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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14일 밤 8시께 시작된 촬영이 자정을 훌쩍 넘겼다. 정성껏 되풀이되고 있는 대사. “좋은 음식은 살로 안 가고 마음으로 가거든요.” 윤희(김지수)가 형준(조재현)에게 건네는 이 진심은 이날 촬영뿐 아니라 <로망스> 전체의 중요한 분기점이다. 강력반 형사 형준과 권세가의 며느리 윤희는 벼랑 끝까지 밀려난 터였다. 협잡과 폭력에 허덕이며 살아 있다는 사실조차 버거울 때, 이들은 서로를 알아본다. 그리고 윤희는 허름한 삶의 더께가 덕지덕지 묻은 식당에서 사랑이란 희망을 향해 비로소 말문을 연다. 그런데 사랑의 밀어는 농밀하면 할수록 타인들에겐 거북살스럽다. 문승욱 감독은 그래서 더욱 두 배우에게 고마워하고 있었다. “이 영화는 일상이 들어오기 전, 세상이 사랑하는 두 사람 중심으로 돌아가는 짧은 순간의 이야기다. 연인이 현실적인 것을 깨닫기 전에 파국을 맞는. 꿈을 꾸는 듯한 판타지 느낌이고, 관객에게 몽환적으로 다가갔으면 한다. 여기에 두 배우의 연륜이 작용해 이야
벼랑 끝에서 만난 사랑, <로망스>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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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버전 <옹박> 나오려나
아시아에서 흥행돌풍을 일으킨 <옹박> 시리즈의 감독 프라차야 핀카엡이 차기작으로 여성 액션영화를 만든다. 타이 언론은, 태권도를 익힌 15살 소녀배우 지 자가 새 히로인으로 출연한다고 보도했다. 이번 영화 역시 타이 전통무술인 무에타이가 소재이지만 전작과는 또 다른 영화를 만들겠다는 것이 핀카엡의 계획이다.
밀로스 포먼, 고야 일대기 영화화
<아마데우스>의 밀로스 포먼이 이번엔 스페인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에 관한 영화를 연출한다. <고야의 유령들>이라는 이 영화는 스페인에서 종교재판으로 박해받은 고야의 삶을 다룰 예정이다. <도그빌> <킹 아더>의 스텔란 스카스가드가 주연을 맡고, 내털리 포트먼은 고야의 연인 이네스로, 하비에르 바르뎀은 사악한 수도사로 출연한다. 73살 노장 포먼은 <맨 온 더 문> 이후 6년 만에 메가폰을 잡고 <아마데우스>를 함께 만들었던 사울
[해외단신] 여성 버전 <옹박> 나오려나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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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1일에 시작되는 2005년 베니스국제영화제는 여러 모로 한국과 인연이 깊다. 먼저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가 경쟁 부문에, 홍준원 감독의 <Happy Birthday>가 단편경쟁 부문에 초청되었다. 또한 주연은 아니지만 개막작인 <칠검>에는 김소연이, 폐막작인 <퍼햅스 러브>에는 지진희가 출연해 개/폐막작 모두에 한국 배우가 등장하게 되었다.
세계 각국 영화 19편이 선정된 경쟁부문에서는 아시아권 영화가 2편 포함되어 있으며, 배우 출신 감독인 조지 클루니와 존 터투로의 미국산 영화 2편이 초청된 것도 눈길을 끈다. 베니스영화제 개막을 앞두고 관련 기사 및 초청작 정보를 모아 특집을 꾸며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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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회 베니스영화제, <칠검> 등 중화권 영화 대거 초청
단편 <Happy Birthday>로 베니스국제영화제 가는 홍준원 감독 인터뷰
제62회 베니스영화제 경쟁작 라인업 발표
<친절한
[특집] 6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친절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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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전주 동상리의 한 저수지에서 <마파도>의 추창민 감독이 연출하고, 설경구와 송윤아가 주연을 맡은 멜로 <사랑을 놓치다>의 촬영이 있었다.
이 날, '우재’(설경구)가 늘 친구로만 생각했던 ‘연수’(송윤아)가 시골에서 양식장을 하는 엄마를 만나기 위해 고향으로 내려가자 비로소 그녀에 대한 마음을 깨닫고 한 걸음에 서울에서 전주까지 내려와 만나는 씬을 촬영했다. 이 장면은 영화 전체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장면으로, 등장인물인 설경구, 송윤아, 장항선, 이휘향, 이기우 다섯 배우 모두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 앵글에 담기는 장면이기도 하다.
