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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요정 마리아 샤라포바를 실제로 본 적이 있다. 지난해 가을에 일본에 출장 갔다가 아주 우연히 어느 호텔 로비에서 마주 친 것이다. 그는 그랬다. 9척 장신에 떡 벌어진 어깨, 길게 쭉 뻗은 다리. 그러나 기골장대한 몸과 어울리지 않는 앳된 얼굴. 나보다 머리 두 개는 높은 곳에서 내려 보는 오밀조밀한 눈코입, 어색하게 마주쳐서 뚫어져라 쳐다보는 나를 도도하게 무시하던 눈빛. 내가 일반적으로 알던 사람들과는 너무도 다른 신체비례를 가진 그는 모든 것이 너무나 비현실적이었다. 마치 오락실의 비디오 게임에 나오는 ‘사라’나 ‘니나’같은 여전사를 눈앞에서 조우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 비현실감에서 뿜어져 나오는 묘한 매력을 느낀 건 단지 샤라포바가 예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는 예쁘장한 얼굴과 어울리지 않는 강인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여성들은 무섭다. 그러나 무섭기에 매력적이다. 그래서 중학생 시절부터 오락실과 무협지를 헤매고 다니면서 예쁘면서 강한 여성들을 탐닉해왔다. 그
[스크린 속 나의 연인] <킬빌>의 우마서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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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통해 환경 문제를 되짚는 자리를 마련하는 제2회 서울환경영화제(GFFIS)가 8~14일 서울 시네큐브, 스타식스정동,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다. ‘CO₂(이산화탄소)를 잡아라’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영화제에서는 개막작인 이란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키아로스타미의 길>을 포함해 34개국 114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올해부터 경쟁 부문 출품 자격을 해외로 넓히고, 경쟁작 가운데 대상·우수상·단편 부문상·관객 인기상 등 4개 부분 수상작을 선정해 모두 2800만원의 상금을 준다. 대상작은 폐막작으로 상영한다. 주요 상영작을 소개한다.
개막작 <키아로스타미의 길>은 감독이 이번 영화제를 위해 만든 32분짜리 흑백 디지털 다큐멘터리다. 자연과 환경, 그리고 인간의 삶이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하는 ‘길’을 감독 특유의 따뜻한 시선으로 잡아냈다.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등 자신의 영화 속에 끊임없이 등장했
서울환경영화제, ‘환경 중요성’ 감독들은 어떻게 그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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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치 않은 영화기자의 특권 가운데 하나는 해외의 유명배우를 실제로 만나볼 기회가 있다는 거다. 사실 만난다고 해봤자 북적대는 기자회견장이나 대여섯명의 기자들과 함께 둥근 탁자에서 짧게 이야기를 나누는 정도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벤 에플랙을 만났을 때는 ‘배우가 저렇게 얼굴이 클 수도 있나’ 실망했던 반면 지난해 <스텝포드 와이프> 뉴욕 시사 때 본 키드먼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완벽하게 만들어놓은 인형이나 조각상처럼 보였다. 이 영화에서 잘 나가는 방송회사 중역에서 잘려 본의 아니게 전업주부가 된 여자의 역할을 맡았던 키드먼은 “집안 일도 하는가” 하는 어떤 기자의 바보 같은 질문에 “쿠키는 좀 굽지만 바느질은 잘 못해요, 호호” 웃으며 답했다. 이 대답은 그가 어떤 영화에서 했던 대사보다도 어색하게 들렸다.
사실 개인적으로 니콜 키드먼은 너무 완벽해서 존경스럽기는 하지만 차가운 얼음공주 같은 느낌의 배우다. 존경스러운 건 외모 뿐 아니라 그의 영화 이력도 포
[팝콘&콜라] 키드먼은 욕심쟁이 ‘평범’ 은 아무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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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세(48) 감독이 돌아왔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이후 6년만이다. 더욱 더 스타일리스트가 됐다. 8일 개봉하는 <형사:Duelist>는 한국의 대표적 스타일리스트 감독으로서 그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낸다. 막연히 조선으로 짐작되는 시대적 풍경은 화려하기 그지없고 춤인듯 희롱인듯 펼쳐지는 검술 액션은 지금까지 한국 액션극에서 볼 수 없었던 정중동의 미학을 보여준다. 지난 30일 아침 이 영화의 기술 시사회 직후에 이 감독을 만났다.
