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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은 나 자신의 근본으로 회귀하는 영화다. 이 영화는 어떤 의미에서 나 자신과의 화해를 구하는 것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내 청춘과의 화해였다. 나의 젊은 시절을 정리한 것이다. 또한, 이 영화는 죽음에 대한 시선을 그리고 있기도 하다”고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올해 칸영화제에서 밝혔다. <나쁜 교육> 이후 만들어진 알모도바르의 신작 또는 스스로 회귀에 관한 이야기라고 표명한 영화 <귀향>은 어린 시절을 라만차에서 보낸 알모도바르의 경험과 그의 독특한 영화적 구성이 결합되어 완성된 영화다.
라이문다(페넬로페 크루즈)와 그녀의 언니 솔레는 부모가 화재로 세상을 뜬 뒤 고향인 라만차에서 떨어져나왔고, 오랫동안 마드리드에서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라이문다에게는 쓸모라고는 없는 고주망태 남편과 사춘기에 접어든 어린 딸이 있고, 솔레는 남편과 이혼한 뒤 혼자 불법 미용실을 운영하며 살아간다. 어느 날, 라이문다는 언니 솔레에게서 고향에 있는 이모의 사망
고향에서 청하는 청춘과의 화해, <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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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재미없지.” 식탁에 둘러앉은 채 수저를 든 이범수, 오지호, 조희봉을 향해 백동현 촬영감독이 한마디 던졌다. 그럼에도 오지호와 조희봉의 시선이 계속 어긋나자 이번엔 무전기를 통해 조진규 감독의 조언이 날아들었다. 비교적 여유가 있는 이범수는 그 틈을 타 접근해온 방송사의 카메라를 향해 “여름엔 밥이죠”, 너스레를 떨었다. 멍을 그린 분장으로 얼굴이 온통 얼룩덜룩한 세 남자는 배역에 몰입한 때문인지 언뜻 보기에도 건달 같았다. 배우들이 보이지 않아서 답답했을까, 잠시 뒤 세트 안으로 걸어들어온 조진규 감독은 “시선이 너무 높다”며 지시를 내렸다. 모니터를 바깥에 설치해둔 탓에 조진규 감독은 전할 말이 있을 때마다 매번 세트 안팎을 오가야 했다. 그 사이 현영과 서기는 옌볜 사투리를 교습받느라, 통역과 대화를 나누느라 각자 바쁜 모습이었다.
쉽게 엮이지 않는 다섯 배우를 모은 것은 <조폭 마누라3>. <조폭 마누라>를 연출하며 충무로에 입성한 조진규 감독
조폭도 통역이 되나요? <조폭 마누라3>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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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쿼터 원상회복을 위한 마지막 주자는 시민이다. 문화침략 저지 및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대책위는 “이번 주말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시민과 함께 하는 스크린쿼터 원상회복 촉구의 밤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3월 6일부터 시작된 영화인들의 광화문 장외철야농성은 7월 30일자로 목표였던 146일을 맞이한다. 7월29일에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의 민규동 감독, 30일에는 <살인의 추억>의 김형구 촬영감독이 참석한다. 영화인대책위 양기환 대변인도 동석한다. 참가를 원하는 시민에 한해 하루에 15명씩 이틀에 걸쳐 총 30명이 영화관람 후 그들과 함께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한편 한국감독협회(이사장 정인엽)는 한국영화시나리오작가협회에 이어 “스크린쿼터 축소저지 투쟁을 독자적으로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감독협회는 "한미FTA 저지 운동과 연계하면서 스크린쿼터 저지 운동이 이념투쟁화되고 있다"며 영화인대책위와 스크린쿼터 문화연대의 현재 노선에 반대하고 있음을
스크린쿼터 원상복귀 투쟁 - 마지막 밤은 시민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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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브이에게 매니저가 생겼다. 전통의 한국 애니메이션 캐릭터 로보트 태권브이가 나무액터스와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은 것. 이번 계약은 신씨네와 태권브이의 캐릭터 관리를 위해 만든 법인인 (주)로보트 태권브이의 신철 대표가 처음 제안하면서 성사됐다. 문근영, 김태희, 김지수의 소속사인 나무액터스와 (주)로보트 태권브이는 공동으로 전담팀을 구성해 향후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오늘 로보트 태권브이는 예술의 전당에서 탄생 30주년 기념 생일잔치와 함께 매니지먼트 계약 체결 조인식을 가진다.
