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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내가 사는 영국에선 여름은 타블로이드 신문의 “우스꽝스러운 시즌”(silly season)으로 여겨진다. 중대한 뉴스는 별로 없고, 스포츠가 군림하고, “엘비스 프레슬리가 달에서 발견됐다”거나 “사람이 개를 물었다”는 식의 우스꽝스러운 기사가 대중 신문의 전면을 도배한다. 그런 태평스러웠던 9·11 이전의 세계를 기리며, 떠돌이 영화평론가들의 일을- 아니, 솔직히 적어도 내 일을- 조금 더 즐겁게 해줄 수 있는 7가지 방안을 영화계에 대고 제안할까 한다.
1. 단편영화 감독들에게: 제발 영화에 맞춰 엔딩 크레딧도 짧게 해달라. 어떤 때는 엔딩 크레딧이 영화만큼이나 긴 경우도 있는데, 아무도 그대의 어머니나 이웃이 정신적 지원을 해줬건 그렇지 않았건 상관하지 않는다(최근 DV로 찍은 1분짜리 인도 단편을 봤는데, 보도자료가 8쪽이나 됐다. 요즘은 누구나 작가가 되고 싶어하는 듯하다).
2. 홍보사와 영화제 카탈로그 편집자들에게: 배우 이름만 나열하지 말고 제발 각 배우
[외신기자클럽] 영화계에 바라는 7가지 제언 (+영어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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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예상 밖의 저조한 흥행을 기록한 <아일랜드>, 이번엔 표절 소송이다. ‘<아일랜드>는 복제물인가’라는 제목으로 이 소송의 경과를 소개한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1977년에 만들어진 B급 SF영화 <Parts: The Clonus Horror>(이하 <클로너스>)의 시나리오 작가 마이를 슈라이브만과 감독 로버트 파이브선은 <아일랜드>의 극장 개봉을 중단하고 더이상의 배급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클로너스>는 ‘아메리카’라고 알려진 유토피아에 갈 수 있다는 말을 믿으면서 살아가는 클론들의 비밀왕국에 대한 영화. 인간이 여벌의 장기를 필요로 할 경우에 대비하여 키워진 이 클론 중 한명이 도망쳐, 인간 복제 시스템을 폭로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아일랜드>의 개봉 직후 <프리미어>를 비롯한 미국 언론은, “<아일랜드>의 전반부 한 시간은 (<클로너스>의
[What’s Up] 마이클 베이의 <아일랜드> 표절소송 휘말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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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로 큰 성공을 거둔 안젤리나 졸리가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서사영화<베오울프>(Beowulf)에 출연한다. 북유럽의 고대 신화 속에 등장하는 베오울프는 평생 동안 용 세 마리를 물리친 영웅으로, 이미 여러 번 영화와 게임, 소설로 만들어졌을 정도로 유명하다. 이번 영화는 8세기경 영국에서 쓰여진 서사시를 바탕으로 제작된다. 저메키스의 전작<폴라 익스프레스>와 같이 ‘퍼포먼스 캡처’ 기술이 적용될 예정이다. 톰 행크스가 그랬던 것처럼 안젤리나 졸리도 온몸에 모션 캡처 장비를 붙이고 연기를 해야한다는 뜻이다.
졸리가 맡을 역할은 베오울프에게 죽임을 당하는 괴물 그렌델의 어머니다. 졸리 외에도 앤서니 홉킨스, 브렌단 글리슨, 존 말코비치, 로빈 라이트 펜, 앨리슨 로한 등이 출연을 확정한 상태다. 주인공 베오울프는 <섹시 비스트><킹 아서>의 레이 윈스톤이, 그렌델은 <미녀 삼총사>의 크리
안젤리나 졸리, 저메키스의 <베오울프>에 캐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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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수 감독의 신작 <컨테이너의 남자>(가제, 제작 아이필름)가 지난 17일 첫 촬영을 시작했다. <컨테이너의 남자>는 컨테이너에서 사는 한 남자가 월드컵 경기를 보는 것이 소원인 꼬마소녀와 만나면서 펼쳐지는 감동을 다룬 휴먼 드라마로, ‘파리의 연인’ 박신양이 막장인생을 사는 주인공 ‘우종대’ 역을 맡았다.
