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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건·이정재의 <태풍>을 필두로 권상우·유지태의 <야수>, 이성재와 최민수의 <홀리데이> 등 거친 사내들의 영화가 줄을 섰다. 2006년 4월 개봉을 예정하는 <사생결단>도 그 가운데 하나. 배우 황정민과 류승범이 짝을 이뤘다. <와이키키 브라더스> 이후 4년 만이다. ‘징글징글하게 연기한다’는 것말고는 더 마땅한 수사가 없어 보이는, 이젠 그야말로 한국 영화계의 몸통이 된 이들.
“장동건-이정재도 아닌데 어떻게 어필해야 할지…”
류승범이 먼저 넉살을 떨었다. “우릴 폄하하는 건 아니지만요, 아이 참 우리가 장동건-이정재도 아닌데 어떻게 또 여성들한테 어필해야 할지…. (하하)” 옆에선 황정민이 석중(<너는 내 운명>의 주인공)처럼 머쓱히 웃는다. 부산 올 로케이션으로 완성될 이 영화가 60% 가량의 공정을 마친 지난 29일, 현지 촬영지에서 만난 두 배우의 웃음이 살갑다.
하지만 배역, 공간은 더럽기 짝이
영화 ‘사생결단’ 한창 촬영중인 황정민-류승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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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로워진 흥행 대작들과 함께 33년 만에 가장 추웠다는 지난달 맹추위 덕분에 극장가는 따뜻한 세밑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11개 스크린을 보유한 대표적 복합상영관인 서울 용산 씨지브이(CGV)는 1일 이번 세밑 예매율이 65% 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도 연말 예매율 45%에 견줘 크게 뛰어오른 것이다. 이 극장 육승준 매니저는 “저녁 시간대 좌석 점유율이 80% 이상이었으며, 거의 대부분 시간대가 매진됐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지역의 대표적 극장인 메가박스 코엑스점도 2004년 53만명 정도였던 연말 관객 수가 지난 세밑에는 60만명대를 넘어섰다. 특히 성탄 전야인 24일에는 3만1천여명이 몰려 좌석 점유율이 90%에 이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 31일에는 정오께 관객이 한꺼번에 몰려 씨지브이 전지점의 전산망이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공항점에서는 극장 관계자가 일일이 관객들의 대기번호를 부르며 표를 파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이처럼 연말
극장가 “고맙다, 동장군” 연말 추위피해 연인·가족들 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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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 때문인가…지금까진 반짝스타 지난해 말 인터넷 배우 검색순위에서는 ‘이변’이라고 할 만한 사건이 벌어졌다. 많은 관객들에게 아직 낯선 이름인 이준기(24)가 2004년 검색순위 최장기록을 올렸다. 그가 출연한 영화 <왕의 남자>가 개봉하기도 전, 에스비에스 드라마 <마이걸>의 시작과 거의 동시에 ‘이준기’라는 이름이 인터넷에서 ‘폭발’했다. 극장에서 관객인사를 할 때면 여기저기서 ‘꺄~악’ 하는 소녀들의 비명이 어김없이 터져나왔다. <왕의 남자> 촬영 때 이준익 감독의 특명으로 ‘이준기 연기지도 전담반’을 했던 감우성이 “배우로 키워놨더니 왜 동방신기가 됐냐”라는 푸념 아닌 푸념을 했을 정도다.
텀블링등 대부분 몸연기 직접
선배들께 연기의 여유 배웠죠 그러나 그가 행복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중성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광대 ‘공길’을 연기한 <왕의 남자>가 호평을 받으면서 본인도 ‘배우’로 인정받은 게 그가 고백하는 최고의 기쁨이다.
이준기 “이젠 배우로 인정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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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 느끼해!” <울어도 좋습니까?>의 촬영이 한창인 전라북도 김제의 한 중학교 음악실, 감독의 “컷”이라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윤진서가 툴툴거린다. 뒷자리에서 연기하던 김동윤의 대사가 성미에 맞지 않았는지 윤진서는 입술꼬리를 아래로 내리고 있다. 하긴, 좋아하는 영화 이야기를 열심히 했는데 그리 친하지도 않은 이성친구가 뜨악하게 “넌 영화 얘길 하면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구나”라고 말한다면, 그런 빤한 수작을 걸어온다면, 누구라도 그렇게 느끼지 않을까. 민망해진 김동윤이 “그게 아니고요…”라고 해명하려고 하자 윤진서가 쿡, 웃음을 터뜨리고 다른 스탭들도 웃음을 머금는다.
