャンバラを征く者)>는 만화와 TV 애니메이션으로 인기를 끌었던 작품의 오리지널 극장판이다. 주말이틀동안 18만여명을 동원하고 흥행수입은 2억2500만엔을 기록했다. 이는 올해 <코난>의 약 80%에 달하는 좋은 성적이다.
마이클 베이의 <아일랜드>는 5위로 데뷔해 미국에 이어 일본에서도 별 호응을 못받았다. 우리나라에서만 첫주말 폭발적인 흥행을 기록한 상황. 주말 이틀동안 고작 2억엔의 수입을 올렸는데 블록버스터 규모를 생각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7위에 새로 진입한 <황제 펭귄>이 오히려 눈에 띈다. 전주 20위에서 개봉관을 120개 늘리면서 순위가 대폭 상승했는데 자연
<스타워즈3> 3주연속 일본 박스오피스 석권
-
지난주(7월 중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다녀오면서 이번 여름 한국 호러영화의 수확고를 확인할 기회를 가졌다. <분홍신>과 <여고괴담4: 목소리>에 근거해볼 때, 올해의 수확은 지난해 여름보다 나아 보인다. 한국 호러가 홀수 해(1999, 2001, 2003, 2005년)에 제일 잘 나온다는 한 동료의 가설을 확인시켜주는 것 같다.
이 두 영화를 연속적으로 봤을 때 아시아와 서구 호러영화간의 주요한 차이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서구 비평가들이 최근 이 장르의 아시아영화를 “호러영화”보다는 “사이코스릴러”나 “사이코드라마”라고 부르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아시아 감독들은 분명 관객을 공포에 떨게 할 때보다 다양한 접근들을 취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일이다.
<분홍신>과 <여고괴담4…>는 영화적 스타일 면에선 서로 완전히 다르지만, 관객을 불안하게 만드는 효과에서는 상당히 유사하다. <분홍신>에서 그리고 있는 모녀관계
[외신기자클럽] 형이상학적 공포의 강렬함 (+영어원문)
-
장마 전선이 물러가고 열대야가 찾아왔다. 에어컨으로도 선풍기로도 식힐 수 없는 여름밤의 더위를 피하는 방법 한 가지. 7월28일부터 9월9일까지 서울 시청 광장을 비롯한 서울 시내 공원에서 열리는 ‘좋은영화감상회’에 참여하는 것이다. 서울시가 꾸려온 한여름밤의 영화축제, 좋은영화감상회는 올해 10회를 맞아 프로그램과 야외상영 공간을 대폭 늘린다. 개막작 <간큰가족>과 폐막작 <거칠마루>를 비롯, 16편의 국내외 영화가 총 30회에 걸쳐 상영될 예정이다.
개막작 <간큰가족>은 남북통일의 염원을 품은 아버지 때문에 온 가족이 통일자작극을 꾸미며 벌어지는 좌충우돌을 담은 코미디로, 개봉 당시 관객의 호응을 받았던 작품. 폐막작으로 선정된 <거칠마루>는 최고의 고수를 찾아나서기 위해 무술의 달인들이 경연을 벌이는 이야기로, 태껸, 우슈, 무에타이, 유도 등 실제 무술의 최고수들이 배우로 출연해 경이로운 액션의 힘을 선보이며, 진정한 무도가 무
영화와 함께라면 열대야쯤이야, 서울시 좋은영화감상회
-
최근 논란을 일으켰던 영화 제작자와 배우 매니지먼트사의 갈등 문제에 대해 한국제작가협회(회장 김형준·제협)와 매니지먼트협회(가칭) 준비위원회(회장 정훈탁)가 26일 성명서를 내고 한국영화발전을 위해 함께 대처해 나가기로 결의했다. 지난 7월 초 제협은 매니지먼트사의 무리한 지분 요구와 기여없는 공동제작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결의했다. 이 주장을 매니지먼트협회가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받아들이면서 12일부터 두 협회는 본격적으로 협상 논의를 시작했다.
양쪽은 성명서를 통해 “각자의 내부반성을 토대로 공정한 제작시스템에 대한 원칙을 확인하고, 투자·배급과 유통 인프라 등 외부 환경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시스템이 만들어지도록 공동으로 적극 대처할 것”이라고 합의했다. 양쪽은 보다 구체적으로 △제협은 표준제작규약을 만들어 현재의 고비용 제작 구조 문제를 해소하고 조수 스탭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적극 노력한다 △매니지먼트협회는 스타캐스팅을 조건으로 공동제작 크레딧과 그에 따른 지분
“스타캐스팅 투자관행 고쳐가겠다”
-
어느 분야에서든 극단적으로 돋보이는 ‘천재’라 불리는 사람들이 있고, 이는 애니메이션에서도 마찬가지다. 작품을 보는 순간 뒷골을 치는 듯한 충격, ‘상상의 범주’라는 말을 비웃듯이 전하는 신선하고 새로운 이미지. 사람들에게 천재라 불리는 이들의 작품을 볼 때면, 그들이 전하는 날카로움에 서늘함이 느껴질 정도다. 노먼 맥라렌(1914∼87) 역시 애니메이션계의 천재로 칭송받으며, 수많은 애니메이터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실제 영상(live action) 필름의 프레임을 편집해 표현하는 픽실레이션이나, 필름 위에 직접 채색하거나 스크래치를 만들어 제작하는 다이렉트애니메이션(Drawing on Film, Scratching on Film), 소리와 움직임간의 조화와 연결 등 그가 애니메이션 제작에 새롭게 도입한 기법과 방향성 등은 지금 우리가 보는 애니메이션들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1914년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나 인테리어 디자인과 영화를 전공한 그는, 1943년 캐나다
천재 애니메이터의 서늘한 충격, 노먼 맥라렌 특별전
-
지방자치단체가 실시하는 문화행사의 대표 성공사례로 꼽혀온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피판 Pifan)가 우려했던 대로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특히 이른 기간에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던 피판의 추락은 영화제 운영 주도권을 둘러싼 지자체와 영화계의 갈등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더한다.
