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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쯤 된 것 같다. 리모컨 누르는 게 귀찮아 케이블 채널 광고방송을 20분이나 두고 볼 정도로 움직이는 게 싫고, 등짝이 침대에 딱 들러붙어 회사 대신 병원으로 직행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출근시간을 지연시키기도 한다. 무엇보다 심각한 건 순풍에 돛단 연애전선에 자꾸 제동을 걸게 되는 까닭 모를 슬픔이나 결핍감 같은 건데,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통해 자가진단을 해본 결과 내 증세는 ‘계절성 정동장애’다. 계절적인 흐름을 타는 우울증의 일종이라는데, 그 영문약자가 심금을 울린다. SAD(seasonal affective disorder)! 그래, 또 이렇게 슬픈 걸 보니 올해도 어김없이 가을이 왔나보다.
매년 이맘때쯤 찾아오는 우울증과 더불어 ‘계절 알람’처럼 가을을 알려주는 게 하나 더 있다. 여름 한철 극장가를 풍미한 액션과 공포 영화의 자리를 순식간에 대체하는 멜로영화들이다. 이번주 나란히 개봉해 삼파전을 벌일 한국 영화 가운데 <외출>은 말할 것도 없고, &
[팝콘&콜라] 싱글일땐 몰랐네 멜로의 ‘약’기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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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일본 자국영화로는 최고의 오프닝 성적을 냈던 <용의자 무로이 신지>가 한주만에 <나나(NANA)>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나나>는 현재 단행본 누계가 2700만부나 팔렸을 정도로 일본의 여자 중고생들에게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야자와 아이(矢澤あい)의 원작 순정만화를 영화화한 작품. 일본 전역 301개 스크린에서 개봉해 주말이틀 동안 39만6천여명의 관객을 동원하고 5억3천600만엔 정도의 수입을 올렸는데, 이는 작년에 85억엔의 수입을 기록한 비슷한 장르의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이하 <세중사>) 오프닝의 89%에 달하는 높은 성적이다.
주요극장에서 연일 매진사례를 보인 개봉 첫날에는 <세중사> 첫날 관객을 20%나 추월해 배급사 도호가 최종 100억엔 정도의 흥행수입을 자신하기도 했다. 주말을 지나면서 <세중사> 오프닝 대비 89%로 하락했지만 여전히 도호는 <세중사>
<나나>, <용의자 무로이 신지> 제치고 일본 흥행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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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 황정민 주연의 러브스토리 <너는 내 운명>이 애잔한 가을을 울릴 채비를 마쳤다. 9월23일 개봉을 앞두고 6일 일찌감치 첫 시사를 연 <너는 내 운명>은 사랑에 관한 단순명쾌한 논리로 모처럼 직속구를 던진 멜로. <죽어도 좋아>로 심상치 않게 데뷔했던 박진표 감독은 이번에도 실화를 근거로 사랑에 관한 우직한 믿음을 강단있게 밀어부친다.