촬영 당일, 비가 내려 촬영이 무척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배우들과 스탭들은 비바람이 몰아치는 속에서도 촬영을 강행했다. 물 위에 지어진 가교 세트 위에 선 송윤아는 비바람에 세트가 심하게 흔들려 계속 균형을 잃어 어려움을 겪었다.
다른 배우들은 시골 양식장이라는 설정 때문에 모두 촌스러운 모습으로 등장
설경구, 송윤아의 멜로 <사랑을 놓치다>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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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에서 기록적인 인기를 구가했던 베스트셀러 <다빈치 코드>를 스크린에 옮기는 작업이 산 넘어 산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 속에 봉인된 2천년 묵은 비밀을 파헤치는 기호학자들의 모험을 따라가는 소설이,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 사이에서 비롯된 혈통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제안하는 탓에 가톨릭 교회 단체는 오래전부터 영화화를 반대해왔다. 우여곡절 끝에 촬영을 시작한 <다빈치 코드>(감독 론 하워드)는 소설의 주요 공간인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 내부의 촬영을 거부당한 바 있다. 또 다른 무대인 영국의 링컨성당은 소설의 내용을 문제삼다가 10만파운드의 헌금을 조건으로 촬영을 허가했다. 지난 8월16일에는 링컨성당의 수녀들이 영화제작에 항의하며 12시간 동안 항의기도를 감행했다. 주인공 로버트 랭돈으로 출연하는 톰 행크스와 제작진은 아마도, “최후의 심판날, 이단에 맞서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것”이라는 마리아 미카엘 수녀와 그 일행의 결연한 기도를 목격했
[What’s Up] <다빈치 코드> 영화 제작의 난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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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중년남이긴 한데 어른 여자 이야기에 계속 흥미를 갖고 있고, 매혹을 느끼거든요.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8월25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사랑니> 제작보고회에서 정지우 감독은 다소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건넸다. 그 쑥스러움은 자신의 ‘여성지향성’에 대한 것이 아니라, <해피엔드> 이후 6년이 지난 뒤에야 신작을 들고 나왔다는 점에서 비롯된 듯 보였다. 6년만의 ‘외출’이 그를 긴장케했다는 사실은 “너무 오랜만에 영화를 해서 그런지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니까 버벅거리게 되고 정신을 못 차리겠네요”라고 말을 이어나간 데서도 엿볼 수 있었다.
현재 후반작업이 한창인 <사랑니>는 학원 강사인 서른살의 여성 조인영(김정은)이 학원을 찾아온 열일곱살의 고등학생 이석(이태성)에게서 오래전 헤어진 첫사랑의 모습을 발견한 뒤 위태로운 관계를 맺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인영이 보기에 이석은 십여년 전에 사귀었던 남자친구와 이름도 같고, 얼굴
김정은 주연의 <사랑니> 제작보고회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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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클루니가 작년에 겪은 일로 아직도 의사들에게 화가 나 있다고 미국 남성잡지 <멘즈 보그> 9월호에 털어놨다. 이야기인즉슨, 그는 2004년말 <Syriana>를 모로코에서 촬영하던 중에 극심한 두통에 시달렸다. 그 자신의 표현에 의하면 “아이스크림으로 된 뇌를 24시간 얼리는 느낌”이었다고. 게다가 콧물까지 끊임없이 흘러나오자 분명히 몸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생각한 클루니는 당장 비행기를 타고 캘리포니아로 날아가 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의사들은 “그냥 두통일 뿐입니다. 돌아가세요.”라고만 했다. 클루니는 “의사들은 내가 배우니까 드라마틱하게 연기를 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회고했다.
결국 한 신경과 의사가 경뇌막에 중대한 손상이 생겼다는 진단을 내렸고 클루니의 척추에 플라스틱 볼트를 박아넣는 대수술을 시행했다. 수술하기 3일전 <오션스 트웰브>시사회에서는 제대로 걷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됐었다고 한다.