매니저 생긴 태권브이, 나도 연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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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인간의 교감을 그린 영화 <각설탕>이 7월24일 기자시사를 통해 공개됐다. 기수였던 엄마가 세상을 떠난 뒤 시은(임수정)은 장군이라는 말을 엄마 삼아 자란다. 기수를 꿈꾸게 된 시은은 장군이 죽으면서 낳은 말 천둥을 동생처럼 보살피지만, 어린 딸이 평범하게 살기를 바라는 아버지(박은수)는 천둥을 팔아버린다. 천둥과 헤어진 뒤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기수학교에 들어간 시은은 말보다는 돈을 우선으로 여기는 승부의 세계에 환멸을 느낀다. 그러나 고향으로 향하던 시은은 나이트클럽 홍보용 말이 되어버린 천둥을 2년 만에 맞닥뜨리고, 강직한 윤 조교사(유오성), 천둥과 조를 이뤄 경기장에 복귀한다.
엄마가 없다는 공통점을 지닌 기수와 말은 오랜 세월이 흘러도 서로에 대한 신의를 잃지 않고, 비열한 승부조작을 일삼는 악당에 맞서는 선한 사람들은 말에 대한 애정과 진정한 승부를 향한 집념을 포기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가장 중요한 마지막 승부의 순간에는 가슴 졸이며 주인
언론에 첫 공개 된 <각설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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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상자료원이 한국영화 100선을 선정했다. 선정된 100편의 작품은 한국영상자료원의 보유목록 중 1996년 이전 작품을 대상으로 했다. 양주남 감독의 1936년작 <미몽>부터 임권택 감독의 1996년작 <축제>에 이르는 한국영화 100선은 아카이브가 선정한 목록답게 1960년대 이전 작품이 다수 포함됐다. 감독별로는 임권택 감독이 9편, 이만희 감독이 7편, 김기영 감독과 신상옥 감독이 5편으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배우로는 국민배우 안성기와 김진규가 14편, 신성일이 11편을 선정목록에 올렸다. 여배우로는 최은희가 7편, 엄앵란과 문정숙이 각각 6편으로 수위를 다투었다. 선정작업에는 추천위원 13명이 참여했고, 추천위원 중 영화평론가 김종원, 순천향대 변재란 교수, 중앙대 주진숙 교수, 부산국제영화제 회고전 코디네이터 조영정, EBS 전 한국영화걸작선 이승훈PD가 선정위원회를 구성하여 100편의 작품을 선정했다. 선정작들에 대한 보다 자세한 사항은 7월 2
한국영상자료원 선정, 100편의 한국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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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기간에는 뉴스가 묻혀 기뻤으나, 수해 때문에 다른 뉴스가 없으니 슬프다. 애 안고 얼르느라 서서 발가락으로 신문지를 넘기며 대충 제목만 보는데, 지난 7월17일자 <한겨레>에서 이걸 봤다. ‘한반도 허리 물폭탄…’, ‘황톳빛 계엄령…’. 나라 안에선 천재 아닌 인재라는 큰 물 피해로 사람들이 죽어나갔고, 나라 밖에선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죽도록 공격하고 있는 차에, 이런 ‘전쟁스러운’ 표현은 제발 그만 썼으면 한다. 옆칸을 메우는 이다혜 말대로 이러다가 “환경이 우리를 죽이기 전에 우리가 우리를 죽일 거” 같다.
“내정 간섭을 하려는 건 아니지만 이스라엘의 작전으로 헤즈볼라가 약화되면 레바논 정부의 주권행사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레바논이 치르고 있는 (민간인이 떼로 죽고 기반시설이 쑥대밭되는) 희생과 대가가 크지만, 레바논 정부에도 도움이 된다.”(주한 이스라엘 대사 왈) 이게 자국 병사 두명이 납치당했다는 이유로 일주일 동안 전투기를 2천회 출격시키고 650개
[이슈] 중동 평화의 엑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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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에 참여하면서 생기는 드물지만 소중한 즐거움은 단순히 새로운 영화를 발견하는 것이나 오래된 영화를 재발견하는 데서만 오는 것은 아니라, 때때로 역사가 마법과도 같이 완전히 한 바퀴를 돌아 다시 돌아오는 것 같을 때가 있다.
