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해를 결산하는 시즌이 돌아왔다. 여러모로 전무후무한 사건들이 많았던 1년인 만큼 어떤 방식으로 2020년을 마무리해야 할지 고민이 깊다. 무엇보다 올해는 관객 개개인이 영화를 관람하는 패턴이 완전히 달라졌다. 영화를 만나는 플랫폼이 그 어느 때보다 다채로워졌으며 영화를 처음 접하는 시기도 개봉 직후부터 수개월 뒤까지 천차만별이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11월 말부터 집계 중인 <씨네21> 올해의 베스트 영화 설문 방식 또한 변화가 불가피했는데, 필자들로부터 어떤 리스트를 받게 될지 사뭇 궁금하다. 이번호부터 12월 셋쨋주 발행될 송년호까지 이어질 다양한 결산 기사에 주목해주시길 바란다.
연속 결산 기사의 시작을 알리는 이번호 특집의 주제는 ‘배우’다. <씨네21>은 매년 올해를 빛낸 남녀 배우와 신인배우를 선정해 소개하고 있지만 짧은 선정의 변에 배우들의 특별한 순간을 담아내기엔 아쉬움이 크다고 느꼈다. 더불어 코로나19라는 극한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해
[장영엽 편집장] 2020년의 얼굴들
-
지난 11월27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콜>에서 무시무시한 살인범 영숙 역을 맡은 배우 전종서가 화제다. 데뷔작 <버닝>에서 미스터리한 면모로 눈길을 끌었던 그가 이번에는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가진 살인마로 변신했다. 아이 같은 천진난만함부터 폭발적으로 돌변하는 광기까지. 전종서는 <버닝>에서도 보여줬던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매력을 스릴러 장르에 접목시켜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고 있다.
<콜>은 단편영화 <몸 값>으로 이례적인 주목을 받았던 이충현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콜> 시나리오를 작업 중이던 이충현 감독은 <버닝>에서 전종서를 처음 본 뒤 영숙 캐릭터를 구체화했다. 시나리오가 배우에게 맞춰진 만큼 전종서는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모습을 보였다. <버닝>과 <콜> 단 두 편의 영화로 관객들을 사로잡은 전종서. 데뷔작 <버닝>에 관한 이야기, 배우가 되기 위
희대의 여성 살인마 탄생, <콜>의 배우 전종서는 누구?
-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직전인 올해 초 미국 실리콘밸리에 다녀왔다. 인공지능과 자동화 시대를 앞장서서 주도하고 있는 그곳의 양극화 실태를 취재하기 위해서(필자는 시사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KBS 기자다.-편집자). 아마존, 구글, 애플 등 현재 전세계 시가총액 톱10 기업은 모두 이용자 데이터를 원료 삼은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화를 이루고 이를 통해 막대한 부를 끌어모으는 회사들이다. 세계 부자 1위인 아마존 창업주 제프 베이조스의 자산 규모는 공개된 것만 1130억 달러(약 125조원)에 이른다. 기업들이 천문학적 부를 쌓아가는 동안 실리콘밸리 지역의 부동산 시세는 하늘을 찌르는 수준이 됐다.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가장 작은 원룸 월세는 3천달러(약 330만원) 아래를 찾기 어렵다. 지은 지 50년 된, 방 2칸에 욕실 1개짜리 허름한 주택이 매물로 나와 찾아가봤는데 적어도 200만달러(약 22억원)는 받아야 한다고 했다. 집값을 감당하지 못하는 다수의 직장인들이 차에서 먹고 잔다.
'힐빌리의 노래'가 고백하는 백인 하층민의 유전자
-
제14회 아카데미 시상식
1942년 2월에 열린 제14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1941년 12월 일본의 진주만 공습으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뿐만 아니라 1942년의 아카데미는 ‘이변’의 시상식으로 회자되곤 한다. 오슨 웰스의 <시민 케인>은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각본상, 미술상, 촬영상, 편집상, 음악상, 음향상까지 9개 부문에 후보로 오르지만 수상은 각본상 하나가 전부였다.