“대사없이 움직임과 리듬, 편집만으로 작품을 완성해보고 싶었다”는 게 <형사>를 시작할 때, 실은 오래 전 영화를 시작할 때부터 이명세 감독의 꿈이었다. “영화는 무엇인가, 다른 매체가 아닌 영화만이 할 수 있는 게 뭔가 하는 생각을 늘 해요. 이번에 움직임과 소리만으로 한번 끝까지 밀어붙여볼까 생각했는데 모두 말렸죠(웃음).” 아닌 게 아니라 <형사>는 대사가 매우 적은 영화다. 특히 남자 주인공 슬픈
<형사>로 돌아온 스타일리스트 이명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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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는 화면 때깔의 비약적 상승에 힘입은 바 크다. 투자 규모의 확대와 함께 시각 연출의 실험과 최신 기법의 도입이 발빠르게 이뤄지면서 시나리오의 발전을 선도했다. 최근 10여년 사이에 스타일이 빼어나기로 소문난 한국 영화 명장면 7개를 꼽아봤다.
비지스의 명곡 ‘홀리데이’와 함께 관객들의 뇌리에 박힌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의 ‘40계단 살인 장면’은 ‘이명세 스타일’의 완성 혹은 정점으로 평가받아왔다. 샛노랗게 빛나는 은행잎이 뒹구는 오후, 차 안에 창문을 반쯤 내리는 한 남자가 있다. 은행잎이 흩날리는 가운데 ‘홀리데이’ 선율이 흐르고, 계단 위에 있던 유치원생 여자 아이가 하늘을 올려다 보면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정지 화면과 빛의 효과를 통해 감각적으로 변화하는 날씨, 갑작스런 비를 보며 멍해진 표적 인물에게 다가가는 느린 동작의 살인범. 그리고 반으로 갈라진 우산과 손바닥을 긋는 칼, 이마에 번지는 피를
스타일 살려 그대 눈길 사로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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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계속된 미국 박스오피스 슬럼프의 원인이 “영화가 재미없기 때문”인 것으로 한 조사에서 드러났다. 미국의 리서치회사 브랜디멘션즈가 인터넷 채팅룸과 게시판의 글들을 조사한 결과를 <할리우드 리포터>가 8월29일 보도했다.
유례없는 침체가 장기화됨에 따라 각 언론들은 원인 분석 기사를 쏟아내고 있지만, 뭐니뭐니해도 결국 “극장에서 볼만큼 좋은 영화가 없다”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이유라는 것이다. 그동안은 DVD와 홈씨어터의 대중화, 입장료 인상, 영화 상영 전 광고시간이 너무 길다는 것과 주차의 불편함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관객들의 생각은 “그런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좋은 영화만 있다면 극장에 가겠다”는 것.
브랜디멘션즈는 박스오피스 슬럼프에 대해 토론한 1900만개 인터넷 블로그와 채팅룸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여 16페이지 분량의 분석보고서를 발표했다. 브랜디멘션즈의 책임운영자 브래들리 실버는 “채팅에 참여한 44%의 네티즌이
美극장가 침체 원인은 “재밌는 영화가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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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대수사선>이 둘째를 낳았다. 지난 5월에 개봉했던 <교섭인 마시타 마사요시>에 이어 <춤추는 대수사선>의 스핀오프 2탄으로 지난 주말 첫선을 보인 <용의자 무로이 신지>는, 45만5천여명의 관객을 동원하고 흥행수입 6억4천5백만엔을 기록하며 가뿐하게 1위로 출발했다. 이는 상반기 <교섭인 마시타 마사요시> 대비 116%의 좋은 성적이다. <교섭인 마시타 마사요시>가 말이 너무 많은 촉새같은 성격탓에 사건에 휘말렸던 주인공(마사요시-유스케 산타마리아 분)을 내세운 반면, <용의자 무로이 신지>는 지나치게 입을 다물어 사건을 점점 꼬이게 하는 인물(무로이-야나기바 토시로 분)을 전면에 부각시켰다.
