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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쓰냐. 왜 하냐. 왜 사냐. 자주 되뇌는 질문이지만 사실 대부분 이유는 없다. 그럼에도 굳이 원인을 고르고 답을 찾으려는 건 그저 강박일까. <맹크>를 보다 마지막 한 장면에 위로받았다. 자기를 크레딧에 올려달라는 맹크의 말에 분노한 오슨 웰스가 박스를 집어던져 부수자 맹크는 영감을 받은 듯 메모한다. “수잔이 케인을 떠날 때 그걸 넣어야겠군. 충동적인 폭력.” 내내 그것만 생각하게 되는 것. 뭔가를 ‘한다’는 건 그런 게 아닐까.
가지 않은 길로 덮어쓰기
<힐빌리의 노래>와 <맹크>를 연달아 보며 문득 이란성쌍둥이 같다고 느꼈다. 비슷한 시기에 탄생한 영화는 필연적으로 비교당하는 운명을 타고난다. 론 하워드와 데이비드 핀처의 스타일을 논하자면 백만 광년 정도 차이가 있으니 사실 두 영화가 닮았다고 말하는 건 어리석은 발언이다. 하지만 영화를 둘러싼 조건, 관객과 만나는 방식, 무엇보다 영화의 뼈대를 이루는 형식이 두 영화를 자꾸만 겹쳐 보이
'힐빌리의 노래'와 '맹크', 플래시백의 쓸모와 가능성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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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 스페셜 관객과의 대화(GV)에서 이동진 평론가는 아니시 차간티 감독이 전작인 <서치>, 그리고 앨프리드 히치콕과 싸운 것 같다고 평했다. <런>이 구축하는 서스펜스를 고려해보면 스릴러 장르의 권위자인 히치콕을 떠올리는 것은 당연지사다. 여기서 시간을 좀더 앞당겨서 하나의 영화를 추가하여 말하고 싶다. 그 영화는 90년대 클래식인 <미져리>(1990)다. <미져리>는 이미 <런> 안에 작게나마 이스터 에그로 각인되어 있다. 감독은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서치>보다 <미져리>와 싸워야 한다는 것을….
<런>은 <미져리>의 21세기 리메이크작이라고 거칠게 말해도 무리가 없다. 왜 감독은 알면서도 위험을 무릅썼을까? 그 이유를 히치콕에게서 찾아보고자 한다. 다큐멘터리영화 <히치콕 트뤼포>를 보면 히치콕은 자신에 대한 비판에 대해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의
아니시 차간티 감독의 정공법 '런'의 중요한 세번의 클로즈업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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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언니전지현과 나(박윤진 감독)
1992년생 여성, 영화과 졸업작품으로 <내언니전지현과 나>를 연출.
마님은돌쇠만쌀줘 길드 마스터, 일명 ‘길마’다. 유년기부터 지금까지 <일랜시아>라는 가능성의 세계에서 행복을 얻었다. 노력한 만큼 보상받을 수 있다는 점이 자연스럽게 ‘그럼 다음엔 이걸 해볼까?’라는 식으로 무언가 계획하게 만들었고, 이런 게임적 사고가 현실에 영향을 미쳤다. 다큐멘터리를 만든 이유 또한 버려진 <일랜시아>에 관해 한탄만 하기보다 직접 움직여서 변화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였다.
레렐
1992년생 여성, 공시를 준비하며 마트에서 캐셔로 근무 중.
