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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들이 서커스를 한다. 화려한 복장의 첫째(박시연)와 아들(하정우)이 무대 중앙으로 걸어나온다. 마술상자의 장막을 걷으면 고양이처럼 웅크린 막내(고주연)가 묘한 웃음을 짓는다. 전북 군산시 금동 공터에 자리잡은 서커스 천막은 <구미호 가족>의 촬영현장이다. 300개가 넘는 이벤트 라이트와 백열전구, 샹들리에의 양초가 형형색색의 빛을 뿜어낸다. 서커스장 조명을 조정하기 위한 콘솔이 무대 입구쪽에 따로 마련됐다. 임재영 조명감독은 “일반적인 이벤트 조명을 피해서 시간의 변화와 공간감을 미세한 톤으로 잡아내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세트는 서커스장과 구미호 가족의 살림집으로 양분된다. 정은정 미술감독은 “원래 굴에서 사는 여우의 습성을 연상시키는 구조, 천연소재와 나무를 주소재로 해서 약간은 원시적이고 동화적인 느낌의 공간”이라고 밝혔다.
막내가 동물로 변하는 둔갑술은 영화의 카메라 트릭과 쌍둥이 같다. 상자 속에 들어앉은 막내와 맞은편 이동차 위에서 몸을 기울인 최진웅
구미호들 재주 한번 보실래요? <구미호 가족>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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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열한 거리>는 복고적이다. 가족과 의리를 지키려는, 고전적인 의미의 건달인 병두는 자기가 믿고 있는 가치와 신념 때문에 결국 몰락해야만 하는 운명이다. 그를 파괴하는 것은 외부의 비열함이라기보다는, 그 자신이 가진 고상한 결함 때문이다. 고전적 인물이 어떻게 추락할 수밖에 없는가를 보여주는 과정은 섬세하지만, 지나치게 서술적이어서 좀 지루하다. -김봉석/영화평론가
한마디로 재미있고 리얼하다. 그외에도 네가지 장점을 들수 있다. 첫째, 호화로운 액션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말그대로 진흙탕 싸움의 '비루함'을 구현했다는 것. 둘째, 조폭이 의리에 살고 죽는다는 허구에 빠지지 않고, '비열함'이라는 본연의 속성의 그렸다는 것. 셋째, 폭력을 남성신파나 노스텔지어로 소비하는 감상주의에 빠지지 않고, 끝까지 비판의식을 유지했다는 것. 넷째, 조폭과 민간인이라는 이분도식에 빠지지 않고, 하나의 '비정한 욕망'으로 아우르는 통찰을 보여주었다는 것. 영화는 영리하게도 자신이 빠질
<비열한 거리> 전문가 100자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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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그거.” 100여명의 취재진이 물러가는 동안 조승우와 유해진을 붙잡고 한참 상의하던 최동훈 감독. 결국 만족스러운 미소를 흘린다. 현장에서 제작진들이 ‘시연의 왕자’라고 부를 만큼, 최 감독은 연기 시범에 능하다. 진짜 타짜들이 주로 사용한다는 고난이도 기술 ‘밑장 빼기’도 능숙하게 선보일 정도다. 단, 배우가 똑같이 자신의 연기를 재연하기를 원하진 않는 듯하다. 고니(조승우)가 자신을 화투판으로 끌어들여 가산을 탕진하게 만든 박무석을 찾아가 멋지게 복수한 뒤 단짝 고광렬(유해진)과 담배 한 모금을 나눠 피우는 장면. 한번의 시연 뒤에 최 감독은 ‘조금, 조금만 더∼’라며 배우들만이 갖고 있는 뭔가를 간절한 표정으로 갈구한다. 판돈을 키우라고 옆구리 쑤시는 도박판의 바람잡이처럼 추임새를 넣던 최 감독. 끝내 원하는 것을 얻었는지 ‘슛’을 외친다. 5월25일, 부산 야경을 한눈에 맛볼 수 있는 황령산 기슭. 이곳에 거대한 하우스를 마련해 취재진을 불러들인 <타짜>
도박판을 통해 바라보는 세상, <타짜>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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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퍼 애니스톤과 빈스 본이 현실에 이어 영화에서도 커플로 출연한 <브레이크 업>이 3천810만달러의 개봉성적으로 1위로 등극했다. 지난 해 브래드 피트와 이혼 후 빈스 본과의 새로운 로맨스가 계속해서 보도된 이래로 그들이 함께 출연한 영화 소식까지 하루도 애니스톤-본 커플의 소식이 전해지지 않은 날이 없었다고 하는데 주위를 둘러보면 누군가는 애니스톤의 이야기를, 누군가는 애니스톤-피트의 이야기를, 그리고 또 누군가는 애니스톤-본의 이야기를 하고 있을 정도라고. 배급사인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책임자는 <브레이크 업>의 개봉성적은 배급사 기대치보다 1천달러 높다고 덧붙였다.