에이즈 보균자로 윤락업소에서 수많은 남성을 상대했다는 이유로 세상에 대한 보복이 아니냐며 언론의 입맛을 돋구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젖소 목장을 꿈꾸며 착실히 돈을 모아가던 노총각 석중(황정민)은 마을의 순정다방에 새로 온 레지 은하(전도연)를 보고 단 한번도 꺽이지 않는 사랑을 시작한다. 자신의 파란만장한 과거와 순박하기만한 농촌 총각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믿어의심치 않던 은하의 마음을 돌려놓기까지 유쾌한 우여곡절이 1라운드. 꿈결같은 사랑에 젖어있던 이들에게 은하의 어두운 ‘과거’가 찾아오고, 이와 동
전도연, 황정민 주연의 <너는 내 운명> 언론에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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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한계와 가능성에 대해 질문하는 실험영화들을 소개하는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2005(EXis2005)가 7일부터 12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와 전시공간 스페이스셀에서 열린다. 지난해 처음 열렸던 영화제 타이틀에 ‘국제’라는 단어가 보태진 이유는 상영작의 규모를 대폭 넓혔기 때문이다. 17개국에서 출품된 97편의 작품이 경쟁하며 비경쟁 부문 상영작까지 140여 편이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해외초청 부문에는 미국의 대표적 구조영화 작가로 꼽히는 홀리스 프램튼 회고전이 마련된다. 사진과 나레이션으로만 화면을 채우며 영화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시키는 프램튼의 <노스탤지어>가 개막작이며 이 작품을 포함해 프램튼의 대표작 15편을 상영한다. 또다른 해외초청 부문으로 ‘60년대의 다른 장르의 작가들’은 현재 일본 실험영화의 중심축으로 자리잡은 ‘이미지 포럼’의 태동기 작품들을 통해 일본 실험영화의 뿌리를 엿보게 해준다. 그밖에 국제 경쟁부문에서는 최근 제작된 실험영화 작가들의 경향을
서울 국제실험영화 페스티벌 7일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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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월6일부터 14일까지 열리는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역대 최대 규모인 73개국 307편의 영화가 초청됐다. 이 가운데 61편은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전세계에 처음으로 선을 보이는 월드프리미어이며, 인터내셔널프리미어(자국 아닌 다른 나라에서 첫 상영)와 아시아프리미어도 각각 28편과 87편에 이른다.
개막작은 대만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쓰리타임즈>다. 1911년, 1966년, 2005년 세 시대의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지난 5월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서 120분 버전으로 상영됐다. 이번 부산영화제에서는 전면적인 재편집을 통해 완성도를 높인 135분짜리 최종본이 처음으로 상영될 예정이다.
폐막작으로는 한국 황병국 감독의 <나의 결혼 원정기>가 선정됐다. 무거운 삶의 짐을 짊어진 채 묵묵히 자신의 인생에 출실한 변방 사람들에 관한 휴먼멜로드라마로, <태양은 없다>와 <무사>의 조감독을 지낸 황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부산국제영화제 ‘역대최대’ 10돌 큰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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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모더니즘의 거장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가 만든 19편의 대표작이 한국을 찾는다. 9월9일부터 25일까지(월요일과 추석연휴 휴관) 부산의 시네마테크 부산에서, 10월5일부터 19일까지는 서울 하이퍼텍 나다에서 열리는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특별전에서는 첫 다큐멘터리인 <포강의 사람들>(1943)과 첫 장편영화 <어느 사랑의 연대기>(1950)에서 <여인의 정체>(1982)까지 그의 작품세계 전반을 보여주게 된다. 이탈리아에서 유학한 영화평론가 한창호씨가 안토니오니의 작품세계를 짧지만 인상적으로 묘사했다.
공간의 수사학
안토니오니는 알려져 있듯 ‘소외의 감독’으로 소개된다. 60년대의 대표작인 <정사> <밤> 그리고 <일식>은 특별히 ‘소외 삼부작’으로 분류되며, 지금도 감독의 최고작으로 손꼽힌다. 산업화된 사회 속의 고립된 존재들, 이들이 경험하는 심리적 상처를 건조하게, 그러나 너무나 예리하게 관찰해냈기
화가의 눈으로 그린 정물의 고독,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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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환경영화제가 “CO2를 잡아라”라는 기치 아래 두 번째 축제의 막을 올린다. 9월8일부터 14일까지 일주일간 펼쳐지는 제2회 서울환경영화제(이하 GFFIS)는 서울 씨네큐브, 정동 스타식스, 서울역사박물관에서 34개국 총 114편의 작품을 상영한다. 지난해 국내 경선으로 제한했던 경쟁부문의 문호를 이번에는 해외작품에도 개방했다.
먼저 이란의 거장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신작 <길>이 개막작으로 세계 최초로 상영된다. 환경재단이 사전제작을 지원한 <길>은 스틸사진과 다큐멘터리를 융합한 로드무비다. 금호미술관에서 영화제의 부대행사로 열리고 있는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사진전에 전시된 스틸사진들이 영화 초반 관현악과 함께 화면에 보여진다. 정지된 화면에 카메라의 움직임만이 존재한다. 그것은 프레임의 이중구조를 만들어낸다. 드넓은 자연을 보여주던 카메라는 길 위의 양떼들을 기점으로 좁은 공간으로 파고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키아로스타미의 내레이션이 들려온다. 그의
환경은, 지켜야 지켜집니다, 제2회 서울환경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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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8월 에든버러국제영화제에선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예년과 다르게 비평가들도 관객도 영국영화가 얼마나 형편없는지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다는 거였다.