공동 각본가로 크레딧에 이름을 올린 허먼 J. 맹키위츠와 오슨 웰스는 시상식에 참석하지도 않았다. 오슨 웰스는 브라질 리우에서 새 작품을 준비 중이었고, 트로피는 RKO 픽처스 대표가 대신 받았다. 이때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해 4관왕을 차지한 영화는 존 포드의 <나의 계곡은 푸르렀다>다. 존 포드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만약 <시민 케인>의 모델이 된 언론 재벌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가 전방위적으로 <시민 케인>의 흥행과 수상을 방해하지 않았다면
[스페셜] <맹크> 깊이 보기 - 그래서 <시민 케인>은 누가 썼다고?
-
-
미국의 대공황
<맹크>의 배경인 1930년대는 대공황으로 진통을 겪으면서도 동시에 영화산업은 꾸준히 성장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시대다. 1929년 10월 24일 주가 대폭락을 신호탄으로 미국은 사상 최대의 경제 대공황을 겪는다. 미국의 거리는 실업자들로 넘쳐났다. 할리우드 영화산업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부익부 빈익빈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가난한 영화인들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스튜디오 주변을 맴돌았지만 스튜디오의 고위층은 호화로운 생활을 유지했다. 대공황 시절 할리우드는 막 유성영화 시대를 맞이하고 있었고, 삶이 힘들어지자 영화라는 마법은 대중에게 더 짙은 호소력을 띠었다. <킹콩>(1933), <오즈의 마법사>(1939) 같은 영화가 모두 대공황기에 탄생했다.
한편 <맹크>에도 나오지만, MGM은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자 직원들의 임금을 삭감한다. 임금 삭감을 발표하면서 MGM의 루이스 B. 메이어 회장은 말한다.
[스페셜] <맹크> 깊이 보기 - 할리우드는 진보? 처음엔 아니었다네
-
“사람들이 극장에 오게 만드는 방법이 뭘까?”(<맹크>의 루이스 B. 메이어 대사 중)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내러티브 구조와 할리우드식 제작 시스템 그리고 장르 문법은 <맹크>의 시대에 구축됐다. 할리우드의 황금시대를 이끌었던 메이저 스튜디오 5개사 MGM, 20세기 폭스, 워너브러더스, 파라마운트, RKO는 배우 및 스탭들과 장기 계약을 맺어 영화를 만들고 소유한 극장을 통해 배급·상영해 이윤을 극대화했다. 돈을 버는 것을 최우선시하는 제작자 입장에서 그 목표를 가장 충실히 달성할 수 있는 수직적인 통합 구조를 만든 것이다.
1920년대 초부터 1950년대까지 할리우드를 이끌었던 이 시스템에 대해 토머스 샤츠는 <할리우드 장르>에서 ‘스튜디오의 천재성’이라 일컬었다. “이 시스템은 관객의 반응에 따라 자신의 작업을 측정 가능케 하기 때문에 성공적인 스토리와 테크닉의 반복을 촉진시킨다. 스튜디오들은 개별적인 상업적 노력과 함께 영화의 기존 관습에
[스페셜] <맹크> 깊이 보기 - 할리우드의 황금시대, 어떤 일이 있었나
-
허먼 J. 맹키위츠(1897~1953)
허먼 J. 맹키위츠는 시나리오작가로 활동하기 전 기자 및 드라마 평론가로 활동했다. ‘뉴욕에서 가장 재밌는 사람’ 소리를 듣던 그는 할리우드로 향해 자신의 장기를 영화에 녹여내기 시작한다. 파라마운트와 MGM을 거치며 <8시 석찬>(1933), <오즈의 마법사>(1939) 등 수십편에 참여했는데, 엔딩 크레딧에 이름이 기재되지 않은 경우도 수두룩했다. 대표적인 예가 <오즈의 마법사>. 캔자스의 일상은 흑백으로 환상의 세계인 오즈는 컬러로 그리자는 아이디어는 바로 그의 머리에서 나왔다. 하지만 맹키위츠는 술에 빠져 지내는 날이 많았다. <맹크>에도 나오는 대사지만 “내가 같이 일하기 싫은 제작자가 반, 나와 일하기 싫은 제작자가 반”인 상황일 때 오슨 웰스는 맹키위츠에게 시나리오를 맡기고, <시민 케인>이 탄생한다.