중학교 1학년 때 <일랜시아>를 시작했다. 일과 공부를 병행하는 요즘엔 ‘퇴근하면 공부나 해야지 게임은 무슨’이라는 생각으로 접속을 안 하다가 다큐멘터리 개봉 소식을 듣고 간만에 들어가서 며칠간 공부를 때려치우고 즐겼다. 학창 시절, 시험지 빈칸에 ‘레렐의 미니스커트’라고
영화 '내언니전지현과 나' <일랜시아>, 왜 하세요? 다섯 유저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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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이 끊겼습니다.” 박윤진 감독에게 소개받은 길드원들과 인터뷰를 앞둔 어느 주말, <일랜시아>를 내려받아 캐릭터 설정에 돌입한 지 10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일랜시아>에 대한 추억을 갖고 있는 또 다른 90년대생 이길보라 감독(<기억의 전쟁> <반짝이는 박수소리>)이 넌지시 건넨 추천에 따라 상인, 모험가, 전사의 성향 중 상인을 선택하고 막 캐릭터를 결정한 순간에 나는 화면 밖으로 맥없이 튕겨져나갔다. 오류 없이 게임을 계속하려면 배경음악을 꺼야 한다는 오랜 유저의 무용담이 그제야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상황을 자세히 알아보니 <일랜시아>는 현재 윈도 XP 이상에선 정상적으로 구동되지 않고 맥에서는 실행조차 불가능하며, 게임 내 기본 배경음악은 자꾸만 충돌을 일으켜 능숙한 유저는 알아서 개조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실정이란다. 사실상 대부분의 유저가 이용하는 편의적인 매크로는 물론, 다른 유저의 게임을 종료시키
영화 <내언니전지현과 나> ‘나’에서 시작해 세계의 생존을 도모하는 이상하고 뭉클한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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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언니가 전지현이었으면 좋겠다. 하교 후 우울한 마음으로 컴퓨터를 켠 초등학생 박윤진은 게임 속 캐릭터의 이름에 자기 바람을 곧이곧대로 적어넣었다. 그와 또래인 나라면 ‘내언니유진바다슈’쯤으로 지었겠지만 때는 2001년. <엽기적인 그녀>로 대중을 압도한 전지현이 위용을 떨칠 시기였다. 박윤진 감독은 그렇게 게임 회사 넥슨이 1999년 론칭한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일랜시아>에 ‘내언니전지현’이라는 사랑스러운 이름으로 뿌리내렸다. 이후 그의 <일랜시아> 업력은 줄기차게 계속되어, 대학생이었던 2013년 무렵엔 ‘마님은 돌쇠만쌀줘’라는 길드(중세 유럽의 조합 개념으로 게임 내 커뮤니티를 일컫는데 흔히 쓰인다.-편집자)를 열었다.
영화 <내언니전지현과 나>는 그곳 <일랜시아>에 남은 감독 자신과 주변인들을 엿보는 다큐멘터리다. 2000년대 초반 반짝 전성기를 누린 후, 화려한 신작들에 밀려 2008년부터 업데이트도
영화 '내언니전지현과 나' 버려진 추억의 게임 <일랜시아>에 남은 90년대생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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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의 겨울과 여름, 그 안의 죽음과 삶이 두개의 단편으로 탄생해 하나의 영화로 묶였다. 무주산골영화제가 제작한 <달이 지는 밤>은 “각자 자기 세계가 있는 감독들이되 그 세계가 맞닿을 수 있는 지점을 가진”(조지훈 무주산골영화제 프로그래머) 김종관·장건재 감독이 함께한 2부 구성의 장편영화다. 서로 다른 계절과 화법을 택하되 무주 안에서 생명의 피고 짐을 그린 이들의 영화는 지금 독립영화 팬들이 가장 주목하는 영화제 프로젝트이자 아티스트 컬래버레이션이다.
김종관 감독이 연출한 1부는 무주 시외버스 터미널에 내린 중년 여성(김금순)이 딸(안소희)의 흔적을 따라가는 여정을, 장건재 감독이 연출한 2부는 무주군청에서 일하는 커플(강진아, 곽민규)에게 일어난 기이한 만남들을 담았다.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한 후 제46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한번 더 <달이 지는 밤>으로 관객을 초대한 두 사람을 만나 이들이 경험한 무주의 시간을 더듬어봤다.
감독
[서울독립영화제 인터뷰④] '달이 지는 밤' 김종관·장건재 감독 - 죽음을 통해 삶을 바라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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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에서 이미지를, 그리고 이야기를 떠올렸다.” ‘전주시네마프로젝트2020’ 선정작인 <정말 먼 곳>은 화천에 자리 잡은 한 유사 가족의 삶을 응시한다. 서울에서 겪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에 지친 진우(강길우)는 딸 설이(김시하)와 함께 화천으로 이주한다. 양떼 목장에서 일하는 진우의 삶이 안정될 즈음 그의 연인 현민(홍경)이 화천에서 시 강의를 시작하고, 행방이 묘연했던 진우의 동생 은영(이상희)이 갑작스레 찾아오면서 진우의 일상에 큰 파장이 인다. 박근영 감독은 이번 작품의 모티브가 된 화천을 “여러모로 아이러니한 공간”으로 정의한다. “지인 방문차 자주 들렀는데 서울이랑 굉장히 가까운데도 외국처럼 낯설게 느껴지더라.”
