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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바리 정환(최성국)의 발걸음이 유난히 가볍다. 긴 머리 뒷모습이 인상적인 여자가 면회를 왔다고 하니 정환은 날 듯 뛸 듯 면회소로 향한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정환을 기다리고 있는 은주(신이)의 앞모습은 상상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정환은 자신이 은주의 구세주라는 것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다. 엉겁결에 물에 빠진 폭탄녀를 구해준 일이 자신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는.
최성국과 신이의 절묘한 코믹 연기 호흡에 스탭들은 “컷!”소리가 떨어지기 무섭게 추운 날씨를 잊고 웃기 시작한다. 남양주종합촬영소 근처에 있는 군대 면회소 촬영장. 해가 떨어지기 전에 빨리 촬영을 마쳐야 하는데다 촬영 마지막 날이기 때문에 다들 마음이 급하다. 미니스커트 차림의 신이는 감독의 주문에 찬바람을 막아주는가 싶었던 빨간 코트를 벗어들고 눈에 보일 정도로 몸을 덜덜 떨다가도, 촬영이 시작되면 “정환씨∼” 하며 방긋거리고 웃으며 손을 흔들어보인다.
<구세주>의 주인공인 최성국과 신이는 벌써
“신이, 너, 그렇게 예뻐도 되는 거야?”, <구세주>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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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현)빈이를 거부할 수 있는 감독이 있나?”(김태균 감독) 그만한 배짱이 없는 건 취재진도 마찬가지다. 12월9일,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공개한 <백만장자의 첫사랑> 촬영현장은 ‘삼식이’를 보기 위한 150여명의 취재진들로 넘쳐났다. 카메라가 들어선 스위트룸 또한 마찬가지. 취재진이 몰려가자 금세 진땀 나는 사우나로 돌변했다. 이 때문에 가장 곤욕을 치른 이는 스탭들. 취재진이 드나들 때마다 호텔 직원은 깐깐한 B사감처럼 눈꼬리를 올려 세우더니, 결국 제작실장을 불러 “파손된 장식품들을 어떻게 변상할 것이냐”고 언성을 높인다.
<내 이름은 김삼순>으로 스타덤에 오른 현빈에게 <백만장자의 첫사랑>은 <돌려차기> <키다리 아저씨>에 이은 세 번째 영화. 열아홉 성인이 되면 할아버지로부터 수천억원의 재산을 물려받게 되는 탓에 매사 오만불손하고 안하무인인 재경이 그가 맡은 역할이다. 한 무리의 취재진이 빠져나가고, 다
이번엔 삼식이보다 더한 놈이다, <백만장자의 첫사랑>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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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평단이 꼽은 최고의 영화 <폭력의 역사>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폭력의 역사>가 캐나다 평단에서 올해 최고의 영화로 꼽혔다. 토론토영화평론가협회는 <폭력의 역사>가 미국 스튜디오 뉴라인이 제작 투자해 대외적으로는 ‘미국’ 국적의 영화로 간주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에 작품상과 감독상을 안겼다. <폭력의 역사>는 최근 토론토국제영화제그룹이 선정한 2005년 톱 10 영화로도 언급된 바 있다.
2005, 중국 영화계 급성장
2005년 한해 동안 중국 영화계가 비약적인 성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영화영상부는 올 한해 중국 극장 매표 수익은 20억위안(2억4800만달러)으로, 전년 대비 25%의 상승폭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제작 편수도 260편으로 지난해보다 48편이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중에는 디지털영화도 52편이나 포함돼 있다고. 극장의 규모도 달라져, 올 한해만 55개의 극장, 272개의 스크린이 늘어난 것
[해외단신] 캐나다 평단이 꼽은 최고의 영화 <폭력의 역사>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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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세포 소녀> 촬영 완료
<다세포 소녀>(제작 영화세상, 감독 이감독)가 크리스마스 이브인 12월24일 ‘무쓸모 고등학교’ 장면을 마지막으로 크랭크업했다. ‘B급 달궁’의 인터넷 동명 만화를 영화화한 <다세포 소녀>는 이켠, 김옥빈, 박진우, 김별이 출연하며, 쾌락의 명문 ‘무쓸모 고등학교’에서 펼쳐지는 엽기 순애보를 그린다. <다세포 소녀>는 지난 10월8일 크랭크인했으며 2005년 봄 개봉 예정이다.
