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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라기>의 한 장면. 시댁에서 아내 사린(박하선)이 사과를 깎을 때 구영은 아버지, 작은 아버지와 함께 담소 나누기 바쁘다. 아내 옆에 가서 함께 과일을 깎거나, 자신이 직접 칼을들 만한 센스가 안타깝게도 그에겐 아직 없다. 무구영을 연기한 권율은 “특히 여성 시청자들이 <며느라기>를 보고 나서 구영에게 ‘남편이 저렇게 눈치가 없어서야’라고 핀잔을 주면 성공한 작업”이라고 출연 소감을 밝혔다. <보이스3> <해치> 등 최근 장르 시리즈에서 특화된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던 그에게 이번 시리즈는 “가장 일상적인 면모를 드러낸 작업”이었다고 한다.
-원작 웹툰을 처음 읽었을 때 어땠나.
=구영은 눈치가 없지 않나. 언젠가 결혼하면 아내와 어머니의 관계에서 구영보다는 잘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눈치가 없지만 악의 또한 없는 것이 구영의 특성이다.
=여러 상황에서 센스가 부족해 답답한 면모가 있는데 그렇다고 악의나 편협함이 있는
'며느라기' 권율 - 눈치 없다고 혼나야 성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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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갱년기처럼 며느리가 되면 겪게 되는 시기. 남편의 가족들에게 마냥 잘 보이고 싶은 시기. 평균 지속 기간은 2년 안팎이나 사람에 따라 10년도, 평생도 걸린다는 무시무시한 시기. 수신지 작가는 SNS에 연재한 만화 <며느라기>에 이와 같은 한때를 ‘며느라기(期)’로 명명했다. 11월부터 라디오 <박하선의 씨네타운> DJ로, 드라마 <산후조리원>의 ‘둥이맘’ 은정 역으로 활약하며 카카오TV 드라마 <며느라기> 방영을 앞둔 배우 박하선은 이제 그 시절에서 벗어나 “웃으며 할 말 다 하는” 며느리가 되었다. 자신이 주인공 민사린 같았던 때를 떠올리며 연기했다는 그는 “기혼자가 아니더라도 모두가 누군가의 가족으로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드라마 <며느라기>를 소개했다.
-원작 웹툰의 팬이었다고.
=지금 <산후조리원>이라는 드라마에도 출연 중인데, 실제로 출산 후 산후조리원 동기들이 알려줘서 처음 보기 시작했
'며느라기' 박하선 - 결혼 이후의 삶과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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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동기 민사린(박하선)과 무구영(권율)이 모바일 청첩장을 보내왔다. 11월 21일 카카오TV로 시청자를 초대한다는 이들은 2017년 수신지 작가가 인스타그램에 연재한 웹툰 <며느라기>로 세상에 나와 3년여 만에 드라마화라는 결실을 맺었다. 그런데 결혼에 골인한 두 캐릭터가 보내온 청첩장이 뭔가 이상하다. “행복하게 잘 살겠습니다…?” 부부로서 잘 살아보겠다는 다짐 끝에 점 세개와 물음표가 웬 말인가.
물론 원작 독자들에게는 이 문장부호가 당연하게 느껴질 테다. <며느라기>는 난생처음 며느리라는 호칭을 받아든 사린에게 펼쳐지는 탄식과 의문의 시간을 들여다보는, 본격 ‘시월드 격공일기’이기 때문이다. 대학에선 과 대표였고, 직장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은 사린은 왜 시댁에만 가면 작아지고, 그 쪼그라든 마음으로 자꾸 부엌으로 기어들어갈까.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끼는 건 사린의 남편 구영도 마찬가지다. 아내가 우리 가족에게 잘했으면 좋겠는데, 그럴수록 부부 사이가
인스타툰 원작의 웹드라마 '며느라기' 박하선·권율 - 행복하게 잘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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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병석에 있는 사람이, 부모의 병세를 기록한 책을 꺼내 드는 것은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일이다. 처음부터 울 준비를 하고 (코를 아무리 풀어도 살이 짓무르지 않는 보드라운 각 티슈 상비) 독서를 시작했다. <엄마의 마지막 말들>은 말기암 판정 후 1년간 와병 생활을 한 어머니의 마지막을 인문학자 아들이 기록한 책이다.