<용의자 무로이 신지>는 경시청 관리관인 ‘무로이 신지’가 자신이 직접 지휘했던 살인사건의 책임을 지고 체포된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로 시작한다. 무로이가 결백하다고 믿는 젊은 여변호사(고하라 구미코-
<용의자 무로이 신지> 일본 박스오피스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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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세의 신작 <형사 Duelist>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30일 오후 2시 용산CGV 5관에서 거행된 <형사 Duelist>의 시사회장에는 기자 및 영화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하여 이 영화에 대한 충무로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무대인사를 하기 위해 무대에 오른 여형사 남순역의 하지원은 “너무 떨려서 어제 술을 마셨다”고 말했고, 슬픈 눈으로 분한 강동원은 “떨리지는 않았지만 믹싱이 어제 끝나서 저도 같이 술을 마셨다”고 화답했다.
영화가 시작되면 이야기꾼(윤주상)의 입담이 펼쳐지고, 이야기가 끝나면 공간은 장터로 돌아온다. 장터에는 남순과 안포교를 중심으로 한 좌포청 패, 험상궂은 건달패, 상인들과 백성들, 그리고 슬픈 눈이 뒤섞여 움직이는 중이다. 상평통보 위폐와 금불상을 둘러싼 격투를 통해 남순과 슬픈 눈은 운명적으로 처음 대면한다. 6년만에 돌아온 이명세 감독의 ‘형사’는 그의 전작에서보다 더욱 날랜 몸놀림을 보인다. 구로자와 아키라의 무사들을 연상
이명세 감독의 <형사 : Duelist> 언론에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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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석 연휴에 <외출>, <형사> 등과 함께 극장가를 삼분할 것으로 보이는 <가문의 위기-가문의 영광 II>가 지난 8월 29일 오후 2시 서울극장에서 첫 시사를 가졌다. 욘사마를 앞세운 <외출>의 시사회만큼 북적이진 않았지만, 전국 500만명 관객 돌파라는 전편의 후광을 입어서인지 빈 자리는 많지 않았다. 이날 시사회에는 “<가문의 영광>의 팬이었다는” 정용기 감독을 비롯해 김원희, 신현준, 김수미 등 주요 출연진 외에도 좀처럼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이화경 오리온 그룹 대표가 투자배급사인 쇼박스 김우택 대표와 나란히 자리해 눈길을 끌었다.
<가문의 위기>는 가족의 결혼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조폭 가문의 좌충우돌을 그렸다는 점에서 전편과 크게 다르지 않은 코미디 영화다. 여수 백호파의 대모 홍덕자(김수미)는 환갑을 맞기 전까지 큰 며느리감을 데려오라는 엄명을 내린다. 둘째 장석재(탁재훈)와 막내 경재(임
<가문의 위기-가문의 영광II> 언론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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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이자 감독인 조지 클루니(44)가 라스베가스에 호텔과 카지노를 운영할 계획을 발표했다. 라스베가스에서 한탕했던 <오션스 일레븐>의 캐릭터와는 반대로 직접 돈을 투자해 30억달러 규모의 호텔사업에 뛰어든다고 외신들이 8월29일 보도했다. 클루니는 “돈을 얼마나 벌게 될지 모른다. 빈털터리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엄청난 모험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 모험의 동반자는 나이트클럽 소유주이자 신디 크로포드의 남편인 랜디 거버와 라스베가스의 부동산회사 두곳이다.