노르웨이에서 한국영화제 열린다
내년 1월27일부터 2월5일까지 노르웨이 영화협회와 한국의 MK International이 공동 주최하는 한국영화제가 개최된다. ‘Korean New Cinema’를 주제로 <친절한 금자씨> <그때 그사람들> <마법사들> 등의 최신작을 비롯해서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등의 흥행작까지 총 18편의 한국영화를 상영할 이번 영화제는, 북유럽에서
[국내단신] <다세포 소녀> 촬영 완료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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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추천해준 신하균씨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정말이지 1만원으로 누군가 행복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무엇보다 제 자신이 1만원의 값어치보다 훨씬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요즘 너무 춥잖아요. 춥고 배고프고 거동 못하시는 분들에게 쓰여졌으면 합니다. 그리고 남을 돕는 것도 좋지만, 좀더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정의가 아닐까요. 바통은 차승재 싸이더스FNH 대표에게 넘기겠습니다. 영화계의 큰형 같은 분인데, 아직 참여 안 하셨다니…. 너무 큰형이라 아무도 나서지 않은 듯해서요.”
[만원 릴레이] 감독 장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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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와 그림들로 채워져 있는 벽면, 거기에 당당하게 혹은 무심하게 기대 서 있는 네 남자. 2006년 1월5일 개봉하는 영화 <온더로드, 투>(제작 스폰지, 감독 김태용)의 주인공인 윤도현 밴드의 멤버들이다. 레드 제플린의 연습실이 있었던 런던 전통의 음악 거리 덴마크 스트리트에서 촬영한 포스터다. 상점에 들어가 기타를 구입하던 사이사이 찍은 것이라고 한다. 멤버 소개를 하자면, 왼쪽부터 드러머 김진원, 기타리스트 허준, 보컬 윤도현, 베이시스트 박태희다. 길에서 길로 옮겨다니는 중이었으니 특별한 컨셉은 없었고, 있다면 자유로운 게 컨셉이다. 복장은 알아서들 편하게 입었으며, 전문가 수준의 사진 실력을 갖춘 윤도현 밴드의 매니저가 촬영했다고 한다. <온더로드, 투>는 올해 3월부터 4월까지 있었던 윤도현 밴드의 유럽 투어를 쫓아 담은 음악 다큐멘터리다.
[포스터 코멘트] <온더로드, 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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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가 2006년 준비에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06년 1월5일 촬영을 시작하는 임상수 감독의 <오래된 정원>을 비롯해 눈에 띄는 영화들이 내년 봄 여러 편 촬영에 들어간다. 황석영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오래된 정원>은 장기복역하고 나온 오현우가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연인의 발자취를 찾는 내용으로 염정아와 지진희가 캐스팅됐다. 역시 1월에 들어가는 영화 중에서 주목받고 있는 작품은 공지영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세 차례 자살을 시도했던 유정과 세 여자를 살해한 사형수 윤수가 만나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되는 이야기다. <역도산>의 송해성 감독이 연출하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이나영과 강동원이라는 파격적인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다.
임권택과 박찬욱, 장진 감독은 3월 즈음 신작 촬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얼마 전 투자에 난항을 겪다가 제작사가 손을 떼 좌초 위기에 처했던 임권택 감독의 &
충무로 “가자,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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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원래 희곡만 본 상태에선 너무 어려웠어요. 잘 알면 흥미도 없었겠지만, 나이 마흔 넘어서 <리어왕> <햄릿>을 읽게 될 줄은 몰랐지요. ‘장생’이 맨 먼저 와닿더라고요. 내 안에 체화되지 않은 인물을 다룰 순 없고, 그래서 ‘장생’이 주인공인 영화를 만들기로 했죠.” 원작인 연극 <연극 이>에선 ‘문제적 인간’ 연산과 공길이 복판을 차지한다. 연극 연출가 김태웅은 “2000년 연극할 때도 영화 쪽에서 몇몇이 와서 하겠다고 했는데, 다 안되더라”며 “망할지 모른다, 하지 마라”고 했다.