<울어도 좋습니까?>의 현장은 유난히 환하고 경쾌하다. 또래뻘인 배우들은 현장에서도 정말 친구라도 되는 양 서로를 허물없이 대하더니, 기자간담회장에서는 아예 스스럼없이 농담을 던지고 깔깔깔 웃어젖힌다. 기자들이 잠시 소외감을 느낄 정도로. 그런 배우들과 조화라도 이루려는 듯, 분주히 움
추워도, 기쁜 우리 젊은 날, <울어도 좋습니까?>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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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은주가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진 겨울밤, 세트로 만든 실내는 바깥보다 더 춥다. 얇은 교복 차림으로 카메라 앞과 모니터를 오가는 배우 봉태규, 김태현, 노형욱은 모니터 옆의 온풍기에 잠깐씩 몸을 녹이는 것이 고작이다. 용산 옛 수도여고에서 진행 중인 <방과후 옥상> 촬영현장. 90% 이상이 학교 배경인 <방과후 옥상>은 수도여고에서 촬영되는 마지막 한국영화가 될 것이다. 여기가 12월31일로 직업학교로 리모델링되기 때문이다. 높은 천장의 대강당에는 두동의 세트가 세워졌다. 정신병원 연구실 장면 촬영을 마친 한쪽 세트는 현재는 현장모니터가 놓인 감독의 보금자리로 바뀌었다. 이날 촬영은 꾀병으로 조퇴하려는 남궁달(봉태규)에게 흥수(노형욱)가 빨간 사인펜으로 눈에 점을 찍어주는 39신에서 시작됐다. 1평도 안되는 곳에 부감으로 세 인물을 잡고 있는 카메라는 사인펜과 불과 20cm여 떨어져 있다. 게다가 액션 구호가 떨어지면 몸을 가누기도 힘든 비좁은 공간에서 카메
나의 왕따 탈출기, <방과후 옥상>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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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 앨런 인터뷰 오디오 팟캐스트로 본다
영화 홍보에 비협조적인 것으로 이름난 감독 우디 앨런이 최첨단 마케팅 전선에 뛰어들었다. 드림웍스가 앨런의 신작 <매치 포인트> 홍보전략으로 비디오·오디오 팟캐스트(아이팟으로 보는 개인 방송), 위성 라디오에 감독 인터뷰를 무료로 제공하는 방법을 택했다. 팟캐스트가 개봉작 마케팅에 활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 우디 앨런이 TV 출연은 물론이고 DVD에도 절대 코멘터리를 넣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한 것. 스칼렛 요한슨 주연의 <매치 포인트>는 지난 칸영화제에 초청돼 열광적인 호응을 얻은 스릴러다.
대만의 중앙전영, 언론사에 전격 매각
지난 12월26일 대만 국민당이 보유하고 있던 중앙전영이 언론그룹인 중국 시보그룹에 전격 매각됐다고 부산영화제 사이트가 전했다. 매각 가격은 90억위안. 중앙전영은 80년대 대만 뉴웨이브의 산파 역할을 했던 영화제작사로, 국민당이 여당이었을 당시에는 우리나라의 영화진흥위원회와 비슷했지만
[해외단신] 우디 앨런 인터뷰 오디오 팟캐스트로 본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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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배우> 로테르담영화제 초청
신연식 감독의 <좋은 배우>가 1월25일 개막하는 제35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인 ‘미래의 영화’ 부문에 초청되었다. 신연식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인 <좋은 배우>는 2005년 부산국제영화제 ‘크리틱스초이스’ 부문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되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좋은 배우>는 3월에 열리는 스위스 프리부르영화제 경쟁부문과 4월에 개막하는 부에노스아이레스국제영화제에도 초청되었다.
박찬욱, 김지운이 사랑한 영화들을 보자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가 1월18일부터 26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영화감독, 평론가, 배우 등이 추천한 9편, 관객 투표로 선정된 2편, 서울아트시네마가 선정한 1편을 포함, 총 12편이 상영된다. 박찬욱, 김지운, 정성일, 황정민, 문소리 등 9명이 각각 한편씩 작품을 추천했다. <석양의 갱들> <꺾어진 꽃> <남국재견>
[국내단신] <좋은 배우> 로테르담영화제 초청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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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과 아름다운 재단, 영화인회의, 영화제작가협회, 여성영화인모임이 함께하는 ‘행복한 만원 릴레이’의 열아홉 번째 주인공은 차승재 싸이더스FNH 공동대표입니다.