오슨 웰스(1915~85)
<시민 케인>이 탄생하기 전의 일
[스페셜] <맹크> 깊이 보기 - 오슨 웰스, 메리언 데이비스... 실존인물 총정리
-
아메리칸드림
농담처럼 시작하자면 <맹크>는 <에이리언3>(1992)가 데이비드 핀처에게 안겨준 트라우마 치유의 마지막 과정처럼 보였다. 30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에이리언3>로 데뷔한 그는 20세기 폭스사의 나이 지긋한 중역들에게 후반작업 편집권을 빼앗긴 채 자기 영화를 부정해야 하는 아픔으로 커리어를 열지 않았던가. 21살에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저커버그를 거쳐, 25살에 황금기 시절의 할리우드 스튜디오를 등에 업고 <시민 케인>을 만든 오슨 웰스(그리고 ‘로즈버드’를 품은 채 미국의 마천루에 오른 찰스 포스터 케인)를 택한 것은 그래서 어쩐지 애틋할 정도다. 다만 여기에는 핀처 자신만큼 아버지의 페르소나도 뚜렷하다.
오슨 웰스의 그림자처럼 등을 맞댄 인물인 시나리오작가 허먼 J. 맹키위츠의 이야기가 <맹크>의 본령이기 때문이다. <시민 케인>의 시절에 극장에서 유년기를 보낸 잭 핀처와 그런 아버지 밑에서 영화감
[스페셜] '에이리언3'에서 '나를 찾아줘'까지, '맹크'에 영향 준 데이비드 핀처의 세계
-
“로즈버드.” 영화사를 바꾼 세상에서 가장 짧은 단어. 미국영화연구소 선정 위대한 미국영화 목록 1위에 꼽힌 영원한 걸작 <시민 케인>은 죽기 직전 케인이 유언처럼 남긴 한마디로 시작된다. 부와 명예를 한손에 거머쥔 권력자의 중얼거림은 남겨진 이들의 욕망과 호기심을 자극하고, 등장인물은 물론 관객마저 로즈버드라는 이름의 미로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하지만 한참 헤매는 와중에도 우리는 이미 직감한다. 여기에 답이 없음을. 답을 찾지 못하는 건 애초에 엉뚱한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다. 현혹되었다고 해도 좋겠다. <시민 케인>은 로즈버드가 무엇인지 추적하는 영화가 아니다. 로즈버드를 눈앞에 두고도 알아보지 못하는 이유를 고찰하는 영화다. 1941년 패기만만한 젊은 천재 감독 오슨 웰스는 셰익스피어의 비극을 창조적으로 재구성하여 현대 자본주의와 아메리칸드림의 신화를 해체해버렸다. 한참을 헤맨 끝에 로즈버드의 실체를 마주했을 때 우리는 비로소 권력의 끝에서 케인이 느꼈을
[스페셜] <맹크>, 데이비드 핀처의 ‘로즈버드’를 찾아서
-
데이비드 핀처가 넷플릭스로 다시 돌아왔다. 플랫폼의 성격을 감안할 때 역설적이게도 <맹크>의 무대는 극장 산업이 황금기를 맞은 1930년대 할리우드다. 어떤 사람들은 <맹크>를 보기 전에 반드시 <시민 케인>을 봐야 한다고, 1930년대 할리우드와 미국 정치사에 대해 해박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고 그 진입 장벽을 강조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맹크>는 <시민 케인>을 알고 있을 때 훨씬 재미있을 만한 작품이 분명하지만 의외로 고전 자체를 집요하게 해부하며 세밀한 지식을 요하지는 않는다. 스튜디오 시스템에서 작가의 권리, 대공황 이후 미디어와 예술이 손잡고 정치 공작을 펼치던 풍경이 훨씬 비중 있게 묘사된다.
이번 특집 기사에서는 <맹크>와 <시민 케인>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데이비드 핀처의 필모그래피에서 이번 작품이 어떤 위치를 점하는지 살펴본다. 그리고 <맹크>를 보기 전에 알아두면 좋을
[스페셜] <맹크>를 보기 전 알아야 할 모든 것
-
-각각 서산개척단 사건, 세월호 참사,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사회적 참사를 다뤄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는 무엇이었나.
이조훈 서산개척단 사건(박정희 정권이 국토개발사업을 명목으로 전국 각지에서 인력을 강제 동원해 충남 서산 개펄을 농지로 개척한 사건)에 대해서는 아예 몰랐다. 서산 출신 대학 후배인 류일용 전 KBS PD가 술자리에서 이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며 알아볼 수 있겠느냐고 말한 적 있다. 서산으로 내려가서 세명의 개척단 어르신을 만나 사전 인터뷰를 했는데, 그 내용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꼭 알려야겠다 싶었다.