영국 영화업계는 또 다른 영어권 영화 친척인 할리우드 업계만큼 성공적이지 못하다는 열등감과 지속적인 위기감으로 이끌려간다. 영국은 결국 미국으로 넘어가서 부와 명예를 얻게 되는 재능있는 사람들을 양성한다. 그리고 미국 상표를 붙여서 나가는 블록버스터들에 기술자와 스튜디오 공간과 로케이션을 공급한다. 심지어 할리우드가 대중화하고 재해석할 역사를 제공하기까지 한다. 그래서 영국인들은 “그러면서 우린 어째서 성공적으로 볼 만한 영화를 직접 만들 수 없는 걸까?”라며 한탄을 하곤 한다.
지난 10년 동안 스코틀랜드에서 열리는 에든버러영화제는- 남부의 런던영화제보다도- 매해 가을 영국영화의 활력을 시험해볼 수 있는 장소가 돼왔다. 올해 에든버러 작품들은 기억으로는 최고였다고 본다. 열두편 정도의 장편영화들이 상당한 다양성을 지녔고, 관
[외신기자클럽] 에든버러국제영화제 2005 (+영어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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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해적판의 천국’이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을 것인가. 지난 8월29일 중국영화저작권보호협회(China Film Copyright Protection Association)가 출범됐다. 이 협회는 중국영화제작가협회, 극장협회, 배급상영협회 등 중국 내 영화 관련 62개 단체가 참여하는 비영리기관으로, 해적판 근절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영화저작권보호협회가 설립된 것은 자국영화 및 해외수입 영화를 임의로 복제하고 유통하던 기존의 행태를 근절하기 위함이다. 그간 할리우드의 경우 중국 해적판으로 인한 손실이 매년 수십억달러에 달했고, 중국 극장가 또한 매표 수익에 막대한 타격을 입어왔다. 중국 당국은 지적재산권과 관련해 나라 안팎에서 숱한 마찰을 빚어왔지만, 최근 몇해 들어 해적판 단속에 박차를 가하기도 했다. 지난해 당국이 압수한 불법 복제판은 모두 4천만장. 그러나 일반 상점이나 노점에서는 아직도 해적판의 매매가 성행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중국 정부, 해적판과의 전쟁에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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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29일 미국 남부에 상륙해 수백명으로 추정되는 인명피해와 260억달러 이상의 재산피해를 낸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할리우드에도 타격을 입혔다. 이 지역에서 촬영 중이거나 준비 중이던 영화와 TV영화 6편의 제작이 일시 중단됐으며, 침수와 정전으로 불가피하게 문을 닫은 극장업계도 손실을 입었다. <LA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긴급 대피 작전을 펼친 메이저급 영화는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제작 중이던 디즈니의 <데자뷰>와 <가디언>. 제리 브룩하이머가 제작하고 토니 스콧이 연출하는 <데자뷰>와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가디언>은 8월27일 밤 9시 전세기편으로 미술팀, 세트팀 등 70여명의 스탭을 대피시켰다. <데자뷰>는 이번 사태로 3주 정도 스케줄 지연이 불가피하다. 역시 뉴올리언스에서 제작 중이던 인디영화 <라스트 타임>의 스탭들도 급히 피난길에 올랐다. 루이지애나주 베이톤 루즈를 로케이션장으로 골
할리우드도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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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씨 9/11>의 감독 마이클 무어가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관련한 부시 정부의 늑장 대처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휴가는 끝났다...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편지”라는 제목의 글을 9월2일 홈페이지(www.michaelmoore.com)에 올렸다. 이 글은 “우리의 헬리콥터와 군대들은 모두 어디에 있는가? 허리케인이 휩쓴지 5일이 지난 현재 뉴올리언스의 수많은 주민들이 구조와 수송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도 당신은 허리케인이 강타한 바로 다음 날 재해지역의 반대편인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로 날아가 사업가 친구들과 파티를 열었다.”며 특유의 신랄한 어조로 부시 대통령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또한 “뉴올리언스 주민의 30%가 빈민층인 것은 당신 잘못이 아니다. 그렇지만 백인들이 지붕 위에서 닷새 동안 지내는 것을 당신은 상상할 수 있겠는가?”라며 인종차별적인 태도를 꼬집었다.