14일부터 23일까지 열흘 동안 열린 제9회 부천영화제를 찾은 관객은 모두 3만3753명으로, 좌석점유율은 34.7%에 불과했다. 유료관객만 따지면 좌석점유율은 26%까지 떨어진다. 이는 지난해 열린 8회 영화제의 관람객 6만4603명, 좌석점유율 64%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모두 65편이 매진됐지만, 올해 매진 작품은 9편 뿐이었다. 올해 피판에 들어간 돈은 23억원에 이른다. 반면 매표 수익은 1억5천만원에 그쳤다.
피판 영화제 관계자는 “영화제 후반으로 갈수록 관객이 줄어들어 시 관계자들이 수십장씩 표를 사들이기도 했다”며 “이러한 표들을 빼고 실제로 영화를 관람한 관객만
관객 외면한 ‘피판’ 참담한 실패로 막내려
-
동물스타를 향한 일본열도의 사랑이 다시 시작됐다. 동물영화는 전통적으로 일본에서 인기를 끌었던 장르. 1979년 구라하라 고레요시의 다큐멘터리 <빙하여우>가 관객몰이에 성공한 이후, 1983년 구라하라가 만든 또 다른 영화 <남극>은 일본영화 최고의 관객동원 기록을 달성했다. 일본 탐사대와 함께 남극의 겨울을 맞게 된 두 마리 개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 영화는 1997년 <모노노케 히메> 이전까지 최고 흥행 기록을 지켰다. 그리고 20년 뒤. 귀여운 맹인 안내견과 고집스런 중년 남자가 주인공인 최양일 감독의 <퀼>이 동물영화의 두 번째 전성기를 예고하고 나섰다. 실화를 토대로 하는 이 작품이 지난해 일본과 아시아 전역에서 2천만달러의 수익을 거둔 것.
그 때문일까. 현재 일본에서 개봉을 기다리고 있거나 제작되고 있는 화제작 중 동물이 주인공인 작품이 상당수 눈에 띈다. <남극>을 제작했던 <후지TV>가 올 여름 박스오피
최양일 감독의 <퀼> 신호탄으로 두 번째 전성기 맞은 일본 동물영화
-
또 다른 슈퍼히어로를 찾는 할리우드 제작자들이 코미콘으로 몰려들고 있다.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블록버스터 <배트맨 비긴즈> <씬 시티> <판타스틱4>가 박스오피스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7월14일 세계 최대의 만화콘텐츠 전시회인 ‘샌디에이고 코미콘(Comic-Con)’이 막을 열었다. 코미콘 역사상 최대의 인원이 참가한 이번 행사에는, 샤를리즈 테론, 케이트 베킨세일, 내털리 포트먼 등 수많은 할리우드 스타들과 제작자들의 방문 역시 줄을 이었다.
<LA타임스>는 올해 코미콘의 폭발적인 열기가 코믹스 원작 영화들의 박스오피스 선전에서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라이온스 게이트’의 대표 존 헤지먼은 “요즘 스튜디오들은 코미콘에 수백만달러의 돈을 아낌없이 투자한다. 스튜디오들은 코믹스 팬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며, 코미콘은 그런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성전과도 같다”며 코미콘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래픽노블을 소재로 한 <
세계 최대 만화콘텐츠 전시회 코미콘, 배우·제작자로 북적
-
의 조디 포스터가 10년 만에 다시 메가폰을 잡는다고 <할리우드 리포터>가 7월26일 전했다. 최근 스크린에서 얼굴을 보기 힘들었던 조디 포스터는 신작<슈가 킹즈>(Sugar Kings)에서 연출 및 출연으로 1인2역을 한다. 제작사는 유니버설 픽처스. 로스쿨을 갓 졸업한 여성 변호사와 베테랑 공익 변호사가 외국인 노동자들을 부당 착취한 설탕 제조회사를 상대로 싸우는 이야기다. 잡지<배너티 페어>에 마리 브레너가 기고한 '거대한 설탕 왕국에서'(In the Kingdom of Big Sugar)라는 글이 영화의 토대가 됐다. 브레너는 비슷한 기업 비리 고발 영화 <인사이더>의 단초를 제공하기도 했다.
조디 포스터는 2004년 프랑스영화 <인게이지먼트>에 조연으로 출연했고 오는 9월 <플라이트플랜>(Flightplan)으로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연출작으로는 <천재 소년 테이트>와 <조디 포스터의 홀리데
조디 포스터, 10년 만에 다시 카메라 뒤에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