말기암과 알츠하이머성 인지저하증을 진단받은 저자의 어머니는 호스피스 병동 여러 곳을 전전했고, 저자는 1년 동안 휴업하고 간병인이자 관찰자로서 어머니의 ‘말’들을 채집했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향정신성 약물을 투여받고 정신이 맑지 않았던 어머니의 말들은 대부분 혼몽하고 정체가 불명하다. 짤막한 한두줄에 그치는 어머니의 발화를 아들이 길게 풀어서 해석하고 거기에 의미를 부여했다고 하는 것이 맞겠다. 병석에서 툭툭 하는 어머니의 말들은 맥락은 없지만 의미가 없는 말은 아니다. 그것을 어머니의 생과 결부하여 독해하면 된다. 환자를 간병해본 사람은 환자의 말
씨네21 추천도서 <엄마의 마지막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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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앞 선술집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두명의 피해자는 서로 접점이 없어 보이는 수의사와 폐기물 처리업자. 범인이 어설픈 영어로 “머니, 머니”를 외쳤다는 목격자 증언에 따라 이 사건은 외국인에 의한 강도 살인으로 단정되어 초동수사가 진행되고 이내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주위로부터 탐문 수사, 신변 조사의 달인, 사냥개 같은 형사라는 평가를 받는 경시청 수사1과 다가와에게 이 사건이 재배속된다. 수사에 잔뼈가 굵은 베테랑 형사지만 승진하기보다는 현장에 남아 미해결 사건을 전담하는 계속수사반에서 일하는 다가와는 늘 하던 대로 상점가를 발로 뛰며 탐문 수사에 임한다. 한편 지방 상권을 잠식하고 정재계를 이용해 몸집을 불려 경제 생태계를 망가트리는 대형 쇼핑몰 옥스마트의 비리를 조사하는 쓰루타 기자의 에피소드 역시 살인 사건과는 다른 방면에서 전개된다.
이렇게 형사의 살인 사건, 기자의 산업 비리라는 서로 다른 사건이 별도의 것처럼 전개되지만 ‘소’라는 접점을 만나며 두 이야기는 새
씨네21 추천도서 <비틀거리는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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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기만한 날들을 위해>에는 정신과를 다니며 우울증약을 처방받는 한편 운전을 배우기 시작한 중년 여성이 등장한다. 그녀는 주부로서 언제나 빈틈없이 일했고 남들 앞에서는 모자람 없어 보이는 신도시의 단란한 가정을 꾸렸으나, 남편의 잦은 외도와 원정 성매매로 내면이 망가진 상태다. 운전은 그런 그녀가 제 삶을 주체적으로 살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작은 수단이다.
박완서 작가의 기념비적 단편 <꿈꾸는 인큐베이터>에서도 운전이 여성의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비추는 도구로 나왔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독자가 있으리라. <꿈꾸는 인큐베이터>와 <기만한 날들을 위해> 사이에는 수십년의 시간이 흘렀건만, 기혼 여성의 삶은 여전히 답답해 숨이 턱 막힌다. 아마도 중산층 4인 가족으로 대표되는 신도시를 배경으로 삼고 있어서 더욱 그럴 것이다. 그렇다고 완전히 같지는 않다. 기혼 여성의 변화를 촉구하는 존재로, 딸이 대표하는 젊은 여성 세대가 새롭게 등장했다.
씨네21 추천도서 <잃어버린 이름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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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체 인구의 대다수가 사는 동안 어느 시점에는 폭력적인 범죄를 경험한다.” 이 문장은 미국에만 해당되지 않기에 <몸은 기억한다-트라우마가 남긴 흔적들>(개정판)은 놓칠 수 없는 책이다. 외상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와 정보를 담고 있는 이 고전은, 트라우마가 하나의 정신 질환으로 인정받기까지의 지난한 역사적 과정부터 트라우마와 뇌 및 신체가 실제로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과학적 근거를 설명하며, 약물 말고 어떤 대안적 치료가 있는지 살핀다.