할리우드에서 부시에 대한 비난 여론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영화배우 피어스 브
마이클 무어, 부시의 허리케인 늑장 대응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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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영화 흥행수입에 물가변화를 반영한 결과, 1939년작<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미국 박스오피스 사상 최고 흥행작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미디어산업 연구기관 스크린 다이제스트가 예전에 개봉한 미국영화의 흥행성적에 물가상승률을 적용해 새로운 ‘베스트 흥행작 리스트’를 발표했다고 <BBC>가 9월5일 보도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함께 1930년대 영화인 디즈니의 <백설공주>가 10위권에 들어 30년대가 할리우드 황금기였음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2위를 차지한 영화는 1977년에 개봉한 <스타워즈>였고 <사운드 오브 뮤직>(1965)이 그 뒤를 이었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죠스>(1975)와 <ET>(1982)를 7위와 4위에 올려놓아 흥행감독의 이름값을 했다. 90년대 이후 작품으로는 유일하게 <타이타닉>(1997)이 6위에 랭크됐다. 세실 B. 드밀의 <십계>(
물가를 반영한 역대 흥행 1위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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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2월 9일부터 16일까지 개최되는 서울독립영화제2005에서 작품을 공모한다. 한 해 동안 만들어진 독립영화를 정리, 평가하는 서울독립영화제는 1975년 ‘한국청소년영화제’로 시작해 ‘금관단편영화제’, ‘한국독립단편영화제’를 거쳐 2002년 '서울독립영화제'로 개칭했으며 올해로 31번째 행사를 맞이했다.
지난 2002년 ‘충돌’, 2003년 ‘거침없는’, 2004년 'Never Mind'라는 슬로건 아래 대안이 될 수 있는 독립영화들을 발굴했던 서울독립영화제는 올해에도 한국영화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새로운 독립영화를 모집한다.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응모가능하며 2004년 10월 이후에 제작, 완성된 작품을 경쟁 부문에 출품할 수 있다. 단편, 중편, 장편의 세 부문에 걸쳐 작품을 공모하며 접수기간은 9월 5일부터 10월 7일까지이다. 홈페이지(www.siff.or.kr)에서 출품 신청서를 다운로드 받아 작성한 뒤 심사용 프리뷰 VHS테이프 1
서울독립영화제2005 작품 공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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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첫선을 보였던 ‘서울실험영화페스티벌’(SEFF)이 그 규모를 확장하여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EXiS2005)로 거듭 태어난다. 9월7일부터 12일까지 6일간 서울아트시네마와 spaceCell에서 열리는 이번 영화제는 17국에서 찾아온 경쟁부문 97편 등 140여편의 작품이 선보인다. 올해 영화제의 슬로건인 ‘영화? 영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EXiS2005’는 전위적인 실험을 통해 영화의 본질에 대해 질문하고 그에 대한 다양한 해답을 찾으려는 시도이다.
‘엑스워즈’(EX-WAS)라는 이름의 해외초청 부문은 미국의 대표적 구조영화 작가로 독보적인 업적과 영향력을 끼쳐온 홀리스 프램튼(Hollis Framptom)의 회고전이 마련된다. 24글자인 라틴 알파벳을 1초씩 반복적으로 보여줌으로써 1초에 24프레임으로 구성되는 영화의 본질을 상기시키는 <조른의 공리>와 ‘EXiS2005’의 개막작이자 끊임없이 흐르는 내레이션에 ‘불타는 사진의 연대기’를 결합함으
이미지를 생산하라,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