35년 전쯤 서구에서 홍콩영화에 대한 최초의 폭발적 열광이 있던 시기, <전광석화 같은 발차기 솜씨를 가진 여자>라는 영화가 영국에서 개봉됐다. 당시에 서구에서 개봉되었던 많은 다른 홍콩영화처럼 미국 영어로 엉망으로 더빙되었고 원래 상영시간에서 잘린 채 질 낮은 컬러로 상영됐다. 그러나 외국 개봉판의 허술함에도 불구하고 영화에는 빛을 발하는 허장성세와 집념이 보였다. 알아본 결과- 인터넷과 영화백과사전이 나오기 이전의 시대엔 쉽지 않았는데- 필자는 그 영화의 원래 영어 제목이 ‘황금제비’(금연자)라는 것을 알아냈고, 이미 5년 전에 제작됐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1968년 쇼브러더스 제작에 왕우와 정패패가 출연하고 장철이 감독한 이 영화는,
[외신기자클럽] 영화제가 부리는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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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으로 영화제가 열린다. ‘제다 비주얼 쇼 페스티벌’은 2시간 동안 자국 단편들을 상영하는 것으로 7월12일 밤 막을 올렸다. 사우디아라비아인들은 앞으로 한달 동안 일주일에 3번 영화를 관람할 수 있게 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공공 영화상영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한 나라다. 영화제가 ‘시네마’ 대신 ‘비주얼 쇼’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성상숭배를 금지하는 이슬람교는 사람 형상을 묘사하는 일을 금기시해왔고, 1970년대에는 이 사항이 예술에도 적용된다고 못박았다. 영화의 내용도 문제가 된다. 남녀관계나 노출에 민감한 보수 종교학자들은 미국이 지배하는 영화산업을 섹스와 폭력으로 점철된 외설로 인식하고 있다. 이런 이유들로 1970년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단 한편의 영화도 상영되지 못하다가 지난해에서야 어린이용 만화영화가 상영됐다.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은 “이번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영화들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전통과 관습에 충돌하지 않는다. 영화들은 테
[What's Up] 아마추어라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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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에 또다시 여름이 찾아왔다. 길고 긴 겨울의 끝에 봄 같지 않은 봄을 보낸 몬트리올 시민들은 여름만 되면 또다시 겨울이 닥치기 전에 열심히 놀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듯하다. 모든 축제는 여름을 향해 있고 그 중심에는 판타지아영화제가 있다. 올해도 여전히 참신하고 새로운 영화들로 무장한 영화제가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축제의 열기 속에 몬트리올 영화 마니아들의 영원한 고향인 예술영화관 시네마 뒤팍이 잠정적으로 문을 닫는다는 침통한 소식이 전해져 관객들을 공황상태에 빠뜨리고 있다. 시네마 뒤팍은 다가오는 8월3일이면 문을 닫고 언제 다시 열릴지는 미지수다. 이는 이미 몇달 전 예고된 사태로 프로그래머들의 집단 해고와 할리우드영화 집중 상영 등 파행의 길을 위태롭게 걷다가, 지난 2001년 로벨로부터 시네마 뒤팍을 인수한 다니엘 랑글루아즈 그룹이 결국 재정난을 이기지 못하고 잠정폐업을 선언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에 전 수석프로그래머 돈 로벨은 이 같은 조치는 컬트영
[몬트리올] 시네마 뒤팍, 경영난 이유로 잠정 폐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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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지성의 중심 델리대학이 이색적인 초청강연회를 준비 중이다. 델리대학교 산하 간디기념회의 책임자인 비노드 티야기는 “영화는 가장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매체다”라며 “영화를 이용해 간디의 생애와 사상을 알리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라고 밝혔다. 델리대의 계획은 간디를 다룬 영화 여러 편에 출연했던 발리우드의 두 중견 배우, 나세루딘 샤와 아누팜 케르를 초청해 간디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을 고취시키겠다는 것이다. 나세루딘 샤는 연극 <마하트마 vs 간디>, 영화 <헤이 람> 등에서 간디 역을 맡았던 배우로 인도인들에게 간디 이미지로 가장 깊이 각인된 배우다. 그는 1984년 영화 <파르>로 베니스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극중 간디를 연기한 적은 없지만 아누팜 케르 역시 다수의 간디 관련 영화에 출연한 배우. 그는 지난해 개봉된 <나는 간디를 죽이지 않았다>에서 간디 암살의 책임자가 자신이라는 망상에 사로잡힌 노교수