뇌의 화재경보기 역할을 하는 편도체는 위협을 먼저 감지하여 스트레스 호르몬 시스템을 가동한다. 한편 전두엽은 감시탑 역할을 한다. 위협이 실제로 위험한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그런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발생하면 편도체는 과거와 현재를 구분하지 못하며, 전두엽과의 균형이 깨진다. 또 감각을 인지하는 뇌 영역의 활동이 정지되기도 한다. 그 결과 외상에 시달리는 환자는 언제나 보이지 않는 폭력에 맞서 방어를 취하는 상태로
씨네21 추천도서 <몸은 기억한다 - 트라우마가 남긴 흔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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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은 마거릿 애트우드의 <증언들>과 함께 2019년 부커상을 수상했다. 부커상을 수상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한국에 소개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거나, 높은 확률로 아예 소개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는 이 소설은, 2020년 즈음의 페미니즘을 ‘하나의 목소리’로 부르기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걸작이다.
페미니즘에도 주류와 비주류의 목소리가 존재하며, 여성이라고 모두 의견을 같이하지는 않으며, 때로 갈등하고 마찰한다. 흔히 페미니즘을 명명하고 운동을 시작하고 책(지금은 고전이라고 불리는)을 쓴 백인 여성들의 이야기가 주목받았다면, 버나딘 에바리스토는 흑인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동안 ‘다른 사람들’의 범주로 부차적으로 언급되던(페미니즘의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비백인들의 페미니즘은 말미에 큰 흐름만 언급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삶과 목소리를 담아낸다.
여러 연령대의 흑인 여성의 삶을 중첩시키는 <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
씨네21 추천도서 <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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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이불을 뒤집어쓰고 책장을 넘기는 즐거움을 아시는지. 연말연시를 맞이해 독자들의 선택을 기다리는 좋은 이야기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여기 소개하는 5권의 책 중 당신의 마음에 드는 책은 무엇인가.
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이 추천하는 11월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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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일, ‘멋쟁이 희극인’ 박지선이 세상을 떠났다. 2007년 KBS 공채 22기 개그맨으로 데뷔한 뒤 <개그 콘서트>의 간판스타 중 한 사람으로 떠올랐던 그는 자신을 둘러싼 방송 환경의 변화로 출연 프로그램이 줄어들고 코미디 무대보다 아이돌 관련 행사 무대에 더 자주 서게 된 이후에도 늘 밝고 씩씩한 모습이었다.
카메라 앞의 예능인이라면 웃는 얼굴인 게 당연하지 않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박지선은 정말로 언제나 괜찮아 보였다. 아니, 그는 항상 괜찮다고 말했다. “하하하하하하!”라는 웃음이 그의 상징이었다. 그래서 알 수 없었던 걸까. 11월 7일 방송된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는 “헤아릴 수 없어 가늠하지 못했던 당신의 아픔에 뒤늦은 안부 대신 안녕을 보냅니다”라는 작별 인사를 그에게 건넸다.
사람들을 웃기는 일을 사랑했던 박지선은 자신의 외모를 희화화하는 캐릭터를 여러 차례 연기하고 악성 댓글에 시달리면서도 “제가 못생겼다고 생각하지
'박지선 부고를 접하고' - 안녕, 멋쟁이 희극인 박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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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정의는 스무살이 됐다.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에서 동생 말순이 손을 잡고 홍길동을 쫓아다니던 동이가 어느덧 이만큼 자랐다. 독립영화 <소녀의 세계>와 <히치하이크>에서 보여줬던 풋풋한 미소와 예리한 눈빛을 기억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아역배우 경력 10년. 신인 아닌 신인 노정의가 10대의 마지막 영화로 <내가 죽던 날>을 만났다. 김혜수, 이정은과 함께 주연을 맡은 <내가 죽던 날>은 자살로 추정되는 세진의 실종으로 시작된다. 노정의가 연기하는 세진은 범죄 사건의 주요 증인으로 채택돼 외딴 섬에서 생활하며 경찰의 보호를 받는 10대 소녀다.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애틋한 세진과 달리 현실의 노정의는 연기가 마냥 좋은 싱그러운 스무살이었다.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 롱 패딩을 입고 나타나 “며칠 전에 과 패딩을 받았다”며 웃던 노정의는 “연기력과 인성, 모두 갖춘 배우가 되고 싶다”고 꿈을 밝혔다.