8월 17일, 부산 해운대 백사장에서 시작된 첫 촬영에서는 1만명의 인파가 모여 2002년 월드컵 응원 장면을 그대로 재연했다. 이날 촬영은 영화 속에서 축구를 유난히 좋아하는 꼬마소녀 ‘준’을 위해 월드컵 거리응원이 펼쳐지고 있는 해운대 백사장을 찾은 박신양이 포르투갈 전에서 박지성이 골을 넣자 흥분해 무대로 뛰어올라 즉흥적인 응원을 하는 장면이었다. 평소 투우사의 꿈을 키우던 종대는 이날 특별의상 ‘투우사복’을 입고 투우사 흉내를 낸다. 1만명의 군중신은 촬영 소식을 접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한 부산 시민들의 협조로 가능했으며, 박신양은 이 날 촬영
박신양 주연의 <컨테이너의 남자> 크랭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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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를 당당히 자신들의 세기로 규정한 미국인들에게 2000년 1월1일은 또다른 미국의 세기가 시작하는 시발점으로서의 의미가 오히려 커 보였다. 그래서인지 미국 전역에서 실시된 특별행사들의 주제도 대부분 그들의 위대한 역사와 밝은 미래를 주제로 하는 것들이었다. 문제는 WTO회의중에 이미 한 차례 폭동을 경험한 시애틀이 새해맞이 행사를 취소한 데 이어, 뉴욕의 타임스퀘어 또한 테러리스트들의 목표가 되고 있다는 뉴스가 그런 밝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것이다. <Late Show>의 데이비드 레터먼은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지난 12월29일 방송에서 타임스퀘어 행사에 참가하겠다는 관객을 향해, 새 밀레니엄의 첫 테러 희생자 후보가 된 것을 축하한다는 간담이 서늘한 농담을 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런 험악한 분위기에도 12월31일 뉴욕의 핵심인 타임스퀘어는 새 천년을 성대하게 맞이하기 위해 별러온 인파들로 인해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아침 9시부터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
<환타지아2000> 뉴욕 관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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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스마 넘치는 성격파 배우 크리스토퍼 워큰(62)이 차기 미국대통령 후보로 나선다는 소식이 인터넷에 나돌고 있다. 이 놀라운 뉴스의 진원지는 walken2008.com이라는 선거캠페인 사이트다. 그러나 <Zap2it.com>은 워큰의 대변인이 “100% 거짓이다. 워큰은 그 사이트와 아무 관련이 없으며 대선 출마 의사도 없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마이크 한세라는 이가 8월초에 제작한 이 사이트는 팬들을 감쪽같이 속일 수 있을 정도로 그럴듯하다. 크리스토퍼 워큰이 사적인 회견을 열고 대선 출마의 뜻을 밝혔다는 뉴스를 8월9일자로 업데이트했고 선거 공약까지 소개하고 있다. 믿거나 말거나이긴 하지만 워큰의 정치적 소견을 요약해보면 “선거 자금 개혁과 펜타곤이 선심성 사업에 투자하는 돈을 군인들에게 할당할 것, 줄기세포 연구를 지원할 것” 등이다. 사이트는 “현재 미국은 혼란에 빠져 있다. 일자리는 아웃소싱되고 있고 사회보장제도는 파산 직전이며 전쟁에서 국민들이 죽어가고 있
크리스토퍼 워큰, 2008년 美대선 출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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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배우와 감독 등 영화제를 찾아오는 게스트들이 국제영화제의 꽃이라면 축제를 생기있게 만드는 푸른 잎들은 자원봉사자들이다. 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 충북의 소도시 제천과 청풍호반에서 열린 ‘2005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도 17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영화제의 활기를 돋웠다. 젊은 자원봉사자들로 북적이는 부산영화제와 달리 나이 지긋한 중년 자원봉사자들의 푸근한 웃음은 이 영화제에서 볼 수 있는 큰 매력인 듯했다. 자원봉사 활동을 관리한 김대훈 팀장은 “여느 영화제에 비해 40~50대 자원봉사자들이 많은데다 지역주민들의 참여도가 높아 안정된 분위기에서 치를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축제에서 만난 4팀의 ‘초짜’ 자원봉사자들에게 참가사연과 소감을 들었다.