“사람은 마흔
의사에게 화난 조지 클루니 “나 엄살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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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우, 조한선 주연의 멜로 <연리지>(제작: (주)태원엔터테인먼트, (주)화이트리시네마/배급: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가 일본 포니캐년에 350만달러의 금액으로 선판매됐다. 일본 판권을 소유하게 된 포니캐년은 <달콤한 인생>, <친구>, <신부수업> 등 여러편의 한국영화를 구매한 전력이 있고 자회사 포니캐년 코리아를 통해 한국영화뿐 아니라 음반, 공연 등도 일본에 소개하고 있는 회사다.
현재까지 역대 최고가로 일본에 수출된 한국영화는 500만달러에 판매된 이명세 감독의 <형사>다. <달콤한 인생>이 320만달러, <분신사바>가 300만달러에 판매된 전례를 볼 때 멜로 영화 <연리지>의 수출가 350만달러는 일본 판매가 역대 2위에 해당하는 적지 않은 금액이다. 물론 여기에는 <겨울연가>의 스타 ‘최지우’ 가 주연이라는 프리미엄 효과가 작용했다.
<연리지>는 일본 수출로
<연리지>, 일본 포니캐년에 350만달러 선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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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아누 리브스와 캐서린 제타 존스가 처음으로 한 영화에서 만난다. 현재 출연협상 중인 영화는 조니 스톰파나토 전기영화. 조니 스톰파나토는 1950년대에 할리우드 여배우 라나 터너와 사귀다가 그녀의 딸에게 살해당해 영화사에 길이 남게 된 바람둥이 건달이다.1958년 4월 살해 당시 딸 셰릴의 나이는 14살이었다. 평소 손버릇이 안좋았던 스톰파나토와 엄마의 싸우는 모습을 목격한 셰릴이 순간적으로 엄마를 보호하기 위해 칼을 휘둘렀다.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스톰파나토는 결국 사망했지만 셰릴은 정당방위를 인정받았다.
그런데 이 사건이 터진 후로 스톰파나토가 셰릴과도 연인사이였다는 근거없는 소문이 계속 따라다녔다. 라나 터너는 <슬픔은 그대 가슴에>에서 딸을 데리고 사는 쇠락한 여배우를 연기하는 등 멜로영화에서 재능을 나타낸 글래머 스타였다. 결혼과 이혼을 7번이나 반복했을 만큼 복잡한 스캔들로도 유명했다.
<할리우드 리포터>에 따르면, 제작사 워너 브러더스는 <
키아누와 캐서린, 전기영화에 동반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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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위클리’를 인용하자면, 할리우드에서 영화 흥행수입 실적이 가장 좋은 배우는 11살짜리 아역 스타 다코타 패닝이다. 이 야무진 아역 스타는 지난 4년 동안 <아이 엠 샘> <우주전쟁> 등 12편의 영화에 출연해 모두 6억4730만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렸다. 우리돈으로 6653억원에 이르는 어마한 액수로, 9편에 출연해 5억8550만달러를 끌어모은 줄리아 로버츠나 11편에 출연해 4억9690만달러의 흥행성적을 거둔 니콜 키드먼 보다도 많은 액수다.
그 어마어마한 액수에도 놀랐지만 할리우드의 영화 환경에 또 한번 입이 벌어졌다. 제 아무리 ‘다코타 패닝’이라고 해도, 아역 배우에 불과한(?) 그가 숀팬, 덴젤 워싱턴, 톰 크루즈 등 톱 남자배우들과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아동용’이 아닌 일반 영화를 찍고, 더군다나 그런 영화들이 엄청난 관객을 끌어모으고 있는 할리우드의 인프라가 놀랍기 그지 없었다. 그래, 다코타 패닝은 말 그대로 ‘제 아무리 다
[팝콘&콜라] 가장 돈 잘 버는 11살 다코타 패닝, 우리나라 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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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의 영화 <빈 집>(2004)이 국제비평가협회에서 뽑는 ‘2005년도 최고의 영화’로 선정됐다. <빈 집>의 해외배급을 대행하는 씨네클릭 아시아는 24일 “전 세계 비평가협회 회원 가운데 300여명이 지난해 8월에서 올해 7월 사이 개봉된 영화들을 대상으로 투표에 참가했고, 그 가운데 <빈 집>이 올해 최고 영화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시상식은 다음달 15일 제53회 산세바스찬 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열린다. 클라우스 에더 비평가협회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 “<빈 집>은 지난해 베니스 영화제에서도 감독상과 함께 비평가협회상을 수상했다”며 “<빈 집>이 선정된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제비평가협회는 지난 1999년부터 매년 그 해 최고 영화를 한 편씩 선정해 왔으며, 지난해까지 <우리의 음악>(2004년, 장 뤽 고다르), <우작>(2003년, 누리 빌게 세일란), <과거가 없는
김기덕 감독 <빈집> 국제비평가협회 ‘2005년 최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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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허리우드 극장 자리에 있는 서울아트시네마에선 지금 루이스 브뉘엘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 오는 10월6일 개막되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선 이만희 회고전이 열린다. 브뉘엘은 1983년 83살의 나이에, 이만희는 30년 전인 1975년 45살의 나이에 죽었다. 이만희의 걸작 <귀로>는 1967년에 만들어졌고, 그 해에 브뉘엘은 <세브린느>를 만들었다. 두 감독은 아무런 연관이 없다. 그러나 같은 때 만들어진 두 영화는 자꾸 엇갈리며 머릿속을 맴돈다.