김지영 세월호 특별법 관련 홍보 영상을 만들어달라는 부탁을 받았는데 그 자리에 세월호 참사로 동생을 잃은 누나가 앉아 있었다. 못하겠다는 말이 안 나오더라. 2개월 정도 홍보 영상을 만들 목적으로 세월호에 대해 파기 시작했는데 결정적인 사실을 알게 됐고 세월호 관련 다큐를 두편(<그날, 바다> <유령선>) 만들게
[스페셜②] 세월호도 용산도 삼풍도, 다들 안다고 말한다. 지겹다고 한다. 정말 그런가?
-
용산, 광주, 강정, 대추리, 맹골수도. 이곳은 단순히 지역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름을 호명하는 것만으로도 애석하고 서럽다. 비참하고 끔찍한 사건, 일명 ‘사회적 참사’는 왜 한국 사회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걸까. <씨네21>은 4·16재단과 함께 사회적 참사를 다룬 세 명의 다큐멘터리 감독들과 사회적 참사를 기억하고 재현한다는 것의 의미와 그 무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과거 박정희 정권 시절, 거리의 아이들을 끌고 와 강제 노역시켰던 국가폭력을 폭로한 <서산개척단>의 이조훈 감독과 이미 두편의 세월호 다큐를 만들고도 세월호에 대해 질문을 멈추지 않는 김지영 감독,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를 다루면서 과거 뉴스 푸티지와 가해자의 현재를 교차시킨 구상모 PD가 그 주인공이다.
김지영 감독
세월호에 관한 다큐 두편을 제작했다. 세월호 항로 데이터 AIS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그날, 바다>와 <유령선> 모두 사고 원인에 집중한다.
[스페셜①] 사회적 참사를 기억하고 재현한다는 것은
-
코로나19는 생각보다 빨리 한국 영화산업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진입시켰다. 하루가 멀다하고 재빠르게 변화하는 까닭에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현재 산업 상황에서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영화산업의 모든 공정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아 각 분야의 현안을 들었다. 지난 11월 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 동안 CGV압구정에서 비공개로 열린 ‘포스트 코로나 영화정책추진단의 현안 인식 포럼’(주최 영진위)에서는 극장부터 IPTV, OTT 플랫폼까지, 독립영화부터 상업영화까지, 코로나19로 인한 피해에 대한 극약 처방부터 스크린 독과점, 수직 계열화, 다양성 등 20년째 해결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까지 여러 현안들이 한꺼번에 터져나왔다.
“영진위원장이나 본부장이 주도한 게 아니라 영진위 직원들이 의견을 모아 위로 올려 성사시킨 정책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영화산업의 조타수 역할을 제대로 한 덕분인지 포럼이 끝난 뒤에도 참여한 영화인들은 만족스러운 반응
김영진 영화진흥위원회 부위원장 - “뉴노멀의 시대,영화정책도 변해야 한다”
-
“넷플릭스가 극장 개봉하지 못한 대형 투자배급사의 영화 편집본을 이미 다 봤다고 한다.”(제작자 A씨) “매주 한국영화 80편의 편집본과 시나리오가 넷플릭스에 접수된다는 얘기가 있더라.”(프로듀서 B씨) 현재 충무로에서 돌고 있는 이 소문들이 사실이라면 “넷플릭스행을 문의하려는 한국영화의 줄이 넷플릭스 코리아가 위치한 종각에서 종로5가까지 이어졌다”는 말도 우스갯소리처럼 들리지만은 않는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관객이 극장을 찾지 않는 현재 산업 상황에서 그만큼 넷플릭스 문을 노크하려는 한국영화가 많아졌다는 얘기다. 극장이 언제 정상화될지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극장 개봉하기에는 감당해야 할 리스크가 너무 크니 제작비라도 보전하는 편이 더 현명한 판단일지도 모르겠다.
극장 개봉을 계획했다가 넷플릭스로 방향을 선회하기로 알려진 영화는 12월 초 현재 <승리호> <차인표> <원더랜드> <낙원의 밤> 등 총 4편이다. 넷플릭스에 공개되
넷플릭스로 가려는 한국영화, 종각부터 종로5가까지 줄 섰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