어쨌건 <왕의 남자>는 장생이 아니었다면 만들어지지도 않았거니와 장생은 일면 이준익(46) 감독의 자화상이 된다. 기자시사회가 처음 있던 지난 13일, 이 감독은 영화 보는 줄곧 훌쩍였다. “세상과 자신을 1:1로 놓는 장생의 시각이나, 나락에서 천상으로 오르내린 그의 삶이 (내 것과) 닮아서”라고 말했다.
아기 우유값도 못 대는 가난한
<왕의 남자> 이준익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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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뚱맞게 “12/16(금)‘전교조로부터우리아이지키기운동촛불집회’(서울시청)화서역15시사무국”류의 문자가 날아오기 시작했다. 해마다 이맘때면 나를 찾아주는 △△카드사, XX쇼핑몰, ○○노래방에 단골 메시지가 더해졌다.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극적 ‘반전 드라마’가 펼쳐지는 사이 “사학법은 사악법”이라며 행인들의 무관심에도 아랑곳없이 거리를 누비는 박근혜 대표 이하 한나라당 당직자들께 “너무 추워 못 가겠다”는 양해 말씀 올린다.
왜 전교조가 사학을 장악한다는 건지(전교조 교사의 이사 진출 가능성은 거의 0%다), 전교조가 아이들을 어떻게 괴롭힌다는 건지 두서도 맥락도 없이, 사학재단 이익단체들은 급기야 “신입생을 받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들이 처벌 감수는 물론 국고보조금이나 입학금·등록금을 포기하면서까지 신입생을 안 받을까? 냉동실의 배아가 웃을 일이다. 최근 5년 동안 2천여억원이 넘는 돈이 비리법인의 호주머니로 사라졌다. 연 평균 30∼40건씩 일어나는 사
[이슈] 사학법은 사악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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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스필버그의 신작 <뮌헨>이 유대인들로부터 집중 포화를 받고 있다. <뮌헨>은 이스라엘 정보부 모사드 요원들이 1972년 뮌헨올림픽 선수촌에서 살해당한 11명의 이스라엘 선수의 복수를 위해 팔레스타인 해방기구 인사들을 암살한다는 내용. 정치적으로 시오니스트를 자임해온 스필버그가 친이스라엘적인 영화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공개된 <뮌헨>이 암살을 앞둔 모사드 요원들의 인간적 고뇌와 방황을 그린 것으로 밝혀지자, 오히려 유대인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친이스라엘 인사들은 스필버그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를 동등한 인간적 존재들로 그렸다는 것에 분노하고 있다. 전직 모사드 요원인 데이비드 킴헤는 “스필버그처럼 훌륭한 영화를 많이 만든 감독이 거짓으로 가득한 영화를 만든 것은 비극적인 일”이라고 비난했고, LA에 있는 이스라엘 총영사 에호드 다노흐는 “고통스러운 분쟁을 주제넘은 방식으로 다루고 있다. 2시간30분 동안 천박
[What's Up] 이 민족의 배신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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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과 <킹콩>의 개봉 첫 주 대결은 <태풍>의 승리로 끝이 났다. 하지만 개봉 2주차를 맞이한 지금 사전 예매율로 보면 지난 주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킹콩>의 반격이 시작된 것이다.
네이버, 다음, 맥스무비 등 주요 사이트에서 현재 <킹콩>은 40% 내외의 예매율로 1위를 달리고 있으며, <태풍>은 25% 내외로 2위를 기록하고 있다. 개봉 첫 주에도 수치상으로는 180만 관객을 불러들인 <태풍>이 85만을 불러들인 <킹콩>을 2배 이상 크게 앞섰지만, <태풍>이 <킹콩>에 비해 상영관수가 약 90개 정도 많았고, <킹콩>의 러닝타임이 3시간이라는 점을 감안해보면 압승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이제 2주차에 들어서면서, 관객의 입소문에 힘입어 사전 예매율에서 <킹콩>이 오히려 <태풍>을 앞서나가고 있는 것.