“이런 일은 왜 나야, 라고 못합니다. 좋은 뜻으로 하는 좋은 일이니까요. 지금까지 나선 분들도 그렇고, 앞으로 바통을 받으실 분들도 그렇고, 모두 다 등 떠밀어서 어쩔 수 없이 하는 건 아닐 겁니다. 장준환 감독이 신하균씨에게 그랬듯이, 나도 장 감독에게 고마움을 전해야겠네요. 늦었지만 릴레이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줬으니까요. 무엇보다 릴레이가 꾸준하게 계속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특별히 어디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건 없고, 그늘진 곳이라면 어디든 좋습니다. 다음 주자는 김미희 공동대표를 추천하고 싶긴 한데, 너무 감독이나 제작자만 하는 건 좀 그러니까… 신보경 미술감독을 추천하겠습니다. 심지 굳은 괜찮은 영화인이니 더 좋은 분들을 소개해줄 것 같기도 합니다.”
[만원 릴레이] 차승재 싸이더스FNH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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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의 남쪽>의 티저 포스터가 내세우는 건 차승원의 ‘눈물’이다. 사랑하는 여인을 북에 두고 남으로 향하는 청년의 심정을 담기 위해 차승원은 7시간 동안 민통선 부근 갈대밭에서 추위를 견뎌야 했고, 결국 제작진은 그렁그렁한 남자의 눈물이 떨어지는 순간을 잡아내는 데 성공했다고. 차승원은 촬영을 끝내고 “아니 이렇게 추운데 안 울 수가 있느냐”고 너스레를 떨었다고 한다. 이 포스터를 자세히 보면, 차승원이 맡은 인물이 북에서 무슨 직업을 갖고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참고로 ‘내 눈에 젖은 것이 혹, 당신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라는 카피는 황학주 시인의 작품에서 따왔다고. 멜로의 틀을 빌려 탈북 청년의 굴곡진 인생을 어루만지는 휴먼드라마 <국경의 남쪽>은 4월 개봉한다.
[포스터 코멘트] <국경의 남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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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투자·제작 주체들의 부율 개선 요구에 멀티플렉스들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국영화산업 합리화 구조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12월14일 국내 주요 멀티플렉스 체인인 CGV, 롯데, 메가박스, 프리머스 등에 한국영화 부율 개선 등에 관한 협의를 다시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어떤 답변도 듣지 못했다. 이에 앞서 추진위는 12월6일 최근 몇년 동안 한국영화의 관객점유율이 앞서는 데도 불구하고 외국영화보다 불리한 조건인 5 대 5로 수익을 분배받아왔다며 멀티플렉스 체인들에 부율 개선 협의를 요구한 바 있다.
주요 멀티플렉스들은 추진위의 제안을 받아들일 생각이 전혀 없다는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CGV의 한 관계자는 “아직 내부적으로 입장 정리가 안됐다. 부율과 관련한 입장을 표명한다고 하더라도 서울시극장협회를 통해서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메가박스와 롯데 또한 CGV와 마찬가지로 부율 문제는 “개별 극장에 해당하는 문제가 아닌 만큼 서울시극장협회와 논의를 통해 풀어
부율 문제, 멀티플렉스 버티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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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피아니스트>(2002) 이후 처음 내놓은 영화는 찰스 디킨스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 한 <올리버 트위스트>다. 소설에서 처럼 영화 속 올리버 트위스트도 고아이며, 어린 나이에 강제노역에 시달리다가 장의사에게 팔려간다. 그리고 무작정 도망나와 발길이 닿은 런던에서 소매치기 소년 다저의 호의에 넘어가 악당 페긴의 소매치기단에 합류하게 된다. 하지만 천성이 착한 소년에게는 신의 가호와 이웃의 도움이 따르는 법. 올리버 트위스트는 페긴 일당 중 마음이 여린 낸시의 희생 덕분에, 부유한 서점 주인 브라운로우의 푸근한 품에 안겨 행복한 미래를 보장받는다.