박근영 감독은 화천의 풍경 사진들을 보며 강길우 배우와 대화를 나눴고 이를 토대로 <정말 먼 곳>의 인물들을 구상했다. “강길우 배우는 바위처럼 단단하고 과묵한 진우에게 어떤 외형이 가장 어울릴지, 머리도 밀고 수염도 길러보며 긴 시간을
[서울독립영화제 인터뷰③] '정말 먼 곳' 박근영 감독 - 이미지로 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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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보다 당혹스럽게 시작된 2020년. 그 마지막 달이 당도했음에도 팬데믹의 혼란이 가시지 않았기 때문일까. 올해 제46회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작 <기적>의 제목은 거창하거나 간지럽게 들리기보다 극진하고 간절하게 스며온다. 1998년 데뷔작 <벌이 날다>로 토리노국제영화제 대상을 수상한 후 <터치> <사랑이 이긴다> <황제>로 ‘생명에 관한 3부작’을 마무리한 민병훈 감독 또한 기도하는 마음으로 ‘약속 3부작’의 시작인 <기적>을 만들었다.
그 기도의 중심에는 영화가 완성되기 전 폐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기적>의 각본가이자 민병훈 감독의 아내인 안은미 작가가 있다. “아내가 이 시나리오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둘이 같이 기적을 바라는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어나갔다.” 안은미 작가가 쓴 이야기에는 한 사람을 찾는 두 남녀가 등장한다. 파산 선고를 받은 장원(서장원)과 병을 앓는 지연
[서울독립영화제 인터뷰②] '기적' 민병훈 감독 "아내와의 마지막 추억을 담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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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만나자마자 호칭부터 정리했다.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안고>(이하 <울렁울렁>)로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이어 제46회 서울독립영화제에 초청된 안재홍 감독 겸 배우는 대중에게 연기자로 더 익숙하지만 이미 단편 <좋은연기> <열아홉, 연주> <검은돼지> 등을 만든 어엿한 연출 경력자다.
그가 올해 6월 울릉도에서 촬영한 단편 <울렁울렁>은 울릉도에 사는 철수(안재홍)에게 이별을 고하기 위해 바다를 건너간 영희(이솜)의 마음을 따라간다. 풍랑주의보에 발이 묶인 영희가 철수와 게스트하우스에 들어가면서, 어쩌면 둘이 함께하는 마지막 밤일지 모를 시간이 펼쳐진다. 영화는 두 사람을 묵묵하고 담담하게 좇으며 만든 이의 담백한 섬세함을 재확인하게 한다. 배우로서 관객을 만날 때보다 연출자로서 관객을 만날 때 한층 “폭넓은 민망함”이 동반된다는 그를 기어이 ‘감독님’이라 부르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검은돼지>
[서울독립영화제 인터뷰①] 안재홍 감독 "마음의 울렁거림을 간직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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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회 서울독립영화제가 11월 26일부터 12월 4일까지 CGV압구정과 CGV아트하우스 압구정에서 개최되었다. 차원의 중첩과 확장으로서 ‘어제와 다른 세계’를 마주 보겠다는 올해 영화제의 다짐은 각자 고유한 세계를 지닌 108편의 초청작과 함께 관객과 공명했다. 그중 올해 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은 네편의 작품을 연출한 다섯명의 감독이 있다.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안고> 안재홍 감독, <기적> 민병훈 감독, <정말 먼 곳> 박근영 감독, <달이 지는 밤> 김종관·장건재 감독이 그들이다. “팬데믹을 통과하는 시기에 놓인 작업이라 더 남다른 감회가 있다”는 장건재 감독의 말처럼, 혼란스러운 한 해를 지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을 만나러 나선 이들의 영화 이야기를 전한다.