2001년 <오션스 일레븐>를 촬영하면서 최고급 호텔인 벨라지오에 묵었던 것이 이러한 사업 구상의 계기가 됐다. 클루니는 “이 호텔과 카지노에는 격식있는 손님들이 머물 수 있도록 복장 규정을 만들어 다른 곳과 차별화하겠다. 브리트니 스피어스같은 탱크톱 차림보다는 점잖은 토니 베넷같은 이에게 어울리는 호텔이 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2008년 준공될 이 ‘라스 램블라스’ 호텔에는 장기투숙용 콘
조지 클루니, 라스베가스 호텔 사업에 뛰어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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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브래드 피트와의 이혼 절차를 마무리한 제니퍼 애니스톤(36)이 낯선 침입자 때문에 불안해하고 있다고 <Zap2it.com>이 8월26일 보도했다. 8월25일 경찰은 말리부에 위치한 그녀의 자택에 “제니퍼 애니스톤을 만나기 위해” 침입한 남자를 체포했다. 이 남자는 자택 관리인들과 집안에서 마주치자 바로 담장을 넘어 해변가로 도망쳤지만 해변을 배회하다가 결국 출동한 경찰에게 체포됐다. 48살의 데이비드 헤스터비라는 이 용의자는 보안이 허술한 출입문을 이용해 침입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행히도 침입 당시 애니스톤은 집을 비운 상태였다. 현재 시카고에서 빈스 본과 함께 코미디영화<The Break Up>을 촬영하고 있다. 브래드 피트와의 이혼은 8월19일 법원의 승인을 받았고 4년6개월간의 결혼생활은 10월2일자로 완전히 청산될 예정이다.
제니퍼 애니스톤 자택에 침입자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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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에서 분단과 민족문제 만큼 발화력이 큰 소재는 없다?’
박광현 감독의 <웰컴 투 동막골>이 지난 27일 올해 최고 흥행작 <말아톤>의 기록(518만명)을 깬 데 이어, 28일까지 55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새 기록을 세웠다. 역대 흥행기록 순위로 치면, <태극기 휘날리며>(1174만명) <실미도>(1108만명) <친구>(818만명) <쉬리>(621만명) <공동경비구역 JSA>(583만명)에 이어 6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이는 지난 4일 개봉 이후 불과 4주만에 달성한 기록으로, 개봉 8주만에 500만명을 넘긴 <말아톤>에 견줬을 때 배 이상 빠른 속도다.
이 영화의 흥행 요인으로 평론가들은 우선 남북분단을 그렸다는 점을 꼽는다. <태극기 휘날리며>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등 분단과 전쟁의 상처를 정면으로 다루며 그 아픔을 어루만진 흥행작 계보
“550만 동막골 손님 환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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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플린><에로스>의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40)가 지난 8월27일에 프로듀서 수잔 레빈(31)과 화촉을 밝혔다. 결혼식은 롱아일랜드 햄튼즈의 자택에서 열렸다고 <피플>잡지와 TV프로그램<엔터테인먼트 투나잇>이 보도했다. 키아누 리브스 등이 하객으로 초대됐고 스팅과 빌리 조엘이 축가를 불렀다. 이 커플은 2002년 <고티카> 촬영장에서 처음 만났다. <고티카>는 다우니가 배우로, 수잔 레빈은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했던 영화.
유명한 영화제작자 로버트 다우니의 아들인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여배우 데보라 팔코너와 12년간 결혼생활을 하다가 2004년 4월 이혼했고 둘 사이에는 11살된 아들이 하나 있다. <채플린>(1992)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으며 TV드라마 <앨리의 사랑만들기> 등 출연작마다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지만 1990년말 약물과 알코올 중독으로 심한 슬럼프에 빠지기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프로듀서와 재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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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살 때부터 유화를 그리기 시작해 13살 때 미대((Montreal School of Fine Arts)에 입학한 천재소년이 있었다. 이 소년은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본 경험이 없음에도 수많은 애니메이터들이 꿈꾸는 캐나다국립영상위원회(NFB) 소속에 들어갔는데, 이때 나이가 19살. 이후 천재 애니메이터 노먼 맥라렌의 적극적인 지지 아래, 자신만의 독창적인 애니메이션 기법과 표현 방식을 개발하며 애니메이션 업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하지만 부와 명예를 누리는 것도 잠깐. 장래가 촉망되던 이 애니메이터는 과다한 술과 코카인 중독으로 인한 후유증, 애인과 믿었던 친구들의 배신 등을 차례로 겪으며 전 재산을 날리고 만다. 작업장은 물론 살던 집까지 빼앗긴 그는 거리의 부랑자로 나선다.
마치 한편의 소설 같은 이 실화의 주인공은 라이언 라킨(Ryan Larkin).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표현 방식을 제시하며 당시의 애니메이터들을 놀라게 했지만, 거리의 노숙자로 머물며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단편애니의 세계에 빠져봅시다, ‘애니리퀘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