29일 필름포럼에서 개봉하는 이 영화를 언론 시사회에서 처음 본 뒤 무심코 들었던 생각은 이랬다. 일단, 너무 낡은 얘기 같았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19세기 유럽얘기냐, 버림받은 아이들이 지천에 널려있고 그 아이들이 노동을 착취당하던 200년 전 얘기가 왕자·공주님들로 가득한 요즘 세상에 먹
[팝콘&콜라] 따뜻한 손길 기다리는 21C 올리버 트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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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가 ‘한류우드’라는 기상천외한 이름의 문화관광산업단지를 세운단다. ‘차세대 동아시아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메카’로 키운다는 꿈이다. 서울지하철공사(1∼4호선)는 최근 서울메트로로 이름을 바꿨다며 지하철마다 광고 도배 중이고, 서울시 도시개발공사는 SH공사로 거듭났다. 시내버스마다 색깔별 영문 이니셜을 박아넣고 조잡한 조형틀로 청계천을 거꾸로 흐르게 할 때부터 짐작은 했지만, 야심 많은 시장님과 샘 많은 지사님을 의식한 이름짓기 행보에는 제동이 걸리지 않는다.
목마르트르(몽마르트르), 쉐봉(세봉) 같은 다방이나 빵집은 귀엽기나 하지, ‘글로벌’적 조어로 ‘글로벌’적인 쪽팔림을 자처하는 건 세금이 아깝다. 연말을 기해 급기야 가압류 협박 경고장이 날아온 주민세 6천원을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정녕 내고 싶지 않다(우즈 유 마인드 영어로 써 보내바바플리즈∼). 게다가 차세대 동아시아라며(미국 진출도 아니고), 또 서울시내 오가고 개발하는 일이라며(서울시 무슨무슨 공사인 것을). 전
[이슈] ‘한류우드’ 컬리 스피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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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극>의 미국 배급사였던 웨인스타인 컴퍼니가 이 영화에서 손을 떼기로 결정했다고 영화산업 전문지<할리우드 리포터>가 12월29일 보도했다. <무극>의 프로듀서 에치 스트로는 그 이유를 제작진과 웨인스타인 컴퍼니 사이의 배급 방식에 대한 견해 차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비 웨인스타인과 밥 웨인스타인 형제가 미라맥스를 떠나 새로이 설립한 제작․배급사 웨인스타인 컴퍼니는 지난 5월 칸영화제에서 12분 분량으로 가편집된 <무극>을 본 뒤 미국 판권을 사들였다. 그리고 미국 관객들의 구미에 맞게 상영시간을 121분에서 102분으로 줄이고, <The Promise>라는 원래 영어제목을 <Master of the Crimson Armor>(붉은 갑옷의 정복자)로 바꿀 것을 제작진에게 제안했다. <무극>의 감독 첸 카이거와 제작진은 재편집에 대해서는 동의했지만 제목을 바꾸는 것은 반대했다. 전형적인 남성 취향
웨인스타인 컴퍼니, <무극> 미국 배급 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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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침, 감기나 다른 질환들과 함께 12월에는 영화비평가들 사이에 이상한 계절병이 도진다. 바로 ‘올해 최고’의 리스트들이다. 이런 것이나 비평가협회에 투표하는 걸로 만족하지 않는 몇몇 동료들은 자신의 리스트를 만들어 주소록에 있는 모든 이에게 이메일을 보내곤 한다. 이들 중 몇개는 비평가에게 합당하지 않은 다양성의 결핍을 드러내어 읽는 것이 난처할 정도다(대부분 미국영화에 다른 나라 작품 두개 정도를 더해 만든 리스트). 다른 리스트들은 흥미롭게도 비 미국영화 대부분이 서구 시장에 얼마나 더디게 진입하는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런데 몇몇 비평가는 리스트 만들기에 한술 더 떠 그들이 본 영화들을 가지고 좀더 넓은 의미의 메시지를 추론하려 든다. “올해는 영화에 있어 좋은 해였나?”라고 묻는다. 도대체 그것을 어떻게 안단 말인가?
나는 결코 세계영화에 “좋고” “나쁜” 해가 있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영화제 작품 선정자들은 자기 프로그램이 비판받을 때 이런 것으로 핑계 삼
[외신기자클럽] 2005년 나를 짜릿하게 만든 순간들 (+영어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