4일동안 이어진 메모리얼 데이 연휴동안 이전 2편을 능가하는 인기를 보여준 <엑스맨: 최후의 전쟁>은 전주 대비 67%의 가파른 하강세를 보이며 2위로 하락했다. 둘째 주에 돌연변이들이 벌어들인 수입은 3천435만달러. 개봉 10일째에 접어드는 <엑스맨: 최후의 전쟁>의
<브레이크 업>, <엑스맨: 최후의 전쟁> 누르고 美 박스오피스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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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의 메시지, 전송 안 하면 죽는다!
“전송하면 죽지 않아.” 휴대폰 메시지로 옮겨다니는 죽음의 바이러스, <착신아리 파이널>이 5월24일 저녁 5시 도쿄 이이노홀에서 최초로 공개됐다. 촬영의 70%가 부산에서 이뤄진 <착신아리 파이널>은 일본의 고교생들이 부산으로 수학여행을 온다는 설정으로 일본의 가도카와 픽처스와 한국의 CJ엔터테인먼트가 공동 제작한 작품. 이날 자리에는 <착신아리> 시리즈의 제작자 아리시게 요이치와 주연배우 구로키 메이, 호리키타 마키, 장근석 등이 참석했고, 영화 시사에 앞서 진행된 기자회견에는 영화에 출연했던 학생들이 교복 차림 그대로 무대에 올라 주목을 받기도 했다. <착신아리 파이널>의 중요한 컨셉은 전송이다. 아리시게 PD는 “<착신아리> 시리즈의 원작자 아키모토 야스시가 휴대폰의 기능 중 하나인 전송을 통해 사건을 풀어가겠다고 했다”며 이번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죽음의 메시지를 다른 누군가에게
[현지보고] <착신아리 파이널> 도쿄 시사 및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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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mm영화가 충무로에서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김태용 감독의 <가족의 탄생>과 류승완 감독의 <짝패>가 그 주역이다. 슈퍼16mm(16mm필름의 사운드영역까지 촬영에 이용하는 방식)로 촬영된 <가족의 탄생>은 2.35 대 1의 시네마스코프, <짝패>는 1.85 대 1의 비스타비전으로 블로업됐다.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낸 <가족의 탄생>과 <짝패>는 20억원 내외의 순제작비로, 한국영화 평균 제작비에 못 미치는 예산으로 만들어졌다. 상대적 저예산에도 불구하고 두 영화의 화질은 “기존 35mm영화와 큰 차이를 느낄 수 없다”는 게 세간의 중평이다.
35mm영화 수준의 화면 퀄리티 구현 가능
한때 독립장편영화의 돌파구로 여겨졌던 16mm영화(이하 16mm)가 퇴색한 원인은 디지털시네마 때문이다. 영화학교의 수업도 6mm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영화로 급격히 재편됐고, 독립영화의 장편 작업도 HD를 비롯한 디지털카메라에
<가족의 탄생>과 <짝패>를 통해 본 슈퍼 16mm영화의 성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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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칸영화제에서 상영된 일본영화라고는 인기 많은 오다기리 조가 출연하고 니시카와 미와 감독이 연출한 살인미스터리 장편 <유레루> 한편밖에 없었다. 감독주간 사이드바에 선정된 이 영화는 영화제 공식선정 목록 발표보다 뒤늦게 발표됐다. 한주 동안, 최근 몇년 만에 처음으로 칸에 단 한편의 일본영화도 가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일본 영화업계가 자신들의 영화를 보는 칸의 시각에 혼란해하고 당황하게 된 것은 올해가 연속 2년째다. 2005년, 업계 밖에서 비주류로 활동하던 감독들이 만들었던 두편의 영화가 칸의 주요 섹션에서 레드 카펫을 밟게 됐다. 널리 비판받았던 이 두 작품은 스즈키 세이준 감독의 장난스러운 <오페레타 너구리 저택>과 고바야시 마사히로 감독의 <배싱>이었다. 두 감독은 전에는 종종 독자적인 배급에 기대어 자신들의 영화를 걸 국내 극장을 찾기 위해 힘들여 싸워왔던 이들이다.