[서울독립영화제 인터뷰] 어제와 다른 세계, 그래도 영화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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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가가 텅 비었다. 12월 7일 하루 전국 극장을 찾은 관객 수가 총 2만4천여 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에 그쳤다. 하루 관객 수가 2만 명대로 떨어진 건, 지난 4월 이후 약 8개월만이다. 이 추세라면 “하루 관객 수가 1만 명대로 떨어지는 건 시간문제”라는 게 현재 극장가의 분위기다. 12월 첫째 주까지 하루 6~7만 명대를 유지하던 관객 숫자가 곤두박질친 건,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면서 극장이 밤9시 이후 영업을 할 수 없게 된 탓이 크다. 조성진 CJ CGV 전략지원 담당은 “평일 밤9시 이후 극장을 찾는 관객들이 하루 전체 관객수의 30%나 차지하는데 이들이 극장을 오지 않게 된 것”이라며 “하루 관객 수가 1만명대로 떨어진다면 극장 문을 열어놓는 게 큰 의미가 없는 셈”이라고 전했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숫자가 급등해 3차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올해 겨울 극장가는 신작 영화가 많지 않다. 일단 <조제>(감독 김종관 출연 남주
‘서복’ ‘인생은 아름다워’ 연말 극장에서 볼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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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완벽한 타인>의 베트남판 영화 <블러디 문 페스트>가 역대 베트남 자국영화 흥행 4위에 올랐다. 지난 10월 23일 베트남에서 개봉해 6주 만에 약 730만달러를 벌어들인 이 작품은 <완벽한 타인>과 마찬가지로 이탈리아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저>를 베트남 현지화해 제작된 영화다.
그런데 <블러디 문 페스트>의 제작자가 한국인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CJ ENM베트남의 영화제작팀장으로 베트남판 <수상한 그녀>인 <내가 니 할매다>, 베트남판 <써니>인 <고고 시스터즈> 등 여러 한국 영화를 베트남에서 리메이크해 흥행에 성공했던 최윤호 대표가 그다. <블러디 문 페스트>(제작 안떼우스튜디오, 공동제작 싸이더스·필름몬스터, 감독 응우옌 꽝 중)는 최윤호 대표가 <내가 니 할매다>를 연출했던 판 자 낫 린 감독과 함께 차린 제작사 안떼우스튜디오의 창립작이기도 하
베트남판 '완벽한 타인', <블러디 문 페스트> 제작한 최윤호 안떼우스튜디오 대표 - 베트남 관객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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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너무 늦은 것 같구나.”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이 말을 들은 마리엠의 나이는 고작 열여섯. 생계를 책임지는 어머니를 대신해 가사를 도맡은 그는 악조건 속에서도 더 나아지는 방향으로 자신의 삶을 끌어가고 싶지만 좌절만 거듭한다. 이런 마리엠의 삶에 변화가 싹트기 시작한 건 비슷한 처지의 또래 친구들인 레이디, 필리, 아디아투를 만나면서다. 넷이서 하는 일이란 그저 시내를 쏘다니고 옷 구경을 하는 정도이지만 ‘함께 있다’는 이유로 용기가 생긴 마리엠은 지하철에서 내키는 대로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혼자라면 참았을 불쾌한 대우에 맞서기도 한다.
그렇게 해방감과 자신감을 얻은 날 저녁에 여느 때처럼 설거지를 하던 마리엠은 씻던 칼을 바라보다 문득 결심이라도 한 듯 바지 주머니에 찔러넣는데, 그 순간 우리 귀에 꽂히는 건 바로 대사가 아닌 음악이다. 뒷모습을 가만히 응시하는 화면 속에서 침울한 공기에 균열을 내듯 날카롭게 파고드는 스코어 한곡은 마리엠의 결심이 무엇이고 앞으로 그가 무엇
[Music] 음악의 스토리텔링 - 영화 '걸후드'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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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Hidden
감독 미하엘 하네케 / 제작연도 2005년 / 상영시간 118분
1961년 10월 17일, 알제리 독립전쟁이 격화되던 무렵에 파리 도심에서 시위가 벌어진다. 알제리 출신 프랑스인들의 야간통행금지 조치에 항의하는 평화적 가두 행진이었다. 그러나 전쟁의 광기에 전염된 프랑스 경찰들이 무자비하게 시위대를 진압하기 시작했고, 며칠 새 200명이 넘는 사망자와 실종자가 발생한다. 자유를 상징하는 도시 한복판에서 일어난 이 믿을 수 없는 참극은 정부의 조직적인 은폐와 대다수 언론의 침묵으로 빠르게 잊힌다. 또 프랑스 사회 전체의 암묵적인 외면도 집단적 망각에 한몫한다.
이듬해 자크 파니젤이 이 사건을 소재로 영화 <파리의 10월>을 만들지만, 당국에 의해 곧바로 상영과 배급을 금지당한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마침내 이 영화를 본 미하엘 하네케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는 프랑스라는 나라에서 40여년 동안 이런 비극이 은폐되
[김호영의 네오클래식] 미하엘 하네케의 '히든'