[델리] 발리우드의 두 배우, 간디 사상 전도사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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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중, 관객의 반응을 편집에 반영하는 목적의 테스트 시사회를 가진 영화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카>를 제외하고는 단 한편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거대예산 영화의 통과의례처럼 여겨지던 테스트 시사회가 자취를 감춘 것은 인터넷에 내용이 유출되거나 악평이 떠도는 것을 방지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스튜디오의 간섭을 피하고 싶어하는 감독들 때문이기도 하다. 스튜디오의 불평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요구를 관철시켜 테스트 시사회를 열지 않은 <다빈치 코드>의 론 하워드, <수퍼맨 리턴즈>의 브라이언 싱어가 좋은 예. 두 사람은 대신 가족과 친구들을 모아놓고 시사회를 열었고, 싱어는 “믿을 만한 사람들에게 영화를 보여준 뒤 15분 정도를 잘라냈다”고 밝히기도 했다. 감독들이 테스트 시사회를 기피하는 추세에 대해 스튜디오쪽은 달갑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 마케팅 관계자는 “주객이 전도되어서는 안 된다. 인터넷이 싫다고 그걸 이유로 영화가 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테스트 시사회 필요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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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도가 침몰한다. 일본 열도가 침몰한다는 내용을 담은 재난영화 <일본침몰>(日本沈沒)이 일본 박스오피스에 흥행 지진을 일으켰다. <로렐라이>(2005)의 하구치 신지가 감독하고 구사나기 쓰요시(<호텔 비너스>)와 시바사키 고(<메종 드 히미코>)가 주연한 <일본침몰>은 제2의 관동 대지진으로 인해 화산들이 연쇄 폭발하고, 그 여파로 일본 열도가 바다 속으로 서서히 침몰해간다는 내용을 담은 제작비 20억엔의 초대형 블록버스터. 지난 7월15일 일본 전역의 316개 스크린에서 동시개봉한 <일본침몰>은 주말 3일 동안 61만7천여명의 관객을 동원해 모두 9억1천만엔(90억원)에 이르는 수익을 거두며 <미션 임파서블3>를 누르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이는 일본 역대 최고 흥행작인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주말 3일 수익을 능가하는 성적으로, 일본 내 박스오피스 관계자들은 <일본침몰&g
<일본침몰> 열도를 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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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도 떠난 이를 향한 기억은 지워지지 않는다. 정은임 아나운서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지 2년째가 되어오지만 그를 추모하는 작은 모임은 계속되고 있다. 1992년 11월부터 1995년 4월, 2003년 10월부터 2004년 4월까지 청취자를 만났던 <정은임의 FM영화음악>(이하 <정영음>)이 많은 시네필의 절절한 교감의 장이 됐던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방송이 중단된 8년 남짓한 기간 중에도 팬들은 PC통신과 인터넷 카페를 통해 <정영음>의 재개를 기다리며 활발히 활동한 바 있다. 정은임 아나운서 사망 1주기를 맞이한 지난해에는 정은임 아나운서의 팬페이지(www.worldost.com)가 ‘정은임추모사업회’라는 이름으로 개편됐다. 사이트를 만든 이영재씨는 이에 대해 “<정영음>에 대한 개인적인 기억을 나누는 팬페이지를 넘어 좋은 일도 하고, 그걸 계기로 정은임 아나운서의 이름을 기억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한다. 현재까지 정은임추
[충무로는 통화중] 정든님, 뜻깊은 행사로 추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