국내에서나 해외에서나 거의 옹호자를 찾아볼 수 없었던 <
[외신기자클럽] 칸에서 일본영화가 보이지 않았던 이유 (+영어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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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엔진 회사인 토런트스파이(www.torrentspy.com)가 미국영화협회(MPAA)를 고소했다. MPAA가 지난 2월 해적판 영화파일 공유를 조장했다는 이유로 토런트스파이를 고소한 뒤에 해커를 고용, 이 회사에 관한 정보를 캐냈다는 혐의다. 로스앤젤레스 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토런트스파이는 MPAA의 직원이 재정 및 경영 등에 대한 자사의 정보를 해킹하기 위해 1만5천달러를 주고 해커를 고용했다고 주장했다. 이 회사는 또한 자신들은 P2P서비스가 아니라 검색서비스를 제공했을 뿐이라며 MPAA의 소송에 거세게 반발하는 중이다. MPAA의 대변인 코리 버너드는 이에 대해 토런트스파이쪽의 맞고소가 불법파일 공유에 대한 소송을 취하하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이라고 일축했다. MPAA는 토런트스파이와 몇개의 검색엔진 회사가 불법 영화파일이 대부분인 대용량 파일의 위치를 확인하고 공유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고 고소한 바 있다.
불법파일 공유나 해킹이나 음지의 일이긴 매한가
[What's Up] 미국, 불법파일 공유 문제로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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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여름을 향해 풋유어핸즈업. 몬트리올의 힙합퍼들은 다른 어느 곳과 마찬가지로 그래피티에 열을 올리고 디제잉에 빠져 있으며 브레이크 댄스를 춘다. 그런데 몬트리올에는 이와 함께 2년 전부터 시작된 국제 힙합영화제가 그들의 끈끈한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있다. 힙합 새내기들이 그저 힙합바지만 입으면 마니아가 된 듯 착각하게 마련이듯, 영화제의 처음도 미약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2년이 흐른 지금, 디제잉을 마스터하고 그래피티를 위한 준비물을 모두 갖추고 헤드스핀을 할 수 있게 된 힙합맨처럼, 영화제도 한층 성장한 모습으로 힙합퍼들을 맞이한다.
국제힙합영화제는 일단 콩코르디아 대학 내의 작은 극장에서 시네마 뒤팍으로 장소를 옮겨 힙합퍼들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이름마저 생소한 이 영화제를 찾게 만들었다. 프로그래밍 역시 더없이 알차기만 하다. 케빈 핏제랄드의 <프리스타일: 라임의 예술>, 파블로 아라베라의 <넥스트: 그래피티의 기초> 등이 있고, 힙합의
[몬트리올] 국제힙합영화제, 참 잘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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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리우드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놓고 영화인들과 한 지방 정부간의 분쟁이 한창이다. 특이하게도 쟁점은 영화 내용을 둘러싼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한 배우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권리에 관한 것이다. 분쟁의 시발점은 주연배우 아미르 칸의 발언이었다. 그는 영화 <라간>으로 오스카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던 배우. 최근 아미르 칸은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의 나르마다강 유역에서 진행 중인 122m 높이의 댐 건설에 대해 “댐 건설에 반대하진 않지만 이로 인해 집을 잃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의 터전이 보장되어야 한다”라며 댐 건설 반대운동자들에게 지지를 표명했다.
그의 발언 직후 구자라트 주정부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일개 배우가 댐 건설 반대운동자들을 지지할 권리는 없다며 아미르 칸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여기에 인도인민당(BJP) 지도자인 말호트라까지 가세해 아미르 칸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칸이 사과를 거절하면서 사태가 심각해졌
[델리] 개인에게 표현의 자유를 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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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유료 다운로드 사업에 속속들이 합류하고 있다. 지난 5월31일 디즈니는 인터넷 영화사이트 시네마나우(CinemaNow)를 통해 과거 제작한 영화와 신작의 다운로드 서비스를 제공할 것임을 밝혔다. 시네마나우를 통해 다운받은 영화파일은 DVD로 복제할 수는 있지만 일반 DVD 플레이어에서는 재생이 불가능하며, 컴퓨터 모니터나, 휴대용 재생기와 연결된 TV모니터 등을 통해 3회까지 재생 가능하다. 신작의 경우 20달러, 예전 작품은 10달러의 가격이 책정되며, 각 영화의 다운로드가 가능해지는 시기는 DVD 출시일과 같다. 이에 따라 디즈니는 6월20일와 27일에 각각 <에이트 빌로우>와 <아나폴리스>의 DVD 판매와 다운로드 서비스를 동시에 시작할 예정이다.