예식장 사장님, 운짱 되다
군대 시절을 제외하곤 제천 땅을 떠나본 적이 없다는 토박이 김원진(50)씨는 제천시내 무궁화예식장을 경영하는 사장님이다. “면접 때 이쪽 지리를 훤히 아니까 관광안내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나이가
제천음악영화제 ‘초짜’ 자원봉사자들 뿌듯했던 그 5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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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농담으로 내 영화감상 연대기에 1기와 2기가 있다고 말하곤 한다. 1기는 1985년부터 1987년까지 20대 초반의 2년 동안이다. 몸 하나 편해보겠다고 시험까지 봐가며 선택한 군대 안에서 영어실력은 모자라지만 영화보기를 즐기는 동료들과 비공식으로 결성한 ‘자막없는 외국영화를 본 뒤 각자 알아들은 내용을 설명하고 전체 스토리를 끼워 맞춰가는 모임(자각스끼모)’은 내가 영화산업계의 변방에서나마 말석을 차지하고 이럭저럭 버틸 수 있게 해준 최고의 교육 프로그램이었다. 그 때 본 최신영화만 해도 200편이 넘으니 말이다. 뭐 ‘자각스끼모’가 항상 정확한 영화 스토리를 완성했던 것은 아니었다는 게 자막있는 비디오로 자주 확인이 되고 있어 쓴 웃음이 나긴 하지만….
2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1998년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8년째 하고 있는 ‘업무상 영화보기’는 1기에서의 ‘놀자고 영화보기’와 두가지 점에서 크게 다르다. 하나는 보고 싶은 영화를 내가 고를 수 없다는 것이고 두번 째는 열
[스크린 속 나의 연인] <보디 히트> 의 캐서린 터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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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조선수인 열세살 현순이는 오늘 체조연습을 ‘땡땡이’치고 놀다 온 것이 들켜 엄마한테 야단맞았다. 현순이보다 두살 어린 송연이는 아침밥을 남겨 엄마의 성화를 듣고 어려운 숙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주변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집 안 풍경 같지만 두 소녀가 살고 있는 곳은 평양. 영국인 감독 다니엘 고든(33)의 <어떤 나라>는 북한의 국가적 행사인 대규모 집단체조(매스게임)에 참여하는 두 소녀의 일상을 따라간 다큐멘터리다. 구호나 이데올로기의 필터를 걷고 들여다 본 이들의 생활과 행동은 남한의 또래 소녀들과 다를 것이 없어 신선한 충격을 준다. 그러나 강냉이죽을 올린 생일상이나 ‘수령님’을 향한 소녀들의 끝없는 존경의 눈빛은 여전한 이질감으로 다가 온다. <어떤 나라>는 1966년 런던월드컵에서 8강에 올랐던 북한 축구팀의 활약과 현재를 담은 데뷔작 <천리마 축구단>(2002)을 찍으며 서구인으로는 처음으로 공식 절차를 거쳐 북한의 민간인들을
다니엘 고든 다큐 <어떤나라> <천리마축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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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할리우드 영화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던 한국영화의 기세가 요즘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그 중심에는 박찬욱 감독의 신작 <친절한 금자씨>와 신예 박광현 감독의 <웰컴 투 동막골>이 자리잡고 있다. 광복절 연휴까지 <친절한 금자씨>는 340만명을, <웰컴 투 동막골>은 336만명을 각각 불러들였다. ‘쌍끌이’로 한국영화의 부활을 이끌고 있는 두 영화는 거의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 듯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관객 몰이 양상에서 미세한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올드보이>로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의 신작 <친절한 금자씨>는 개봉 전부터 큰 관심을 끌어왔으나, 막상 뚜껑이 열린 영화에 대한 평은 극과 극을 오가고 있다. 이는 평론가 뿐 아니라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로, 특히 네티즌 리뷰를 통해 구체화된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네티즌 리뷰에는 <친절한 금자씨>에 대한 글이 1