은밀하게…노골적으로…당대 규범에 침뱉다.
브뉘엘은 스페인, 미국, 멕시코, 프랑스를 떠돌며 30여편의 전위적 영화를 만들었고 세계영화사에 지워질 수 없는 이름을 새겼다. 이만희는 평생 한국을 벗어나지 않았으며 그가 만든 50여편의 영화는 당대 한국 대중영화의 정점이었지만 젊은 한국 관객은 그를 기억하지 못한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영화 사이트인 IMDB.com에는 젊은 한국 감독의 이름이 많이 담겨 있지만 이만희의 이름은
[저공비행] 이만희 감독의 <귀로> 브뉘엘의 <세브린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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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개봉한 남기남(63) 감독의 신작 <바리바리 짱>에는 ‘바리바리 짱’이라는 말이 한번도 나오지 않는다. 명함을 나누며 남기남 감독에게 그 뜻을 물었다. “전 기자, 영어 몰라, 영어? 매우매우 짱, 진짜 짱, 베리베리 짱이 바리바리 짱이지!” 추임새가 잔뜩 들어간 몸짓에 ‘으∼아’, ‘캬∼아’ 같은 감탄사와 함께 되돌아온 대답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덕분에 ‘자투리 필름도 남기지 않는다’, ‘삽입도중 남성의 성기를 남기지 않는다’라는 중의적인 유머, “그럼 남기남?”이 떠올라 간신히 참고 있던 웃음이 순식간에 터져나왔다. 어차피 웃은 김에 “남기남 유머를 아느냐”고 묻자, “그거 내가 만들었어”라며 또 멋드러지게 뒤통수를 친다.
남보다 빨리 찍는다
기한은 딱 맞춘다
남은 힘 있는 한 찍겠다
9일 만에 영화 한편을 만든 적까지 있는 남기남 감독은 ‘영화 후딱 찍기’로 유명하다. 아니나 다를까 105번째인지 106∼108번째인지 헷갈리는 영화 <바리바리
<바리바리 짱> 남기남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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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니 어찌 소망하던 영화일을 하고 있지만, 기실 난 영화보다는 음악에 빠져 청춘을 보냈다. 그래서 최초의 나의 연상의 연인(배우라기 보다는 가수인) 올리비아 뉴튼 존이 출연한 영화 <그리스>를 보기 위해 중 3 겨울, 스카라 극장 앞에서 하염없이 추위에 떨던 기억이 아직 새록새록하다. 목소리로만 듣던 올리비안 뉴튼 존을 스크린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경이적이라 할 만큼 즐거운 체험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눈앞에 등장한 프랑스 여배우 소피 마르소는 내 영혼마저 앗아갈 정도의 충격을 던지며 올리비아 뉴튼 존을 깨끗이 잊게 만들었다.
데뷔 당시의 그 청순한 얼굴과 다소 통통한 몸짓은 각종 영화잡지를 사 모으게 만들었고 내 책상이며 노트, 연습장 표지를 온통 소피의 사진으로 장식케 했다. 단언컨대 소피 마르소, 피비 캣츠, 브룩 실즈 등 당시 청춘스타 3인방은 온통 내 꿈속을 넘나들며 내 외로운 가슴을 위로하던 플라토닉한 연인이었다. 반면 동네극장에서 감상하던 에로영화의
[스크린 속의 나의 연인] <연애의 목적> 강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