-<내가
'내가 죽던 날' 노정의 - 10대의 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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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파는 시끄럽게 일어나세요.” 주경과 수호가 마침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자 댓글 창에는 어김없이 ‘수호파’의 환호가 이어졌다. <여신강림>의 주경과 서준, 수호의 삼각관계로 독자들이 ‘수호파’와 ‘서준파’로 나눠 인물들의 사랑을 응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만큼 <여신강림>에 대한 독자들의 애정이 깊다는 방증이다.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되고 있는 <여신강림>은 외모에 대한 고민으로 메이크업에 관심을 가지면서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꿈을 꾸게 된 주경의 성장과 변화를 다룬 작품이다. 10대의 외모에 대한 관심과 진로 고민, 좋아하는 상대와의 미묘한 감정선 등을 묘사해 1020 독자들의 많은 공감을 얻었다. <여신강림>은 연재 3화 만에 화요 웹툰 1위를 탈환하고 국내뿐 아니라 미국에선 라인웹툰 인기순위 2위(지난해 11월 기준), 대만 라인웹툰에서는 압도적인 차이로 현재 인기순위 1위에 올랐다. 네이버웹툰에서만 120만명이 관심 웹툰으로 설정했
[스페셜①] 웹툰 '여신강림' 야옹이 작가 - 이상형과 비슷한 캐릭터 응원하며 보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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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웹콘텐츠의 시대다. 웹툰과 웹소설로 대표되는 웹콘텐츠 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바탕으로 영화, 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로 옮겨지며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다양한 플랫폼의 웹콘텐츠 IP를 기반으로 원천 콘텐츠의 발굴부터 타 매체로의 확장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는 추세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에서 연재된 웹툰을 바탕으로 제작된 카카오TV 오리지널 드라마 <며느라기>의 방영을 앞두고 <씨네21>에서 웹콘텐츠 시장의 흐름과 현황을 정리해보았다.
웹툰, 웹소설의 부상과 더불어 전성기를 맞은 K-스토리텔링의 현주소를 점검해보고 웹콘텐츠가 영상 매체, 영상 산업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살펴보려 한다. 이에 맞춰 김칸비, 황영찬 작가의 <스위트홈>, 해화 작가의 <사내맞선>, 박경란 작가의 <이미테이션>, 야옹이 작가의 <여신강림>, 박새날 작가의 <템빨>까지 웹소설 및 웹툰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
[스페셜] 한국 웹툰과 웹소설은 미디어와 국경을 어떻게 뛰어넘는가 ①~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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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지금의 중국 드라마와 영화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는 작품 BEST10 ①>에서 이어집니다.
최근 중국 영상 콘텐츠의 흐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작품 10편을 엄선했다. 영화와 드라마, OTT 오리지널 시리즈 등 다양한 포맷에서 성취를 거뒀으며, 절반 이상이 올해 공개된 작품들이다. 10편 모두 국내에 서비스되는 작품으로, 각 플랫폼에서 한글 자막과 함께 편하게 볼 수 있으니 안심하고 즐길 것.
<내 남자친구는 착쁜놈> 半个喜剧
감독 주신, 유로 / 출연 임소석, 우위한, 류신 / 영화 111분 / 스마트시네마
솔직 당당한 은행원 모모(임소석)는 출신, 재력, 연애 스타일까지 판이한 두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들은 바로 베이징의 금수저 바람둥이 정둬둬(류신)와 그에게 얹혀사는 동베이 출신 숙맥 쑨퉁(우위한). 다른 여자와의 결혼을 앞둔 정둬둬와 연애 한번 해본 적 없는 쑨퉁 사이에서, 모모는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선택을 내
지금의 중국 드라마와 영화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는 작품 BEST10 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