[팝콘&콜라] <친절한 금자씨> <웰컴 투 동막골> 선의의 경쟁에 한국영화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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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거대 회사의 간섭을 받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작품을 만들기 위해 이런 작업방식을 택했습니다. 앞으로도 독립 제작 방식에는 변함이 없을 겁니다.” 지난 16일 막을 내린 제9회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 애니메이션영화제 장편 부문에서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로 우수상을 받은 신카이 마코토(32) 감독은 자신의 제작방식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그는 혼자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1인 제작 방식으로 유명하다. 5년 동안 다니던 게임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있는 그는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별의 목소리> 등 단편을 모두 혼자 만들었다. 물론 장편 데뷔작인 <구름의...>의 경우에는 다른 스태프들의 도움을 얻었지만, 가능하면 모든 걸 스스로 해결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서정적인 영상과 독특한 줄거리가 어우러진 <구름의...>는 일본에서 흥행에 크게 성공하며 독립 애니메이션계의 기념비
SICAF 장편부문서 우수상 받은 신카이 마코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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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버튼과 조니 뎁 커플의 신도에게 올 가을은 최고의 추수감사절이다. 조니 뎁이 윌리 웡카로 분하는 <찰리와 초콜렛 공장>의 달콤한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조니 뎁이 주인공 목소리를 더빙한 스톱모션애니메이션 <유령신부>가 베일을 벗기 때문이다. <유령신부>의 원형은 실수로(!) 시체를 신부로 맞게 된 유대인 사나이에 관한 19세기 러시아 민담이다. 민담에 나오는 남자는 신랑을 기다리고 있는 새색시를 두고 별뜻없이 땅속에서 튀어나온 손가락 뼈에 반지를 끼워주는 바람에, 신성한 언약을 지키라고 다그치는 시체 신부에게 발목을 잡힌다. 이미 죽은 신부라니 “이 결혼 무효야!”라고 외치기에 이보다 버젓한 이유가 없을 것 같지만, 청년은 라비들의 판단에 운명을 맡긴다. 언뜻 단순한 괴담 같은 이 옛날이야기 뒤에는 끔찍한 역사의 흔적이 스며 있다. 반유대주의가 유럽에 팽배했던 19세기에 무모한 인종주의자들은 유대인의 결혼 행렬을 습격해, 다음 세대의 아이를 잉태
살아있는 시체와의 결혼, 팀 버튼 감독의 <유령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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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의 축제인 divers/cite 페스티벌이 지난 7월25일부터 일주일간 몬트리올의 도심 곳곳에서 펼쳐졌다.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인정하고 드러내고 스스로 즐기는, 그래서 함께하는 사람들도 즐거워지는 축제인 diver/cite는 13회인 올해 더욱 다양한 이벤트로 사람들을 설레게 만들었다. 매년 해오던 한낮의 뜨거운 퍼레이드를 야간에 개최하여 더욱 환상적인 분위기의 드랙퀸들과 만나게 해주었고 루폴, 레이디 버니 같은 유명한 퍼포먼스들의 공연과 몬트리올 레즈비언 모임에서 주최하는 댄스파티로 잠시 잊고 지냈던 그들과의 소통의 장을 마련해주었다.
많은 이벤트 가운데 동성애를 다룬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상영하는 작은 영화제가 있었다. 캐나다 출신의 퀴어감독들의 다큐멘터리와 영화를 주로 상영했는데 싱글들의 이야기를 다룬 아티프 시디키의 <Solo>, 소년들의 짧았던 여름 이야기가 인상적인 로렝 가그리아디의 <Quand L’amour est gai&
[몬트리올] 퀴어 축제 divers/cite 페스티벌로 분위기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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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 파문으로 시끄러운 것은 비단 한국의 문제만은 아닌 듯싶다. 최근 인도 영화산업의 메카 발리우드의 최대 이슈는 인도 영화산업과 조직폭력과의 결속에 관한 것이다. 인도의 유력신문인 <힌두스탄타임스>가 발리우드의 유명배우 살만 칸과 미스 월드 출신으로 최근 할리우드에서도 주가를 올리고 있는 아이쉬와라 라이가 지난 2001년 전화상으로 나눈 대화를 녹음한 테이프의 내용을 신문지상에 공개하면서 사건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지난 2001년, 발리우드가 소재한 뭄바이 지역의 경찰당국은 살만 칸과 조직폭력과의 연계를 포착하고 전화 내용을 녹음했다. 이번에 공개된 녹음테이프는 당시 뭄바이 경찰당국이 테이프에서 노트북으로 파일을 옮겨서 저장하고 있던 중 외부로 유출된 것이라고 한다. 공개된 녹음테이프의 내용에는 살만 칸이 조직폭력계의 핵심 세력인 다우드 이브라힘, 구루 사탐 등과 밀접한 친분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자신의 말이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말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
[델리] 발리우드 영화계와 조직폭력간의 유착 증명한 도청 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