디즈니의 다운로드 서비스 시작 결정이 그 자체로 새로운 것은 아니다. 지난 4월부터 워너, 유니버설, 소니, 파라마운트, 폭스, MGM은 PC 다운로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무비링
할리우드 최고의 화두는 ‘다운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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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과 밥 웨인스타인 형제의 회사 더 웨인스타인 컴퍼니(이하 TWC)가 아시아영화 수입전문 레이블 ‘드래곤 다이너스티’(Dragon Dynasty)를 런칭할 것이라고 5월23일 <파이낸셜 뉴스>가 보도했다. 이를 위해 TWC는 미국 최대의 중국어권영화수입사인 포츈스타엔터테인먼트로부터 43개 타이틀에 대한 판권을 사들인 상태다. 여기에는 성룡, 이연걸, 주성치, 양자경, 홍금보 등 홍콩·중화권 스타들의 출연작이 다수 포함돼 있다.
TWC는 이미 쇼브러더스사의 영화 50편의 판권과 <영웅본색> <첩혈쌍웅> <첩혈속집> <첩혈가두> 등 오우삼의 홍콩시절 영화들에 대한 판권을 오래전부터 차근차근 사들여왔다. 따라서 TWC는 이번 포츈스타엔터테인먼트와의 계약으로 100여편에 달하는 아시아영화 판권을 소유하게 된 셈. 하비 웨인스타인은 <파이낸셜 뉴스>를 통해 “밥과 나는 오래전부터 아시아영화의
<옹박: 두번째 미션> <칠검> 북미서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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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정상 궤도 진입은 가능할 것인가. 김홍준 집행위원장 해촉, 김영덕, 김도혜 두 프로그래머 해고 등 부천시장(홍건표)과 조직위 이사회가 중심이 되어 만들어낸 파행 운영의 시나리오 결과, 부천영화제는 영화인들의 보이콧, 관객점유율 26%로 하락, 2005년 말 문화관광부가 발표한 한국 영화제 등급 중 최하위, 국고 예산 1억원 이상 삭감 등 수치스런 기록의 한해를 보냈다. 이에 이장호 새 집행위원장 체제와 함께 구성된 집행위원회는 일부 정관 개정을 통해 조직위원장직을 선출직으로 한다는 것과 향후 반드시 집행위를 두어야 한다는 조항을 넣는 등 영화제를 새롭게 하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5월3일에는 “이사회 총사퇴 및 새 인사로 재구성, 사무국장 교체, 2005년 해촉 사태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 및 김홍준 전 집행위원장의 명예 회복, 스탭 4명 중 희망자에 한해 복귀, 정관의 계속적인 검토” 등 그동안 영화계가 제기한 의견들을 수렴하여 부천시에 공식 통보
[충무로는 통화중] ‘판타스틱’한 회생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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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와 싸이더스FNH가 300억원 규모의 영화펀드를 조성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싸이더스FNH의 모회사인 KT는 5월30일 투자전문위원회를 열어 싸이더스FNH 영상투자조합을 결성키로 합의했다. 싸이더스FNH의 한 관계자는 “아직 투자사별로 구체적인 금액이 결정되진 않았다. KT쪽을 비롯해서 다른 투자사들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싸이더스FNH와 KT가 200억원 정도를 마련하고 나머지는 창투사, 은행 등 금융권에서 확보하는 식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올해 초부터 추진된 펀드 조성은 다음달인 7월 내에는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KT와 싸이더스FNH의 펀드 조성 소식이 알려지면서 충무로에서는 싸이더스FNH가 자체 배급을 위한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충무로의 한 제작자는 “자체 라인업이 충분한데 굳이 배급을 안 할 이유가 있겠느냐”면서 “정황적으로만 놓고 보면 이번 펀드 조성은 배급시장에 뛰어들겠다는 의지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싸이더스FNH, 배급 시장 뛰어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