사전 예매율이 대
[주말극장가] <킹콩>의 반격이 시작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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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후반. 보릿고개란 수식이나 어울리는 까마득한 시절이지만 그때야말로 한국 영화의 전성기였다. 숱한 멜로로 반도가 들썩였다. 1969년엔 1억7천만명이 넘게 극장을 찾았다. 전 국민 5~6명에 한 명씩, 거의 한 집마다 한 편 꼴로 극장을 찾은 셈이다. 한 해 동원 관객수로 역대 최고치다. 해마다 200여 편 정도가 새로 만들어졌고, 문희, 윤정희, 남정임으로 묶이는 ‘여배우 트로이카’가 찍은 영화만도 1000편에 이르렀으니, 이 영화 저 영화가 본치도 좋게 차려졌었다. 극장이 새 영화를 다 감당하지 못했다.
지금이야 볼 거리, 먹을 거리가 넘치는 때라 영화로 절박해지진 않으니 단순 비교할 순 없는 노릇이다. 그래도 100만명 관객 시대를 열어 젖힌 93년도, 1000만명 관객 시대를 연 2004년도 69년을 앞서지 못했다는 건 놀랍다. 심지어 1965년부터 71년까지의 한 해 관객 동원수, 그 어느 것도 앞서지 못한다.
그 잠재력과 내공을 단칼에 벤 게 바로 검
[팝콘&콜라] ‘복제’ 걱정은 영화판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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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내가 결혼을 생각하게 만든 첫번째 여자였다.
가장 가슴 벅찬 열망과 가장 고통스런 비애감을 동시에 느끼게 한 그녀. 벌써 10년도 더 지난 이야기지만, 당시 그녀는 실패한 연애의 상처로 인해 심한 무력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난 달콤한 탈출구였다. 영화 하겠다고 늦은 나이에 다시 대학을 다니고 있었던 나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진지하게 삶을 꾸려가는 것이 진정 의미있는 인생일 거라고, 순진하고 치기어린 얘기들을 들려주었고, 그녀는 나와 함께 대학로와 인사동을 오가며 영화와 공연장을 순례하고 둘만의 여행으로 고단하고 무기력한 일상을 잠시 벗어날 수 있었다.
연애의 모양새는 갖췄지만, 늘 아슬아슬하고 불안했던 그녀와의 관계는 매순간 희열과 좌절의 극단을 넘나들게 했다. 내가 그녀와 결혼하고 싶었던 것은 순간순간 나타났다 사라지는 환희와 열정을 붙잡고 싶은 욕망에서였다. 그녀의 일상이 편안해지고 문화탐험을 위주로 한 교양연애도 시들해지자, 결국 그녀는 좀 더
[스크린 속 나의 연인] 줄리 델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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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꼴, 송혜교와 손예진. 23살 동갑내기인데다 드라마 <가을동화>와 <여름향기>를 저마다 중요한 이력으로 챙겨두는 신파 멜로의 디바들. 사람들은 그들이 울기 전 먼저 울었다. 이들이 12월 극장가에서 만난다. 송혜교는 데뷔 10년 만의 첫 영화 출연작으로, 손예진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로 섰다.
<작업의 정석>의 한지원(손예진). 빨간색이 잘 어울리는 27살. 억대를 주무르는 도도한 펀드 매니저가 남자 주무르는 건 일도 아닐 터. 사내들 생각 너덧 수는 가뿐히 내다보는 연애의 달인이다. 하지만 실은 현철표 트로트와 감성 코드가 일치하는 내숭 덩어리. 모처럼 대적할 만한 '선수'(송일국)를 만났는데 첫 데이트 땐 아차, 방귀까지 뀌는 푼수.
<파랑주의보>의 배수은(송혜교). 흰색이 잘 어울리는 17살. 얼굴, 성적, 맘결까지 빼어난 고등학교 2년생. ‘작업의 기술’ 따윈 관심없다. 먼저 다가가 계산 없이 고백한다. 첫 상대가 평
<작업의 정석> VS <파랑주의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